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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71화 (770/1,009)

스킬 캡쳐는 무술을 카피하는 마법.

하지만 나는 이 기술을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법의 원 주인이었던 흑마법사 새끼도 보여줬던 마법 자체의 결함─한계점─ 때문이다.

‘이건 몸과 마나를 움직이는 법을 술자의 혼에 이해시키는 마법이다.’

재현도는 완벽하지만 기술에 담긴 뜻은 깨우칠 수 없다.

깨달음이 없어도 기술을 쓸 수 있다. 이 마법의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결국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흉내. 이런 한계를 훈련으로 극복시킬 바에야 【게르튀르】를 조금 더 갈고 닦는 게 옳다.

나는 잔재주를 늘려도 경지의 상승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고 봤던 것이다.

그래서 봉인하고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마나의 운용이 어렵군요. 마법의 효과입니까.〉

─삐걱. 남작의 보법이 노골적으로 무뎌졌다.

남작은 바로 실을 끊으려 했지만, 내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 창술을 퍼부으며 오딘의 눈과 스킬 캡쳐로부터 이해되는 술식을 분석한다.

‘이 새끼의 동작은 오딘의 눈으로 안 읽혀.’

달인급의 체술을 가지지 못한 적.

그런데도 내 공격을 막아내는 건 놈의 침착함과 룬 버프에 의한 반사신경/신체 강화 덕분이었다. 육체에 작용하는 마나 말이다.

‘스킬 캡쳐는 체술을 베끼는 마법. 하지만.’

이세계의 체술은 육체에 작용하는 마나 운용이 몸의 움직임만큼 중요하다.

【게르튀르】가 구신의 마나를 뿌리처럼 몸에다 굳건히 박아야 사용이 가능한 것처럼, 이 새끼의 몸에 뿌리내린 룬 마법의 마나처럼.

그러니까 ‘신체에 작용하는 룬의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스킬 캡쳐로도 이해된다!

〈발 엉키고 있다, 병신아!〉

─투둑! 나는 남작의 몸에 걸린 룬 마법을 해체했다.

〈큭……!! 습득도 안 하신 룬을 즉석에서 해체하신 겁니까?〉

〈답안지가 있는데 못할 건 또 뭐겠냐!!〉

창을 후려쳤다. 유효타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기술의 진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점은 남는다. 하지만 나한테는 문제없다. 오딘의 눈이 있다. 두 개의 분석기술이 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습득도 안 한 룬의 참된 뜻이 희미하게 가락이 잡혔다.

대응하는 술식을 즉석에서 짜올려서 강화효과를 디스펠한다.

마법사를 죽일 때, 이 눈보다 뛰어난 힘은 없다.

〈신성을 덜 깨우치고도 이 정도라! 멋집니다! 그 눈! 그 지혜! 그 영혼까지!〉

점차 밀리기 시작했지만 남작은 계속 웃어댔다.

전사의 감으로 느꼈다. 이 새끼는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춘 할 위기감, 생존본능이 없다. 전투가 익숙한 놈이 가지게 되는 자존심과 승부욕도 없다. 인간을 흉내내는 다른 생물처럼.

생리적 혐오감을 느끼며 방어를 쳐낸다. 텅 빈 가슴에 절기를 꽂아넣었다.

【게르튀르】 공격기 제 6품새. 타격점을 마나 등으로 터트리는 단발기.

─펑!!!

남작은 방어하지 않았다.

아니, 지키기는 했다. 자기 몸을 내밀고 룬 지팡이와 책을 지켰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며 실밥이 뜯어지는 것처럼 가죽이 길게 찢어졌다.

〈ᛁᚨ─!! ᛁᚨ─!! ᛃ'ᚨᛁ:'ᛝᛝ'ᚨᚺ─!〉

남작은 몸 상태와 무관하게 잘만 움직였다. 뻥 뚫린 구멍에서 내장을 흘리면서 마법을 터트렸다. 바닥이 푹 가라앉으면서 눈 없는 악어가 주둥이를 내밀었다.

─콰드드득!!

한 놈의 머리를 창으로 꿰뚫고 장대 높이 뛰기 하듯이 점프했다. 악어들은 사납게 기어올라오다 라리루라의 실에 묶였다.

남작의 마도사가 혼탁한 빛을 뿜었다.

〈ᚺᛖ─: ᛚᚷᛖᛒ: ᚠᚨᛁ: ᚦᚱᛟᛞᛟᚷ: ᚢᚨᚨᚨᚺ─!!〉

룬 어지만 룬 어가 아니다. 어인들처럼 해석이 안 되는 언어를 이 세계의 문자로 재현한 것일까. 나는 분석보다 빠르게 뇌격을 꽂았다.

─썩둑!

룬 지팡이로 번개를 받아흘린 남작은 피부 밑에 번드르르 젖은 속살을 드러내며 지팡이로 바닥을 부쉈다. 이계와 연결된 것처럼 악어들이 대가리를 내밀었다.

이계의 몬스터들. 하지만 남작도 통제하지 않고 있는 듯, 자기한테 덤비는 몇 마리를 박살내면서 내게로 검은 파도를 일으켰다.

〈이 씨팔롬! 떠넘기기 전술이냐!〉

─선배! 오른쪽으로 피해요!

들려온 텔레파시에 곧이곧대로 따랐다. 핑크색 광탄이 악어들을 분쇄했다.

〈포박 끝! 실뜨기 같네요!〉

둘러보니 거미줄처럼 칭칭 감긴 역장이 보이지 않는 망령들과 그 놈들이 더 쏟아지려는 문을 휘감아서 틀어막는 중이었다.

푸왁─!

악어들은 죽으라고 꺼냈던 걸까. 남작은 제물로 바친 악어들을 촉수처럼 변한 팔로 흡수하고서 등 뒤에 룬 만다라를 10개 이상 펼쳤다.

〈귀하께 죽는다면 그것도 기쁨이지요! 제 혼, 제 존재가 당신의 영육(靈肉)이 된다면 그보다 기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마나의 공진이 유적을 맥동시켰다. 차원 자체를 흔드는 힘. 출력이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차원이 다른 고등 술식이었다.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 못할 마법. 하지만 나는 그 정체를 이해했다.

남작은 절절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 고함쳤다.

〈역시 저는, 별의 바다가 그립습니다!!〉

휘오오오오─!! 공기가 만다라의 뒤로 빨려갔다.

우주 공간 같은 암흑. 유적의 공기가 만다라의 건너편으로 빨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호흡 곤란에 앞서서 눈에 보이는 위기에 질겁했다.

형광색의 쌍성(雙星).

별 건너편에서 끌어온 것만 같은 불타는 유성! 쌍둥이 운석은 원근감 자체를 일그러트리면서 남작의 뒤에서 만들어진 우주 공간을 빠르게 주파했다.

〈애미 뒤진 미티어 스웜!!〉

온몸의 솜털이 동시에 삐쭉 솟는 듯 했다.

창세의 권능도 아니고, 오직 자신의 마법능력만 가지고 저만한 힘을 부리다니?

‘씨발, 마나가 무한이라도 되나?’

지팡이다. 역시 저 지팡이가 문제다.

남작 자신도 참된 뜻의 룬을 다루고, 전투에도 능숙한 건 맞다. 하지만 지팡이에서 계속 공급된 마나가 저 얇은 책의 효과로 시너지를 보이는 것 같았다.

‘운석의 크기와 이동거리는 감당 가능하다. 운동 에너지가 붙기 전에 막으면 돼!’

반대로 생각하면, 운석이 가속하게 두면 미사일 뺨따구를 왕복으로 후려치는 폭격이 유적에 다이렉트로 꽂힌다. 주변 수백 미터는 초토화 확정이다.

〈미친 우주인 새끼야!! 같이 뒤질 생각이냐!!〉

〈육신은 굴레일 뿐입니다! 저도, 귀하께서도!〉

〈훔쳐듣는 보통 사람은 서러워 죽겠거든요?!〉

라리루라도 안색이 새파래져서 6호에 저장해둔 오러를 풀가동시켰다.

피이이이이잉─!!

오러로 뒤덮인 6호가 파괴의 마나를 손가락 발사구에 집중했다. 발사하고 나면 팔이 날아가버릴 듯 과도한 출력. 라리루라가 우신의 심장으로 펌핑한 마나를 전부 쏟아부은 모양이었다.

‘부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늘어난 마나와 오러를 발사하는 라리루라의 필살기를 감안한 나는 그렇게 계산했다. 단, 그건 어디까지나 운석이 멈춰 있는 돌멩이에 불과할 때의 얘기였다.

남작의 술식에 떠밀린 운석은 벌써 가속에 들어갔다.

속속들이 가까워지는 2개의 메테오!

리얼 씹트루로 존나게 위기였다. 나는 순간적인 기지로 오러를 뭉쳐서 던졌지만 남작은 대가리를 꿰뚫려도 뒤지지 않았다.

‘개좆 같은 놈, 어쩐지 뇌 없이 사는 것 같더니.’

어쩌지? 라리루라가 운석을 부숴준다면 막는 건 내 몫이었다.

그렇게 대갈통이 터져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웅웅웅!!

브류나크가 떨렸다. 그러는 동시에 창날로부터 넘실거리는 검은 마나.

남작이 날렸다는 저주를 치환한 마나일까.

‘이걸 쓰라고?’

거부감은 크다. 하지만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날 폭주시킨 마나에 비하면 존나 미약한 정도였다. 어느 정도로 미약하냐면 이걸로도 메테오는 감당 못할 정도였다.

‘진짜 쓰고 싶지 않았지만, 별 수 없나.’

자존심이나 불안감 때문에 뒤질 수는 없으니까.

나는 브류나크를 띄우며 닌자처럼 인을 맺었다.

떠올리려면 얼마든지 눈에 아른거린다. 네페르티티와 함께 봤던 에퀴녹스의 기억들. 반반 뼈많이 리치들이 사용했던 흑마법.

〈《혼백 공명: 종주(宗主)》.〉

마나를 바꾼다.

내 마나통의 마나를, 어둠과 음의 마나로.

─꿀렁.

불이나 얼음, 번개 계열의 마법을 사용할 때랑 전혀 달랐다. 적성을 타고 난 야수회귀와 비교해도 최소 2~3단계는 몸에 잘 맞았다.

브류나크가 흡수한 혼탁한 검은 마나는 어둠을 집어삼켰다.

마나가 혼돈스럽게 부풀었다. 놀라운 출력이다. 절대천공영역보다도 더. 저위 마법 1발을 발동할 마나로 대마법 2개는 쓰고도 남을 것 같았다.

〈아아…… 아아아아!! 이 무슨 혼천(混天)! 이 무슨 성영(星影)!〉

운석을 끌어당기던 남작이 환희했다. 내게는 그 황홀한 웃음이 신앙이 바래졌던 성직자가 기적을 배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성이 나쁘다 했던가. 정말이지 그 말대로였다.

내가 처음부터 같은 힘을 다루고자 했다면, 이 싸움은 성립하지도 않았을지도 몰랐다.

두개골 안쪽을 축축한 무언가가 핥는 것 같다.

애정마저 느껴지는 게 소름이 돋았다. 애무하는 듯한 접촉에서 아내님들보다 더한 강렬한 감정이 느껴지는 게 진심으로 혐오스럽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오딘의 경고를 떠올렸다.

〈좆까. 마초는 편법에 의존하지 않는다.〉

엿이나 처먹어라. 어디 사는 아무개인지 몰라도 통성명도 전부터 뇌수를 핥아대는 미친년이랑 잘 지내볼 생각은 추호도 나지 않았다.

〈나는 우리 딸내미랑 오순도순 흑마법을 조금 쓰고 싶을 뿐이야.〉

외간 여자에게 한눈을 팔라고? 개소리. 하렘을 꾸린 꼴마초는 유혹에 강하다.

우리 아내님들 이상 가는 미녀는 없다 이거에요.

애달프게 쓰다듬는 손길을 뿌리치고, 내게 필요한 만큼의 마나만 추출했다. 내 영혼에서 넘치듯 흘러나오던 혼돈의 마나는 서글픈 듯이 사라졌다.

〈……어째섭니까?〉

그게 믿겨지지 않는 듯 남작은 손을 떨었다.

〈어째서?! 그만한 축복! 그만한 애정을 받으시면서, 어째서!!〉

〈관심 없는 이성의 구애는 귀찮은 법이란다.〉

팔자 폈네. 나 좋다는 여자를 거절도 다 해 보고.

이세계에서는 참 인기가 많구나, 강북호야. 나는 픽 웃고서 술식을 구축했다. 미안하지만 내 부랄에 얼굴도 모르는 년한테 줄 정력은 없다.

〈지금 있는 아내들만 해도 아버지한테 뒤지게 처맞게 생겼거든.〉

〈아버님이 화내시면 옆에서 말려드릴게요♡!〉

〈그 말 절대 잊지 마? 니 선배 제삿상 차리기 싫으면.〉

라리루라와 대화를 주고받고, 전환한 마나를 두 손으로 연속해서 펼쳐냈다.

〈《혼백 공명: 축퇴》.〉

물체의 에너지를 상쇄. 운석을 느리게 한다.

맞파람을 맞은 것처럼 운석이 감속한다.

〈《혼백 공명: 종탄》. 《혼백 공명: 귀의》.〉

망령들을 영멸시키고 라리루라가 펼쳐둔 마나의 실을 빼앗아 그물처럼 엮는다.

촤아악─!! 콰르르르륵─!!

운석을 묶고, 남작을 묶는다. 2개의 운석을 한 곳에 뭉쳐서 라리루라가 부수기 좋게 만들고, 그 사선에 남작의 몸을 끼워넣었다.

혼이 조금 부숴져도 상관없다.

에퀴녹스의 흑마법을 쓴다면 기억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니까.

〈하하하…… 하하하하하!! 눈길 한 번 받기를 기도하는 아이들이 그토록 많건만, 거절이라! 그 분의 총애를 두고 불필요한 관심이라!!〉

오체분시를 당하듯 사지를 뜯겨지는 남작. 마법 서적은 떨어트렸지만 지팡이는 놓지 않았다. 놈의 눈이 먹물을 끼얹은 것처럼 어두워졌다.

〈배알이 뒤틀리는군요. 혼이 삐걱거릴 만큼!!〉

운석이 구속을 뚫고 강하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 지팡이에서 넘실대던 축복은 사라진 뒤였지만, 남작은 자신의 혼을 깎아서 마법을 더 가속시켰다. 몸을 깎는 최후의 마법이었다.

유적 안의 공기가 거의 사라지면서 소리마저도 희미해졌을 때.

─이 Aldvpf'e!! 진명을 걸고 존자의 화신께 도전하나이다!!

살가죽을 찢으며 남작의 운석이 가속하고, 라리루라의 포격이 쏘아졌다.

남작의 운석이 그 육신을 부숴버리고, 파괴력이 모자랄 듯한 오러 레이저가 1개로 결합한 운석을 두들기기 직전.

〈그래, 이렇게 하는 거랬나?〉

─촤르르륵.

나는 9장의 룬 만다라를 포격의 선상에 끼웠다. 남작이 눈을 부릅떴다.

‘뭘 놀라. 너도 보여준 룬의 활용법이잖아?’

몸을 오래 섞은 나와 라리루라는 마나의 상성이 좋다. 못할 이유가 없지.

비릿한 미소가 내 입가에 떠오르고, 공격 마법을 강화하는 ᚨ(Ansuz)의 룬을 라리루라가 쏜 광선이 통과했다.

순식간에 강대한 마법끼리 부딪히면서, 소리가 사라진 공간을 뒤흔들었다.

3~4배 정도 두꺼워진 광선이 남작을 갈아버린 운석에 격돌하면서, 술자가 죽어서 불안정해진 우주 공간을 쪼개고 쌍성을 수십 조각으로 쪼갰다.

가루로 만들기엔 위력이 좀 부족했던 걸까. 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촤르르르르륵─!!

라리루라는 내 흑마법으로 강화된 역장을 써서 그 운석 파편을 저지했으니까.

촘촘한 그물에 걸린 것처럼 이상한 형광색으로 빛나던 운석은 체에 걸러지듯 멈췄다. 나는 그런 비현실적인 광경을 곁눈질로 보며 흑마법을 하나 더 발동했다.

─《혼백 공명: 환귀》.

속으로 되뇌이자 감각이 확장했다.

내 피부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만 같은 느낌.

예민한 촉각은 광활한 우주에서 바스라진 영혼 조각을 찾아냈다. 거무죽죽한 푸른 색의 혼. 소멸을 앞둔 영혼 조각을 어둠과 음의 마나가 감쌌다.

─까딱. 구체에 대고 손짓하자 포획한 혼은 내 손에 돌아왔다.

슈와아아아악─!!

영혼만을 포박하는 흑마법이어서일까. 구속에서 빠져나온 마나가 흡수되고자 했다. 느낌은 무슈흐렐리틀 때와 굉장히 유사했다.

즉, 내가 먹었다간 탈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생했다, 브류나크. 네가 대신 먹어라.

창을 회전시켰다. 환풍기에 빨려들어가듯 검은 마나가 브류나크에 빨려들어갔다.

─뺘앗!

기분 좋은 듯한 환청이 들렸다.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는 손바닥을 쥐었다가 펴봤다. 무슈흐렐리틀 때보단 훨씬 적은 양이고, 영 아니면 나중에라도 브류나크가 컨트롤해서 토해내면 그만이다.

애초에 그런 필터링 기능에서 태어난 녀석이니 말이다.

‘……이 새끼, 절대 인간은 아니겠지.’

회수한 혼을 보면서 나는 눈을 찌푸렸다.

부숴진 혼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캐낼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정보가 남았든, 그건 수만 년 전에 소실한 신대의 진실이다.

어쩌면 이 영혼은 히타이트의 유물만큼 귀중한 수확일지도 몰랐다.

드드드드득……!!

마법사가 죽자 붕괴된 우주는 비틀리면서 다시 소멸했다. 나는 거기 떠내려가는 집행관들의 시체 몇 구와 남작의 지팡이를 마법으로 회수했다.

‘다 이겨놓고 템을 놓치면 싸운 의미가 없지.’

나는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소리가 말로 나오지 않았다.

잠깐 왜 이러지 하고 놀랐다가, 호흡이 힘들자 이유를 깨닫는 나.

‘……아, 공기가 다 빨려나갔던가.’

그리고 그걸 떠올렸을 때, 나는 퍼득 뒤를 돌아보았다.

─바둥바둥!

입을 틀어막은 라리루라가 울상을 지으며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숨이 막혀서 텔레파시도 못 쏘고 있던 모양.

─기, 기다려 봐! 지금 마법으로 공기 만들게!

휘오오오─! 바람 마법이 공기를 만들었다.

“푸하아아……!! 주, 죽는 줄 알았어요……. 그, 그런데 왠지 추, 추운 것 같기도 하고…… 히이…… 선배, 라리루라 얼어쥬거요…….”

“알았어! 불! 불 말이지?!”

“히이, 헤에엑…… 손발에 감각이 없어여어……. 선배…… 만약 라리루라가 죽으면, 뼈는 동물들이 많은 산에다가 골고루 뿌려 주세여어……”

“좆 같은 소리 할래?! 자지 마! 자면 너 진짜로 얼어죽는다?!”

─추욱. 인형처럼 늘어지는 라리루라.

방금 그 운석이 떨어진 공간이 진짜 우주인지는 몰라도, 사람 몸에 안 좋은 건 확실한 모양이다. 왜 난 멀쩡하지? 야수회귀가 우주복 역할을 했나?

일단 서둘러서 남은 마나로 불을 만들어주다가, 나는 다시 눈치챘다.

“……어 씨발. 다른 사람들은?”

윈스턴이란 티베리우스 남매, 죽진 않았겠지?

“라리루라! 얼른 업혀! 다른 사람들 데리고 문 열러 가야 돼! 남은 마나로는 유적에 공기를 전부 못 채워! 바깥 공기가 안에 들어오게 해야──”

“수, 숨 막혀…… 선배, 또 공기 없어졌……”

“머리! 머리에 결계 씌워! 안에 공기 채워줄게! 라리루라? 라리루라?!”

나는 당황하며 라리루라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우리 후배님과 유물을 찾으러 흩어졌던 사람들이 명계로 떠나기 전에 얼른 정문으로 달려나갔다.

아오 씨발, 정신이 하나도 없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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