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68화 (767/1,009)

***

〈끄르륵…….〉

─휘청. 유적을 지키던 경비가 기절했다.

내가 그의 목을 놓자 경비는 힘없이 쓰러졌다. 기절한 것이었다.

〈잠시 비켜주십시오.〉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록스가 다가섰다. 그는 허리춤에서 방울을 꺼내서 흔들었다. ─딸랑. 존나 카페 유리문에 달린 벨처럼 마나의 파동이 울렸다.

〈으…….〉

〈끄에…….〉

기절한 경비들이 깨어났다. 하지만 눈에 초점은 없었다.

나는 유적 문을 만지며 물었다.

〈무슨 매직 아이템?〉

〈『몽유병의 초대』. 유물이죠.〉

그의 설명에 따르자면 잠든 와중에도 몸에 배어 있는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저 경비들은 본업으로 돌아간 것이다.

정신만은 꿈나라에 간 채로 말이다.

〈야영하며 잘 때 야습당하지 않아서 좋죠. 한 번 쓰면 1시간 정도 기억이 모호해집니다만, 이럴 때는 부작용이 아니라 순기능이 되더랍니다.〉

〈우리에 대해서 잊을 테니까…… 요.〉

록시가 대답했다. 평소엔 잘 때 기습당해도 눈 뜨기 전에 잠깐 싸울 수 있게 해 주는 선빵 가드 아이템으로 애용했던 모양. 유용해 보이는군.

록스는 방울을 넣으며 기웃거렸다.

〈문은 열리겠습니까?〉

〈사람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에는.〉

현재 항의를 구실로 유적을 찾으러 온 모험가들이나 티베리우스 용병단, 그리고 윈스턴 탐사단의 멤버들이 경비대에 들이닥친 상태였다.

〈던전 입구를 통제해? 존나 남작이 아니라 황제님이신가? 아저씨 양심 어디?〉

〈기, 기다려 주십쇼! 영주님께 일단 문의를─〉

〈어? 이상하네? 우리 대장 할배 빽이 누구신지 듣고 쫄아서 들여보내준 거 아냐? 그런데 유적엔 못 들어가게 한다고? 이게 무슨 논리지?〉

〈스애끼들, 이 불법점거 책임질 수 있어? 엉? 니들 주인님이 너희들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나 몰라라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근데 진짜 우리 대장님 빽이 뉘겨?〉

〈알 게 뭐야. 우리야 용병이나 몬스터랑 싸울 일 없이 일당 타면 그만이지.〉

감각에 집중하자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

당연히 이건 우리가 만든 소요였다.

〈내가 가진 가문패로 경비병들이 우릴 힘으로 쫓아내지 못하게 한 건 좋았소만, 셀루스티아 남작에게 우리의 유적 입장 허가에 대해 물으러 갔을 것이오.〉

〈막아도 되는지 물어보려 간 거겠지.〉

〈이거 서두르지 않으면 무서운 사람들이 이놈 하러 오겠구려.〉

록시의 비아냥에 윈스턴도 웃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몰래 들어가는 거잖소?〉

〈그렇죠. 일단 안에 들어가버리면 저희가 어디 갔는지 알 게 뭐랍니까?〉

나는 록스의 말에 공감하면서 문짝을 열었다.

쿠구궁…. 유적의 문이 크게 벌어졌다.

〈빠르군. 어떻게 한 거요?〉

〈이미 힘으로 따여 있었어.〉

고대문명의 기술력으로 잠긴 거면 이렇게 쉽게 못 열었지.

남작이나 다른 누가 열어버리고, 그 위에 현대 마법으로 잠금을 걸어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납땜 마법이야 술식을 분석해서 해체하면 땡이지.

〈말씀드렸다시피 유적 안에 몬스터는 없어요. 흩어져서 유물을 회수하죠.〉

라리루라가 지도를 꺼내면서 말했다.

내가 내부를 훑어보고 대충 만든 지도다.

〈내부 지도를 모사한 거랬나…… 요?〉

〈실제 구조랑도 일치하는군요.〉

〈이러면 몬스터가 없다는 사전정보도 믿을 만 하겠소.〉

돌림노래처럼 얘기하는 세 사람.

천리안으로 읽었다고 해도 믿어줄 리 없잖은가. 그래서 걍 3D 항공뷰로 지도를 베껴그린 것이다. 진짜 지도를 베껴왔다는 핑계로.

이 지도가 현실의 유적과 일치하는 한 내 말은 상당한 설득력을 띈다.

〈지도를 배분할게. 물건은 여기 회수하고.〉

그들에게 〈아공간〉 아이템을 던져줬다.

인공 미스릴 미달과는 다른 인벤토리였다. 작은 메달은 휴대성은 좋지만 물건을 넣고 꺼내는 데에 제약이 많았는데, 그걸 해결한 임시 버전이다.

〈무슨 아이템이죠?〉

〈안에 펼쳐진 아공간에 물건을 넣거나 꺼낼 수 있어.〉

키아라의 두루마리 인벤토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

‘빼돌리는 건 허락 못 하지.’

신체검사야 나중에 하면 그만이고.

‘안팎의 공간을 격리하는 유적이어도 인벤토리 마법은 기능한다.’

하지만 유적 밖의 물건을 아공간에 넣어서 옮기지는 못한다.

아내들이 연락이나 물건을 넣어줘도 그 편지가 내 석판엔 닿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당한 매직 아이템이군요.〉

그치만 이것도 현대 이세계에선 개쩌는 물건인 모양이다.

어르신의 자본력이라고 생각했는지 록스는 나─원로에게 후원받는 사람─처럼 될 미래의 자신을 상상한 듯 기대감에 눈을 빛냈다.

〈……종류를 안 가리고 물건을 저장하는 공간 마법 아이템이야? 이게 다 얼마야…… 요?〉

록시도 상황을 잊고 감탄했다.

그리고 윈스턴은 내가 준 아이템을 확인하다가 가만히 물었다.

〈이거 참. 뭣도 모르고 데리고 다녔다간 기껏 찾은 유물을 전부 채갔겠구려?〉

〈노 코멘트로.〉

눈치 빠른 노인네 같으니.

흩어졌을 때의 위험과 뭉쳐 다니면서 유물 회수 작업이 늦어지는 것.

리스크를 두고 잠시 논의한 우리는 산개하기로 결정했다. 나랑 라리루라는 입구부터 훑기로 하고 내가 오며가며 확인한 노다지 위주로 털었다.

단지, 회수는 라리루라한테 일임했다.

10분 정도 바쁘게 움직이던 나는 천리안을 켰다.

〈벡안!〉

─키잉!

투시 모드까지 발동하며 항공뷰로 유적 상공을 훑었다. 사람의 시야랑은 너무 달라서 어지럽기는 했지만 영화나 만화의 연출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버틸 만 했다.

‘2D 던전 탐험 게임의 단면도 같군.’

경계는 충분하다. 라리루라는 꼭두각시를 잔뜩 꺼내서 잡히는대로 쓸어담았다. 내용을 확인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왔군.〉

내 천리안에 그들의 대갈통이 비췄다.

유적을 통제하는 병사들의 진지.

거기에 당당히 등장한 파란 머리카락의 남작을 말이다.

‘그때 봤던 놈들은 숨어있네.’

8명이다. 인원이 늘지는 않았다. 남작는 플라부스인가 했던 친구와 권위적이지 않게 대화한 뒤, 그들을 물리고 유적 앞까지 다가왔다.

〈라리루라. 싸울 준비.〉

〈넵! 수비를 최우선으로 말씀이시죠♡?〉

〈잘 아네.〉

발퀴리에를 꺼냈다. 아내들을 포함한 우리 측의 전력은 그럭저럭 가까운 곳에 모여 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켈노니아다.

‘〈공간 이동〉 한 방이면 입구까지 순식간이지.’

저 놈들이 들어오면 적당히 안까지 유인해갖고 앞뒤로 포위하면 그만이다. 훨씬 안까지 들어가서 유물 회수 중인 티베리우스 남매와 윈스턴은 안전하다.

‘퇴각하지 않게 하려면 발퀴리에가 많아도 안 될 테고…… 3마리만 꺼낼까.’

5대 9.

실력에 자신이 있으면 들이박을 것이다. 어차피 막 스무 마릴 꺼내놔도 미스릴 클래스 급으로 활동하기엔 충전시켜놓은 마나가 없다.

더 꺼낸다고 쳐도 7~8마리가 한계인가.

‘우신이랑 싸우면서 마나를 거의 오링냈으니 별 수 없지.’

그렇게 내가 적을 살폈을 때였다.

─빙글. 고개를 드는 시퍼런 대갈통.

셀루스티아 남작은 천리안으로 내려다보는 나랑 눈을 마주치면서 귀족답게 인사했다. 내가 놀라며 시점을 돌리려고 하자 눈에 통증이 달렸다.

─지끈!

“이 씹!”

욕부터 튀어나왔지만 아프진 않았다.

따끔한 정도인가. 먼지라도 들어간 것 같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지지직….

천리안이 다시 발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시선을 인식하고 튕겨냈다?’

“선배! 매직 아이템이 먹통이에요!”

라리루라가 유물을 쑤셔박던 인벤토리를 흔들며 말했다. 나는 인상을 썼다.

“공간 마법 자체가 봉쇄됐나.”

오딘의 눈에서 파생된 천리안을 봉쇄할 정도다. 황금시대여도 인간 문명의 기술이라면 막지 못할 건 또 뭐겠는가. 인벤토리 석판까지 먹통이자 난 살짝 초조해졌다.

〈공간 이동〉을 막는 기술.

아틀란티스 레이드 때부터 우려했던 그 기술이 지금 나타난 것일까.

‘하지만 천리안까지 막고, 바깥이랑 격리된 유적 밖에서부터 우리한테 영향을 준다고?’

그런 게 가능한 일일까?

아니, 가능이야 하겠지. 실제로 한 방 먹었으니.

포위계획은 파탄났다. 무너진 프로젝트에 집착했다간 좆망하기 딱 좋다는 걸 랩실에서 배운 나다. 나는 오감을 키우려다가 멈췄다.

다행히 그건 현명한 망설임이었다.

끼기기기기기기익─!!!

“꺄악?!”

듣기 싫은 소음이 귀를 파고들면서 유적 안까지 울리자 라리루라가 귀를 막았다. 청각을 키워가며 저 새끼들이 얼마나 가까워졌나 알아보려 했는데, 존나 개좆될 뻔 했다.

“복수전인가. 아주 열심이시군.”

실드를 펼쳐서 마나를 튕겨낸 내가 중얼거렸다.

그 씹새들도 프로는 프로다. 각 잡고 죽이려고 왔으니 강적이긴 했다.

─쭈욱. 나는 신축성이 좋은 인피면구를 당기고 변신도 해제했다.

그립기 짝이 없던 꼴마초 바디로 복귀다.

“다굴 작전은 접자. 도주로도 막혔어.”

“으…… 별로 상관은 없지만요.”

라리루라도 엘프 가죽을 벗고 귀나 몸의 변신을 해제했다.

브류나크를 땅에 찧으며 지도를 살폈다.

“다른 일행을 물려놓고, 여기서 한 판 붙는다.”

***

99대대의 집행관들은 유적 안을 달렸다.

공간을 도약하는 저격은 남작의 마법이 막았다. 체력 배분을 신경쓰면서 자엘은 여유롭게 그들을 따라오는 남작의 체력에 조금 놀랐다.

〈곧 조우하게 될 테니 후방에 계시오.〉

웃는 낯이던 남작은 고개만 까딱였다.

그렇게 유적의 코너를 돈 순간이었다. 꽈르릉─!!! 통로를 가득 메우는 강대한 번개가 자엘에게 쏟아졌다. 마나를 감지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자엘의 손이 수인(手印)을 맺었다.

기습하기 좋은 골목이었기에 예상한 선공이다. 여덟 집행관이 동시에 발동한 바람의 방어막들이 번개를 흘러넘겼다. 통로가 터져나가며 돌먼지가 피어올랐다.

예상했던 기습. 하지만 번개의 위력만은 차원이 달랐다. 깎여나간 마나를 확인한 99대대는 빠르게 산개하며 도삭진(刀削陣)을 펼쳤다.

‘또 기습을 허용했다. 첫 수는 적이 앞서나갔어.’

‘하지만 처음부터 감안한 피해다!’

벽과 땅을 박차며 입체적으로 달리던 그들은 돌 파편과 연기가 가라앉은 곳에서 남녀 한 쌍을 찾아냈다. 분홍 머리의 꼭두각시 술사. 그리고──

자엘은 사납게 외쳤다.

〈본인이 와 있었나!! 노르드 울프헤딘!!〉

〈이름에 ‘폰’도 넣어줄래? 영주 대리거든.〉

노르드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기습을 가한 건 저 자였나? 아니면 부하가 따로 숨어 있나?

의문을 고려하는 건 그 역할을 맡은 이들이다. 집행관 중 하나가 심념으로 경고했다.

─좌우 상부! 발퀴리에로 보이는 존재가 3체!

─1조로 막는다. 도삭진 안으로 밀어넣어.

자엘의 명령에 맞추듯이 신의 병사들이 빛나는 창을 내려찍으며 급강하했다.

─발퀴리에의 조우전 기록을 명심해! 접전에서 이길 생각은 하지 마라!

발퀴리에. 여신 프레이야의 신좌에서 태어나는 신의 병사들.

그 교전 기록은 황실 암부에 내려져오고 있다. 달인의 영역보다도 철두철미한 전투기술와 강력한 마법을 특기로 삼는 존재들.

채앵!! 채채챙─!!

검을 뽑은 집행관은 부상을 입어도 아랑곳 않고 그들을 쳐냈다.

〈누구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져도 인간의 힘과 대처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포위에 성공한 자엘이 말했다.

〈마스터 클래스조차도 그렇다. 네놈의 부하가 우리를 유적 밖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처럼, 우리 역시 적이 가진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장기로 삼는 집단이지.〉

〈로마니아를 위협하는 인지 밖의 괴물을 잡기 위한 대대라.〉

노르드는 셀루스티아 남자를 살폈다.

〈대대. 대대…… 마음에 안 드는 이름이군. 뭐, 협조성은 놈들보다 좋은가 보지만, 흑역사를 묻어버리기 위한 모임이라는 점에선 도토리 키재기긴 해.〉

99대대는 대답하는 대신, 도삭진의 완성을 마법 술식 면에서 재검토했다.

하지만 속내는 그만큼 냉정하지 못했다.

‘……어떻게? 아니, 어디까지 알고 있지?’

존재 자체가 기밀인 99대대의 이름을 안다고?

집행관들은 남작의 저택 밖에서는 잡담조차 한 적이 없었다. 남작이 배반했을 가능성마저 고려하면서 자엘은 검에 오러를 씌웠다.

─카각! 노르드의 창이 바닥에 선을 그었다.

〈왜 알고 있는지 궁금해?〉

〈영혼을 심문하셨겠지요.〉

남작은 책을 펼치면서 대답했다.

〈결원이 1명 나왔으니까요. 애초부터 한 분을 죽이고, 99대대 여러분을 쫓아내서 돌아가신 분의 혼을 심문하는 게 목적이셨을 겁니다.〉

〈머리 좋은 놈은 첫 인상부터 별로인데. 특히 남자에다 무기를 들고 있는 놈은.〉

윈스턴과 티베리우스 남매를 쫓아내자마자 한 게 바로 그것이었으다.

눈을 반개하며 노르드는 자엘과 남작을 검지로 까딱거렸다.

〈근데 정보 공유가 안 됐나? 의외로 니들끼린 별로 사이가 안 좋은가 봐?〉

〈……남작.〉

〈예? 아, 저주라면 또 실패했습니다.〉

도움이라곤 안 되는 작자 같으니.

적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은 것 외엔 아무 쓸모 없는 조력이었다.

노르드도 창에 오러를 둘렀다.

〈네 부하는 아는 게 없더라. 너는 조금 더 잘 알 것 같아서 기대되네.〉

〈흑마법사 놈이.〉

심념으로 의지를 공유하는 집행관들은 공격하란 명령도 거치지 않았다.

스스스스스스…!! 진형을 갖춘 그들의 전신에서 짙은 마나가 뿜어졌다. 유형의 에너지로 변한 마나 역장이 노르드와 라리루라를 뒤덮었다.

〈음.〉

노르드의 얼굴이 살짝 굳었을 때, 자엘은 바로 정면에서 치고 들어갔다.

발퀴리에들이 일부를 요격했다. 5인의 집행관은 규칙적인 보법을 밟으며 마나를 뿜어냈다. 역장은 실제로 살인적인 위력으로 적들을 압박했다.

─번뜩!

─채앵!

3개의 오러 블레이드를 쳐내는 노르드. 오러의 출력은 어쨌든 완력에 차이는 놀라울 정도였는데, 그 공격은 가벼운 견제일 뿐이었다.

채채채채채채챙─!!

칼날을 집어넣은 바구니를 흔드는 것처럼 마구 터져나오는 금속음! 노르드는 방어력을 믿고 일부 공격을 몸으로 가드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인간 집단을 마법진처럼 운용해?〉

〈방대한 마나와 집단의 연계는 강자를 죽이는 칼날이 되지.〉

99대대의 도삭진은 적을 소모시키고 아군을 살리는 진형이었다.

집행관 한 사람에게 마스터 클래스의 달인이나 초월종 몬스터에게 치명상을 입힐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인간에겐 인간의 전법이 있는 것이다.

그 어떤 괴물도 힘의 근원은 마나였다.

한 컵의 물이라도 쇳물에 쉼없이 부어대면 언젠가는 식게 만든다.

‘마나 소모가 격렬하군. 처음에 뒤집어쓴 마나가 원인인가?’

노르드는 타격이 누적되는 속도와 빈틈이 없는 진형에 눈을 찌푸렸다.

‘데미지는 없지만 마나가 숭덩숭덩 날아가네.’

진형을 무너트리려고 마법을 갈겨도 무용지물. 흘려내거나 피하고 진형을 보충하니 틈이 없었다. 고작 세 명이 상대인데도 그렇게 느낄 정도였다.

노르드의 감각은 맞았다.

8명의 집행관들이 발동한 고위마법의 이름은 〈도산결계〉.

접촉하지 않아도 마나를 쌍소멸 시키는 마법은 노르드의 마나를 1초 간격으로 소비시키고 있다. 집행관들은 소모되는 부담을 나누기에 효율은 더 극대화된다.

마법사 길드의 소서러조차 가만히 있어도 10초 정도면 마나 탈진으로 죽는다.

실제 공격까지 포함하면 깎는 마나는 집행관들 전원의 2배에서 3배다. 9명이 모이면 드래곤들도 심장을 혹사하지 않으면 불꽃 한 줌 뿜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엘의 눈동자는 쉴새없이 떨렸다.

“〈번개의 화살(Lightning Missile)〉.”

파지지지직─!!

드래곤마저 쇠약하는 도살자들의 고리에 걸린 채, 노르드는 마법을 쏘아내고 있었다. 무진장으로 느껴지는 마나는 칼날을 뚫고 자엘을 감전시켰다.

〈무식한 괴물 놈 같으니라고!!〉

─쩌엉!!!

기술로도 노르드에게 지지 않는 집행관들은 그 검끝을 몸에 꽂는 데 성공했다. 자엘도 오러까지 두른 칼날을 텅 빈 등의 한복판에 찔러넣었다.

벌써 4번째 유효타.

부하들도 합쳐서 최소 10번은 검을 꽂았다.

일전에 죽였던 마스터 클래스의 달인은 이때 쯤 되서 쇠약하는 게 보였었다.

9명에서 3명으로 인원이 1/3이 되기는 했지만, 노르드 역시 진짜 마스터 클래스는 아니다. 동작만 봐도 수준은 보인다. 이만큼 공격당했으면 지쳐야 한다.

〈인텔리 엘리트라고 불러 주시겠어요?〉

그렇다면 이 놈은 뭐란 말인가?

혈수마공(血手魔功)

카이저 피닉스(Kaiser Phoenix)

퍼엉─!!

불꽃이 터져나오며 집행관 한 사람의 좌반신을 불태웠다.

어떻게 아직 움직이지? 어째서 아직도 온 몸을 오러와 정체 모를 방어형의 마나로 뒤덮고, 계속 마나 소비가 격렬한 창술을 뿜어낼 수가 있지?

노르드는 진각을 밟으며 창대를 당겼다.

〈우선 한 놈.〉

─서걱!

꺼지지 않는 불꽃에 발이 무뎌진 집행관 하나가 그 목을 브류나크에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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