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스!
문관의 얼굴에서 벌레의 외골격이 벗겨졌다.
마치 허물을 벗거나 가면이 벗겨지는 것 같다. 만져야 하는 것도 솔직히 좀 역한데, 치료할 때도 이 지랄이네. 좆 같은 동양 파브르 씹새끼.
『그, 그 저주를 치료하신 겁니까?!』
『맙소사……. 오늘은 놀라다 기절하지 않기도 벅차겠군.』
가슴을 쓸어내리는 황군들에게 손짓했다. 놀랄 시간도 아깝다는 게 본심이다. 사절단을 제압하고 내려간 곳에서 아내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왔네.”
앉아서 기다리던 다나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빨리도 상황이 터졌네. 기회를 잡자마자 덤빈 걸 보면 과감한 상대야.”
“그래도 차라리 첫날에 터진 게 나았네요! 사실 매일 밤마다 침대에 대타를 눕혀두고 여기 모이는 건 좀 귀찮다고 생각하던 차였거든요☆!”
분위기를 풀려는 듯 농담하는 라리루라였다. 내 얼굴에 실없는 웃음이 떠오르려고 할 때, 목줄을 쥐고 구석에서 낑낑대던 티르시가 소리쳤다.
“노르드! 죄송한데 이 애 변신 좀 풀어주세요!”
티르시가 제지하고 있던 건 그녀와 똑같이 생긴 대타였다. 네 발로 기면서 코를 킁킁대던 티르시 MK.2가 목줄을 당겨지자 비명을 질렀다.
“꾸익! 꿀꿀!”
“내 목소리랑 얼굴로 꿀꿀대지 마아─!”
쓴웃음을 지은 나는 아까랑 같은 요령으로 클론 티르시의 변신을 해제시켰다.
“꿀!”
투다다다─!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새끼 돼지는 목줄을 풀어주자 식량창고 쪽으로 달려갔다. 티르시는 진땀을 뺐다는 듯─체력이 아니라 기분 문제일까─ 땀을 닦으며 말했다.
“……꼭 저렇게 돼지를 변신시켜야 했나요?”
“아델라이데가 달리 방법이 없다길래.”
나는 멋쩍어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는 바이츠니아 사절단이 저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영지 방향을 발퀴리에에게 경계시키고, 또 밤마다 각자의 침대에 대타를 넣어두기로 했었다.
그런데 스스로 분신을 만들 수 있는 건 나 뿐.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변신 마법을 걸어줄 수가 있는 아델라이데가 아내들마다 맞춤 분신을 제작해줬던 것이었다.
“효과는 있었잖아요? 제 방을 훔쳐보고 나서야 적들이 프랑이랑 유이링을 공격하러 들었으니까.”
단지, 문제가 있다면 흙 골렘이나 발퀴리에, 꼭두각시 같은 대타가 없던 티르시만 새끼 돼지를 한 마리 얻어와서 분신으로 만들어야 했을 뿐이다.
전투력을 고려해서 혼자만 자기 방에서 잠자던 네페르티티가 말했다.
“……아틀란티스에는 바이콘들이 가 줬어.”
“좋습니다. 저희 측 전력을 보면 변수를 몇 개 고려해도 문제는 없겠죠.”
아내들은 안전하다. 저택의 제압도 대충 끝났다.
이젠 사태를 종식시키고자 움직일 때였다.
【……울프헤딘 백작님.】
우리 대화를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그때까지 무언가를 생각하던 유이링이 나를 호출했다.
【도움을 받고 여쭐 질문은 아니지만…… 혹시,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나요?】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눈치를 챌까.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며 미리 답안을 예상해둔 듯한 대처다.
그래도 우리가 그녀를 미끼로 썼다고 오해하는 건 곤란했다. 당신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실토하는 것도 딱히 좋지 않을 거고.
나는 그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단언했다.
【그 대답을 포함한 설명과 사정청취는 제 아내들이 도와드릴 겁니다. 저희를 믿어주십시오.】
【아뇨. 의심하진 않아요. 탓할 생각도 없고요. 잘못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희들에게 있겠죠…….】
유이링은 오해하지 말라는 듯 머리를 낮췄다.
이 1시간 사이에 본 충격적인 광경이 몇이던가. 그녀는 지푸라기를 붙잡는 것처럼 날 바라보았다.
【방법은…… 있으신 거죠?】
【예. 그걸 위해서 여기로 모인 겁니다.】
유이링은 대답하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정말 진심으로 안도한 것처럼 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 한숨에서 신뢰를 느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고 반하시면 곤란합니다? 저희 프랑의 여동생을 건드릴 순 없잖아요?】
【……후후, 농담은. 저 아직 열여섯이에요?】
앗, 글쿠만.
미성년자에게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나는 대화의 물꼬를 되돌렸다.
“장즈췬의 위치는 파악됐어?”
“주인님이 만들어둔 곳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땅굴을 파서 도주한 흔적도 없으니, 안에 있겠지.”
그러면 됐다. 나는 가죽 갑옷을 여미며 말했다.
“가자. 그 자식 면상도 한 번 봐 둬야지.”
***
끼이이익─!
유이링과 황군 콤비를 청문하고, 우리는 바이츠니아 사절단이 묵도록 마련해 뒀던 건물의 정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발퀴리에들이 다나의 곁을 따랐다. 다른 사람도 전부 무장하고 언제든 공격과 방어로 전환할 전투태세였다. 나도 브류나크를 어깨에 걸쳤다.
불이 전부 꺼졌기에 건물 안은 굉장히 어두웠다.
요정왕의 완드로 세운 건물은 중앙계단과 넓은 홀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설계 당시부터 안에서 싸우게 될 때를 염두해서 그렇게 세웠었다.
하지만 내가 지은 건물인데도 을씨년한 한기가 목덜미를 스친다.
결코 내 착각만은 아닐 것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하지.】
중앙 홀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계단의 중간쯤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장즈췬이 말문을 연 것이었다.
【기탄없이, 무척이나 놀라고 있다. 급박하게 짠 작전이긴 했지만 이렇게 손도 발도 못 쓰고 완봉당해본 건 처음이야. 간촐하게나마 찬사를 보내지.】
짝짝짝짝….
메마른 박수를 친 그가 허리를 일으켰다. 짙은 녹색 안광이 썩은 늪처럼 점멸했다. 벌레를 먹은 놈들이 자폭할 때마다 봤던 마나의 광채였다.
【하지만 날 궁지에 몰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쿠궁!!
장즈췬이 발을 내딛자 계단 전체가 삐걱댔다. 돌 계단이 아니라서 그렇다기엔 무게감이 남달랐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체중이 무거워진 것일까.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몬스터를 아나? 요정도 좋은 예시지. 체구와 마나량은 비례하지 않고, 그 점은 곤충형 몬스터도 다르지 않아.】
뚜둑, 뚜둑…! 그림자에 녹아든 남자의 호리호리한 덩치가 부풀어올랐다.
【17체. 엄선하고 엄선해서 내 몸에 심은 공생 고독(蠱毒)의 숫자다.】
오딘의 눈을 켰다. 마법은 아닌지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장즈췬의 몸에서 들끓는 마나는 달인의 기감을 바늘처럼 찔렀다.
【그 17마리가 전부 내 혈관이며 기맥이고, 두뇌이며 심장이지.】
날렵한 곤충형의 몬스터가 된 장즈췬이 계단을 부수면서 도약했다. 대벌레처럼 얇은 갑각과 까리하게 생긴 머리가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의 간지를 풍겼다.
내 감으로 짐작해서, 누에처럼 장츠쥔의 몸에서 마나를 뿜어내는 벌레들은 낮게 쳐줘도 플래티넘 클래스의 몬스터를 넘는 마나량을 가진 듯 했다.
그걸 17배의 마나를 인간의 지혜로 다룬다면?
단순한 양으로 따지자면 우리 파티랑 비교해도 1, 2위를 다툴 정도의 마나다.
오러를 쓰지 못했을 때의 내가 미스릴 클래스의 전사를 마나빨로 때려죽였던 걸 생각하자. 게다가 몬스터의 강함은 인간처럼 쉽게 구분할 수 없다.
오러보다 날카로운 손톱이나 야수회귀보다 질긴 갑각도 존재한다.
대량의 마나와 그걸 견디는 몬스터의 신체기관!
그것만 손에 넣으면 일류 전사와 마법사도 전혀 부러울 게 없었다. 도망치지 못했어도 우리와 붙어볼 마음을 먹을 만한 강함을 갖췄을 것이니까.
“후…….”
하지만 나는 맹독이 맺힌 장즈췬의 신체기관을 답안지를 엿보며 고난이도 문제를 푸는 기분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별로 잘못된 비유도 아니었고.
【잔꾀 부리길 정말 좋아하는군. 캡틴 빨갱이.】
【……뭐라고?】
【뒤에서 수작 부리길 좋아하는 놈이 염병이나 당당하게 싸우려 들겠다.】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19세 미만 청소년에겐 술/담배를 팔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편의점 알바생처럼 따분하게 대답했다.
【우릴 속이려면 밑밥을 더 잘 깔던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준비했어야지.】
─탕!! 번개처럼 진각을 밟으면서 건물 창틀에 올라탔다.
시선을 허공에 고정했다.
오딘의 눈이 장즈췬의 정수리에서 뻗은 심념을 비춰줬다. 투명한 기체 같은 게 건물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벌레가 아니면 무색무취하게 느껴질 기체는 규칙성을 가지고 모스 부호처럼 파장을 만들어냈다.
【페로몬으로 변화시킨 마나라.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군.】
나는 구신의 마나를 룬의 마나로 바꾸었다.
상황에 맞춰서, 가장 적절한 룬을 손에 넣는다.
이러려고 일부러 남겨둔 마나 아닌가. 나는 긴 시간 훈련해야 하는 룬 마법의 숙련도를 냅다 끌어올리며 손등에 습득한 문자를 새겼다.
“ᛃ(Jēra).”
수확, 순환, 결실과 조화를 의미하는 룬이었다.
치트 레벨링으로 습득한 룬으론 참된 뜻을 바로 깨달을 수 없다. 예전에 싸웠던 오우거처럼 마나를 흡수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안 된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수확하려는 건 마나가 아니니까.
나는 룬을 새긴 손으로 허공을 크게 휘저었다.
─턱! 장즈췬의 몸에서 자라난 심념이 손바닥에 붙잡혔다.
잡았다. 나는 의식해서 얼굴에 비웃음을 띄웠다.
【미쳤다고 끽 하면 자폭하는 벌레를 자기 몸에 심을까.】
계획을 짜는 건 상당히 고도의 두뇌활동이다.
그러니 발안자의 지능과 성격, 취향과 인간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정보 우위로 압도한 이 수싸움.
적장의 인격을 상상하는 건 존나게 쉬웠다.
【벌레 정도는 광신도답게 삼켰을 수 있겠는데, 니가 어디 황녀의 부하를 연기하거나 적이랑 직접 싸우려 들 성격이냐? 벌레로 대타출동하면 그만인 걸.】
심계가 깊고 속임수를 선호하는 책략가.
허술한 작전만을 믿고 덤벼드는 척 가장하면서 가장 치명적인 독니를 상대의 눈 밖으로 빼돌리는 간교한 야바위꾼.
그게 내가 느낀 충왕대군의 성격이었다.
‘2번 3번씩 배배 꼬아서 함정을 파두는 새끼야.’
그런 씹새가 대놓고 왕녀에게 조언하고, 얼굴을 비추며 사절단을 대표해서 나서는 자리를 맡았다? 위험하기만 하고 이득 볼 각이 전혀 없는 자리를?
나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과 만난 후부터 줄곧 유이링과 사절단을 힐끔거리면서 누가 진짜인지 고민했다.
변신 마법을 쓴 상태로 숨어 있거나 하는 놈이 있다면, 거의 100% 그 씹새가 충왕대군의 본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놈은 없었지.’
전부 맨얼굴이고, 몸에 벌레를 심어진 피해자들.
오고 가면서 생포까지 한 그들은 후보에서 자동 탈락된다.
그러면 추리의 귀결은 귀납법에 맡길 수밖에.
베이커가의 탐정은 말했다. 불가능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진실이라고.
【네 본체는 사절단의 배에서 내린 적도 없지?】
그게 이유였다.
내가 이렇게 빙빙 돌아가는 짓거리를 한 이유.
‘충왕대군은 숨어서 벌레를 조종하고 있다.’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줄곧 숨을 죽인 채.
함정을 파고 먹이가 걸리길 기다리는 곤충처럼 말이다.
【솔직히 나도 반신반의였지만, 니가 니 정체를 숨기겠다고 애써준 덕분에 대충 감이 잡혔다. 협력해줘서 뒤지게 고맙네 그래.】
꽈악…!
충왕대군의 심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움켜쥐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심념.
이걸 따라간 곳에 적의 본체가 있을 것이었다.
【곧 만나러 가마. 다과라도 준비하고 있어라.】
【……이 쓰레기 놈이!!】
병신처럼 다 들키고 나서야 눈치챈 충왕대군은 격노하며 심념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헛된 발버둥이었다. 나는 끊어진 심념을 억지로 붙잡았다.
─피이잉!!
룬의 힘이 기체에 불과한 페로몬을 밧줄처럼 긴 끈으로 굳어버렸다.
이 페로몬은 마법적인 의미에서 장츠쥔과 충왕대군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다. 개념적인 파워를 다루는 룬 마법은 이런 응용법도 있었다.
【어딜 가 씹새야.】
나는 사납게 웃었다. 놓칠 생각은 좆도 없었다.
심념을 놓쳐도 찾을 방법은 있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낭비될 게 뻔하잖은가?
“Kueeaaaaaaaaaaaccc──!!!”
─쿵쿵쾅쾅!!
파일럿을 잃고 이성이 없는 몬스터가 되어버린 장즈췬은 미친듯이 날뛰었다.
충왕대군의 심념을 전선 감듯이 팔에다가 둘둘 말았다. 프랑이 점프해서 내 곁에 앉았다. 프랑은 나랑 같이 가면서 적의 탐색을 맡아줘야 했다.
“다들 미안! 우리 대신 저 친구 좀 제압해주라!”
그래서 나는 다른 일행에게 사과하며 부탁했다.
아내들에게 적을, 그리고 내 등을 맡기는 것!
예전 같으면 절대 못할 얘기였겠는데, 그녀들을 믿고자 결심한 지금은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저만한 벌레가 우리 집 주변을 돌아다닌다니, 솔직히 소름돋잖아? 잡아서 적당히 끈끈이 같은 데 던져놓고 기절시켜 버려.”
“으엑. 생포해야 해요? 전 벌레 싫은데……”
라리루라는 징그러운 장즈췬의 꼴을 보면서 진심으로 질색했다. 예전에 비슷한 이계의 벌레들이랑 싸워본 적도 있으면서 엄살 부리긴.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 놈도 일단 피해자잖아.”
착한 놈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마냥 죽여버리긴 좀 그렇단 말이지.
“잡아만 두면 나중에 내가 고쳐놓을게. 다행히 영구적인 변이 마법은 아닌가 보니까 어떻게든 돼.”
“아아, 참. 노르드는 그런 능력도 있었죠.”
완드를 겨누며 이해하는 티르시.
짐승으로 영락한 자를 구원하는 울프헤딘의 힘.
아까 실증해 보였던 것처럼, 그거라면 변해버린 피해자들도 구할 수 있다.
물론 이 권능도 오우거나 트롤, 고블린들 같은 변이의 마나─내 쥬지가 길어진 거랑 같은 세포의 변화를 일으키는 마나─에는 무용지물이긴 하다.
그런 건 트롤 킹 호르샤가 인간이 됐을 때처럼 전혀 다른 의식이 필요하니까.
‘변이 마법이 울프헤딘의 권능에 해제된다면 내 쥬지드라도 한참 전에 원래 크기로 돌아왔겠지.’
그리고 만약 모습을 바꿔놔도 몬스터들은 자기 원래 자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무의미한 짓이었다. 사람을 먹잇감으로 보는 식인종이 늘어날 뿐. 나라고 뱀으로 변신했을 때 암컷 뱀한테 꼴리진 않잖은가?
동물과 인간의 선을 긋는 건 수의사의 소양이다.
몬스터는 짐승이었다. 그것도 유해동물.
나는 식인 원숭이를 인간으로 개조하면서 이건 선행이라고 지껄이는 미친 과학자가 아니다. 그러다가 어어 하는 사이에 이세계 혹성탈출 찍을라.
‘어쨌든 벌레로 인한 변신은 풀 수 있었잖아?’
나한테 생물을 본래 외형으로 돌려놓는 권능이 있다는 게 다시금 입증된 거다.
외형과 관련없는 저주는 근원을 찾아내서 부숴야 하긴 했는데, 아무튼 곤충이 된 사람은 원상복귀 시키는 건 누워서 떡먹기였다. 내 비위가 상할 뿐.
그리고 이 부분이 내가 아틀란티스의 소유권에 관해서 준비한 설득문구의 주된 증거인데──
뭐, 이 얘기는 나중에나 가능할 논의인가.
─짜악!! 네페르티티가 채찍을 바닥에 내려쳤다.
“……묶어두고 나서 따라갈게.”
“이 멤버로 마법사 한 명 제압 못 하면 신족의 수치 아니겠느냐.”
불꽃이 타오르는 지팡이를 겨누는 베로니카도 별 것 아니라는 듯 웃었다.
“믿을게. 몸조심들 하고!”
나는 걱정을 떨치고 프랑을 끌어안았다.
커다란 가슴이 거짓말인 것처럼 가벼웠다. 드워프가 이래도 돼? 진짜 우리 프랑은 뼛속이 텅텅 빈 게 확실하다니까.
퉁─! 창틀을 박차고 바깥으로 뛰었다.
바람이 상쾌하게 몰아쳤다. 나는 프랑을 한팔로 안으며 외쳤다.
“길 안내 잘 부탁해, 프랑!!”
“평소랑은 역할이 정반대네! 원래 나는 노르를 따라가는 쪽인데!”
프랑은 기쁘다는 듯 웃고, 내 목에 손을 감으며 탐지마법을 전개했다.
─톡. 바닥에 착지한 나는 충격을 전부 무릎의 탄력으로 흡수했다. 수풀을 가르고 영지의 풍성한 나무를 밟으면서 닌자 대쉬.
아틀란티스까지 3분이면 충분하다. 프랑은 나를 끌어안고 물었다.
“그래서, 노르! 어떤 생명반응을 찾아야 해?!”
“바이콘.”
─꽈악! 나는 충왕대군의 심념을 당기며 뛰었다.
“모습을 바꾸고 숨어 있는 바이콘을 찾아 줘.”
신대의 저주를 풀었을 때, 내 해주에 분노하던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