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900화 (898/1,009)

“……로키의 상처를 고쳐요? 어떻게?”

나는 그만 놀라서 되묻고 말았다. 로키의 명치 중앙에 난 구멍은 본인도 못 고치고, 엘릭서를 몇십 리터씩 부은 관에 잠들어 있어도 안 나았다고 했는데?

흙인형 사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유의 권능을 가진 신이 있어. 살아남은 신들 중에, 딱 1명.”

“여러분은 지상에는 개입 못한다면서요?”

“그거야 다 방법이 있지. 문제는 시간이 굉장히 걸릴 거라는 점이야.”

“……굉장히? 신들 기준으로요?”

“아니, 너희 인간들 기준으로.”

말을 멈춘 사티스는 뭔가 속닥거렸다. 아마 저 하늘 너머에 있다는 살아남은 신들과 대화하는 듯, 그녀는 금방 정확한 견적을 내놓았다.

“시키는대로만 해 주면 10년 전후라면 충분할 듯 하대.”

“잠깐만, 내 상처를 고쳐준다고? 너희가 왜?”

아무래도 상처가 낫는다는 말에 나보다 더 놀란 걸까. 한 발 늦게 묻는 로키에게 사티스는 뭉개진 찰흙 같은 흙인형의 얼굴을 찡그렸다.

─빠직!

하지만 그녀가 뭔가 말하려고 했을 때, 차원의 균열이 더 커졌다.

금이 간 의자에 무거운 걸 실은 느낌이었다. 꼭 사티스의 강림 자체가 부담되는 것 같았다. 나랑 비슷한 감상을 가진 듯 사티스는 말을 서둘렀다.

“길게 설명할 시간도 없나 보네. 간단하게 설명할 테니, 의문이 남아도 가만히 들어.”

“뭐? 어, 아, 그래.”

“알겠어? 라그나로크는 우리 세계수의 신들과, 저 옛 지배자들의 전쟁이었어. 우리는 패배나 진배없는 타격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론 승리했지.

옛 지배자들은 거의 사멸했고, 지금까지도 그놈들의 대사제라고 불리는 ‘심해의 군주’를 빼면 아무 활동도 보이지 않고 있어.”

앞서 말한대로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그녀.

나는 기자가 된 기분으로 그 말을 받아적었다. 초월자의 필기 속도가 깜지를 대신 써 주는 프린터기처럼 노트의 빈 페이지를 채웠다.

“토트의 예측과 실제 경험으로 【중간 가지】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걸 안 우리는, 대신 그놈들의 활동에 집중했지. 그리고 눈치챘어.”

“뭐를?”

“차원의 뒤편에 숨겨진 지구. 그곳의 바다에, 그 문어대가리 놈이 숨어들었단 걸.”

사티스는 마나를 써서 조잡한 환상을 만들었다. 마법 솜씨는 뛰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우주는 별들과 차원의 바다야. ‘심해의 군주’는 저 아이가 온 별의 인간들의 꿈에 들어가 계기를 만들고, 우주로 나아가도록 유도했어.

그리고 지구가 자기들의 차원과 연결되었을 때, 바다로 들어가서 차원의 뒤편에 우리 손에 죽었던 옛 지배자들의 영혼을 챙기고 숨어들었지.”

“잠깐만요. 시발, 어디라고요?”

그 문어대가리 새끼가 지구에 있다고?

지구의 우주 개발이 세계수와 차원을 연결하는 행위라고?

차원의 뒤편이라면 카네쉬처럼 사람의 눈으로는 못 보는 곳이겠지만, 진짜로? 나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지만 사티스는 묵묵히 환상을 완성시켰다.

─치링!

그 환상은 낯설지 않은 푸른 별에 반투명한 막 같은 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었다.

막 안에서 빠져나온 작은 점 같은 게 막에다가 구멍을 냈다.

그러자 바깥을 떠돌던 검은색 구슬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구멍을 파고 들어갔다. 그 구슬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잠겨들었다.

“옛 지배자들은 우리보다 더 불멸이야. 죽은 게 분명한 시체도 충분한 생명력만 있으면 되살아나. 물론 살아날 뿐이지 자아는 없겠지만…… 강함은 생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예상하고 있어.”

말을 끊은 사티스는 짧게 나를 쳐다봤다.

되살아난 수르트를 해치웠던 나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잡았던 수르트처럼, 자의식은 없어도 힘은 그대로일 것이었다.

“그때 네게 보여줬던 이미지는 그런 뜻이었어.”

우리가 뭔가를 물을 틈도 없이 사티스가 말했다.

“왜 저번에는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어볼 테니, 미리 대답할게. 인간의 정신이 견뎌낼 만한 얘기가 아니라서야. 이 사실을 안 인간은 대부분 미쳐버릴 테니까.

이름과 배역에 힘이 깃들듯이, 어떤 진실들에는 강렬한 이미지가 스며들어 있어. 옛 지배자들이란 것들의 이름과 지식은 특히 그런 광기를 띠고.”

그게 말이 되냐고 항의하려다가, 눈치챘다.

티르시는 카네쉬에서 별의 자손인 다비드와 싸우면서, 그놈이 뿜어낸 사념파 같은 것에 노출되자 끔찍한 환상을 봤다지 않은가.

별의 자손을 비롯한 이계의 이생물체들은 거의 개념적인 존재다.

언어나 지식, 그 자체에 독성이 스며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법 했다. 룬 문자도 오염돼서 인간들은 룬의 참된 뜻을 쓰지 못하게 제한이 걸렸다고 하니까.

‘에린 인─얼스터 인─이 전승을 문자로 남기지 않는 문화가 된 것도 그래서고.’

다나네 장모님이 예전에 그랬듯이, 오직 입에서 입으로만 지식을 전하는 문화!

우리는 그게 고대 에린 인이 야수회귀의 지식을 나눈 결과, 베르세르크나 오우거, 트롤처럼 각자의 성향에 맞는 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라 추측했다.

그 저주 자체는 ‘심해의 군주’가 오딘으로 변해 그녀의 이름을 뺏은 결과고 말이다.

‘심해의 군주’가 해신 뇨르드의 이름을 빼앗아서 그를 숭배하던 아틀란티스는 어인이 되는 저주를 받았고, 오딘을 벤치마킹하는 야수회귀를 애용하던 에린도 간접적인 저주를 받았다.

몇 번 말했듯, 이게 황금시대 대전쟁의 계기인 것이다.

“하지만 너는 이제 이 진실을 듣고도 엇나가지 않을만큼 올곧고, 강해졌지.”

나는 생각을 멈추고 픽 웃었다.

“그전에는 제 강함을 믿기 힘드셨다는 거군요.”

“불쾌하게 생각하진 말아줬으면 해.”

“아뇨, 이해합니다. 힐난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고요.”

오딘의 망령이 어째서 내게 속시원하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는가도 알았다.

옛 지배자들에게 엮인 지식은 전염병이었다.

나 스스로 병을 극복하는 것처럼 진실을 깨닫는다면 모를까, 그녀에게 전해받았으면 병원균이 옮는 것처럼 훼까닥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때는 트롤 킹이랑 싸우다가 골로 갈 뻔 했던, 오러도 못 쓰던 좆밥 시절 아닌가.

아딱브딱 시즌의 노르드에게 진실을 알리는 건 생후 3개월의 아기한테 생 백신을 투여하는 짓과 다름없었겠지.

내가 예방주사를 맞고 죽어버리면 안 될 테니, 오딘이랑 사티스도 갑갑했겠지.

무엇보다 이건 내 선임이 싼 똥이기도 했다.

“시구르드.”

로키가 예언의 울프헤딘이라고 믿었던 씹새끼.

네페르티티의 원수.

내게 남겨진, 아마 마지막 적일지도 모르는 놈.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그 새끼도 이 사실을 알아차렸는가 보군요.”

“……아마도. 우리가 가르쳐 준 건 아니지만.”

“기다려 봐! 부활?! 지구에 숨어들었다니?! 나는 그런 얘기 못 들었어!”

자기 등에 창을 쑤셔박은 놈의 얘기가 나오자, 다시 대화의 스피드를 못 따라오던 로키가 채찍을 맞은 말처럼 급격한 이해도를 보이며 외쳤다.

나한테 이런 지식을 알려 준 적이 없는 로키다.

여기까지 와서 그녀가 나를 못 믿는다기엔 말이 안 되니, 로키는 정말로 몰랐던 거다.

그녀는 몸이 아픈 것도 잊고 사티스에게 따지듯 외쳤다.

“나한테도 귀띔 정도는 해줄 수 있었잖아!! 넌 이 세상에 강림할 수 있다며!!”

“나를 섬기는 교단에서나 그렇지! 나도 이렇게 차원을 찢어대지 않는 한은 네 눈앞에 강림 못해! 차원을 찢으면 그만큼 하늘이 무너질 우려가 커지는데 어쩌란 말이야!”

고함치는 사티스의 손에서 푸른 별은 반투명한 막을 일렁거렸다.

비눗방울도 구멍이 많이 나면 터지듯, 저 벽이 완전히 무너지는 때가 차원끼리 연결되는 때겠지. 한 번 차원벽이 해제돼버린 카네쉬가 오델리아의 영지랑 연결된 것처럼.

그래서 살아남은 신들은 【중간 가지】에도 선뜻 개입하지 못 하는 거고 말이다.

“게다가 넌 몇백 년 전에는 신분을 숨기고 별의 자손들을 잡으러 다녔잖아!! 부상을 입은 뒤에는 50년 넘게 로마니아 지하유적에서 엘릭서로 몸을 치료했고!

그 후에도 권능과 히타이트의 기술로 헤니르와 시구르드의 눈을 피해다녔으면서! 신들보다 뛰어난 눈을 가진 놈들도 널 못 찾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널 찾아야 했는데!!”

항의하던 로키는 말문이 막혔다. 사티스는 아차 싶은 것처럼 눈을 돌렸다.

“……우리는 인간 세계의 대전쟁이 발발할 때까지도 네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전성기의 네가 환상으로 변신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아채? 토르랑 오딘도 속이던 너인데.”

로키도, 다른 신들도 어쩔 수가 없었던 불운한 엇갈림이었다.

별의 자손들을 방치했다간 차원막을 찢어버리려 했을 것이니 로키의 행동은 옳았다. 하지만 너무 완벽하고 철저했기에 신들조차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듯 했다.

“……알았어. 이미 늦은 일이고, 사실 알았어도 내 미래가 바뀌진 않았겠지.”

로키는 지난 일이란 걸 이해해는지 화제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아무튼 차원끼리 연결되면 언제 【해신】── 아니. ‘심해의 군주’가 숨어들지 모른다는 거지? 【중간 가지】랑도 차원이 연결되는 건 확실해?”

“실제로 그 구멍을 통해서 온 게 저 아이잖아.”

누구? 저요?

나는 셀프-삿대질을 했다. 사티스는 수긍했다.

“예전부터 차원 사이에 구멍이 열리는 우발적인 사건은 꽤 있었어. 우리가 관리하지 못했던 동안 작은 동식물이나 인간들이 그 구멍으로 오고 갔을 거고.

그래서 네 고향과 【중간 가지】의 생태, 신화, 전설들은 더 비슷해졌을 거야. 그나마 최근 몇백 년은 우리가 최대한 저지하곤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놓친 구멍으로 제가 홀라당 빠진 거군요.”

“……그래. 혹시 그럴 운명이었던 걸지도 몰라. 너는 예언의 울프헤딘이니까.”

이제 와서 밝혀지는 내 이세계 트립의 충격적인 진실!

사실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다. 대충 예상했던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그녀 말마따나 정말로 운명이었다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물론이고 신들이 그 운명을 거스를 수 있었을 리도 없고 말이다.

─후두둑.

사티스의 흙인형 팔이 떨어졌다. 시간이 그다지 없는 모양이었다.

“……제가 나르메르-나일의 사티스 교단에 찾아뵐까요?”

“나중에 제안의 대답을 들려줄 때 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제부터니까.”

맞다. 애초에 로키를 치료해주는 이유가 아직 안 나왔네.

나는 다시 노트에 펜을 갖다댔다.

“그 문어대가리 년은 죽은 동족들을 되살려서, 자신의 병사로 삼을 게 분명해. 적어도 친절하게 소중한 친구들을 되살려줄 년은 아니니까.”

“그럼 지금도 부활을 준비 중인 겁니까?”

“아니, 달라. 의식에 필요한 별들의 운행이 아직 한참 남았어. 최소 2~300년은 더.”

시발 머야. 존나 한참 남았네?

나는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살아도 곤란하고 죽어도 곤란할 것 같다. 죽으면 베로니카가 매우 불쌍하고, 살아도 다른 아내님들을 떠나보내야 할 것이니까.

“그래. 넌 그런 먼 훗날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옛 지배자들의 부활 따위보다 불쾌한 이야기에 내가 인상을 쓴 걸 어떻게 착각했는지, 사티스는 흙인형의 손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너무나, 정말로 너무나 많은 일들을 해 주었어. 예언의 울프헤딘, 인간의 영웅. 네 위업은 우리가 다시 지상에 내려갈 수 있게 됐을 때 반드시 전하겠다고 약속할게.”

“아뇨, 굳이 제가 께꼬닥한 뒤에 그러실 건…… 아니지, 꼭 부탁드립니다.”

내 자식의 자식들이 받을 대우를 생각하면 별로 나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르잖은가?

사티스는 내 신속한 태세전환에 살짝 웃는가 싶다가 다정하게 말했다.

“너는 정말 많은 일을 해 주었어. 하나하나 셀 수 없을만큼. 그러니까 남은 삶은 네가 원하는 걸 이뤄줬으면 해. 저 먼 미래의, 신대의 흔적에 더는 고생할 것 없어.

인간 세상에도 아직 많은 고충이 남아있겠지만, 네가 고민할 일은 그것들 뿐이야. 내가 사티스의 샤낭개들이라는 이름으로 전사들을 모으듯, 훗날 있을 신들의 전쟁은 우리의 몫이지.”

“로키를 치료해준다는 것도 그 연장선인가요?”

“그래. 지금 입에 파리가 들어가도 모를 바보는 우리처럼 책임을 져야 할 신이니까. 수백 년은 더 고생해 줘야 할 녀석의 수명이 오늘내일이면 무척 곤란하거든.”

“저기, 나 못 들은 걸로 하면 안 될까? 평안한 노후&최후 계획도 다 짜뒀는데? 10년 정도만 바이콘들한테 우햐우햐 대우받다가 죽을까 했는데?”

…부르르. 로키는 몸을 떨었지만 사티스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포기해. 디안 케크트가 너를 치료할 계획을 다 짜놨다니까.”

“그 자식, 자기 주신한테 바친 의수에 기생충을 심어놓는 진퉁 싸이코 아냐?!”

“흠씬 패 놨으니까 괜찮아. 거기 있는 헤니르의 권능 파편이면 재료는 충분하고. 맞다, 울프헤딘? 디안이 네가 로키한테 베푼 치료법이 흥미롭다는데 바꿔줄까?”

“사양하겠습니다.”

대충 들어도 미친 외과의사인데 내가 미쳤다고 통화를 하겠냐.

사티스는 대충 알겠다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자 나는 추가로 물어보았다.

“저는 정확한 표본도 없이 어떤 일의 성공률을 몇 퍼센트다, 하고 말하는 걸 싫어해서요. 수술의 성공률 대신에 다른 걸 묻겠습니다.”

“뭐를?”

“10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뜻이죠?”

수술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면──

“치료에 들어가고 나면, 10년은 일어나지 못해.”

로키가 엘릭서로 응급처치를 했을 때처럼, 오랫 동안 가사 상태로 있는 것인가.

사티스의 대답은 후자였다.

치료를 결심하면 10년 정도는 로키와 이별하게 된다고 말이다.

…쩌저저적!!

일부러 남겨놓았던 균열이 더 커졌다. 사티스는 누가 귀에다 대고 소리친 것처럼 얼굴을 팍 찡그리면서 귀를 틀어막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돌아갈게! 아, 생각해 보고 대답해 줘! 내 교단으로 오면 돼!”

“아니 글쎄, 사양하겠다니까!!”

“너한테 물어본 거 아냐, 멍청아! 그럼 잘 있어! 아, 평소 우리한테 널 지켜볼 틈 같은 건 없으니 사생활 문제는 걱정할 것 없으니까 걱정은 말고!”

미묘하게 섬세한 말을 남기고, 사티스는 그렇게 흙인형에서 빠져나갔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참 폭풍 같은 여신님이야.’

진이 빠진 나는 일단 흙을 봉투에 담았다.

‘강북호(은)는 여신의 신성력(이)가 가득한 흙을 얻었다!’

그밖에도 싸움에서 얻은 성과를 정리하며, 나는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 싸이코가 치료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깔끔하게 자연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를 오랫 동안 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등장인물은 적당히 죽는 편이 음유기담의 긴장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치료 중에 사망하는 편이 극적이어서 좋겠네.”

“아아아아악!! 제발!! 수술 같은 건 제정신 박힌 신이 할 짓이 못 된단 말야!!”

말야─ 말야─ 말야─!

용암 공동에 요란하게 메아리가 쳤다.

안아키처럼 울부짖는 로키의 철없는 칭얼거림이 싸움의 끝을 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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