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악♡ 흐엑, 힉♡ 머, 머에여, 이거어♡”
뿔을 통해서 마나가 빠져나가자 라리루라는 혀 꼬인 발음으로 바들거렸다.
“오늘은 나도 셰이드의 주술을 쓸 겸 훈련하는 걸 도와주려고 왔어. 마나를 받아들이기 힘든 건 마나통이 빵빵해서잖아?”
라리루라의 서큐버스 뿔을 한손으로 붙잡은 노르드가 설명했다.
마나도 근육처럼 혹사하고 회복하면 강해진다.
닮은 예시로 바이츠니아의 마나 연공법이 있다. 그 기술은 마나를 회전/이동시키는 것으로 육체의 경락에 인위적으로 ‘마나가 고갈된 상태’를 만드는 단련법이었다.
“그러니까 너희도 마나가 쪼옥 빨리면 지금보다 편해질 거다, 이 말이지.”
로키가 감당 못하는 마나를 몸에 흡수하기 전에 실타래로 빼내는 것처럼 말이다.
일단 그릇을 비워야 새 내용물을 담든 말든 할 것 아닌가.
“흐익♡ 마, 마나 쪼옥쪼옥 빨리고 이써여…♡”
설명을 이해할 여유가 없었던 걸까. 마나가 잘 통하는 뿔을 붙잡힌 라리루라는 노르드에게 거의 매달리듯 비틀거렸다.
평범하게 마나를 흡수당하면 이런 감각을 받진 않는다. 하지만 바이콘의 뿔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퓨우─♡
빨리도 애액을 뿜는 라리루라. 노르드는 뿔을 놔 주었다.
“히윽, 힉, 헤으, 하으으…♡”
쭈뼛거리며 머리의 뿔을 만지던 라리루라는 눈물 고인 얼굴로 삐진 듯 말했다.
“……선배, 저는 이거 좀 별로에요….”
“싫으면 억지로는 안 할게. 그치만 마나를 뽑을 필요는 있다?”
“다른 방식은 없어요? 하나도요?”
“있긴 하지.”
노르드는 그녀의 가슴에 ᛃ(Jēra)의 룬을 새겼다. 적성 문제는 룬 지팡이의 힘을 흡수한 뒤로 거의 해결됐지만, 역시 멀리에서 마나를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렇게 밀접하게 접촉한 상태에서, 저항하지 않는 상대에게라면?
“힉.”
깍지 낀 손에서 마나가 빨려나가자 라리루라는 몸을 떨었다.
그래도 뇌를 직접 핥는 듯한 감촉에 비하면 꽤 나았다. 일단 저항도 못하고 바보가 돼 버리지는 않으니까. 라리루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흠, 흠흠. 이 정도라면 받아들일 만 하네요.”
아니, 받아들일 만한 정도가 아니라 꽤 괜찮았다.
뜨거운 욕탕에 들어간 것처럼 멍- 하니 기력을 빨리는 듯한 부유감이었다. 머리가 두둥실 떠올라버리는 것처럼 기분 좋은 탈력감이 엄습했다.
마나를 가져가는 게 라리루라가 매우 안심감을 느끼는 노르드여서일까.
잠결에 졸린 몸으로 침대에 누운 것처럼 의식이 헤롱거리는 감각이 오슬오슬했다.
“후으…♡ 이, 이 정도의 속도로 부탁드려요….”
“그래.”
조금, 아니 은근히 꽤 아쉬웠지만 노르드는 별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섹스하다 보면 홱 풀릴 게 뻔하니까.’
주로 정신이 각성되냐, 이완되냐 하는 차이밖에 없다. 노르드의 손이 피부를 떠나가자 라리루라는 잠기운이 달아난 것처럼 깨어났다.
“……마나를 빨린다는 건 기분 좋은 거였네요.”
“그렇지도 않던데. 내가 빨렸을 땐 불쾌했어.”
“영혼이랑 머리를 쪼옥쪼옥 당하는 느낌이에요.”
“내가 무슨 뇌 빠는 몬스터 같잖아.”
픽 웃은 노르드는 다나에게도 손짓했다. 멍하니 있었던 다나는 곧 의심쩍은 눈빛을 보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뜻은 전해졌다.
“가볍게 할게. 가볍게.”
“……………….”
못 믿는다는 눈치면서 오기는 또 온다. 이런 덴 솔직담백한 그녀였다.
옷을 벗고 몸을 깨끗하게 한 그녀들은 아까처럼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노르드의 손이 등허리에 꾹 닿자 노곤한 탈진이 찾아왔다.
“……하욱♡”
날숨이 절로 뱉어졌다. 허벅지가 오므라들면서 몇 시간쯤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졸렸다. 두꺼운 손가락의 모양이 톡톡히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꾸욱, 꾸욱.
긴 시간을 걸쳐서 차분하게 눌리고, 기력을 쪽 빨려나간 다나와 라리루라는 베개에 얼굴을 대고 멍한 표정으로 규칙적인 숨을 내쉬었다.
‘가끔은 이런 느긋한 것도 괜찮네.’
그녀들의 몸이 움찔거리는 걸 느긋하게 즐기던 노르드는 부드러운 성감대를 살살 문질렀다. 취한 듯한 피부에 슬며시 올라오는 고양감이 뜨겁다.
“하우. 하…♡”
깜빡 잠들 뻔 했던 다나는 엉덩이 밑을 문지르는 손에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를 반복했다. 그녀는 따사로운 햇살에 조는 기분으로 노르드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입김이 닿았던 베개가 축축했지만 그 미지근한 따스함마저 포근하다.
마취성 식물에게 사로잡힌 것처럼 빠져나가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실금하듯 조금씩 흘려대면서 빼앗긴 마나가 70%, 80%에 이르러도 위기감마저 들지 않았다.
목숨도 내줄 만큼 믿는 사람이, 달인도 아득히 뛰어넘는 예민한 감각으로 실행하는 마나 드레인. 다나의 의식은 점멸하며 뿌얘졌다.
“아……♡”
그렇게 방심하던 차에 기어이 안전마진의 바로 앞까지 마나가 바닥났다.
빼앗긴 마나를, 다시 불어넣어진다. 이전보다 한 단계 많이.
─쿠르르르르르륵.
“후우으우우우우윽─♡”
마나와 기력은 밀접하지만 동의어는 아니다.
졸음기가 가셔도 체력이 돌아오진 않았다. 몸에 힘이 쭉 빠진 채로 다나는 손가락 끝까지 파고든 남편의 마나를 느꼈다. 번개나 불처럼 뜨거우면서 따듯했다.
이번에는 감기로 열이 올랐을 때 같다. 두통은 없지만 어질어질한 감각과 함께 아랫배가 강하게 조여들었다. 다나는 축 젖어드는 비부를 그제서야 자각했다.
“흐으으응……♡♡”
쪼르르르─♡
이뇨감 같은 오르가즘이 전신을 덮쳤다. 꼿꼿이 선 유두가 찬 이불보에 비벼지며 흠칫거리게 되는 절정의 감각이 두개골 뒤편을 톡톡톡톡 두들겼다.
“에훅♡ 헤으♡”
옆에서 들려오는 혀 빼무는 소리는 라리루라의 목소리다.
다나가 몰려오는 졸음의 파도에 맥없이 빠졌다가 건져졌다가를 반복하며 헤롱대고 있을 때, 그녀도 마나 드레인을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배, 저. 후으♡ 이거, 이거 무지 조아여…♡”
대답 대신 베개를 끌어안느라 위로 올라간 팔의 밑으로 손가락이 들어왔다.
예민해야 할 겨드랑이 부분을 문지르자 감각이 둔해진 것처럼 목 뒤에 힘이 들어갔다. 부드러운 애무가 눌려서 삐져나온 옆가슴을 쓸었다.
꼬물거리는 꼬리는 주인의 무의식에 호응해서는 구애행위처럼 노르드의 팔을 휘감았다.
팔에 앵기는 꼬리를 붙잡은 그는 선을 당기면서 훑는 것처럼 꼬릿죽지부터 끄트머리의 하트 모양 돌기까지의 꼬리뼈에 손을 쭉 미끄러트렸다.
…바들바들♡
이색적인 감각이 쾌감 외에 전부 둔해진 피부에 오한을 달리게 했다. 양 허벅지를 꽉 조인 라리루라는 가볍게 절정하며 허리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렇게 애간장을 태운 신체에, 빨아들인 마나를 다시 불어넣는다.
“하으으으아아앙♡♡!!”
교성을 흘리며 라리루라는 절정의 피크에서 쭉 미끄러져 내려오던 쾌감에 다시 얻어맞았다. 아주 가벼웠던 오르가즘을 웃도는 미열이 몸에 감돈다.
쭈뼛 솟은 꼬리는 일자로 곧추서서 까딱거렸고 허벅지에 들어간 힘으로 아랫배가 붕 떴다. 아치 모양으로 침대에서 떨어진 보지가 애액을 쏘았다.
퓻─♡
새우잠을 자는 자세로 멍하니 드러눕자 그녀의 머리에 손이 닿았다.
“흐그으으으윽…♡”
뭐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포근한 마나가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편안함이라는 감각 자체가 뇌, 척추를 통해서 몸에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목을 움츠린 라리루라는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아기처럼 쥔 주먹을 오므렸다.
“흐오오오으♡ 하에에으♡”
바들바들바들…♡
뇌가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머리가 보드라운 커스타드 크림에 절여진다.
사람답게 사고하는 데 써야 할 양분까지 전부 다 빼앗기고, 생존본능마저 어기고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르는 오싹한 저항감이 뇌를 후빈다.
“헤우으윽♡ 아으우우♡”
그런 감각마저도 설탕을 퍼부은 우유에 첨가한 악센트에 불과하다. 지분지분 녹여놓은 두뇌에선 본능의 경종을 잠결에 흠칫 떠는 생리반응 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에 암컷의 기쁨이 차분히 스며든다.
입에서 바보 같은 소리를 내다가 보지로 쪼르르 가버린다.
여성스럽기는 커녕 유아퇴행이라도 한 것 같은 오르가즘에 라리루라는 푹 쓰러졌다.
“앗, 읏, 앗, 앗, 흐윽♡”
그때 간신히 일말의 냉정함을 되찾고 꼴사납기 짝이 없는 신음소리를 참던 다나의 하반신에 달군 쇠처럼 뜨거운 무언가가 닿았다.
아마 매우 익숙한 것이었는지 통제자를 잃은 몸뚱이는 알아서 승인 사인을 내렸고, 크림에 절여진 뇌는 말초신경의 일방적인 통보만을 받았다.
─푸욱.
“헤욱♡”
엎어진 몸을 뿌리부터 꿰뚫는 듯한 굵기.
넣는 사람은 어떻게 여길지 몰라도, 삽입당하는 다나의 입장에서 보면 막대는 몸을 꿰뚫었다기보단 그녀의 속을 가득 채워버리는 물건이었다.
쭈쥬즈즈즈즈즙…♡!!
비어 있는 공간을 비집고, 밀어젖혀진다.
“흐우윽♡”
머리에서 쪼륵 빠져나간 것들을 대신 채워넣는 것처럼 멍청하게 풀린 눈으로 신음한다. 느긋하게 뱃속을 노크하는 솜씨가 집요하다.
─꾸붑, 꾸붑!
굵은 막대가 질벽을 밀어젖혔다가 빠져나가면, 그 두께에 얻어맞고 벌어진 질이 정신도 못 차리고 허둥지둥 오므라들다가 제풀에 바들댄다.
─푸욱!
그러면 빠져나가는가 싶었던 막대는 다시 안을 뚫고 들어와서는 미적대는 질벽을 그 모양대로 팍 밀친다. 상하좌우로 밀려난 질이 화풀이하듯 배를 뽈록 튀어나오게 했다.
“앗, 윽♡ 눈앞이, 하욱♡ 흔들, 려.”
수뇌부의 태만에 재량권을 얻어낸 건 보지만이 아니었는지 다나의 입도 이제는 뇌를 거치지 않고 제 생각을 쏟아냈다.
“오윽, 헥♡ 기분 좋, 아서. 죽을 것, 같♡ 후엑.”
─팡, 팡, 팡! 물소리가 시끄럽다.
요란하며 천박하고 경망스럽다. 무슨 저렴한 물 웅덩이가 발로 밟히는 것처럼 절제없이 물을 튀겨대는 꼴이 한심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후배위 자세로 푹 쑤셔진 다나의 얼굴이 풀렸다.
“아♡ 이 소리. 나, 야♡?”
뒤늦게 팡팡 시끄러운 소리가 자신의 엉덩이와 보지 즙의 흔적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였다. 희박하게 돌아온 이성을 덧씌우듯 정액이 배를 한가득 부풀렸다.
“헤우으으으으으…♡”
머리를 바이스처럼 좌우 양옆에서 잡은 손들이 마나를 빨아간다.
소중한 사람의 도움이 되려고 열심히 모아왔던 힘이었던 것도 같은데, 조금도 반항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마나도 몸도 힘을 앗아가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린 것처럼.
이대로 맘대로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다 해도 마땅히 있을 곳에 돌아가는 기분마저 들었지만, 그 생각을 꾸짖듯 다시 마나가 머릿속에 부어졌다.
고기의 잡내를 빼듯, 잡념을 지우는 것처럼 훅 증발하는 달콤함.
몸이 발효가 덜 된 술이 된 것처럼 찰랑거렸다.
“헤, 후흐, 에헤.”
실없는 웃음을 흘려대고 있자 배를 가득 채우던 막대가 다시 꿈틀거렸다. 이대로 계속 뭉개지면 텅 빈 사탕 반죽이 돼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어린애 같은 생각이 스쳤다.
“아♡ 윽♡ 앗, 앗, 앗♡? 아♡?”
빨려나가고, 다시 넣어진다.
머리도 보지도 그를 위한 전용 출입구가 된다. 들락날락, 들락날락, 누구 하나 잡지 않는 휑하니 열린 현관처럼 다나의 온갖 감정이 새어나간다.
그렇게 시간감각이 아리송해질 쯤.
후와아아악─!!
정순한 마나가 날개죽지의 뼈로부터 온몸에 확 파고들며 이성에 불을 피웠다.
“하, 하, 하아♡ 하아…♡?”
자각 없이 입을 가리면서 정신을 차리자, 어느 순간부터 다나는 흠뻑 젖은 침대에서 깨어났다. 그 후에 느껴지는 건 정액으로 범벅됐지만 이상하게 개운한 몸이었다.
뻥 뚫리면서 더 넓어진 내면의 그릇을 느끼기가 무섭게, 다나는 선명해진 감각으로 몸의 피로감과 눈꺼풀의 무게에 기절하면서 생각했다.
“힉, 우윽, 하, 하♡ 후아아아아아앗─♡”
퓨우우우우웃─♡!
라리루라가 힉힉 앓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깨어나면 또 그녀의 차례일 거라고.
‘……머리를 비운다는 것도, 제법 나쁘지 않네.’
못해도 원래 목적이었던 마나량 상승은 충분히 바랄 수 있을 듯 했다.
다나는 몇십 분 뒤에 찾아올 깨나른한 쾌감을 기대하며, 잠깐의 숙면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