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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원의 성명발표가 있던 다음날.
황제의 처형일자가 정해진 날 밤, 7명의 교황은 교외(郊外)에 모였다.
〈오오, 게들링. 나 왔다네. 벌써 다 모였는고?〉
노인 한 사람이 교외의 폐허에 얼굴을 비췄다. 인자해 보이는 성직자였다. 교리가 자유롭기로 유명하여 모험가 등의 신자가 많은 리베르타스교의 교황이었다.
마법으로 청결하게 한 자리에 미리 앉아있었던 소년이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예하! 네! 당신으로 마지막입니다!〉
〈그랬는고? 기다리게 했다면 미안하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손을 저으며 웃는 포모나교의 교황은 직책과는 맞지 않게 어린 소년이었다.
거의 10대 초중반의 소년 같은 모습이다. 물론 실제 연령은 그보다 몇 배 이상 나이를 먹었지만, 그 나이조차 이 면면에선 제일 어린 교황이었다.
‘강함 순으로 나열하면 아마 제일 앞이겠지만.’
호위로 함께 온 충직한 성기사들이 걱정스럽게 물러가는 와중에 리베르타스교의 교황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은밀하게 눈빛을 교환했다.
─일전에 말을 맞춰둔 것, 잊지는 않았겠지?
포르투나교 교황의 신성마법이 심념을 연결하며 말했다. 리베르타스교 교황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굴면서 마음 속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한 소리를. 나라도 말년에 목이 매달리긴 싫으이.
─문제없다. 일전의 성명발표로 우리의 입지는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포모나교의 교황에겐 들리지 않는 은밀한 의견 교환!
놀랄 건 없었다. 벌써 몇 번이고 했던 내통이니.
베스타, 테미스, 리베르타스, 로물루스, 팔레스, 포르투나.
로마니아 7대신 교단. 그중 포모나 교를 제외한 6개의 교황들은 ‘신의 침묵’이라는 건국 이래 최악의 상황에 자존심 싸움마저 관두고 전폭적으로 협력하고 있었다.
그들의 지상과제는 단 하나!
팔레스교의 교황이 신중하게 읊조렸다.
─인공신의 진실을 들켜선 안 돼.
로마니아 7대신은 앞으로도 ‘신’이여야만 한다.
그들 6명은 오직 그 점만을 목적으로 협력하는 관계였다.
─세상엔 모르는 게 나은 진실도 있지. 신들이 사실 고대인이 남긴 마나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건 절대 알려져선 안 될 일이고 말고.
─저희 모두 ‘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도 국민들을 속여왔던 이들이니까요.
─속이다니? 우리라고 알았는가? 누구보다 신을 추종했던 게 우리 교황들일세!
테미스교 여교황의 한 마디에 교황들은 표정은 차분한 채로 역정을 부렸다.
─그렇게 말하는 그대는 어찌 신자들의 신앙이 거짓이라고 밝히지 않았던 거요? 뻔하지! 진실을 밝힌 후의 충격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잖소!
─신도들과 귀족들도 그렇게 여길까요? 권력을 잃기 싫어서 자신들을 기만했다고 여기리라는 게 더 합당한 예상일 텐데요.
─허면 죽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교단이 꼬박 수백 년을 미루고 미룬 재액을 자네가 전부 안고 순교라도 하겠다고? 헛소리!
─순교는 커녕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시체가 발기발기 찢어질지도 모르오?
─작작들 해!!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냐!!
포르투나교의 교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귀가 따가운 듯한 충격에 교황들이 눈쌀을 찌푸렸지만 그는 아예 드러내놓고 혀를 차며 말했다.
─곧 울프헤딘과 만나게 될 거야. 어차피 이제 그는 우릴 내칠 수 없어.
‘그’라고 말했지만, 울프헤딘 백작이 이 나라의 실권자 중 한 명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한 바보는 그들 중 아무도 없었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정당한 반역으로써 울프헤딘이 동맹을 맺은 이들은 로마니아를 휘어잡은 상태였다. 책임마저 짊어지긴 싫었는지 공화정이란 제도를 택했다지만 내막은 불 보듯 뻔했다.
─호흡 한 번마저 그의 허가를 구하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우리를 부른 남자는 기실 이 로마니아의 다음 황제나 다름없는 놈이야.
힘, 재력, 권력, 민중의 지지까지 모든 걸 손에 넣은 남자다. 혹시 그가 피해를 각오하고 자본과 추종세력을 규합해서 새 제국을 세워도 교황들은 전혀 놀라지 않으리라.
하물며 그런 절대자를 만나는 교황들은 과거의 영광과 권위를 상실한 상태!
포르투나교 교황은 심호흡을 하며 주먹을 힘껏 쥐었다.
손의 떨림을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기절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우리에게도 한 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날, 황실의 내실을 밝히는 성명발표에서 코르넬리우스는 말했다.
─조국의 신민들은 들으시오. 신들께서 우리의 곁을 떠나신 것은 결코 우리가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오! 우리의 신앙을 증명할 날이 왔을 따름이오!!
보라! 앞으로도 신들의 가호가 함께하리라는 듯한 뉘앙스잖은가!
국민들을 다독이는 격려이며, 동시에 교황들을 향한 양보가 아니겠는가.
진의가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원로원의 톱. 사실 상의 실권자가 그렇게 말 한 걸세. 물릴 순 없고 말고.
혹시나 노르드가 교단의 영향력을 완전히 뿌리 뽑으려고 한다면?
‘그때는 사실을 밝히면 된다.’
절대 알릴 수 없는 진실은 저주와도 같으므로, 알게 된 순간 그들과 교황들은 공범이 되고 만다.
─울프헤딘 백작을 만나서 이 사실을 전한다.
이미 알고 있을 확률이 크지만, 나중에 발뺌할 수 없도록 말이다.
─만약 우리를 내치려고 한다면 가만히 죽어줄 순 없지. 원로원 역시 신들이 가짜라는 걸 알고도 만민(萬民)을 능멸했다며 찌르는 정도는 가능해.
─흥. 말투 한 번 노골적이시군요.
─비아냥대지 말게. 그래서, 저 친구는 설득 못 했나?
포모나교 교황을 눈치껏 가리키는 리베르타스교 교황. 다른 이들의 대꾸는 간결했다.
─시도도 안 했어. 저 치는 이상주의자잖나.
종교와 신앙은 어떤 의미로 비이성의 결정체다.
그러면 그 정점에 서는 교황도 그러한가?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기도’라는 수단이 ‘신성력’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오는 이상, 믿음과 신앙은 단순한 화폐 개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세계의 성직자는 사람의 호감을 사듯, 신의 호감을 사는 직업이다.
그리고 교황은 그런 성직자의 톱! 심중에 품은 심모원계는 어지간한 귀족 못지 않았다. 교단에서 가장 계산적인 자가 앉는 것이 바로 교황직이다.
분명 그렇건만, 당대 포모나교의 교황은 어떤가?
〈백작께서 선물을 좋아하실까요? 저희 교단이 손수 기른 포도는 세계 제일인데!〉
풍요신 포모나는 치료와 농민의 신이다.
농업과 의료. 국가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위치다.
그러니 제일 냉혈한 기회주의자에게 어울릴 법한 자리인데, 정작 그 교단의 정점에 앉아 있는 교황 본인은 저런 칠렐레 팔렐레한 사제다.
‘아니, 그러니까 교황이 된 걸지도 모르겠군.’
바지사장이란 개념은 종교인들 사이에도 있으니 말이다. 여섯 교황들이 골치 아픈 마음으로 눈을 돌렸을 때였다. 불현듯 폐허에 인기척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교황 예하 여러분.〉
어디서 솟아났는지 문을 열지도 않고 나타나선 허리를 숙이는 여인.
〈오늘 예하들의 안내를 맡은 크라운입니다.〉
〈아, 아아. 잘 와 주었네. 기다리고 있었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를 훑은 팔레스교 교황은 그만 눈쌀을 찌푸렸다.
귀족은 아니다. 복장은 귀티가 났지만 잘난맛에 살고 죽는 그들이 광대 옷을 입겠나.
‘백작이 들인 애첩 중에 광대 출신이 있댔지.’
하지만 인상착의가 상당히 다르다. 미인이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새로 들인 애첩이나 시종이겠군. 백작이 여색을 밝힌단 소문은 사실인가?’
그때 크라운이라는 여인이 팔레스교 교황을 휙 쳐다보았다.
마음이라도 읽힌 것 같은 타이밍이기는 했지만, 설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었다.
〈백작님께 안내하겠습니다.〉
교황을 빤히 쳐다보던 크라운은 어떤 유물에서 또다른 유물을 꺼냈다.
공간의 문을 만들어내는 유물. 황제가 숨겨뒀던 도피수단을 회수한 물건이었다.
단, 교황들은 한눈에 유물의 정체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알겠네. 바로 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문에 발을 디뎠던 것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순 없다는 오기 때문이었다. 각오를 다진 교황들의 몸을 빛이 삼켰다.
쏴아아아아…….
빛이 가라앉고 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유리 창문이었다.
방의 한쪽 벽면을 완전히 유리로 만든 벽이다. 창틀은 고급스럽고, 드워프의 손길로 보이는 여러 장식까지 붙어 있었다. 교단 본교의 예배실 못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창문 밖으로는 파도치는 바다가 반짝거렸다.
밤낮이 바뀐 것이다. 로마니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짐작됐다.
‘희미하지만 풍경이 움직이고 있군.’
‘과연. 먼 바다를 항해 중인 선박입니까.’
확실히 밀회를 가지기엔 아주 적절한 곳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교황들은 잠시 뒤에 경악했다. 분명 물살에 파문을 일으키는 바다가 있는데, 그 옆에 내륙의 흙이며 항구까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항구에는 섬이 달리는 동안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게 배들이 들어와 있었고, 물자가 쌓인 창고를 뱃사람이며 뿔 달린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한편으로 이 저택은 섬의 모든 정경을 한 눈에 굽어보는 지배자의 거처였다.
교황들은 이곳이 어디인지 깨닫고 경악했다.
‘……아틀란티스?!’
황금시대를 파멸로 이끈 전설의 전선요새. 되살아난 음유시인들의 전설.
움직이는 섬 국가, 아틀란티스였다.
‘벌써 이렇게까지 완공되었다는 말인가!!’
그 위용은 본래의 역할을 무역으로 전환한 지금에도 전설의 명성에 한 치 부끄러움없이 장렬했다. 가히 공국(公國)을 넘어 작은 왕국이라고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 했다.
〈어서들 오십시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되살아난 고대왕국의 주인은 교황들을 팔 벌려 맞이했다.
〈일개 벼락출세 백작이 이만한 귀빈 분들을 모실 수 있다니요! 정말 기쁜 날이기 그지 없습니다. 자자, 편히들 앉으시지요. 식사들은 하셨습니까?〉
무슨 거래처 상대를 불러모은 상인처럼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큰 키의 남자.
어떤 사람이 그를 고대문명에서부터 이어져 온 강대국 2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굴리는 패왕이라 생각할까? 그토록 경각심을 되새기던 포르투나교 교황마저 순간 긴장을 풀 뻔 했다.
자존심을 싸그리 긁어내 내버리고, 교황들은 각 잡힌 자세로 성호를 긋고 인사했다.
〈환영 감사합니다! 울프헤딘 백작님!〉
〈님 자는 빼고 말씀하십시다. 아, 헌금을 하면 노르드라고 불러주시렵니까?〉
테이블을 가리킨 노르드는 낄낄대며 웃었다.
***
착석을 허가받은 그들은 1~2시간에 걸쳐 온갖 산해진미가 즐비한 식사를 하고, 잠시 신변잡기를 나누며 뱃속과 혓바닥에 기름칠을 가했다.
예법은 좆까고 핫초코를 타던 노르드가 말했다.
〈음식이 입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분 같아서는 저희 아내의 멋진 요리 솜씨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입에 맞지 않으면 서로 불편할 듯 해서.〉
〈아닙니다. 매우 멋진 만찬이었습니다.〉
〈기쁜 말씀입니다. 황궁에서 일하다가 목이 홱 날아갈 뻔한 궁중요리사들을 몇 명 고용했거든요. 그들도 나름 기쁠 겁니다. 지금 직장은 일이 별로 안 바쁠 예정이라서요.〉
농담을 내뱉던 노르드는 교황들의 표정이 전혀 풀리지 않자 내심 피식댔다.
1~2시간을 들여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면, 이 이상 시간을 들이는 것도 솔직히 시간낭비였다. 꽤 불경한 생각이었지만 엄연한 사실이기도 했다.
한 종교의 수장은 그것만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긴 했지만, 그들 모두 양측의 거래상대가 딱히 선량하고 신실한 성인군자가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렇기에 노르드는 7명의 교황을 설전(舌戰)을 나누는 상대이되, 딱 적이 아닌 수준으로만 규정하고서 웃었다. 그의 웃음에 교황들이 더 굳어졌다.
〈예상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오늘 이렇게 예하들과 영광스런 자리를 갖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제게는 어느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긴 말을 뱉은 노르드는 코코아를 마시고, 존나 끈덕진 식감에 전혀 목을 축인 기분이 들지 않자 혼자 납득했다.
‘시발, 그냥 맨날 처먹던 홍차나 타 올걸.’
별 수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아닌가.
살짝 엄한 부모지만, 필요한 훈육일 것이었다.
〈생포한 황제와 면담을 나누고, 저는 경악스런 사실을 알았습니다.〉
과장한 몸짓으로 노르드는 몸을 떨었다.
〈신성제국을 지탱하던 7대신들께서! 실은 고대문명 황금시대의 인간들이 신들을 대신하려 남긴 마나 덩어리였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다 아는 사이에 뻔한 변명을 하는군.’
‘황제를 잡기 전까지는 인공신의 진실에 대해서 몰랐다는 식의 발뺌인가.’
나고 자라며 제왕학을 배운 귀족처럼 능숙하기 짝이 없는 회피였다.
‘하지만 소용없다.’
‘알게 된 이상은 백작과 그 패거리도 우리들과 공범이야.’
간신히 다잡았다지만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게 로마니아의 정세다.
이 기틀을 유지하려면 신들의 존재…… 아니, 각 교단의 협력은 필수불가결이다. 노르드가 무언가 터무니없는 결정타를 꺼내지 못하는 한은.
머리를 쓰면서도 교황들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에피타이저일 뿐이니까.
〈예…… 정말 부끄럽게도, 사실 저희 교황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닛?! 그게 정말이십니깟!!!!〉
〈……참으로 염치없게도, 예. 그렇습니다.〉
딱 한 대만 패 주고 싶다.
아마 교황들은 노르드의 딱밤만 맞아도 이마가 내려앉겠지만 말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따흐흑, 저 노르드는 교황 예하들의 심로를 이해합니다!! 얼마나 맘을 졸이고, 신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밤낮을 지새셨겠습니까!!〉
〈……크흠.〉
〈예!! 필시 피골이 상접할 수밖에 없었겠죠!!〉
〈……크허흠흠!!〉
특히 군살이 많은 팔레스교 교황이 헛기침하자 노르드는 십분 공감한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눈에 물기를 가득 맺은 그가 결연하게 말했다.
〈그렇기에, 예!! 저는 결심했습니다!!〉
〈예, 예. ……넵? 무, 무엇을?〉
교황들의 표정이 씰룩거리자 노르드는 정말이지 슬프다는 것처럼 눈물을 훌쩍였다.
〈여섯 신의 신좌가 비열한 도둑에게 도난맞은 지금!! 저희들에게는 이 비극적인 슬픔의 사슬을 끊을 불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길고 긴 악습을 끊을 때가 온 것입니다!!!!!!!!〉
도난맞아? 신좌를?
길고 긴 악습을 끊어? 무슨 소리지?
‘……설마!!’
〈이 노르드 폰 울프헤딘! 평생 진실만을 추종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사정을 완전히 설명받지 못한 교황들이 대답에 생각에 미치며 패닉에 빠진 순간, 노르드는 가히 명배우와 같은 열연을 펼치며 절절하게 읊조렸다.
〈7대신들은 한순간도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과!!!! 그 끔찍한 현실을 짊어지고서 전세계의 신도들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했던 예하들의 노고!!!!!!!!〉
〈자, 잠시만! 잠깐만 기다려 주십──〉
당연히 노르드는 기다리지 않았다. ─처억! 그는 당황하면서 손을 내민 포르투나교 교황의 양손을 잡고 참회하는 죄인을 용서하는 신부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책임지고 전세계에 공표하지요.〉
노르드는 황제한테서 빼앗아온 〈청동옥좌〉의 기초 설계도를 내밀었다.
〈청동옥좌〉의 설계이념을 담은 기록과, 한때 흑마법사를 해치우고 얻었던 〈강림〉 마법의 첫 프로토타입 술식.
아르마 슈나스에 대한 회고를 남겨둔 초대 원로원의 일지까지!
로마니아의 신들이 처음부터 창조된 결과이며, 노르드가 그 사실을 황제를 잡고 나서야 알았다는 명명백백한 증거이자 명분이 그의 수중에 있었다.
교황들이 상호확증파괴를 위해 준비했던 비장의 수단이, 처리할 수도 없이 그들의 목을 졸라오는 방사능 폐기물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