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49화 (748/1,009)

우신 토벌전이 끝난지 2주일이 지났다.

2주일은 길었다. 어스틀란 대륙의 막시카들이 ‘일주일’이란 바깥 세상의 단어를 배우고, 침체된 고향이 바뀌어가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덕분에 14살 먹은 소녀에게 지난 2주일은 생애에서 가장 농밀한 시간이었다.

【후에윽.】

짐을 옮기던 포카소카는 엄살을 부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가재를 정리하고 공사 현장에서 일을 구경하던 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누나, 아파?】

【……아프긴. 힘들어서 그렇지.】

노동은 힘들지만 자기도 돕겠다고 나서놓고 투덜거릴 수야 있나.

그리고 이 고생도 가축과 진배없던 나날에 비하자면 감지덕지였다.

막시카들은 이제 아즈테카의 군홧발에 바스라진 희망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이 흘린 땀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리라는 믿음을 얻었으니 말이다.

2주일 전, 신들이 권좌에서 쫓겨난 날.

막시카들은 어머니 신으로 불리던 하늘을 덮는 태양에게서 선조들의 영혼을 해방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신을 물리쳤다.

그들은 스스로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언니 이스테틸의 말마따나, 이 희망은 그 어떤 보물과도 못 바꿀 자부심이었다.

【고생했어! 이거 먹어! 울프헤딘 님께서 주신 과자야!】

【아, 오늘치 식량?】

그녀가 받아보자 바깥 대륙의 달디단 과자였다.

언니가 데려온 바깥 세상의 귀족, 울프헤딘이란 분이 나눠주는 간식이다. 첫날 먹었던 오트밀조차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이제는 매끼 나오는 밥마다 군침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울프헤딘 님이 말씀하기길 ‘막노동에는 밥심이 제일’이라던데, 수백 명한테 돌아가는 밥도 그렇게 맛있잖은가. 그럼 이 간식은 얼마나 맛있을까?

【……꿀꺽.】

그래서였을까? 어린 동생들은 먹으라고 줘 놓곤 노역자들에게만 배급된 간식에 침을 삼켰다. 포카소카는 깔깔대며 포장을 열었다.

【같이 먹자. 다들 먹어보고 싶지?】

【진짜?! 그래도 돼?!】

【아무렴. 대신 내일도 얌전히 기다리기다?】

【네에!!】

아이들은 밝은 얼굴로 쿠키를 하나씩 음미했다. 노르드의 배려로 가족과 나눠먹기 쉬운 과자였다. 포카소카도 1개 집어들고 깨물자 혀가 녹는 것만 같았다.

【다들 집에 안 들어가고 뭐해?】

【아, 언니! 언니도 이 과자란 거 먹어 봐!】

그렇게 천상의 맛을 음미하고 있자 이스테틸이 찾아왔다. 포카소카가 쿠키를 내밀자 그녀는 피식 웃고서 봉투를 흔들었다. 큼직한 과자 봉투였다.

【과자? 과자야?!】

【그럼. 왕창 받아왔으니까 나눠먹어.】

【와아아아!! 누나 최고!!】

동생들에게 과자를 나눠준 이스테틸은 어른인 척 굴던 포카소카마저 못 참고 우걱거리기 시작하자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붕대를 쓰다듬으며 등을 돌렸다.

이스테틸의 고향이 골렘과 막시카들의 손에 뚝딱거리며 고쳐지고 있었다.

【워어! 이봐, 흙더미 친구! 앞 좀 보고 다녀!】

【Gogo?】

【예끼, 멍청한 놈아! 그 골렘이란 놈은 말을 못 알아듣는다지 않았냐!】

병상을 떨치고 일어난 장로가 빼액대는 걸 보던 이스테틸은 동생들에게 간식 꾸러미를 던져주고서 장소를 옮겼다. 잠깐 동생들 얼굴을 보러 들렀을 뿐, 그녀의 일은 남아 있었으니까.

의회당처럼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건물에, 바깥 세상의 방문객들과 각 도시국가의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가 찾던 인물은 금방 눈에 띄었다.

─까딱까딱.

두꺼운 근육과 몸을 귀족의 옷으로 감춘 남자가 체통도 없이 손을 흔들었다.

이스테틸은 바깥 대륙의 언어를 배우고자 읽던 사전에서 본, 고양이라는 생물을 떠올렸다. 그녀가 잘 몰랐던 그 독특한 생물은 평소 자신의 발톱을 숨기고 산다는 모양이다.

그러니, 힘과 지혜를 감춘 저 남자는 말하자면 발톱을 감춘 늑대일 것이다.

그것도 신도 물어죽일 늑대.

【앉으시죠. 따끈따끈한 자동 번역기 울프헤딘, 절찬 대기 중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내 의견이 필요한가?】

【저희가 처음 겪는 바깥 세상과의 외교에요. 꼭 필요하고 말고요.】

도시국가에서 모인 시장들까지 그렇게 말해대니 할 말이 궁해졌다.

이 의회가 ‘식인종 나라 아즈테카’라고 싸잡아 불리던 어스틀란 대륙의 주민들이, 처음으로 바깥 대륙의 핵심인사와 가진 대화의 자리였으니 말이다.

이스테틸이 착석하자 셰드멘호테프는 요란하게 손짓발짓을 해대며 외쳤다.

〈전원 모였군! 그럼, 논의를 시작해 보자꾸나!〉

***

─그렇게 랩틸리언들은 나쁜 신을 물리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저런 멘트로 엔딩을 치고 스탭롤이 올라가는 건 동화 속의 얘기였다.

초등학교 공작시간에 만든 찰흙 공예나 물로켓 같은 것조차 그렇잖은가?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고 나서 애물단지를 정리하는 것까지가 실습이다.

〈당금의 어스틀란 대륙은 매우 어지럽다.〉

나랑 막시카 대표들에게 셰드멘호테프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난제는 많다. 용사들의 장례식은 끝났으나,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허나 아즈테카라는 악질적인 폭군에게 시달린 그대들에겐 자립할 기반이 거의 없다.〉

【……부정은 않겠습니다. 이 대륙에서 자체적 군사력마저 없다는 게 어떤 문제를 낳는지는 2주 사이에 충분히 알았습니다.】

【은인 분들이 아니었다면 시민들의 절반은 마수에게 잡아먹혔겠죠.】

입원한 키아라 대신 오늘은 내가 번역기 포지션.

오목조목 짚힌 팩트에 시장들은 체념했다. 물론 저 시장들부터가 인선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서, 아즈테카의 따듯한 젖꼭지를 빨던 놈들은 내가 죽인 여황제를 따라갔다.

결국 하나같이 국영을 맡기기에는 많이 불안한 사람들이란 건데.

문제는 저들이 아니라고 따로 인재가 있는 것도 아니란 점이었다.

〈그 말대로. 이 대륙은 몬스터가 많더군. 물론 서식지역이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지만, 그것은 저 우신의 영향이었다. 이제부터는 다르지.〉

【아즈테카의 전사들과 하늘을 덮는 태양이 없어졌으니까요.】

〈작은 숲에서도 터주가 바뀌면 몬스터들의 대규모 이동이 발생한다. 이만한 대륙에 저만한 신들. 얼마나 큰 변화가 될지는 말할 것도 없군.〉

우신들은 이 대륙의 나와바리를 삼등분했다.

그 영향이 소멸한 지금, 본능으로 활동하는 몬스터들은 일부 도시국가의 시민을 노려댔다. 피해를 막고 임시로 이민시키긴 했는데, 이건 궁여지책일 뿐이었다.

〈어디 그뿐이더냐? 아즈테카의 그 식인종들은 완전히 뿌리뽑히지 않았노라.〉

토나슈일루카틀이 뒤져버리자, 갑작스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식인종들은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착란을 일으키며 자살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죄다 깔쌈하게 할복 자살을 했다면 깔끔했을 걸, 일부는 탈주해서 흩어진 상태.

십새끼들을 냅둘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싸움의 여파와 대륙의 지리에 대한 무지로 빤쓰런 식인종련들의 추격을 포기했다. 현지인들을 시킨다? 가서 잡아먹히라고?

스콜라키체들처럼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으면서, 또 골렘들이랑 같이 항구를 지켜줘야 하는 이들이 아니면 고향에 묵는 건 위험했다.

〈우리는 그대들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한다.〉

─콕. 셰드멘호테프는 어설픈 대륙 지도를 가리켰다.

축척부터 개판이지만 이래봬도 가장 수준 높은 지도였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자주성을 지켜주는 건 어려워. 자기 몸을 직접 지켜내겠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가능하다면 아즈테카의 수도에 머물길 권하마.〉

아즈테카의 수도. 짱짱 쎈 결계가 있는 곳.

좆도 없는 병력을 산개시켜서 지키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역시 피해자들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거지. 유대인들을 독일 수도(가스실 많음)에 묵게 하는 거랑 뭐가 달라.

【상의는 끝났습니다. 울프헤딘 경이 설득에도 조언을 주셨구요.】

번역해주자 나한테 시선이 쏠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직접 싸우며 피를 흘린 저항군과, 아무 것도 안 하고 자유가 주어진 일반 시민들을 같이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다문화 도시국가가 합쳐지면 이건 불화의 씨앗이 되죠.〉

중국-일본-한국인을 같은 도시에 밀어넣은 격.

그런데 이런 뻘짓을 해놓고, 직접 싸운 사람들 뒷담하다가 손바닥을 뒤집고 자유 메타를 탄 새끼들과 독립유공자─비유하자면 그렇게 된다─들을 같이 취급할 순 없잖은가.

‘친하게 지내라고 해도 지들끼리 공적이나 묵은 원한을 갖고 싸울 게 뻔한데.’

지구의 역사만 봐도 편하다는 이유로 민족성을 말살하고 뭉쳐놓은 집단은 붕괴한다. 인종의 용광로는 지랄이고 고추장 없는 비빔밥이 되는 것이지.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 일 없이 한가하고 남이랑 비교를 해대니까 불평이 나오는 겁니다. 밖에 나가면 마수 먹이가 되는 상황이니, 빡센 노역과 충분한 대가를 통해서 다스려야죠.〉

〈새삼 묻고 싶네만, 백작은 정말로 바이츠니아 황족 출신이 아닌 게 맞나?〉

〈이 논리는 제가 겪으면서 실감한 건데요.〉

어? 사람이 말이야, 잠도 못 자고 개부랄 같은 레퍼런스를 뒤져가면서 멋대로 뻗은 랩실 기재를 고치고 있는데 다른 랩실 노예가 꿀을 빨면 눈이 확 돌아간다~ 이 말이에요.

〈아즈테카의 수도나 문명의 흔적을 때려부수고 도시국가의 상징이 되는 깃발 같은 걸 내겁시다. 수도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정복과 승리를 누릴 자격을 주는 거죠.〉

혐오와 갈라치기 신공은 집단을 분열시킨다.

마찬가지로 공공의 적은 내부를 단결시킨다.

〈싸움이 끝나자마자 아즈테카의 창고를 털어서 삐까뻔쩍하게 장례를 치르고, 저항군들의 공로를 치하한 것도 그래섭니다. ‘우리 다 깐부 아잉교’라는 의식을 심어줍시다.〉

이 대륙은 넓고 문화는 다르다. 지금까지 서로 친하게 지내지도 못했던 데다가, 스콜라키체들은 은근한 차별마저 받고 있는 판국!

그래서 ‘잔학한 아즈테카에 함께 맞선 동지’라는 전우애를 심고자 장례식과 보상, 식량 배분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같이 월화수목금금금을 2~3번 보내보면 존나 좆 같은 새끼라도 등에 칼을 꼽기 망설여지니까. 앵간치 씹새끼가 아니라면 말이지.’

이게 그 흔들흔들 효관가 스톤엣지 증후근인가 하는 그거구마잉.

물론 이 과정에서 현지 문화도 알아야 했기에, 내 노동량은 졸라 많았다.

그래도 줄창 핍박받던 막시카들은 너무나 쉽게 넘어왔다. 그 뭐냐, 노예 여캐가 좀만 잘 대해줘도 자지러지며 주인공을 물고 빨아주는 것처럼.

이 대우가 소위 말하는 ‘뽕’을 채워준 것이었다.

독립과 자유, 새로운 삶이라는 뽕을.

─흐엑! 이, 이렇게 많은 빵을! 며칠 치인가여!

─이건 「한 끼」라는 거다. 하루에 3번 있지.

─앗, 아앗! 죄송함미다! 죄송함미다! 밥을 쏟고 말앗읍니다! 제발 살려주세여!

─아아. 그럼 줄을 서라. 「리필」해 주지. 물론 무료다.

─흐, 흑요석과 황금 피리? 노예였던 제가 이런 귀한 걸 받아도 되나여!

─너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다. 용맹하게 싸워준 너의 무훈을 기리는 훈공식을 치뤄주지. 이제부턴 자유인의 신분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고, 고기가 이렇게 많이! 다른 도시 사람으로 만든 스튜인가여?!

─아니야 미친련아!

노동은 자기 시간을 세속의 가치로 바꾸는 행위.

죽음은 삶의 다른 표현.

그러니까 노동과 죽음에 대한 대가는 곧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치관이다. 시급 3000원 받다가 8000원으로 업글 받은 불체자 핫산의 마인드지.

─일만 해도 가족을 배불리 먹일 밥을 준다고? 간식? 그건 또 뭔데?

─갸아아악!! 제물의식이다!! 아니라고? 장례식? 표창식?

막시카들은 인간다운 삶을 얻고 눈물에 겨웠다.

그러면 다음은 어떡한다? 그 만족감이란 무상의 행복이 아니었다고 알려줘야지.

살아남은 저항군들을 치료해주고 으리으리하게 칭찬해줬다. 그들이 싸워준 덕분에 여러분은 참된 자유를 찾았노라고 말이다. 이걸로 국뽕 1차 접종.

전통 예식에 맞춘 국뽕 장례와 표창식.

최대한 엄숙하고 비극적으로. 신파극을 찍으며 눈물을 잔뜩 뽑아냈다.

마무리로 아즈테카의 재산을 일부 허물어서 영웅들의 주머니를 빵빵하게 채워줬다. 국뽕 2차 접종 완료다. 파라오의 전폭적인 동의 덕분에 편했다.

【전우는 신이고 우리는 무적이다! 나와 우리의 전우들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얻었다! 이 평화는 우리의 사투와 죽은 전우들의 피로 세워졌다!】

【우리의 영웅이 되어 줘!】

【내가 주인공이 될게!】

죽음을 평가받고, 노력을 평가받는다.

독립과 자유와 인간찬가의 삼단 컴보.

치사량의 뽕은 ‘너, 나, 쟤들’로 나뉘어 있었던 도시 국가의 시민들을 ‘저항군 영웅들과 우리들’로 뭉쳐주었다. 이게 윤활유지 시팔.

〈물론 이런 식의 통치에는 한계가 있죠.〉

뽕은 과하면 뇌절이나 중독자를 만들기 쉬웠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을 거고, 저항군을 띄워준 부작용도 생기겠지.’

당연한 일이다. 완장을 채워줬으니까 거들먹거리거나 지랄하는 놈들도 나올 거 아니냐. 그런 쪽의 컨트롤은 시장들과 이스테틸에게 맡길 것이다.

쟤네가 잘 못하면? 철권제재에 나서야지 뭐. 내 일은 아니니까 신경 끌련다.

노르드는 촌구석 영지의 영주 대리에오! 정치는 잘 몰라여!

아무튼 당근과 채찍은 동시에 써야 한다는 게 BDSM 선서에도 적혀 있다. 사료와 스토리 뽕에 넘어가지 않는 일부 유저층은 게임성으로 잡아야 하는 법.

마침 딱 패기 좋은 샌드백도 있잖아?

〈겸사겸사 자원자를 모아서 부대를 꾸립시다.〉

〈탈출한 아즈테카 놈들을 쫓을 이들 말인가?〉

〈그렇죠. 각 도시의 앞잡이들을 찾아서 족치고 몬스터로부터 시민들을 피난시키다가, 실력이 적당하다고 여겨지면 사람을 붙여서 추격합시다.〉

우리들 원정대로는 사람이 너무 부족하고, 남의 복수를 대신 해주는 건 내 신념이랑도 안 맞는다. 길 안내 역할이어도 자기 밥값은 해 줄 것이었다.

아즈테카의 잔재를 척결하고 복수에 불타는 사람들을 독려할 기회.

그리고 여론이 쪼개지는 걸 막을 수단이었다.

─시발 나도 저항군 꼈으면 니들만큼 했지. 운 좋게 성공해놓고 왜 지랄인데?

─그런 당신을 위해서 국공부대를 마련햇읍니다.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입대 안 해? 쫄려? 그럼 불평도 하지 마 씹새야.

기회를 줘도 안 잡는 새끼가 어딜 가서 지랄을 하겠나. 마치 ‘한국에 다시 전쟁이 터지면 경제가 살아난다구욧!’거리며 시위하는데 자위대에는 입대하지 않는 닛뽄인 같은 것이지.

갈림길은 사람의 선택을 한정시키기 적절하다.

국뽕 메타가 싫다면 어벤져로 전직하십시오.

〈당겨서 안 된다? 그럼 밀어주면 됩니다. 시민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못 가도록 여러분이 옆에서 푸쉬해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과냐 문과냐로 고민하던 학생이 진학 관두고 랩 하러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많은 시민들은 국뽕과 자유, 복수와 분노 중에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것이며, 그건 우리 통제에서 벗어날 깡패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풀을 뜯는 말은 여물을 주면 되고, 달리는 말은 고삐를 당기면 되거든.

당연히 그 추살부대도 엄격하게 통제해야겠지만 말이다.

〈앞뒤로 끌어도 미동도 않는다? 그러면 저희가 뭘 해도 불응하는 몹쓸 사람이란 뜻이죠. 이런 놈들의 통제는 여러분의 일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해내 보이겠습니다.】

배에 힘을 꽉 주고 대답하는 시장들이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어차피 바지사장 출신이신데 하다가 힘드시면 적당히 보직 교체해도 암 말 안 할게. 인재가 없지만 않기를 바란다.

후, 시발. 아무튼 평소보다 2배로 말해야 하니 개빡세네.

〈우리는 같은 인류로서 그대들의 투쟁에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물로 입술을 축이자 파라오께서는 의회를 끝내며 근엄하게 선언했다.

〈오르틀라위퍼가 없어진 북방지대에 교역소를 세우고 물물교환이나 협력을 계속하겠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도록.〉

【감사합니다, 파라오!】

〈음. 바쁘실 터이니 이만 종회(終會)하지.〉

시장들은 돌아갔다. 이제 사람을 거르고 고르며 불철주야 일해야 할 사람들이다. 게으름을 피우면 잘라버릴 거에욧! 의무 최대로!

물론 귀찮으니까 그 점검은 본국에서 찾아와준 전문가들에게 맡길 거지만.

나는 볼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걸랑.

미안! 내 몸이 너무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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