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80화 (938/1,009)

***

탐사대와 합류하고 얼마 뒤.

우리는 파밍한 유물들을 챙겨서 어르신 댁── 다시 말해서 로마니아의 초대 원로원, 아르마알스 가문이 있는 지방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나서야 경사스러운 소식을 하나 들을 수 있었다.

“귀, 귀여워…!”

프랑은 환희 같은 비명을 입을 누르며 참았다. 그리곤 아기용 요람 주변을 왔다갔다 거리면서 푹 잠든 핏덩이를 사랑스럽다는 듯 들여다봤다.

〈……깨우시면 안 됩니다? 우는 거 달래는 것도 일이거든요.〉

어르신의 며느리, 프리모르 아르마알스는 퀭한 눈으로 말했다.

그랬다. 저 아기는 그녀가 얼마 전에 무사하게 출산한 아르마알스 가문의 차기 가주. 프리모르와 그녀의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정말로 다행이에요. 두 분 다 무사하셔서.〉

티르시는 아이의 흰 머리카락을 보면서 자신이 아이를 낳은 것처럼 기뻐했다.

과학이 발전한 지구도 그랬지만 마법이 익숙한 이세계에서도 출산은 난제였다. 태아도 모친도 둘 다 건강하게 태어났던 건 축하할 만한 일이다.

초대 원로원 가문이자 어르신과도 작은 인연이 있는 티르시다. 그녀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줘서였을까? 피로에 쪄든 프리모르도 미소지었다.

〈하늘의 보살핌이 있었죠. 그리고 가솔들 덕도 컸고요.〉

〈감축드립니다. 그런데……〉

〈저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고요?〉

넹.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아까 처음 보고 아주머니 반지에 걸린 저주가 덜 풀린 줄 알았는디요.’

그러자 프리모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얼굴이 굉장히 엉망이죠? 죄송합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생각보다 무척 어렵더라구요. 밤중에 깨서 울면 저도 자다 일어나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을 물리는 것도 큰일이어서……〉

〈……유모를 고용하시는 게?〉

아이한테 미안하고 자시고 능력이 되면 하는 게 맞지 않나? 아예 떠맡기고 방임할 것도 아니라면 잘 때 정도는 시녀들한테 맡기는 게 나을 텐데.

하지만 프리모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시종들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 손에는 못 맡깁니다.〉

〈……으음.〉

〈몸이 피곤한 게 나아요. 여러모로 말이죠.〉

하긴 그렇겠지. 더는 볼 수 없는 죽은 남편과의 아이 아닌가.

만약 입에 담기도 힘든 대참사가 벌어졌다가는 프리모르는 진짜 목을 매달지도 몰랐다. 유모한테 맡겨놓고 쉰다는 건 심정적으로도 어렵겠지.

그런 좌불안석이어선 쉬느니만 못할 것이었다.

〈그래도 제가 육아를 잘 알진 못해서 여러모로 도움은 받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노르드 백작껜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저 골렘들만큼 마음 편한 시종이 또 없어서.〉

〈가솔들이 들으면 울겠습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신경쓸 필요가 없는 골렘은 편해서 참 좋더라구요. 경계할 것도 없고요. 제가 아들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더.〉

우리 공방의 골렘들을 보며 웃는 프리모르였다.

아무튼 아이는 잘 태어나서 건강하게 크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입 참견을 하기엔 어르신 댁의 가문이 총동원해서 건강을 관리해주고 있으니 뭐 걱정할 이유도 없었고.

부디 저 도련님이 치맛바람에 마마보이로 크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잘 와줬네. 티베리우스 용병단도 제대로 도착했다더군.〉

어르신을 뵈러 돌아오자 그 깐깐한 듯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응접실엔 호호할배만 계셨다. 내가 오자마자 손주 얼굴부터 보고 오라고 해서 다녀왔더니만 아직도 이러시네.

〈그 남매는 어디로 보내셨습니까?〉

〈대놓고 우리가 거뒀소, 하고 말할 순 없으니 필요한 곳에 보냈지. 일솜씨는 봤으니 악명을 좀 해소하고 나면 대외적으로도 후원해줄 걸세.〉

손주를 본 게 기뻤는지 어르신은 웃음이 그치실 줄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다시 노파심이 들었다.

〈말씀은 들으셨지 않습니까? 아드님의 안전은 괜찮을까요?〉

〈황실의 어둠이야 알고 있던 부분일세. 어떠한 비밀을 품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괜찮고 말고. 난 오히려 셀루스티아 남작 이야기를 듣고 확실할 수 있었어. 아, 고맙네.〉

─치익. 담배에 불을 붙이는 어르신.

담뱃불에 어른거리는 노인의 눈동자는 불꽃보다 사납게 타올랐다.

〈아르마슈나스는 그들의 눈밖에 났던 게야. 고 못난 친구 놈이 뭘 알았기에 멸문당한 거였건, 단 하나 확실한 게 있다네. 그들은 인간사회의 룰을 무시하지 못해.〉

〈……아르마슈나스 가문을 배제할 때도 대숙청이라는 빌미가 필요했죠.〉

〈그래. 하물며 티르시 양까지 살려뒀다는 건, 그 남작 같은 괴물이 황실의 전부이자 이 나라를 한 손에 쥐고 좌우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증거일세.〉

지구의 독재자와 비교해보면 알기 쉬운 얘기다.

로마나아의 황제는 절대자이지만 원로원은 그에 저항하는 최대 세력이다. 네임밸류가 있는데 정치 구도를 무시하고 싹 죽여버리는 폭군 같은 선택은 고를 수 없다.

정치의 본질은 명분 싸움.

그걸 무시하고 암살자를 보내거나 하는 식으로 일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룰, 로마니아의 법에 근간해서 행동하는 것이었다.

99대대의 경우를 보면 스마트한 해결법을 선호해서 그러는 건 절대로 아니겠고, ‘괴물들’한테도 전면에서 상대하기 껄끄러운 적대자가 있는 거다.

‘영혼한테서 들은 남작의 행동양식도 그랬고.’

푸우─. 어르신은 담배연기를 뿜고서 뇌까렸다.

〈로마니아 황실이나 그 주변이 아예 똥통이지는 않은 게군. 천만다행인 일이야.〉

〈놈들이 그럴 생각이었으면 원로원부터 잡았을 겁니다. 2개로 나눠진 권력 구도를 전부 손아귀에 쥐고 조종하면 이 나라는 거진 자기들 것이 되니까요.〉

〈그리고 나도 자네 차에 독이나 타고 있던가, 한참 전에 숙청당했겠지.〉

우리는 픽 웃었다.

일부러다.

사람을 연기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에 수뇌부를 장악하는 걸 삼간 것이었다.

전부 손에 넣고 굴리려면 자기들끼리 연기하는 꼴이 된다.

즉 사고방식이 원패턴이 된다는 거다. 그 뭐냐, 혼자 아이디 여러 개로 분신술을 쓰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독자처럼 주작 냄새가 솔솔 풍기게 되걸랑.

만약 그러다 감당 못해서 정체가 탄로난다?

‘바로 바이츠니아 꼴 나는 거지.’

충왕대군이 죽고 심장 빨갱이 사상충이 소실한 동방의 대국.

조종당하는 측과 조종당한 측으로 나뉜 바이츠니아는 지금 개판이 났잖은가.

심지어 저들에게는 누군지 몰라도 ‘그들을 찾아내는 즉시 족쳐버리는 적대자’가 있다. 저건 대충 봐도 누군가의 눈을 피해서 숨어 있는 모양새다.

‘최소 〈인신〉 수준의 상대일 가능성이 크지.’

신화시대부터 존재한 괴이한 놈들의 적이면서, 그 놈들이 경계하는 상대.

대체 누구일까.

왠지 모르게 라리루라가 떠올랐다. 니가 여기서 왜 나와?

우리 편이면 좋겠는데, 지나친 소원이려나.

〈혹시 원로원에 한둘 숨어있다면, 상원의원급 아니겠습니까?〉

〈확신하지 말게. 하원의원 중에서도 영향력이 적지 않은 이들은 있어. 주목이 덜한 하원의원들 사이에 매 세대마다 얼굴을 바꿔가며 숨어있으면 들킬 일도 없지 않겠나.〉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얘기를 나눴고, 나는 목이 칼칼해질 쯤 되서 집무실에서 나왔다. 문 밖에는 낯익은 기사단장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 그그, 이름이 분명──

〈가이우스 기사단장님?〉

〈노르드 님. 아니, 이젠 울프헤딘 백작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이 가문의 기사단을 통솔하는 기사단장은 그런 말로 운을 뗐다.

이 사람은 딱히 변함 없군. 하긴, 몇 달 정도로 바뀌기엔 강함도 직책도 완성된 사람이지. 이번엔 끌려가서 한 수 알려달라고 해도 기꺼이 어울려줄 생각이 있다.

오러 못 쓰는 좆밥일 때랑은 다르다 이거에요.

〈흐흐, 너무 그러지 마십셔. 출세했다고 사람이 바뀌면 보기 좀 그렇잖습니까?〉

〈때와 장소 나름으로는 적당히 바뀌시는 편이 나을 때도 있겠습니다만은, 제가 오지랖을 부려도 될 부분은 아니겠군요. 그나저나……〉

아니나 다를까 기사단장은 바로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가 손님을 상대로 눈치를 볼 만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나는 몇 가지 후보를 생각했다가 그냥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말씀하시죠. 혹시 콜리도 경 때문입니까?〉

당연하지만 마스터 클래스인 키아라도 탐사대를 따라서 여기 와 있다.

어제 막 도착했기에 나도 이제부터 만나보러 갈 생각이었다.

‘이 사람도 분명히 실력이 제자리 걸음 중인 게 고민이었던가 했었지.’

내가 그에게 대련을 요청했던 것처럼 이 양반도 그런 용무일 것 같은데.

그런데 뜻밖에도 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예. 기탄없이 말씀드리자면, 콜리도 경도 무척 신경이 쓰이긴 합니다. 다만 지나치며 뵌 바로는 부상을 입으신 듯 하니 제가 감히 부탁을 드릴 순 없지요.〉

완고한 양반은 그렇게 말하곤 나를 쳐다보았다.

〈제가 여쭙고 싶은 건 노르드 님과 사모님들에 대한 일입니다.〉

〈흠.〉

설마 우리 아내님들께 찝적대려는 건 아니겠고.

내 엘리트 대갈통은 늦지 않게 대답을 뱉었다.

〈기사단장님께서 보기에도 저희 가족의 성장이 좀 도드라졌습니까?〉

그렇다면 기쁘겠는데.

나랑 네페르티티도 달인이긴 한데, 매일 만나는 가족의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저어는 아내님들께서 ‘자갸! 나 어디 바뀐 데 없서?’하고 물어봐도 괜찮게 늘 머리카락이며 옷, 구두 같은 걸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단 말이죠.

그러니 미스릴 클래스 급의 안목을 가진 타인의 눈으로 성장치를 판단받는 건 기꺼운 일이었다. 딱 전문 트레이너한테 코치받는 느낌.

〈……그, 뭐라 말씀드리긴 좀 어렵습니다만.〉

〈조금 직설적으로 말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아, 그렇다고 너무 엄격하게 깎아내리진 말아주십셔. 저는 칭찬해줘야 잘 크는 타입이라서요.〉

‘지적해주세요’라고 했다고 5700자 짜리 쪽지를 들고 때려죽이려 들진 마쇼.

그러다 프랑이 ‘난 단검보다 활이 어울려’ 같은 소리라도 하면 어쩌려고.

〈제 눈에, 노르드 님과 콜리도 경의 실력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 느껴집니다.〉

마음을 정한 것처럼 기사단장은 그렇게 말했다.

〈예? 하하, 농담도 참.〉

조크인가 싶어서 웃었는데 대꾸가 없다. 진심인 모양.

그래서 나도 입이 벌어졌다.

‘……내가 키아라랑 별 차이가 없다고?’

그야말로 큰 착각이었다.

우신 때야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어떻게 비벼본 거였지, 키아라가 풀피 채우고 권능 발동: 드래곤 까꿍을 시전하면 냅다 튀는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풀컨 키아라나 우신, 〈인신〉 급에 비벼보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겸손이 아니다. 불편한 팩트다.

나는 아직 마스터 클래스가 되지 못했다.

이 팩트에 예외가 있다고 한다면…… 내가 내 게 아닌 힘을 썼을 때겠지.

〈착각이었다면 죄송합니다만, 제 눈에는 그리 느껴졌습니다. 저택을 찾아오실 때마다 눈에 띄게 성장하시곤 했지만, 오늘은 유독 ‘격’이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격이라니…… 금칠이 지나치십니다.〉

〈진솔한 소감입니다. 이번에 찾아오신 노르드 님을 뵈었을 때, 제가 만나뵌 마스터 클래스 분들처럼 저보다 1단계 윗 차원의 기백을 느꼈습니다. 한순간의 직감이지만 착각은 아닐 터입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기사단장.

기쁘면서도 또 조금 불편한 극찬이었다.

아직 덜 완성된 실력을 두고 ‘저보다 잘난 사람들에 필적하시네요’라는 말보다 더한 칭찬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막 사법고시에 도전하는데 판사들 못지 않다는 소릴 들은 것 같구만.

아무튼 이 사람도 대단하다. 입장이 반대였으면 열등감이나 질투심 1~2개 정도는 느껴졌을 텐데, 따로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질투는 볼썽사나운 일이지만, 현실에선 흔하고 어쩔 수 없는 감정인데 말이다.

〈죄송합니다만,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 미담은 아닙니다.〉

표정에서 티가 난 걸까.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지키는 건 사람을 해치는 것보다 훨씬 보람있고, 그만큼 고된 일입니다. 제 힘이 모자란 탓에 새 도련님과 마님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면 그 얼마나 한스럽겠습니까.〉

새로 태어난 아르마알스 가문의 장손.

아들에게 열과 성을 쏟는 프리모르.

그리고 여전히 성장할 기미가 없는 자신.

그만한 계기가 있었기에 생긴 고민이었다. 그는 한숨을 참으면서 말했다.

〈노르드 님께서 다음 경지에 발을 걸치고 계시다면 부디 조언을 바라고 싶습니다. 제 착각이라 말씀하시면 그뿐인 일입니다만, 혹시 뭔가 마스터 클래스에 오를 계기라도 얻으셨는지요?〉

〈……계기라.〉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아뇨, 따로 짚이는 건 없네요.〉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무난한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는 내가 몇 초 정도 침묵한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달인은 개개인의 모색이 너무 강해서, 딴 사람의 깨달음을 들어봤자 ‘그게 뭔 개풀 처먹는 소리고?’ 싶은 조언 정도에 불과하긴 할 거고.

나는 멋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랑 아내들은 마나를 성장시킬 기회가 조금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면 떠나기 전에 잠깐 저희랑 친선 대련이라도 하시렵니까?〉

〈그거 듣던 중 감사한 말씀이군요.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사단장은 웃으며 말하고 일을 보러 돌아갔다.

그를 배웅하며 나는 참지 못한 한숨을 토해냈다.

‘마스터 클래스라…… 나도 되기는 해야 하는데.’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다음 경지의 내 모습.

거기에서 눈을 돌린 나는, 갑자기 어떤 호기심 하나를 떠올렸다.

〈저, 죄송합니다만. 기사단장님?〉

〈예? 아, 말씀하십시오.〉

멈춰서 돌아보는 그에게 나는 약간 미안해하며 물었다. 나는 대답해주지 못해놓고 질문하려니까 좀 무안하네, 이거.

〈마스터 클래스 분‘들’이라고 하셨는데, 콜리도 경 외엔 어떤 분이 계십니까?〉

내가 만나본 마스터 클래스급 존재는 전부 신과 관련된 인물이었다.

신좌의 주인이나 우신, 그리고 그 우신의 혈통.

에퀴녹스만이 유일하게 자기 힘으로 그 경지에 올라간 마스터 클래스인가. 그나마도 창세의 권능으로 명계의 새로운 신이 되려던 리치이긴 한데.

아무튼 인간 출신의 마스터 클래스는 거의 만나보지를 못했다.

‘……대책없이 적으로 만났으면 완봉당해서 뒤졌겠지만.’

프로게이머인 아빠한테 스타로 덤빈 잼민이처럼 개처럼 좆털렸을 킹능성 농후.

아무튼 뛰어난 안력을 갖추고 네페르티티급 전사마저 손도 발도 못 쓰게 만드는 ‘달인다운 마스터 클래스’는 에퀴녹스 정도밖에 없었던 것도 같다.

‘그래도 내가 이겼죠? 원콤으로 뒤졌죠?’

결국 마스터 클래스고 지랄이고, 한 방 제대로 먹이면 이기는 것이다.

‘선빵 필승은 만고불변의 진리지. 크헤헤.’

근데 이건 ‘마스터 클래스는 머리와 몸을 잘라서 떼어놓으면 죽는다!’ 식의 폭론 같기도 했다. 나도 버프가 잔뜩 걸린 상태가 아니었으면 그 반반 리치년한테 야바위를 간파당했을 건데.

꼴마초답지 않게 자만하고 말았다. 자중하자.

‘그보다 생각해보면 그년, 시구르드 상대로 살아남은 미친년이었네.’

모르긴 몰라도 오딘의 신좌면 마법전에선 밀릴 일이 없을 텐데.

그 뒤로 〈임모르탈리스〉로 존버에 들어간 걸 보면 이길 각은 안 나온 거겠지만, 상성에서 떡발리는 레티티아한테도 전혀 안 밀렸던 에퀴녹스다.

가만 보면 여신 모드 티르시도 그년이랑은 끝내 결착을 못 냈었단 말이지?

마나량과 권능의 상성이 승패를 좌우하는 신적 존재의 싸움하고는 별개로, 인간이 상대인 싸움에서는 권능에 덜 의존하는 타입이 훨씬 강한 셈인가?

〈자신이 마스터 클래스임을 증명해보인 분들은 한손에 꼽힐 정도기에, 콜리도 경을 빼면 제가 뵌 분은 한 분 뿐입니다.〉

내가 가는 사람 붙잡아서 질문해놓고 골몰하고 있자, 기사단장은 말했다.

〈천검제후 아우렐리우스 변경백. 가주님과 같은, 원로원 상원의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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