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55화 (754/1,009)

─스륵.

일단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팔찌 브류나크를 메달 안에 넣었다.

뒤이어 티르시의 옷을 살핀 나는 잠시 웃었다.

‘저번에 최면 플레이를 할 때랑 비슷한 옷이네?’

그때 했던 플레이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내 웃음만으로 생각을 눈치챈 듯 티르시는 네페르티티 밑에서 일어나며 얼굴을 붉혔지만, 뭐라고 반론하지는 못했다. 하긴. 누워서 침 뱉기지.

“네페르티티. 그 옷은?”

“노르드, 지쳤을 테니까. 기운 나?”

기운 나고 말고. 나는 아직 퇴근 이후에 아내가 씻고 온다는 말에 벌벌 떠는 중년 유부남이 아니었으니까. 마나가 빠지면 운동량을 늘려서라도 그런 불상사는 막아야지.

“좋네요. 틈틈이 밤일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각 잡고 유혹받으니까 색다르네.”

발기는 천리안을 켰을 때부터 계속되는 중이다.

“유혹 대성공. 나, 프로 서큐버스.”

“기뻐할 만한 일인가요? 숙녀의 행위가 아닌 듯한……”

뿌듯해 하는 네페르티티랑 입을 꾹 닫는 티르시.

그나저나 티르시가 자기 발로 최면 플레이를 권하는 날이 다 오다니.

역시 수면부족은 사람을 망친다. 근데 이런 방향성이라면 살짝 망가져도 될 듯.

‘그래도 오늘은 힘들려나.’

티르시는 성격 상 단 둘이서만 최면을 걸어주길 바랐겠지만, 뭐 별 수 있나. 오늘은 좀 참아주기를 바라자. 애초에 같은 레퍼토리로 최면을 거는 건 매너리즘이……

‘잠깐, 딱히 그렇지도 않지?’

비슷한 최면이라도 시츄에이션 나름 아닌가?

“잠깐만요, 노르드?”

─샤샥.

뭔가 불길한 걸 느낀 듯한 티르시의 급속접근. 그녀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시잖아요? 그 최, 최ㅁ… 아무튼 그건 단 둘이 있을 때만 해 주세요.”

“부끄러워서 그런 거잖아요? 그럼 티 안나게만 걸게요.”

“그게…… 아, 알겠어요.”

티르시는 울상이 되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최면은 상호동의로 이뤄지는 거야. 어차피 내가 거부하면 안 통해!

─최면 따위에 지지 않아!

딱 그런 표정이시다.

하지만 그 ‘거부하면 안 통하는데 최면에 전부 걸려버리는’ 게 자신의 최고 꼴림 포인트라는 걸 아직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스스로 악당에게 패배하는 야겜 히로인 무브.

음. 역시 우리 아내님들은 꼴잘알이야.

***

─딱!

노르드가 손가락을 튕기자 네페르티티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아흐에……”

딱 소리가 들리자마자 티르시는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살짝 벌어진 입과 초점 없는 눈. 침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훈련된 개가 이러하랴 싶은 표변이었다.

“네, 변함없이 한 방이고요. 내심 기대하셨나?”

입을 멍하니 벌린 티르시는 대답이 없었다. 노르드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다가 네페르티티의 투명한 시선에 헛기침을 좀 했다.

“수치심 필터를 좀 뺐어요. 솔직해지는 마법을 걸어드린 셈이죠.”

“?”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시란 뜻입니다. 자, 티르시도 정신 차리시고.”

─짝! 노르드가 손뼉을 쳤다.

그러자 멍해져 있던 눈이 돌아왔다. 초점이 좀 흐릿하기는 했지만 평소의 티르시였다. 네페르티티한테는 그렇게 보였다.

노르드는 네페르티티의 넥타이를 만져주다가 픽 웃었다.

“귀엽다…… 고 해도 되는 옷일까요? 이건.”

네페르티티는 창관 주점의 여직원 같은 옷으로 무장했다. 참고서적은 베로니카의 이하생략. 무려 그림까지 동봉된 전문서적이었으며 이세계에서는 꽤 보편적인 코스프레였다.

입은 본인은 이런 옷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지만.

“귀여운 거 아니야. 야한 옷.”

“네페르티티가 그걸 스스로 입었으니까 귀여운 거죠.”

“마음에 들어?”

부끄러움이 조금 있기는 했던 걸까. 머뭇거리던 네페르티티는 웨이트리스다운 치마를 들췄다. 꽤 짧던 치마 안쪽에는 허벅지에 메뉴가 적혀있었다.

─와인 & 오늘의 식사: 각 1쿠퍼.

─키스 & 파이즈리: 1쿠퍼.

─질내사정: 5쿠퍼. (피임비 별도)

※: 그외 성추행 전면 무료 이벤트 진행 중♡

“……이건 뭐에요?”

“남자가 기뻐하는 가게.”

‘……베로니카인가? 베로니카겠지?’하고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한 노르드는 손을 뻗었다. 배려있는 스킨쉽이었지만 거침없이 엉덩이를 만지는 손길.

“읏…♡”

“신장개업이라고 칩시다. 고객은 저 뿐이고.”

“……? 당연한 얘기.”

“크헤헤헤. 그럼 됐죠. 이 집 서비스 잘하네.”

“앗, 읏♡”

하복부를 쓰다듬자 바로 신음이 나왔다. 네페르티티는 미열에 허덕이다가 노르드한테서 1쿠퍼 치 동전을 건네받았다. 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식사? 아니면…… 나?”

“조만간 성지식의 레퍼런스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눠보기로 하고. 키스 하나요.”

“주문 감사합니다.”

일단 동전은 주머니에 챙겼다. 끝나고 돌려줘야 할지를 고민하던 그녀는 노르드에게 안겨서 그와 입술을 포갰다. ─쪽. 담백한 키스였다.

“이걸로 끝입니까?”

“응? 응.”

뭐야 내 10만원 돌려줘요.

노르드는 픽 웃고 1실버 은화를 꺼냈다.

“그럼 이 값만큼 키스해 주실래요?”

“……하루 종일?”

“아, 그럼 10쿠퍼짜리로 바꿀게요.”

이 아가씨는 장사했다간 큰일나겠네. 피식 웃는 노르드에게 네페르티티는 잠깐 고민했다가 입술에 초콜릿을 물었다. 시험품 중에 받은 물건이었다.

“……♡”

그녀는 초콜릿을 입으로 먹여주고, 노르드가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키스했다.

“쯉…♡ 츄아…♡”

목을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나눴다.

─사각. 티르시는 그 서류첩에 백지를 얹고서는 그런 그들 옆에 비서처럼 섰다.

혀가 뒤엉키자 초콜릿 향이 혀끝에 머무는 것만 같았다. 초콜릿 향기가 흐려질 때까지 혀를 섞던 네페르티티는 깨끗하게 투명한 침을 실처럼 늘어트렸다.

“푸하아. ……10쿠퍼 값, 했어?”

“팁이 드리고 싶어졌어요.”

“사양 않을게.”

─팅! 튕겨진 동전을 낚아채는 네페르티티. 노르드는 일어선 그녀의 속옷을 젖히고 손가락을 깊이 집어넣었다. 네페르티티는 치마를 다시 들췄다.

찌걱, 쮸걱…!

“……후으♡”

손가락이 질내를 휘젓는다. 상냥하게 몸에 배인 쾌감을 짜낸다. 쿡쿡 찌르는 감촉이 골반을 타고 허리의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잠깐 실례.”

노르드는 네페르티티의 젖소 비키니를 젖히고, 메달에서 남는 초콜릿 시럽을 유두에 칠했다. 그리고서 달콤쌉쌀한 향기의 가슴을 한 입에 물었다.

“아우, 흐으읏♡”

분홍색 젖꼭지는 초콜릿에 빠진 딸기처럼 빨간 색으로 달아올랐다.

─쮸븝, 쯉♡

장난스러운 애무가 잠자던 성감대를 깨웠다.

그래도 꽤 정성스런 애무였다. 느려서 버틸 만 했다는 뜻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약점을 두들기며 절대 그녀가 참지 못하도록 공략했다는 뜻이었다.

“……하읏♡”

퓻─♡ 후두둑….

신음을 참아봤지만 소용없었다. 기립한 자세로 버티던 네페르티티는 그의 어깨에 쓰러지면서 그 몸을 작게 떨었다. 속옷이 빠르게 젖어들었다.

그걸 지켜보던 티르시는 뚱하니 서류에 깃펜을 놀렸다. ─사각사각.

“하아, 하으…”

뛰어난 체력이 무색하게 숨을 헐떡이던 네페르티티는 살짝 곁눈질을 했다.

서류엔 절정 제로백 62초라고 적혀 있었다. 뜻 자체는 알기 쉬웠다.

그녀가 가버리기까지 1분이 걸렸다는 뜻이겠지.

“……62초면, 긴 거야?”

“……제 평균 기록의 약 6배네요.”

그렇구나.

‘그럼 긴 편이겠네.’

그녀보다 훨씬 성 경험이 풍부할─거쳐간 남자 숫자가 아니라 횟수라는 면에서 말이다─ 티르시. 그녀의 절정이 10초인데 비해서 네페르티티는 약 1분.

경험량에 비하면 무척 뛰어난 편 아닐까?

잠깐 기뻐하던 네페르티티는 생각을 바꿨다.

“……아니면, 빨리 가는 게 더 좋아?”

“……뭐, 뭐어. 적당한 게 제일이지 않겠어요? 그리고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요. 저도 노력하면 첫 절정에 한해서는 14초까지 버틸 수 있다구요?”

자존심이 상한 듯 자기 기록을 말하는 티르시.

대단한 걸까? 네페르티티로서는 잘 몰랐다.

10초에서 14초. 40%의 기록 상승이긴 하다.

“푸큽…… 크, 크흐흡……”

입을 틀어막은 노르드가 고개를 돌렸다. 감격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애초에 판단기준이 다르니까… 노르드 님께서 진심으로 하신 게 아니잖아요? 표본값이 달라지면 결과값도 달라지는 게──”

“……노르드 님?”

“……네? 아, 네. 노르드 님이 왜요?”

호칭이 바뀐 것 같은데.

네페르티티는 티르시가 어딘가 좀 이상해진 것을 느꼈지만, 대충 납득하기로 했다. 사실 저런 옷을 입으려고 한 것부터가 평소의 티르시로선 상상도 못할 일 아닌가.

“……그렇구나. 낮이밤져.”

노르드가 말했던 그런 거겠지.

침대에서 성격이 바뀐다거나. 베로니카의 책에 나오는 전문가들에겐 흔한 일이었다.

“크흐흐. 뭐, 인내심 훈련은 필요하긴 해요.”

뺨을 부들거리던 노르드는 헛기침을 했다.

“쉽게 가버리는 건 귀엽긴 하지만, 너무 심하면 섹스에 집중하기보단 걱정이 앞서거든요. 솔직히 한 번 박힐 때마다 퓻퓨 뿜으면 좀 걱정되죠.”

“이해했어. 특훈이 필요해.”

“어, 뭐. 그런 셈이죠?”

노르드는 생각보다 진지한 리액션에 좀 놀랐다.

하지만 네페르티티는 그 이상으로 본격적이었다.

‘밤일은 부부 생활의 중점.’

속궁합이라는 말도 있다. 몸이 떨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지 않던가. 그런 뜻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었지만 네페르티티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원래 나르메르-나일의 종교는 성(性)에 개방적.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하토르 교단에선 특히 그랬다. 본 교단에서 세크메트 모험자 길드 쪽으로 빠진 네페르티티 같은 사람이 되려 별종일 정도로.

노르드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던 만큼, 네페르티티는 심사국고하며 말했다.

“제안이 있어.”

─돌돌돌. 치맛단을 말아서 허벅지에 까맣게 쓴 음란한 메뉴판과 속옷을 보기 쉽게 만들고서 네페르티티는 티르시의 손을 잡아끌었다.

“뭐, 뭔가요?”

“둘이서 연습하는 편이 효율적. 경쟁은 성장의 원동력이 돼.”

“……어떤 경쟁을?”

“절정 참기 승부.”

선뜻 내뱉은 말이 티르시의 귀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네페르티티의 편파적인 성지식이 낳아준 희대의 우량아였다. 두 사람 모두 말을 잃었다.

“절정 참기, 승부……?”

마치 불러선 안 되는 존재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처럼 티르시는 두려움에 떨었다.

“손가락이나 성행위에 오래 버티는 버티는 쪽이 승리.”

하지만 네페르티니는 눈치채지 못하고 설명했다.

“이긴 사람한테는 포상. 진 사람은 벌칙. 경쟁의 기본.”

“그거 좋네요. 채용.”

“노르드?!”

‘님’ 자가 빠졌다는 점에서 얼마나 본심에서 우러나온 경악인지 전해졌다. 하지만 노르드는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고 허리를 쓰다듬었다.

“티르시가 이기면 독점도 가능하잖아요?”

“어, 으……”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부질없는 승산을 미끼로 쓴다는 점에서는 삼류 악마나 다름없었지만, 무척 안타깝게도 지금 티르시의 사고회로는 쾌락에 빠진 탓에 삼류 이하.

“이긴 쪽은 뭐든 소원을 하나 들어드릴게요. 아, 대신 밤일 관련으로만.”

“……소원?”

보지에서 전해지는 쾌락에 허덕이던 티르시마저 귀가 쫑긋 솟았다.

뭐든 들어준다면…… 단 둘이서 최면 플레이를 부탁해도 되나?

‘밤일 관련해선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라면서 부탁하면 되지 않나? 아무 소원이나 다 된다면 좀 그렇겠지만, 딱 잘라서 ‘밤일 관련’이라고 한정된 소원이라면……

누가 이기고 어떤 소원을 들어주건 노르드로선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은 이 순간 티르시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거기까지 생각하기엔 미끼가 너무 달콤한 탓이었다.

“……확실히, 너무 가버리기 쉽다는 문제는 언젠가는 해소해야 할 문제죠. 10분만에 녹초가 되는 상태론 매일밤 최소 2~3명씩은 붙어야 할 테니.”

그래서 그녀는 헛기침조차 하지 않고 태연하게 적당한 핑계를 뱉었다.

“그 제안, 받아들일게요. 시작해요, 노르드 님.”

“응. 승부 시작.”

그렇게 왕의 첩실로도 꿀리지 않을 미모의 여인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자신의 다리를 M자로 벌렸고.

“……헤? 잠, 앗, 후엑♡♡”

퓨우웃─♡!!

10초를 채 세기도 전에, 티르시는 조수를 높이 뿜으며 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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