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885화 (883/1,009)

위국전쟁이라 이름 붙은 몬스터 범람이 끝나고.

로마니아의 승전보는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사장님. 아니, 이젠 지부장님이지 참.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엉? 로마니아의 몬스터 범람 말이지? 당연히 들었지! 준비 빡세게 했다고! 우리 듀나미스 공방 특제 골렘들이 앞으로 얼마나 팔려나갈지──》

《아니, 어제 부로 끝났다는데요.》

《뭐? ……뭐?! 이 미친, 벌써 끝났다고?!》

이 세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종족을 묻지 않고 몬스터와의 전쟁에 익숙했다.

‘익숙하다’는 말은 곧 ‘인간끼리의 전쟁’만큼이나 괴물와의 생존투쟁이 일상─달리 말하면 ‘일생’─의 한 부분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말이 통하지 않는 괴물들과의 싸움을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래서였다.

《무슨 놈의 전쟁이 꼴랑 3일만에 끝나?! 위국이라매!! 나라가 위험한 전쟁이라매!!》

그 전쟁이 고작 3일만에 종료된 것에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흑막도 해치웠다고 하셨사와요? 어디서?〉

〈아즈위시아입니다. 단, 원로원의 공식 발표는 아직입니다, 아가씨.〉

〈아즈위시아!! 백작님이 가신 곳이군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질 않으시네요! 전쟁특수를 노리지 않길 망정이죠! 전화위복이네요! 아핫핫핫!!〉

〈……사업이 문어발이라서 달리 투자할 여력이 없었을 뿐이 아닌지?〉

〈그 입 싸무세요!!〉

〈울프해딘 백작님께 투자금을 요청해 보죠.〉

〈그 일 힘내세요!!〉

특히, 알음알음 전쟁의 흑막이 사살됐다는 소식 또한 퍼져나갔다.

물론 그들 중 누구도 전쟁의 무대 뒤에서 어떤 종말의 거인이 강림했다는 사실까지는 몰랐다. 단, 그 정체까지는 몰라도 존재 자체는 알 수 있었다.

이계의 침략자에 대해 발표한 원로원의 발표에 실감을 못 느끼던 이들도 그랬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신이, 위국전쟁에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그들을 지켜주셨으니까!

〈마! 니들, 여신님의 축복은 받아봤냐?!〉

전국에서 올라온 전령들이 모여서, 가혹한 이동 이후의 피로를 달래는 어느 술집.

촌놈 티가 확 나는 전령 하나가 만취해서는 빽 소리를 지르며 술잔을 휘둘렀다.

튀어오르는 술 방울을 피한 전령도 싸구려 포도주를 마시며 낄낄댔다.

〈새끼. 이번 전쟁에서 여신님께서 강림 안 한 전역이 얼마나 된다고 그래?〉

〈그보다 여신님을 못 뵀으면 거기가 전쟁터냐? 몬스터 도떼기 시장이지.〉

고작 3일에 불과하나,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의 풍문은 전세계를 강타한 뒤였다.

─로마니아의 위기를 신께서 굽어살피셨다!!

─네~ 쌉구라죠~? 주작 티 확 나죠? 떡락하는 거 방어하려고 애 쓰죠?

─병사들의 증언 같은 소리 하네. 어차피 거기 병사라는 놈들도 전문성 좆 박은 징집병이잖아~ 쬐까 재주 있는 마법사들 고용해서 사기치면 죄다 속아넘어가~.

─병신들 삐졌죠? 지들 신님은 안 나타나서 꼴 받았죠? 꼬우면 와서 확인하시던가.

─안 그래도 갈 거야~ 구라 깐 거 밝히고 주작 황제 시즌 2라고 언플 때려서 배상금 2배 이벤트 들어갈 거…… 이게 뭐야 시발?!

─??? 이게 왜 진짜에요?

부리나케 타의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파견 와 조사했지만, 여신의 흔적은 확실했다.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신성력의 흔적이 이를 입증했던 것이다.

“순차적인 대규모 환상이 있었다며?! 그런데 왜 각지에 마나 흔적이 전혀 없냐고!”

“그, 혹시 권능이라는 초상능력에 의한 기적이 아닐지……”

“……그럼 뭐야? 진짜 여신이라고?”

“그게, 마나 한 톨 없이 이런 기적이 가능하면 사람이어도 여신이라 불릴 만 한데요.”

어느 한가한 공주와 그 남편인 대공이 ‘노르드 짓이겠지?’, ‘그럼 도와주는 게 도리겠군’ 이라며 보낸 사람들은 신화나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눈 앞의 결과에 경악했다.

【몬스터의 발을 묶은 나무들은 요정의 권능이 확실합니다, 사단장.】

【안다. 우리 황실에 보관된 몇 없는 요정왕의 선물과 흡사하면서, 더 고위의 권능이군……. 최소 요정왕 본인의 힘이 담긴 성유물이야.】

【아틀란티스의 모 백작도 비슷한 마법을 썼단 기록이 있습니다만……】

【허. 로키 신이라잖나. 바이콘과 요정의 선조. 그렇다면 권능이 닮을 만도 하지. 바이콘 종족을 구원했다더니만. 그 남자, 요정왕 폐하와도 만났나 보군.】

역사에 보다 조예가 깊은 나라의 사람들은 더욱 많은 사실을 눈치채고 전율했다.

〈이겼다! 3일 컷!〉

〈우리 나라가 망했다고? 호오. 그럼 누가 우리 세인트 로마니아를 대신하지?〉

〈봤냐? 우리 아직 안 죽었어! 우리 아직 살아 있다고, 니기미 씨팔럼들아!〉

나라가 멸망할 만한 전쟁에서 3일만에 승리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다. 신성제국도 제국도 아니게 되었지만, 로마니아의 저력은 아직 충분히 강대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이빨이 빠지기는 했어도, 사자는 아직 사자였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들의 인증이 없어도 현지의 병사들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 전쟁에서 여신님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던 인물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야, 니들은 어디서 왔냐?〉

〈이칠리아.〉

〈새끼, 모자가 까리하다 싶더니 빌어먹을 남부 놈이었네. 그래서, 니들은 어때?〉

〈생구신교 교황님이 여신님의 도움으로 엄청난 치료마법을 구사하셨지. 이 상처 보여? 나도 그때 죽을 뻔 하다가 살아났다고.〉

〈크흐흐. 고작 그 정도냐? 우린 갑자기 땅에서 온갖 나무들이 자라나서는 애미 없는 오우거들의 발을 묶어줬다고! 처음에는 요정의 장난인가 싶었다니까!〉

〈씹……. 그래, 니들이 이겼다. 술은 쏴 주마.〉

〈흐흐. 싸운 곳은 달라도 전우 아니겠냐. 너무 열등감 느끼지 말고. 잘 마시마!〉

〈니미. 망할 북부 촌놈 새끼 신났네.〉

사이 나쁜 지방의 전령에게 쌍욕을 들어먹어도 내기에서 이긴 전령은 그저 낄낄댔다.

〈아, 그러게 누가 꿀이나 빨래? 우리처럼 목숨 걸고 싸웠으면 로키 여신님도 더 좋게 봐 주셨을 거 아니냐고. 엉?〉

자기 자랑을 안주로 술을 들이키는 북부의 전령.

전쟁이 끝난지 고작 반나절일 뿐인데, 벌써부터 전령들은 ‘여신님이 얼마나 보살피셨는가’로 서로 우열을 정하는 수준 낮은 싸움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신님께서 강림하신 곳은 격전지 중의 격전지 뿐이지 않은가!

〈다시 말해! 여신님께서 강림하신 곳은 그만큼 위험한 전장이었단 뜻이지!〉

〈씨이발! 우리도 천검제후님이 계셔서 그렇지, 존나 사투에 사투를 거듭했다고!〉

〈으학학학학! 이 동부 촌놈이 뭐래냐?!〉

〈여신님 얼굴도 못 본 찐따라 안 들리는데~?〉

비록 예의범절을 습득한 장교급이기는 했으나, 전령들도 결국은 군인.

지방색을 띤 전령들의 대화는 그야말로 전국의 병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오! 아리따운 여신님! 조신한 숙녀는 용맹한 전사를 좋아하지♬! 피에 젖은 머리, 울끈불끈한 근육♪! 우리를 발할라로 데려가~!!〉

〈뭔 좆 같은 노래냐, 그건?〉

〈몰라. 우리 중대장이 지었어.〉

술집이 떠나가라 떠들던 그들은 처음 고함치며 자랑하던 전령에게 물었다.

〈야! 느그들은 어디서 왔길래 그렇게 한 바탕 얻어먹고 자빠졌냐!〉

촌놈 티 나는 전령들은 벌써 1명 빼고는 싸그리 골아 떨어진 상태였다.

전령은 박봉이다. 전승 기념이라도 술값을 생각하면 취하는 게 좀 빠르다.

그렇다면 여신님 내기에서 이겼다는 뜻!

대체 어디서 온 놈들이길래 저 정도란 말인가? 호기심 어린 질문의 답은 빨랐다.

〈우리는 말이여! 여신님이 직접 가호를 내려주셨다, 이 말이지! 보이냐? 이 록 터틀 가죽! 평생 말만 타고 살았던 내가 골드 클래스 몬스터를 해치웠다고!〉

〈뭐 시발?! 가호?! 무슨 가호!!〉

〈힘은 천하장사가 되고, 상처는 절로 낫는데다 몬스터들의 맹독도 숨 한 번 내쉬면 사라지더군! 방패병들이 집채만한 거북을 자빠트리길래, 내가 얼른 올라가서 멱을 땄지!〉

〈이 새끼가 개소리 하고 자빠졌네! 니들이 뭐 얼마나 예쁘다고 여신님이 그렇게까지 해 주셔?! 여신님이 직접 가호를 내려줬다는 얘긴 듣도 보도 못 했다!〉

〈야! 이 병신들아! 니들은 저 소릴 믿고 술을 다 사 주고 자빠졌냐?!〉

내기에 끼지도 못하고 있던 천검제후의 전령은 분을 삭히며 외쳤다.

그러자 껄껄대는 취객 대신 침울하게 술을 홀짝이던 전령이 대답했다.

〈이 새끼들, 아즈위시아에서 왔댄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내기에서 연전연승을 하던 이칠리아의 전령이었다.

〈……아즈위시아? ‘그’ 아즈위시아?〉

〈그 아즈위시아. 운석이 떨어지고 협곡이 녹아내렸다는 거기.〉

〈……위국전쟁의 흑막이 사살됐다는 거기?〉

〈몬스터만 수만 마리가 나왔다는 거기. 늪지가 화산 분화로 증발했다가 로키 여신님의 기적으로 다시 생겨났다는 거기.〉

〈………………시발.〉

전령들은 한 푼 두 푼을 모아서 술을 주문했다.

새로 테이블에 올라오는 술에, 술집 주인과 아즈위시아의 전령만 함박웃음을 지었다.

압도적 승자에게 바치는 항복 선언이었다.

〈휴……. 그래도 전쟁이 빨리 끝나서 살았어.〉

북부 아퀼티오라의 전령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후끈후끈한 머리를 쓸어넘겼다.

〈내가 연인이랑 약혼하고 왔다니까 글쎄, 엄마 없는 노총각 선임 새끼가 나더러 고향 땅에 연인을 두고 온 새끼는 전쟁 중에 뒤진다는 거 아니냐?〉

〈크크크크. 북부 놈들 악담 수준 봐라. 그래도 살아남았으면 됐지 뭐.〉

〈너 집에 가면 여친 새 남자랑 뒹굴고 있음.〉

〈아니 이 새끼가? 니 뒤질래?〉

술 내기를 일단락 지은 전령들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술잔을 나눴다.

〈이만한 전쟁이 몇 년 만인지. 그래도 몬스터 소재는 대량으로 나오겠어.〉

〈연금술, 대장간 등등 쓸 곳이 많으니까. 전쟁 비용은 그럭저럭 충당 되겠지.〉

〈지역에 따라선 흑자인 곳도 있겠던데.〉

〈장비품 시세는 갈려나갈 텐데? 전쟁이라고 갑옷을 사 둔 나만 병신 됐다니까.〉

〈후회할 거 있냐? 가슴팍에 상처 보니까 전쟁 전에 안 사뒀으면 뒤졌겠구만.〉

〈아~ 섹스하고 싶다~.〉

〈작은 소리로 말하지 마, 병신아.〉

〈악!!!! 섹스하고 싶습니닷!!!!〉

〈잘 했어.〉

연인 얘기. 정치 얘기. 경제 얘기. 음담패설.

군인다운 이야기가 오가던 끝에, 어떤 전령이 문득 중얼거렸다.

〈얘들아. 나 소신발언 해도 되냐?〉

〈뭔진 몰라도 때릴 준비 했읍니다.〉

〈형 술병 거꾸로 들었다. 혀 신중하게 놀려라.〉

〈……아르마슈나스 경, 존나 예쁘지 않았냐?〉

농담도 흘리고 툭 던진 얘깃감.

전령들은 한순간 침묵했다. 딱 한순간만 말이다.

…드르륵!!

─텅!!

그녀가 다녀간 전장의 군인들만이 술병을 들고 한 테이블에 모였다.

〈이 새끼, 뭘 좀 아네. 진짜 뭘 좀 아네.〉

〈나도 소신발언함. 솔직히 로키 여신님보다 더 예뻤음.〉

〈인정합니다. 아, 이건 인정이에요.〉

〈아저씨.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봐요. 현지에서 그분 봤다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어느 아름다운 대마법사의 무성한 소문만 듣고 갈증을 느끼던 아우렐리우스 령의 전령은 술집의 주인이 아끼던 와인을 그의 술잔에 따랐다.

전령은 비싼 술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뒤져라 찌르고 있던 몬스터가 뜬금없이 얼어 뒤지길래 뭔가 해서 돌아봤거든? 근데 왠걸. 거기 여신님이 한 분 더 계시는 거 아니겠냐.〉

〈좀 더 자세하게.〉

〈나는 당연히, 와. 이젠 신들이 직접 강림해서 싸워주시는구나 했지. 여신님들도 옷은 평범한 걸 입는구나, 싶었어. 근데 다 싸우고 나니까 그분이 아직 지휘관 옆에 계시대?〉

〈왜 말을 하다 말아? 안주 필요해? 얼음물 사 줄까?〉

〈아, 좀 닥쳐 봐. 안 들리잖아.〉

티격대던 전령들의 귀가 쫑긋 열리자 전령은 헤 웃으며 말했다.

〈그때 얼음 지옥이 된 평원 뒤에서 바람이 훅 불어서 그분 머리카락이 휘날리는데…… 캬. 나는 사람이 그렇게 예뻐도 되는 건지 모르겠더라.〉

〈……그, 그 정도야?〉

여자 이야기로 불타오르는 것 역시 군인이라는 생물의 처량함.

신분이나 강함이나, 평생 닿지 못할 절벽 위의 꽃이라는 걸 알기에 그 화제는 더 열기를 띠었다. 전령답게 소문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말했다.

〈나르메르-나일에서 명예귀족이 되셨다더라.〉

〈그 나라의 흑마법사 박멸에 일조하셨대. 니들 다 알지? 임모르탈리스.〉

〈박멸 하고도 남지. 그분이 마법 쓰시는 거 못 봤으면 말을 마라.〉

〈아르마슈나스면, 그 초대 원로원 가문이지?〉

〈몰락한 귀족 영애…… 결혼 적령기…… 평탄 바스트…… 휘-히히히!!〉

〈남친 있을까? 역시 있겠지? 그래도 없다는 데 건다. 꿈은 꿔도 되잖아.〉

〈……그치만 울프헤딘 백작님이랑 연애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홱!!!!!

어느 전령이 툭 던진 말에 핏발 선 눈이 여러 쌍 모여 그에게 돌아갔다.

눈이 뭍에 10일 동안 벌어진 고등어처럼 변한 전령이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 정보 확실해? 확실하냐고. 응? 씹새야.〉

〈아, 아니. 나도 건너건너 들은 얘ㄱ──〉

〈소문이 틀렸으면? 틀릴 수도 있는 거잖아!!〉

〈시팔!! 난 그냥 소문을 들었을 뿐이라고!!〉

〈……나도 아즈위시아의 성벽에 백작님을 업고 올라오셨단 얘기는 들었어.〉

〈아니야아아아아악!!!!〉

〈아니, 솔직히 우리 거울 보면서 솔직히 말해 보자고. 그분이 솔로라고 우리가 뭐가 바뀌는데? 설마 기회라도 있을까 봐?〉

〈야!!!! 이 새끼 죽여!!!! 밟아!!!!〉

〈끄엑?! 켁! 켁! 사, 살려──〉

로마니아의 밤은 깊어져간다.

어느 고귀한 혈통의 마법사가 바라던대로, 시민들의 실없는 웃음 소리와 함께.

***

“……귀가 간지럽네요.”

몰려오는 졸음을 참던 티르시는 귀를 만졌다.

그녀의 권능은 가히 무한하게 마법을 연발할 수 있게 돕지만, 권능 역시 체력을 소모하는 힘이다. 효율은 좋지만 피로와 무관하지는 않았다.

몸에 익은 기품과 예절이 귀를 후비는 경망스런 행위를 막았지만, 가렵기는 마찬가지.

“누가 티르시의 칭찬이라도 하고 있나 보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원로원에서 내준 저택에서 귀를 잡고 끙끙대는 티르시.

노르드는 픽 웃고 무릎을 두들겼다.

“파 드릴게요. 이리 누우세요.”

“……그, 그러면 부탁드려 볼까요?”

머뭇대는 듯 하던 티르시는 냉큼 침대를 기어가 그의 무릎에 누웠다.

탄탄한 허벅지의 감촉과 뺨에 닿는 허벅지와는 조금 다른 두툼한 감촉에, 벌써 그의 색에 물들어버린 티르시는 살짝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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