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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577화 (577/1,009)

“노르? 화장실 간다면서?”

내가 일어난 상태로 굳어버려서였을까. 프랑이 고개를 갸웃대며 물었다.

세상에, 우리 아내님 귀여운 것 좀 봐라. 머리를 갸웃뚱 거리는 모습이 평소랑 똑같지만, 뭘 해도 괜찮다는 듯한 모성이 콸콸 쏟아졌다.

하지만 저것은 함정이다.

살의도 적의도 없는, 그래서 더 악질적인 트랩!

자식들을 못나게 만드는 과도한 모성!!

나이 서른이 되서도 집에 박혀서 컴퓨터만 하는 중졸 아들에게, 평생 취직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며 비싼 과일을 깎아주는── 그런 다정하지만 그릇된 부모의 시선인 것이다!!

“이따가 갈게, 이따가!”

나는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뭐시기의 유혹을 피해냈다. 아내들이 뺏…… 아니, 정리해 준 옷가지에서 석판을 꺼내들었다.

직감이 들었다. 지금 여기가 분수령이었다.

여기서 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지 못하고 이 허니 트랩(Wife Trap)에 빠져버리면, 우리 아내님들은 ‘역시 우리 생각이 맞았어!’ 라며 나를 평생 사육하려 들지도 몰랐다!!

애완-노루의 길은 기어코 사양이다!

“프랑! 내가 피라미드에서 좋은 걸 얻어왔다? 봐 봐! 섭취한 사람의 마나를 올려주는 선인장이래! 옛날에 멸종한 정령의 심장이라더라!”

나는 우선 세헤테피브라한테 받은 선인장 같은 영약을 꺼냈다.

“적성에 맞는 사람이 먹어야 한대서, 아무래도 우리 중에선 네가 제일일 것 같아! 흙 계열에 가장 적성이 있는 건 너였잖아!”

“어…… 나한테 주려구? 고마워, 노르!”

프랑이 선인장을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정말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최근엔 선물이랄 걸 조금 못 주긴 했다. 꽃다발 같은 건 아니더라도, ‘네 생각이 나서 샀다’ 하는 식으로 뭐라도 사다줘야 했는데.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까짓 거 이제부터라도 잘 하면 된다.

앞으로는 일 때문에 나갔다 올 때 가끔씩 뭔가 선물을 사 오는, 그런 스윗한 남편이 돼 보이겠다. 나는 프랑을 따라서 다정하게 웃었다.

“흐흐, 물론이지. 어떻게 먹을지 같이 생각을.”

─와직!!!!

주문도 없이 손을 점토 골렘으로 감싼 프랑이 그 선인장을 으깨버렸다.

뚝, 뚝….

으깨진 선인장에서 즙이 쏟아졌다. 도자기처럼 생긴 하얀 그릇에 선인장 과육이 가득 찼다. 프랑이 연습하던 새로운 마법, 〈백토인형(Doll of White Clay)〉이었다.

“선인장은 속을 파내거나 즙을 짜서 먹으면 돼!”

프랑은 바위 같은 손으로 선인장을 박살내듯이 으깨면서,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사랑스럽게 웃었다.

“맛은 아무래도 없겠지만, 노르가 나 먹으라고 준비해 준 거니까 남김없이 잘 먹을게! 고마워!”

“……그, 그래! 다음! 다음 가자!”

아직 남았다! 나는 2번째 드랍템을 꺼냈다.

“이거! 세크메트라는 여신의 피! 용도는 선인장이랑 비슷한데,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 거래! 성분부터 분석해야 할 것 같애!”

“연구해 보마.”

─샥. 어느새 온 베로니카가 병 째로 챙겨갔다.

아직이다, 아직 킹 키탄이 남아 있어!

“다음! 공기 중의 마나를 흡수해서 물에 녹이는 분수!”

“엘릭서 연구에 좋겠네요.”

바로 끊고 들어오는 라리루라. 말이 막히는 나.

‘시발, 주워온 드랍템은 이게 끝인데.’

가짜 태양의 십자는 세헤테피브라의 반쪽 짜리 창세의 권능으로 만든 것. 현실에는 가져오지 못 했다. 손에 넣은 건 이게 전부다.

하지만 눈 뜨고 당할 순 없다. 뭔가…… 뭔가 이 분수로 나만이 할 수 있는 건 없나? 나는 뇌세포의 비명을 들어가며 머리를 짜냈다.

‘마나를 포함한 액체…… 인공 미스릴? 아니야. 포션에 쓸 마법 소재를 만드는 것 말고도, 마나를 흡수하는 분수도 쓸모가…… 마나를 흡수해?

─콰르르릉! 한 줄기 번개가 내 뇌리를 스쳤다.

이거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아니, 또 있어! 이 분수에는 분명 대기 중에서 마나를 흡수하는 술식이 새겨져 있을 거야! 내가 그걸 오딘의 눈으로 분석하면……!”

“……분석하면?”

“대기 중의 마나를 빨아들여서 회복하는 마법을 재현 가능해! 그거라면 발퀴리에의 에너지 공급도 해결될 거야!”

말하자면 발퀴리에에게 자가발전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태양열 발전처럼 더디겠지만, 우리가 발퀴리에 20마리에게 정기적으로 마나를 먹이는 것보다는 마나가 풍요로운 곳에서 자가발전을 시키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이건 링링이 6호에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이거라면 사람이 마나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마나는 근육과 같아서 쓸 수록 늘어난다.

그런 원리를 이용해서 체내에 마나를 축적하는 걸 반복하면, 일반적으로 몬스터랑 싸우거나 하는 방식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마나를 늘릴 수 있다.

‘말 그대로 무협지의 내공심법!’

진짜 정통 무협처럼 1갑자씩 걸릴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당장 마나 부족으로 고생하는 아내들에게도 효과적일 게 틀림없다!

그리고 이건 매직 아이템을 보기만 해도 구조를 알아낼 수 있는 나만이 가능한──

“술식을 베껴 써서 베로니카한테 맡기자.”

─톡톡. 소파에 앉은 프랑이 누우라는 듯 자기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 나는 돌처럼 굳었다.

“아니면 노르도 집에서 같이 일 해두 되구.”

“……암만 그래도 우리끼리는 힘들지 않을까!”

“성지에 가져가마. 처박혀서 할 것 없이 시간만 보내는 일족의 구성원들에게 시키면 되겠군.”

이번에는 베로니카였다.

바이콘. 그래. 나보다 마법 잘 할 것 같네.

전투 마법은 어쨌든 연구 실력은 내가 좆 발릴 것이었다. 말하자면 조선업자 겸 해군이랑 선박의 설계도를 만드는 사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

“……갑자기? 지금까지는 친정 찬스 같은 거 안 썼으면서.”

베로니카가 전혀 예상 못한 연구진을 데려오자 나는 무력하게 되물었다. 뭔가 열심히 마법진 같은 걸 그리던 그녀는 싱긋 웃었다.

“글쎄?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남은 평생을 성지에서만 보내야 할 텐데, 그 놈들도 양심이나 희망이 남았다면 열심히 일해주지 않겠느냐?”

“……테에엥….”

외통수였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우리 아내들이 마음을 하나로 합쳐서 ‘히히 못 가’를 시전하니까 내 풍둔 주둥아리 술로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젠장, 그럼 나는 뭐 해? 도울 일 없어?”

“노르는 아무 데도 가지 말구 있어주면 된다구 생각해.”

“아니, 나도 일은 해야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내님들은 짜고 치기라도 한 듯 고개를 모로 꼬았다.

존나 다른 애들이야 어쨌든, 프랑이랑 다나. 너희 언제는 내가 꿈을 이루겠다고 설치는 게 매력 포인트라지 않았음?

자기들이 보필해 줄 테니, 나더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아득바득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열심히 하라던 아내님들은 도당체 어디로 간 것이지.

“노르가 혼자 애쓰지 않아도, 노르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은 많은걸?”

프랑은 나를 기어이 무릎에다 눕히면서 말했다. 사람을 인간 실격으로 만드는 허벅지다. 벌써부터 눈이 사르르 감기는 기분이다.

“아핫♡ 선배 시무룩해진 거 귀여워.”

라리루라는 소파에 머리를 기대더니 내 쥬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내들의 체향만 맡아도 발기하는 정력의 쥬지는 접촉까지 행해지자 고개를 쳐들었다. 아까 다 못 한 일을 재개하는 거냐며 흥분한 것이었다.

“……역시 잠깐만. 아직 다른 사람들은 일하고─ 으풉.”

프랑의 가슴이 입을 막아버렸다. 분에 넘치는 입마개였다.

“다른 사람들? 누구? 시다나브의 호위들? 죽은 시다나브에 대해서는 그 여자가 혼자 뛰쳐나가서 에퀴녹스랑 싸우다 뒤졌다고만 말해도 되잖아.”

편지를 다 쓴 다나가 종이를 정리하며 말했다.

“믿어주건 말건 국민의 신임까지 받는 사람이 그 정도 설명도 못 하고 있는 거면 그건 오프툼이란 사람 잘못이지. 네페르티티도 증인으로 나설 테고, 에퀴녹스를 잡은 증거까지 있다매.”

─푸하. 나는 젖감옥에서 빠져나와서 말했다.

“그래도 그 왜, 죽거나 다친 사람들도 있잖냐.”

“죽을 뻔한 걸 구해줬는데 그런 부분까지 배려해 줘야 돼? 그런 걸 갖고 쫑알대는 놈들이 염치 없는 거지. 칼 맞아 죽어도 별 수 없는 환경에서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네 책임이 어딨어?”

말하는 족족 옳은 말이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반박당하고 나서야, 변명이나 다름없는 저 말들이 희미한 죄책감이랄 것 때문이었다는 걸 눈치챘다. 21세기 지구인의 감성이었다.

저만한 대형 사고가 일어난지 얼마 안 됐는데, 나만 이렇게 편하게 뒹구는 건 좀… 하는 마음이 약간이나마 남아 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나 말대로 나는 뒤져라 그들을 구해준 입장이고, 여긴 이세계다.

죽을 위험을 알고 감수했다고 해서, 탐험가들의 죽음이 당연해지는 건 아니다.

그래도 살아 돌아온 탐험가들도 지금쯤 생존을 자축하면서 술잔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죽어버린 이들은 안타깝지만 내가 뭐 잘났다고 거기에까지 책임을 지겠는가.

돌아갈 가정이 있는 놈이 목숨 걸고 에퀴녹스와 레티티아라는 재앙에서 사람들을 구해냈는데, 다 끝난 뒤에 아내들의 품에 안겨서 쉴 자격 정도는 있겠지.

“그리고 너 이 새끼, 듣다 보니까 좀 꼽다?”

다나는 슬며시 다가와서는 프랑의 무릎에 누운 내 얼굴을 콕콕 찔렀다.

“성실한 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미안하고, 노심초사하며 기다린 우리한테는 안 미안한가 봐? 이거 진짜 나쁜 새끼네.”

“누가 안 미안하대? 미안하니까 얌전히 누워만 있잖어.”

“……그으래? 미안하다 이거지?”

다나는 내 대답에 좋다꾸나 하고 웃었다. 나는 지뢰를 캐다가 발치에서 달칵 소리를 들은 병장과 같은 기분으로 섬칫해졌다.

─사라락.

가장 먼저 일어난 건 베로니카였다.

연구하던 걸 가볍게 내팽개쳐놓고 일어난 그녀가 드레스 자락을 벗었다. 원래 벗기 쉬운 옷이기는 하지만, 끈을 풀고 어깨 천을 잡아내리자 순식간에 속옷 뿐인 모습이 되었다.

이어서 다나도 다소곳하게 옷을 벗었다.

여성의 탈의 장면이란 아무리 점잖고 조신해도 오히려 야해질 뿐이구나.

교태로워 보일 만큼 수줍게 옷을 벗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폭의 명화 같았다. 나는 새로운 발견에 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 듯한 감동에 휩싸였다가, 퍼득 정신을 차렸다.

─틱. 베로니카와 다나가 전등을 껐다.

나는 머리를 프랑에게 붙잡힌 채, 눈을 다나와 베로니카에게 못 박혔다.

“아핫♡ 선배~. 손이 적적해 보이시네요~.”

라리루라가 내 손을 잡아서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댔다.

생각하기보다 앞서 보드라운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프랑의 가슴에 깔려서 다나와 베로니카를 딸깜으로 라리루라에게 대딸을 받고 있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탄력이 충족스럽다. 천천히 자지를 훑어주는 라리루라의 손길은 느릿하면서도 굶주린 자지에게 한계를 독촉했다.

사악, 사악….

프랑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지친 몸을 노곤하게 만들기까지 하니, 나더러 사정을 참으라는 게 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뷰루루루룻!

기운 차게 뿜어진 정액이 어디로 튀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아내들을 1명씩 상대하면서 기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다. 진짜 뇌를 비우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않은 채 봉사를 받는 듯한 달콤한 쾌락이다.

그냥 온몸으로 아내들의 봉사를 즐기다가, 싸고 싶을 때 아무렇게나 싸지르면 그만인 것이다.

─낼름♡

라리루라는 손가락에 튄 정액을 꿀이라도 되는 것처럼 핥고 옷을 벗었다. 프랑도 내 머리를 살짝 들고 빠져나갔다. ─툭. 프랑의 네글리제가 바닥에 떨어졌다.

시간은 달조차 얼굴을 감춘 심야.

어둠에 섞이듯 희미한 불빛에 떠오른 아름다운 여체의 곡선이 4개.

아내들의 백옥처럼 고운 피부는 있는지 없는지 분간도 안 되는 테라스의 달빛을 반사하며 몽환적으로 반짝였다.

“……어때? 아직도 숨 돌리기 싫어?”

다나가 정성스럽게 내 턱선을 매만지며 말했다.

확신할 수 있다. 이건 미인계다. 아내들이 내게 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수갑을 꺼낸 것이었다.

“바보~. 아직도 머리 굴리는 소리가 나네.”

─츄웁♡ 다나는 일어나 앉은 내게 정성스럽게 키스를 해 왔다.

누군가가 내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자지를 청소하듯 빨았다. 왼손으로는 다나의 엉덩이를 쓰다듬었고, 오른손은 다른 아내의 가슴을 주물렀다.

“응츕… 쯉…♡”

“쮸우우웁♡♡”

라리루라가 다나의 옆에서 내게 안겨서 내 귀를 강아지처럼 핥아댔다. 좆기둥에서 느껴지는 혀는 어느샌가 2개로 늘더니만 자지와 부랄을 번갈아가면서 빨고 있었다.

손만 뻗으면 그게 어디든 보드라운 여체였다. 내 팔과 다리와 가슴은 말랑말랑한 아내들에게 덮여 눅진눅진한 노곤함에 빠졌다.

다나가 입술을 뗐다.

교미하는 뱀처럼 뒤섞이던 혀에서 투명한 침이 실처럼 늘어졌다. 다나는 그렇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뭔가 떠올리려는 듯 턱에 손가락을 대고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

그리고서 예전에 어떤 멍청한 새끼가 했던 말을 생각해낸 것처럼, 2번째 정액을 싸지르며 부르르 떠는 내게 밀착하며 귓가에 속삭였다.

“……노르 오빠. 나, 오빠랑 5P 해 보고 싶은데♡”

그래 씨발, 내가 졌다.

나는 기꺼이 이세계 기둥서방 노루로 취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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