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45화 (843/1,009)

베스타 교단.

신성제국 로마니아의 7개 있는 교단 중 하나다.

천통절 동안 거쳐가는 7개의 교단의 첫째.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시민들은 그것이 적잖은 입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었다. 건국시조이자 신이라는 로물루스 교단과 거의 동격으로 취급된다는 뜻이니까.

그런 그들, 베스타 교단이 섬기는 건 불꽃이다.

불꽃의 긍정적인 면은 정화와 축복이다. 파괴에 동반하는 창조는 인류에게 내려온 가호이며, 그런 불꽃 중 으뜸 가는 것은 다름 아닌 번개였다.

천둥벼락은 신의 위엄을 증명하는 성화(聖火).

그렇기에 경전에서 이르길, 베스타 신의 마나가 응집된 성뢰(聖雷)는 성스러운 불꽃들 중에서도 가장 성스러운 불꽃이라 하였다.

천통절 때마다 성배에 옮겨담아도, 교단이 생긴 이후 단 한 차례도 장작을 넣지 않았음에도 전혀 줄어드는 일 없이 타오르던 교단의 상징이었다,

이 나라에 신의 가호가 있노라고 믿게 해 주던 징표.

그래서 알키데스는 화톳불에서 타오르던 성뢰가 꺼졌을 때 눈치채고 말았다.

그가 태어난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했다는 걸.

보신주의자인 그가 움직이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약속도 잡지 않고 찾아뵙게 되어 송구합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교황이 고개를 숙여도 울프헤딘 백작은 대답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귀족적인 화법이라면 교황이 범한 무례에 무척 짜증이 났다는 뜻이겠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그가 놀라울 만한 새 시대의 선구자라는 건 들어봤어도 어떤 성격인지까지는 몰랐다.

이 잠깐 사이에 알아본 바로는 영지의 통치나 행적에서 악행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가장된 정보일 수도 있다. 알키데스는 배에 힘을 주었다.

어쨌든 간에 그는 베스타 교단의 대표며 수십만 신도의 대리인이었다. 교황의 위엄이 있는데 이런 꼴사나운 모습만 보일 수 있을까.

‘백작이 부호라고는 해도 한낱 벼락부자. 자산, 권력, 사회적 지위를 전부 포함해도 내가 부족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고개가 뻣뻣해지는 알키데스. 의자에 앉은 울프헤딘 백작은 눈썹을 꿈틀했다.

〈적잖이 당혹스럽군요. 교황 예하께서 성기사 등의 호위도 없이 찾아오시다뇨.〉

〈불안해 하는 국민들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국에 성기사들이 무장하고 걸어다녔다가는 그들의 마음 속 허상에 불을 지피게 되겠지요.〉

〈그러셨군요. 훌륭한 마음가짐이십니다. 부족한 식견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교황이 찾아왔는데도 놀라지 않은 백작은 아주 간단하게 납득했다.

당당함을 되찾기가 무섭게 알키데스의 마음에는 불안이 피어올랐다.

그는 그런 소인배적인 기질로 자리를 지켜왔던 인물이었다.

‘……설마 알고 있었나? 내가 오리라고?’

아내들은 놀람을 금치 못한 듯 했으나─한쪽은 표정변화가 없었지만 알키데스의 안목은 놀라움에 살며시 올라간 네페르티티의 눈썹을 눈치챘다─, 울프헤딘은 달랐다.

혹시 그를 못 알아본 걸까?

알키데스는 순식간에 생각난 가능성을 머리에서 지웠다.

‘개국기념일에 일부러 찾아온 귀족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내 얼굴을 모를 리 있나.’

그렇다면 알고 있었으리라고 보는 게 맞겠지.

그의 얼굴은 당연하고, 그가 머잖아 자신을 방문하리라는 사실도 말이다!

알키데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성직자는 생각만큼 깨끗하기만 한 집단이 아니다. 특히 신성제국이라고까지 불리는 로마니아에서 교황 자리는 운과 성실함만 갖고는 얻을 수 없다.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 그의 방문을 미리 읽었다면 보통 귀재가 아니다.

정치 묘수에 능란한 대귀족을 상대하는 마음을 갖춰야 했다.

〈일행 분의 성함을 여쭈면 폐가 되겠습니까?〉

질문은 창끝처럼 찔러들어왔다.

교황은 백작의 표정에서 정말로 의문을 느끼고 기회를 직감했다. 미사여구를 떼어내고 몸에 강한 펀치를 꽂듯 대답했다.

〈제 3황녀 에스메랄다 님입니다.〉

황녀의 방문이다. 지금 같은 시국이라도 잔잔한 마음에 돌을 던지는 정도는 될 터.

〈과연. 황녀님이셨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울프헤딘 백작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어디 중견 상인 길드의 여식이라도 찾아왔다는 듯 초연한 대답엔 황녀도 순간 말을 잃었다. 물론 그의 속내를 떠보듯이 말을 던진 알키데스도.

‘이마저도 알고 있었나?’

틀렸다. 백작은 정말 에스메랄다 황녀의 정체를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

알키데스의 머리에서 많은 가능성이 뻗고, 가지치기를 하듯 잘려나갔다.

‘모르고 있었지만 놀라지 않았다……?’

가능성은 제일 설득력 있는 답으로 귀결되었다.

‘황족의 위엄이 실추될대로 실추됐다고는 하나, 지나치게 태도가 가볍다. 로마니아의 체제가 붕괴되기를 바라는 파벌이거나 그에 준하는 중립세력 소속인가!’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일 터!

반역과 황족시해, 황제의 행방불명 등의 정보는 통제되고 있다. 대략적인 사정은 알려졌어도 자세한 내실은 귀족들도 알지 못하는 고위 정보였다.

‘현장에 있던 귀족이라면 알았을 수 있다. 허나!’

허나 울프헤딘 백작은 로물루스 교단을 방문한 귀족 출입자 명단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노르드 일가는 정식으로 방문한 게 아니었으니까.

‘자기 자리에 앉아서 통제되는 정보를 보고받을 수 있는 입장!’

그 사실을 모르는 알키데스는 착각을 거듭했다.

귀족들 사이에서도 보고를 받고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입지. 그런 입지는 재력만 가지고 손에 들어오는 입장이 아니었다.

‘저런 젊은 나이에 인종과 출신이라는 페널티를 갖고도, 벌써 지위를 강고히 했나!’

이 무슨 위험한 상대인가.

만날 상대를 잘못 고른 게 아닐까. 알키데스는 전율하며 긴장감이 한계까지 솟았다. 안색이 바뀌려는 걸 참기도 버거웠다.

‘애-미.’

사실을 말하면 노르드는 그저 ‘또 공주야 시발’ 정도의 감흥을 느꼈을 따름이지만, 그들 입장에선 모르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누군들 상상하겠는가. 노르드가 별의별 신분의 귀인들을 질리도록 만났으리라고.

후작가의 대귀족들과 엘리자베트 공주, 바이츠니아의 황녀까지 만나본 그에게 지체 높은 아가씨는 새삼 놀랄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물며 교황에 준하는 나르메르-나일의 사티스 교단 교주에게도 헌금을 넣고 비밀 담화도 나눠봤으며, 그들과 함께 여신의 강림까지 본 그였다.

이런 일에 놀라기엔 노르드가 겪었던 일대 사건들이 너무 파란만장했다.

〈잠시 머물고 있는 여관인지라 차를 내놓기는 곤란하군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추측의 근거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틀렸지만, 아무튼 결론은 맞았다.

그가 예의 바르면서도 시큰둥한 태도를 취하자 교황은 각오를 다졌다.

‘황녀의 방문을 트집 잡히면 자칫 대화에서까지 우위를 선점당할 수 있다!’

황녀의 신분은 지금 같은 때엔 양날의 검이다.

노르드가 ‘이런 시국에 황녀와 밀담을 가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라며 그들을 쫓아내면 본말전도였다.

잘못하면 백작의 언변에 넘어가서 아는 걸 전부 토해내고 쫓겨날 우려도 있다.

〈……저희 교단의 성뢰가 꺼졌습니다.〉

그렇게 여긴 알키데스는 허심탄회해졌다.

노르드 입장에서는 굴러 들어온 호박이었다.

〈성뢰가……?〉

그제야 그의 표정에 놀라움이 감도는 걸 느끼고 알키데스는 조금 안심했다.

천하의 교황도 유희신이 친히 고안한 신체 조율의 표정 연기를 간파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알키데스는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만이 아닙니다. 모든 교단에서 성물과 의식이 힘을 잃었습니다. 기어이 신께서 저희에게 실망한 것 아니냐며 좌절하는 사제도 많습니다.〉

〈어째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물었다. 발치에 드러눕듯 조아리던 교황은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귀하로부터 성뢰신의 마나를 느낍니다.〉

노르드와 그의 아내들은 무표정했다.

그 사실이 오히려 알키데스에게 확신을 주었다.

역전승을 거둔 기분으로 알키데스는 환희했다. 무표정은 방어기제다. 정말로 아무 것도 몰랐다면 저들은 놀라거나 당황했어야 이치에 맞다.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을 바랍니다. 그렇잖아도 천통절 도중 성뢰가 도난당한 상황입니다. 반역의 현장에 남은 성배가 모조품이었다, 이 말입니다.〉

〈예하?!〉

에스메랄다는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말에 놀라 외쳤지만, 알키데스는 단호했다.

〈황녀님. 제게는 교황으로서 의무가 있습니다.〉

〈저한테는 백작께 사정을 여쭤볼 뿐이라고 하셨잖아요!〉

〈예. 그래서 여쭙고 있습니다. 만일 이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분들께도 자문을 나누러 가야겠지요. 다행히 성기사들은 제가 백작을 만나뵈러 왔다는 사실을 압니다.〉

에스메랄다는 말문이 막혔다. 저 말투여선 거의 협박과 다름없었다.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이 사실을 퍼트리겠다.

─입막음을 고려해봤자 늦었다. 나한테 호위가 없다고 해코지할 생각은 말아라.

돌려 말하는 것 치고는 심하게 노골적이다. 못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예하…… 저를 이용하셨군요?〉

〈이용이라니요? 실종된 황자 전하에 대한 것도 백작께서 아시는대로 알려주실 겁니다. 호위들과 집행관께서 죽어나간 곳에 황자 전하의 시체는 없었잖습니까.〉

〈……이 일은 잊지 않을 겁니다.〉

에스메랄다는 배신당한 기분으로 인상을 썼다.

오라버니의 행방을 찾고자 의지할 수 있는 이를 고를 생각이었는데, 설마 그녀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는 듯 하던 교황이 이렇게 나오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알키데스는 노르드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신성력을 동원해서 귀하의 몸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군요. 아, 대상이 흑마법사나 성뢰를 훔쳐간 것이 아니라면 위해는 없을 테니 안심하시길.〉

이대로 추궁해서 약점을 잡고, 휘둘러 주겠다.

꼬리 자르기는 귀족들의 습성이다. 울프헤딘이 얼마나 높은 입지에 있건, 약점을 제대로 붙잡고 제압한다면 인맥의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었다.

‘입지가 높은 만큼 인맥에게 버려지지 않으려고 사실을 숨길 터.’

교황은 마음 속으로만 미소지었다.

잘만 하면 백작을 통해서 그의 인맥이란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녕 이 나라에 망조가 들고, 교단이 끝장나고 말았다면 교황의 자리에도 의미는 없으니까. 잘만 하면 지금만큼은 아니어도 2번째 인생을 유유낙낙 구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작이 칼을 갈아도 상관없다.’

울프헤딘은 미스릴 클래스의 달인이라고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결국 개인이었다. 미스릴 클래스 정도는 성기사들 중에도 있었다.

아직은 교황으로서의 권위도 그럭저럭 남아있다.

뒷덜미를 잡히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 있었고, 가는 길에 챙겨갈 보석은 많을 수록 좋다. 마침 백작은 대부호이라지 않은가.

〈골라 보시겠습니까? 축복을 받고 결백을 증명하실지, 사정을 밝혀주실지.〉

교황인 그가 친히 축복을 내리면 노르드가 품은 베스타의 신력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흑마법사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알키데스는 자비로운 태도로 대답을 기다렸다.

‘재밌네.’

노르드는 다리를 꼬았다. 더는 예의를 차릴 만 한 공간도 아니었으니까.

알키데스가 순전히 악인일까?

20만 신도를 짊어진 교황이라면 사명감을 갖고 그를 추궁하는 걸지도 몰랐다.

‘나랑 뭔 상관이람. 말뽄새부터가 좆 같은데.’

노르드는 교황의 배경과 성격을 몰랐지만 시시비비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행동원리가 좋은 뜻이 맞아도 아니어도 이쯤 되면 선전포고 아닌가.

그리고 그는 얌전하게 쳐맞아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문제의 관건은 이 씹새끼가 인공신좌의 진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냐인데.’

머리 굴리는 걸 보면 정치 수완은 이골이 난 듯 보이긴 했다.

노르드가 별로 본 적 없었던 부패한 성직자다. 전형적인데 색다른 느낌마저 든다.

‘인공신좌의 정체를 알고도 모른 척을 하나?’

모른다면 편하다. 이용하고 묻어버리면 되니까.

다행히 가진 패는 많았다. 노르드는 몇 초 되지 않아서 계획을 짰다.

짬통으로 취급해서 골치 아픈 일들을 밀어넣고 자폭시키면 된다. 감염된 테란이다.

순교가 별 거겠는가. 교황이 스캔들이 터져서 훅 가면 그게 순교고 희생이지. 죄 없는 어린 노루를 위해서 제 한 몸 불태워주려 납셨군.

‘근데 진실을 알고 있다면 일이 복잡해지긴 해.’

노르드는 다리를 꼰 발을 까딱거렸다.

그가 알기로 모든 비밀은 언젠가 밝혀지고, 또 들키기 마련이었다. 초기에는 교황만 알았어도 현 시점에는 상층부 전체에 공유됐을지도 몰랐다.

‘역대 교황들 중에 단 1명도 비밀을 안 들켰을 확률은 낮아. 알고 있다고 봐야겠지.’

사티스 교단의 교주가 여신 사티스의 비밀을 다 알고 있던 걸 떠올려보자.

‘베스타 교단이라고 뭐 다를까.’

단지, 그렇게 되면 노르드가 차기 통치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 어그러진다.

‘어차피 계획대로 굴러가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는 했는데.’

애당초 상대가 베스타 교단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이 안건을 협의해 볼까 했는데, 설마 뜬금없이 선빵을 꽂힐 줄이야. 노르드는 픽 웃었다.

줘패고 사정을 추궁하는 건 너무 야만스럽다.

‘엘리트 꼴마초가 할 짓은 아니지.’

꼴마초는 기꺼이 폭력에는 폭력으로 응해줄 수 있지만, 일이 꼬인다고 손이 먼저 나가는 건 조금 그렇잖은가. 딸려온 황녀는 무고한 모양이고.

어쩔까. 가능하면 진실을 알든 말든 빼도 박도 못하게 몰아넣는 게 제일인데.

〈……로마니아의 사제는 바보들 뿐?〉

그렇게 생각하던 노르드는 눈을 깜빡였다.

종교 경전이라도 낭독하는 것처럼 차가운 말투. 네페르티티였다.

알키데스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불경이 지나쳐. 바보거나, 천벌 받을 짓.〉

네페르티티는 여전히 놀라운 재주가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정이나 큰 목소리 없이도 귀에 파고드는 듯한 발성으로 그녀는 말했다.

〈성뢰신에게 버려진 당신들이, 그 성뢰신에게 축복받은 노르드를 추궁할 셈?〉

〈……뭐, 뭐? 버림받았다니, 저희가 말입니까?〉

〈성뢰, 베스타 교단의 상징인데 꺼졌어. 게다가 성배도 잃어버렸다고 실토했고.〉

알키데스가 말을 더듬자, 네페르티티는 한심한 듯 말했다.

〈성물을 잃어버리고 신에게 버려진 성직자랑, 베스타에게 가호와 축복을 받고 있는 노르드…… 국민들이 어떻게 여길지는 일목요연.〉

〈……와우.〉

노르드는 감탄한 나머지 무릎을 칠 뻔 했다.

지구의 종교계엔 어떤 모순 아닌 모순이 있었다.

‘어떤 논리로도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논리로도 신의 부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

노르드가 베스타의 인공신좌를 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축복이라고 주장한다면?

여신 베스타는 한때 실존했지만 지금은 떠났고, 떠나기 전에 노르드에게 타락한 교단을 대신해서 신도들을 독려할 권능을 내려준 거라고 말한다면?

‘베스타 교단은 결코 반박할 수 없지.’

신은 거짓이고, 저것은 고대인들이 남긴 과거의 마나와 권능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그게 사실이라고 증명할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베스타 교단은 진실을 밝힐 수 없다.

그랬다간 교단이 수백 년 간 세상을 기만했다고 실토하는 것과 같으니까.

‘밝히는 순간 저들 혼자만 파멸한다.’

노르드는 진실을 몰랐다고, 정말 축복인 줄로만 알았다고 오리발을 내밀면 그만이지만── ‘신의 부재’를 증명한 자들은 자신이 무지했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되니 말이다.

─네페르티티, 혹시 천재에요?

─나, 이래봬도 하토르 교단 출신.

─짬에서 나온 바이브였군요. 쌉오졌다.

알키데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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