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66화 (864/1,009)

네페르티티는 눈을 뒤집고 얼굴이 풀린 프랑을 힐끔거렸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던 나였지만, 뒤늦게 내가 프랑을 안고 자는 베개를 세탁하러 가는 것처럼 한 팔로 대충 안고 있는 걸 눈치챘다.

“……음, 네페르티티. 이건 말이죠?”

정말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처녀 딱지를 뗀지 몇 달 되지도 않은 금욕적이고 풋풋한 아가씨한테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을까.

“……프랑, 기절했어?”

내가 궁색한 변명을 주워섬기려고 하자 네페르티티가 물었다.

“네, 뭐. 열심히 괴롭혀준 보람이 있어서……”

“……나, 늦잠 잤어?”

“아뇨? 제가 방에 돌아온지 30분도 안 됐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는 그 절반도 안 될 듯 했는데, 눈치껏 프랑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나였다.

그야 ‘들박으로 쑤셔줬더니 푹 자고 일어나서 풀 충전한 체력이 10분만에 오링나서 기절했다’ 라고 하면 좀 한심해 보이지 않은가.

“……30분.”

변명하려던 입으로 대답하자 네페르티티는 내가 눕힌 프랑을 곁눈질했다. 무심코 허벅지를 맞문지르는 게, 어쩜 이렇게 생각이 뻔히 보이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깨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거나 짧은 섹스였는데 저렇게 되다니, 대체 얼마나 기분 좋길래…… 따위를 생각하고 있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으. 노르드가 비웃어.”

아주 하는 짓이 프랑이랑 똑같으셔. 내가 피식 웃자 네페르티티는 살짝 화난 것처럼 내 가슴팍을 발로 꾹꾹 밟았다.

기분 좋기만 하다. 팬티와 노브라 가슴 계곡에 눈이 호강한다.

─휙.

내 눈이 가슴으로 향한 걸 눈치챈 걸까? 이불을 끌어안은 네페르티티는 거기에 얼굴의 절반을 푹 묻었다. 그러자 흐릿한 홍조와 깃털처럼 내려앉은 눈썹만 보였다.

사람의 표정은 눈코입의 각도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표정이 적은 사람은 얼굴을 가리는 게 오히려 더 풍부한 표정을 낳는 건 아닐까? 가슴을 밟던 발가락을 아기처럼 움츠리는 네페르티티.

“……나한테도, 저거 해.”

무뚝뚝한 눈동자만 내민 네페르티티는 수줍은 듯 억지를 부렸다.

“들박을요?”

“……응. 비웃은 벌.”

자기가 말해놓고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아예 묻어버리는 네페르티티.

그도 그렇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벌로 들박을 요구하겠는가.

“……노르드, 나한테 약속했어.”

내가 웃기만 하고 대답이 없자, 조급해진 듯이 옛날 일을 꺼내는 네페르티티.

“지금까지랑 다른 삶을 알려주겠다고 구슬렸어.”

“네. 그랬었죠.”

마음 속이 텅 빈 그녀는 복수를 끝마치고 나면 바스라질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그녀에게 속는 셈 치고 내 곁에 있으라고 말했었다.

삭막하게 말라붙고 만 그녀의 마음 속을 채워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니까, 나를 가득 채워 줘.”

용기를 쥐어짜서 이불을 치운 네페르티티는 내 눈을 피하며 속삭였다.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는 부탁이었다.

“이리 오세요.”

“……………….”

일어나서 앞에 서는 네페르티티의 어깨를 굳게 붙잡고 키스했다.

움직일 줄 모르는 혀를 리드하며 옷을 벗겼다. 평소에도 편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그녀다. 잠옷은 어련하겠는가. 네페르티티는 금방 나체가 되어서 내 손에 붙들렸다.

“후, 후…♡”

역전의 경험이 무색하게 키스 한 방에 페이스를 무너트린 네페르티티는 귀까지 빨개져서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기계 같은 무표정이 고장난 것처럼 후끈후끈하다.

─샤르륵.

나는 성교의 흔적으로 엉망이 된 자지를 깨끗이 닦아냈다. 마법의 힘으로 자지가 뽀송뽀송해지자, 네페르티티는 배꼽 위에 닿은 귀두를 느끼고 중얼거렸다.

“안 닦아도 됐는데.”

“왜요?”

“……조금 젖어 있는 편이 바로 자지 푹푹 할 수 있는걸.”

“조급해 할 거 있나요.”

개성적인 표현은 성지식의 결여에서 나온다. 그 단어 하나를 떠올리는 데에도 심각하게 고심했을 네페르티티의 순수함이 성욕을 충동질했다.

내가 처음으로 당도한 눈밭이다. 벌써 발자국을 남길 만큼 남겼다고 생각한 설원임에도 아직까지 때 묻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니 수컷의 못난 지배욕이 들끓는다.

─톡톡♡

나는 내가 정복한 설원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네페르티티의 여기가 녹아내릴 때까지 키스나 할까요?”

“……할래.”

나를 끌어안은 네페르티티가 혀를 내밀었다. 꼭 감긴 눈에 들어갔던 지나친 힘은 키스를 거듭하자 신음과 열로 바뀐 것처럼 조금씩 빠져나갔다.

“응흣… 츄웁쯉……♡”

배꼽 위를 누르는 자지의 단단함을 느끼면서도 네페르티티는 모른 척 키스에 열중했다. 허리춤을 끌어안았던 손을 땀에 촉촉해진 엉덩이로 내렸다.

탄력과 부드러움이 양립한 엉덩이는 붙잡자마자 끈덕지게 손바닥에 착 감겼다.

─쮸뽀♡

젖기 시작한 고간이 뻐끔대는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우리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부끄러움을 무마하려는 것처럼 네페르티티의 혓놀림이 과격해졌다.

“응읏…♡ 헤으, 훅……”

물론 그래봤자 서투른 키스 솜씨가 확 늘어날 리 없다.

열성적인 키스에 장난기가 동한 내가 움직임을 멈추고 애무와 봉사를 받는 태도를 취하자, 우리 사차원 아가씨는 충동을 못 이긴 것처럼 힘을 더 줬다.

“으, 우으, 헤웁, 흐으응……”

─문질문질.

어설픈 솜씨의 그녀가 혼자 달라붙는 정도로는 절대 해소되지 않는 욱씬거림이 네페르티티를 더 조바심나게 한 듯 했다.

“우으, 으으으…♡!”

자위를 모르는 처녀가 미약에 절여진 것처럼, 그 몽글몽글한 충동에 바동대는 네페르티티. 키스를 위해서 세운 까치발을 동동 굴리며 칭얼거리듯이 내게 안겨붙는다.

빨리, 빨리.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전해졌는지 내 허벅지에다 몰래 문지르기 시작한 그녀의 보지도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인내와 기다림이 그녀의 성감대를 지지듯이 예열했다.

“……노르드. 이제, 하자?”

키스를 멈춘 네페르티티가 매달리며 부탁했다.

그렇게 매사에 초연한 듯 했던 네페르티티가, 몇 분 되지도 않는 ‘기다려’에 억울한 감정을 느끼며 게걸스러운 욕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옆구리를 콱 붙잡았다.

그리고 난간을 잡고 미끄러지는 것처럼 손을 쭉 미끄러트려서 겨드랑이 밑까지 손을 집어넣었다. 촉촉한 민둥 골짜기는 손잡이로 딱 적당했다.

“……꺗?!”

그녀답지 않은 놀라운 비명소리였다.

평생 남이 만질 일 없는 겨드랑이의 감촉이 꽤 낯설었던 것일까. 자신이 비명을 질렀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더 놀란 듯한 그녀를 홱 들었다.

키 차이를 감안해서 들춰버리자 그녀의 보지가 내 귀두에 밀착했다.

“…………!!”

몸을 붙잡혀서 들려버린 네페르티티는 혼란스런 눈치였다.

“으……?”

분명 생각했던 것보다 오한이 들어서일 것이다. 남에게 몸의 통제를 완전히 맡기다니? 숙련된 전사라면 절대 허용해선 안 될 상황이 아니던가.

묵묵하게 선혈이 낭자하는 싸움터에 몸을 두고 살았던 그녀다. 그런 그녀가 살면서 이런 경우를 생각이나 해 봤을까?

자기가 욕망에 굴복해서, 자지에 박히고 싶다는 이유로, 안전을 위한 마지노선까지 포기하고서 남에게 몸을 맡기면서까지 쾌락을 추구할 거라고?

“후우, 후…♡? 후으, 으으…♡♡”

결코 상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반평생 치 인생이 제정신이냐며 경종을 울리는 듯 했다. 나는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른 듯한 네페르티티의 표정에서 눈치챘다.

내 무심한 발길질이 그녀의 심리적인 저항감을, 그 장벽을 걷어차서 부숴버렸다는 걸.

“하지 말까요?”

그래서였다. 나는 마치 양보해 주겠다는 것처럼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웃었다.

사실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 사차원 아가씨가 자각도 없이 궁색맞게 품고 있던 삭막한 버릇을 자기 손으로 걷어냈으면 했을 뿐.

…도리도리.

아니나가 다를까. 고민하던 네페르티티는 머릴 흔들며 나를 재촉했다.

자기 스스로 갈구한 쾌락이다. 나는 픽 웃고서 자지를 쑤셔박았다.

─쮸보봅!

애를 태우며 풀어놨던 보지는 마라톤 끝에 마실 물을 찾아낸 것처럼 자지를 집어삼켰다.

“헤욱♡”

자기 체중에 꿰뚫린 네페르티티가 펄떡 뛰었다.

그리 의미 있는 반응은 아니었다. 팔에 붙들린 채로는 허리를 튕겨봤자 보지를 비집고 들어가는 자지를 더 깊이 받아들일 뿐이었으니까.

“으헤윽♡ 앗, 앗, 앗♡? 후욱, 후으, 헤, 으우?”

철봉에 몸을 관통당한 것처럼 허리를 굽히지도 못하는 네페르티티는 더듬거리며 내 어깨를 안고 처음 느끼는 쾌감을 수용하기 바빴다.

“아우♡? 아♡? 으? 헥♡”

내가 제대로 들박하기 좋은 자세로 바꾸는 동안에도 네페르티티의 보지는 낯선 문자를 해독하는 것처럼 오류를 일으켰다.

퓻, 퓨─♡

퓨스스스─.

고장을 유발하는 합선 스파크처럼 절정이 튀자 네페르티티가 몸을 벌벌 떨었다.

안겨서 내 눈높이까지 올라온 발은 언제나처럼 쾌감에 말려서는 힘을 주었다. 그럴수록 허벅다리, 고간, 아랫배, 엉덩이로 이어지는 근육이 수축하며 결과적으로 자지를 조였다.

─쿵♡! 쿵♡!

허리를 흔들며 자궁 입구를 푹푹 찔렀다. 깊이 박힌 자지가 뽑혔다가 들어가는 폭은 침대에 눕힌 채로 하는 섹스보다는 훨씬 짧다.

“…………?! …………!!”

─푹푹푹!

하지만 짧은 간격으로 후벼대는 좆기둥의 힘은 누워서 박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원래부터 그녀들의 질내를 좆기둥으로 뭉개대는 것처럼 거친 힘을 가진 나였지만, 그 간신히 적응하려던 정력에 체중이 더해졌다.

“흐극, 헤엑♡ 앗, 으? 에우욱…♡♡”

탐스러운 엉덩이를 붙잡고 짤막하게 꽂는 삽입 연타는 잽처럼 빠르면서 훅처럼 묵직하게 꽂혔다. 자지가 들어갈 구역을 확장하는 것처럼 짜부라진 자궁구를 밀쳐내며 찔러댔다.

─찌붑♡!

“호윽.”

팔힘만으로 그녀의 몸을 살짝 쳐들고.

─푹♡!!

“푸엑♡”

당겼던 허리를 튕기며 푹 소리가 나도록 쑤신다.

나는 가벼운 자위기구를 흔드는 것처럼 내가 더 기분 좋은 속도와 간격을 유지했다. 내 쾌감이 곧 그녀의 절정이었으니 배려할 이유가 없다.

“앗, 후엑♡ 흐으, 흥…! 앞이, 욱♡ 하얘져, 앗?”

내가 그녀의 몸 멋대로 쓰는 섹스가 낯설었는지 네페르티티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더듬거리며 입 밖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되는대로 흘렸다.

“푹푹 찌르는 거, 앗…♡ 머리가 텅 비, 비어♡ 몸이, 모, 몸이♡ 딱딱해지는데, 머, 머리만, 아윽♡ 머리 속이 흐물흐물, 햇. 흣, 엑♡”

“몇 분 지나면 몸도 축 풀어질 겁니다.”

“앗, 엑♡ 뼈, 뼈가 없어지는 것 같, 읏, 헤웁…”

멍청한 말을 뱉는데도 홍조 외에는 흔들림없는 무표정이 안쓰럽고 꼴렸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입을 키스로 막았다. 텅 빈 눈동자는 달궈진 돌처럼 미약한 열기를 띄었다. 감정이 없어서라기보단 그녀의 말대로 아무 생각도 못 하고 있어서일까.

“읏, 아윽, 헥, 으, 노르드, 노르드…♡”

키스하며 뭉개진 발음으로 내 이름을 연호하던 그녀가 몸을 뒤틀었다.

꾸욱, 꾸욱…♡!

안 그래도 빽빽하던 보지가 더 오므라들었지만, 그걸 느꼈을 때는 이미 쉼없이 박아대던 좆기둥이 필사적으로 조여든 질벽을 푹 찌른 뒤였다.

“…………♡♡?!”

본의 아니게 보지의 저항을 건방지다는 듯 때려버리는 꼴이 되었다. 직전까지 박히던 게 저항할 기력도 없이 쑤셔지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힘을 주던 부위를 억지로 벌려진 것이다.

퓻─!!

당연히 쾌감은 한층 크고, 절정을 참지 못하는 실금 버릇을 길들이는 것처럼 네페르티티는 쌓인 쾌감을 곧장 보지로 뿜어냈다.

“참, 참으려고, 했는데, 앗…♡”

쿨하던 표정이 빨갛게 찡그려지며 잘게 떨었다. 나는 그녀의 몸을 꿰며 밀착했다.

퓨우우우우─♡

─뷰욱! 뷰루룻! 뷰루루루루루룻!!

“응읍, 읍…♡!”

가버린지 얼마 안 됐던 네페르티티는 내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내며 사정이 끝나길 기다렸다. 속을 헤집는 정액의 분류는 일반적인 사정을 모를 터인 그녀로서도 놀라울 것이었다.

“……♡♡, ……읏♡ 헥…♡”

─븃!

입술을 오므리며 끝으로 애액을 퓩 뿜은 네페르티티도 몸이 뜨겁게 말랑말랑해져선 쓰러졌다. 그 흐물대는 몸을 침대에 눕혀주자 비몽사몽한 눈이 흔들거렸다.

“수고했어요. 잠깐 자고 있을래요?”

나는 흠뻑 젖은 다리 위에 늘어진 그녀의 허벅다리를 매만졌다.

네페르티티는 몽롱한 채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면, 못 일어나……”

“그럼 저도 곤란한데.”

아직 2발밖에 못 쌌지 않은가. 네페르티티는 그 풍만한 가슴을 좌우로 뉘였다.

“……살살 할 거면, 조금 더 해도 괜찮아.”

“듣던 중 고마우신 말씀.”

삽입은 어렵겠지만, 상관이야 없었다.

내가 가슴에 얼굴을 파묻자, 네페르티티는 나를 끌어안으며 깊게 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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