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웅!
낙하한 여황제는 자기가 새긴 의식의 마법진에 추락했다.
【폐하!!!】
황녀의 피보다 많은 선혈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 꼴을 알아차린 아즈테카의 군단장들이 포효하면서 달려들었지만 아내들과 발퀴리에가 막아주었다.
“노르드 님! 무운을 빕니다!”
황녀를 안은 바이콘이 퇴각했다. 이제 개인적인 목적은 이뤘다.
남은 건 대국적인 목적이다. 나는 얼마 안 남은 마나에 눈을 찌푸리며 착륙했다.
【쿨럭.】
그만한 중상을 입고도 여황제는 살아있었다. 내 의도대로였지만, 나는 마치 놀라며 공격에 대비하려는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내 권능을 파훼한 그 힘. 어머니의 성전에 훼방을 놓을 최소한의 자격은 있구나. 하필이면 대낮에 습격을 감행한 이유도 말이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던 걸까. 여황제는 연기력이 쌉폭망한 남자 아이돌의 드라마 대사를 본 가정주부처럼 헛웃음을 터트렸다.
【……머리를 노렸다면 죽일 수 있었겠지. 그런데도 명줄을 붙여놓고, 하필이면 제단에 떨어트릴 줄이야. 지략에 맞지 않게 마무리가 허술하군.】
【뭔 개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입을 털어봤자 더 이상 가까이 안 간다, 병신아.】
【거짓부렁은 집어치우라. 남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다니, 제왕이 된 이후로는 처음 겪는 일이긴 하다만…… 좋다. 그토록 원한다면 불러주마.】
큭큭큭…. 낮게 웃던 여황제는 왕홀을 내던졌다.
【무녀는 놓쳤을지언정, 짐의 피와 살로써!! 이 땅에 하늘을 덮는 태양을 부르리!!】
─푸욱!!
여황제는 약해진 몸으로 흑요석 단검을 만들고 그걸 의식의 절차도 없이 자기 몸에 쑤셔박았다. 약식(略式)이긴 했지만 틀림없는 제물 의식이었다.
느릿한 동작. 막고자 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아서 어쩔 것인가?
내가 노린 건 우신들의 각개격파가 아니다. 신 하나를 좆 빠지게 잡았는데, 딴놈이 튀어나와갖고 그 시체를 낼름 처먹어버리면 죽 쒀서 개 주는 꼴 아니겠냐고.
작전을 조졌을 때의 여파를 생각하면, 싫어도 이 방법밖엔 없었다.
그 제물이 유이링의 언니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을 뿐.
【이 몸, 나우알리 13세의 모든 것을 어머니께 바치겠나이다!!】
나우알리(Naualli). 처음 들은 저 여황제의 이름.
내 귀에 들리길, 그 이름은 막시카들의 언어로 ‘무녀(Shaman)’라는 뜻이었다.
─쿠우웅!!
빛의 기둥이 솟았다. 신적인 존재들의 강림이며 퇴거에 뒤따르는 통로였다.
내가 궁지에 몰아넣으면 다른 누군가를 제물로 써서라도 어떻게든 토나슈일루카틀을 부를 거라고 예상했다. 키아라랑 내가 ‘막지 못할 것’이라고 본 이유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사태를 노리고 작전을 짰다.
간파당한 건 예측 못한 사태이긴 했는데, 결국 황제 본인이 의식을 집행한 셈이었다.
‘밥상은 차려놨다. 어쩔 테냐.’
─키잉!
나는 천리안으로 무슈흐렐리틀을 살폈다. 역시 진작부터 이변을 눈치챘던 것일까. 슈퍼 도마뱀은 이쪽을 향해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날개를 펼치지 않았군. 오래 유지할 순 없었나 보지.’
그렇지만 빠르다. 한참 전부터 달려오고 있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벌써 저만치 가깝다.
대륙을 뒤덮는 밤의 권능이 쇄도하고 있었다.
“도마뱀이 온다. 민병대를 퇴각시켜.”
메달 안의 발퀴리에에게 전언을 전했다. 통신이 발달 못한 이세계에서 무전기가 있으니 편하기는 하군. 여황제는 영혼을 뽑히며 광소를 터트렸다.
【이겨낼 수 있겠느냐! 신의 힘을 조금 가졌을 뿐인 몸으로, 마수의 육신에 갇힌 별바다의 신을 이겨낼 수 있겠느냐! 어머니의 품에서 그 결말을 지켜보──】
쐐애애액─! 퍽!!
나는 끝까지 듣지 않고 그 와꾸에 오러의 창을 던져서 꽂았다.
【지금 건 이스테틸의 몫이다.】
창을 던진 손을 내리며 뇌까렸다.
내 이기심으로 아즈테카의 총수권자가 고통받지 않고 뒤지게 됐으니, 작게나마 그 사죄를 포함한 마무리였다. 앞서 양해를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쿵! 여황제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슈와아아악─!!
영혼에서 들끓은 황금색 마나가 내게 흡수됐다. 마나 계승 현상이다.
‘비슷한 마나기는 했지만, 설마 계승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일단 그 마나를 몸으로 받았다. 틈만 나면 내 대신 마나를 쪽쪽 마셔대는 브류나크도 이번만은 눈치껏 내게 양보했다.
‘마스터 클래스를 상대로 마나를 흡수하는 건 또 처음인데.’
─두근!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증강된 마나의 양이 장난이 아니군. 이만큼이나 가시적인 성장은 오랜만이었다.
구신의 마나가 아니라 흡수력은 낮았지만, 적지 않은 전력의 보강이었다.
찌이이잉─!
하지만 제물로 바쳐진 여황제의 영혼을 나한테 거의 빼앗기고도, 태양빛으로 빛나던 대낮의 하늘은 더욱 밝아졌다.
눈 뜨고 올려다보기 힘들 정도의 광채는 차라리 성스러울 정도라서, 그 빛무리에서 내려오는 금색 용도 그럭저럭 신이라고 칭송받을 만 했다.
하늘을 덮는 태양. 토나슈일루카틀.
피막의 날개가 붙은 4개의 팔이 자란 금색 용.
─촤르륵!
브류나크가 창 형태로 돌아왔다.
지금 막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생각한 내 마나가 비루해 보일 정도의 위압감!
하늘을 우러러보던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싶단 생각을 하며 중얼거렸다.
“씨발 놈, 대책 없이 크네. 주차하기 힘들겠어.”
신화와 전승이 과장됐다고 생각했는데, 얘기로 들었던 권능은 거짓이 아니었나.
토나슈일루카틀의 권능은 대낮 한정 무적화와, 하늘에 있는 동안 끝없이 팽창한다는 것이었다. 꼭 태양빛에 자라나는 식물들처럼 말이다.
‘자동 회복이나, 뭐 그런 것 정도라고 봤는데.’
장난 아니게 긴 원뿔형의 몸이 거의 하늘을 다 가려버릴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뻔한 권능은 아닐 듯 했다. 무한 회복+거대화 정도가 아닐까.
쿠우웅! 쿠우웅!! 쿠우우웅웅─!!!
토나슈일루카틀의 등장에 무슈흐렐리틀도 더욱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국소적으로 밤이 다가오는 걸 육안으로 보는 듯 했다.
그리고, 대륙의 시간을 지배하는 2개의 권능이 기어이 맞붙었다.
지반끼리 격돌하는 것처럼 둔탁하게 맞붙으며, 밤과 낮이 하늘을 양분했다.
─Oooooooooo!!!!
─Uuuuuuuuuuuuu…….
투우웅─!! 뽑혀나가는 건물과 암반이 흙먼지로 보일 정도였다.
부상을 회복 못한 무슈흐렐리틀과, 아즈테카를 세워서 다른 우신들보다 까마득하게 많은 제물을 받으면서 힘을 기른 토나슈일루카틀.
순식간에 자웅이 갈릴 정도의 격차는 아니었고, 두 신은 하늘과 땅에서 맞부딪혔다.
내가 긴장에 빨라지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마나 포션을 마셔댔을 때, 군단장들을 사살한 티르시와 다나가 제단으로 내려왔다.
티르시는 녹초가 된 몸을 포션의 약빨로 달래며 말했다.
“노르드. 프랑 쪽은 준비됐다고 해요.”
“나도 준비됐어. 오래 버틸 자신은 없지만……”
내 설득에 넘어왔으면서도 아직도 불안한지 좀 말을 얼버무리는 다나였다. 나는 그런 울 눈나에게 못 할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나 혼자 싸우고 깝치다가 다치게 두기 싫댔지?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어.”
“……아니 뭐, 후회하는 건 아닌데.”
“불안해? 누나라면 할 수 있어. 그 권능은 마나량이랑은 무관해.”
나처럼 룬을 통해서 억지로 흉내내는 게 아니면 말이다.
나는 바짝 굳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성공할 거야. 셰이드의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연습했는데 뭘.”
“진짜로? 그 고생을 하고도 성공은 3번에 1번 꼴이었는데?”
“그것도 여기라면 괜찮아. 내가 보기에…… 이 대륙은 【중간가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없던 곳인 듯 하거든. 권능을 펼칠 때의 끝발이 좋아.”
내 눈이 미래를 읽기 시작한 이유.
이 대륙에 왔을 때부터 느낀 위화감.
그 이유는 어스틀란 대륙이 라그나로크 전후에 급조됐거나, 신의 힘이 많이 남아있는 땅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내가 이세계라고 부르는 【중간가지】는 사실, 셰이드의 꿈이랑 거의 똑같다.
셰이드라는 주술은 마법의 신인 오딘이 제작한 태초의 권능의 마이너 카피!
이세계의 기둥이자 창조주인 신들.
그들이 현실을 주무르는 현실조작의 권능. 그걸 정신 속 내면세계(Dreamland)에서 펼치도록 돕는 기술이 바로 셰이드의 주술 아니던가.
그게 아니었다면 감히 꿈도 못 꿨을 것이다.
내가 창세의 권능으로 여황제의 권능과 마법을 억지로 틀어막은 건 말이다.
“타이밍은 우신들이 거리를 뒀을 때야. 부탁해.”
“……시발. 이 멍청이랑 결혼한 게 죄지.”
“세상 부러운 죄도 다 있네요.”
투덜거리는 다나. 우신들의 전투를 보며 억지로 농담하는 티르시.
쿠오오오오오오─!!
토나슈일루카틀은 오르틀라위퍼의 최후를 봤던 건지, 나와바리에서 니가와 전법을 펼치는 중이다. 몸에 달린 보옥 같은 구슬에서 광선을 뿜어댄다.
무슈흐렐리틀은 그 광선을 막으면서 날개를 펼 각을 찾고 있다.
뒤엉키면서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다. 나는 하늘의 상태를 살피다가 문득 어느 건물 위쪽에서 감회에 젖은 눈빛을 하고 있는 키아라를 찾았다.
눈이 맞았다. 그는 이전에 군단장의 비행능력을 무효화시켰던 유물을 꺼냈다.
─시작합시다.
나는 입술의 움직임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키아라가 뛰어내렸다. 처음 스콜라코에서 그가 싸우는 모습을 봤을 때 느꼈던 거지만, 그의 움직임은 오딘의 눈으로도 예측되지 않았다.
크롸라라라라라락─!!
천둥처럼 빛이 찢어졌다.
하늘이 낮과 밤으로 뚝 쪼개진 신화의 싸움.
지상에서 벌어지다가 멈춰버린 인간들의 싸움이 너무나 하찮아질 정도의 싸움이지만, 그게 최고로 안성맞춤이었다. 우신들은 지상의 인간을 신경도 안 쓰고 있었으니까.
그 인간들에게 자기들을 죽일 맹독이 있으리란 걸 꿈에도 모른 채로 말이다.
아즈테카의 북쪽에 눈을 돌렸다.
─쿵!!
성벽까지 접근한 전차. 여황제와 수뇌부가 ‘기동요새’라고 불렀던 어떤 돌덩이가 변형했다. 팔뚝이 돌아가며 손이 자라나고, 곧추선 다리가 땅을 디디면서 일어났다.
아틀란티스에서 올라온 또다른 난입자.
오리할콘 골격을 아낌없이 투자한 슈퍼 초대형 골렘.
무슈흐렐리틀의 반신을 때려죽였던 거신이었다.
***
“……프랑 언니! 쟤네들 엄청 쳐다보고 있어요!”
거신 골렘을 조종하는 걸 돕던 라리루라가 오두방정을 떨며 외쳤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그녀들의 안전을 위해서 함께 있던 베로니카는 공감했다.
─골렘에게서 많이 떨어진 곳 있다가 위험할 때 도망쳐.
노르드에게 그런 지시를 받고 대기하던 그녀다. 언제든지 〈공간이동〉으로 도망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지만, 산처럼 큰 몬스터들이 동시에 고갤 돌리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응. 무지 무섭지만…… 쳐다봐 주면 고맙지.”
결혼반지를 움켜쥔 프랑이 말했다.
이 골렘이 권능을 갖춘 우신들한테마저 강력한 적이라서 저토록 노려보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내세운 골렘은 미끼니까.”
거신 골렘의 동력로는 다른 무엇도 아니라, 저 무슈흐렐리틀의 반신이기 때문이다.
─……씁, 백작님? 뭘 어떻게 해 달라 하셨소?
프랑은 출정 전에 니다벨리르에서 급거 방문한 동족 장인들이, 그리고 그들이 기함하던 모습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새로웠다.
신화의 싸움이 끝나고, 동력을 잃고 쓰러져버린 거신 골렘.
그리고 거신 골렘과 나란히 쓰러져버린 괴수의 시체─무슈흘레리틀의 힘이 담긴 육체─를 가리킨 노르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아뇨 뭐, 급하지도 않은 구획정리보다는 저걸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실래여?
─……저 성채만한 골렘을 말이오?
─그런 표정 지으실까바 미리 옆에다가 재료도 구비해 뒀어여!
─구비해 두신 게 아니라 무식하게 커서 처리를 못하고 계신 게……
─지상 최고의 장인 종족인 드워프의 나라에서 한층 최고의 장인만 모인 게 니다벨리르의 왕실장인들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힘드실까요?
─……쓰으으읍….
─여러분의 능력으로도 불가능하다면 포기해야겠다고 말씀해 주세여. 뭐, 솔직히 안 될 것 같기는 했습니다. 저희 아내만한 능력자는 얼마 없겠죠.
─……혹시 옆에 계신 사모님이 저걸 만드셨소?
─네? 앗, 네! 하프 드워프인 프란체스카에요!
─씨바아알!! 짜식들아, 연장 챙겨!!! 저거 끝낼 때까지 집에 못 갈 줄 알어!!!!
여왕께 ‘최대한 협조하세요’라고 명령받은데다, 자존심까지 자극당한 장인들. 그들의 머릿속에서 거절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수백 명의 드워프들은 무려 2주일 내내 야근한 끝에 썩지도 않는 괴수의 심장과 육체 일부를 가공해서 거신 골렘에 심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희귀금속을 빼면 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매직 아이템의 재료는 몬스터의 육체였다. 가죽이나 손톱과 같은 단순한 부위만 쓰이는 것도 아니었고.
─드래곤 하트를 먹으면 9써클이 되는 법인데, 괴수 심장 정도면 아크 리액터 쌉가능이지.
저렇게 거대한 생물이 어떻게 자기 육체를 유지하고 움직이는 것일까.
어릴 적에 TV에서 본 거대화 괴물들의 추억을 물리법칙에 부정당한 지구인 강북호의 의문은 당연했고, 그 대답은 이세계의 법칙에 마련돼 있었다.
골렘이야 마나로 때운다지만, 메머드보다 훨씬 큰 괴수가 자기 체중에 눌려 죽거나 지반 밑으로 가라앉지 않는 게 어째서겠는가.
인간처럼 마법을 사용해서? 몬스터한테 바랄 걸 바라야지. 드래곤도 아닌데.
대형 몬스터의 심장은 마나를 생산하는 장치다.
무슈흐렐리틀 심장을 모방한 심장은 저 골렘을 움직일 잠재력이 있었던 것이다.
촤아아아아아아─!!!
하늘을 양분한 밤과 낮이 거신 골렘에게로 곧게 뻗었다. 우신의 권능이 발휘되는 권역이 확장된다. 토나슈일루카틀과 무슈흐렐리틀은 거신 골렘에게 돌진하며 아가리를 벌렸다.
무슈흐렐리틀은 일전의 복수를 이루고 잃어버린 반신을 되찾고자.
토나슈일루카틀은 그 안에 박힌 심장을 먹고서 힘을 강화하고자.
그리고 그 돌진을 확인한 아델라이데가 외쳤다.
“중력 마법, 준비!”
그녀의 호령에 맞춰서 바이콘 마법사단의 남은 절반이 마법진에 올라탔다. 그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1개의 마법에 그들의 마나를 때려박는다.
바이콘은 종족적으로 공간 마법의 재능을 타고 태어난다.
구천세계를 자유로이 노니는 유희신.
그리고 그 자손인 신마 슬레이프니르의 혈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법칙에서 공간에 가장 밀접한 현상은, 바로 중력.
섬기고자 하는 왕의 명령을 따라서, 바이콘들은 그 마법을 해방했다.
【【【별의 누름돌(Stjǫrnunnar Steinn)!!】】】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작용하는 중력 역전.
산에 버금가는 크기의 우신의 체중은 짧은 시간 동안만 인간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찰나지간을 놓치지 않고서, 베로니카는 쓴웃음을 짓고 타오르는 가지의 지팡이를 겨눴다.
“신을 향해서 마법을 다 쓰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파앗!
그렇게 눈을 부릅뜬 무슈흐렐리틀을 베로니카가 발동한 〈공간이동〉이 휩쓸고── 공기조차 희박해질 정도의 고공으로 날려보냈다.
〈공간이동〉에 드는 마나는 무게에 비례한다.
그게 한 순간일지라도 괜챃다.
무게가 인간 1명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우신을 그의 영토에서 축출할 수 있다.
─Kyaoooooooooo!!!!
─펄럭!!
자신의 몸에 벌어진 일을 알아차리고, 그 즉시 날개를 펼치는 무슈흐렐리틀. 하지만 날개에 담긴 추력은 그의 육신을 일절 띄우지 못했다.
“통했군요.”
유물을 발동한 키아라는 지상에서 그 까마득한 상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신의 힘도 아니고, 평범한 마법에 불과한 힘. 충왕대군의 육체에서 건져올린 마법으로는 모험가 길드의 수장이 가진 유물에 저항할 수 없다.
하지만 저대로 떨어트린다 한들, 큰 타격은 줄 수 있어도 해치울 순 없다.
무엇보다, 이 작전의 입안자는 저대로 떨어트릴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다.
쏴아아아아─. 천공을 때리는 파도 소리.
추락을 대비하던 무슈흐렐리틀은 낙하 코스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성을 보았다.
형태를 확실히 갖추지 못한 평원의 성.
신기루처럼 무력하지만, 확실하게 발현한 권능.
프레이야의 성. 〈발퀴리에의 평원(ᚠᚩᛚᚳᚹᚨᛝᚱ)〉.
─쿠우웅!!!
추락한 높이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무슈흐렐리틀이 추락한 평원은 반파되면서도 파괴나 추락은 면했다. 저 아래에서 창세의 권능을 쓴 다나만이 불안감에 얼굴이 파래졌을 뿐.
─Kuoooooooooooo!!!!
분노에 찬 꼬리로 성을 부수며 무슈흐렐리틀은 고개를 들었다.
공간의 권능이 통하는 대지에서 쫓겨났을지라도, 시간의 권능은 아직 밤을 유지하고 있다. 상처는 전무하며 육신은 건재하다.
하지만 천공은 토나슈일루카틀의 주무대.
틀림없이 놈을 시켜서 이곳에서 그를 몰아넣게 할 생각이리라고 무슈흐렐리틀은 예상했다. 결코 몬스터 따위에겐 불가능한 사악한 지혜와 살의로.
그러나, 그렇게 일어난 그의 전방.
“안녕. 휴스로이트에서 보고 한 달 만인가?”
사신의 여왕의 평원에 한 인간이 서 있었다.
“끼룩?”
“까악!”
그의 넓은 어깨에서 희고 검은 까마귀들이 자기 날개를 고르며 재롱을 피웠다.
그 겉모습과 마나에 무슈흐렐리틀은 아주 잠시, 자신의 친족을 떠올렸으나…… 머지 않아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노인의 모습을 선호했으니.
“아직 무대는 덜 갖춰졌지만, 아무튼 환영한다.”
브류나크와 자신의 반신을 어깨에 진 노르드는 창으로 천공성을 두드렸다.
“하늘의 성. 대지의 신의 무덤으로 적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