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75화 (774/1,009)

***

사업체의 확장에는 장단이 있다.

귀족이 돼서 영주 대리가 되고도 변함없이 영지 경영물에는 흥미가 없는 나였는데,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하나는 무척 좋았다.

정당한 보수를 대가로 일을 맡기고 나는 중요한 일에 매진할 수 있거든.

“선배가 생각하는 중요한 일이란 건 제 가슴에 파묻혀서 심호흡하는 건가요~?”

응애.

“뭐, 이건 장난이고.”

나는 라리루라의 찌찌에서 얼굴을 꺼냈다.

장소는 아직도 로마니아 켈노니아 근처. 셀루스티아 남작으로 위장한 발퀴리에를 보내두기 위해 놈의 기억 등을 읽어내고자 대기 중이었다.

“저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요~. 꽉 안겨서 몸이 달아올랐는데 끝내시면 건 좀.”

“여기 내 방 키.”

“야호♡! 선배 최고!”

그렇게 논리정연한 언쟁을 마친 나는 아내들을 불러서 마법을 펼쳤다.

“브류나크! 대타출동!”

웅웅…!

응어리가 뭉치면서 사람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원리는 분신이랑 같다.

“흐응. 존나 신기하네.”

그림자의 얼굴에 손을 흔드는 다나. 프랑은 날 보며 고개를 모로 꼬았다.

“이 그림자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야?”

“맞아. 합체된 놈들의 기억들을 토대로 아는 건 전부 대답할 걸.”

“거의 흑마법.”

“네페르티티가 말하면 등골이 오싹한데요.”

“응……. 그치만 좋은 흑마법. 인증 도장 땅땅.”

“가족경영 오졌다.”

암컷타락해 버린 사차원 아가씨께서는 수양딸과 남편의 비행을 눈 감아주셨다.

하긴, 이쪽 관련 허락은 예전에 떨어졌지. 몸에 남은 어둠과 음의 마나? 그건 브류나크가 하룻밤 사이에 해결해 주었습니다. 유능한 딸을 둬서 행볶헤오.

“질문은 제게 맡겨주세요.”

그렇게 자처한 건 티르시였다.

그럴 만도 했다. 우리 중에서는 가장 로마니아 귀족 계층과 연이 깊으며 동기까지 있다. 남작이 황실과 가깝댔으니 아르마슈나스 가문 얘기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고.

“우선은 교차검증부터.”

티르시는 몇십 분에 걸쳐서 질문을 반복하면서 우리가 아는 팩트와 슬라임 그림자의 대답을 비교했다. 그리고 전부 사실이라는 걸 알자 질문하는 방법을 바꿨다.

“셀루스티아 가문에 대해서 말하세요.”

─그들은…… 황실의 충복…….

슬라임은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대전쟁 전후에 봉헌된 가문으로, 로마니아의 주춧돌이 되었다…….

가문 내부의 사정을 낱낱이 자백하는 그림자.

사각사각─! 프랑은 빠르게 대답을 옮겨적었다. 티르시는 위장하기에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듯이 기다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는 충분해요. 발퀴리에를 심어두죠.”

“하지만 어찌할 것이냐? 남작 혼자만 살아남은 채로는 좀 이상할 터인데.”

“이상하긴. 남작은 원래 전투인원으로 분류되지 않는 인간이었는데 뭘.”

베로니카는 의심을 염려했지만 다나는 단호했다.

“99대대란 놈들도 남작이 강하단 걸 몰랐다며? 그러면 남작이 황실에서 나온 집행관들만 보내고, 눈치챘을 때는 걔들이 전멸했더라~ 라고 말해도 어색하진 않지.”

그런가? 그럴지도.

남작이 힘순찐으로 살던 이유는 저 그림자한테 들었다. 황실의 끄나풀이 경계받으면 곤란하다는 본인의 생각과, 황실로부터 힘을 남용하지 말도록 종용받은 탓이었다.

다나는 팔짱을 끼고 인상을 썼다.

“남작의 그 수상한 힘을 안다는 점에서 황실도 뒤가 켕기는 놈들이야.”

“새삼스러운 일이지. 그러니까 남작인 척 적의 뒷덜미를 잡으러 가는 거잖어.”

“가문의 대소사를 맡는 문관도 있을 거구요♡!”

내가 빡치지 말라고 눈나를 다독여주자 애교가 넘치는 라리루라도 익살맞게 장난을 쳤다. 숙련된 프로 분위기 메이커의 재주에 다나의 미간에 생긴 주름도 사르르 녹아내렸다.

“하지만 발퀴리에, 로마니아 어 몰라.”

네페르티티의 말이었다. 복수심에 불타서 멀티 랭귀지 걸이 된 그녀기에, 언어 습득의 어려움은 잘 아는 것이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걱정 말라며 웃었다.

“문제 없느니라. 지식을 전하는 룬 마법을 배운 참이니.”

“진짜? 어느 틈에 그런 걸?”

나는 깜짝 놀랐다. 물론 그런 마법이 있다는 건 나도겪어봐서 알긴 했다.

‘선지자의 분신에게 룬 만다라의 사용법을 직접 전해받았었지.’

그 전에도 베로니카가 내 기억을 엿보고 오딘의 후계자라는 걸 믿어줬잖은가?

하지만 베로니카는 그런 허락 하에 기억을 엿볼 수는 있어도, 기억을 전해지는 마법은 쓰지 못할 텐데? 그런 게 가능했으면 더 쉽게 풀렸을 구간이 몇 번 있었잖은가?

“우문이군. 마나도 늘었다. 시간도 있었다. 새로 배우지 못 할 이유가 없지!”

내가 놀라자 우쭐한 듯 가슴을 펴는 베로니카.

그새 코가 높아지는 게 귀엽다. 건방진 찌찌를 마구 문질러대서 귀여운 비명을 지르도록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상황이 상황이라 참았지만.

“쓰읍. 그 마법, 발퀴리에한테도 통해?”

“통하느냐고? 후후. 아주 잘 통하다마다. 룬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구조가 있으니 말이야. 위대한 천공신께선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염두하신 것이니라!”

자부심 있게 말하던 베로니카는 갑자기 축 늘어졌다.

“그러나…… 지금 와선 오딘 님께서 발퀴리에를 만드신 게 맞는지조차 의문이로구나.”

오딘이 어느 시점에서 가짜로 교체당했다는 건 오딘의 분신도 인정한 팩트.

대놓고 이건 이런 거야~ 하고 말해주지 않았던 이유는 모르겠다. 뭔가 제약 같은 게 있겠지. 죽고 만 신님에게 더 많은 걸 기도하는 것도 과욕이고.

“노르드의 가설이 맞다면 불안하기는 해요.”

티르시는 그렇게 베로니카의 불안에 동조했다.

“하지만 십중팔구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아니, 그러는 듯 했다가 부정했다. 발퀴리에들을 만들고 부리는 다나가 귀를 기울였다.

“발퀴리에가 문제 없을 거라고? 왜? 어쩌면 저 녀석들도 가짜 오딘이 만든 걸지도 모르는데? 난 이 얘길 듣고 살짝 불안해졌다고.”

“다나가 프레이야의 신좌를 이었을 때, 그녀의 분신이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 뭐, 뭐랬더라?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잘……”

“해신의 신좌는 인간에겐 과분하다구 했었어.”

그 시련이 인상 깊었던 걸까. 버벅거리는 다나 대신 프랑이 말했다.

티르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요. 지금 노르드가 알아낸 것에 따르자면 천공신 오딘, 유희신 겸 만언신 로키, 그리고 해신 뇨르드. 이 셋은 가짜로 바꿔치기 당했을 공산이 꽤 커요.”

─하나, 둘, 셋. 하나씩 손가락을 꼽는 그녀.

“프레이야의 경고나 추상적인 정보를 종합하면 생전의 프레이야도 해신이 가짜로 뒤바뀌었다는 걸 눈치챘을 확률이 크고요.”

“……그렇겠군. 신화에서 프레이야 님은 바니르 신족의 공주시면서 애시르 신족과의 혼약을 맺고 아스가르드에 머물렀다고 했었으니까.”

베로니카는 눈을 반개했다.

그저 친선의 의미로 딴 나라에 시집을 갔던 게 아니라면?

자기 아빠의 변화를 눈치채고, 일부러 거리를 둔 거라면?

티르시는 시녀처럼 있는 발퀴리에를 돌아보았다.

“프레이야가 구신으로 꼽힐 만큼 아스가르드에 오래 머물고, 바니르 신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 그건 그녀가 바니르의 첩자여서가 아니라.”

“……프레이야가 오딘과 협력한 이중첩자여서?”

“그렇지 않겠어요?”

─끄덕.

답을 알아차린 네페르티티에게 고개를 끄덕거려 주는 티르시였다.

“아버지가 어느날 가짜와 뒤바뀐 거에요. 그야 누구라도 일단은 거리를 두겠죠. 오딘 님은 그걸 알고 프레이야 님을 회유했다. 이치는 통하죠?”

“어어, 그러니까…… 첩자로 온 프레이야 님을 회유하고, 발퀴리에를 만드는 법을 알려줘서 아군으로 삼으셨다는 거네요! 과연 지혜의 신!”

라리루라가 결론을 정리했다. 나도 납득이 갔다.

순서대로 요약하자면.

1. 어느날 해신 뇨르드가 가짜로 바뀌었다.

2. 프레이야는 아빠가 가짜가 된 걸 눈치채고, 아스가르드로 피난을 왔다.

3. 오딘은 프레이야가 스파이라는 건 물론이고, 해신의 변화를 알아차렸단 것도 눈치챘다. 그리고 스파이인 프레이야를 되려 진짜 동지로서 회유해 이중첩자로 삼았다.

이 정도인가.

그렇다면 오딘이 만든 신의 사신들, 발퀴리에를 다스리는 지휘권이 프레이야에게 있을 만도 했다. 이렇게 보면 논리는 통한다.

‘설득력도 있고.’

해신의 신좌를 탐내지 말라는 프레이야의 경고.

그것도 해신의 위험을 암시하고 있지 않은가.

“시계열로 보면 해신이 가장 먼저 가짜로 뒤바뀌었을 가능성이 큰가…….”

중얼거린 나는 턱을 짚고 옛날 일을 떠올렸다.

내가 호르샤와 싸우다가 뒤질 뻔 했을 때.

내장을 붙잡고 생사를 오가던 나는 오딘과 미미르라는 거인이 나누는 대화의 환상을 봤다. 그건 오딘의 눈이 보여주는 천리안 능력의 일종이었던 게 아닐까.

‘그때 본 기억에서 미미르와 대화했던 건 진짜 오딘이야.’

그 잘못을 저지르고 쭈구리가 된 모습은 혼돈의 마나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내게 미안해 하던 교수 슬레이어 모드 오딘과 분위기가 똑같았으니까.

‘오딘은 생전부터 해신 뇨르드를 경계했지.’

기억 속에서는 그랬다.

그러니까 해신의 딸이자 첩자로 온 프레이야를 받아들였던 것이 아닐까?

“……저 기억의 그림자도 이 의문에만은 대답해주지 않았지만요.”

티르시는 한숨을 쉬고 남작의 기억을 가진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짝!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프랑.

“어려운 옛날 얘기에 너무 매몰돼도 좋지 않아. 아직 물어볼 것들도 남았구!”

“그랬죠, 참.”

티르시를 시작으로 아내들도 웃음을 되찾았다. 역시 프랑이다. 솔직히 우리 가정을 쥐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프랑이 아닐까.

아무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앞뒤를 잴 상대도 아니겠다, 티르시는 거침없이 물었다.

“로마니아가 감추고자 하는 역사의 진실. 전부 아는대로 말하세요.”

슬라임 같은 기억의 덩어리를 꿈틀거렸다. 그건 사람이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몸짓을 닮은 듯 했다.

─대전쟁의 비사에 대해서… 인가…?

“그게 로마니아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면요.”

─……맞다. 로마니아는, 나의… 우리의 조국은 한때 인류의 적이었다.

인류의 적?

─황금시대 말기… 아틀란티스는 해신의 권능에 오염되었다.

우리가 황당하리만치 장대한 표현에 말을 잃고 있자, 그림자는 말했다.

─히타이트는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이 열려버릴 빌미를 내 주었다…. 해신을 섬기던 아틀란티스는 저주를 받고, 스스로 쌓아온 오만과 죄악에 의해 파멸했다….

“잠깐만, 스탑. 히타이트가 뭘 했다고?”

내가 일시정지 후에 설명을 요구하자 그림자는 흐물거리면서 대답했다.

─다른 차원의 연구……. 그러나 그들이 무엇을 알아차렸는가는 나도 모른다. 단지 확고한 결과는, 가장 번성했던 인류가 내분과 외적에 의해 멸절에 이르고 말았다는 것…….

“……로마니아는 그 ‘외적’에 빌붙었나?”

─그렇다…….

나는 직감 반 추리 반으로 결론을 찍었고, 바로 맞췄다는 대답을 들었다.

여기까지는 짐작했던 부분이다. 아틀란티스 회담 때도 입 아프게 말했었고.

“좋아. 너, 이 인간이 누군지는 알아보겠냐?”

나는 룬 스톤 하나를 꺼냈다.

아틀란티스 회담에서 말했던 로마니아의 원죄. 어느 늙은 노인이 부하에게 명령하듯이 지껄이는 영상을 보여주자 그림자는 멈칫했다.

─그 노인은…… 대전쟁으로부터 4세대 이후의 황제다. 그건 당시 군인들에게 대전쟁으로 황폐화된 기록을 완전히 소거하라는 명령서겠지…….

룬 스톤을 명령서로 활용했다는 거군.

하긴, 신대 이후에 잊혀진 기능이다. 오랜 시간 연구한 베로니카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녹화 기능 자체를 응용한 듯 했다.

“옛날 로마니아의 황제가 나라의 과오를 지우고 역사를 말소하려 했다고?”

─과거형이 아니다…. 지금도 그리 하고 있다….

그림자는 우리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건 선뜻 얘기했다.

─인류가 하나가 되어 맞설 때, 로마니아는 그 외적의 손을 잡고 배신했다……. 은밀하게 진행되었던 배신은 대전쟁의 끝자락에나 발각당했기에, 증거를 없애는 건 간단했다…….

나는 혀를 찼다.

문명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던, 그야말로 핵전쟁 뺨치는 시기다.

전쟁통에 급하게 작성된 ‘로마니아 씹새끼들이 배신함’이라는 문서는 극비이니만큼 숫자도 매우 적지 않았겠는가. 없애버리기도 쉬웠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치에 맞는 대답이 진실의 충격성을 줄여주는 건 아니었다.

“국가 간의, 인간끼리의 전쟁이 ‘내분’이라고요?”

티르시는 말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에린과 아틀란티스, 히타이트가 싸우다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멸망한 줄 알았는데…… 그게 고작 인류 좆망의 프리퀄이었다고?”

─그렇다…. 전쟁으로 피폐한 문명은 종말점이 없는 외적과의 사투를 견디지 못했고… 전란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로마니아는 파국을 예상하고서 그들과 협력했다…….

“이 씨팔. 그래서 그 외적이란 게 뭐냐니까?”

─거듭 말하지만, 알지 못한다 모른다……. 이차원의 관측을 하던 히타이트이기에…… 외적 또한 이계의 존재이리라고 추측할 뿐…….

“미치고 환장하겠네.”

결국 중요한 건 좆도 모른다는 거잖아.

이계의 존재라. 아즈테카를 떠나기 전에 잡았던 두꺼비들이랑도 연관이 있나?

골치가 아파진 나는 오랫 동안 궁금했던 것과, 꼭 알아둬야 하는 의문만 남았다는 걸 눈치챘다. 한숨을 참은 나는 그림자에게 물었다.

“셀루스티아 남작은 그 ‘외적’의 생존자냐?”

…우뚝.

드드드드드드…!!

그림자는 벽에 묻은 얼룩처럼 굳었다가,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그렇습습니다.

목소리의 인상이 바뀌었다. 남작의 기억인가.

하지만 사람이 아닌 생물이 사람의 소리를 내면 이러할까.

듣고 있기도 고역이었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어설프게 흉내내는 인간을 동물들은 이런 느낌으로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로마니아 황실은은은 저희들과 몸을 섞고 그 피를 받은 이들입입니다.

“아직도 니새끼 같은 놈들이 황실에 숨어 있는 거고?”

─그그그렇습니다만, 조금 다릅니니니다.

파편화된 남작의 기억이 키득거렸다.

─우우우리들이 곧 로로마니아의 총의일지지니. 벌레들의의 나라를 입맛에 맞게 운운운영하는 것 정도야야 손쉬운 일이었사옵옵니다.

“……벌레라고 하셨나요?”

순간 울컥한 듯, 티르시는 표정이 싹 없어져선 나를 쳐다보았다.

“노르드.”

“넵.”

나는 얼른 대답했다. 화가 나는 건 이해하지만, 당신 쫌 무섭거든요?

“굉장히…… 후회되네요. 이 작자를 해치우는 건 제 몫이어야 했는데.”

“언니~? 저도 일단은 로마니아 인이에요? 화가 나는 건 마찬가지인데요~.”

라리루라가 눈을 싸늘하게 하자 티르시도 고갤 끄덕였다.

“그랬죠. 실언이었어요. 같이 갈 걸 그랬네요.”

“아핫♡ 고아들이 넘쳐흐르고 부패가 넘쳐나는 나라를 만들어놓곤 뭐가 간단했다는 걸까요~? 좀 더 아픈 꼴을 겪게 해줄 걸 그랬나 봐요♡!”

무섭다, 무서워. 라리루라도 티르시도 겪은 바가 있다 보니까 분노가 장난이 아니다. 나는 로마니아 출신 아내님들의 화를 달래주고자 말했다.

“진정해. 아직 저 놈 같은 놈들이 더 있다잖아?”

“마, 맞아! 분노는 아껴뒀다가 나중에 터트려야 하는 거라구 노르도 말했었어!”

나랑 프랑을 시작으로 아내들은 라리루라와 티르시를 허겁지겁 달래기 시작했다. 노력한 덕분인지 그녀들도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수 있었다.

냉수로 속을 달래는 티르시를 보던 나는 갑자기 꼴받기 시작했다.

좆 같은 새끼들 진짜. 기억의 덩어리를 역겹게 쏘아보던 나는 그림자의 면상에 주먹을 가져다가 댔다. 야수회귀의 마나가 거칠게 피어났다.

“이 마법, 야수회귀의 주술에 대해서는 아냐?”

아수회귀. 천공신을 모방하는 마법.

하지만 그 ‘천공신’이 우리가 아는 오딘이 아닐 가능성이 생긴 지금, 남작의 기억을 상대로 이건 꼭 물어봐야 할 질문이었다.

“왜 이 주술의 부작용은 사람을 괴물로 만들지?”

한편으론 오랫 동안 궁금했던 점이기도 했다.

오딘을 흉내내는 마법이 인간을 짐승으로 바꾸는 것.

‘알아낸 게 많아서 납득하고 넘어갔었지만……’

야수회귀의 부작용은 내가 지구인이었기에 견딜 수 있었던 것 뿐.

근데 원래부터 ‘부작용으로 짐승이 되는’ 결함이 있었다면 널리 퍼지지도 않아야 정상이다. 어떻게 임상실험 환자가 수만 명이 되고 나서야 부작용이 갑자기 튀어나오겠냐고.

‘궤변이지. 잠복기 딸린 바이러스도 아니고.’

나는 어느새 이 의문의 답을 알 것 같았다.

“오딘이 죽고 한참이 지나서, 고대 황금시대에 어떤 개자식이 오딘의 신좌에 앉은 거야. 그놈이 ‘오딘’이 돼 버려서, 오딘을 흉내내는 야수회귀도 변질된 거 아니냐?”

그게 이유였다.

야수회귀에 원래는 없던 부작용이 생긴 이유.

─변이를를 일으킨 건 천공신의 신좌에 앉았던 우리들들의 신의 영향입입니다.

남작의 기억은 흐릿하게 꿈틀거렸다. 내 추측을 긍정하는 것처럼.

─오딘의 권능인 룬은 오오오염되고 ‘천공신께 기도하는’ 야수회귀의 주주주술은 우리들의 신의 힘을 내내려받는 것으로 변질되었습습니다.

“그걸 생전에 예지한 오딘은 인간이 룬을 쓰지 못하도록 봉인했다?”

─그그그게 인간이이 룬의 참된 뜻을을 다루지 못하게게 된 이유입입니다.

예상했던 답이다.

나는 오만상을 쓰다가 야수회귀를 껐다.

“내가 아는 오딘의 신좌는 지금 어떤 씨팔럼이 먹어버린 걸로 아는데.”

─……우우리의 신이 신좌에서 끌끌어내려졌기 때문입니다. 대전쟁을을 종식시킨 자는 신좌를를 틀어막고 그 자리에 자신이 앉았습습니다.

망자의 기억일 뿐인데, 그리 말하는 그림자로부터는 상당한 분노가 느껴졌다.

─아틀란티스의 황녀 레티티아를, 지난 시대의 선지자 마기도라를, 비겁자 크라운 크라운을 데리고서 저희들에게 맞서던 인간. 그러나 끝내는 오만하게 권좌에 오른 히타이트의 왕자.

“……이름은?”

기억의 덩어리의 흔들림이 멎었다.

─시구르드 카네쉬 히타이트.

돌고 돌아서 그건가.

나는 여러 감정을 긴 한숨으로 떨쳐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나는 아내들과 눈을 마주치고서 신물을 꺼냈다.

“이 깃털이 무슨 물건인지 알겠냐?”

─……히타이트의의 왕성으로 가는는 차원벽을 여는는 물건으로 보입입니다. 올바른 위치에서서 사용한다면 문이 열릴 터입입니다.

“우리 일족에 내린 저주의 근원과 같구나.”

베로니카의 말대로였다.

히타이트의 왕성이란 데는 차원의 틈새에 있는 건가. 적절한 위치로 가서 이 깃털을 쓰면 되겠군.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뻐근해진 목을 두들겼다.

“존나 진짜 쉬운 게 하나 없구만.”

여긴 좀 더 나중에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뇌를 비우고 아무 생각도 없이 달려갔다간 좆될 것 같다는 예감이 솔솔 들거든.

베리 하드 난이도의 만렙 던전.

맨땅에 헤딩하듯 들이박기엔 아직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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