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선배, 좋은 아침~….”
자다 깬 라리루라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이불 밑에서 막 기어나와서 알몸으로 눈을 비비는 모습이라니, 아침 댓발부터 보기엔 너무 자극적이군.
방금 전까지 아내한테 자면서 펠라를 받고 있던 놈이 할 소리는 아니겠지만, 나는 일어나서 몸을 비틀며 찌뿌둥한 몸을 깨우고자 기지개를 폈다.
“끄으응, 차…… 왜 그래?”
끈육끈육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펴고 있자 아내들이 침을 삼켰다.
내 몸을 구경히던 라리루라는 입인지 코인지를 가리며 얼굴을 붉혔다.
“……선배, 이른 아침부터 너무 야하지 않아요?”
“노르는 걸어다니는 음란매체야…….”
“둘 다 잠이나 더 자라.”
새벽까지 뒹굴다가 잠들었으니까 졸릴 만 하지.
근육에 흥분하는 페티시라면 스트레칭을 하면서 이리저리 뒤틀리는 복근이나 이두박근에 꼴리기도 하는 건가. 하긴 아침 발기도 가라앉다 말았고.
“자기 몸이 야하다는 자각이 없는 야겜 히로인이 된 것 같아서 쵸큼 그렇네요. 너희도 그런 음습한 페티시즘은 적당한 선에서 자제하려무나.”
내가 윗어른처럼 훈계하자 라리루라는 불만인 듯 삐진 티를 내다가, 갑자기 휙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은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물컹.
팔을 잡고 좌우로 비틀자 큰 가슴이 뭉개졌다.
그 탄력 있는 가슴은 라리루라가 허리를 돌릴 때마다 흔들리고, 허리를 이면 매끈한 등과 거기서 쌔끈하게 연결되는 힙의 탐스러운 모양이……
발기잇…!
존나 야한 스트레칭을 구경한 쥬지드라가 냉큼 발기했다.
“……흐응~?”
“……크흠.”
라리루라가 빤히 쳐다보자 나는 눈을 피해가며 헛기침을 했다.
“알몸 스트레칭 대꼴. 인정합니다.”
“아핫♡”
이게 역지사지인가. 내가 패배를 인정하자 라리루라는 평소처럼 웃고서는, 서비스라는 듯 다리를 들어서 I자로 만들었다.
“저희 서커스단의 기본 스트레칭 코스랍니다~♡”
유연성 있게 뻗은 다리를 끌어안는 라리루라.
발레리나처럼 품격 있는 몸짓이었지만 옷도 안 입고 저러니까 여간 야한 게 아니었다. 세상에, 때 늦은 I자 챌린지라니? 그런 거 유행 다 끝났다고.
하지만 꼴린다.
세상이 달라도 사람의 지혜는 하나의 정답으로 귀결되는 것인가. 라리루라는 시종일관 나를 보며 야한 미소를 띄우고 스트레칭 동작을 펼쳤다.
─살랑, 살랑.
코어 근육과 유연성이 결합되서 나오는 우아한 동작이었다.
다리를 등 뒤로 돌리거나 어깨에 대는 몸짓에선 남자를 배운 소녀의 풋풋한 음란함이 묻어나왔다. 나더러 눈호강 좀 하라는 듯 가슴을 살짝 들추거나 하는 즉흥 애드리브가 고혹적이었다.
그야말로 백조의 호수…… 아니, 내조의 호수!
“오매불망 기대하시던 알몸 서커스 타임~☆”
이런 시발, 나 아침 훈련 가야 되는데!
아침 밥 먹기 전에 일과인 훈련을 할 시간인데 라리루라의 손짓 하나하나에서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잔망스러운 것, 다 알고 못 가게 하는 것이렸다?
아니, 어차피 그게 아니어도 밖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 왜, 이런 실내에서 창을 휘두르는 것도 살짝 그렇잖아? 그렇게 고생했는데 또 훈련을 한답시고 깝싸는 건 성실한 게 아니라 미련한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나태에 빠지고 말았다.
스윽, 스윽…♡
수줍게 안겨서 자지를 훑어주는 프랑에게 몸을 맡기고, 그 신이 내린 듯한 대딸 솜씨를 즐기면서 라리루라의 VVIP 특별 공연을 관람했다.
금방 가져온 서커스 도구로 정글링을 하거나, 큰 공 위에서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서 다리를 크게 벌리거나, 끝에는 내가 마법으로 설치해 준 봉을 잡고 올라탔다.
“아하하하♡ 그렇게 빤히 보시면 부끄러운데~.”
빨간 얼굴로 웃으면서 라리루라는 봉을 타고 긴 다리를 쭉 뻗거나 했다.
봉춤 특유의 야한 동작은 없었는데, 그 성실한 공연이 오히려 더 야했다. 알몸의 서커스라니, 딴 남자는 억만금을 줘도 못 볼 구경 아닌가!
시발, 명예 귀족이 대수냐, 이게 귀족의 삶이지.
“뭐야, 엄청난 거 하고 있네.”
편지를 맡기고 돌아온 다나가 방에 들어오면서 쿡쿡 거렸다.
벌써 시간이 그만큼 흘렀나? 시간 감각이 맛이 가 버렸군.
“다나 언니, 언니도 같이 하실래요~?”
한쪽 다리의 힘만으로 봉에 얽혀서 버티고 있던 라리루라가 만세 자세로 팔을 쭉 뻗었다. 매끈한 겨드랑이가 눈부셨다.
다나는 옷을 벗으며 살짝 쓴웃음을 흘리고서, 내 표정을 보고 픽 웃었다.
“그럴까? 간단한 거라면 어울려 줄게.”
“뭐… 라고…?”
다나까지 이 19금 서커스에 합세하겠다고?
부랄을 쓰다듬는 프랑의 손짓까지 더해지자 내 어깨를 부르르 떨며 전율했다. 우리 눈나가 생각 외로 몸 쓰는 일을 잘 하긴 하지만, 명색이 학자인 만큼 인도어 파가 아니던가.
─팟!
알몸의 단발 미녀들이 서커스를 펼쳤다.
솔직히 다나는 라리루라의 동작에 맞춰주는 정도였지만, 혼자서 했을 때보다 획기적으로 바리에이션이 늘어났다.
다나의 어깨를 짚고 물구나무를 서거나, 다리를 서로 얽고 꼬면서 머리카락을 들춰서 목 선을 보여주거나, 기어이는 봉을 남근처럼 끼우고 엉덩이를 맞대거나……
“후우…….”
─뷰루루루룻♡!
나는 5D 리얼 야동과, 적당한 속도로 멈추지를 않는 대딸에 기분 좋게 사정했다. 멀쩡한 손으론 프랑의 가슴까지 주물렀으니, 세상에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후두둑!
정액은 내 정력에 힘 입어서 다나와 라리루라한테까지 튀었다.
스윽…. 라리루라는 골반과 허벅지, 엉덩이에 튄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어서는 미소 지으며 입으로 맛 봤다. 찐득한 백탁액이 빨간 혀 위를 굴렀다.
“아하핫, 멋진 팁 고마워요? 선배♡”
“젠장, 지금 걸 촬영했어야 했는데…….”
나는 피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자책하며 한탄했다.
집에 CCTV처럼 붙여놓을 게 아니라, 여행지의 풍경을 찍겠다는 핑계로 갖고 다니면서 촬영해야 했는데! 지구의 인터넷처럼 유출될 걱정도 없잖아!
그러는 중에도 정액을 묻힌 음란 서커스 걸들(1명 인턴)은 머리카락을 꼬거나 하면서 태평하게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으음~ 선배가 좋아할 만한 야한 춤은 연습이 부족하네요~. 어디 좋은 견본 없을까요? 서커스단 선배들한테 배워둘 걸 그랬어요.”
“나중에 쟤 꿈에 한 번 들어가 봐. 섹시한 댄스 룬 스톤 같은 게 수백 시간 분량은 있을 걸?”
“아, 그랬죠 참? 그러고 보면 저번에 저도 들여보내주신다고 해 놓고, 지금까지 쭉 감감무소식이었네요? 저는 알몸 서커스를 보여드리겠단 약속, 이렇게 잘 지켰는데~♡”
“그딴 약속을 다 했었냐? 쿡쿡, 변태 새끼.”
“……조만간 데려갈 일이 있겠지, 머. 구경시켜 줄게.”
“예이~♡!”
라리루라는 총총 달려와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출렁♡ 흔들리는 가슴이 개꼴렸다.
이러다가는 야함의 기준이 망가지는 거 아닐까? ‘아침 발기는 아내의 몸으로 처리하는 게 「상식」이잖아?’ 같은 소리를 하게 될 것 같아서 무섭다.
“아, 그리고 좀 이따 오드리랑 오프툼이 온대.”
다나는 정액을 닦아내며 말했다. 누가 온다고?
“오프툼은 그렇다 치고, 오드리는 왜?”
“니가 실종됐다가 돌아왔는데 설마 코빼기도 안 비치겠어? 답장 나름으로는 그 공주님 부부도 올 수 있으니까, 적당히 씻고 준비해.”
“그럼 씻어야지.”
엘리자베트+길다트 부부는 미리 연락을 넣고 올 테지만, 다른 둘은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우리 아내님들도 드디어 알몸족 상태를 멈출 때가 왔군.
철야의 피로로 꾸벅꾸벅 졸던 베로니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같이 씻자꾸나. 나랑 다나도 어젯밤 〈정화〉 마법을 쓴 게 고작이니.”
“그래, 좋지.”
나는 이제 아예 즐기는 자 모드가 되어서 우리 아내님들의 24시간 착정을 받아들였다. 까짓 거, 내 언리미티드한 정력이 있으면 업계 포상이다.
‘앞일은 시발 모르겠고.’
어차피 명예 귀족이니 뭐니 하다 보면 나가게 될 일이 생기긴 하겠지.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도록 하자.
그렇게 마음을 바꿔먹자 아내들이 야한 행위에 진심이 된 건 좋은 징조인 것도 같았다. 적어도 뭇 남자들은 부러워할 만한 천국인 건 확실하다.
뷰루루룻! 뷰루루루루루룻─!!
이제는 필수 코스처럼 목욕탕에서도 실컷 싸고 나왔다. 우리는 충분히 뜨거운 탕에 잠겨 있다가 탈의실로 나왔다. 여관이 넓으니 이런 건 좋군.
“……돌아가면 이사할까? 집이 더 크면 좋을 듯.”
“흐음. 그럴 경우 청소는 누가 하느냐?”
“아 시발, 그게 문제네.”
내가 예상 못한 맹점에 혀를 차자, 수건으로 내 머리를 말리던 다나가 뭔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딱 울렸다.
“아, 걔네가 있잖아. 발퀴리에!”
“뎃?”
“신대의 기록에서 발퀴리에는 여전사이면서 그 천공신의 시종이었다매? 지금은 널 따르고 있고. 그러면 네가 자주 말하는 그…… 시다바리? 로서 쓰면 되지.”
나는 그런 다나의 제안에 쌉정색을 했다.
“누나. 그렇게 잡일을 모조리 시켜버리면 그게 대학원생이랑 뭐가 달라? 눈나도 남편이 사악하기 짝이 없는 교수로 타락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
“이 새끼가 또 개소리네.”
“누나, 이건 개소리를 싹 빼고 진지한 문제야.”
“야, 띨띨아. 너 조만간 명예귀족이든 뭐든 될 거 아냐. 그럼 니가 그 신분으로 평생 시녀나 집사들이랑 접점 한 번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냐?”
“……띠요용?”
─꾸욱, 꾸욱. 다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내 머릴 마사지해댔다.
“네 말대로면 전문 시종은 전부 럭키 노예겠다? 대우야 니가 잘 대해주면 되잖아. 진짜 사람들을 부려먹는 것보단 그 애들의 존재의의에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게 더 인도적인 처사 아냐?”
아니 쓰벌, 그게 그렇게 되나?
나는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람을 닮았어도, 자의식 없는 고스트 골렘 같은 거잖아. 애초에 신을 섬기라고 태어난 애들한테서 왜 존재의의를 빼앗냐?”
“아니, 확실히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을진 몰라도, 노예로 쓰이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그러면 너무 가엾잖아. 그런 식으로 부려먹는 건 아니지.”
“싸울 때만 불러내는 건 착한 대학원생이고? 너 그거 독선이다?”
이럴 수가.
위빙으로 잽을 피했더니 몸통에 보디 블로를 처맞은 기분이군. 신음을 흘리며 나는 논리에서 패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랬다.
PC주의자들이 자기 관점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밀어붙이는 걸 보며 질색하던 21세기 사람으로서, ‘발퀴리에는 해방되어야 하는데샤앗!’ 하고 떠드는 건 그릇된 일이 아닐까?
그건 ‘흑인은 피부가 시꺼멓고 동양인은 눈이 쫙 째져야 돼! 동양인이라면서 예쁜 배우를 고용하는 건 백인우월주의의 발로야!’ 라고 외치는 PC주의자들과 같았다.
발퀴리에의 존재의의와 그 애들의 진심이 남을 섬기는 것에 있다면, 그걸 인간의 관점에서 핍박당한다고 선동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래서야 사자와 호랑이를 보고 왜 니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며 몰아세우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베로니카는 다나에게 동의한다는 듯 끄덕거렸다.
“골렘을 쓰는 건 괜찮고 발퀴리에를 부려먹는 건 안 된다는 건 외모에 따른 차별 같기도 하군.”
“씁.”
저런 소리까지 듣고 빼액대면 오히려 그게 훨씬 편협한 교수 짓이겠지.
“그래.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나는 순순히 자신의 오만함을 인정했다. 교수와 대학원생이라는 틀에 너무 갇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렴 나라고 언제나 맞는 말만 하겠는가.
여기서 억지를 부리는 게 더 잘못된 일이다. 내 잘못과 실수, 착각을 인정하는 거야말로 진짜 지식인의 행동일 것이었다.
“컴 온! 마이 블랙로즈!”
그래서 나는 미스릴 메달에서 발퀴리에를 2마리 소환했다.
우선은 기본적인 지시부터 시작해야겠군. 나는 기동하며 일어나는 발퀴리에들 앞에서 허리에 긴 수건만 두르고 말했다.
【자, 얘들아. 여기 이 2명은 내 아내들이야. 또 2명이 더 있는데, 너희는 앞으로 내 지시만큼 이 사람들의 지시에도 따라 줬으면 해.】
탈의실에 안 어울리게 풀 무장을 한 발퀴리에는 날 보며 묵묵히 되물었다.
【이해했습니다. 본 개체의 지배권한을 이행하시겠습니까?】
【이행? 뭔 소리?】
【지배권한이 없을 경우, 지시 및 명령은 구두 언어에 한정됩니다.】
【반면 지배한권이 있을 경우, 언어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심념을 통한 명령이 가능합니다.】
나는 잠깐 그 딱딱한 말을 곱씹고 이해했다.
‘텔레파시 지시권을 말하는 거군.’
원래 이 녀석들은 프랑의 골렘처럼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고 말하지 않아도 주인의 지시에 잘 따르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그건 지배권한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내가 주인인 상태로 ‘아내들의 명령에도 잘 따라 줘’ 하고 말한다면, 이 녀석들에게 뭔가 부탁할 때마다 룬 어로 말을 걸어야 한다는 거다.
전투 시 작전이 적에게 들린다는 건 둘째치고, 그 명령 자체도 힘들다.
다나는 고고학자답게 룬 어를 알아듣고 고개를 저었다.
“나랑 베로니카는 룬 어가 되지만, 다른 애들은 안 되잖아. 말로 지시하라고 해도 이 애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지.”
“그렇다고 배우라고 할 만한 언어도 아니고.”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룬 어라는 건 카르미네 대학의 교수들도 귀찮거나 버거워서 당시에 번역 노예였던 나에게 전부 패스해 버렸던 난이도다.
다나도 모든 대화나 지시를 룬 어로 할 줄 아는 건 아니다.
네이티브처럼 술술 사용하는 건 베로니카랑 나 정도인가.
【대충 알았어. 그럼 지시권한을 이행할게. 그냥 말로만 하면 되나?】
【이행에는 원 주인의 허가 및 마나의 접속이 필요합니다.】
【그래? 뭐, 프레이야도 오딘한테 너희 선배를 받았을 테니, 지배권한 이양이 가능한 건 당연하긴 하네. 부작용이 없으면 바로 실행해 줘.】
부작용이랄 건 없었던 걸까. 내가 허가를 내리자 두 발퀴리에는 말로 설명하지 않은 내 뜻까지 다 이해하고는 각각 다나와 베로니카에게 갔다.
【명령 인식 완료. 지배권한의 이행을 개시.】
우우우웅…….
발퀴리에는 그녀들 앞에 무릎 꿇고 마나를 받는 대상을 아내들로 변경했다. 우리는 전부 알몸인데 발퀴리에들만 갑옷 차림이라서 비쥬얼 상 살짜쿵 그런 광경이었다.
뻘쭘한 시간이 흐르고, 발퀴리에들이 일어났다.
【──이행 완료. 새 주인께 인사 드립니다.】
【어? 아, 그, 그래. 잘 부탁해.】
다나는 자기가 꺼낸 얘기이면서도 조금 어색한 듯 대답했다.
하긴, 내가 이런 거에 익숙하지 않듯이 다나도 충성스러운 스피릿 골렘 시종이 낯선 거겠지.
좀 웃긴 건 명색이 여신─바이콘 신족─인 베로니카도 낯뜨거운 듯 눈을 피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픽 웃고서 말했다.
“20마리…… 20명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정도 있으니까, 일단 1명당 세 개체씩 붙여두자. 지배권한을 갖고 명령권만 공유하면 서로의 발퀴리에도 빌려쓸 수 있겠고.”
그러면 예비 전력처럼 메달에서 바로 꺼내서 이 강력한 여전사들에게 호위나 전투를 맡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었다.
아내들의 안전을 위한 보디가드라. 듬직하군.
‘마나 공급 방법의 연구는 나중에 한다 치고……’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추가로 더 꺼낸 발퀴리에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이 녀석들도 다나랑 베로니카에게 붙여줄 생각이었는데, 왜들 이러는 것?
【──마스터의 성적 흥분을 감지했습니다.】
2마리의 발퀴리에는 내 고간을 보며 말했다.
【정사(情事) 행위 필요 시 명령 바랍니다.】
【……현재 발퀴리에 각 개체에 저장된 방중술 기록, 일체 없음. 최상위 명령권자께서는 본 개체의 기술 증진을 위한 협력 바랍니다.】
“…………….”
나는 발퀴리에들이 하려는 말을 알아듣었기에, 반대로 말을 잃었다.
이 녀석들이 요청한 것: 정사 행위 및 방중술.
=섹스.
……오딘, 이 미친 년아. 이런 기능까지 만들어 둘 건 없지 않았니?
후계자가 아다일까 봐 걱정이라도 된 거야? 난 저 하늘 어딘가에서 자기 머리에 따콩 딱밤을 놓는 짝눈깔 여신의 환상을 보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렇게 내 얼탱이가 오딘의 배려 아닌 배려심에 터져나가고 있을 때였다.
“……다나. 주인님과 동침할 때, 발퀴리에들에게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 하구나…!!”
다나랑 베로니카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조용히 속닥거렸다.
“확실히…! 어제 네가 쓴 착정 마법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면 괜찮을지도 몰라. 넷이서도 힘들다는 건 알았으니까. 일과에 쓸 체력 문제도 있고…….”
“이 아이들까지 합세하면 숫자 상으론 25대 1! 지구전을 노린다면 주인님을 당해내지는 못해도, 하룻밤 내내 붙잡아 두는 정도는 일도 아닐 터……!”
“둘 다 제발 제정신을 되찾자?”
─따콩.
그런 속삭임을 엿들은 나는, 결국 아내들의 이마에 딱밤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