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랬더라? 우트가르트 로키?】
또르르르… 똑.
‘나’는 술을 따르는 손이 멈칫할 뻔 했지만 놀라운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우트가르트……? 처음 듣는 곳이군요. 이번에 가셨다는 여행길 때입니까?】
【그래. 기묘한 여행이었어. 묠니르에 맞아도 안 죽는 거인이 나오질 않나, 길을 가다 웬 성이 나오길래 안에 들어가 보니까 ‘나는 우트가르트의 왕 로키! 내 성에는 재주가 뛰어난 놈들만이 머물 수 있다!’면서 내기를 하자더라고.】
토르는 생각에 빠져서인지 ‘내’ 행동의 위화감을 흘러넘기고 잔을 흔들었다.
【그, 그런 내기를 왜 받으셨습니까?】
【그럼 승부를 걸었는데 피할까? 물론 그러다 졌…… 쓰읍. 속아넘어갔지.】
【어머ㄴ…… 로키 님을 속이고 토르 님을 이겼다고요? 대체 누구입니까?】
【야! 누가 졌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속임수에 당한 거라고!】
토르는 차마 졌다고 인정 못하는 모양이었지만, 슬레이프니르는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이 말, 왜 인간 모습을 꺼리는지 좀 알겠네.
포커 페이스랑은 연이 없군. 표정이 다 티난다. 토르 못지 않게 말이다.
【지금 보면 이름도 말장난이었어. 요툰헤임에 왕은 있지도 않은데 자길 군주라고 했으니. 이름도 ‘로키’. 대놓고 나랑 할망구를 엿 먹일려고 작정한 거지.】
토르는 울화통이 터진 것처럼 가슴을 두들겼다.
쿠웅─! 쿠웅─!
그냥 가슴을 칠 뿐인 행동이었는데, 꼭 거대한 북을 두들기는 듯, 천둥이 치는 듯 했다. 한 명의 꼴마초로서 살짝 존경심이 생기는 나였다.
【누군지는 몰라. 돌아와서 오딘이랑 드잡이를 했는데 자긴 절대 아니라더라? 그 짝눈이 억울해 할 때랑 억울한 척 연기할 때는 나도 이제 구분이 가는데, 오딘은 진짜 아닌 거 같아.】
분통을 터트리며 씩씩대던 토르는 술통을 뜯고 사람만한 나무통을 들이켰다.
【……주인님의 멱살을 잡을 수 있는 신은 토르 님 뿐이실 겁니다.】
【왜? 헤니르는 샌님이니까 그렇다 쳐도, 너희 엄마랑 오딘이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는 건 몇 번 봤는데. 아, 내가 말했다는 건 비밀로 해 줘.】
─끄어. 나무통을 원샷한 토르는 턱을 훔쳤다.
충격적인 사실에 넋이 나간 슬레이프니르가 불쌍할 정도다. 주신급 크레이지 의자매의 머리끄댕이 배틀이라니? 세상 친근해서 신앙심이 막 샘솟네.
【아무튼. 내기 좀 이겨보겠다고 요르문간드를 고양이로 변신시키질 않나, 세월의 흐름을 늙은 노파 모습으로 만들어서 나를 무릎꿇리질 않나. 절대 보통 놈은 아냐.】
─으저적! 나무통을 내려쳐서 으깨는 토르.
【제기랄. 내가 살면서 로키 할망구 말고 감히 날 속인 놈을 가만히 둔 전적이 없는데. 그 잘난 머리통에 묠니르를 갈겨주려 하니까 고새 뿅 하고 사라지대?】
【……로키 님이 도망치는 것도 놓치셨습니까?】
넋을 되찾은 슬레이프니르의 질문. 나는 내심 그 말에 공감했다.
‘차원을 넘나들며 시공의 권능을 다루는 로키한테서 도망치는 거인?’
그런 게 있을 수가 있나? 신대에 무지한 나조차 굉장히 이상하단 건 알겠다.
【어어. 당연히 로키 할망구도 길길이 날뛰면서 차원 끝까지 쫓아갈 줄 알았는데, 네 말처럼 분위기가 요상하긴 했어. 됐으니까 돌아가자더라고.】
【남에게 당하고도 넘어갈 분은 아닌데요…….】
【그러게나 말이다. 꼭 사람이 바뀐 것처럼. 아, 신이 바뀌었다고 하는 게 맞나?】
‘내’ 심장은 소리 죽여 조여들었다.
마치 토르의 발언이 문제의 핵심을 찌른 것처럼 말이다.
【주인님께서는 뭐라고 말씀 없으셨습니까?】
내가 육체의, 그러니까 이 기억의 주인이 보인 리액션의 의미를 고찰할 때였다. 벌써 귀가 붉게 변한 슬레이프니르는 술을 홀짝이다가 물었다.
베로니카가 술이 약한 건 유전인 모양.
【헛소리 말고 박살낸 탁자나 물어내라더라. 그 할망구랑 제일 오래 알고 지낸 오딘이잖냐. 우리보다는 더 로키를 잘 알 테지. 우리 노파심일 거야.】
─쯧. 토르는 혀를 찼다. ‘내’ 기억에 따르면 이 소탈한 신이 술을 마시면서 불쾌해 하는 건 거의 없는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여튼 너도 가서 말 좀 해 봐. 오딘이랑 헤니르랑 로키, 그리고 그, 누구지?】
【미미르 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거인까지 넷이서 짝짜꿍하면서 무슨 황혼의 전쟁을 대비한다고 쑥덕대던데, 아니. 전쟁 얘기면 당연히 나부터 불러야 하는 거 아냐?】
아마 토르 님을 안 부른 이유가 있겠죠.
슬레이프니르의 표정은 딱 그랬고, 오늘 토르를 처음 본 나도 이유는 상상이 갔다.
이 뇌신도 바보가 아니란 건 알겠지만, 머리를 쓰기보다 몸으로 해결하길 선호하는 것 같으니까. 타고난 두뇌에 갈 단백질까지 대흉근이 빨아먹은 게 틀림없다.
성격 좋고 믿음직한 거랑 별개로, 머리를 쓰는 일에도 적성은 있는 것이다.
【전쟁이라…….】
슬레이프니르는 마시다 만 술잔에 비춰진 자기 얼굴을 들여다봤다.
【정말로 일어날까요? 해신…… 님도 최근에는 얌전하다고 들었는데요.】
【전쟁이야 늘 있는 일이잖냐. 뭐, 설마 우리가 멸망이라도 하겠어?】
토르는 시시덕대며 술잔을 달에 내걸었다.
【중간 가지의 신들과 거인, 땅 밑의 괴수들이 한 데 모여서 대전쟁을 일으키는 일이 있어도 이 세계수의 신들이 멸족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난 그리 믿는다.】
그딴 짓을 했다간 구천세계를 통치할 신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토르는 그렇게 말하고 픽 웃었다.
【아무리 탐욕스러운 놈들도 그 정도의 머리는 있지 않겠어?】
【……저도 또한, 주인님의 종마로서 그러기를 바랄 뿐입니다.】
─퉁. 신들은 잔을 부딪히며 근심을 잊고 오랜 시간 동안 연회를 가졌다.
술자리는 주량의 끝을 모르는 토르가 슬레이프니르를 고꾸라트릴 때까지 계속됐다.
【나는 가 보마. 연회장 위치도 들었겠다, 너랑 대작하기도 좀 그렇지?】
【제게는 너무 과분한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라. 나도 불편해 하는 놈이랑 술 마시는 취미는 없으니까 걱정 말고.】
토르는 ‘나’에게 슬레이프니르의 부축을 맡기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이 정도 지났으니 할망구도 연회에 나왔겠지. 지금 나온 얘기를 물어보러 가야겠어. 나랑 같이 그 짝퉁 로키 놈을 흠씬 패주러 갈 생각이 있는지 말이야.】
【예.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그래. 너도 바쁘겠지만, 수고해라! 다음에 또 보자고!】
손을 털며 떠나간 토르는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만취한 슬레이프니르를 데려다놓은 ‘나’는 다시 별을 보러 나왔다. 이 새낀 대체 뭐하러 온 건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의문을 정리하기 바쁜 내겐 좋은 숙고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꽈르르르르릉─!!!!!
뇌신의 분노가 터져나온 것처럼 거인의 저택에 낙뢰가 내려꽂혔다.
【크, 큰일났다!! 피난!! 피난해!!】
【거기 거인들!! 불똥 튀기 싫으면 피하라고!!】
낙뢰는 꽂히고 나서부터 하늘로 줄창 뿜어졌다. 연회를 돕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회장을 벗어나는 신족들과 거인들로 소란스러워졌다.
연회장을 바라보던 ‘나’는 도망쳐나오는 이들을 붙잡고 물었다.
【잠시만요. 무슨 일입니까?】
【뇌, 뇌신께서 진노하셨어! 유희신님이 자리에 모인 신들을 연이어 모욕하고, 황금신님께 억지로 술을 따르게 시키셔서……!!】
심각하게 당황한 그들은 지리멸렬하게 설명했다.
들려오는 얘기를 총합하면, 토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찾아온 로키가 연회를 엉망으로 만들고서 토르의 아내에게 술 시종을 강요했다는 듯 했다.
바이콘인 ‘내’가 술을 따르겠다고 자처한 것조차 불편해하던 토르다.
아내가 시종 취급을 받고 친구들이 모욕당해도 참을 성격은 아니겠지.
쩌저저정─!!!
콰자자자자자작─!!!!!
그 결과가 저 번개일까. 뇌신의 분노는 예전에 본 〈인신〉의 되다 만 권능과는 전혀 격이 다른 뇌정을 터트리면서 천지를 찢어발겼다.
인간보다 한없이 뛰어난 신족들마저 공포에 몸을 떨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두려워하는 신족들 사이에 섞여서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 몇 시간 동안, ‘내’ 감정이 크게 요동친 건 토르가 로키에 대해서 언급했을 때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뇌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시작이군요.】
밤하늘을 메운 별들을 전운이 뒤덮으며, 조금씩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신들에게 황혼이 찾아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
“까악? 뺘앗~ 뺘뺘!”
“……음.”
정신을 차려보니 브류나크가 배에 앉아서 깍깍 거리고 있었다.
골을 누르면서 일어난 나는 지금 본 꿈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했다.
‘로키가 사람이 바뀐 것 같다고 했지?’
성격도 바뀌고, 정상적일 때라면 알아차리고도 남을 거인의 속임수에 홀라당 넘어갔다. 그렇다는 건── 남작의 발언과 약간의 비약을 더해서 이런 결론을 낼 수 있다.
‘신대 말미에 활동하던 유희신은 로키가 아니다.’
미녀 오딘과 늙은 할배 오딘은 다른 존재다.
마찬가지로 만언신이자 유희신인 로키=로두르는 라그나로크 전후로 다른 놈과 뒤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일단 논지는 통하는 듯 한데.
‘라그나로크의 원인은 로키라고 했던 것 같은데.’
신화에서 신들이 좆망한 건 사고뭉치인 로키가 이간질과 트롤링을 반복해서다.
그다지 관심이 없던 지구의 신화에서도 그랬고, 이세계에 와서 배운 역사도 그렇게 전해졌다. 인간 사회에 전해지는 역사 기록을 떠올리는 나.
그런데 그 트롤링이 의도된 거였다면?
오딘의 의자매인 로키가 아니라, 그녀의 모습과 존재를 빼앗은 놈이 애시르-바니르 신족과 함께 이세계의 신들을 멸망시키고자 했던 거라면?
‘논리의 비약이다.’
하지만 로키가 가짜이고 그 트롤링에 의도성이 있다면 이것밖엔 이유가 없다.
‘그러면, 오딘은 로키의 변화를 알고 있었나?’
아니면 저 시점엔 오딘도 이미 뒤바뀐 뒤인가?
‘우트가르트 로키라는 놈은 또 누구고?’
가짜라고는 해도 유희신의 신좌를 가진 녀석을 속여넘기고 도망치다니.
토르의 말처럼 보통 녀석은 아니다. 그런 짓이 가능한 신을 게르마니아 신들의 범주에서 찾자면 마법의 신인 오딘이나……
“……진짜 로키인가?”
신좌를 빼앗긴 로키가 토르의 앞에 거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구신조차 희롱하는 환술. 묠니르부터 벗어나는 도주실력.
전부 베로니카와 바이콘들의 변신 마법 및 공간 마법 적성의 근간이 되는 오리진 혈통빨 할망구, 로키 본인의 능력이라면 설명이 되지 않나.
‘그러면 왜 직접 알리지 않고?’
지금 있는 로키가 가짜라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기 위해서?
추리 소설에 나오는 다잉 메시지 같은 것이다. 대놓고 말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그렇게 전했다면 그걸 설명할 논리적인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이미 신들 중 누가 가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까지 간 거군.”
어쩌면 토르조차 본인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나.
그러면 ‘우트가르트 로키’가 저렇게 할 수밖에. 가짜 토르와 가짜 로키. 같은 편일지도 모르는 두 신들에게 ‘내가 진짜 로키인데~’ 했다가 뚝배기가 깨지면 좆망 엔딩이고.
“쓰벌, 존나 복잡하네.”
나는 머리를 대충 헝클어트렸다.
제 3자 시점에서 부족한 근거만 가지고 대가릴 굴리면서 망상보다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라는 게 과욕이지. 포기하고 렛츠 기상.
“브류나크. 이 물 웅덩이에 남은 기억 같은 거 더 있어?”
“뺘? 쁘으으……”
머리를 갸우뚱 거리던 브류나크가 물 웅덩이를 쏘아보다가 내 주머니에 부리를 넣었다. 애쓰는 게 보기 힘들어서 내가 직접 손으로 꺼내주었다.
─달그락.
꺼내고 보자 거기 있던 건 4개의 룬 스톤들.
“이거? 99대대인가 했던 놈들의 기억인데.”
“뺘!!”
룬 스톤을 꺼내자 브류나크는 웅덩이에 던지란 것처럼 파닥거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일부인 브류나크다. 못 믿을 이유도 없기에 던졌다.
퐁당….
룬 스톤이 빠지자 브류나크가 마법진을 펼쳤다.
이 녀석, 나보다 마법 잘 쓰는 거 아냐?
촤아악─!
그렇게 감탄하며 어이없어 하고 있자 웅덩이가 모여들며 인간형 슬라임처럼 변했다. 이목구비도 없는 이상한 마네킹이었다.
“이건 또 뭐하는 새끼야?”
“……나는… 혼재된 기억의 덩어리….”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기억의 덩어리? 눈을 크게 뜬 나는 브류나크를 쳐다보았다.
“남작 놈이랑 다른 자식의 기억을 뭉쳐서 자동응답기로 만든 거야?”
얘한테 물어보면 되나? 브류나크는 우쭐대면서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그래, 그래. 오구오구. 우리 딸 착하지.”
─톡톡. 칭찬하듯 배를 두들겨준 나는 슬라임을 돌아보았다.
“너희들의 이름은?”
“99대대의 자엘…… 그리고 Aldvpf'e와 그밖의 여럿…….”
해석이 안 되는 언어. 남작의 본명이었던가.
“대답이 빠릿빠릿해서 좋군.”
나는 만족스럽게 허리에 손을 얹었다.
이 방법을 쓰면 굳이 영혼을 심문하지 않아도 궁금한 걸 캐내기 편할 듯 했다. 기억을 직접 들여다보는 건 난해할 때가 좀 있으니까.
‘남작의 마나를 흡수하고 나서부터 브류나크가 더 성장한 건가.’
역시 상태창이 있어야 한다. 뭐가 변하고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가시적인 수치로 분간하기 너무 어렵잖아. 아무튼 좋은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브류나크에게 물었다.
“이 녀석, 나중에 현실에서도 부를 수 있어?”
“까악?”
“대답이 ‘네’면 왼손…… 아니 왼날개를 들고, ‘아니오’면 오른날개를 들어 봐.”
“까악!”
─파팟! 왼날개를 드는 브류나크. 나는 노파심에 하나 더 질문했다.
“우리 딸, 왼쪽은 어느쪽이지?”
“……깍.”
바보인줄 아냐는 듯 왼날개로 내 팔뚝을 쳐대는 브류나크였다.
어허. 가정 내 폭력은 금지에요.
“좋았어. 그럼 이 녀석한테 질문하는 건 나중에 너희 엄마들이 있을 때 하자.”
처음에 화살로 잡은 놈보다는 로마니아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나 혼자 듣고 두 번 설명하는 건 좀 비효율적이니까.
‘뒤로 미뤄둔다고 사라지는 기억도 아니고.’
보려고만 한다면 예르나의 과거사도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이세계식 저장매체의 편리함이다.
“좋았어. 볼 일은 다 봤군. 고맙다, 브류나크.”
“까악……”
말을 잘못했나. 볼 일을 다 봤다고 중얼거리자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는 브류나크. 나는 못내 미안한 기분에 녀석을 팔에 태웠다.
“자꾸 혼자 둬서 미안해.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어?”
존나 출장이 잦은 아빠 같은 말투가 돼 버리고 말았다. 시발, 별로 틀린 표현도 아니네. 내 말에 브류나크는 갸웃거리다가 뒤쪽을 가리켰다.
“뺘!”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는 나.
그러자 초원에 꽂혀 있는 룬 지팡이가 1자루.
“……저걸 달라고?”
“뺘─ 뺘뺘뺘!”
왼날개를 번쩍. 배운 걸 잘 써먹어줘서 아빠는 기뻐요. 나는 못마땅하게 남작의 지팡이를 뽑았다. 그 보석 안에는 갖가지 룬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암. 무기 강화 이벤트는 중요하지.”
하여튼 불량식품 하나는 더럽게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