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틀란 대륙의 아침은 느리다.
밀림에서 조금 떨어진 아열대 기후의 도시.
바위를 깎아서 건물을 지은 작은 시내에는 늦은 아침이 되서야 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생활감이 가득했다. 옮겨지는 채소과 육류를 거래하는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약초상. 톡쏘바귀 남는 거 있수?】
【밤샘 일이라도 하시게? 요즘 대장간이 바쁘다더니. 거 잠만 기다리쇼.】
【모포가 좀 비싼데, 2벌 사면 깎아줄래요?】
【간 보지 말고 사 가셔. 나도 옆 도시에서 욕 먹어가며 사 온 거야.】
15일에 한 번 열리는 장터.
그런 만큼 오늘의 스콜라코는 활기에 넘쳤고, 또 움직이는 경제의 흐름도 컸다. 근처 도시국가에서 발품을 팔러 온 행상인마저 있을 정도다.
누구도 부정 못할, 건실하고 이성적인 문화권의 문명.
어스틀란 대륙을 ‘아즈테카’라고 부르며 야만과 미개의 땅으로 치부하는 서방대륙의 식자들이라면 보자마자 기함할 법한 광경이었다.
【끙, 차. 끙, 차…….】
그리고 스콜라코의 주민, 포카소카는 물을 긴 항아리를 머리에 지고 그런 장터를 가로질렀다. 아직 15살도 못 된 그녀도 스콜라코에선 어엿한 노동력이다.
항아리와 물의 무게는 소녀의 몸무게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보통은 옮기지도 못하겠지만, 그걸 옮기는 소녀도 보통은 아니다.
깎지 못할 정도로 튼튼한 손톱과 몸에 난 비늘.
팔에 달린 작은 피막의 날개. 어스틀란 대륙의 주민들에게조차 기피되는 특징들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스콜라코의 주민들은 모두 비슷했다.
그래도 일상의 노동에는 꽤 보탬이 되므로 나름 장단은 있었다.
【후우~!】
도시의 중앙 구역에서 한 번 휴식.
포카소카는 옮겨온 항아리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머리에 끼얹었다. 열심히 물을 긴 자신에게 주는 작은 포상이다.
─부르르르! 그녀가 강아지처럼 몸을 털어댔다.
이웃의 주민은 빵을 굽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일찍 일어났구나, 포카소카. 꽤 용감한걸?】
【언니가 먼 바다로 나갔으니, 그만큼 제가 더 열심히 일해야죠.】
포카소카는 혀를 내밀며 킥킥댔다.
생존이 가혹한 야만의 대륙이지만 그들이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바깥 대륙의 국가보다 늦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아즈테카 인은 희소하지만 말이다.
그들이 해가 중천에 뜰 무렵에서야 간신히 일을 시작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이 대륙의 군림하는 ‘신’들.
그들은 대지만이 아니라, 낮과 밤에마저 영토를 가졌기 때문이다.
포카소카는 하늘을 힐끔거렸다.
─태양이 높이 떴을 때.
─밤이 저물었을 때.
─새벽이 밝아올 때.
자신이 ‘다른 둘’보다 명백하게 군림할 수 있을 때가 아니면 어스틀란의 신들은 잠들지 않는다. 그 탓에 인간들의 활동시간 역시 신의 기침(起寢)에 좌우되었다.
【새벽의 밀림은 ‘지면에 뜨는 달’이 하늘에 눈을 부라리는 시간대야. 일이 바빠도 물을 뜨러갈 땐 조금 더 조심하렴.】
【알아요~.】
포카소카는 입을 삐쭉거리며 대답했다.
해가 뜨자마자 일어나 밀림을 오간다면 산맥에 버금가는 높이의 신과 마주칠 염려가 있다. 스콜라코를 비롯한 아즈테카 인들이 늦은 아침에야 눈을 뜨는 건 그래서였다.
그래도 ‘지면에 뜨는 달’에 비하면 다른 두 신은 안전한 편이다.
그들은 어스틀란의 동부와 북부에만 머무니까.
꽈아악─! 포카소카는 머리카락의 물기를 짜며 말했다.
【그보다 톨리넬리 아저씨? 장작 남는 거 드릴 테니까 빵 좀 나눠주세요.】
【돈 주고 사라. 장작을 팔고 오던가.】
【쳇.】
동전을 건네주고 갓 구운 빵을 챙긴 포카소카는 항아리를 도로 머리에 맸다.
‘언니가 남겨준 돈도 슬슬 떨어지는데.’
모아둔 저금을 가져다 써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포카소카는 한숨을 쉬었다. 신물을 찾으러 떠났던 언니는 아직도 돌아올 것 같지가 않았다.
‘……혹시 저 바깥 대륙에서 죽은 건 아니겠지.’
그런 불안이 엄습하면 자다가도 절로 눈이 떠져버리는 포카소카였다.
【에휴. 내 팔자야.】
그 신물이란 게 대체 뭐라고.
포카소카는 탄식하며 또 하늘을 힐끔거렸다.
요즘 들어서 낮이 길다. 이상하리만치 말이다.
‘……언니는 하늘의 변화는 불길한 전조랬지.’
어스틀란의 하늘마저 지배하는 신들.
바깥에선 ‘초월종’이라고 부르는, 마스터 클래스 그 이상의 신화적인 괴물.
그들의 힘의 균형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어른들은 ‘지면에 뜨는 달’이 크게 다쳤거나, 혹은 ‘하늘을 가리는 태양’이 강성해진 게 아니냐며 수군거렸다.
어스틀란의 밤은 ‘지면에 뜨는 달’의 영역이다.
따라서 그의 몸에 무슨 일이 있다면 이 대륙의 밤은 짧아진다.
바깥 세상의 상식과는 전혀 다르지만, 신이라며 숭배받는 몬스터들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
포카소카 같은 한낱 소녀에겐, 결국 어느 쪽도 자기 편할대로 사람을 제물로 받는 망할 괴물들이었지만 말이다.
──혹시, 그렇게 불경한 생각을 품은 게 좋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아즈테카다!! 아즈테카의 신위병대다-!!】
들려오는 비명에 깜짝 놀란 포카소카는 머리에 맨 항아리를 떨어트렸다. 언니와 구운 항아리가 퍽 하고 깨지면서 그녀의 발을 차갑게 적셨다.
화르르르륵─!!
황금색 불길이 치솟았다. 스콜라코의 북벽이 눈 녹듯 녹아내리며 무기도 들지 않은 병사들이 묵묵하게 진군해온다.
【전사계층!! 요격해라!!】
타고난 이빨과 손발톱을 남들보다도 갈고 닦은 전사들은 용감하게 그들에게 맞섰지만, 숫자와 질 모두에서 중과부적이었다.
포카소카는 공포에 주저앉았다. 그녀와 친하던 병사는 포카소카가 보는 앞에서 아즈테카 군인의 손에 산 채로 심장을 뽑혔다.
【커, 커억……】
【혈색이 좋군. 전사의 심장이 가장 맛있지.】
─으적. 아즈테카 군인은 도축한 돼지에서 진미만을 도려내는 것처럼 병사를 걷어차고서 뽑아낸 심장을 씹었다. 그의 얼굴에 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그런데 전사계층이 영 빈약하군. 원정이라도 나갔나?】
두 입만에 사람의 심장을 꿀떡 삼키며 시시한 듯 말하는 남자. 그를 찾아 달려온 스콜라코의 원로는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이빨을 드러냈다.
【……무슨 용무냐. 산제물을 바칠 바에야 싸우다가 죽겠다고 했을 텐데. 드디어 우리들과 죽고 죽일 심산이라도 섰나?】
【우리도 너희를 설득하긴 포기했다. 어머니를 보필하기도 바쁜데, 1년에 100명도 못 바칠 제물 수급처를 두고 전사를 잃을 수는 없으니까.】
군인은 피범벅이 된 가슴팍을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다.
【포기했다고? 궤변도 수준급이군.】
정말로 포기했다면 왜 이렇게 갑작스런 습격을 가한다는 말인가?
아즈테카의 수법은 수백 년 전부터 바뀐 전례가 없었다. 어스틀란 대륙의 국가들을 복속시키면서, 신으로 섬기는 ‘어머니’의 은총을 대가로 산제물을 요구한다.
끌려간 산제물은 인신공양의 제단에서 어머니께 바쳐지고, 때로는 저들 아즈테카의 귀족의 식탁에 오른다. 한 끼의 일용할 식사로서.
그래서 스콜라코의 주민, 스콜라키체는 저들의 압제에 저항했다.
이를 세우며 노려보는 원로에게 군인은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너희도 눈치는 챘겠지? 지면에 뜨는 달이 큰 부상을 입었다. 어머니와 동격이었던 악신이 무슨 일인지 죽어가고 있는 중이지.】
【……이 미친 자식들, 설마.】
원로는 눈을 부릅떴다.
이들, 아즈테카 인들이 하나 되어 섬기는 신은 다름 아닌 ‘하늘을 덮는 태양’. 지금 약해진 밤과 대지의 신의 라이벌이자 철천지 원수였다.
【신을 죽이겠다고?! 수천 년을 살아온 밀림의 용을?!】
【그래. 어머니께 넓은 집을 마련해드리는 것은 자식된 자의 도리잖나?】
【미친 놈인 건 알았어도 멍청하기까지 한 줄은 몰랐군! 네놈들의 성채보다 거대한 신이다! 그걸 무슨 수로 죽일 생각이냐!】
【우리가 맞서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께서 몸소 나서실 테지. 우리는 어머니가 거닐 길의 먼지를 털어두고자 온 것에 지나지 않아.】
‘하늘을 덮는 태양’이 몸소?
원로는 저도 모르게 그만 손에서 힘을 뺐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신과, 산맥보다 높은 신. 서로 견제만 할 뿐, 신대 이후로 수천 년을 질질 끌어오던 신들의 싸움이 재개된다는 뜻이었다.
【……허. 내가 너무 오래 살았군.】
【너무 그렇게 욕 봤다는 듯이 말하지는 마라. 그래서? 어쩔 거지?】
군인은 팔을 벌리며 자신이 뿜은 불로 녹아내린 성벽을 가리켰다.
【어머니는 너희를 그리워하신다. 일단은 너희 스콜라키체도 우리들과 사촌 관계잖나. 배가 다른 자식으로서, 아즈테카로 돌아오겠다면 두 손 들고 환영하지.】
【어미? 수천 년 전의 조상일 뿐이다.】
계속 웃음을 짓던 군인은 그 대답에 미소를 싹 지웠다.
【과연. 불신의 뿌리가 깊어지면 그루터기부터 썩는가 보군.】
【신을 자칭하는 몬스터의 피를 타고 태어난 걸 후회해 보지 않은 스콜라키체는 없다. 땅에 내려오지 않는 조상에게 가정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좋고 말고. 그럼 여자를 넘기고 멸망해라.】
─쉬익! 뱀 울음소리를 내는 군인의 눈이 길게 세로로 찢어졌다.
【근본도 없는 조국의 배반자들. 어머니를 등진 걸 후회하게 해 주지.】
황금색 화염이 호화찬란하게 지상을 불태웠다. 마나를 끌어올린 아즈테카의 군인은 어머니의 혈통에서 이어받은 힘을 풀어헤쳤다.
오늘날까지 쭉 그래왔듯, 그녀의 영전에 미식을 바칠 수 있도록.
***
목이 말라서 눈이 떠졌다.
“흐아아아암……”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을 비볐다. 커텐을 치고 자는 걸 깜빡한 걸까. 햇살이 뒤지게 따가웠다.
“……뭔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나는 물 주전자를 벌컥거리다가 툭 중얼거렸다.
내용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준내 불길한 느낌의 꿈인 건 확실했다.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 날의 아침이 이렇게 찝찝한 건 처음이었으니까.
“흐냐……”
아무튼 그렇게 눈을 찌푸리고 있자, 내 침대에 누워서 기절한 라리루라가 신음을 흘렸다. 나는 그 보드라운 엉덩이를 만지작대다가 이불을 덮어줬다.
키타이식 야매 음양합일, 다시 말해서 질싸 마나충전.
우리 아내들 중에서도 라리루라만 가능한 기술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라리루라는 나랑 잠자리를 같이 할 수록 마나 포텐셜이 오른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잠자리를 가졌던 건데…… 정작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긴 영 그런 기분인 게 옥에 티다. 나는 일어나서 창문을 걷었다.
창밖에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이발디 여왕이 왔다간지 한참 뒤. 아틀란티스는 현재 어스틀란 대륙으로 항해 중이었다. 며칠 쯤 지나면 대륙 남부가 보일 거라는 예상이다.
‘잠자리가 좋지 않았나.’
나는 새롭게 지은 아틀란티스 쪽 저택의 외벽을 두들겼다.
이발디 여왕이 보내준 드워프 장인들이 건물을 세우고, 우리 바이콘들이 마법으로 보강한 저택이었지만 약간 터가 나빴던 걸지도 모르겠다.
“……예지몽만 아니면 좋겠네.”
기억에 잘 남지도 않은 악몽은 막연한 예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오딘의 눈에 원격감시 기능이 추가됐던 게 원인이려나. 투덜거리며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저택에 햇살이 들이치는 게 아름답긴 했다.
“노르드, 늦잠.”
그렇게 복도에 서 있는데 네페르티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묻기 전에 그녀가 손에 든 채찍을 발견하고 물었다.
“아침 훈련하려고 오셨어요?”
“응.”
“죄송해요. 바로 나가봐야 돼서.”
아즈테카 원정대 멤버들이 대기 중일 것이었다. 지각할 정도로 늦진 않았지만 훈련은 최소 1시간 이상 걸리기에, 훈련을 하고 나가기엔 좀 촉박하다.
“그래.”
쿨한 대답이었지만 눈썹이 내려앉는 걸 막지는 못한 모양.
가만히 보면 은근 감정 표현이 풍부해서 구경할 맛이 나는 네페르티티지만, 이건 좀 미안하다. 난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갔다 와서 할까요?”
“응.”
즉답하기냐. 얼마나 좋은 거야.
몸 쓰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나랑 같이 있는 게 좋은 건지.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면 후자 쪽에 더 비중이 큰 듯한 느낌이 드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방에 찾아갈게요.”
“……향초 준비하고 기다려?”
“……섹스는 훈련하고 나서 합시다.”
대낮부터 뒹구는 것도 좀 그렇지만, 사실 존나 커서 그렇지 뱃여행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거의 얼굴 마담+운전수라서 바쁘지도 않고.
“알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로 팔을 뻗었다.
애매한 높이까지 들어올린 팔. 미미하게 빨개진 뺨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눈빛을 교환해도 묵묵부답이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네페르티티는 곧 설명이 필요하단 걸 깨닫고 속닥거렸다.
“거절당해서 쓸쓸해.”
네페르티티는 나 보란 듯이 팔을 쭉 내밀었다.
“……가기 전에 안아줘. 그럼 참고 기다릴게.”
아하, 그런 뜻이었나.
이 사차원 아가씨를 누가 말리겠는가. 나는 별 수 없다며 고개를 젓고는 그녀를 끌어안고 토닥여줬다. 하여튼 왜 이렇게 애교나 투정이 많으신지 모르겠어.
평소와의 갭이 커서 귀엽긴 하네.
─꼬옥.
나는 네페르티티의 얼굴이 노곤노곤하게 풀릴 때까지 그녀를 안아주고, 다른 아내님들이랑도 잠깐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암무나 호로 직행.
히타이트의 강력한 선박인 암무나 호는 사실상 이번 원정대의 전선기지였다.
회의나 그밖의 원정대 업무를 거의 여기서 해결하고 있을 만큼.
〈목적지인 남부 해안은 금일 새벽녘 즈음이면 도착합니다.〉
암무나 호의 회의실에서 아셰라드가 설명했다. 다들 알아들을 수 있게─랩틸리언 사촌들은 빼고─ 로마니아 어였다. 그들의 번역은 키아라가 맡았다.
〈도착한 이후에는 북부 근처까지 올라갑니다. 단, 이는 선발대의 업무입니다. 아즈테카에게 발각당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죠.〉
우리 원정대의 구성원은 크게 4분류.
1. 우리 가족과 발퀴리에, 그리고 일부 바이콘들.
2. 아셰라드 키아라 팀과 그들이 뽑은─그리고 내가 감별한─ 고고학자들.
3. 코끼리 가면 파라오와 골렘 친구들.
4. 이스테틸이 이끄는 랩틸리언 팀.
이번에는 주요 멤버가 이스테틸의 협력을 받아 현지의 히타이트 흔적 탐사에 나선다. 바리바리 싸 온 병력은 나중에 아즈테카가 덤벼들거나 했을 때 등장할 예정이다.
‘싸우지 않고 끝나면 그게 제일이지만.’
듣는 한은 서방대륙 최대의 국가인 로마니아의 2~3배는 큰 나라다.
아예 마주치지 않고 끝날 가능성도 있긴 하다.
〈오늘은 최종확인입니다. 우선 선발대에는 저 자신을 제외하면 미스릴 클래스 이상의 멤버로만 구성할 예정이며, 현재 후보는──〉
아셰라드의 말을 한 귀로 들으면서 오딘의 눈을 켰다.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먼 곳의 풍경이 보인다. 아틀란티스의 속도로도 하루 이상의 거리가 남은 어스틀란 대륙마저 이 눈은 잡아냈다.
“……………….”
이제 막 해가 떠오른 어스틀란의 해역.
그 광활한 대지를 비추는 하늘은 어슴프레하게 빛나는 지평선이 무색하게 이상할 정도로 밝았다. 어스틀란 대륙만이 시간과 태양의 뜻을 무시하고 하늘이 정오로 고정된 것만 같았다.
마치, 신이 보우하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