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75화 (873/1,009)

〈스트라부스!! 분대장이 돼갖고 등신 같이 서 있을 거냐!!〉

─쩍!!

〈아악?!〉

어안이 벙벙해진 신참 분대장을 늙은 분대장의 가감 없는 손속이 제압했다. 노르드를 멍하니 보며 꿍시렁대던 젊은 분대장이 눈물을 맺고 돌아봤다.

〈이 새끼 눈 뜨는 것 봐라? 니 분대 마티어스 새끼 죽으려 하는 거 안 보이냐?! 빨랑 니 위치로 돌아가서 지휘해, 등신아!!〉

〈하, 하지만 전적을 올리겠다고 진형에서 빠져나가면 안 된다고──〉

그는 진형에서 저들만 따로 노는 노르드 파티를 가리키면서 항변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전 상황에 평소의 3배는 난폭해진 선임의 뺨다구였다.

〈그건 우리 같은 좆밥 찌그레기들 얘기고!! 저 분들 무기 안 보여?! 오러잖아, 오러!! 달인 셋이 어린진(魚鱗陣)을 꾸리면 그게 유격전이야!! 알아들었으면 제위치로 돌아간다, 실시!!〉

〈예, 옙!!〉

얼 타는 신입 분대장을 쫓아냈지만, 그런 늙은 분대장도 사실 돌격하는 노르드 파티를 바라보며 염려와 당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세 분이서 대체 어디까지 가시려고……?〉

달인 셋이 등을 맞대면 만부부당이라지만, 몬스터들은 1만 마리를 아득하게 넘는다.

진형을 망쳐놨으면 공세를 멈추고 돌아오는 게 정상인데, 그들은 거침없이 적군을 뚫고 들어갔다. 마치 멈출 줄 모르는 미친 말처럼.

촤아아아아아악─!!

가로막는 몬스터를 도륙하고 가죽을 가르는 창 한 자루처럼 전장을 길게 찢는다.

애초부터 교란이나 유격전을 고려한 게 아니던 그들은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달려!! 골짜기 초입까지 뚫자!!”

“알았어!”

“응.”

후방은 니플헤임보다 끔찍한 처형대고, 전방은 성벽과 호병대에 가로막혔다. 애초에 포위당하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는 3명의 돌진은 더욱 더 거침 없어졌다.

외길을 뚫고 내려가자 갈림길이 가득한 드넓은 평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호리병이나 둥근 플라스크 같은 지형이네.’

플라스크의 길쭉한 주둥이 부분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이다.

‘좋아. 이쯤까지 오면…… 음.’

호병대장이 폭발물로 붕괴시키려고 했던 곳까지 내려온 노르드는 다시 창을 휘둘렀다.

─서걱!! 달려들던 록 터틀의 목이 잘려나갔다.

“새끼들. 순박하게 생겨서 양심 찔리게 만들긴.”

둔중하게 자빠지는 바위 거북을 보며 그는 혀를 찼다. 동화나 다크 판타지 게임에서도 거북이들은 나쁘게 안 나오는 법인데.

그렇게 딴 생각을 하던 노르드는 문득 이렇게나 많은 피를 뒤집어써도 전혀 베는 맛이 줄지 않는 브류나크를 질린 듯 쳐다봤다.

“혹시 너 나 몰래 피 빨아 먹니?”

─웅? 웅웅? 웅웅웅웅!!!!

“거 성질 하고는. 농담도 못 하냐.”

남들이 보면 무기랑 대화하는 미친 놈으로 여길 법한 모습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풍요신의 성물 〈추수동장〉의 기능 중 하나는 식물과의 대화였으니까.

─웅웅우웅? 웅웅!!

요정들이 했던 것처럼 브류나크의 생각을 읽은 노르드는 장갑을 쥐며 대답했다.

〈그래. 마나는 충분히 모였어.〉

어느 풍요신교 교황이 만들었다는 성물의 힘은 아주 단순했다.

‘이름 그대로 농경지의 추수를 돕는 것.’

포모나와 요정들이 하는 것처럼 식물과 대화를 함으로써 생장을 돕고, 한때의 생명이 끝날 때를 기리며 식물들이 남긴 씨앗을 회수한다.

하지만 재료가 나빴던 건지, 아니면 성능을 좀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예상보다 출력이 넘쳤던 건지, 〈추수동장〉은 본분을 잊고 폭주했다.

“취아아아악!!! (인간 놈이!!!)”

“데뎃? 시궁쥐 상, 화가 많이 난 데스?”

─채앵!! 노르드는 포효하면서 덤벼드는 랩 플랜터의 도끼를 막아냈다.

굵은 팔다리. 비대한 덩치와 굽은 등. 식물에서 채취한 나무 갑옷은 강철보다 질기고, 인간들에게 빼앗은 듯한 도끼의 날은 시퍼렇다.

노르드는 제법 강한 힘을 맞상대하며 말했다.

“취악 취츠? (니가 보스냐?)”

“츼……?! 추, 추췩!! (뭐……?! 그, 그렇다!!)”

노르드가 동족의 말을 쓸 거라고는 생각 몰랐던 랩 플랜터 족장은 당황하면서도 제대로 대답했다. 그의 눈빛에 감돌던 황당함은 빠르게 사라졌다.

당연히 의문은 있었지만, 증오가 더 앞섰다.

“취이이 츼찌익!!! (죽을 준비는 되었나!!)”

─희번뜩!! 마법이 걸린 도끼날이 게르마니아의 문자열을 띄우면서 발광했다.

족장은 랩 플랜터의 낮은 발성으로 마법을 외우면서 거리를 쟀다. 미스릴 클래스에 준하는 그의 힘이 강철도 녹일 맹독을 맺게 했다.

“으악 씨발!! 페스트균이다!!”

유독성 가스와 딱 봐도 닿으면 몸에 좋지 않을 듯한 녹색 즙! 기겁하던 노르드는 잠깐 생각하다 장갑을 낀 손을 랩 플랜터 족장에게 겨눴다.

─숭덩!

그러자 낫으로 짚을 베어가는 것처럼 풍요신의 성물이 마나를 듬뿍 빨아마셨다.

“취췩 취이익 칙 취!! 찌찍 쮜찍 취……?! (잘도 우리 전사들을 죽여댔구나!! 네놈도 산 채로 찢어 죽여 주…… 주, 죽……?!)”

독액을 튀기며 외치던 족장의 가죽이 갑작스레 화산처럼 융기했다.

─울긋불긋.

육체가 쥐를 가둔 물풍선처럼 요동쳤다. 눈앞의 족장 말고도 전방 50미터 정도까지 눈에 띈 모든 몬스터들이 그랬다.

“츄츄아아아악?!! (끼아아아악?!)”

─퍼어엉!!!!!

끝내 몬스터 폭탄처럼 터져나가는 백여 마리의 몬스터들!

끔찍하게도 그렇게 폭발한 몬스터들은 뼈, 살점, 피, 가죽, 내장, 독액 등으로 깨끗하게 분리되어서 각각 다른 위치에 정돈한 것처럼 쏟아졌다.

“시궁쥐 상이 깔끔해진데스!”

“노르!! 그거 너무 징그러워!!”

한창 싸우던 프랑이 하던 것도 멈추고 기겁하며 외친 것도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생물의 차이를 분간 못 하는 탈곡기가 동물들을 해체해버린 듯한 꼬락서니! 자기가 벌인 참상에도 불구하고 노르드는 질린 듯 장갑을 쳐다봤다.

“씨팔. 생각해 보니까 멀쩡한 물건이면 보통은 신품일 리가 없잖아?”

유용한 물건이라면 당연히 풍요신 교단에서 쭉 써 오지 않았겠는가.

거꾸로 생각하면 평범하게 쓰고 다니기에는 좀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서 ‘신품’ 상태로 봉인…… 아니, 보관돼 있었던 게 분명하다.

성물의 기능 중 하나는 농부들이 쓰는 탈곡기의 역할을 할 예정이었지만, 출력이 도가 지나친데다 효과가 식물에 한정되지 않았다.

농사와 의료의 여신의 성물로는 도저히 선보일 수 없는 끔찍한 마도구!

“하지만 맘에 들어.”

노르드는 팔을 흔들었다. 그러자 낫에 베인 볏짚들이 끌려오는 것처럼 죽은 몬스터들의 영혼이 그 손으로, 장갑으로 빨려들었다.

─두근!

빨려든 영혼들은 울프헤딘의 권능, 진혼의 힘에 의해서 성불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찌릿찌릿.

성장한 감각과 타고난 영감으로 영혼을 볼 수가 있던 프랑과 네페르티티는 눈치챘다.

‘더 성장했어.’

신들과 늘어서도 모자람 없던 노르드의 마나가 조금씩, 그래도 확실하게 커지고 있었다.

브류나크와 맺은 훨씬 긴밀한 협력 체계가 과거 이상의 기예를 일으킨 것이었다.

마나 계승의 대상이 아닌 영혼을 정화할 때는 성불시키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상대가 누구던 조금씩 마나를 흡수할 수 있었다.

생각을 전달하는 데 지나지 않고, 권능과 술식 제어력까지 공유한다.

예전보다 2배 이상 증폭한 마나와 권능에 대한 통제력.

분신이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브류나크는 흡수한 마나를 해롭지 않게 정리하고, 방해가 될 부분은 과감하게 쳐내면서 노르드에게 흡수시켰다.

슈와아아아악─!!

한 마리 한 마리의 마나는 미약하지만, 확실한 증가량!

그 숫자가 수만 마리나 된다면 양도 남다르다. 영혼의 광채를 그러모아서 망축(亡祝)하는 장례의 의식은 그야말로 죽음의 신에 걸맞는 자태였다.

‘……어디까지 강해질까.’

오러에 덮인 채찍으로 공격을 받아치면서 네페르티티는 실감했다.

과연 무한하게 강해지는 건 불가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타고난 재능과 한계에 봉착할 만큼 성장을 이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리고 봉착한 한계를 다시 뛰어넘는 사람은?

네페르티티는 자신이 그 성장에 끝까지 따라갈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 제한도 없이 그저 강해지기만 하면 언젠가 그는 손에서 놓친 연처럼 하늘 너머로까지 날아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한 것처럼 프랑과 눈이 마주쳤다.

역설적이게도 연이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는 그 몸을 붙드는 실이 있어야만 했다.

그를 밑에서 붙잡고, 받쳐주며, 하늘로 날아가는 일이 없게 붙잡아둘 닻이.

─쐐액!!

길게 늘어난 채찍이 노르드를 노리던 몬스터를 해치웠다. 몸을 기울이면서 네페르티티에게 눈짓 하나로 감사 인사를 한 노르드는 진혼을 마쳤다.

“으음. 쥬시~.”

“끼하하하하하하!!!!”

허망하게 죽어버린 동맹 상대를 비웃듯 하늘을 날던 하피 여왕이 깔깔댔다.

─붕붕!!

하피 여왕이 날갯짓으로 상승기류를 만들어내자 하피들이 모여들었다.

부하를 동반한 여왕은 체력을 쓰지 않고 기류로 활강하며 성벽으로 날아갔다. 철새 떼처럼 양익을 펼친 급습부대였다.

“으아아악!! 플라잉-할피카스다!!”

하늘을 올려다 봤던 노르드는 질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힐끗 본 바로는, 저들은 발톱으로 즉효성 독을 가진 식물을 한 웅큼씩 쥔 상태였다.

저걸 성벽 주변에 뿌렸다가는 그야말로 생화학 공습이 될 것이었다.

혹시 성벽을 우회해서 시내를 직접 노리기라도 한다면 더 끔찍했다. 이를 저지하고자 성벽에서도 마법을 발사했지만 여왕의 바람장벽을 뚫을 수는 없었다.

“끼하하하!!”

하피 여왕은 급속비행을 시도하면서 베로니카를 눈으로 찾았다.

건방지게 그녀의 주술을 막았던 뿔 달린 계집을 발견한 여왕은 깃털을 곧추세웠다. 독극물을 잔뜩 뿌리면서 빈틈을 찾아서 벌집으로 만들 의도였다.

몸을 지키기에 급급해 한다면 그것도 좋다.

매혹의 노래로 인간 수컷들을 홀려서 덮치도록 만들어주마. 주문의 노랫소리를 외우는 여왕을 본 병사 몇 명이 빠르게도 눈이 몽롱해졌다.

〈아름다워!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여왕님─!! 저를 천국으로 데려가 주세요─!!〉

〈흠. 이 땅의 병사는 취향 한 번 독특하군.〉

추악한 노파를 보고도 절세의 미녀를 본 것처럼 성벽 밖으로 뛰어 내리려는 병사들. 눈쌀을 찌푸린 베로니카는 마법으로 그들을 간단히 묶어버렸다.

화악─!!

열선을 발사했지만 하피 편대는 가볍게 피했다.

“꺄하하하…… 꺄하악?!”

하물며 여왕은 마스터 클래스에 준하는 그녀의 마법을 한 번 튕겨내기까지 했다.

튕겨낸 후에 날개에 불이 붙자 겁을 먹고 줄창 피하는 데 집중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베로니카의 힘이 거의 노르드 덕분이기는 해도 힘의 격차마저 무시하는 상성이었다.

〈여왕이 마법의 전조를 감지하나. 맞추기는 좀 힘들겠군.〉

그녀가 중얼거리자 참모가 활 시위를 걸며 다급하게 외쳤다.

〈백작 부인!! 하피는 마법 저항력이 강합니다!! 저 망할 깃털을 싹 뽑아버릴 게 아니라면 이 거리에서는 화살이 더 효율적입니다!!〉

특히 여왕급 개체의 깃털은 귀중한 매직 아이템 소재였다. 장비에 붙이면 모든 마법에 내성을 줄 수 있기에 하위 룬 마법보다 더 강력하다고 해도 좋았다.

〈잠시만요!! 그럼 여기서는 제가──〉

〈됐다, 라리루라. 너는 경계에 충실하거라.〉

〈에큭.〉

─휙!

베로니카는 수백 미터 공간을 통째로 압축하려 든 라리루라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그리고서 그녀를 대신해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거의 성벽 직전까지 접근했던 여왕은 어떤 마법이 발동하려는 전조를 느꼈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후우우욱!!

공간을 넘어 작용한 〈부여(Enchant)〉 마법이 하피 편대를 구속했던 것이다.

“끼아악?!”

깃털 한 올 한 올이 가진 마법 저항력도 의미가 없었다.

무게를 조작하는 간단한 중력 마법! 거기 걸린 순간, 중량과 표면적의 균형이 무너진 하피는 더 이상 하늘을 비행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후두두두두!!!

바닥에 메다꽂히며 하피의 70%를 구성하던 큰 편대가 즉사했다.

“끽, 끼익……!!”

여왕만은 살아남았지만 얼굴이 반쯤 부숴진 채, 날개마저 꺾였다.

〈방패병, 밀어붙어!! 성벽은 출력을 지원해라!!〉

〈이야아아아압!!〉

버둥대던 여왕을 발견한 호병대장의 지휘에 한 무리의 방패병이 진형을 밀쳐냈다. 가호와 방패의 출력, 힘이 더해지자 록 터틀들이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하피 여왕이 바동거리며 일어나던 위치까지.

“……끼악?”

…뿌직!!!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에 고개를 든 여왕은 바위 거북의 발에 짓밟혀서 즉사했다.

〈……꽤 쓸모는 있다만, 이런 용도는 아닌 듯 싶구나.〉

베로니카는 성물의 힘을 보며 어이가 없어진 듯 중얼거렸다.

그녀가 로마니아의 무녀처럼 머리에 쓴 성물, 〈안식의 베일〉은 마법 저항력 등을 무시하고서 온갖 마법을 〈부여〉하는 유물이었다.

사제나 수녀가 쓰면 치료 마법을 혼자서 유지시키거나 강화 마법을 거는 데 사용할 물건을, 노르드는 무려 디버프와 공격용으로 쓰게 시켰다.

하지만 그 효과는 보다시피. 재빠른 비행능력과 높은 마법 저항력을 갖추며 전황을 방해하던 하피 무리는 전법을 잘못 선택한 대가로 궤멸했다.

“좋아, 하피 퀸 뒤졌고.”

여왕의 죽음을 확인한 노르드는 방금 죽었던 랩 플랜터 족장의 마법을 재현했다.

족장의 영혼을 흡수하면서 술식을 추출한 브류나크의 솜씨였다.

취이이이이이익─!!

검붉은 독기가 안개처럼 분사되었다.

“나의 도끼에 범벅이 되어 죽어라!”

응축한 독기를 무기 모양으로 바꿔서, 던진다.

─펑!!!

토마호크처럼 날아간 독기 덩어리는 폭발하면서 유독 가스를 터트렸다.

“취에에아아아아아악!!!!”

“보오오오오오오──!!!”

최루성 가스와 수면 가스를 섞은 연기가 전장을 뒤덮었다.

하피들이 없다면 가스 공격은 유용하다. 비강을 파고 드는 독성에는 독에 강한 랩 플랜터들이라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니들한테도 나라는 있냐? 없으면 제네바 협정의 대상 밖이다, 씹련들아!!”

그가 유독 가스를 조종해서 몬스터들을 비우자 프랑이 즉시 골렘 코어 나이프를 투척했다. 〈백토인형〉 무장을 남기고 던진 모든 나이프가 협곡에 꽂혔다.

“무너져라!”

─쾅!!

의지를 담아서 외치자 토사는 잡아당긴 것처럼 한순간에 붕괴했다.

후방의 외길에 잔당 일부를 남겨놓고 골짜기를 양단한 것이었다. 개활지까지의 직선 거리를 대충 눈대중한 네페르티티가 높이 뛰었다.

─파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

경악스럽게 부푼 오러가 신의 채찍처럼 두껍게 펼쳐졌다.

예전보다 비교도 안 되게 커진 오러가 자의식을 가진 독사처럼 고개를 쳐들었다.

《사막의 뱀과 같이(r-Hr.i ir.kwi mi sA-tA n smt).》

─꽈릉!!!!!

공중제비를 돌며 채찍을 휘둘렀다. 오러 채찍은 외길을 가득 채우며 꽂히고, 지면을 폭삭 가라앉히면서 그곳에 남은 몬스터들을 으깨놓았다.

노르드는 훈련의 성과를 보며 픽 웃었다.

“네페르티티? 공격 패턴을 늘리란 조언을 듣지 않았어요?”

─착!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지면에 내려오면서 네페르티티는 가뿐하게 대답했다.

“잔재주는 성미에 안 맞아.”

“그럼 킹쩔 수 없죠.”

노르드도 어느 정도는 동감이었다.

병력의 약 3분의 1을 개활지까지 밀어넣은 노르드는 브류나크를 빙글빙글 돌렸다.

휘리릭─ 챱!!

새 장비의 성능을 충분히 확인한 노르드는 회전하던 브류나크를 낚아채듯 잡았다.

〈준비운동이 길었군.〉

섶나무 숲은 이미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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