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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킹, 노르드. 띵킹.’
유이링의 언니를 구해낸 나는 땀을 삐질 흘렸다.
까놓고 말해서 기습한 것 치고는 인질 구출 외에 얻은 게 없었다.
‘이 큰 도시에 결계를 깔아놨는데, 그게 이만큼 고성능일 줄 알았겠냐고!’
이세계인들이 똥멍청이라서 자기 영지에 결계를 깔지 않는 게 아니다.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마법은 마나를 원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도시를 결계로 덮는다? 성벽만 깔아놔도 보수작업에 돈이 적지 않게 깨지는데? 그래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짓이기에 보통 중요한 곳에만 까는 게 결계다.
예를 들면 보물창고나, 왕성이나, 뭐 그런 곳에 말이다.
‘상식을 벗어나는군.’
도시국가라는 특이성과 우신의 존재가 국방력에 나라의 자산을 잔뜩 퍼붓는 짓을 가능하게 했나. 그야 저런 괴물이 근처에 있으면 나라도 그러겠다.
이 도시국가란 말 그대로 도시 하나로만 성립된 국가!
수도가 곧 아즈테카 본국.
다른 도시국가에서 수탈한 자원을 모조리 결계 유지에 때려박는 미친 짓. 하지만 효과적인 미친 짓이었다. 덕분에 나 혼자 적진에 뛰어든 꼴이다.
〈공간이동〉을 방어하는 결계는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도 안에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총알도 멀리 나가지 않고, 이 막대한 마나에도 좌표가 틀어졌다. 다행히도 어디 돌멩이나 지형과 융합한 사람은 없는 듯 하지만.
【결계를 넘었나. 유용한 사술이로군.】
콰과과곽─! 식인종 여황제가 땅을 밟았다. 지면에서부터 치솟은 흑요석 같은 바위가 날카롭게 내 마나 코팅을 베었다. 오싹하게 예리한 마법이었다.
뱀 비늘이 자라난 황제가 왕홀을 휘두를 때마다 흑요석 칼날이 자라난다.
【마음 같아서는 기술자로 삼아주고 싶다만, 방문할 때가 안 좋았구나.】
【지랄 마, 도마뱀박이 새꺄!】
방문이 안 좋기는 개뿔. 10분만 늦었어도, 내가 천리안을 못 썼어도 유이링의 언니는 다랑어 해체쇼처럼 분해될 뻔 했는데.
흑요석 칼날을 피했다. 몸빵으로 떼우는 게 내 특기지만 화력이 쎈 마법을 처맞는 주의는 없다.
마구마구 나오는 흑요석 칼날들은 게임의 발판 패턴 같았다. 그것도 좆망겜의. 발동속도가 뒤지게 빠른데다가 마나 코팅이 숭덩숭덩 갈려나갔다.
시발, 진정해라. 아무튼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군대의 공격은 시작됐지만 이 망할 결계는 미리 풀어둬야 했고, 그건 뿔뿔이 떨어진 사람들이 알아서들 해 줄 것이다. 지금은 가족과 일행을 믿자.
서둘러서 도망칠까? 아니지, 관두자.
가장 안전한 건 〈공간이동〉이 되는 누군가가 여기로 와 주는 것이다. 맨발로 도망쳐도 포위당할 뿐이었으니까.
콰과과가가각─!!
그렇다고 존버하면서 피하기만 하긴 힘들겠다. 난 슈팅 게임 별로 안 좋아한다고! 게다가 썩어도 적진이다. 꾸물거리면 적이 늘기만 할 것이었다.
여황제는 주문도 없이 마법을 연발하며 외쳤다.
【후후후, 하하하! 흥미로운 전사로다! 그러나 내 여흥에 쓸 시간이 없는 게 안타깝군! 적어도 바로 죽지는 말아다오! 의기(意氣)를 보여라, 침략자!】
─오싹. 뺨을 훑는 위기감.
내 판단기준에서 황녀나 나의 처지가 전부 사라지고, 전사의 본능이 생존을 최우선으로 배치했다. 나는 전신의 마나-카데터에 오러를 둘렀다.
【오러권 20배다─!!!】
츠파아아아아앗─!! 형광색 오러가 뿜어졌다.
파괴의 마나라는 별명에 걸맞은 파괴력. 강철도 믹서처럼 갈아버리는 내 오러는, 펼쳐지자마자 내 주변에 쏟아지는 무언가를 싸그리 막아냈다.
끼기기기기기기이이이이이이이이익─!!!!!
【……애미!】
그런데 그 공격이 멈추지를 않는다!
씨발, 그보다 공격이 맞기는 한 것인가? 꼭 내 피부에 닿는 모든 공기가 날카로운 칼이 되어서 날 찌르는 것처럼, 선쿨도 후딜도 없이 마나가 쭉쭉 깎여나간다.
달인의 전투에서 마나는 생명선.
나는 아무 것도 안 해도 부상과 소모를 입는데, 식인종 여황제는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존나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걸 느끼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졸렬한 년! 투명한 흑요석 칼날이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공간의 전부가 나의 영토이자 무기일진저!】
공간 자체를 칼날로 만들었다고?
아까처럼 흑요석 칼날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블랙홀 같은 공간절단도 아니다. 말 그대로 공간 자체가 칼날이 됐을 뿐.
단지, 그것만으로도 조금 전보다 더 위험하다.
뭐 이딴 존나 양심 터진 기술이 다 있지? 마법 적성의 한계를 좆까버리고 공간부터 바닥, 공기에 떠다니는 먼지까지 전부 마법의 촉매로 쓰다니?
지 혼자 소꿉놀이처럼 손에 닿는 모든 물질들을 화폐로 삼아서 물건을 사버리는 셈이다. 흙 속성 마법사를 사막에서 상대하는 것보다 빡세다.
불리한 지형을 커버하고 마나 소모가 급감하며, 모든 공격이 필중기가 되는 권능!
‘이 새끼, 틀림없이 마스터 클래스의 마법사!’
간결한 권능인 만큼 무지막지하게 강력하다!
천 명의 군사가 달려와도 모가지 바로 옆에 딱 목만 잘라낼 위력의 인비저블 흑요석 칼날을 솟게 하면 싹 전멸이다.
강적과 싸울 때도 그렇다. 나처럼 360도 공격형 방어 스킬이나 재생능력이 있는 놈이 아니면 저 년 상대로 장기전은 절대로 불가(不可).
오늘까지 나를 고전시켰던 강적들을 저울에 올려봐도, 승산이 있는 놈은 서넛 미만일 것이었다.
죽은 자의 소생을 써대던 에퀴녹스와 발퀴리에 출산 머신이자 에인헤리 고아원이었던 레티티아와 비교해도 전투에 특화된, 식인종 여황제다운 권능인 것이다!
【허나 굉장하구나, 침략자여! 나의 권능을 상처없이 견딘 놈은 수십 년 만이다!】
고함치는 여황제의 모습에 변화는 없다.
건방진 태도가 무색하게, 시작부터 일절의 자비조차 없는 공세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공세로 나설 방법이 없을 만큼 말이다.
【의식을 망친 기습은 불쾌했다만, 이만한 전사라면 모욕을 감내할 만 하지! 자, 명예와 긍지를 가진 전사라면 공포를 떨치고 덤벼보라!】
【아가리 쌉쳐! 인육 누린내 나니까!】
오러권의 방어력을 믿고 달려들었다. 어디 있건 똑같은 도트 데미지를 받는 상황. MP가 바닥나서 내 맨살로 이 믹서기 어택을 처맞기 전에 반격에 나서야 했다.
─끼기기기기기기긱!!!!!!
그나저나 진짜 장난이 아니다.
소음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는 부분도 그렇지만, 마치 도산지옥을 달려나가는 것처럼 내 방어막이 칼날에 저며지는 듯 하다.
【뒤져라, 비늘 장애인!】
〈번개의 화살(Lightning Missile)〉을 시작으로 중거리 저위마법을 연발하면서 견제.
반응을 살피면서 브류나크의 항마력으로 전방의 투명한 장애물을 뚫어냈다.
【황제를 대하는 자세가 안 되어 있군!】
내 돌진을 좌시하지 않으려는 듯 랩틸리언 년은 흑요석 칼날을 맨발로 딛고 피해냈다. 칼날은 주인에게는 날을 세우지 않고 하인처럼 가마를 끌었다.
‘단거리 점멸 워프 각을 안 내주려는 거군.’
결계를 뚫느라고 석사의 7가지 궁극 유틸기 중 하나인 ᚱ(Raidō)를 사용해버렸다.
룬의 횟수제한? 시발 그런 게 어딨어. 내 픽을 들켰으니까 경계당하는 거지.
저 년 입장에서는 내 돌진에 간섭하지 못하고, 접근을 허용하고 마는 마법.
그래서 내가 룬 마법을 발동하고 투과 상태에서 달려와도 미처 거리를 채우지 못하도록, 일찌감치 멀리 피해 있다.
내가 이 공세에서 벗어나서 워프-펀치를 날릴 걸 예상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숙련됐다는 느낌은 없다.
‘오딘의 눈에 반응이 없어.’
달인의 움직임을 술식처럼 해석하는 눈이 전혀 일할 생각을 않는다.
저 년의 보법은 달인 수준이 아니다.
나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용가리 새끼 때랑 똑같나.’
극한까지 단련한 인간이 아니라 천부적 파워를 내세운 반인반룡!
넘쳐나는 마나를 내세워서 권능을 손에 넣고는, 그걸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적.
타고난 혈통의 축복. 그야말로 황제다운 힘이다.
나쁘지는 않다. 오딘의 눈이랑 마스터 클래스의 감각이 수 읽기 배틀에 들어가면 싸움이 길어진다. 나는 아직 미스릴 클래스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당혹스러운 건 여황제도 마찬가지였던 듯 했다.
【……쯧! 도무지 인간 같지 않은 방어력과 마나량이로구나!】
【파충류족 몬무스 년이 못하는 말이 없네!!】
야수회귀. 오러권. ᚦ(Thurisaz)의 룬 부적. 우리 다나의 고향에서 트롤 군대를 해치우면서 파밍한 방어력을 올려주는 어깨 견장.
독충 마니아 나락 씨도 울고 갈 우주 방어다.
공방일체의 패시브 스킬로 몸을 지키며 마법을 쏴대고, 그러면서 마나는 아직 여유가 있다.
보통 적은 손짓 한 방에 참수하고 이겨왔을 년 입장에서는 딜이 안 박히는 기분이 아닐까. 적이 말라죽기를 기다리는 싸움은 드물었을 것이었다.
‘쓰벌, 그래도 소모가 너무 커.’
오딘의 눈으로 개입하기엔 적의 마법실력이 내 상위호환이다.
몸으로 떼우자니 1대도 못 맞추는 상황에서 내 마나만 깎여나간다. 일단 소모량만이라도 어떻게 더 줄일 방법이 없을까?
─위잉, 위잉, 위잉!
그렇게 생각한 순간, 브류나크가 방해가 안 될 정도로만 몸을 떨었다.
【……맞다, 네가 있었지.】
돌진을 멈추고 브류나크를 팔찌로 바꿨다. 계속 꽂히는 공격은 어쩔 수 없이 맞아줬다. 내 행동을 의식하는 여황제. 나는 중얼거렸다.
【괴인이랑 싸우면서 변신도 안 하고 있었네.】
팔찌 모드 브류나크가 대답하려는 듯 떨렸다.
─툭툭! 나는 그 팔찌의 미스릴 부분을 두들겼다.
【ᛒ(Berkanan).】
【삐에에에에엑─!!】
철컥! 촤르르르르르륵─!
룬 마법에 이끌린 팔찌는 변형하며 내 팔뚝부터 몸을 감쌌다.
나는 무생물의 형태를 바꾸는 데 적성이 있고, 또 이 마법은 질량이나 부피에 좌우되지 않는다. 베로니카나 나만 해도 작은 동물로 변신했잖은가?
그래서 브류나크는 팔찌에서 갑옷으로 변형했다. 미스릴 갑옷이다.
【변형하는 유물이라? 쓸모는 많아 보이지만, 이 전황을 뒤집을 정도더냐!】
잘난 척 말해놓고는 맹공을 퍼붓는 여황제. 잘 모르는 기술은 맞기 전에 해치운다.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전술이다.
그럴 능력이 되면 말이다.
─스우웅! 스우웅! 스우웅!
룬을 각인한 룬 스톤을 꺼내서 왼손의 건틀렛에 끼웠다. 수양딸(의 분신)을 방패로 자신을 지키는 패륜 파파만이 장비 가능한 휴머니티 건틀렛이다.
탈칵─! 룬 스톤 1개가 번쩍였다.
【〈부여〉. ᚦ(Thurisaz). ᛈ(Perth). ᚨ(Ansuz).】
수호와 결계와 장비 강화의 룬.
3중의 룬 만다라가 건틀렛에서 밴다이어그램을 펼쳤다. 룬의 힘이 마나를 잘 받는 미스릴을 타고 빼곡하게 사지 끄트머리까지 흘렀다.
카가가가각─!!
마나를 불어넣고 룬 마법을 강력하게 펼쳐내자 칼날의 압박이 급감했다. 오러에 갈려나가고 남은 힘으로 야수회귀의 마나를 뚫어대던 공격이 기세를 잃었다.
브류나크가 가진 항마력.
나와 다른 마나를 반발하는 능력.
그 기능을 결계를 치는 룬으로 몸에 휘감았다. 갑옷 형태로 바꿨기에 성립되는 기책이었지만 내 집요한 우주방어가 두 꺼풀 추가된 것이다.
【큭! 잘도 수작을 부리는군!】
분노에 이를 가는 쌍년. 자기가 입히는 피해가 깎인 걸 눈치챈 것이었다.
【두려운가? 이것은 진정 정의로운 히어로만이 걸칠 수 있는 갑옷이지. 마녀의 사악한 마법은 내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꽂히는 칼날을 버티며 나는 눈을 반개했다.
‘……분명 저 년과 내 마나가 비슷하긴 하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공간이동〉 전에 천리안으로 훔쳐들었던 여황제의 말은 사실이었다. 내 구신의 마나와 저 년의 마나는 무척 닮았다.
그래도 괜찮다. 브류나크의 항마력은 그 정도로 감소하지 않으니까.
‘필요한 건 특출난 강함이 아니다. 힘 겨루기에 밀리지 않을 지혜야.’
어려울 것 없다. 나는 약할 때부터 나보다 강한 상대를 머가리로 쓰러트려 왔으니.
네페르티티랑 처음 공투했을 때부터, 내 진정한 힘은 임기응변과 지혜였지 압도적인 힘에 의존한 전투가 아니었다.
나는 더욱이 건틀렛에 끼운 룬 스톤을 발동했다.
룬 마법을 스톤에 도맡기는 것의 장점은, 내가 머리를 쓰지 않고 마나만 부어넣으면 된다는 거다.
【ᚱ(Raidō).】
─스우웅! 탈칵!
차원 회피의 룬이 발동하며 내 몸이 사라졌다.
【……흡! O'sap! Aburaha-gus! Rrr'a Koatl!】
여황제는 나한테서 도망치는 것보다 마법으로 지 몸을 지키는 것에 시간을 투자했다. 주문을 외자 흑요석 벽이 치솟고 막대한 마나가 몸을 지켜냈다.
자기 몸을 지키려면 옳은 선택이다.
룬의 유지시간 동안 접근해도 저 방벽 안에 내가 들어갈 공간이 없고, 거리가 멀기에 애당초 저기 닿기도 힘들었다.
달인급 무예는 없어도 지략은 뛰어난 여자였다.
하지만 여황제는 그 지략으로 선택을 실수했다.
내가 바라던 게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폐하──!!】
제단에서 싸우는 우리를 눈치채고 군단장들이란 놈들이 올라왔다.
나와 여황제는 승기를 잡을 책략을 짜내고, 그 길게 째지는 외침이 들려왔을 때 바로 움직였다. 나는 최단거리로 노리던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방대한 마나를 술식에 불어넣은 여황제가 세로 동공에 핏빛 안광을 터트렸다.
【어머니의 제단에 선혈을 흘리거라, 긍지 높은 전사여!!】
퓨샤아아아아아아악──!!
여황제의 권능과 마법이 제단을 헤집으면서 빼곡하게 칼날을 길렀다.
자신마저 휘말리는 마스터 클래스의 오의!
그 공격이 미치지 않은 장소는 오직 한 곳 뿐.
──그리고 나 또한, 당연히 그 안전권에 있었다.
【씨이이발!!! 다들 꼼짝 마!!!】
냅다 안전권으로 달려간 나는 유이링의 친언니, 바이츠니아의 실종된 황녀이자 아즈테카의 무녀로 선정된 하프 드워프 아가씨의 목에 수도를 겨눴다.
【자꾸 깝쳐대면 느그 무녀님이 아픈 꼴을 보는 수가 있어!!】
나의 지엄한 경고에 제단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와, 존나 오랜만이네. 이런 임기응변식 작전.
【……………….】
【……………….】
【……………….】
알몸에 코트만 걸치고 나한테 붙잡힌 황녀님은 그 침묵을 뚫고 외쳤다.
【……꺄아아앗!! 살려주세요오오옷!!!】
존나게 국어책 연기였다.
눈치는 좋은데 연기력이 빵점이시네. 에르제랑 비교해서 6점 드리겟읍니다.
근데 내가 예전보다 이래저래 성장해서 그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쪽팔리네.
‘아니 쓰벌, 솔직히 이기라면 이기겠는데 싸우고 나서 마나 오링날 거 같다고.’
짐짝이자 인질 역할이었던 황녀님도 이걸로 1인분은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 감사 인사는 따로 필요 없답니다.
본인도 신나서 소리치면서 저항은 전혀 안 하는 게, 이 웃기는 촌극이 존나 효과적이라는 걸 다년간의 무녀 취임(강제. 약정 무기한)에서부터 깨달은 모양.
그래서였을까. 사악한 식인종 제국의 수뇌부는 전율하며 외쳤다.
【비, 비열한 놈! 정의로운 영웅이라지 않았나!】
【그만! 명예도 모르는 침략자 같으니! 토나슈일루카틀 님을 풀어줘라──!!】
쏟아지는 매도. 나는 빵끗 웃었다.
【공주라는 직업은 인질과 동음이의어지. 이건 「상식」이다, 야만인들.】
뭐, 좀 비겁하면 어때. 책략의 대가인 제갈량도 인질 전술을 썼는데.
니들만 납치당한 히로인으로 재미 보란 법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