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794화 (792/1,009)

***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비틀린 시야가 갑자기 확 돌아왔다.

‘공간의 왜곡이 풀렸다.’

나는 공중에서 몸을 뒤틀었다.

─쿵!! 바닥에 착지한다. 충격을 흡수하며 몸을 낮췄다. 그리고 일어섰다.

“후우.”

─웅웅웅!

공간의 와류에서도 놓치지 않았던 브류나크는 내 손에서 진동했다.

내 몸도 이 녀석도 부숴지진 않았나. 당연하긴 했다.

빵 바구니를 그린 종이를 힘껏 팔랑거린다고 그 빵들이 쏟아지겠는가? 공간의 왜곡은 나를 차원의 안쪽에 있는 도시에 날려보냈지만 상해를 입히진 못했다.

‘초현실적인 공간이군.’

공간 째로 일그러진 고도(古都)였다.

계절조차 혼재되어 있다. 기괴하기 그지 없었다. 몽환적인 아트워크 같았다.

건물들은 비틀리고 치솟았다. 성으로 보이는 게 우뚝 서 있었는데, 오딘의 눈으로 바라보자 어떤 장벽으로 막혀 있다는 게 알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마법에 근간한 기술.

‘히타이트의 성벽인가.’

그야 고대문명의 수도라면 그 정도는 하려나.

난 깃털이 쓸모없어지지 않을 듯한 느낌에 조금 안심했다.

“다른 애들은?”

웅웅….

“……그래, 없군.”

뿔뿔이 흩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는데.

당연히 아내들 걱정부터 앞섰지만, 내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해줘야 할 그녀들은 아니다. 물론 강적이 많은 적진인만큼 어서 빨리 합류해야겠지만.

‘괜찮아. 흩어지기 전에 마나의 실이 보였다.’

왜곡에서 뻗어나가던 핑크색 선.

그 실들은 인체로는 못 들어갈 틈을 파고들어서 어딘가에 접촉하고, 간단한 마법을 부여했다. 라리루라가 그 잠깐 사이에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다.

‘내쪽까진 못 왔지만 아내들끼린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겠지.’

역시 우리 후배님. 믿음직스럽다.

합류는 가능하다. 다나는 내 위치나 건강을 알 수 있는 쌍성의 반지도 있고.

‘연락을 취할 메달은…… 시발.’

안주머니에 없다. 날려버려지는 중에 떨궜군.

옥새도 아내들과의 공유를 위해서 메달 쪽에다 넣어뒀는데.

‘쯧.’

메달이 탈취당하면 무전기를 빼앗긴 것보다 더 위험해진다. 베로니카가 바이콘들과 여러 절차의 보안 인증을 걸어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천만다행으로 비석 쪽은 남아 있었지만, 여기엔 별 중요물품이 없다.

‘그래도 포션은 있군.’

쌍칼잽이 새끼한테 베인 팔을 포션으로 고치는 나. 지랄 맞게 욱씬거리네.

어쨌든 움직이자.

섣불리 돌아다닐 환경은 아니었지만 내가 여기 추락하는 꼴은 보였겠지.

‘이동해야 돼. 누군가가 꼬여들기 전에.’

─섬칫.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에 브류나크를 찔러넣었다.

【게르튀르 푸타르크】·ᛏ(Teiwaz)

공격기 제 2품새가 쏜살처럼 뻗었다. 관통력을 더 강화한 창술은 내지른 곳보다 더 먼 곳까지 내 힘을 손실없이 뿜어냈고, 목표에 적중했다.

환술이 풀리면서 숨어 있던 기사의 가슴팍에 내 찌르기가 날아들어서 꽂혔다.

─터엉!!

오델리아가 인정한 창술은 그 상반신을 수저로 푼 것처럼 구멍냈다.

“존나 딴딴하네.”

그래도 몸이 뿔뿔이 흩어지지도, 관통당하지도 않았다. 미스릴 갑옷이 뚫렸는데도.

그만큼 튼튼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쿠당탕! 시체가 넘어졌다.

【Eru. Beru-s Fpafn.】

만언신의 권능으로 해석되지 않는 언어를 뱉는 마법사.

얼굴에 쓴 후드는 안쪽이 이상하게 어두웠는데, 거기서부터 두족류의 촉수 같은 게 꿈틀댔다. 툭 튀어나와서 꾸물대는 게 횟집 활어조를 탈출하려는 문어 같다.

“문어라. 이 세상 사람들은 싫어하던데.”

내가 문어를 구웠을 때 같이 먹던 건 베로니카 정도였던가.

갑옷이나 후드 같은 걸로 몸을 노출없이 가리긴 했지만, 팔뚝 같은 곳에서도 지렁이만한 촉수들이 꿈틀거렸다. 벗기면 어떻게 생겨먹었을지 상상도 안 가네.

그런 놈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뜬금없이 뉘신지? 아니, 뻔한 물음인가.”

갑옷을 입은 기사와 마법사, 사제의 편성.

오직 실전성만을 중시한 구성. 기사만 모아놓은 것보다 씹 FM이다. 그리고 저런 구성원으로 히타이트의 이차원 유적을 거니는 새끼들이라면 정체도 뻔했다.

〈다비드인가 하는 상원의원의 기사단이냐?〉

【Iuah, Sha.】

예의 바른 질문의 대답은 마법이었다. 시꺼멓게 혼돈의 마나를 쭉쭉 짜낸 마법사들이 마나 폭탄을 발사하고 기사들이 뒤지게 달려들었다.

인기남의 삶은 곤란하군. 최소한 갑옷 속 문어 새끼들이 암컷이길 바라자.

“싸인이라면 줄을 서 주세욧!!”

반격기 제 2품새. 마법을 빨아들인 브류나크로 첫째 놈을 내려쳤다.

【게르튀르 푸타르크】에 데미지 버프까지 걸린 공격은 적은 동강냈다.

“아 거 줄 좀 서라고, 씹새들아!”

촉수 기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학익진을 펼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드는 놈들! 둘러쌓이면 좀 불리하겠군. 나는 유물을 기동했다.

─채챙!

6방향에서 찔러든 검들이 지들끼리 부딪혔다.

하지만 그때 이미 나는 그 위치에 없었다.

99대대 집행관들이 쓰던 〈공간 도약〉 시계!

몇 개 건진 유물 중에 하나를 사용한 내가 상공 2미터 높이로 아주 조금만 블링크 점멸을 갈겼던 것이다. 나는 그대로 반격기 제 1품새를 펼쳤다.

살육을 위한 창술로 룬의 미학을 표현한다.

【게르튀르 푸타르크】·ᛈ(Perth)

안팎의 구분선과 상자를 의미하는 룬은 결계와 고유의 영역을 상징했다. 원형으로 360도 회전한 창은 그 창날이 닿는 범위를 클레이모어를 터트린 듯한 살육공간으로 삼았다.

쉽게 말해서 날 포위한 적들을 전부 썰어제끼는 필살기다.

─서거걱!!!

상하가 뒤집힌 상태로 창을 휘둘렀다.

상당한 마나를 남았는데, 창은 딱 2놈만을 베고 다음 놈의 목에 꽂히며 멈췄다.

모가지가 워낙 튼튼해서 한 번에 전부 썰어넘기지는 못한 것이었다.

“기사는 셋 남았군.”

【Ruuuaaa!!】

내 창이 목에 반쯤 박힌 기사가 검을 휘둘렀다. 갑옷을 입은 팔이 구역질나는 촉수로 변해서 길게 늘어났다. 나는 그 칼날을 맨손으로 잡았다.

카가가가가각─!!!

오러와 마나 코팅은 분쇄기에 식칼을 꽂아넣은 것처럼 불똥을 튀겼다.

칼과 분쇄기의 싸움은 내 승리였다. 롱소드가 뚝 부러지며 내 몸도 낙하했다.

공격을 주고받은 나는 그 기사와 헬름 틈새에서 눈이 맞았다.

“……너희, 인간이 변한 거였나.”

변이의 마나를 뒤집어쓰고 괴물로 변한 기사단.

원래는 이 영지의 기사였을까. 그렇지만 생전에 어떤 위인이었건 지금은 의미가 없었다. 치료제가 없는 좀비 영화의 신파 전개용 감염자 같은 것.

맞다. ‘생전’이다.

이들의 눈은 생기없이 말라붙어 있었다. 보이는 건 몸을 움직이는 광기 뿐!

나는 이것과 비슷한 괴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틀란티스의 촉수 괴인.’

그들은 그놈과 비슷했다.

오직 죽음만이 구제라는 뜻이다.

진혼의 뜻이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초상집에 찾아온 조문객처럼 무거워진 마음으로 나는 창에 마나를 담으며 기술을 펼쳤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라-멘.”

증기 분사의 추력으로 공중제비 2바퀴. 펼쳐낸 기술은 오러와는 빛을 뿜어냈다.

【게르튀르 푸타르크】·ᛊ(Sowulo)

반격기 제 4품새. 촉수 기사가 뻗은 검을 막고 에너지를 상쇄하고, 창날에 깃든 태양처럼 막대한 열량을 가드한 부위에서부터 때려박는다.

【Paaaaaaaaaauuu──!!】

촉수 기사는 전자레인지에 들어간 것처럼 익어버렸다. 사람에게 쓸 기술은 못 되는군. 나는 구상한 기술의 파괴력에 넌더리를 내며 그 가슴을 펀치로 갈겼다.

혈수마공(血手魔功)

캘러미티 혼(Calamity Horn)

─펑!!! 터져나가는 반숙 문어.

‘기사 둘. 마법사 둘에 사제 하나.’

기사들이 양옆을 보법으로 선점하고 검술로 내 가슴을 노렸다.

창으로 막는다. 야수회귀의 버프를 받은 팔뚝이 찌릿하게 울렸다. 역시 신체능력은 보통 인간보다 높은가. 하지만 검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꽤 좋은 검이군. 내 창만은 못하지만.”

─카가가가각!!! 창대를 감은 오러가 칼을 바로 갈아버렸다.

힘 싸움 중에 지지대를 잃으면 앞으로 넘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무너진 건 왼쪽 기사 뿐. 나는 그 가슴에 창을 박아 넣고 기수처럼 들어올렸다.

“뭉게뭉게-프렌드 실드!!”

쿠과과광─!! 기사의 등에 마법이 꽂혔다.

적의 몸으로 마법사들의 공격을 막고 지체없이 게르튀르. 공격기 제 6품새가 폭죽을 후장에 꽂은 개구리의 절명처럼 촉수 기사의 심장에다 마나를 터트렸다.

갑옷의 틈새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이게 그 심쿵사인가 뭔가 하는 그거구마잉.

【R-s!! Jbag'ha!!】

후방에서 주문을 외우던 사제가 악귀처럼 몸을 웅크린 가스 덩이를 발사했다.

“씨발 자꾸 뒤에서 깝치네! 영주 돈으로 쌀밥에 고깃국 먹는 씹놈아!!”

저주인가? 나는 피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기사가 목숨을 던지며 덤벼들었다.

나는 브류나크를 반대 방향으로 휘두르고 왼팔을 앞세워서 검을 막았다. 모든 힘을 쏟아낸 기사의 검은 오러와 마나 코팅을 거의 베어냈지만, 우신 가죽 갑옷에 막혔다.

─텅!

그리고 사제의 저주는 창대에 막혔다.

힘을 다 쏟아붓고 느려진 기사의 모가지를 날려버렸다. 그리고서 저주의 가스를 모기향을 휘젓는 것처럼 맨손으로 턱 붙잡았다.

─위잉, 위잉.

저주는 내 손에 잡히자 애교가 많은 날다람쥐가 된 것처럼 온순해졌다.

“귀엽네. 이거 더 갖고 와. 아니, 다 갖고 와.”

나는 얌전해진 저주를 액체 괴물 장난감처럼 쪼물딱거렸다.

‘해-피.’

애 착한 것 봐. 나쁜 놈들한테 시달려서 그렇지 이렇게 온순한 녀석이었다.

역시 나는 동물병원을 차렸어야 해.

【Qhangulu, a……? Ce'o?】

【Eq'vuz…… Mour-h……?】

마법사와 사제는 놀람을 넘어서 절망한 것처럼 다리에 힘이 풀렸다.

마치 짝사랑하던 옆집 누나를 깜둥이라고 비웃던 외국인 노동자 형에게 NTR 당한 중학생 같았다. 유색인종을 깔보다가 그들에게 좆발린 인종차별자 특유의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니들은 자아가 남았군.”

대놓고 감정적인 리액션에 나는 눈을 반개했다.

나는 좀비물에 있어서 3가지 철학이 있다. 그건 좀비가 인간으로 돌아와서는 안 되고,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며, 초능력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 룰의 예외가 되려면 그 설정이 스토리의 큰 갈래가 돼야 했다.

억지로 감염된 기사들은 지성을 잃고 지배당한 모습이었지만, 저들은 아니다. 감정적으로 절망할 수 있을 정도로는 자아가 남아 있지 않은가?

“기사들이랑 다르게 그 신체의 변화를 수용했다, 이거냐?”

저들은 자기 의지로 복종한 것이었다. 아마도 저 번화를 초래한 다비드에게.

기사들이 감염자라면 저들은 변절자였다.

그야말로 참된 쓰레기……!!

랩실에 끌려온 학부생 같던 기사들과 달리, 저들 셋은 콩고물을 얻어먹고 지도교수의 악행을 지지해대는 조교 같은 것! 동정해 줄 필요가 없었다.

“우리 애한테 자꾸 이상한 거 먹이지 마라.”

나는 온순해진 저주에 마나를 불어넣어서 3배로 부풀렸다.

화아아아악…!!

내 마나를 먹은 저주가 기뻐하는 듯 했다. 착각일까? 꼭 독재자에게 세뇌당한 어린 시민들이 울며불며 수령님 이름을 부르짖는 것만 같아서 쫌 역해지는데.

그래도 나는 프로. 공과 사는 구분한다.

“내 독기에 범벅이 되서 죽어라.”

─치이이이익!! 뿜어진 저주는 사제와 마법사의 하반신을 녹여버렸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쥬지는(은) 사라졌다!

비명을 지르면서 나자빠지는 새끼들. 나는 석판 속에서 꺼낸 인공 미스릴 주괴를 꺼냈다. 룬 마법으로 족쇄 모양으로 바꾸고 그 놈들을 묶었다.

【Aaaaaaaaaaaaa!!!】

“시끄러, 새끼야. ”

─으득! 팔을 밟아서 부쉈다. 건방지게 문어면서 뼈가 있어? 되다만 새끼들.

“자장가 불러줄 테니까 퍼질러 자렴.”

엄마가 섬그늘에~ 구울 따러 가면~.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그 새끼들을 기절시키고 끌어당겼다. 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서 심문할 생각이었다.

‘……굳이 심문할 필요는 없나?’

어쨌든 만나는 놈들마다 싸워서 이기면 그만인 상황.

이 녀석들의 입을 열게 하는 게 아내들을 찾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인 아닐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내가 미처 모르는 위기가 있을지도 모르니 내버려 두기는 불안하다.

또 누군가가 몰려오기 전에─기사단이 고작 이 9명 뿐이진 않을 테니까─ 이동.

─퍽!

【Kkaac!!】

오래된 건물에 놈들을 던져놓고 품을 뒤져본 뒤 한 놈씩 명치를 까서 깨웠다.

【Dua'of-ias!! Oihfreon……!!】

“후드 벗긴다. 와꾸나 좀 보자. ……아니지 씹, 관둘련다.”

괜히 나까지 맛있는 문어 숙회를 먹지 못하게 돼 버리면 베로니카가 불쌍해진다.

우리 아버지처럼 밤 늦게 혼술상 차려놓고 삶은 문어에 쐬주를 기울이는 베로니카라니. 불쌍하고 짠하고 찐따미 넘쳐서 꼭 한 번 보고 싶긴 한데.

〈자, 너 편하게 로마니아 어로 말해주지. 사람 말을 잊었다고는 않겠지?〉

주워온 칼을 불로 달궈서 후드 안에 들이밀었다.

이 놈들이 인간에서 변한 거라면 로마니어 어를 쓸 줄 알 것 아닌가.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고문기구로 변한 제 동료의 검에 쫄은 건지. 깨어난 문어 새끼는 침을 삼키면서 조용해졌다. 그리고 중얼거리며 대답하려 했을 때.

“……선배? 여기 계세요?”

문 밖에서 라리루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틀렸으면 어쩌나 싶어 경계심이 잔뜩 담긴 목소리였다. 이 건물은 가정집 정도였기에 작게 중얼거려도 목소리는 충분히 들렸다.

나는 검을 바닥에 꽂고서 투시를 발동했다.

핑크핑크한 복장. 라리루라가 맞았다.

“라리루라? 여기야.”

손을 내저으면서 부르자 우리 후배님은 마음이 놓인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역시 선배였구나! 무사하셨네요! 다행이에요♡!”

달려들어서 내게 안겨드는 라리루라.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깐 그러고 있다가 손을 내리고 떨어졌다.

“너도 무사했구나. 여긴 어떻게 왔어?”

“근처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서요.”

“누구일 줄 알고 함부러 찾아가? 답지 않게.”

잠깐 생각하다가 대충 딱밤을 때려줬다. 이마를 맞은 라리루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죄, 죄송해요. 혼자 있으니 불안해서…… 어디 갔는지 꼭두각시들도 안 보이고요.”

“〈아공간〉 메달도 잃어버렸어? 나도야. 이따 같이 찾아보자. ”

그녀의 등짝을 두들겨주던 나는 말했다.

“잠깐 망 좀 봐 줘. 심문하는 거 못 보지?”

“아, 네! 조심하셔야 돼요?”

“너야말로.”

─푸욱. 라리루라를 보낸 나는 땅에 꽂힌 검을 뽑았다.

〈중간에 끊겨서 미안하군. 시작할까?〉

〈……뭐가, 궁금, 하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듯한 목소리다. 나는 픽 웃고서 입을 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부탁하고 싶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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