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687화 (686/1,009)

***

카에디는 멍하니 아틀란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가 정말로 섬입니까? 아무리 봐도 그저 내륙에서 뻗은 육지로 보입니다만……〉

〈육지에서 이렇게 비린내가 나지는 않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의 동료 외교관은 인상을 쓰고 싶은 걸 참는 듯 했다.

이야기를 듣기로, 최소 수백 년 정도는 바다에 가라앉아 있었다던가.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게 진짜면 비린내가 날 만 해.’

거북하긴 하지만 타협해야 할 부분이다.

숙박할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몇 달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시간을 벌게 둔다? 그랬다간 가장 곤란한 건 각국의 사절단이었다.

〈울프헤딘 경의 주도 하에 정리 중에 있으나, 아직 작업의 진행도는 중반 정도라고 합니다.〉

신분이 높아 보이는 기사는 천천히 걸으며 설명했다.

〈사절단 분들이 묵을 수 있도록 정리한 건물 몇 채가 있으니, 그쪽으로 안내를── 음.〉

멈춰서서 팔을 드는 기사.

무슨 동작인가 하던 이들은 곧 그의 팔에 앉는 새를 보고 이해했다. 카에디는 그 새로부터 어떤 마나를 느끼고 사역마라는 사실까지 눈치챘다.

왕실의 기사답게 마법을 다룰 줄 아는 걸까? 그 기사는 잠시 중얼거리다가 곤혹스럽게 돌아섰다.

〈죄송합니다. 일정에 변경이 생겼습니다.〉

〈……준비가 미흡한 건 저희 잘못이 크니 어쩔 수 없으나, 어떤 문제인지는 물어도 되겠소?〉

조금 날이 선 외무대신의 말.

외교관답게 정당하면서 무시하기도 힘든 지적이었을 텐데, 기사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만 저었다.

〈동방의 국가, 바이츠니아의 황족께서 내방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외교관들은 입을 다물었다.

본 적도 없는 나라의 이름도 모르는 황족이다. 하지만 신분이 깡패인 세상 아닌가? 외교를 맡은 일국의 대변인들이 황족의 내방에 뭐라고 따질 순 없었다.

그렇기에 고르갈리아의 외교관들은 예측불허의 사태에도 냉정하게 이번 내방의 이유를 추측했다.

‘바이츠니아가 황족을 보냈다? 무슨 명목으로?’

‘울프헤딘 백작이 키타이 출신이라곤 들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아틀란티스 사태와 무관할 리 없어.’

외무대신은 고생을 이해한다는 듯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띄웠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사전에 통보가 있지는 않으셨던 모양이오?〉

〈브리타니아와 교류가 있던 국가가 아니므로. 사절단의 일부가 사신으로서 수도에 향했다는 소식입니다. 단지, 제 9황녀님은 이리로 오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렇구려. 우리는 어떻게 해 드리면 되겠소?〉

〈도착하신 뒤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황녀님께서 오실 때까지만요.〉

기사는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듯 웃으며 그들을 이끌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반월 모양의 도시의 어느 구획은 항구 바로 근처였다.

퉁─! 캉─!

퉁─! 캉─!

“오, 오오. 무척…… 놀라운 광경이오.”

외무대신이 아부 반 진심 반으로 탄성을 흘렸다.

골렘들이 자재를 옮기며, 처음 보는 금속을 땅 주변에 심고 있었다. 무참하게 파괴된 거주 구획을 정리하는 것일까.

외교관들은 놀라려는 표정을 참아냈다. 골렘을 지휘하는 이들─휴스로이트의 영지민인 듯 했다─ 외의 노동자는 전부 골렘이었기 때문이다.

‘5, 10, 15…… 보이는 골렘만 마흔 체를 넘어?’

‘기초 투자 비용이 비싸긴 하지만, 노동자로서는 골렘이 인간보다 낫다지.’

‘마나를 쓸 줄 아는 인간을 장기 고용하는 건 꽤 부담이 크니까.’

‘하지만 복잡한 노동이 가능한 지능의 골렘을 이 숫자로 운용하다니……’

대놓고 대화를 나눌 순 없었지만 생각하는 것은 대동소이했다.

듀나미스 공방의 확장세가 예상 이상이었다. 저 골렘들이 병사로 운용될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는 인물은 외교관으로서 실격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들은 최대한 빨리 냉정을 되찾았다.

‘아니, 괜찮다. 숫자는 적어.’

‘전쟁은 질과 양이다. 골렘은 달인 급의 전사가 될 수 없지.’

지휘관. 실력 있는 마법사들. 강력한 선봉장.

보충이 가능한 병사. 원활한 보급.

그런 중대한 요소가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것까지 갖춰버리면 공국이 부럽지 않겠지만……’

카에디는 침을 삼켰다.

공작이란 직위는 브리타니아의 역사에서도 얼마 없었다. 공작이란 ‘또 하나의 왕’ 수준으로 강대한 권세를 갖춘 귀족에게나 어울리는 칭호였기에.

하지만 귀족이 된지도 얼마 안 된 젊은 백작으로부터 그 가능성이 보인다는 건 기억해 둬야만 할 사태였다.

엘리자베트 공주가 이유 없이 울프헤딘 백작을 지지해주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재야의 인재를 찾아낸다는 점에서는 공주가 아비보다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드래곤의 알을 발견해버린 듯한 기분에 전율하던 때였다.

〈혹시 케르비엘 외무대신이십니까?〉

〈음? 아니, 신시아 박사 아니오!〉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온 인물을 외무대신이 확 밝아진 얼굴로 맞이했다.

업무 중에는 보기 힘든 상관의 잇몸 미소였다. 카에디는 그 웃음에서 인물에 대한 신뢰를 엿보고 잠깐 놀랐다가, 금방 납득했다.

웃으며 상관과 악수하는 인물은 그만큼 유명인이었으니까.

〈어쩌다 보니 지금은 학회장입니다. 교수직도 거절했건만, 돌고 돌아서 책임만 무거워졌죠.〉

남성스러운 복장을 차려입은 말쑥한 여성이다. 엄정한 눈매와 옷무새가 딱 외무대신이 좋게 볼 법한, 규칙에 깐깐할 듯한 인물이었다.

아셰라드 신시아.

고고학계에서도 각국 중진의 자문이나 학자들의 진급에까지 관여할 만큼 청렴하고, 결벽적이기로 유명한 학자였다.

〈하하. 신시아 박사답군. 어디 보자, 마레스의 오르왈리아 유적 자문 때 이후인가? 그러면 거의 5년만이군. 만나서 반갑네.〉

〈예. 너무 일찍 왔다가 좀이 쑤셔서 힘듭니다. 이렇게나 멋진 유적지에서, 그것도 유적 안에 묵으면서 연구를 할 수 없어서야.〉

아셰라드가 농담을 건네자 외무대신이 되물었다.

〈유적에서 묵고 있다니? 아틀란티스의 건물을 정리해서 말인가?〉

〈오늘까지는 그랬습니다. 도착이 빨랐던 사절단들도 거처를 만들어준다는 소식에 여관에서 이리 집결하고 있던 차였죠.〉

거처를 만들어준다?

외무대신이 의아해하자 아셰라드는 미동도 없이 말했다.

〈여러분들을 마지막으로 방문을 알린 사절단은 전원 도착했어요. 울프헤딘 백작께서 인사하시러 올 거라는 소식인데, 같이 기다리시겠습니까?〉

〈그리 하지. 듣기로는 바이츠니아의 황녀님도 방문하셨다더군.〉

〈……바이츠니아의 황녀님이? 아니, 그 얘기도 기다려보면 알겠죠.〉

기다리면 답이 나올 문제는 재촉하지 않는다.

학자답다면 학자다운 면모였다.

─저벅, 저벅.

때마침 그들이 있는 곳으로 인파가 모여들었다.

서방에서는 꽤 낯선 외모를 한 사람들 중에서 몇 명만 눈에 띄었다. 가장 이질적인 것은 외모로는 다른 이들과 비슷하면서 브리타니아 귀족의 옷을 입은 사내였다.

〈모여들 계셨군요.〉

울프헤딘 백작은 차분하게 말하며 나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아틀란티스를 발견한 노르드 울프헤딘입니다.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뵐 수 있는 행운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말투는 감정적이지도 매정하지 않았다.

울프헤딘 백작은 간략하게 인사를 나누고서 공사장을 가리켰다.

〈서서 기다리시는 각국의 귀빈들 앞에서 말이 길어지는 건 저희 나라의 예의가 아니죠. 우선은 기존에 말씀드린대로 거처를 준비하겠습니다.〉

〈이제부터 건물을 세우시려는 겁니까?〉

인파 중의 누군가가 질문했다.

무례하지는 않은 말투였지만, 표정은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아셰라드의 안색이 빠르게 굳는 걸 보면 아마 고고학자일 듯 했다.

언동을 고려하면 그 학자의 신분도 귀족일까.

울프헤딘 백작은 어깨를 으쓱했다.

〈예. 지금부터 지어볼까 합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군요. 저희 영지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텐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그게 무슨……〉

학자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를 끊어서가 아니었다.

그 학자 자신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입을 쩍 벌렸기 때문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륵─!!

아틀란티스의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발생했다.

불타오르는 듯한 마법진이었다. 사절단의 호위는 마나가 피어오르는 장소를 찾아냈다가, 근처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법사들을 발견했다.

‘뿔?’

아셰라드가 그들의 머리에 자라난 뿔을 보고, 이 영지에 오기 전에 들었던 어느 설명을 떠올렸을 때.

그들의 대표로 보이는 여인이 주문을 마쳤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서 미스릴 반지가 빛났다.

불꽃 마법의 위력을 현격하게 드높이는 반지다. 엘프의 보물고에서 얻은 마나의 결정체를 반지에 녹여서 매직 아이템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마나부여기술이 있기에 비로소 만들 수 있었던 반지는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증발하라(ᛖᚹᚨᛈᛟᚱᚨᛏᛖ).】

베로니카의 지휘에 마법진이 회전한다.

웅웅웅─!! 공사구역에 꽂아둔 오리할콘 기둥이 공명했다.

쏴아아아아아─.

흰 소금 알갱이가 하늘로 치솟는 광경은 아름답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땅에서 눈이 거꾸로 내리는 듯 했다.

─3번 술식 담당, 집중해. 마나 흐트러진다.

후드를 쓴 다나와 그녀의 어머니 시로나가 토지 정화 마법을 보조했다.

아틀란티스에 스며든 물의 마나와 소금기.

그게 불의 마나와 결합하고 치솟으며 소멸하고 있었다. 토양을 개선하는 에린의 마법을 아틀란티스의 환경에 맞게 개선한 마법이었다.

흔히 알려진 마법사 길드의 마법과는 전혀 다른 마법체계.

그렇기에 마법에 조예가 깊은 이들은 핏발이 선 눈으로 마법진을 눈에 담으려고 애썼다.

족히 수백 년은 바다 밑에서 오염됐을 토양이다.

그게 고작 의식 한 번에 되살아나다니? 얼마나 많은 마나를 가지고, 어떤 마법을 써야 저런 짓이 가능할까. 쉽게 예측하지 못할 일이었다.

〈토질 개선이 끝났으니 건물을 세우겠습니다.〉

팔에 건틀릿을 낀 백작이 씨앗 같은 것을 몇 개 던졌다. 건축자재로 잘 쓰이는 나무의 씨였다.

〈잠시 물러나 주십시오. 위험할 수도 있어서.〉

〈아, 알겠습니다.〉

그가 가리킨 곳에 있던 게르마니아의 사절단은 얼떨떨하게 물러났다.

〈건물은 각국마다 1채씩만 건설하겠습니다.〉

울프헤딘 백작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며 손을 까딱했다. 씨앗이 놀라운 속도로 발아하면서 단단한 고목으로 자라났다.

거기까지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열매를 맺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잠시 나무를 길러내는 건 마법으로도 대충 가능한 일이니까.

우드드득…! 빠직! 빠직!

하지만 그렇게 성장하는 나무가 건물 모양으로 성장하는 건 가능한가?

설계도를 한 손에 들고, 순식간에 목조건물 몇 척을 세워버리는 건?

결과 자체는 별 것 없을지 몰랐다.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빠르게 했을 뿐이니까.

단지 마법으로 저걸 해내려면 난이도가 장난이 아닐 뿐이었다. 현대 마법으로는 롱소드로 자수를 놓는 것처럼 어려운 기적 아닌가.

현대 마법과 전혀 다른 체계의 마법이나 고대문명의 유물이 틀림 없었다.

나라의 대표로 온 이들이었기에,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 유물의 가치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았다.

“다 됐다. 프랑, 땅 좀 갈아줄래?”

“응.”

그녀는 우아한 드레스에 안 어울리는 나이프를 던지고 마법을 발동했다.

─쿠릉! 골렘이 정리한 땅이 다진 것처럼 단단한 바위로 변했다.

기어이 도로의 정비까지 끝낸 것이었다.

【괴, 굉장해요! 정말로 건물을 세워버리다니!】

넋을 놓은 사람들 중에서 고함을 친 것은 바이츠니아 사절단의 대표였다. 순수한 경탄으로 프랑과 노르드를 보던 황녀는 사람들의 시선에 황급하게 입을 가렸다.

울프헤딘 백작은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보듯이 웃었다.

〈유물을 사용한 〈시뮬레이션 시티(Simulation Stiy)〉라는 마법입니다. 간단한 목조저택 정도는 만들 수 있죠. 반영구적으로 유지될 겁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보이는 것처럼 편리한 마법은 아니었다.

‘쉬불…… 현실 심시티 존나 빡세네.’

요정왕의 완드를 사용한 건물 건설.

식물을 자라게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모양을 조종하는 게 꽤 어려웠다.

노르드가 룬 마법으로 마나를 변화시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물질의 변신에 적성을 타고 나지 않았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구역 외부에는 토지의 소금기도 남아 있으니 해충 등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비린내는…… 바로 해결하긴 어렵군요.〉

〈……아닙니다. 이 정도로 충분하지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뻔한 카에디는 그 말에 참았던 호흡을 내쉬었다.

고고학회의 사절단의 대표인 아셰라드가 차분한 태도로 긍정하고 있었다.

〈고고학회의 대표인 아셰라드 신시아 박사라고 합니다. 백작의 능력을 의심하는 듯한 언사를 한 점, 부디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아뇨. 설명이 부족한 제 잘못입니다.〉

노르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셰라드는 그 대답에 허리를 숙이고 나서 질문했다.

〈혹시 그 유물이라는 것은 고대 니다벨리르의 【지맥의 고리】입니까? 구 덴기르 여황제 중기의 기술(記述)에 유사한 기록이 있었지요.〉

〈역시 박식하시군요. 용도로서는 비슷하죠. 흠. 연원을 따져보면 같은 곳으로 도달할지 모르지만, 저는 요정의 보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요정의 보물? 그럼 알프헤임의……?〉

〈선선대 게르마니아 문명의 모반은 저 역시도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대전쟁 전후의 얼마 없는 기록이니 말입니다. 단지, 이것은 유적의 발토품이 아니라 친구로부터의 선물이라──〉

그 대화를 듣던 카에디는 눈을 끔뻑거렸다.

백작의 학위가 고고학자라는 건 알았지만, 아셰라드와 대화하는 데 막힘이 없을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노르드는 그렇게 학회장을 상대하다가, 아직도 입을 벌리고 있는 사절단을 깨닫고 얘기를 마무리하고자 손을 저었다.

〈자체적으로 재현할 수 없는 물건이란 점만은 확인했습니다만, 신뢰할 수 있는 학자가 드물어서 말입니다. 연원의 조사는 어렵겠습니다.〉

〈……예. 합리적인 생각이십니다.〉

마음이 통한 부분이 있는지 아셰라드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기술발전, 역사연구, 개인의 영달. 고고학자의 목표의식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꿈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기가 몹시 어렵죠.〉

〈뛰어난 자들일수록 통감하는 사실이라던가요. 혼자 모든 걸 해낼 수는 없으니, 자신과 함께해 줄 사람을 찾을 수밖에요. 심로가 많으시겠습니다.〉

감상적인 말로 이야기를 끝낸 그가 사절단에게 말했다.

〈가구는 수배해둔 것들이 있습니다. 실현하기 어려운 요청이 아니면 어느 정도 들어드리겠으니 부디 저희 부역자들과 상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가 손짓하자 피부가 까무잡잡한 인부들이 인사했다.

〈듀나미스 공방 나르메르 나일 지부의 인원과 인근 영지의 인부들입니다. 그럼 내일 있을 회담 때 뵙죠. 오늘 하루 편히 쉬시기를.〉

그렇게만 말하고 얘기할 틈도 주지 않고 물러나버리는 노르드였다.

각국의 사절단들은 한 발 늦게 그가 처음부터 저럴 생각으로 왔다는 걸 깨달았지만, 미처 그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놀란 마음을 추슬렀을 때는, 노르드가 벌써 이 자리를 떠난 뒤였으니까.

〈……다들, 짐을 풀지. 부디 이 나라의 침대가 푹신하면 좋겠군.〉

〈……예.〉

외무대신의 말에 고르갈리아의 외교관들은 흐느적거리며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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