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673화 (672/1,009)

“잠깐 업을게!”

베로니카를 어깨에 매고 달렸다. 몰려오는 어인들과 촉수 어인에게서 벗어났다.

몰려드는 어인들을 네페르티티가 격퇴했다.

“네페르티티! 의회 첨탑까지 올라갑시다!”

“알겠어.”

“Creeeeck!”

촉수 어인이 쫓아왔다. 나는 베로니카가 들을 수 있을 성량으로 빠르게 작전을 설명했다. 내 짧은 설명을 용케 이해한 베로니카가 주문을 외웠다.

화르르르륵─!!

불꽃 마법이 어인들을 불살랐다. 〈공간이동〉이 아닌 것은 당장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첨탑까지는 뛰어서 올라갈 수 있다.’

그러기에 충분한 근력이 있었다.

헤엄치는 어인들보다 빠르게 의회의 첨탑에 올라갔다. 살벌할 정도의 높이는 아니었지만 보통 사람이면 떨어지고 무사하긴 힘들겠지.

베로니카를 내려놓고 브류나크를 휘둘렀다.

─서걱!!

키이잉─!!

불똥이 튀면서 손아귀에 큰 반발이 돌아왔다.

‘첨탑의 중심에도 오리할콘 기둥이 박혀 있군.’

예상하던 결과였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첨탐의 외장을 빠르게 부숴서 베로니카가 딛고 서 있을 공간을 만들었다. 네페르티티가 곁에 있으니까 처녀 알레르기인 베로니카는 힘들겠지만, 참아달라고 할 수밖에.

이 작전의 중심은 그녀였으니까.

쿠르르르르륵…!! 익숙해진 헤엄 소리. 등 뒤로 브류나크를 찔러넣었다.

“그. 창 싫.어.”

씹것이 우리 의붓 딸한테 못하는 말이 없군. 촉수 어인은 바람에 휘날리는 연처럼 피해냈다.

아니, 굳이 비유하자면 연이 아니라 해파리인가.

악마가 반죽한 육편 해파리다.

“내애.륙인. 높은. 곳이좋. 아?”

“바다 밑보다는 낫지.”

잠수 마법 덕분에 동작의 제약은 풀렸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와도 압력은 남아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곧바로 베로니카에게 후퇴를 부탁해야 했을 테니까.

─츠팟!!

어인의 촉수가 뻗었다.

주둥이가 난 게 있고, 가시가 돋은 것, 손가락이 생긴 것도 있다. 쓰벌, 살벌하군.

“남자한테 촉수물이라니 취미 한 번 고상하네! 호모 옥토퍼스라고 불러줄까!”

“내이.름은. 카 터.야.”

“노르드 울프헤딘! 보다시피 학자다!”

시간 차이로 날아오는 촉수 7가닥을 받아치고서 전격을 쏟아냈다. 과연 이번에는 맞았지만 가슴이 희미하게 타들어간 게 고작이다.

공세에 나서지 않고 철저하게 방어에 몰두했다. 저 흐물거리는 움직임은 너무 읽기 힘들다.

해양생물이 아니라 무중력 공간을 누비는 외계인 같다.

콰과과과─!

첨탑을 부수는 촉수를 보법을 밟으면서 피하고 요격했다.

오리할콘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촉수 한 가닥을 잘라내기도 했고, 돌 파편을 대포알처럼 걷어차서 눈알도 터트려 봤다. 데미지로 여기는 듯 보이지도 않는다.

‘오딘의 눈이 안 통한다. 마법이 아냐.’

게다가 무술 비슷한 체계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 룰을 모르는 초보자랑 포커를 두고 있는데, 지면 뒤지는 상황.

냉정을 유지할수록 아드레날린 역시 쏟아진다.

“너.도 신의 힘. 쓰나?”

촉수 어인이 공격 중에 물었다.

신의 힘? 해신 어쩌고 하던 소리의 연장선인가. 나는 이를 드러냈다.

“그러는 너도! 마법도 안 통해, 때려도 안 뒤져! 뉘집 신이 내려주는 가호인지 들어나 보자! 우리 짝눈깔 맞선임보다 낫네!”

“내륙.인들 신을.믿. 지않았.어. 그러.니까천.벌이 내렸.다.”

“말하기 싫으면 됐어, 새꺄!! 어차피 니 뒤지면 기억을 엿볼 거니까!!”

그리 말과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어인들은 공중을 헤엄치며 첨탑까지 몰려들었다.

베로니카가 만든 빛이 흐려졌다. 심해공포증을 앓는 환자가 꿀 법한 악몽 속의 광경 같다.

나름 굉장한 존재들과 만나고, 싸워보기도 했던 나까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다.

촉수 어인이 정신적으로 불쾌감을 일으킨다. 저 놈들은 동물의 본능으로 위기감을 종용한다. 정말 좋은 추억이라고는 생길 기미도 없는 도시였다.

‘그래도 이제 끝이다.’

베로니카가 외우던 주문의 움직임이 멈추고, 이 지척까지 어인들이 헤엄쳐 온 걸 느꼈을 때, 나는 일부러 커다란 기술로 촉수 어인을 높이 띄웠다.

“발동하겠다!”

네페르티티와 나는 동시에 첨탐까지 물러났다. 이미 360도 전체가 구형으로 어인들에게 뒤덮인 상태였고, 〈공간이동〉의 발동은 늦었다.

“Kiiiiiiiiiiiii──!!”

우릴 둘러싼 어인들이 따개비 창을 던졌다.

암무나 호를 버리고 패퇴시켰던 공격이다. 나는 여차할 때를 생각해서 실드를 펼치려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모양이었다.

베로니카의 주문은 늦지 않았으니까.

【별의 누름돌!】

꾸구구구구국…!!

중력 마법이 첨탑 주변의 360도에 작렬했다.

─끼긱! 따개비 창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첨탑의 아래에 꽂혔다. 건물의 철골로 쓰인 오리할콘은 희귀금속의 자존심으로 그 충격을 버텼다.

중력장의 범위는 넓게 뻗어나가며 어인들까지 휩쓸었다.

“Wta?!”

“Waaaaaaat?!”

어인들이 물에 빠진 맥주병들처럼 버둥거렸다. 계속 공격을 가하기는 커녕, 자기들끼리 얽히면서 다리를 휘젓느라 동족끼리 짓밟아댈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베로니카가 마나를 듬뿍 퍼부어준 중력장이 밑으로 작용하고 있으니까.

나는 흉물스럽게 드러난 첨탑의 철골에다 손을 얹었다.

“다리에 족쇄를 매고 헤엄치긴 힘들겠지.”

이 주변은 촉수 어인의 능력으로 해저처럼 부력과 수압이 갖춰졌다.

하지만 외부인의 손으로 추가된 중력에 견디는 건 엄연히 다른 얘기다.

나는 오리할콘 철골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이 금속이 마나를 받아들이는 건 알고 있다. 내 부족한 이해력과 배우단 만 마법실력이라도 범위 증대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바다가 그리우면 니들끼리 돌아가라. 이 애미 뒤진 섬의 지반을 뚫고 말이야.”

나는 오딘의 눈으로 분석한 잠수 마법을 펼쳤다.

부력을 없애고, 수압을 차단하는 결계가 첨탑을 기점으로 발동했다.

헤엄치며 첨탑 근처까지 올라온 어인들은 그때 간신히 자기들이 수영하던 장소가 공기밖에 없는 상공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기댈 곳 없이 중력에게 멱살을 당겨져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Heeeeeeeeeeeeeeeeeeeeer──!!!”

그 결과, 어인들은 그대로 지상까지 내려꽂혔다.

슈우우우욱─!!!

─쿠자자자자작!!!!!!!

단단한 비늘로 옥상 바닥을 뚫은 어인들은 타고 난 내구성에 안심했을까?

하지만 그 안도가 오래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철골로 사용된 오리할콘은 의회 건물에 가득할 거거든.

─으지지지직!! 콰지지지직!!

“Geeeeeec──!!”

“Ihurrrrrrs──!!!”

석류알을 강판에 가는 것 같은 ASMR이었다.

우리를 둘러싼 어인들은 오리할콘 철골에 몸을 꿰뚫리고, 토막나며 바닷바람에 말려지는 생선이 되었다. 살아남은 놈 하나 없이 말이다.

낙하 경험이 많은 나로부터 보건대, 이건 100% 즉사다. 그것도 존나 아픈 즉사.

마나를 대량으로 사용한 베로니카가 가쁜 숨을 토해내며 웃었다.

“후우……! 성공했구나!!”

“암. 정글짐에서 떨어지면 최소 늑골 골절이지.”

손을 털고 중얼거리는 나. 네페르티티도 오러를 끄며 중얼거렸다.

“전멸?”

“아뇨. 한 마리 남았겠죠.”

…쿠작!!

우리 대화에 끼어들듯 촉수 하나가 오리할콘을 뭉개며 벽에 꽂혔다.

─드륵, 드륵! 촉수를 벽에 꽂고 올라온 어인은 피로 범벅이었다.

본인의 피는 아니다. 같이 바닥까지 매다꽂혔던 어인들의 피가 튄 것이었다.

식탐 쌉오지는 주둥이들은 우물거리며 김밥 만들면서 햄 몇 줄 주워먹는 주부처럼 어인의 창자를 씹고 뜯고 맛보며 즐기는 중이었다.

“끝.났어.?”

“말했잖냐. 하나 남았다니까.”

“하.나? 아.니야.”

그 새끼는 대롱거리는 얼굴로 섬뜩하게 웃었다. 눈깔 몇 개가 전투음이 들리는 쪽을 향했다.

“많.이많. 이. 남.았어.”

쿠르르륵─!! 촉수 어인에게서 검은 파도가 또 뿜어졌다.

창끝이 잘게 떨렸다.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자꾸 그렇게 불량식품만 먹는 건 별로 탐탁치 않은데.”

“고기.이. 이이. 이.이!!”

검은 파도를 감고 촉수 어인은 새총 쏘듯 자기 몸을 튕겼다. 나는 오러를 압축하고 앞으로 뛰었다. 파도 속에서 짓무른 안광이 희번뜩거렸다.

어두운 공간에 반월이 피었다.

브류나크르를 크게 휘두른 나는 피로 미끄러운 오리할콘 정글짐에 가뿐하게 착지했다.

…으적!!!

하지만 촉수 어인은 그렇지 못했다. 그 놈은 두 다리를 잃고 오리할콘에 얼굴을 처박았다.

부러진 이빨이 주둥이에서 팝콘처럼 떨어졌다. 촉수 어인이 버둥거리며 촉수로 몸을 일으켰다.

땅에서 움직이는 게 어색한 듯 그렇게 일어나는 동작은 굼뜨기 그지없었다. 그 새끼는 검은 파도, 아니 먹물이 싹 사라진 다리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어째.서?”

“아틀란티스를 움직인 건 너지?”

나는 밑창을 철퍽거리며 철골에서 몸을 돌렸다.

“먹물쟁이한테는 과정만큼 중요한 게 결과거든. 뭘 어떻게 했든 간에, 항해기능의 보안을 파고들 마나를 손에 넣은 모양인데. 그건 실수였어.”

지이잉…! 브류나크의 창끝이 잘게 떨렸다.

“내 창은 나랑 비슷한 마나를 빨아들이거든.”

사실 처음부터 깨달았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브류나크는 내 마나랑 비슷한 마나를 흡수한다.

내 분신이기에 울프헤딘의 권능의 발전형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아틀란티스의 항해 권한은 마나로 판결하는 것 같았고.’

궁지에 몰린 촉수 어인은 신이라는 존재에게 이 섬의 항해기능을 조종할 수 있는 마나를 바랐던 것일까. 결과적으론 악수였지만 말이다.

촉수 어인의 몸을 휘감은 마나를 흡수하면 육체 본연의 방어력만 남는다.

오러까지 감은 브류나크는 감히 맨몸만 가지고 막을 수 있을 만큼 무디지 않고 말이다. 나는 꽤 우스꽝스러운 결말에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덜 신중하게 바로 창부터 꽂았다면 조금 더 빨리 끝났을까?

‘아니, 이 잠수 마법을 광범위로 전개하기 전엔 공격을 맞추기도 어려웠겠지.’

공중을 헤엄치는 어인은 그만큼 잽쌌으니까.

그래도 과정이 뭐가 됐건,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버리고 만 건 촉수 어인 쪽이었다.

우웅…!

브류나크는 실컷 흡수한 마나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희미하게 까딱거리며 다음을 재촉하는 게 순진무구하던 요정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는 그 광경에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아니 그러게, 저거 불량식품이라니까? 이제는 네가 마나를 마시면 그게 나한테까지 흘러들어올 판국인데, 왜 자꾸 저런 것만 좋아하는 거야?”

…우우웅.

“……하아, 그래. 한창 불량식품 같은 걸 좋아할 나이지.”

나도 엄마한테 실컷 혼나 놓고도 문방구에서 100원짜리 불량식품을 그리도 사먹었던가. 하여튼 매번 하는 소리지만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

─철퍽. 탄식을 참고 정글짐 위를 통통 튀었다.

어인들이 죽어나간 의회의 바닥은 군산 피바다 뺨쳤다.

참치가 자기 전재산을 훔쳐갔다고 착각한 싸이코패스가 사시미 칼을 꼬나쥐고 습격한 어시장 같다. 촉수 어인은 엎드려선 그 꼴을 보고 자기 결말을 예상한 듯 몸을 떨었다.

나는 그 놈의 근처까지 다가가서 뇌까렸다.

“아직 많이 남았다며? 벌써 배가 불렀냐?”

…번뜩! 촉수 어인의 눈이 사백안처럼 뜨였다.

꼬이며 뭉친 촉수가 내가 디디고 있던 오리할콘 철골을 두들겼다.

쩌어엉─!! 미스릴만큼 튼튼하지 않은 오리할콘 철골이 뭉개졌다. 자연스럽게 균형을 잃은 나도 붕 떠서 공중으로 미끄러졌다.

“소오오오오오오오오오──!!!”

철골을 잡고 예각으로 몸을 꺾은 촉수 어인이 몸 전체를 커다란 입으로 바꿨다.

잔뼈랑 지느러미가 우둘투둘 솟아난 입이 손도 발도 못 쓰고 추락하는 나를 빠르게 물어챘다.

“ᚱ(Raidō).”

─턱!!

정확하게는 내가 있던 공간을 말이다.

공간회피로 그 놈의 주둥이를 투과했다. 그리고 마법을 해제하면서 그 뒤통수에 발을 디뎠다. 두 손으로 브류나크를 쥐고 높이 들었다.

“미안한데, 난 잔뼈 많은 생선 싫어해.”

─푹!!

촉수 어인의 척추에 브류나크가 꽂혔다.

흡수한 마나를 전부 번개로 바꾼다. 오래도 써 먹은 술식. 〈번개의 화살〉에서 성질을 변화하는 과정을 추출해서 개조한 마법.

전격은 마나를 무력화당한 어인의 내장을 전부 태우며 천둥을 일으켰다.

─꽈릉!!!!!!

마른 하늘의 벼락이 의회의 철골을 불태우고서, 비린내나는 피를 증발시켰다.

나는 90년대 출신 사이어인의 종특을 살려 떨어지는 중간에 철골 하나를 붙잡고 추락을 면했다. 이 정도로는 화약이랑 비비탄 따발총이 합법이던 90년대 잼민이한텐 위험도 아니지.

휘잉…. 불타며 오그라든 촉수 어인이 피바다로 떨어져내렸다. 나는 눈을 반개했다.

“굿바이, 레이 펜버.”

기껏 항구도시에 취직했는데, 당분간 물고기는 꼴도 보기 싫겠구만.

시장에 나가서 먹방도 해 주고 해야 지지율이 더 높아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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