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일어나는 모습은 원자로가 터져나가는 광경 같았다.
쾅! 콰곽! 콰각! 퉁…!!
콰과과과과과곽─!!!
선박의 바닥이 이쑤시개처럼 튕겨나갔다. 몸에 안 맞는 옷의 단추가 터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선박이 육신에 메워지면서 압력에 툭툭 터져나가면서 폭발적으로 부푸는 모습이라니? 멘토스를 넣은 콜라가 이러하랴 싶은 변형속도였다.
콰과과과과─!!!!
섬찟한 보라색 스파크와 물 밀듯 치솟는 육편!
나는 탑을 기어오르듯 마법과 보법을 전개하며 좆 빠져라 달렸다. 브류나크를 팔찌로 돌려놓고, 두 손 두 팔을 최대한 써서 갑판에 도착.
“노르! 밑에서 뭔가 엄청난 게── 꺗?!”
“미안! 내려가서 얘기하자!”
중간에 아직 덜 빠져나간 프랑을 낚아채듯 안고 대쉬했다.
─쾅!!!!!
선박 밖으로 번지점프하듯 점프했을 때, 굵직한 팔이 배를 부수고 튀어나왔다.
쿵!!! 우지지지직…!!!
무덤에서 기어나오는 언데드를 방불케 하는 필사적인 움직임!
그 괴수는 알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아니면 저 밑의 심연에서 기어 올라오는 악마처럼 상반신을 일으켰다. 해변에 산맥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괴수가 포효했다.
「Oooooooooooooooooooooooo…….」
별의 바다를 등진 크리쳐가 드높게 울부짖었다.
그 포효는 격렬하지도, 우렁차지도 않았기에 더 장엄하고 오싹했다. 등에 흐른 식은땀이 싹 식어버렸다. 나는 오만상을 쓰며 혀를 찼다.
“행크 핌, 당신이 옳았어.”
니미 좆 같은 거근거인주의.
앰뒤 이세계인들은 고대문명 시즌의 대전쟁에서 아무 것도 깨달은 게 없는 게 틀림없다. 역시 그 고대문명을 좆망낸 전쟁도 1번 쯤 더 했어야 해.
그러면 대전쟁 같은 미지근한 타이틀 말고 1차, 2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며 정신 좀 차렸을 거다. 모 저명한 네크로맨서도 2번째는 1번째와 3번째를 부른다고 하셨잖은가.
‘쯧.’
그딴 말도 안 되고 천벌받을 개소리를 생각하고 있을 만큼 빡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치밀어오르는 욕설을 참고 냉철한 지성을 유지했다.
“노르. 저 몬스터, 점점 강해지고 있어.”
프랑이 몬스터의 주의를 끌까 무서운 듯 속삭이듯이 말했다.
“불순물 투성이인 쇳물 같은 기척이, 맥박이 한 번 뛸 때마다 점점 안정되면서 커지는 것 같은…… 무서우리만치 섬뜩한 느낌이야.”
그렇게 말하는 프랑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적지 않은 난적들과 싸워본 우리 프랑조차 이렇다니? 충왕대군이 자신의 몸을 제물로 소환한 대괴수가 상식적이지 못할 만큼 강한 존재라는 뜻일까.
‘강해지고 있다기보단, 원래 힘을 되찾아가는 중인가.’
나는 눈을 반개했다. 주변 상황에 아랑곳 않고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 괴수는 개를 본 적이 없는 몬스터가 뼈다귀 붓으로 그린 지상화 같았다.
갑옷 같은 외피에 둘러싸인 이족보행 괴수.
마치 야만신화의 악신이 인간세상에 재림한 듯 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존나 염병할 상황이었지만 나는 잼민이 강북호 시절부터 배웠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활용했다. 관점을 달리 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점점 강해지는 적? 그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약한 상태라는 거지.’
억지스럽게 현계한 직후 아닌가.
자다 깬 사람 패는 것만큼 편한 일이 또 있나? 커다란 적이라고 쫄 건 없다. 좀비이기는 했어도 드래곤이랑도 붙어본 나다.
그 드래곤을 해치운 건 내가 아니라 티르시였긴 한데, 뭐 암튼.
피잉─!!
마나를 펼쳤다. 최대한 약하게. 그러면서 강하게.
궤변도 모순도 아니다. 같은 1겹이어도 철판과 종잇장은 다르다. 굳건한 결계를 세우면서 흘러나간 마나가 적에게 경계받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만 하면 충분하다.
듀나미스 공방의 기틀을 세우면서 질리게 만진 금속판.
그 경험이 손가락에서 재현된다.
부웅…!
결계를 펼치고 태극권처럼 팔을 돌렸다. 얼음의 마나와 불꽃의 마나가 회전했다. 공회전처럼 헛돈 건 첫 바퀴 때에 한한다. 열쇠를 끼우듯 회전력이 맞물렸다.
마나가 강렬하게 회전하면서 자연상태의 마나를 끌어당겼다.
엄청나게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사전준비였지만 괴수는 나를 일변도 하지 않았다. 결계가 방음을 해 주는 것처럼 마나의 유출을 막아낸 것이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못 느낀다.’
층간소음도 방음이 완벽하면 눈치 못 채기 마련!
마나를 느끼는 감각이 존나게 날카로워도 정작 그 마나가 새어나가지 못하는데 뭘 어떻게 눈치깔 것인가? 수르스트뢰밍도 통 속의 청어일 때는 아무 냄새 안 나거든.
“……니미럴!”
빠지직…!!
물론 진짜 쉽기만 한 일이었으면 너도 나도 다 이렇게 선빵 기습 마법을 써댔겠지. 이 짓은 마나량과 조작능력이 뒤지게 높아야 가능한 기예였다.
예열도 오래 걸리고 가성비도 좋지 않은 마법. 오직 은밀성 하나만 보고 이 짓이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소모하는 짓.
키이이잉─!!!
하지만 나는 해냈다.
막대한 전류가 안정되며 마법의 권역이 폭풍의 핵처럼 고요해졌다. 그 적막에 어울리지 않게 마나는 미친듯이 용트림을 쳤다.
파지직…!!
“절대천공영역.”
결계 밖으로 넘친 번개의 마나를 느끼고 괴수가 이쪽을 돌아보는 것보다 빨리, 나는 골프채를 풀 스윙하듯 브류나크를 올려쳤다.
“──묠니르 싼다!!!!”
─꽈릉!!!!!
천둥은 짧고 강렬했다. 90도의 직각으로 후려친 번개의 철퇴가 괴수의 복부부터 뇌강까지 뚫었다.
「Ooooooooooooooooooooo──!!!!」
파츠즈즈즈즈즈─!!!
내 술식이 강렬한 뇌전에 방향을 설정했다.
빠져나갈 구석 없이 머리까지 들어간 스파크는 갈 곳을 찾아 헤매다가 U턴했다. 괴수의 몸 속을 헤매는 길치처럼 배-머리-가슴-배-다리의 순서로 전국 순회공연을 벌인 것이었다.
감전사고는 접지상태가 아닐 때 제일 위험하다.
전류가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흐르기 때문이다. 나는 마나를 퍼부어서 절대천공영역의 전류를─내 원펀치 스킬 중에 가장 강력한 화력을─ 괴수의 몸 안에 투사시켰다.
단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게 있었다.
「Nuuuuuoooooooooooooo──!!」
─쿵!!!!!
괴수는 반 각성 상태에서도 충왕대군보다 훨씬 맷집이 뛰어났다는 사실이다. 물에 젖은 손가락을 콘센트에 꽂은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괴수가 내 쪽에 팔을 휘둘렀다.
낭창낭창하게 휘는 팔이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내 앞을 메웠다.
피하기엔 너무 늦은 타이밍!
“──우리 째로 날려버려, 〈백토인형〉!!”
큰 부상을 각오하고 방어하려는 나를 예상보다 빠른 충격이 두들겼다.
잠깐이나마 트럭에 치인 줄 알았다. 위력이 꽤 컸던 걸까? 눈치챘을 때 내 몸은 거의 대포에 넣고 쏜 것처럼 하늘로 날아오른 뒤였다.
빠르게 굴린 눈으로 무슨 일인지 파악하는 나.
프랑이 해변가의 모래를 골렘의 팔로 만들어서 그녀와 나를 후려갈긴 것이었다.
─펑!!!!
힘 조절을 할 틈도 없었기에 아픔도 있었는데, 그런 불만은 모래 골렘의 팔을 후려갈기는 괴수의 공격력을 보고 싹 들어갔다.
〈백토인형〉의 팔은 싸다구 한 방에 가루가 나 버렸다. 산탄총을 갈긴 것처럼 흩뿌려진 모래알이 해변가에 군사 어뢰 실험장처럼 물기둥을 세웠다.
“미안해, 노르! 마법 계속 써 줘!”
나를 구해낸 프랑이 날 낚아채고 해변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흔히 말하는 공주님 안기였다. 꼴마초 강북호는 꼬추가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가오도 다 내버리고 뇌격마법의 볼트를 유지했다.
【노르드 님을 도와라──!!】
【제 1사단, 3사단!! 사모님을 지켜!!】
그때였다. 도시에서 비행 마법으로 날아온 바이콘들이 공중에 만다라를 펼쳤다.
【노르드 님의 뇌격을 괴물의 체내에 가둔다!!】
【멍청하게 구는 놈은 끝나고 죽을 줄 알아!!】
【땅은 찢어지고, 하늘은 갈라지리라(Jörð skal rifna ok upphiminn)!!】
ᛈ(Perth)의 룬이 내 전격을 괴수의 몸에 가둬버렸다. 나는 오딘의 눈으로 그걸 이해하자마자 컨트롤을 방치했다. 고삐는 한 사람이 쥐는 게 낫다.
바이콘들은 3인 1조로 공격, 방어, 회피를 맡고 쉴새없이 추가 주문을 외웠다.
【거룩하신 천공신께서 대지의 고행으로 빛나는 열매를 맺으니(Ger byÞ gumena hiht, ðonne God læteþ, halig heofones cyning)!!】
【빈자와 부자를 막론하고 수확의 계절은 생명의 기쁨이로다(hrusan syllan beorhte bleda beornum ond ðearfum)!!】
콰르르르─!
ᛃ(Jēra)의 만다라가 괴수에게 각인된 스파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순환시켰다. 내 마법을 단발형 공격이 아니라 지속 데미지 디버프로 바꿔낸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칭찬해줄 시간도 없이 외쳤다.
【더 물러나!! 거긴 아직 공격범위야!!】
몸을 추스를 틈도 없이 외쳤다. 괴수의 공격이 반 박자 빠르다. 바이콘들이 어쩌기도 전에 핵 쉘터를 맨손으로 끄집어낼 것 같은 펀치가 꽂혔다.
휘잉─!
그리고 그것보다 아주 잠깐 일찍, 바이콘들이랑 함께 왔던 누군가가 도약했다.
“올해는 경악스러운 체험이 많은 날이군!”
카치이잉─!! 그의 검에 땅의 마나가 결합했다. 오러가 크기를 부풀리며 수십 미터로 늘어났지만 달인급 검사는 아무렇지 않게 휘둘렀다.
부웅─ 콰아앙!!!
오러 블레이드가 괴수의 대가리를 후려갈겼다.
공격하려다가 선빵을 맞은 괴수는 비틀거리면서 나자빠졌다. 바다에 넘어진 괴수 때문에 모래사장까지 파도가 몰아칠 정도였다.
투과과과과광─!!!
그러는 중에 빗나간 공격이 아틀란티스의 건물을 수수깡처럼 갈아버리자, 거기에 맞을 뻔 했던 바이콘들은 기겁을 하며 몸을 피해냈다.
휘익─ 척!
바이콘의 부유하는 바위들─사람을 태우고 날기 위한 것─에 올라탄 전사는 욱씬거리는 팔을 누르면서 혀를 찼다.
“명계, 여신, 언데드 흑마법사에 이어서 이번엔 왕성보다 큰 몬스터인가. 어떻게 공주와 결혼하기 전보다 더 괴물들만 만나는 건지.”
인생무상이라는 듯 투덜대는 사내. 그가 누군지 알아본 나는 팔을 휘둘렀다
“길다트, 너 이 씨발 새끼!! 존나 잘했어!!”
“됐고, 상황 설명부터 해라!!”
당연히 그래야지, 쓰벌! 나는 괴수를 가리켰다.
“괴수! 적! 급소는 없고 강함은 마스터 클래스 수준! 더 강해지기 전에 몸의 절반 이상을 없애버리던가 뿔뿔이 찢어놓지 않으면 다 뒤질 거 같다!”
“듣기만 해도 최악이군! 키아라 콜리도는!”
“나도 몰라요 씨발!!”
애초에 그 인간이 와도 빠른 승리를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괴수의 부피가 너무 커.’
내 숟가락이 다스베이더 경의 라이트세이버보다 쎄도, 티스푼 갖고 소를 도축할 수는 없기 마련!
내 짐작으로 키아라는 모험가에 어울리는 도적+전사의 달인이지, 저런 괴물을 순식간에 소멸시킬 타입은 아니다.
그런 건 마스터 클래스의 마법사가 필요하다.
천하에 내로라 하는 달인이라도 특기나 상성은 있으니까.
“에르제!! 포박 부탁한다!!”
“밤샘은 피부의 적인데!”
길다트에 요청에 농담으로 대답한 엘리자베트가 정령을 불렀다. 모래사장과 바다라는 필드의 이점을 살려서, 얼음이며 바위의 사슬이 괴수의 몸을 묶었다.
「OooooooooOOoooo──!!!」
“당겨라─!!”
아틀란티스의 사태를 눈치채고 달려온 브리타니아 왕실기사단이 괴수의 사슬을 잡아당겼다. 길다트도 땅의 마나를 다루는 무술로 체중을 늘리고 사슬 하나를 도맡았다.
‘아직 부족해.’
나는 그렇게 숫자의 이점으로 괴수를 억류하는 걸 보면서 고찰했다.
바이콘들도 전격을 유지하고, 또 새로운 마법을 퍼붓고는 있다.
그래도 이제는 괴수가 강해지는 속도에 데미지가 따라잡지 못한다.
프랑처럼 적의 기척을 읽는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닌 나조차 그걸 알아챌 정도로 토벌 진행속도가 좋지 못했던 것이다.
몸이 욱씬거렸다. 강력하고 복잡한 마법을 쓰자마자 공격에서 피하려고 얻어맞은 탓일까? 살짝 근육경련이라도 난 것처럼 뱃속이 둔중하다.
마나 운용이 잘못되서 꼬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 몸보다 전황에 주목했다.
‘그래도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눈이 찢어져라 괴수의 상처를 살폈다.
크기만큼 터프한 괴물이지만 공격하는 측에도 몇 개인가 우세한 부분이 있다.
강렬한 전류가 쉴새없이 몸을 지지며 약체화를 유도하고 있는 점이 첫째.
아직 약할 때 먹인 데미지를 수복하지 못하고, 엘리자베트 부부와 호위들을 떨쳐내기 버거워하고 있다는 점이 둘째.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셋째는, 길다트의 검에 맞았을 때의 반응이다.
‘데미지만 따지면 길다트의 공격보다 내 마법이 더 컸어.’
자화자찬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렇다.
전사와 마법사를 비교하면 같은 수준이어도 마법사의 화력이 더 높으니까.
그런데 내 전류를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괴수가 칼질 한 방에 넘어지다니?
반응의 차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상성 차이다. 마법의 데미지보다 물리 타격이 더 효과적인 거야.’
나는 괴수가 얻어맞는 순간 육체의 부분부분이 크게 요동치는 걸 놓치지 않았다.
괴수의 힘과 별개로, 제물인 충왕대군의 육체는 변신 마법이라는 실로 꿰매놓은 누더기 걸레다.
물론 그 새끼가 내 손에 뒤져버린 지금은 변신 마법과 관련이 없어지긴 했다. 내 권능도 유효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변함없이 밸런스가 곱창난 육체란 점은 마찬가지.’
그래서 순수한 타격이 약점이 된 것이다.
물리적인 공격. 오직 그것만이 저 육체를 쉽고 빠르게 무너트릴 수 있다.
마치 상처의 실밥을 터트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저만한 덩치를 대체 뭘로?’
나랑 길다트에 네페르티티까지 불러서 각 잡고 패도 답이 안 나온다.
위력은 어쨌든 애미없는 부피 차이의 문제였다. 마법을 빼놓고 물리적인 공격으로 저만한 괴수를 따끈따끈한 가래떡이 되도록 패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 판타지 이세계에서도 그런 방법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없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1초가 아까운 나머지 뇌가 터지도록 고민하고 있자, 내 시야에 갑자기 검은 머리카락이 아른거렸다.
“프랑?”
“아, 으, 응! 괜찮아?! 혹시 다친 건 아니지?! 좀 전부터 갑자기 말이 없어져서……”
걱정스러워 하며 조심스럽게 내 몸을 살펴주는 프랑.
내가 그리 오래 입을 다물진 않았을 텐데. 마나통이 꼬여서 배를 잡고 아가리를 싸물어서 걱정을 끼친 모양이었다.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런 프랑의 겉옷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나이프를 발견했을 때.
‘……잠만. 기다려 봐.’
내 엘리트 대갈통에 아이디어가 하나 솟아났다.
배를 움켜쥔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일어섰다.
“……프랑. 마법 한 번만 크게 써줄 수 있어?”
“노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괴수를 바라보던 프랑이 나를 부축했다.
고민을 거치지 않은 듯한 즉답이었지만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은 듯 했다. 그거면 됐다. 신뢰할 수 있는 아내가 있다는 것이 내가 타고난 최고의 행운 아니던가.
나는 프랑의 마나 잔량과 모래사장── 그리고 주머니 속의 메달과 아틀란티스의 해체되어 가고 있는 건축물을 돌아보았다.
이길 방법이 보였다.
프랑의 마법 실력으로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부족한 부분 정도는 내가 보조해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게 올바른 부부관계일 터였다.
나는 훌드폴크의 옥새를 꺼내며 뇌까렸다.
“마스터 클래스가 다 뭐냐. 내겐 돈이 있다.”
기회의 땅 아메리카의 히어로 가로사대.
대대로 존나게 많은 돈은 초능력의 일종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