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페르티티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내가 아는 한, 그녀가 저렇게 극명하게 얼굴에 감정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퀴녹스의 언데드 군세를 상대로도 침착함마저 잃지는 않던 그녀인데 말이다.
『굼벵이군요. 바이츠니아에선 흔한 식재죠.』
『뭐 씨발?』
1달만의 키타이 메인디쉬가 정겨웠던 걸까. 내가 경악하건 말건, 마흐잔은 손가락 2개만한 굼벵이 튀김을 젓가락으로 양껏 집어서는 소스에 푹 찍고 입에 던져넣었다.
─우적, 우적!
『이거 딱 알맞게 튀겨졌군요. 주방장 솜씨가 꽤 일품입니다. 어…… 다들 왜 그러십니까?』
경악하는 우리를 본 마흐잔은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듯 했다.
식욕이 살충제라도 맞은 듯 싹 가신 나는 애꿎은 양념된 고기 요리만 줄창 휘저었다.
─정녕 이것이…… 일반적인…… 식재더냐……?
인간의 문화라면 뭐든 호기심이 앞서는 베로니카조차도 손을 떨며 물었다.
눈 굴리기 바쁘던 마흐잔에게서 대답은 없었고, 그건 암묵적인 대답이었다.
─씨발, 천하의 개또라이 새끼들…… 벌레를 왜 처먹어……?
서방국가에서 칭하는 3대 야만족, 얼스터 인의 방계 출신인 다나마저 말을 잃고 말았다.
네페르티티도 젓가락 뒤쪽으로 자기 앞에 굴러다니는 벌레 튀김을 치우려다가 오소소 소름이 돋은 듯 어깨를 떨었다.
그렇게 그녀는 마치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사람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내가 자기를 쳐다보는 걸 눈치챘다.
……덜덜.
덜덜덜덜덜덜덜…!!!
그리곤 갑자기 몸을 떨기 시작하는 네페르티티.
아무 말도, 텔레파시도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행해진 삼단논법을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1. 키타이는 노르드의 고향이다.
2. 키타이 사람들은 벌레 음식을 먹는다.
3. = 노르드는 벌레 음식을 먹는다.
“…………나, 나도…… 먹어, 볼게…….”
네페르티티는 공포에 떨면서 젓가락을 벌레 탕수육으로 뻗었다.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는 갸륵하기 그지 없었지만, 나는 황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아냐, 씨발! 댁이 이걸 먹으면 나도 먹어야 하잖아!
─굳이 먹어보실 것 없습니다. 이런 게 일반적인 요리…… 이기는 한 모양입니다만.
당장 옆 테이블에서도 처먹고 있네. 다들 잘만 먹는구만.
네페르티티는 내가 만류하자 알게 모르게 맘을 놓은 듯 했다. 나도 굳이 내가 아는 사람이 벌레 씹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고.
『……야, 엘프.』
한참 동안 고기 볶음을 뒤지던 내가 말했다.
『이 객잔에서 먹는 밥에서 한 번이라도 벌레가 나오면, 그 시점에서 너랑 우리는 작별이다. 다신 얼굴 볼 생각 하지 마라.』
굼벵이도 처먹는데, 요리하던 음식에 바퀴벌레가 들어가도 ‘육수가 좀 더 깊어졌다 해!’ 하고 그냥 넘어갈지 누가 아는가?
『괘, 괜찮습니다! 식용이랑 해충은 다르죠!』
괜찮긴 좆나 개좆이 괜찮냐, 염병할 쌍놈아.
‘문방구에서 장수풍뎅이 사서 라면에 끓여먹을 새끼…….’
나는 질색팔색을 하며 식욕이 뚝 떨어졌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에 이런 현실이 있다는 말인가?
벌레먹이 흑마법사들을 대충 정리했더니 이제는 벌레를 처먹는 새끼들이 나오네.
나르메르-나일은 그냥 얘네들을 데려가서 ‘사실 흑마법사를 먹고 자란 벌레들이 정력에 좋거든요’ 하고 야부리만 털었어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분명 이 대륙의 기상으로 가득한 놈들이 야생 흑마법사를 전부 사냥해서 그 몸에 자라난 구더기를 뻔데기처럼 해 먹었을 것 같은데.
‘아니다, 시발. 양식하느라고 흑마법사 개체 수만 늘었겠지.’
분명 흑마법사를 밀수입 하다가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말았을 것이다.
프리모르한테 키타이 인이라고 말하지 말 걸. 그 사람 분명 날 장수풍뎅이 처먹는 새끼로 봤을 게 분명하다고!
설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를 좋게 봐 주었던 건가?
─오홍홍! 그 혈수마공이라는 걸로 벌레를 구워 드시나 봐용! 식생활은 존중할게용!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여윽시 재벌 가문 영애는 뭐가 달라도 달라. 그 사람 피를 이어받은 도련님이 있으니까 어르신은 마음 놓고 자연사 하셔도 되겠어.
마흐잔은 그 뒤로도 장장 10분 정도 룬 전음을 써서 ‘황제의 음식에서 벌레가 나온 적이 있다’며, ‘그 이후 주방 청결은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우리를 안심시키려 들었다.
당연히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손도 안 댈 수도 없었다. 눈에 띄니까.
결국 우리는 마흐잔에게 이 요리의 절반 정도를 억지로 ‘식고문’ 시키기로 하고, 남은 음식의 절반 정도를 처리하고자 께작께작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하필 그때였다.
─뚜벅, 뚜벅.
음식의 위생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객잔에 들어와서 우리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는 누군가와, 그 인간이 등장한 순간 갑자기 조용해진 손님들의 말소리를 눈치챘다.
좆 같은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고, 애미가 뒤진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
지구에 살 적부터 변함없던 머피의 법칙이다.
『식사 중에 실례하겠소.』
과연 이세계 중화사상으로도 그 진리만큼은 물들이지 못했는지, 뜬금없이 나타난 엘프는 옆 테이블에서 의자를 끌고 와서 내 옆에 앉았다.
같이 앉으라고 안 했는데.
줘 패버리고 싶네.
『앗! 시, 식사 맛있게 하세요!』
쌩─! 점소이는 얼른 내뺐다. 눈치도 빨라. 그야말로 짬에서 나오는 빤쓰런 바이브다.
‘그래, 니가 뭔 죄냐.’
나는 꽁지가 빠져라 피하는 점소이를 그러려니 하며 쳐다봤다.
존나 어쩔 수 없지. 시비가 안 걸리면 그게 어디 객잔이겠냐. 맨날 싸움과 난장판에 시달릴 무협지 객잔 주인들과 점소이들에게 잠시 묵념이다.
‘그래서 뉘겨? 이 새끼는.’
허락도 안 받고 우리랑 겸석한 새끼는 머리가 치렁치렁한 남자 엘프였는데, 귀가 마흐잔이나 다른 놈들에 비해 좀 짧다.
‘하프 엘프인가.’
그밖에 특이한 점은 변발이 아니란 점 정도일까.
나는 마침 밥맛도 떨어졌겠다, 찐빵이나 뜯으며 말했다.
『확실히 실례기는 하군. 무슨 일이지?』
『나는 이 안도성의 순검장(巡檢將)인데, 입성한 여행객들 중 별안간 기이한 일행이 있다는 보고를 들어서 왔소이다.』
순검장. 오는 길에 마흐잔에게 들은 직업이군.
성주의 권위를 등에 업고 불온분자를 색출하는 일을 맡은 놈들인데, 낡은 풍습이고 악습 취급을 받는 직종이라던가.
나는 대충 일본군 순사나 독재정권 치세 하의 정치경찰 정도로 이해했다.
인간 말종이란 뜻이다. 불온분자가 어쩌고 하는 것만 봐도 그런 느낌이잖아?
‘번거로우니까 되도록 피하는 게 낫다고 했지.’
마흐잔의 엘프 귀나 우리 가짜 신분증을 들켰다가는 바이츠니아를 빠져나갈 때까지 고생 좀 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나는 빵을 입에 털어넣었다.
『명망 높은 분이셨군. 공사가 다망하겠어.』
『알아주니 고맙소. 물론 외지인을 핍박하는 건 대장부의 도리가 아니지.』
하프엘프 순검장은 가학적인 웃음을 띄웠다. 그 긴 머리카락과 잘생긴 얼굴까지 더해지자 섬칫한 느낌밖에 들지 않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시국에 첩자의 위협이란 방치할 수 없는 법 아니오?』
『내가 첩자를 보낼 입장이라면 우리처럼 별난 놈들을 보내진 않을 듯 한데.』
『겉모습으로 의심하는 건 좋은 수단이 아니지. 무고한 자를 잡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난 이 지위에 올라오기까지 각양각색의 엘프 첩자들을 잡아왔소.』
─톡. 순검장은 짧은 엘프귀를 손가락으로 쳤다.
『그들은 정말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신분을 갖고 있더군. 내가 아는 바로, 그들의 유일무이한 공통점은 귀를 숨기는 어떠한 마법이었소.』
어쭈. 알 만큼 알고 왔단 얘기인가. 나는 찐빵만 우물거리다가, 이 빵은 진짜 밀가루 덩어리일 뿐이라는 걸 알고 마지 못해 고기볶음을 집었다.
『첩자가 그만큼 잡혔다면 그 귀쟁이 새끼들도 알아서 대비를 했겠지.』
『그게 놀랍게도 그렇지가 않더군. 이유는 여럿 생각해 볼 수 있소. 이 구분법을 아는 것이 나와 내가 심문한 첩자들 뿐이라는 것과, 일망타진되지 않도록 첩자끼리도 연락망이 없었다는 거지.』
『이해 못할 얘기는 아니군.』
첩자라곤 해도 자기들끼리 얼굴을 알진 못한다.
‘말도 안 될 얘기는 아냐.’
흑인 마약 거래 커뮤니티에서 지들끼리만 자주 연락하는 백인이 있으면 빤스 안에서 경찰 수첩과 도넛, 커피 같은 게 나올 것 같지 않은가.
‘첩자 개개인이 본국이랑 연락하는 정도겠지.’
잘못하면 1명이 입을 연 걸로 우수수 털려나갈 수도 있다.
당장 현실 기반 스파이 영화만 봐도 자주 보이는 장면이고.
『그래서, 우리가 그 첩자라고?』
『아. 그런 뜻은 아니오. 단지…… 만약 죄없는 여행객을 이용해서 자기 의심을 덜어보려는 놈이 있다면, 순검장으로서 색출해 주고 싶은 거지.』
날 빼면 이 새끼의 말을 알아들은 건 마흐잔이 유일했다.
그래서 그는 보란 듯이 눈을 찡그렸는데, 그건 마치 애꿎은 의심을 사는 게 불편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허세였다.
나는 점소이가 두고 간 물컵을 집었다.
『무슨 방법인지 물어보면 영업방해인가?』
『아! 알려줄 수 있고 말고. 곧 통하지 않게 될 것 같거든. 부적 주머니요. 타타르니아의 엘프들은 귀를 감추거나 인상을 희미하게 할 때, 주머니에 부적의 재를 넣더군.』
순검장이 증거품이라며 보여준 건 주머니였다.
『보통 주머니처럼 보이지 않소? 유목민족연합에서는 흔한 장식인데, 그래서 실제로 보기 전까진 더 알아보기 힘들지. 안 그런가?』
『예. 저도 비슷한 걸 목에 걸고 있습니다.』
나는 마흐잔의 호흡이 안색을 조절하고자 깊고 길게 느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걸 벗기고 몇 분 지켜보면 끝이오. 나보다 짧던 귀가 쑥 길어지는 게 장관이더군. 혹시 길어질 수도 있으면 나도 꼭 배우고 싶을 정도였지.』
『그 목걸이란 걸 벗기만 하면 되나?』
『물론이지! 나도 이 이상 시민을 핍박하는 건 원하지 않거든.』
물을 마시다가 베로니카와 눈이 맞았다.
나는 그녀에게 간단한 텔레파시를 보내고, 따듯하게 덥혀진 물을 내려놓았다.
『물이 뜨겁군. 손님 맞이가 잘 된 객잔이야.』
『……뭐라 하셨소?』
순검장이 눈을 반개하고, 마흐잔은 테이블 밑의 주먹을 조용히 움켜쥐었다.
예민한 오감으로 탐지한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난 후끈한 숨을 토해냈다.
『미지근한 물보다는 아궁이에 불을 떼서 덥힌 물이 더 수고가 많이 가지. 그건 손님을 대접하는 마음 씀씀이면서, 주인장의 사람됨을 보여줘.』
『……바이츠니아는 어디든 그렇지 않소?』
맞다. 이쪽 나라의 문화가 다 그런 식이랜다.
나는 픽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우리는 추운 고향과 사뭇 다른 황야를 도보로 건너오느라 목이 많이 칼칼한 참이었거든. 이럴 때는 역시 고향에서 자주 마시던 찬물이 그리워지는 법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물컵에 마나를 흘려넣었다.
쩌저적…! 뜨겁게 덥혀졌던 도자기 잔은 얼음의 마나에 차갑게 식어갔다. 얼음이 맺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순검장은 테이블에 턱을 괴고 눈빛을 싸늘하게 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군.』
『남을 위한 배려도 때에 따라서는 오지랖이 될 수 있다는 뜻이야.』
내가 테이블에 올려둔 손은 하얗게 성에가 끼며 주위의 온도를 살짝 낮추었다.
이 나라 북쪽에 산다는 북방민족── 그러니까, 우리 가족의 신분증 상의 출신이랑 존나 어울리는 냉기의 발현이었다.
『밥 먹는 사람을 붙잡고 의심하는 걸 배려라고 받아들이기엔, 내 속이 좀 좁은 듯 하군.』
나랑 순검장은 눈빛 속에서 속내를 읽으려는 듯 눈싸움을 이어갔다.
나는 그 상태 그대로 마흐잔에게 말했다.
『목걸이 벗어.』
『……예.』
멍청하게 대꾸하지 않고 마흐잔은 부적 목걸이를 벗었다. 그래도 쫄리긴 한 듯 눈을 질끔 감은 게 다소 감점 포인트일까.
순검장은 내가 공격하진 않을까~ 경계하면서도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아니?』
하지만 그렇게 몇 분이 지나도, 마흐잔의 귀는 인간의 모양 그대로였다.
마흐잔은 본인도 당황한 듯 심장이나 숨소리가 이상해졌다가, 곧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가 느끼던 혼란은 오히려 순검장에게 옮겨간 듯 했다.
나는 아예 얼음 덩어리가 된 물에는 눈길도 안 주며 술잔을 기울였다.
『더 볼 일이 남았나?』
『……아니, 이만 되었소. 가 보지.』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의 순검장은 마흐잔을 죽일 듯 쏘아보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미안하군. 친구가 의심받아서 조금 울컥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그릇을 집어서 내밀었다.
무슨 그릇이냐고? 뭐긴 뭐야, 시발. 굼벵이 튀김 빠따죠!
『이 객잔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음식이라더군. 내 사과의 뜻이다. 마음껏 가져가.』
왜?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 진짜 벌레를 씹게 만들어 주고 싶어지잖아?
마흐잔은 맛있게 처먹던데, 혹시 바이츠니아는 ‘벌레 씹은 표정’이라는 말을 행복하게 웃는 낯을 가리킬 때 쓰지 아닐까?
『……한 개만 받아가지.』
아닌가 보군.
오만상을 써 가며 집게 손가락으로 제일 좆만한 튀김을 집어가는 순검장.
새끼, 벌레 맛을 모르는군. 사실 나도 몰라!
순검장은 그렇게 거칠게 객잔을 나갔다.
따분한 얼굴의 다나는 술맛을 음미하며 말했다.
─개자식이 사과 한 마디 없이 가네.
─좆나 생긴 것부터 마음에 안 들긴 했음.
나랑 다나는 얼굴을 마주 보며 피식거렸다.
서두르는 듯 보이지 않으려고 천천히 목걸이를 쓴 마흐잔은 제법 차분해 보이는 연기를 하며 룬 전음을 흘려보냈다.
『……후우. 무고해도 의심을 받으니 식은땀이 다 나는군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질문을 받은 나는 그냥 술잔만 홀짝였다.
애미, 이 동네는 술도 따듯하게 데워놓네. 차갑게 식힌 캔맥주를 성수로 삼는 한국인한테는 너무나 잔인한 나라였다. 따듯한 술이라니 앰창 좆 되네.
대답 없는 나 대신에 베로니카가 말했다.
─내가 네 귀 주변에 마법을 걸었다. 주인님이 냉기를 뿜는 사이에 말이야.
『……아!』
마흐잔은 뒤늦게 이해하고 탄성을 흘렸다.
‘텔레파시라면 몰라도, 외부에 작용하는 마법은 마나가 새어나가지.’
대부분의 경우 그랬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야매 빙백신공을 뿌려대며 어그로를 끌고, 베로니카는 그 마나에 숨어서 룬 마법을 발동했다. 주문 없이 말이다.
─남을 변신시키는 건 어려우니, 그냥 겉모습을 왜곡시킨 것에 불과하다만.
─충분해. 굉장한 마법 솜씨.
싸울 준비를 하던 네페르티티가 어깨에서 힘을 빼며 말했다.
‘순위장이 직접 만져보려고 했으면 내가 잡아서 막았을 거고.’
일부러 오지랖이 어쩌고 하면서 밑밥을 깐 것도 그래서였다.
‘순식간에 떠오른 작전 치고는 나쁘지 않았네.’
역시 사람은 머리를 쓰고 볼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판 그 자체였던 식사 자리였구만.’
조용해진 객잔이 다시 조금씩 소란을 되찾아 갈 때 쯤, 나는 점소이를 불렀다.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잦은 것일까. 싹싹한 꼬마는 겁도 없이 달려왔다.
『네! 주문이시죠? 뭘로 드릴까요?』
『……고기만두 좀 줘. 방에서 먹어도 되지?』
『당연하죠! 아, 이제 질문하셔도 되요.』
쓰벌, 아주 장사가 몸에 익었구만. 웃음이 터진 나는 낄낄대며 물었다.
『방금 그 양반, 이 동네에서 짬 좀 먹었냐?』
『아뇨? 온지 얼마 안 된 걸로 알아요.』
『어디서 온 양반이래? 더럽게 살벌하던데.』
『에이, 손님도 하나도 안 밀리시던데요? 그거, 무슨 무공 같은 거였어요?』
이런 점은 애 답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짝에선 그렇게 부르는가 보더라. 그래서?』
『으음…… 어땠더라……?』
점소이는 깊이 고민하며 자기 턱을 쓰다듬었다. 어른 흉내를 내는 듯한 몸짓이다.
다시금 웃음이 빵 터진 나는 큭큭대면서 마흐잔에게 손을 내밀었다.
『예? 뭐, 뭡니까?』
『아, 거 쓰벌. 이 사람아, 돈 좀 꿔 달라는 게 그렇게 알아듣기 어렵나? 까짓 거 나중에 갚으면 될 거 아녀, 갚으면.』
『아, 아아! 여기 받으십시오!』
마흐잔이 준 주머니에서 바이츠니아 화폐인 듯 보이는 걸 꺼내는 나.
점소이가 여전히 고민이 깊은 듯 보였기에, 2개 더 꺼내서 흔들어 보았다. 점소이는 냉큼 챙기며 자지러지듯이 웃었다.
『이히히! 수도에서 왔대요! 성주님이 모셔왔다던데요?』
『새끼, 악착 같긴. 그렇게 벌어서 어따 쓰냐?』
『좋은 데 시집 가야죠! 평생 점소이로 살 수는 없잖아요?』
『않이 씹, 여자였냐? 존나 못 알아봤다. 미안.』
『히히, 뭘요. 술이나 한 잔 더 드릴까요?』
『침 뱉어오게?』
『……아휴, 당치도 않은 말씀이세요!』
붙임성 좋은 것 보게. 나는 웃으며 동전 3개를 더 꺼냈다.
『고기만두나 새로 찐 걸로 갖다 줘.』
『이얏호! 복 받으실 거에요!!』
여기도 사람이 사는 동네이기는 한 모양이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술을 걸쳤다.
『만두나 포장해서 방부터 잡지.』
제발 이번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