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698화 (697/1,009)

─꾸깃!

내 손 안에서 인공 미스릴 메달이 구겨졌다.

〈아공간〉 마법이 걸린 아이템을 부수고, 내가 가진 마법분석력으로 폭주시켰다. 공간 마법에는 조예가 없는 나도 폭주하는 마법에 방향성을 주는 건 가능하다.

“마법총 발사!!”

머릿속에서 낡은 BGM을 재생하며 메달을 투척.

빠지직…!

─퓨퓨퓨퓨퓽!!!

일그러진 공간의 연결고리는 폭주하면서 내부의 아공간에서 은색의 금속을 무수히 발사했다. 하늘 위에서 추락한 미스릴들이 둔중하게 모래사장으로 떨어졌다.

내가 저축하는 기분으로 만든 미스릴들이었다.

‘그래도 이것 갖고는 뼈대가 후달려.’

조금 더 모은다. 팔을 벌리며 번개를 불러냈다.

─파지직!

전류가 자성(磁性)을 만들며 저 뒤쪽, 숙소 주변 건축자재들과 연결됐다.

오리할콘. 아틀란티스의 건축물에 쓰인 희귀금속.

이 오리할콘은 미스릴보다 희귀한 소재였다. 레이더나 마나 발전기에도 사용할 만큼 마나의 공명에 효과적인 물질!

“흡!”

나는 너무 희귀한 나머지 알아보는 사람도 적은 오리할콘을 자력의 밧줄로 묶고, 존나 힘껏 당겼다. 골렘들이 해체하던 건축자재들이 떠올랐다.

“내가 매그니토다, 씨발럼아!!”

어차피 끌어당길 거 한 대 갈기기나 하자! 당긴 오리할콘 철골을 괴수의 몸통에 갈겼다. 촉수 어인 때도 그렇고 존나 뽕 뽑네.

쿵쾅쿵쿵쿵─!!

「Uuuuuuuuuuuu……!!」

괴수는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감전이 계속되면서 사슬에 묶인 상태였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물리적 타격이었기에 상성 딜이 들어간 것도 있고.

“뒤져라 씹련아!! 노 모어 몬스터!!”

붕붕붕─!!! 자기장의 인척력에 팔 힘을 실어서 철골을 발사했다.

꽈앙─!!!

건축자재용 철근을 뭉쳐서 거의 모닝 스타처럼 휘둘렀다. 전류가 튀면서 자력의 형태를 보여주는 게 존나 간지났다. 그냥 패는 것보다 효과적이기도 했고.

그래도 이걸론 영 아니다. 시간 끌기일 뿐! 나는 팔을 휘저으며 외쳤다.

“프랑, 아직이야?! 저 새끼 걍 처맞으면서 잠 깰 때까지 존버하려는 것 같아!”

“조금만! 곧 있으면 끝나!”

프랑의 손짓에 맞춰서 나이프가 부유했다.

골렘의 코어이기도 한 투척 나이프가 원무를 추며 행성의 헤일로처럼 회전했다. 〈꼭두극〉 마법으로 띄우고 있는 것이다.

─깡깡깡!! 나이프가 총알처럼 날아갔다.

괴수의 몸에? 아니다. 나이프가 자석처럼 붙은 곳은 내가 끌어당긴 오리할콘이나 미스릴이었다.

“있는 힘껏 힘낼게! 실패하면 도와줘!”

프랑은 나더러 믿는다며 소리치고서 마법을 발동했다.

사락─.

쿠구구구구구…!!!

모래사장 전체가 물결처럼 요동쳤다.

이 주변은 사절단이 머물기 편하도록 소금기를 정화한 장소였다. 다시 말하자면 아무도 오고 가지 않은 눈밭처럼 무구한 토지다, 이 말이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가 그곳을 인도로 착각하고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인디언으로 취급했듯, 주인 없는 땅은 먼저 선점하는 자가 임자!

나는 모래사장을 위시한 토지 일대가 프랑에게 지배되는 걸 확인하고 양손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존버 각을 재던 괴수가 징그럽게 큰 눈을 희번뜩 떴다.

「OOOoooooooooo!!!!」

“놈이 저항한다!! 버텨!!”

“끄으으으으윽……!!!”

절대천공영역을 알아본 걸까. 괴수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뒤지게 큰 새끼가 자기 몸을 포박한 사슬을 끊을 기세로 날뛰기 시작하자 기사단과 길다트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그 촉박한 상황에 등을 떠밀리지 않도록, 그러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마법을 자아냈다. 다시 방대한 전류가 내 손바닥에 피어났다.

하지만 이건 공격용이 아니다. 더 이상 전류를 추가해봤자, 바이콘들의 마법을 벗어나서 사슬과 연결된 우리 편이나 감전시키고 말겠지.

그러니까 이 전류의 용도는, 오직 용접이었다.

“역시 의대 말고 기술을 배워야 했는데!”

빼액 거리며 소리친 나는 전류를 내려쳤다. 피뢰침에 이끌리듯 미스릴과 오리할콘에 뇌격이 내려꽂히면서, 그 강성한 금속을 녹이고 말랑하게 했다.

괴수는 우리의 목적을 눈치채지는 못했어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았다.

「──AAaaaaa.」

─부릅! 괴수가 엘리자베트를 노려보았다. 괴수의 안구에 방대한 마나가 모였다. 구속 마법의 축인 그녀를 배제할 생각인 것이다.

“기사 씩이나 되서 공주 한 명 못 지킬까!”

길다트가 사슬을 놓고 매직 아이템을 발동했다. 정령을 유지하기 바쁘던 엘리자베트는 그 마법에 당겨지듯 이동하고, 괴수의 눈깔 빔이 지면을 강타했다.

쿵…!!!!

눈깔 빔은 팔 공격만 못했지만 원거리 공격이란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었다. 못해도 정령의 사슬을 흐트러트리는 데는 충분했을 것이다. 괴수의 팔이 사슬을 끊어냈다.

쨍그랑─!!!!

괴수는 사슬을 끊자마자 뒤도 안 보고 우리에게 달려왔다.

별 수 있나. 엘리자베트가 저 눈깔 빔에 맞아도 구속이 풀리는 건 마찬가지다.

쿵쾅쾅콰과과과─!!!

모래사장을 갈아엎듯이 진격하는 괴수.

꼬리가 땅을 두들기며 균형을 잡을 때마다 무슨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다. 보폭이 뒤지게 큰 만큼 속도도 빨랐다. 산책하듯 걸어도 아틀란티스를 한 바퀴 도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하겠지.

「OOOOooooooooooo──!!」

그렇기에 눈 깜짝할 사이에 육박한 괴수의 팔이 내가 있는 곳을 두들겼다.

폭발음이 너무 강렬해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미스릴 클래스인 내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타격.

하지만 괴수의 손은 나와 프랑을 으깨지 못했다.

「──Ooo?」

대신, 모래사장에서 불쑥 솟아난 팔을 완전하게 꺾어버렸을 뿐.

파삭….

사람 같으면 평생 못 쓸 만큼 부러진 팔.

하지만 모래사장에서 자라난 갑옷 같은 팔뚝은 모래를 흘리며 재생했다.

사실 재생이라고 하는 것도 우습다. 인간형은 어디까지나 형태의 일환이다. 이 인형은 모래일 때도, 점토일 때도, 바위일 때도, 그리고 미스릴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마법.

그녀의 상상력과 적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골렘 창조식. 〈백토인형〉이었다.

나는 어퍼컷을 갈기며 고함쳤다.

“저 새끼 아랫턱이 텅 비었다!!”

“응!!”

프랑이 내 동작을 따라하듯 펀치를 날렸다.

둥─! 모래사장에서 2번째 팔이 튀어나왔다.

마나를 품은 강철은 크기만큼 무거운 중량으로 괴수의 턱주가리를 후려쳤다.

까아앙─!!!

「Naaaaaaaaaassss──!!!」

괴수의 누더기 같은 육체의 접합부가 피를 뿜어냈다.

백토인형의 움직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와 프랑을 어깨에 태우고, 완연한 인간 형태를 갖추며 일어서는 골렘. 그건 두꺼운 갑옷을 두른 맨주먹 전사의 형상이었다.

괴수는 비틀거리다가 꼬리로 체중을 견디면서 그 갑작스러운 등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은 혼란과 당황으로 가득했다. 마치 우리 부부가 평생 자기가 남을 올려다 본 적이 없었던 괴수에게 컬쳐 쇼크를 준 것만 같았다.

그럴 수밖에. 미스릴과 오리할콘의 뼈대를 주축 삼아서 세운 이 갑옷 거인은 과거에 봤던 유니콘 흑마법사의 초대형 골렘보다 컸으니까.

프랑은 거인의 어깨에 달라붙으면서 외쳤다.

“노르─!! 키가 큰 종족은 늘 이런 기분이구나─!!”

“흥미로운 견해지만, 그건 너무 포용력이 넓은 발상 아닐까─!!”

마나를 너무 많이 쓴 나는 대꾸하면서도 살짜쿵 어지러운 기분이었다.

그래도 생각했던 이상의 성과였다. 내 입가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은 건 그래서였고.

‘사실 프랑의 마법 실력은 아직 그때 그 흑마법 골렘쟁이 새끼한테 못 미쳐.’

이것만은 빼도 박도 못할 팩트였다.

하지만 그 흑마법사는── 아니지.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그 어떤 골렘 제작자도 이렇게 많은 희귀금속을 아낌없이 사용한 골렘을 만들어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별 것 없었다.

‘괴수가 거대화를 하면…… 주인공 쪽도 그만한 로봇을 불러내는 게 국룰이잖아?’

콕피트가 없어서 어깨에 올라타야 한다는 점이 좀 유감이다.

존나 프랑이 파워레인저 시리즈를 정주행을 할 시간을 줬어야 했는데. 남자의 로망이 2% 모자란 결과물에 동심으로 돌아간 강북호는 후회막심이다.

“프랑!! 이 슈퍼로봇, 이름은 백두인형으로 하는 게 어때!!”

“나중에 아이 이름은 꼭 내가 짓게 해 준다면!!”

에둘러서 별로라고 까였다. 눈물을 그칠 방법이 없는 현실이었지만, 다행히 내 추악한 작명센스의 사생아는 이름에 비해서 유능한 아이였다.

쿠과과과과과광…!!

덩치가 무색하게 땅을 디디고 주먹을 휘두르는 백두인형. 그 떡주먹 원콤이 내가 좆 빠지게 휘둘렀던 오리할콘 철골보다 타격 범위가 넓었다.

마나 강철의 주먹이 괴수의 배에 꽂히자 괴수의 몸이 동인도회사의 무뇌아스러운 구획정리처럼 그 육체를 갈갈이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Oooooooooo─?!」

사슬이 끊어지고 기사단이 미친 대괴수결전에서 긴급대피를 해버린 지금도, 아직 전류는 괴수가 낼 수 있는 근력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

체급마저 다를진대, 살과 뼈로 된 육체와 강철 거인이 어떻게 싸움이 되겠는가?

나는 반갈죽을 명하는 솔로몬처럼 뇌까렸다.

“스킨쉽, 곤란.”

─부웅광!! 부우웅쾅!! 부우웅콰앙!!!

콰아아앙─!!!!

거침없는 백두인형의 권타가 기어코 괴수의 한쪽 팔을 뜯어냈다. 공포스러우리만치 악에 받친 포효조차 비명으로 들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마스터 클래스의 괴물일지라도 달인들의 안목을 가진 건 아니다.

“괴인은 거대화한 뒤엔 특수능력을 잘 안 쓰게 되는 게 암묵의 룰이지.”

몬스터는 어디까지나 생물로서의 파워가 뒤지게 강한 존재일 뿐.

오러조차 못 쓰는 한낱 괴물.

괴물을 괴물답게 만들어주는 피지컬에서 밀리는 이상, 괴수에게 승산은 없었다.

「Krrrrrrrrr……!!」

단지 걱정되는 건, 그 피지컬이 지금이 최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존나게 얻어맞고 피를 흘리는 상태였지만 아직 괴수의 생명력과 투쟁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저 새끼는 자기 힘이 완전히 돌아오는 걸 기다릴 생각인 듯 했다.

백두인형은 더욱 공격의 기세를 올렸지만, 괴수 쪽이 방어를 굳히고 수비에 들어가자 유효타의 딜량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피아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나는 간극이다.

‘시간을 끌면 불리한데.’

백두인형은 급조하듯 만든 거대 골렘.

60%의 재료 빨과 40%의 마나 빨로 만들어낸, 비유하자면 랍스터 라면에 버금가는 야매 레시피 골렘이었다. 오래 전투하는 건 불가능하다.

반면에 적은 장기전에 유리한 괴수.

처음에는 뭇 인간들의 구속도 못 떨쳐내던 게, 이제는 체급에서 밀리는 적에게 처맞으면서 죽지 않고 버틸 지경이다. 강화 속도가 어림짐작보다 더 패도적이다.

존나 씨발 생각해 보니까 억울하네.

숨만 쉬어도 강해진다니? 해도해도 좀 너무한 거 아니냐?

혹시 몸에 전설의 슈퍼 원숭이 유전자라도 섞여 있는 것인가? 무천도사처럼 달을 부술 수도 없는 우리에게 이 이상 승기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은 프랑도 마찬가지였던 것일까.

용서없이 공격하던 백두인형의 자세에도 찰나의 망설임이 생겨났다.

「Rrrrrr.」

그리고 우리로서는 심히 좆 같게도, 괴수는 그 망설임을 놓치지 않았다.

─펄럭.

괴수의 등에서 피막이 펼쳐졌을 때, 나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씨팔럼, 날기까지 해!!”

전투의 소음이 울려퍼진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날개는 괴수의 크기를 생각하면 도저히 부유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괴수는 당당하게 날아올랐다. 마나에 의한 작용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

“놓치면 안 돼!”

프랑은 비명처럼 지시했다.

짐승이 싸움에서 도망치는 건 당연한 일. 단지 저 씹새가 도망쳐서 힘을 되찾고 돌아온다면 그땐 정말로 중과부적이라고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다!

쿵, 쿵, 쿵─!!

지시를 받은 백두인형이 둔중한 속도로 달렸다.

근육도 없이 마나를 동력 삼는 골렘. 팔 부분만 휘두르면 그만인 펀치랑 다르게 몸 전체를 달리게 하려면 아무래도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공격속도에 비해 발은 느리다.

같은 엔진이라면 비행기보다 배를 움직일 때가 더 느린 건 당연한 이치.

능력을 되찾기 시작하는 괴수는 지성을 발휘해서 백두인형의 그 약점을 간파했다.

「OoOoOoooooo!!」

“……니미 시발!”

나는 프랑을 안고 골렘의 어깨에서 뛰어내렸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게, 날아오른 괴수가 꼬리로 골렘의 모가지를 감아버렸던 것이다. 어깨에 남아 있었으면 손바닥에 갈리는 모기 꼴이 났겠지.

추락 경험이 많아서 착지는 간단했지만, 문제는 백토인형이 잡혀버렸다는 점이다.

─텁!

꽈아아악…!!!

괴수는 아예 백두인형에게 마운트 자세로 올라타서는 손발과 꼬리로 조였다. 과연 골렘을 띄우진 못하는 듯 했지만 말이다.

나쁜 상황은 아니다. 백토인형 시리즈는 평범한 골렘하곤 다르게 부숴져도 복구가 가능하다. 코어가 부숴지면 끝장이지만 백두인형의 코어 나이프는 1~2개가 아니잖은가?

“염병. 이름을 더 멋진 걸로 지어줄 걸 그랬나.”

그저, 이 상태에서는 역전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 골렘이 괴수를 압도했던 건 체급 빨이지, 근력 덕분이 아니었다. 자기 몸을 움직이는 것도 버거워하는 골렘이 체중을 실은 구속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까.

“후우…….”

나는 옥새에서 새롭게 마나를 뽑아내려고 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더 마법으로 괴수에게 데미지를 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나를 아주 조금 꿈틀한 순간, 괴수는 나를 향해 포효했다.

「Kyaaaaaaaaaaaaaaaaaaa──!!!」

그저 울부짖기만 하던 포효와는 명백하게 다른, 경계와 살의의 노호성!

내가 또 헛짓거리를 하려 든다면 당장 죽여버리겠다는 뜻의 포효였다.

나는 그 포효를 듣고 눈치챘다.

저 새끼랑은 만언신의 힘으로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단지 목소리에서 아무런 규칙성도, 의지도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야성에 의존한 투쟁과 생존이 있을 뿐.

괴수에게 포효는 공생의 수단이 아닌 것이다.

“좆 까, 씹새야.”

그런 살벌한 생존법을 목도하면서 나는 입가를 비틀었다.

동물이 캥캥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깝치면 죽는다고 위협해 봤자 이대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간 똑같이 뒤질 판국 아닌가.

차라리 백두인형과 싸우기 바쁠 때, 한 번이라도 더 많은 공격을 퍼붓는 게 옳다.

나는 냉철하게 주판을 두들기고 그리 생각했다.

──우리 아내들도 그랬고 말이다.

콰르르릉─!!!

하늘에 낀 먹구름에서 전류가 튀었다.

그제서야 거기서 낯선 마나를 느끼고, 나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새끼, 하여튼 눈치는 빨라요.”

다나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아틀란티스의 외곽. 우리가 싸우는 숙소 위.

마나의 유출을 차단하는 다나의 결계와, 그 안쪽에서 방대한 마나를 뿜는 2명의 마법사가 보였다. 마나의 용트림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녀들이었다.

“준비 됐느냐, 티르시?”

“연구실 밖에서 합을 맞춰보는 건 처음이네요. 물론, 언제든지 가능하고 말고요.”

베로니카의 불꽃. 티르시의 얼음.

불과 얼음의 노래, 그 희망편.

중력이 회전하는 대마법의 대포를 겨누고, 지팡이와 완드를 교차한 2명의 마법사는 저작권료도 안 내고 남의 오리지널 마법을 흉내냈다.

““절대천공영역.””

나는 거기에 뭐라고 트집을 잡을 자격도, 그럴 마음도 없었지만 말이다.

야매로 흉내낸 절대천공영역은 먹구름을 부르고 뇌격을 모았다. 그리고 통제하기도 힘겨운 마나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몫은 다른 인물이었다.

“전탄 발사, 랍니다♡”

링링이 6호에 새겨진 마법이 적란운의 폭풍을 9줄기의 화살로 바꿔낸, 그 찰나.

콰아아아아앙──!!!!!!

중력에 뭉친 폭풍이 구두룡섬처럼 괴수의 몸을 두들겼다.

「Oaaaaaaaaaaaaa──!!!」

날개가 뜯기고,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괴수의 몸이 폭풍에 날아갔다. 괴수의 체중을 고려하고도 제자리에 서 있지 못할 폭풍우였다.

쿵, 쿵, 쿵, 쿵─!!!

하지만 그 폭풍도 강철의 거인을 넘어트리지는 못했다.

그 잠깐 사이에 몸을 일으킨 백두인형은 뒤에서 부는 바람을 타고 가속하며 괴수에게 덤벼들었다. 필요없는 왼팔이 이동해서 오른팔의 두께를 2배로 불렸다.

“이제 제발 좀, 쓰러져!”

프랑의 앙증맞은 펀치에 연동한 거인의 주먹이 괴수의 죽빵을 상쾌하게 후려쳤다.

─쩌억! 그렇게 산산조각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괴수의 육체가 그 내부를 선명하게 드러냈을 때.

“MAX 2억 볼트 방전.”

─딱!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거인의 뼈대에 때려박았던 전류를 해방했다. 배를 관통한 백두인형의 뼈대에서 최후의 뇌전이 터져나왔다.

계속되는 공격에 찢어진 몸.

전류에 지져진 내장과 그 안에 있을 제물, 충왕대군의 육체.

「Oooooo…….」

신체에 남김없이 치명타를 입은 괴수는 무력한 동작으로 백두인형의 어깨에 목을 뉘이고서── 그 뒤로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되었다.

파지지직…. 투쟁을 끝낸 거인들이 몸에 새파란 전류가 튀었다.

해변에 우두커니 선 괴수와 거인의 시신이 장엄하게 싸움의 종막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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