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57화 (855/1,009)

사람들의 혼란이 가라앉고 나서야 원로는 말을 계속했다.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도 더 전, 인류 역사와 문명이 크게 퇴보한 대전쟁은 당대의 혼란에서부터 야기되었소. 아틀란티스 회담에서 밝혀진 진실에 거짓은 없소.〉

코르넬리우스는 당시 에린과 아틀란티스에 생긴 변이 판데믹을 짧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 진실로부터 로마니아의 께름칙한 흔적을 발견한 우리는 더욱이 진실에 근접할 수가 있었소. 바로 그 변이 판데믹의 원인에 대해서요.〉

그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시선은 일그러진 두족류 괴물에게 향했다.

지금 이때 참석자들에게 신분의 고저는 없었다.

왕족도, 귀족도, 평민도, 드문 숫자의 노예들도. 전부 ‘인간’이라는 울타리로 하나가 되었다. 종족 차이조차 무관하게 그들은 함께 침을 삼켰다.

〈과거, 얼스터 인의 선조들과 아틀란티스 인들에게 벌어졌던 변이는 우리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였소. 이 끔찍한 몰골은 다름 아닌 다른 세계의 신들의 축복이었던 것이오.〉

〈정확히는 악신…… 이족들의 왕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겁니다.〉

─쾅쾅!! 천검제후가 첨언하자 철창 안에 갇힌 괴물들이 날뛰었다.

그럴 만도 했다. 주군의 신이자 그들의 지배자를 모욕하는 말에 분개하는 건 지당한 일 아닌가. 그 처참한 포효 소리를 들은 시민들 중에서는 정신을 잃은 이들까지 속출했다.

〈사, 사제! 사제 없소?! 아내가! 아내가!〉

〈진정하세요! 교단의 사제와 수녀님들이 모여 계십니다!〉

다행히 좌석이 있는 덕에 밟혀 죽는 사람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치료사들이 분주해지는 걸 확인한 원로들은 별 수 없이 말했다.

〈……마저 설명하겠소. 그 악신과 외계의 존재들은 인류 사회를 혼란과 파멸로 몰아넣는 한편,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몸을 숨기고자 하였소.〉

〈그들이 몸을 숨기고자 한 곳이 바로 아틀란티스였고, 로마니아였습니다. 침략 전쟁으로 당시의 로마니아의 황제를 굴복시킨 괴물들은 두 나라를 동맹으로 이끌었죠.〉

〈대전쟁 당시, 로마니아의 황제는 괴물들에게 복종하면서 전세계를 뒤흔드는 한편 그 수치스런 역사를 말소하고자 했소.〉

성명 발표 전의 배경설명은 주구장창 이어졌다.

지루할 법도 한 역사의 나열.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은 있어도 졸거나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이들은 누구 하나 없었다.

생물로서의 본능이 그런 방종을 허락하지 않은 탓이었다.

【■■■■■■■■──!!!!】

황제의 저택에서 잡힌 친위대원들을 보면서도, 그 정체와 내막에 무감정할 수는 없었다. 육체와 정신 모두 강인한 맹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여, 황제는 대대로 이들 ‘별의 자손’을 따르며 조국의 치부를 말소하였소.〉

〈친위대와 특무부대를 부려 연구자를 해치고, 유적을 부수며, 유물을 헤집었죠. 원로원 내부에도 별의 자손 1마리가 의원으로서 숨어 있었습니다.〉

황실만이 아니라, 원로원 안에도?

마치 괴담의 한중간에 있는 것만 같았다. 믿지 않을 수도, 믿고 싶지도 않은 현실이 절망을 띄고 그들의 주변에서 어른거렸다.

─까딱.

코르넬리우스가 손짓하자 투기장의 무대에 젊은 귀족이 올라왔다. 그는 긴장 탓인지 살짝 어눌한 발음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셀루스티아 가문은 대대로 황실의 끄나풀로서 살아왔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사실은 역대 황제들이 남긴 살인령과 말소의 증거입니다.〉

내부고발자의 입에서 역대 황제가 벌인 악행의 증거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성명 발표가 끝나가도 콜로세움에는 공동묘지 같은 침묵만이 가득했다.

〈우리의 조국, 로마니아의 절대자였던 황제가 이계의 괴물을 섬겨가며 조국의 시민과 전세계를 기만한 건 명백한 사실이오.〉

가장 잃을 게 많은 대귀족의 해명으로도 끔찍한 낭설은 일절 부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흉측한 현실미와 악의를 띄고 그들을 찾아오기까지 했다.

〈이것이 역사의 진실이오. 황실이 범한 죄악의 전부며, 인류가 처한 위기이지. 다른 세계에서부터 찾아온 악귀의 손에 이 나라는 평생을 지배당했던 것이오.〉

코르넬리우스는 안색이 나쁜 좌중을 둘러보고, 담담하게 말을 마쳤다.

〈허나, 국중에 숨어든 별의 자손들은 우리들이 대부분 토벌하는 데 성공했소.〉

아니나 다를까, 코르넬리우스의 선언을 곧바로 알아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뭐?〉

〈뭐, 뭐라고? 뭘 했다고? 토벌?〉

동요는 시민들에게 그치지 않았다. 특등석 중에서도 더 특등석에 있던 타국의 왕족들은 그럴 줄 알았노라며 끄덕거리면서도 동요를 드러냈다.

《흠. 울프헤딘이라면 당연히 제압을 마치고서 성명을 결의했을 터……》

《잠시만요. 아버님. 지금 저 원로께서 ‘대부분’ 해치웠노라고 하신 것 맞나요?》

《그렇지. 저런 괴물들보다 끔찍한 것들이 아직 남았단 소리 아니겠느냐!!》

─웅성웅성, 웅성웅성!

코르넬리우스는 잠시 눈쌀을 찌푸렸다. 예상한 범주 내였지만 소란이 생각보다 지연되었다. 결계 밖으로 소음이 잔잔하게 흘러나왔을 정도였다.

〈상원의원님?〉

눈치를 살피던 베스타 교황이 조용히 운을 뗐다.

〈……부탁드리오. 충격이 지나쳤던 듯 싶소.〉

〈아닙니다. 저조차도 아직까지 두려울 정도니.〉

그가 마지 못해 승낙하자 교황은 주문을 외웠다.

〈지엄하신 성벌의 화신, 화톳불의 여신께 아뢰나이다──〉

치잉─!

빛의 가호가 관중석을 휩쓸며 그들의 마음 속에 평화와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순간적으로 여신의 손길이 일대를 휩쓸고 지나가는 듯 했다.

그리고, 차분해진 시민들은 뒤늦게 눈치챘다.

〈이, 이만한 사람들을 전부 다 진정시켜? 저거 엄청 대단한 신성마법 아냐?〉

〈뭘 놀라고 있어. 신들의 가호가 없어진 거지, 성직자들의 힘은 남았다잖아.〉

의혹을 품는 자, 교황의 실력을 믿는 자.

수많은 의견이 나왔다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기절한 참석자들을 진정시키던 성직자들이 성표를 떨어트리며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었다.

〈아뇨…… 아뇨!! 저 축복은 신들의 가호에요! 교황님이라도 성뢰신님의 윤허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천상의 축복임이 분명합니다!!〉

〈예? 수, 수녀님! 그게 정말이십니까?!〉

〈네…… 네!! 이 나라는, 로마니아는 아직 버림받지 않았던 겁니다!!〉

등불은 어둠 속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좌중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오델리아가 말했다.

〈신들께서 침묵함에 따라, 지금의 국중에 많은 유언비어가 퍼진 줄로 압니다. 이에 혹자는 이리 말할 터입니다. ‘신들께서는 어째서 황실의 악행을 방조하였는가?’ 라고요.〉

〈신들께서 황제의 죄악을 묵인하셨는가? 아니! 결단코 그렇지 않소!〉

대귀족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코르넬리우스는 늙은 몸의 생기를 쥐어짜는 것처럼 절절하게 소리쳤다. 그의 외침이 콜로세움에 울렸다.

〈괴물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오직 그의 측근들 뿐이었으며, 황제 또한 괴물이 선출하였소! 이에 수백 년 간 많고 많은 황족들은 진실을 모르고서 살고, 죽었음이 자명하나!!〉

─팍!! 코르넬리우스는 혈서를 내걸었다.

도주 과정에 체포된 반역세력, 제 2황자와 제 3황자의 친필서였다.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릴 순 없음에, 이런 실태를 알거나 알아차리고자 하였던 황족들 또한 있었소! 천통절 당시 반역을 꾀했던 제 1황자님의 황자비(皇子妃)께서도 그랬지!

제 1황자께서는 비통하게도 별의 자손과 황제의 친위대에게 당하고 말았으나, 황자들 또한 황제의 폭정을 막고자 모반을 감행하였던 것이오!!〉

황제의 비밀을 눈치챈 황족이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을까?

그렇진 않다. 수백 년 간 진실을 눈치챈 이들은 그밖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도 불리한 역사와 함께 생매장을 당했던 것이리라.

〈그들의 분투와 노력이 저희에게 이어졌기에, 저희는 이 나라에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별의 자손들을 찾아내고, 축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누군가의 업적이나 면죄부가 아니오! 이는 곧 전세계가 괴물에게 지배받고 희롱당하는 와중에도, 우리들 인류가 하늘을 우러러! 신앙에 비추어! 부끄럼없이 싸우고자 했다는 증명이오!〉

한심해 보이지 않게 조용히 호흡을 정돈하면서 코르넬리우스는 혈서를 내렸다.

〈교황들께서도 말씀하셨소. 신들의 가호가 조금이나마 돌아온 것은 로마니아가, 우리 인류가 악신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리라고.

그러나 아틀란티스에서 벌어졌던 판데믹에 대해 이미 설명드렸다시피, 이미 세상의 곳곳엔 인류의 멸절을 꾀하는 괴물들이 즐비하오.〉

아틀란티스에서 외교관들이 벌레로 변해버렸던 판데믹 사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워낙 충격적인 일이기도 했으며, 로마니아의 현재 상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 우리 인류의 투쟁은 고대로부터 한시도 끝난 적이 없었소. 아즈테카의 우신들도 마찬가지요. 저들은 별의 자손과 궤를 같이 하는 이계의 신들이며, 아즈테카도 로마니아처럼 지배당했던 것이오.〉

〈신비로운 동방 국가 ‘키타이’로 알려진 바이츠니아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 동방에서도 황족이며 호족들이 사악한 존재에게 조종당한 끝에 목숨을 잃고 말았죠.〉

다른 세상에서 찾아온 악의와 공포는 예전부터 그들의 곁에 있었다.

이제는 현실을 목도하고, 그 모든 재앙이 같은 맥락의 ‘적’임을 명심할 때였다.

코르넬리우스는 특등석에 고개를 돌렸다.

〈각국의 귀빈들께서도 들어주시길. 아틀란티스 사건에서 변이한 외교관들과 각국의 실태는 이런 재앙이 결코 일개 국가 차원의 재해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으음!! 우신에 버금가는 재앙이 도처에 숨어 있다는 건 좌시 못할 문제로다!!》

파라오 세트멘호테프는 바깥에는 들리지도 않는 외침으로 딸의 귀청을 따갑게 했다. 다른 귀빈들 역시 서기관에게 필기시키며 숙고에 잠겼다.

성명은 어느 순간 연설로 바뀌었고, 그 강약과 페이스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던 코르넬리우스는 주먹을 부르쥐었다.

〈혹자는 벌써부터 침착함을 되찾고 말하겠지. 그래서 로마니아 역대 황제들의 책임을 존재조차 몰랐던 괴물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냐고 말이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눈을 깜빡거리면서 동의했다.

맞다. 괴물이 어쩌니 해도 황제들이 범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와서 황실이 다시금 지배자가 되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코르넬리우스의 의견도 노르드의 예상과 달랐다.

─임금님이라. 그래, 베스타 여신의 이름으로 새 황제라도 선출할 생각인가?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대표가 없으면 뿔뿔이 흩어질 겁니다. 봉건제 국가가 될 것 같지도 않고, 혼란밖에 더 됩니까?

명목 상으로나마 절대황권을 지닌 황제가 있던 로마니아다.

영주라고 해도 영지의 주인이 아닌 경우가 적지 않았다. 모든 땅은 황제의 것이며, 명의와 직위에 맞춰서 배분된 것이 대부분인 것이었다.

물론 각 귀족들이 가문 차원에서 토지를 수십~수백 년 관리해 온 것은 사실.

하지만 적절한 명분과 후폭풍을 책임진다면 몰수하는 것도 가능하던 나라다.

─영지를 팔아치울 매국노도 잔뜩 나올 겁니다. 국가의 체계가 바뀌는 건 좀.

노르드는 그 예상 못할 국제적 혼란을 꺼렸다.

세상의 혼란은 곧 그의 권능의 약화를 뜻한다. 이만큼 승리를 거두고도 아직 적이 즐비한 상황에 미래예지가 약해지는 걸 바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코르넬리우스는 노르드에게 제안했다.

─황제는 관두게. 자네의 계획을 고려하면 지배자가 새롭게 나타나는 건 힘들어. 국내외의 정서 등을 고려하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걸세.

─음…… 혹시 대안이 있으십니니까?

노르드는 정치적 경험이 훨씬 풍부한 후원자의 제안을 고려하다가, 냉큼 물었다.

〈이제 로마니아에 황제라 불리울 존재는 없을 것이오.〉

결계의 존재가 무색할만큼 조용해진 콜로세움에 그의 말이 울려퍼졌다.

〈또한, 우리 인류의 내분은 장차 이계의 침략자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 될 것이오. 그렇기에 우리들은 절대로 동포의 목을 조르고, 싸워서는 아니 되오.〉

그럼 황제는 누가 대신하는가?

재앙이 찾아올 것이 예언된 가운데, 이 나라를 맡겨도 될 만한 이들은 누구인가?

〈나는 나라를 이끌 의원들을 새롭게 선출하여, 그들의 손에 미래를 맡기고 싶다고 생각하오.〉

어쩌면 그 자리에 가장 가까웠을 노인은 그들의 당혹과 의문에 답했다.

공화정의 형태를 한 귀족정.

기존의 원로원과 같은 형태였다. 구성원은 새로 선출되겠지만, 황제를 견제하는 원로원이 명함만 통치기관으로 바뀌는 셈이었다.

단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성명을 발표했을 뿐인 그들 원로에게 로마니아의 장래를 정할 권한은 없었다. 그들이 귀족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니.

코르넬리우스의 발안은 그저 제안에 불과하다.

〈포모나 교단은 이에 동의합니다.〉

〈테미스 교단도 같습니다.〉

〈포르투나 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의견에 일곱 교단의 교황들까지 동의했다.

신들이 침묵하고 있다지만, 그들의 지지는 무척 크다. 대다수의 성직자─이 세계에 있어 의료계를 도맡는 사람들─의 전폭적인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한편으로, 실질적으로 반대할 자격을 가진 귀족들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반대해봤자 이미 황제를 잡는 둥 치적이 쌓인 원로들이 나라를 대리통치하게 될 터.’

‘상관없다. 지금까지대로 자치권만 유지되면……’

‘아르마알스 후작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황제가 대부분의 책임을 지는 결말이다. 외교에서 적잖이 불리해지겠지만, 나라가 망하는 것보단 나아!’

‘교묘한 말솜씨로군. 아르마알스 후작의 수법은 아닌데…… 누구의 조언이지?’

많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코르넬리우스는 신경쓰지 않았다.

〈조국의 신민들은 들으시오. 신들께서 우리의 곁을 떠나신 것은 결코 우리가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오! 우리의 신앙을 증명할 날이 왔을 따름이오!!

고로 신성제국의 마지막 원로로서, 나는 황실을 대신하여 선포하겠소!!!〉

대귀족 가문의 가주이자 원로원의 대표로 나선 노인은 목청껏 소리쳤다.

〈우리들 인류는 이계의 악신들과 맞서고, 그중 일부를 극복하였으나!! 아직도 참된 평화는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인류과 이족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음을!!〉

마치 이 선언을 위하여 콜로세움의 모든 좌석을 채웠다는 것처럼.

목이 쉬도록 외친 그는 품위있게 성명을 마쳤다.

〈별의 바다 건너로부터의 악의를 경계하시오. 황금시대의 과오를 반복해선 아니 될 일이니.〉

〈자세한 성명과 계획은 추후 귀족들의 의견을 모아 문헌으로 발표하겠습니다.〉

성명을 마친 원로들은 무대를 내려갔다.

진실이 밝혀지고 해명은 끝났다.

하지만 장대하기 그지없는 정쟁(政爭)의 서막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외적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생물.

서민층의 안정은 찾아오겠지만, 얻을 것도 잃을 것도 많은 귀족들에겐 가히 플러스 마이너스 0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만점이라기엔 좀 그렇고…… 급제점 쯤 되나?”

단 한 사람, 노르드만을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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