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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전에 가까운 양상의 전초전. 제일 빠르게 큰 기술을 펼친 것은 다나였다.
“후우우우우……”
1년 전과는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늘어난 힘을 사지혈맥에 돌렸다.
창세의 권능은 오딘이 인간들에게 내려준 지혜, 마법의 기초를 충실하게 따르며 가호로 승화했다. 에린의 술식을 따르는 마법진이 펼쳐졌다.
“[용맹의 권세(Curadmír)].”
가호가 그녀에게서 퍼져나왔다.
“아군을 지키는 권능이군!! 뮤레이자흐!!”
여왕 거미를 닮은 신족이 뛰쳐나가면서 외치자 광휘의 정령처럼 꿈틀거리는 신족이 응했다. 그의 손바닥에서 디스펠 마법 【윌리투스】가 뿜어졌다.
“두 번에 이어서 세 번이나 당할 쏘냐.”
즉시 베로니카의 상쇄 마법이 뿜어졌다. 무형의 파문이 부딪히며 쌍소멸했다.
광휘의 정령은 말없이 빛을 응축하고, 다시 한 번 【윌리투스】를 펼쳤다. 신좌의 권능을 펼치려 드는 라리루라에게 덤벼들며 거미 신족이 웃었다.
“머저리들만이 같은 술수에 3번, 4번 당하지!”
수르트의 소환이 저지되었으니 【윌리투스】를 상쇄하는 마법도 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당연했다.
그래서 그들은 생각하고, 준비했다. 이전 술식과 형태가 다르고 상쇄되지 않는 【윌리투스】의 새 변주(變奏)! 재차 퍼진 파문이 그녀들을 덮쳤다.
─피잉!!!
신좌의 힘을 빼앗는 마법이 라리루라에게 닿은 직후였다. 거미 신족이 성유물 낫을 휘두른 순간, 도약한 라리루라는 몸을 비틀며 피하더니 창세의 권능을 발동했다.
위이이이잉…!!!
그녀가 빚어낸 꼭두각시들이 하늘을 춤추며 방대한 오러를 충전했다.
“꽤 오랜만의 불꽃놀이네요!”
“창세의 권능…… 어떻게?!”
반사적으로 차원 도약을 시행하려던 신족이었지만, 라리루라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권능을 나눔받은 신분으로는 감히 구천을 노니는 여신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듯.
콰아아아앙─!!!
신의 일격에 버금가는 포격에 거미 신족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뒤로 날려보내졌다. 프랑과의 접전을 억지로 빠져나온 식물 신족이 외쳤다.
“【윌리투스】가 통하지 않는다! 저 바이콘 년의 수작이야!”
“머리는 모자라도 눈치는 빠르군. 폭군 옆에서 아부하기 바쁜 간신의 특징이지.”
뿔을 빛내며 베로니카는 그들이 펼치는 마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파훼했다.
술식이 눈에 들어온 순간, 수십 년을 연구해서 개발한 듯한 상쇄 마법을 뿜어내는 달인의 기예! 그야말로 손도 발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광휘의 정령은 침묵하며 점멸했다.
그리고 그 몇 초의 시간 벌이는 다나에게 풍족하고도 남았다.
끼리리릭…!!
나무 위에서 모자를 쓴 뱀 신족이 활의 시위를 당겼다. 막대한 권능의 기척이 날개를 펼친 인간에게로 모여드는 차였다. 놓쳐줄 이유가 없다.
그는 화살을 매기지도 않고 시위를 놓았다.
포르투나와 리베르타스의 권능을 융합한 화살은 목표에게 맞는 그 순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누구도 예상 못한 화살이 다나의 이마에 꽂혔다.
아니, 그럴 줄로만 알았다.
“거슬리는 놈이 있군.”
─팅! 짧은 예지를 가동한 노르드는 공중에서 그 화살을 튕겨냈다.
뱀 신족은 눈을 부릅떴다. 화살이 발생하는 그 한순간의 찰나에 화살을 쳐낸 것이었다. 다나에게 모인 가호가 폭발적으로 부풀었다.
“놀랐잖아, 뱀대가리 자식아!”
다나가 얻은 목걸이, 〈별자리〉는 축복을 받는 대상을 조절하는 유물이었다.
1명에게만 효과를 발휘하는 버프를 10명, 100명에게 나누어서 내려줄 수도 있고── 반대로 1000명 몫의 가호를 그녀 1명에게 집중할 수도 있다.
─부웅!!
빌딩처럼 거대한 빛의 검이 다시금 출현했다.
손잡이를 쥐는 이도 없건만 검은 다나의 의지를 따라서 움직였다.
“무식한 짓은 취향이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지!”
빛의 검을 횡일자로 휘둘렀다. 다나의 가호는 그 대상의 강함에 따라서 효과가 늘어난다. 예전보다 강해진데다 가호를 한계 이상으로 집중한 그녀의 검이 번뜩였다.
투콰과과과과과과과과─!!!
폭발을 동반하며 눈에 띄는 모든 나무가 일도에 양단되었다.
터져나가는 일검은 초토화라는 말에 걸맞았다. 막을 엄두도 내지 않는 일격에 신족들은 뛰어올라 피했다. 오직 광휘의 정령만이 검에 자신의 창을 후려쳤다.
─텅!!!!
놀라운 창 솜씨가 다나의 검을 튕겨냈다. 혹시 그녀가 직접 빛의 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면 속절없이 뒤로 넘어졌을 듯한 괴력이었다.
“……………….”
갑옷의 기사를 닮은 정령은 반격에 나서지 않고 다시 가드를 올렸다. 채찍이 그의 창에 튕겨졌다. 저령에게서 꼬리가 드러나며 하나의 빛의 창을 더 장비했다.
─쿠궁!!
열대우림의 나무가 시끄럽게 쓰러졌다.
일순간의 정적이 그들을 감쌌다. 이번 격돌에서 얕보지 못할 강적이라는 건 알았다.
적들을 죽이기 위한 삭막한 사고활동이 침묵의 장막 뒤에서 차가운 화학반응을 일을켰다. 화약고 안의 끊어진 전선처럼 기폭을 기다리는 적막.
치이익…!
티르시의 견제로 순간적인 회피가 늦어졌던 뱀 신족이 살짝 잘려나간 꼬리 끝에서 산성 피를 한 방울 떨어트렸다.
부속 팔로 망치를 장비한 프랑이 정의신의 철퇴에 깃든 힘을 풀어헤쳤다.
정의신의 망치는 알기 쉽게 강력한 힘을 가지는 성물이었다. 팔의 완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골렘의 팔에 작용하며 완력을 5할 가량 증가시켰다.
단지, 골렘이 가지는 팔의 숫자는 인간과 다르다.
늘어서는 팔의 갯수, 좌우 평등히 6개.
천수관음처럼 프랑의 등 뒤에서 골렘의 팔들이 자라나고서 꽈리 뜨는 밧줄의 매듭처럼 엉키면서 망치의 힘을 흡수했다. 하나가 된 골렘의 팔뚝은 오우거보다도 굵었다.
부풀어오른 완력을 감지한 식물 신족이 입에서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이 무슨 천하의 무식한……!!”
“팔에만 발동하는 효과니까, 팔을 늘렸을 뿐!”
부우우웅─!!!
3배로 증폭한 두 팔의 완력이 섬뜩한 파공성을 일으키며 대검을 휘둘렀다.
“하!! 무식한 싸움이라면 바라던 바다!!”
나이테처럼 피부에 문양을 떠오르게 만든 그가 대검을 받아쳤다. 가호에 증폭된 완력, 오러까지도 받아치는 힘에 프랑도 눈을 찌푸렸다.
“하늘이여, 들으라! 대지여, 조아려라! 나야말로 쇄권 비에구르스! 신군의 장자 되는 세계수의…… 이익!”
다나의 공격에 맞고도 놀라운 용력을 발휘하는 식물 신족에게 프랑은 나이프를 던졌다.
“명예도 모르는 것이냐, 잡종 드워프 년이!!”
“악당의 명예는 존중할 게 못 된다고 배웠어!”
“못난 부모로군! 교육이 되먹질 않았어!”
“천 보, 만 보 양보해도 피차일반이야!”
오러 나이프와 마나의 출력으로 능력의 차이를 메꾸며 프랑은 무기를 부딪혔다.
망치의 효과가 공격력을, 견장의 힘이 방어력을 메운다. 〈백토골렘〉으로 방패까지 만든 그녀는 화살처럼 빠르게 달리는 폭주요새 같았다.
그러는 한편, 그녀의 오감은 날카롭게 도적다운 역할을 충실했다.
“노르!! 북서쪽 정면, 지면 밑 100미터!!”
“저긴가.”
티르시의 마법과 라리루라의 포격이 격돌하며, 빛으로 눈앞이 순간순간 보이지 않을만큼 난잡한 전황 속. 프랑의 외침을 들은 노르드는 정면으로 달렸다.
“……울프헤딘을 막아라!!”
그의 행선지를 눈치챈 두루마리 신족이 대량의 피조물들을 즉석에서 창조해냈다.
【종족 판단, 신족 5체.】
【배제합니다.】
이에 질새랴 다나도 내면세계의 궁전에서 수십 마리의 발퀴리에를 꺼내들었다.
“쫄병 싸움이라면 나도 바라는 바거든!”
발퀴리에들은 눈 깜짝할 새에 조류를 닮은 온갖 피조물을 도륙했다. 그녀들의 창과 마법에 절명한 새들은 이제는 완연해진 권능으로 에인헤리로 승화되었다.
“그렇다면 저력을 보여봐라, 신좌의 찬탈자여!”
두루마리 신족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병력을 토해냈다.
공간마저 일그러트리고, 모든 면적을 제압하며 쏟아지는 피조물의 무리! 가히 호흡 한 번을 뱉을 때마다 수백 마리씩 넘쳐나는 면적 제압력에 다나도 얼굴을 굳혔다.
‘에인헤리의 숫자에는 제한이 없지만, 마나는 내 걸로 감당해야 해!’
물론 에인헤리가 생전에 남겼던 마나도 가져다 쓸 수 있지만, 피조물들은 전혀 마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영혼이야 존재하지만 그뿐인 것이다.
저 양을 전부 해치워서 조종하려 했다가는 마나 낭비밖에 되지 않았다.
“Chchchchch──!!”
범람하는 피조물은 홍수를 이루는 한 방울, 한 방울의 물보라를 예리한 부리를 갖춘 피조물로써 갈음한 것만 같았다.
살의를 이루고 넘쳐흐르는 생명의 대홍수!
다나의 일검에 평평해진 섬을 전부 메꿔버릴 것 같은 기세로, 증식한다.
노르드는 창을 잡지도 않고 그 폭력적인 홍수에 뛰어들었다.
콰르르르르릉─!!!!
그 찰나, 전장을 내달린 동요는 일방적으로 신족들만의 것이었다. 몸에 뇌전을 두른 노르드는 성 하나 정도의 질량을 아랑곳 않고 뚫으며 계속 달려갔던 것이다.
“고작 오러 따위로 저런 출력을……?!”
“권능이다! 인공신좌의 번갯불을 몸에 둘렀어!”
아무리 초월자라도 멈칫할 수밖에 없는 숫자의 폭력이 마치 가랑비와 같다.
생구신 팔레스의 권능을 최고로 활용한 절기가 그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증발한다. 앞을 가리는 장애물도 아랑곳 않고 달려간 그가 장갑 낀 손을 움켜쥐었다.
─콰드드드득!!!
지면이 융기하며 섬에 영맥처럼 뻗은 세계수의 잔뿌리를 끌어올렸다.
─퉁!
그러는 한편, 그루터기를 박찬 노르드는 시위를 당기는 뱀 신족을 스쳐지나가는 코스에 포착했다. 브류나크가 고요한 번갯불을 두르고 오싹하게 발광했다.
“미안한데, 너 하나는 내가 잡고 가야겠다.”
차가운 표정의 노르드는 다나를 암습했던 것의 분노를 곁들여서 창을 휘둘렀다.
그의 눈이 본 미래를, 뱀 신족의 직감도 보았다.
【미래 퇴적】의 가속. 양팔이 흐릿해질 정도로 빨라진 노르드의 창이 춤췄다.
1초가 영겁과 같은 주마등을 앞두고, 그 창술의 전조만을 간신히 포착한 뱀 신족은 당겼던 시위를 체념한 듯 놓으며 허탈하게 뇌까렸다.
“썩을, 어떻게 된 게 보이지도 않──”
─스사사사사삭!!
유언도 못 될 욕설을 남길 틈도 없이 강력하던 신족의 목이 하늘을 춤췄다.
스쳐지나가는 순간에 휘두른 연속 공격은 그의 사지까지도 꼼꼼히 토막냈다. 노르드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세계수의 잔뿌리를 붙잡고 멈췄다.
“얍!”
그리고 뿌리 옆에 갑자기 튀어나온 라리루라도 잔뿌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권능이 레이더처럼 공간이란 공간을 뻗어나가며 섬 전역을 탐지했다. 돌입 전부터 이렇게 하자고 협의했던 작전의 일환이었다.
오감, 육감을 벗어나는 거리에서 한정하면 프랑보다 뛰어난 감지능력!
권능의 기감을 발휘하던 라리루라가 눈을 번쩍 떴다.
“선배! 말씀하신 것들,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