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02화 (800/1,009)

오델리아와 에른스트의 악연은 길다.

세상의 진리와 그것을 비트는 마법을 탐구하는 노괴. 국경을 지키는 제후. 입장만 놓고 봐도 사이 좋을 수가 없는 그들은 실제로 싸움을 거듭했다.

사실을 적시하자면 오델리아가 쫓고 에른스트는 피했다.

흑마법사도 뭣도 아닌 에른스트 입장에서는 저 거슬리기만 한 검사를 죽여서 얻을 게 없었으며, 오델리아는 국경을 크게 벗어나서 그를 쫓아갈 수 없었다.

100% 죽이는 게 가능할 때를 노리지 못한다면 보복으로 영지에 괴멸적인 타격을 가할지도 모를 일. 입장의 차이는 싸움의 행방까지 좌우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라면 다르지!”

오리할콘으로 만들어져서 휘지 않는 레이피어를 오델리아는 맹렬하게 휘둘렀다.

검에 깃든 오러는 나뭇가지로도 미스릴을 베는 그녀의 검술을 강고하게 만든다. 유물을 분석해서 최신 기술을 투자한 검의 성능이었다.

“차원벽에 둘러싸인 이계! 여길 뛰어넘어서 내 검이 닿지 않는 곳까지 도주하려면 아무리 너라도 10초 정도는 주문을 외워야 할 걸!”

10초. 공간보다 견고한 차원의 벽을 빠져나가는 대마법을 발동하는 시간.

오델리아만한 검사라면 무방비한 마법사를 다진고기로 만들고도 남았다.

“여유로운 시간이군! 네 시체를 구경하며 유유자적하게 탈출하면 되겠어!”

팔을 잔뜩 피운 에른스트는 각양각색의 마법을 흩뿌렸다.

종류는 여러가지였지만 모두 치명적인 고위마법들이었다. 미스릴 클래스가 심력을 바쳐서 사용한 수준의 마법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졌다.

결계를 눈치챈 베로니카가 대화를 계속했던 건 아군을 부르기 위해서였다.

저만큼 드넓은 결계다. 강자라면 발동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위치를 눈채챘어도 보통 사람은 저 공간의 미로를 넘어올 방법이 없다.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도착이 늦을 게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노르드, 티르시, 오델리아는 미로를 뛰어넘어서 올 수 있는 사람들!

에른스트의 결계는 그들을 부르는 봉화를 피운 격이었다.

도착한 게 친숙한 면면이 아닌 건 아쉬웠지만, 강함에는 불평할 부분이 없었다.

“네 마법 폭격은 질리도록 봤어!!”

쏟아지는 고위마법을 마주하던 오델리아는 검을 강하게 쥐었다.

원소선경(Terminus Elementorum)

절계(絶季)

─쩍!!!

차원을 가르는 지고의 검술이 펼쳐졌다.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남을 막대한 마법의 폭격은 십자로 잘려나간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며 소멸했다.

하지만 공격이 무의미한 마나 낭비로 끝난 그때, 에른스트가 미소지었다.

“기술을 질리도록 본 건 나도 마찬가지야, 멍청한 검잡이 놈.”

“……읍!”

폐의 공기가 쭉 빠져나갔다. 오델리아는 낯익은 감각에 혼란했다.

진이 빠져라 검을 휘둘러댔을 때의 피로감이다.

체력이 줄어들었다. 권능의 소모가 예상의 2배 정도였다.

권능은 자신의 에고(Ego)로 세계의 법칙을 비틀어버리는 존재감의 발현이었다. 마나를 소비하는 일은 적지만, 많은 권능들이 체력을 고갈시킨다.

“차원을 베는 검. 땀내나는 칼장난으로 마법의 궁극에 비견될 힘을 얻은 건 칭찬해 줄 만 하네. 하지만 마법사의 능력은 기량이 아니라 창의력에 있지.”

오델리아는 어떤 적을 만나도 같은 검술로 상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른스트는 어떤가? 그는 그렇지 않다. 대마법사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고, 마법사 길드의 창립자인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법을 창작한 마법사였다.

“……체력을 고갈시키는 마법.”

네페르티티가 중얼거렸다.

체력 관리는 전사의 기초다. 체력이 없어졌다간 싸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마법사라고 다르지는 않겠지만, 전사만큼 체력 관리가 중요하진 않다. 마법을 외우는 데 체력이 부족한 게 큰 부담이지는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계속 공격을 가하고 있던 네페르티티는 평소보다 체력이 준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였다. 베로니카는 실드를 펼치고 자신의 두뇌에 분석을 촉구했다.

결계? 광범위한 마법이면 네페르티티나 프랑도 지쳐야 했다. 느낌이 조금 다르다. 저주나 디버프 마법도 틀렸다. 오델리아는 마법에 맞지도 않았다.

사용한 마법이나 성격을 보면 에른스트는 방어 마법을 선호했다.

결계는 결계겠지만 상당히 특수한, 오델리아를 노리고 만든 마법일 게 틀림없다.

‘체력, 권능…… 그러면.’

베로니카는 결계의 조성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 결론을 내렸다.

“변경백! 권능이다! 권능에 드는 소모를 늘리는 결계니라!”

“권능을? 칫!”

말씨를 정돈할 여유가 없었기에 익숙한 말투가 나와버렸지만 오델리아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저 바이콘 신족의 등장에 대한 소식은 그녀도 들은 바 있었으니까.

“불리하지만은 않다! 저 자도 마법의 범위 안에 있지 않느냐! 조건은 같다!”

권능을 쓰기 힘든 페널티는 적도 동일하다.

마법사와 전사에게 체력의 가치가 다르긴 해도 권능의 사용횟수에 제한이 걸린 건 에른스트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탓일까.

“하하. 조건이 같다고? 누구랑 누가?”

에른스트가 순식간에 9명으로 증식한 순간, 베로니카는 망연자실해졌다.

9명의 드워프들이 마법진을 펼치며 날아올랐다. 그들로부터 느껴지는 압박감은 가히 본체와 같은 수준이었다. 범상한 분신은 아니었다.

“……흥. 고작해야 분신을 만드는 권능이더냐? 썩 대단치는 못하구나.”

놀라움을 감춘 베로니카가 호기롭게 웃었다.

“나라는 천재가 늘어나는 건 인류의 축복이지. 이만큼 대단한 힘이 달리 어딨다고?”

9명의 에른스트는 한 몸처럼 낄낄거렸다.

에른스트의 몸에서 피어나던 팔들이 사라졌다. 그 팔들은 분신체의 팔을 전용(轉用)한 것이었다. 분신체에게 몸통을 준 지금은 쓰지 못한다.

“네 권능을 본 건 처음인데! 궁지에 몰리긴 한 모양이지!”

괴상한 변화를 무시하고 오델리아는 공격했다.

분신에게 실드를 나눠주면 본체의 방어는 나눈 만큼 약해질 것 아닌가. 분신이 맨몸이라면 찢어발기면 그만이다. 주저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 그녀도 눈치채고 있었다.

꼴랑 그것 뿐인 권능일 리가 없으리라고.

─번쩍!

바람을 밟고 허공을 달린 그녀가 검을 휘둘렀을 때, 9명의 에른스트가 동시에 마법을 만들어냈다. 팔의 숫자가 같으니 마법의 숫자도 전과 같았다.

‘절계는 체력 소모가 적지 않다.’

날다람쥐처럼 그 마법을 베고 피한 에른스트는 분신체 하나에게 평범한 검술 공격기를 부딪혔다. 말이 평범한 검술이지, 마스터 클래스의 검기였다.

─채앵!!

오델리아의 검이 분신을 지키는 실드에 막혔다.

에른스트의 방어막, 【팔방 32면진】이다.

‘32장을 전부 분신에게?!’

그것도 전부 물리 공격을 막는 실드로 펼쳐놓은 것이었다. 아무리 오델리아라도 저걸 한순간에 깨부수려는 건 오만한 생각이다.

단지, 그걸 포함해도 이 판단은 에른스트의 패착이었다.

“작전을 잘못 짰구나, 에이트리센!!”

으르렁댄 오델리아는 절계를 사용했다.

동시에 발동이 가능한 마법의 양은 권능을 쓰기 전과 변함없다.

‘분신에게 실드를 돌렸어. 본체의 수비는 텅 비었거나, 평소보다 약하다!’

에른스트라면 저 실드를 0.1초만에 본체 쪽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실드의 속성까지 바꿀 시간은 없다.

아니, 오델리아가 그럴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원소선경(Terminus Elementorum)

절계(絶季)

빛살처럼 번뜩이는 검술. 그녀의 필살검은 연속 발동에 아무 제한이 없다.

검술의 진수를 깨닫고 얻은 힘이니만큼 가감도 자유였다. 훈련하듯 가볍게 휘두른 헛스윙으로도 얼마든지 차원을 베어낼 수 있었다.

“어, 제길. 생각보다 연발이 빠르……!”

저만한 기술을 타임 랙도 없이 뿜어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에른스트가 질겁했다. 천검제후의 검이 풍경에 십자가를 새겼다.

─쩌적!!

오델리아의 예상대로 9명의 에른스트 중 4명은 그녀가 번개처럼 뿜어낸 차원절단에 휘말렸다. 그 4명에는 틀림없이 본체까지 포함돼 있었다.

─우뚝.

남은 5명은 석상이 된 것처럼 멈췄다.

멈췄다가, 거듭 마법의 폭격을 쏟아부었다. 이번에는 오델리아가 놀랄 차례였다.

“지금 걸로 본체가 안 죽었다고?!”

“궁금하지? 축하해. 호기심은 면학의 원동력이 되지.”

분신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강한 기술을 사용한 직후였기에 피하지 못했다. 무방비해진 오델리아는 사선(射線)에 몸을 그대로 쬐었을 때, 그녀의 정면에 커다란 흙벽이 솟았다.

“GOGOGOGOGO──!!”

─퍼버버펑!!!

프랑이 내려찍은 망치로부터 튀어나왔던 골렘의 머리가 마법에 맞고 폭발했다.

땅의 마나는 금속을 강고하게 만든다.

늘어난 마나량에 룬 마법의 시너지가 가미된 〈백토인형〉은 오리할콘 못지 않게 단단했다. 긴 시간 유지하지는 못해도 방패로 쓰면 문제없다.

“피하세요! 곧 부숴져요!”

“살았어! 지금 건 장부에 달아놓으렴!”

농담으로 놀란 심장을 달랜 오델리아는 골렘이 완전히 박살나기 전에 몸을 던졌다. 에른스트는 더 공격하기보다는 골렘을 보며 인상을 팍 썼다.

“뭐야? 이 조악한 조형은.”

─쿠자작!

공간 마법을 써서 〈백토인형〉을 으깨버린 에른스트가 프랑을 돌아보았다.

“저게 네 창의성의 전부냐?”

【탈각검】을 회수할 순간만 찾던 프랑은 움찔 떨었다. 에른스트는 그런 모습이 경멸스럽다는 듯 더욱 눈을 찌푸렸다.

“허겁지겁 만들어서는 볼품도 없고, 미학조차도 없어. 꼴사납다 못해 더럽지.”

“반쪽이나마 흐르는 장인의 피가 아깝다.”

여러 명이 같은 목소리로 내뱉는 폭언의 칼날은 진짜 칼날보다 매섭지는 않았다.

적에게 욕을 먹는다고 억울해 하거나 슬퍼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프랑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도 그녀가 반푼이라는 건 잘 알았으니까.

“대단한 출신도 아닌데다 타고난 재능도 없군. 이 자리에서 가장 열등해.”

하지만 계속되는 말은 의식을 전투에 집중하던 프랑에게도 깊이 박혔다.

“본인도 자각하곤 있겠지? 노력해서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 나보다 멀리 앞서나가는 가까운 누군가. 그들과 비교되는 열등한 나.”

“재능은 하찮고 내세울 혈통도 없어. 집착하며 소중히 하던 것들도 결과가 저열하면 쓰레기가 돼 버리지. 오직 스스로의 무능함 탓에 네가 아끼던 ‘불꽃’은 사그라든다.”

어느새 동정심마저 내비치며 에른스트는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자신의 과거를 프랑에게 겹쳐 보는 듯 했다.

“……틀린 말은 아니야.”

입을 꾹 닫고 있던 프랑은 다부지게 대답했다.

“나는 다른 가족들보다 부족해. 그런 것 쯤이야 옛날부터 알고 있었어.”

쭉 예전부터 생각하던 사실이다.

노르드가 훌드폴크의 유적에서 트롤 킹에게 큰 상처를 입었을 때부터, 계속.

“그래서 어떻게 했지? 꼴사나운 실력에 비해서 마나는 많네. 가족이란 놈들이 오순도순 가진 걸 나눠줬구나? 평소부터 네가 모자라서 자주 발목을 잡았나 봐?”

“재능도 없는 너를 내버리지 않고 키워주다니, 멋진 가족애야.”

“알지도 못하면서 입을 놀리지 마라!!”

핏대를 세운 베로니카가 불꽃을 뿜었다.

마나를 응축한 열선은 분신체 1마리를 관통하고 불살랐다.

하지만 그렇게 4명까지 줄어들었던 에른스트는 다시 2배 이상으로, 9명으로 불어났다.

“언제까지 불어날지 확인해 보자고!”

“유부녀에게 작업 걸어? 한심해.”

─쩌엉!! 【팔방 32면진】이 쪼개지고 흔들렸다.

“재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뭔지 알아?”

오델리아와 네페르티티는 무기를 휘두르며 다시 공격했지만, 에른스트는 방어에 나서는 분신체들 말고는 계속 프랑과의 대화에 골몰했다.

에른스트는 눈동자를 시꺼멓게 불태우며 프랑을 노려보았다.

“결핍이다. 오직 결핍 뿐이야.”

“광기로 보일 만큼 우직한 집착. 그것을 충동질하는 결핍.”

“그것이 우리 드워프를 강하게 만든다. 거신의 시체에서 태어난 우리는 가지지 못한 자. 우리는 부모도 없이 태어나 별빛을 사모한, 가지지 못한 것에 무엇보다 탐욕적인 종족이지.”

드워프는 신대에, 신들이 왕성하게 살아있을 때 가장 번성했다.

인정받지 못한 종족이었을 때, 드워프는 별빛을 동경하면서 지상에서 자신을 증명하고자 신들마저 경악시키는 물건을 만들어내던 종족이었다.

“우리 드워프는 결핍이 채워지지 않을 때 가장 존귀해진다.”

프랑이 행복한 가정을 지키자 할 때 자기 능력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키아라가 인간성이라는 낭만을 추구하며 강해진 것처럼.

에른스트가 부족한 재능을 채우고자 탐욕스럽게 마법을 배운 것처럼.

가장 결핍된 드워프가 가장 강인해진다.

철은 두드릴 수록 단단해지니까.

“현대의 드워프들은 나약해. 꼴사납다며 비웃는 엘프도 없고, 인간들에게는 손재주로 아부받으며 뒤룩뒤룩 나태해졌지.”

“예술정신은 굶주림을 거름으로 피는 꽃. 가장 예술적인 종족은 가장 굶주려야 옳다. 너처럼 안일하게 안주해서는 가진 자질을 썩힐 뿐이야.”

그가 거듭 말을 걸고 있는 건 그래서였다.

에른스트는 새로운 결핍을 원하며 다른 차원을 찾아가려는 탐구자.

그런 에른스트가 보기에, 프랑에게는 자신 못지 않은 자질이 있었다.

‘재능이 없다고? 웃기지도 않는군.’

드워프의 재능은 결핍의 깊이다. 충동의 농도다.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명계에서 죽은 자마저 건져올 듯한 자질이 프랑에게는 있었다. 그 자질이 시시한 행복으로 녹슬어버린 느낌도.

인식을 바꾸면, 이 자리에서 프랑만큼 재능있는 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진흙밭에서 보석을 발견한 기분으로 에른스트는 확신했다. 확신했기에 행동했다.

“그러니, 네게도 결핍을 주마.”

희소한 원석을 보고 지나칠 수가 없는 것 역시 드워프의 본능이었기에.

─촤악! 에른스트의 마법이 공간을 길게 찢었다.

“도망쳐봤자 소용없다!”

공격을 날린 오델리아가 공간의 미로를 빠져나가려는 분신을 베었다.

분신들이 뿔뿔이 흩어지더라도 차원벽까지 쉽게 넘을 수는 없다.

도망쳐도 쫓아가서 해치울 생각이었다. 이만큼 원한관계를 쌓은 마스터 클래스의 마법사 아닌가. 놓치기라도 했다간 대참사였다.

“도망쳐? 내가? 아까부터 이년이고 저년이고 날 제대로 이해하질 못하네.”

허리가 두동강난 분신은 떨어지며 탄식했다.

예술정신은 영감에 맞춰서 빠르게 달아오르고, 빠르게 식는 사고관이다.

에른스트는 어느덧 오델리아에게도 다소 흥미가 식은 듯 했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값어치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광석에게로 향했다.

“프란체스카. 나랑 같은 에이트리의 계보야.”

─번쩍!

그의 분신이 오델리아를 비롯한 이들의 공격을 몸을 던져가며 막는 사이, 공간을 찢은 3명의 에른스트는 빛을 내뿜으면서 사라졌다.

분신체들이 〈공간 이동〉을 써서 다른 곳으로 전이한 것이었다.

“내 분신들을 지금, 네 가족들을 죽이러 보냈다.”

누가 누구인지는 구분할 게 무언가.

별의 아이인 듯한 경쟁자와 그 기사단, 그리고 총혜신의 광신도를 빼면 전부 그녀의 가족이거나 그에 준하는 사람 아니겠는가.

“막는 방법은 간단해. 분신들이 가족을 죽이기 전에 날 죽일 수 있나, 없나야.”

에른스트는 이 카네쉬의 핵심을 분석할 때처럼 가슴이 고조되는 것을 느꼈다.

“싫다면 막아 봐. 네 창의력을 발휘해서 방금 그 인형을 더 강고하게 만들어 봐!”

마법은 핵심은 술식 결합. 즉, 창의력이다.

그래서 그가 분류한 마법사 길드의 마법 체계는 술식의 범용성을 살렸고, 반대급부로 술식 결합을 쉽게 하고자 마법 1개의 출력에는 제한이 걸렸다.

단지, 프랑의 마법은 그렇지 않았다.

에른스트는 마스터 클래스의 안목으로 그걸 눈치챘다. 원본부터가 나르메르-나일의 마법이었기에 그의 안목은 정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 아비두스와 노르드를 거쳐가며 얻고, 프랑이 자신의 적성을 살려서 개조한 〈백토인형〉에는 룬 마법에 기반한 현대마법의 리미터가 걸려있지 않다.

비유하자면 나사와 몽둥이. 사용처부터 다르다.

한계는 상상력과 마나에 있을 따름.

그리고 마나는 토나슈일루카틀의 심장을 섭취한 이상, 거의 모자랄 일이 없다.

우신의 혈육과 드워프는 상성이 좋다. 키아라의 존재와 세계 탄생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심장 섭취 이후 가장 많은 마나량 상승폭을 보인 것은 프랑이었다.

잠재력은 있다. 에른스트의 마법을 잠깐이나마 방어한 건 우연이 아니다.

“자, 시도해 봐! 혹시나 확고한 증거를 가져오기 전까진 결핍을 느끼기 힘들──”

─퍽!

에른스트의 미간에 소태도가 꽂혔다.

실드 안에만 숨어있는 마법사에게 가장 쥐약인 유물 무기, 【탈각검】이었다.

“끄르륵……”

즉사한 분신체가 피거품을 물었다.

【탈각검】이 떨어진 곳에 골렘의 팔을 만들고, 예리한 칼날을 삼각 패스처럼 재빠르게 건네받아 에른스트 중 1명에게 투척한 것이었다.

【팔방 32면진】의 보호를 받던 분신체는 즉사했다. 적에게 유효한 무기다. 빼앗기기 전에 네페르티티는 채찍으로 당겨서 프랑에게 던졌다.

팽그르르르르─ 척.

회전하며 날아온 소태도를 잡아채는 프랑.

그녀는 죽여도 죽지 않을 듯한 대마법사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향했다.

“그 결핍이라는 거, 나는 평생 겪을 생각 없어.”

프랑의 영혼이 움트며 차갑게 식는 듯 했다.

정련한 금속을 식히고, 연마하는 과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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