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할 수록 익숙해지는 게 있고,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다.
나에겐 귀족들이랑 하하호호 하는 게 전자이고, 첫날밤의 여인을 침실로 데려가는 게 후자였다. 어색하거나 거북하다기보단 심장이 기분 좋게 쿵쿵 거리는 것이다.
물론 진짜 쌍놈이 되서 여자를 골라잡는 게 숨 쉬는 것보다 편안해지면 그것도 문제기는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자 이 긴장감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알 수 있었다.
기대감.
약간 염치가 없는 말투기는 한데, 나는 이 뒤에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읏.”
단정하게 깔린 침대보를 보자마자 웃긴 신음을 흘리는 티르시도 아마 비슷한 기분이겠지. 우리는 상의라도 한 것처럼 시계를 보았다. 5시 반.
오늘은 봄이 끝나가는 시기. 늦봄 혹은 초여름.
햇님이 까꿍하기까지 얼마 안 남았지만, 시간을 신경 쓸 만한 날은 아니다. 아내의 첫날밤(새벽)을 타임 어택으로 처리하는 건 영 그렇지 않은가.
“먼저 씻겠습니다.”
“느엣?! 앗, 넷!”
나는 당당하게 말하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던졌다. 나도 티르시도 더러움을 없애주는 〈정화〉 마법을 배웠기는 하지만, 이런 건 기분 문제였다.
─달칵.
“히윽.”
늦지 않게 씻고 나오자 속옷만 입은 티르시가 제 손에 무릎을 얹고 잔뜩 움츠러들고 있었다. 연한 하늘색의 속옷과 가터벨트는 홍당무가 된 처녀의 옷으로는 조금 어색했다.
자기가 데려와 놓고, 그새 또 의식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후우…….”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냈다. 내 복근에 그녀의 시선이 날아들었다. 그래, 원래 남자의 몸매라는 건 남 보여주려고 가꾸는 거지.
티르시의 홍당무 같은 얼굴은 이제는 토마토가 다 됐다.
“왜 그렇게 보세요? 샤워 안 하시려구요?”
“아아아뇨! 저, 저도, 저도 씻어야죠! 히얏?!”
허둥지둥 대답하던 티르시는 마나를 다루는 사람답지 않게 발이 꼬여서 넘어질 뻔 했다. 나는 슥 보법을 밟아서 그녀의 몸을 받쳐안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의로 그녀의 가슴에다 손을 갖다댔다.
“취기가 덜 깨셨나 보군요.”
통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귓가에 살짝 속삭였다.
“씻는 거, 도와드려요?”
“호, 혼, 혼쟈…… 할 슈 이써요…….”
개미가 기어들어가는 듯한 대답이었다. 가슴을 놓아주자 티르시는 진짜 취객처럼 흔들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왜 그녀가 홍당무가 돼 있었는지 깨달았다.
‘샤워실 벽이 반투명이네.’
비싼 여관이었던 걸까. 순도가 낮은 유리창으로 감싸인 샤워실은 씻는 사람의 모습이 반쯤 비쳐져 보였다. 남자끼리 왔으면 구아악 하고 비명이 절로 나왔을 비주얼이다.
내 코브라 쥬지드라도 저 실루엣으로 감춰진 채 덜렁거렸을까?
매혹의 코브라 쥬지 댄스.
쓰벌, 꼴사납게 씻지 않아서 다행이다.
…멈칫, 멈칫.
티르시의 실루엣은 주춤거리며 내 쪽을 흘겼다.
현명한 판단이다. 풀발한 당신의 예비 신랑님은 지금도 침대에 앉아서 당신의 샤워쑈를 직관하고 있거든요. 나르메르-나일의 숙박 문화 만세다.
하지만 계속 그럴 수만은 없다는 걸 알아차린 듯, 그녀는 문 뒤에 숨어서 밖으로 속옷을 꺼냈다.
─툭, 툭. 브래지어며 속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그렇게 숨어 봤자 쑥 내민 엉덩이의 라인 같은 게 훤히 보였기에 꼴림이라는 점에선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저 모습만 보고도 3연딸은 칠 수 있을 것 같다.
가려진 게 보여지는 것보다 더 꼴릴 때가 있긴 하구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은꼴 움짤처럼 그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나한테 뻔히 보이는 것을 알면서 조심스럽게 목욕하는 티르시의 모습이라니. 본방은 시작하기도 전인데 쥬지가 움찔댄다.
쏴아아아아….
…뚝.
물소리가 멈추고, 샤워실의 문이 열렸다.
티르시는, 말하고 보면 당연하지만 알몸이었다. 그것도 나처럼 속옷을 걸치거나 타월 따위로 몸을 가린 것도 아닌, 완전무결한 알몸이다.
체모는 거의 없다. 보지에 핀 음모도 희미하고 얇은 순백색이었기에, 빤히 쳐다보지 않으면 티도 거의 나지 않을 정도였다.
“저, 저, 다 씻었어요!”
삐걱, 삐걱…!
몸도 닦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왔던 걸까. 촉촉한 살갗을 드러낸 그녀는 목각인형처럼 걸었다. 아마 내가 구체관절인형을 만들어도 저것보다는 유연한 동작을 취하겠지.
─출렁!
침대 서스펜션을 흔들며, 그녀는 군인처럼 옆에 앉았다.
쭉 편 등골이며 가지런히 모은 손이며, 내쪽에 차마 눈을 향하지 못하는 것까지. 자기 처지를 다 이해했기에 보이는 긴장감 MAX의 동작이었다.
내 자지까지 쯉쯉거려 놓고서 무척이나 귀여운 리액션이긴 했는데, 이렇게 돌처럼 굳어 있어서야 제대로 뭘 하기도 힘들 것이었다.
“……그, 그나저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티르시는 그런 어색함 때문인지 횡설수설 아무 말이나 주워섬겼다.
“뭐가요?”
“명예 귀족 직위요! 물론 어차피 결과적으로는 저랑 노르드가 한 식구가 될 테지만, 굳이 저한테 귀족 자리를 양보해 주실 것 없지 않았나~ 해서!”
“그야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 티르시한테 도움 받은 것도 많고, 웬 잡놈들이 티르시더러 귀족이 되려고 저랑 결혼했다는 얘기를 지껄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나는 상상만 해도 배가 뒤틀리는 가정에 인상을 찌푸렸다.
“저는 티르시가 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만, 다른 놈들은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소리일랑 하지도 못하게, 아예 귀족 직위를 드린 뒤에 결혼하는 게 낫죠.”
그리고 차마 말하긴 미안하지만, 귀족이 되긴 했지만 따로 가문의 힘은 없는 티르시 아닌가. 아내들 사이에서 신분 차이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지.
우리 가족끼리 있을 때는 신분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그렇게 치면 나랑 티르시, 베로니카는 반신이나 신족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를 수 있으니까.
이런 저런 상담을 해 본 끝에 정한 건데, 새삼 이런 얘기를 다 하다니. 긴장하기는 한 모양이다.
“아니면 설마, 그렇게 저한테 껌뻑 죽는 티를 다 내놓고 이제 와서 시치미라도 떼 보시려고요?”
“그, 그런 게 아니라…… 아.”
티르시의 턱을 집고서 들췄다. 키 차이가 나는 우리가 키스를 하려면 그런 준비가 필요했다. 내 눈에 들어온 티르시의 눈이 긴장감에 떨렸다.
입술을 포개고 혀를 집어넣었다. 등을 끌어안아 도망치지 못하게 하자, 티르시는 내 눈을 들여다 보다가 못 버틴 듯 눈을 꾹 감았다.
“아후읏…♡ 휴우….”
끌어안고 그녀의 타액을 갈취하듯 혀를 굴렸다. 그럴 수록 내 타액도 티르시에게로 흘러들어갔고, 종국에는 서로의 맛이 뒤섞이며 혀끝을 떨게 했다.
…파르르릇♡!
아니, 떨린 것은 혀끝만이 아니었다.
티르시의 두 허벅지가 꽈악 조이며 그녀의 허리께가 불규칙적인 떨림을 보였다. 끌어안고 있었던 덕분에 내게는 그 떨림이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퓻♡
싸구려 물총처럼 실없는 물줄기가 퓨웃 거리며 튀었다. 그 꼴사나울 정도로 짧고 조촐한 분수의 근원은 한껏 오므려진 티르시의 고간이었다.
“……딸꾹.”
티르시는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는 듯 딸국질을 했다. 그녀의 매혹적인 허벅지에 한심하리민치 쪼끄만 액체가 흩뿌려져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뗐다.
“……티르시, 지금 거 혹시?”
“아, 아아아아아니에요!! 절대 키스 좀 했다고, 그런, 그런 거 아니에요오오!!!!”
티르시는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흑역사에 눈물이 고인 눈으로 어쩌지도 못하며 부정했다. 나는 그 현실부정에 그녀의 허벅지를 살짝 훔쳤다.
물이랑 구분조차 안 갈 만큼 점도 낮은 액체는, 하지만 명백하게 음탕한 냄새와 빛깔을 자랑했다. 타액이라기엔 너무 미지근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절정한 직후의 애액이었다.
“……크흠.”
“앗, 아, 아앗, 아…….”
티르시는 기절할 듯한 얼굴로 말조차 되지 않는 신음만 흘렸다.
얼굴에 이르지 않고 온몸이 뜨겁다. 끓는 물에 데친 것처럼 온몸이 새빨간 이상사태였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럴 만한 사태였다.
애무 따위를 해 버리기도 전에 가버리는 것.
사실, 그렇게까지 막 이상하거나 드문 이야기는 아닐 것이었다. 첫 경험에서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가끔 있는 얘기라고 들었다.
조루 증세의 주요 원인도 심리적 문제라잖은가. 여자들도 그런 경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어쨌든.
하지만 키스만으로 가 버리는 건 꽤 독보적인 수준인데.
“히윽, 힉, 히끅, 흐익…!”
티르시는 무슨 아이처럼 내 품에 안겨서, 이제는 수치심과 긴장 모두 한계에 달해서는 과호흡까지 일으켰다. 대체 얼마나 긴장했길래 이러지.
못 살겠군. 나는 고개를 젓고서, 그녀의 허벅지 밑에 손을 넣고 티르시를 침대에 홱 눕혔다.
“햐아아아앗……!!”
이대로 덮쳐지는 줄로만 알았는지 티르시는 썩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윽고 떠듬거리면서 눈을 떴다가, 신랑 옆에서 나란히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멍한 얼굴이 되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우리, 서로 잠깐만 진정합시다. 이러다간 진짜 무슨 일 나겠어요.”
“죄, 죄송해여…… 키스 좀 해줬다고 가 버리는 한심한 여자라서 죄송해여…….”
티르시가 훌쩍거리며 내게 몸을 걸치듯 안겼다.
나는 그 참회하는 듯한 훌쩍임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잇, 시팔!’
그런 다음에는 울컥 하고 화가 났다.
‘사람이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데 자꾸 꼴려 죽게 만들래?’
키스만 해도 자지러지는 티르시를 흥분한 내가 덮치면 초상 치를 것 같아서 일부러 교배 프레스 마려운 것도 참고 있구만, 존나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를 악물고 훌쩍이는 티르시 위로 올라타려는 교배욕구를 억제한 나는, 한숨을 쉬지 않게 주의하면서 말했다. 여기서 숨을 내쉬었다간 100% 티르시가 상처 받을 것이니까.
“괜찮아요, 괜찮아. 제가 티르시 사랑하는 거 다 알죠?”
“우으으, 우으으읏…….”
찔끔찔끔 거리면서 흐르는 눈물이 묘하게 선정적이었다.
큰일 났다. 프랑에게 역 조교를 당해가며 생긴 사디즘이 자꾸 꿈틀대는 느낌인데. 요새 가만히 누워서 봉사만 받았지 직접 덮친 적이 없어서 유독 더 그랬다.
“왜 울고 그래요. 나는 티르시가 먼저 권해줘서 기뻤는데, 오늘은 나한테만 좋은 날인가?”
그녀의 손을 들어서 가볍게 키스했다. 티르시는 울던 것도 잊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나는 그런 얼굴을 보며 손등을 가볍게 핥았다.
“티르시는 성실하니까, 하나하나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긴장하는 거에요. 아니면 기분이 좋아지도록 ‘명령’해 줄까요? 아픈 건 싫죠?”
…절레절레! 슬쩍 웃으며 묻자, 티르시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의외로 단호한 태도여서 살짝 놀랐다.
티르시는 코를 훌쩍이고서 말했다.
“평생 1번 뿐인 아픔이니까…… 노르드가 주는 그대로, 전부 기억할래요.”
그렇게 말하면서 앙탈이라도 부리듯 내 몸에 더 힘껏 안긴다. 다리와 팔이 내 몸을 꼬옥 조이자, 그 허벅지에 갈 데 없는 자지가 스쳐서 등골이 살짝 떨렸다.
“……후우. 미치겠네, 진짜.”
참으려고 하는데, 왜 자꾸 수풀을 헤집어서 뱀 튀어 나오게 하듯 자극하는 것이지.
나는 팬티를 뚫어버리려는 자지의 거친 발기를 느끼고 눈알이 뒤집히고 말았다.
“……티르시. 그럴 거면 말이죠. 먹히기 직전의 토끼처럼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키질 말아야죠.”
“네? ……햐으앗?! 아핫?! 아하, 아하하하하하!!!”
─간질간질!
울컥한 나는 그녀에게 올라타서 옆구리를 잔뜩 간지럽혔다.
순간 놀랬던 티르시는 간지럼에 약한 듯 다리를 바동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매끈매끈한 옆구리의 촉감과 저항하는 티르시의 힘이 부랄에 울려서 꽤 기분 좋았다.
“키스만 해도 퓻 가버리면서 훌쩍이는데, 제가 어떻게 덮치고 박고 그럽니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자기가 권해놓고 이러는 게 어딨습니까! 진짜 확 억지로 덮쳐줘요?! 이렇게?!”
“자, 잠깐, 아하하하핫!! 노르드, 잠깐!! 아하하, 아하하하하핫!!! 제발 잠깐만요!! 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옆구리를 타고 올라간 손은 그녀의 겨드랑이로 향했다. 맨질맨질한 게 발기 자지에 쿠퍼액을 잔뜩 맺히게 하는 음란한 겨드랑이였다.
티르시는 울며 웃으며 팔다리를 마구 저어댔다. 피차 옷이라곤 거의 없는 처지라 그녀의 허벅지가 내 허리를 스치는 감각에 눈앞이 아찔했다.
“티르시, 차렷!! 손 번쩍 들고 꼼짝 마요!!”
“히얏?! 아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핫♡!!”
명령을 사용하자 이러는 중에도 티르시의 팔이 휙 들렸다.
나는 그녀가 최후의 보루처럼 지키려고 들었던 겨드랑이를 훤히 까버리고 마구 간지럽혔다. 내가 갈고 닦은 달인의 무예가 손끝에서 발현된다……!
간질간질간질간질……!!
“아!! 아하아핫!! 아하앗!! 아하하하하! 아하, 아, 아하하하하하아앗!!”
보이지 않는 밧줄에 묶여서 매달린 것처럼 티르시는 몸을 비틀어댔다. 나는 그 겨드랑이부터 옆구리까지를 살살 간지럽히며 무질서하게 왕복했다.
그렇게 화가 풀릴 때까지 실컷 그녀를 간지럽힌 뒤, 나는 손을 뗐다.
“후우, 후우…….”
“헤엑, 헥, 에헤엑…….”
숨을 골랐다. 둘 다 지쳐서 땀투성이였다. 몸의 자유를 되찾은 티르시는 숨을 헐떡이며 눈초리를 매달았다. 울다가 웃다가 화냈다가 바쁘기도 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뚱한 얼굴로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내 자지는 까딱거렸고, 티르시의 보지는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눈치채고, 차마 화를 낼 기력도 없이 피식 웃어버렸다.
“……쓸데없는 힘은 다 빠졌나 보네요.”
“그냥 노르드가 처음부터 힘 빼라고 명령했으면 됐잖아요.”
“그래봤자 삽입하면 바로 돌처럼 굳어버릴 게 뻔한데요 뭘. 제가 명령해도 본인이 진짜로 싫으면 곧바로 풀 수 있으면서.”
“……싫을 건 또 뭐에요, 이 바보.”
어쭈. 이젠 발로 차네. 티르시와 무척 막연해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자, 그녀는 그게 불만이었던 듯 내 가슴을 발로 꾹꾹 밟았다.
“쓰읍, 요 못된 발 같으니. 신랑 가슴을 밟는 게 어딨습니까?”
“흥~ 이네요. 그럼 손으로 만지렵니다~.”
떼를 쓰듯 내 가슴에 손을 얹는 티르시였다.
이 아가씨 좀 보게? 나는 마초이즘으로 가득한 대흉근을 울끈불끈 움직여 주었다. 티르시는 그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가 곧 생글거렸다.
우리는 땀에 젖어서 피부가 닿는 곳이 일체화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증발한 땀에서 호르몬이라도 뿜어져 나왔는지 이성의 고삐가 아슬아슬했다.
눈이 맞자, 입을 열 것도 없이 생각이 전해졌다.
내 손을 감싸는 얄쌍한 손가락이 따듯하다 못해 뜨겁다.
티르시는 새침 떼듯 눈을 피하며 다리를 조심히 벌렸다. 유연하지 못한 듯, 처음 해 보는 듯 무척 버벅대는 동작. 하지만 절대 놓치지 못할 명확한 시그널이었다.
티르시에게 올라탔다. 좀 전에는 옆에만 앉아도 까무라치던 그녀는 이젠 부끄러운 듯 눈을 피하는 정도에 그쳤다.
─톡. 자지가 색소가 옅은 균열에 닿았다.
티르시의 눈동자가 못 버틴 듯 슬쩍 움직였다.
“……새삼 생각하는 거지만, 그게 정말 제 안에 다 들어오나요?”
“전부는 힘들 걸요. 그래도 꽤 들어갑니다.”
“……과연. 저도 몰랐던 제 몸의 음란한 부분을 노르드가 먼저 알아버리는 거군요. 감개가 무량하달까,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
처녀 보지에 삽입되기 직전의 자지를 보면서 할 말로서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연이은 음란 워딩 콤보에 눈이 돌아간 나는 보란 듯이 그 구멍에 귀두를 밀어넣었다가, 문득 말했다.
“그러고 보면, 티르시한테는 아직 못 들었네요.”
뭐를요? 하는 질문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 못지 않게 명석한 티르시다. 말 그대로 일심동체가 되기까지 했으니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도 남았겠지만, 그녀는 우물거리며 말을 않았다.
그러다가 내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못 견딘 듯, 입을 가리면서 이거면 됐냐는 듯, 자기가 태어난 나라의 말로── 귀족다운 어조로 대꾸했다.
〈……사랑하여요, 서방님.〉
〈저도요, 티르시.〉
우리는 실없이 마주 웃으며, 깊숙이 몸을 포갰다.
움찔 떨린 손톱이 내 등을 살짝 긁었다. 따가운 통증이 손톱이 지나간 등짝에 몽글거리며 맺혔을 핏방울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해줬다.
티르시가 흘린 핏방울에 비하면, 값싼 대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