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26화 (824/1,009)

***

열매는 굵은 뿌리가 있어야만 맺힌다.

권력도 그랬다. 국내외까지 미치는 무소불위의 강력한 권력은 제국의 탄탄한 기반이 있어야지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열매를 따는 인물이 나무가 썩건 말건 더 달콤한 과실을 바란다면?

나무는 곪아들다가 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 들은 것도 아니었지만, 제 1황자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뿌리가 제대로 뻗지 못했는데 열매가 달기를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지. 제국의 정상에 군림할 황족의 피를 이어놓고도, 가진 정신은 저잣거리의 죄인과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게야.〉

제 1황태자 클리안투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은신처의 깊은 곳에서 팔짱을 꼈다.

〈아버지는 미쳤다.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이오, 클리안 형님.〉

〈그러니까 모반(謀反)에 동참한 것 아니겠소.〉

클리안과 뜻을 함께하는 동생들도 긍정했다.

‘……소식이 빠른 이들은 성배를 도난당했다고 여기겠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도난당한 건 사실이지만, 성배를 빼앗긴 사람은 황자들이 아니다.

성뢰 성배를 찬탈당한 건 황제였다.

누가 누구의 물건을 훔쳤느냐는 점을 생각하면 그랬다.

이 성배 찬탈 사건은 황족인 그들이 손수 꾸민 반역의 첫 단추였으니까.

〈이로써 우리는 성뢰를 손에 넣었노라.〉

클리안은 잔에 고인 번갯불을 가리고자 반역에 앞서 준비한 매직 아이템으로 덮었다.

번갯불의 광휘는 간신히 가려졌다. 로마니아의 심벌이기도 한 번갯불이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간 새어나간 빛으로 위치를 발각당할 것이었다.

〈허나 반역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황자들.

그들에게 반역자다운 패기나 호승심, 권력욕은 보이지 않았다.

그야 그럴 수밖에. 성배를 둘러싼 그들은 보통 생각하는 황자의 이미지보다 좀 더 나이가 많았다. 나이가 가장 어린 3황자가 벌써 37세일 정도였다.

그 사실은 이들이 명실상부 정통 계승권을 가진 황족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당장 황위를 계승해도 문제가 없을 신분의 이들.

그렇기에 그런 황자들이 반역을 꾸미리란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렇게 작당 중이었지만, 황자들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계승권에서 밀려나고 반역을 꾸릴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니까.

잃어버릴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것을 잃고, 그걸 되찾고자 저지르는 반역이다. 이럴 때 고취심을 느낄 만큼 권력욕을 가진 황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클리안을 다음 황제라고 여겼던 것이다.

─화륵. 클리안은 마법으로 불꽃을 피웠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많은 이들의 피를 흘리게 만든 폭군이다.〉

턱수염을 기른 입으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불꽃은 마흔을 넘은 황자의 눈을 담뱃불에 일렁거리게 만들었다.

〈피붙이의 정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걸 정당한 치세였으리라고 믿고 싶었다.〉

개국기념일에 반역을 꾸미고 있지만, 클리안은 광인이 아니었다.

그 자신은 당장이라도 미칠 것 같다고 여겼지만, 객관적으로 로마니아가 처한 상황과 그가 행동에 나선 이유를 고려하면 개인적인 욕망이나 논리의 비약은 없었다.

그러기는 커녕, 혹시라도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준다고 나선다면 그에게 가진 재산을 전부 맡기고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술 기운에 취해 있고 싶을 정도였다.

〈다소 난폭하더라도 분별 있는 결단을 감행한 것이라고 여겼고, 믿음을 뒷받침할 근거도 적잖이 있었다. 그가 폭군이 아닌, 칼로써 엄히 다스리는 군주일 거라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제는 군부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다.

흔한 쿠데타처럼 다음 황제는 나여야만 한다며 칼을 뽑았다면 마음은 더 편했을까.

하지만 그는 황위를 계승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서 불만은 있었어도, 그런 불만을 인내심 있게 참아낼 만큼은 분별력과 지성을 갖춘 황자였다.

다음 황제가 되는 게 그가 아니었어도 반역까진 벌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지?〉

황제는 세상에 알려진 숙청보다 더 혐오스러운 살인을 반복했다.

가장 먼저 해명해줘야 할 가족들에게도 아무런 언질이 없었다.

제 3황자는 눈을 내리깔았다. 나이를 먹고 유약해졌던 3황자의 어머니는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저질렀다. 시신을 수습한 게 고작 보름 전이었다.

클리안은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탄식했다.

〈10여년 전 대숙청의 명분도 이제는 거짓말만 같구나……〉

오랜 시간 제국을 떠받친 초대 원로원 가문마저 거의 몰살했던 대숙청.

아르마슈나스 가문을 시작으로 여러 귀족가문을 멸문시킨 일이었다. 클리안의 아버지이자 황제로 불리는 사내가 저지른 폭정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황제가 저질렀던 여러 폭정들이 사기극의 폭로 이후로 폭발한 것이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이 파란은 더는 걷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장남인 클리안마저 알현을 허락해주지 않는 황제와,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조차 없는 막내 황자에게서는 전혀 해결에 나설 기색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반역을 꾸몄다.

〈후…….〉

클리안은 술 기운을 바라는 몸을 담배를 태우는 걸로 진정시켰다.

〈어리석구나. 너무 어리석어서 숫제 광기로만 보여.〉

그는 막내 황녀처럼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면서 머릿속에 꽃밭을 기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황제라는 직업이 사람을 찌르고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시민들 앞에 손을 저으러 가곤 하는, 잔혹하고 이율배반적인 직업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역사를 말소한 것 자체는 그럴 수 있다.

제왕학을 숙달한 클리안이다. 모를 리가 있을까. 국익 앞에서 굳이 불편한 진실을 추구하는 인물은 인간으로서는 선량해도 통치자로서는 실격이다.

클리안이 즉위했어도 이 곪은 상처를 해결하진 못했을 것이다.

‘3~40년으로 수습 가능한 악습이 아니다.’

그러니까 진실을 묻을 수는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 말소수단이 저토록 폭력적이라니?

‘대전쟁을 벌인 주제에, 그걸 감추겠답시고 수천 명을 어둠에 묻어?’

대전쟁 이후로 모든 황제가 피를 잉크로 역사를 덮어쓰는 일에 찬동했단 말인가?

그래서야 이 나라가 대전쟁의 전범 시기 이후로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선전밖에 더 되는가. 죄를 뉘우칠래도 조금은 그럴싸한 변명이 필요하다.

사람의 목을 잘라 모으던 연쇄살인마가 갑자기 회개한다고 말한들 그 누가 믿을까!

〈허허…. 이래서야 누가 야만족인지 모르겠군.〉

그는 담배 연기를 뿜었다. 황자답지는 않았다.

〈더 나은 방법도 있었을 것이야. 역사를 밝힌 후에 뻔뻔하게 굴어도 됐어. 우리 나라의 국력은 배상이나 책임, 규탄 정도로 무너지지 않았을 터.〉

노르드가 들었다면 그것도 단편적으로는 적절한 의견이라고 말했으리라.

지난 시대의 죄악? 당대의 강대국을 무너트리기에는 미약한 원죄였다.

노르드가 살던 세상에서도 죄를 범한 국가들이 책임을 지는 날은 많지 않았고, 책임을 지더라도 그 탓으로 멸망하는 일은 더 적었다.

하지만 현실엔 황자인 그들조차 모르는 내막이 있었다. 계승권을 포기하고 종교에 귀의한 제 2황자는 형의 어깨를 토닥였다.

〈정확한 진실을 알지 못하는 동안은 생각해도 소용없는 일이오, 형님.〉

〈……그래, 그렇겠지. 어쩌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내막이 이 나라를 파멸시키기에 충분한 것일지도 모르니까. 아버지에게 부외자였던 우리들은 알지 못하고 말고.〉

클리안의 탄식은 정확했다.

황실의 심부에서는 지금 세간에 나도는 것보다 끔찍한 진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인물은 얼마 없었고, 황자들은 그 일부에 속하지 못했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역사 말소 이외의 방법으로 나라를 가꾸려는 이들이었기에 황태자 후보로 못 뽑혔으며, 진실을 듣지도 못했다는 걸 몰랐다.

몰랐기에, 그들은 결연하게 떨치고 일어났다.

〈지금부터 청동옥좌 찬탈계획을 개시한다.〉

클리안은 성배를 안아들며 눈을 부라렸다.

〈황제의 입으로 진실을 듣고, 그 목을 내걸어 조국을 구하자꾸나.〉

아무 것도 모르더라도 괜찮다.

그런 그들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었으니까.

***

우리는 프랑이 만든 말을 타고 달렸다.

─야! 노르! 네 눈에 뭐 보이는 거 없어?!

─미래예지 얘기라면 하나도 안 보여! 딱히 뭐 위험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달리길 몇 시간. 엄청난 속도를 내는 골렘 말 덕분에 우리는 제 4지점까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었으면 허리 작살났겠네.

─먼 미래는 보이지 않을 만도 해! 어떤 미래가 보일지는 예언자의 성향 나름이거든!

같이 말에 탄 로키가 외쳤다. 텔레파시 덕분에 이 사나운 맞바람 속에서도 대화는 어렵지 않다. 내가 등을 돌리자 그녀가 말했다.

─네가 가까운 미래를 제한없이 볼 수 있다면, 그런만큼 먼 미래를 자의로 보는 건 어려울 거야! 눈에 기반한 권능답게 근시와 원시가 구분되는 셈이지!

─난 주로 가까운 미래가 잘 보인다는 뜻이지? 단타충인 걸 들켰네!

나는 텔레파시로 대답하면서 눈을 찌푸렸다.

‘생각하기 나름이군.’

내 미래예지 권능의 장단점은 일단 잊자.

중요한 건 이 성배 도난 사태가 나한테 곧바로 위협이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위험이 없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내 눈에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높은 확률로 안전이 보증된다.

하지만 내가 걷는 길이 탄탄대로라고 해서, 그 길이 안전하다곤 할 수 없는 법!

‘당장은 나한테 위기가 되지 않아도 손해를 볼 수는 있어.’

나랑 가족들이 멀쩡해도 재산이나 주변인들에게 위기가 있을 순 있으니까.

게다가 로키의 말로는 매우 위험한 미래일수록 더 멀리까지 보인다고 한다.

‘반대로 수습이 어렵지 않은 미래는 닥치기 전엔 알기 힘들다는 뜻이겠고.’

세계멸망급 좆망각이 아니면 그렇게 멀리는 안 보인다는 소리 아닌가.

당장 며칠 뒤의 일만 읽을 수 있어도 무시 못할 이득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신 토벌 때랑 라한에게 푹찍 당할 때를 비교해 보면 대략 견적이 나오려나.’

아무튼 당장 큰 위협은 없고, 그래서 내 눈에도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다나도 말에 밀착하듯 몸을 낮추며 외쳤다.

─전사로서는 강력하지만 미래를 보는 예언가로서는 조금 부적절하다는 뜻이네!

─상관없느니라! 위협적인 미래라면 조만간 주인님의 눈에도 보이게 될 테니!

─인생이 좆망할 때만 보인다는 건 꽤 괜찮네! 내가 원체 스포일러를 싫어해서!

그렇게 대답하던 내 천리안에 목적지가 보였다. 우리는 언덕 위에 몸을 숨겼다.

황자가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차기 황제라고 믿고 몰빵한 귀족들이 있기는 한 걸까. 라인을 바꾸기 늦은 귀족들 몇몇이 인생좆망을 걸고 순례에 따르고 있었다.

─선배. 성배가 멀쩡한데요?

─자꾸 선배성배 거리니까 좀 말장난 같네.

─다들 잠시만 조용히. 저건…… 가짜군요.

티르시가 즉답했다. 그녀는 성배에 채워져 있는 번갯불을 노려보았다.

─교묘하게 만들어진 가짜 성배에요. 안에 채운 번갯불도요.

─도난 사건 자체를 알리기 싫었나 보구나?

─그렇겠죠. 가짜 성배의 완성도를 보면 애초에 계획된 일이에요.

프랑은 엎드린 채로 지도를 펼쳤다.

─성배를 훔치려는 과격파 귀족이 있었다는 게 황자님의 말이었지?

─그마저도 대외적으로 공언한 건 아냐. 천통절 의식 중에 사고는 있기 마련이니까.

─알 만 하네. 도난당하지 않은 척 하면서 사실 도난당했다~ 는 이중 핑계 아래에서 진짜 성배를 빼돌린 거야. 저기 있는 흔적을 좀 봐.

다나는 보통 사람은 못 볼 만큼 먼 곳에 가득한 전투의 흔적을 가리켰다.

우리는 경험과 추측에서 그 흔적에서 작위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말로 어떤 물건을 두고 싸웠다면 마법이 아무리 날아다녀도 저런 흔적은 안 돼. 황자들 중에 최소 2명이 짜고 성배를 빼돌린 거 같은데?

─그런 모양이군.

그냥 분충인 줄 알았더니만 황자님들이었나.

제 3지점과 제 4지점이면 황제의 장남이랑 차남인가?

‘상황이 상황이니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나야 사정을 아니까 존버에 들어갔지, 입장도 정반대인데 아는 것도 없는 황족들은 존버가 절대로 불가능한 입장이었다.

천통절의 방문자들이 다들 가지고 있는 도화선, 속된 말로 똥줄이 가장 짧은 이들.

그들이 성배─보다는 그 성배에 담긴 성뢰─를 탈취해서 뭔가 저지를 생각인가 보다.

네페르티티가 내게 물었다.

─……어쩔래? 따라가?

─가만히 둘 수는 없겠죠. 저기 걷고 있는 황태자는 가짜고요.

변신 마법으로 만든 대타였다. 본인을 쫓아가서 상황을 엿보든가 하는 게 나았다. 수도 쪽에서 뭔 일이 난다면 연락이나 예지로 알 수 있을 테고.

─……잠깐! 다들 이동하자!

그때 프랑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사람이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어. 아마 기사단이나 군대!

─추적자? 황제 쪽? 황자 쪽?

네페르티티가 바로 묻자 프랑은 대답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멀리서 포위망을 둘러싸고 움직이고 있어.

도난을 눈치채고 온 놈들을 잡으려는 황자인가?

아니면 성배를 되찾고자 하는 황제인가?

가능성이 많아서 좁힐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 위치를 급하게 벗어났다. 관찰하려고 고지를 잡은 탓에 자칫하면 발각될 가능성이 높았다.

‘프랑의 감지 범위는 넓어. 도망치긴 쉽다.’

하지만 상대가 무고한 공무원 병사들이라면 좀 싸우기 힘들었다.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싸움이 벌어지기만 해도 귀찮다.

저들이 정당한 로마니아 국군이다? 잡히기라도 했다간 투옥되거나 공무집행방해를 벌이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판국!

‘천리안으로 봐도 수상한 느낌은 없어. 싸울 건 없겠군.’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지금은 한시바삐 피하는 게 상책…… 응?

나는 천리안에 비춘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애미. 요즘 영 끝발이 좆 같네.’

내가 발견한 건 하늘을 나는 새였다.

그것도 발목에 편지통까지 감은 전서구!

후각이 발달하고 지능이 높은, 특히 비싼 품종이었다. 훈련받은 매인지 지상을 내려다보며 사람을 찾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당연했다. 내가 기른 전서구니까.

─선배! 저 새!

─봤어! 오프툼한테서 온 보고야!

타이밍 한 번 지랄맞긴. 일이 귀찮게 됐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 아닌가. 포위망을 꾸리는 놈들이 놓칠 리가 없다.

멈추라고 시켜? 알아듣는가는 둘째치고 그러면 내가 울음소리로 고함을 쳐서 어그로를 끌어야 할 것이며 보고서 내용을 읽을 수 없게 된다.

내버려두거나 몸을 피해도 안 된다.

암호화가 돼 있기는 하겠지만 편지를 빼앗기는 건 좋지 않았다. 읽지 못하게 되는 데다가 오프툼한테서 새 편지가 올 때까지 며칠이나 걸릴지.

베로니카가 지팡이를 꺼냈다.

─마법으로 저들의 길을 막으마!

─안 돼요! 황실조사관이라면 마나를 추척하고 분석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작은 마나도 아니고, 베로니카처럼 강한 마법을 쓰면 반드시 들켜요!

티르시가 그렇게 외치자 라리루라가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러니까, 마나만 안 쓰면 되는 거네요?

츠즈즈즈…! 라리루라의 손가락이 권능의 실을 자아냈다.

─……맞아요. 권능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죠.

티르시도 호기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내 쪽에도 눈치를 줬다.

─노르드. 같이 가실 건가요?

─야수회귀를 안 써도 보통 병사들한테 지지는 않습니다.

─좋아요♡! 다치지 않게만 제압하는 걸로!

─누워서 떡먹기겠구만.

나는 은신미채의 룬 가면을 꺼내서 그녀들에게 뿌렸다.

생각해보면 내 첫 암행은 티르시랑 함께였었고, 라리루라는 이런 은밀한 일에서 나랑 제일 여러 번 돌아다녔었지. 마침 여긴 그녀들의 고향인 로마니아가 아닌가.

때마침 좋겠군. 나는 가면을 뒤집어썼다.

─탓!!

우리는 달리는 골렘 말의 등자에 서고, 뒤쪽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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