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906화 (904/1,009)

꽁냥대는 커플에게 시비를 걸어서 성립한 내기.

그 잠깐의 유희가 1억 5천짜리 도박판으로 변질되자 마틸다의 영혼은 가출해버리고 말았다. 존나 완벽한 영혼 보내기다. CGV가 좋아하겠어.

“……이, 이이익!!”

그때였다. 마틸타의 눈이 승부사처럼 바뀌었다. 놀라운 포커페이스였지만 마스터 클래스의 감각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지.

‘얘도 꽤 좋은 패인가 본데.’

그리고 우리가 밑장을 빼지 않았다는 걸 확신한 모양이었고 말이다.

“콜하겠어!”

─촤르르륵!

마틸다가 50실버의 탑을 무너트려서 배팅했다. 이제 물릴 수는 없게 됐다.

우리는 곧 패를 공개했다.

“……이겼다!!!!”

프랑의 패를 본 마틸다는 화색이 되었다. 한끗 차이로 유리한 패였다.

“이겼어! 내가 이겼다고! 좋은 패였지만 아쉽게 됐네! 돌아가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잃었던 돈을 어떻게 되찾을지 고민이나 하셔!”

깔깔거리며 웃은 마틸다의 말에 프랑은 웃음을 꾹 참고는 슬픈 것처럼 훌쩍였다.

“흐이잉…… 또 졌어어……!”

그러고는 다시 나한테 울며 안겨붙었다. 프랑도 은근 적한테 무자비하다니까.

얼굴이 기이하게 뒤틀린 마틸다만 괜히 억지로 정신승리를 하려는 듯 입을 우물거렸다. 아내님의 섹시한 옷 덕분에 발기를 참는 나만 고역이군.

“흥……! 꼴사납네!! 그래봤자 진 건 진 거야!!”

“그래. 진 건 진 거지.”

나는 패를 공개했다.

마틸다보다 좋은 패였다. 이거 아니었으면 2배 배팅은 더 나중으로 미뤘지.

“……헤?”

웃는 낯이던 마틸다의 얼굴에서 피가 싹 가셨다.

〈오오오!! 외국인 형씨가 이겼어!!〉

〈마틸다가 졌다!! 마틸다가 50실버를 꼴았어!!〉

관객들이 신나선 떠들어댔다. 빠르게 다이하고 구경 모드로 들어간 키아라랑, 또 1실버를 날리고 울상 짓던 메이링이 인상 깊었다.

〈……씨발!!〉

마틸다는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곧 입술을 세게 깨물며 일어났다.

그래 뭐, 50실버를 꼴았다지만 아까 전에 딴 돈 아니겠는가.

이 승부에서 잃은 돈은 첫판에 프랑이랑 승부하면서 걸었던 은화 몇십 닢이 전부였던 걸로 치고, 더 조지기 전에 털고 일어나려는 듯 했다.

“호구!! 어디 가!!”

하지만 나는 화들짝 놀라는 척을 하면서 그녀를 불러세웠다.

“호, 호구? 너 지금 나한테 호구라고 그랬어?!”

“아, 동방 말이 잘못 나왔네. 동방에서 ‘호구’는 젊은 아가씨라는 뜻이야.”

졸지에 마틸다랑 같은 ‘젊은 아가씨’가 된 호구 황녀님도 얼굴이 씹창났다.

나는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듯 웃어주고 손짓을 계속했다.

“판돈 계산이 남았잖아. 둘째 판부터는 판돈에 명령권도 걸었던 거 잊었어?”

“……뭔데. 무릎 꿇고 저 여자한테 사과라도 해 줄까?”

그런 게 무슨 소용이겠냐. 나는 그럴 리 있냐는 듯 근엄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와서 앉아.”

“………………네?”

“와서 앉아. 그리고 1판 더 해.”

이 정도면 선 넘는 요구는 아니지?

도박장에서 갬블 좀 하자는 게 뭐 잘못이겠어.

마틸다는 락스로 표백한 흰 셔츠처럼 얼굴색이 하얘졌다.

“……하, 한, 한, 한 판, 더?”

“명령권도 걸고, 한 판 더.”

나는 은화 더미에서 은화를 1닢을 꺼내고, 방금 전에 들은 말들 그대로 돌려줬다.

“1실버씩 배팅해. 한 번 졌다고 금액을 낮추는 찌질한 짓은 하지 않겠지?”

패를 받자마자 바로 드롭해도 기본금이 1실버다.

나한테 이겨서 명령권을 되찾을 때까지, 그녀는 1분에 100만원씩 내 주머니에 돈을 넣어줘야 할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말이다.

‘와 시발, 시급 6천만원 기적의 알바네.’

이러니까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지. 다시는 돈 걸고 내기 하지 말아야겠다.

“……풉, 크흡. 그, 그러시다면 저희들은 한 발 먼저 일어나 보죠.”

웃참에 실패한 키아라가 메이링이랑 일어났다.

단, 어디 가는 일 없이 관객에 합류.

테이블에 남은 프랑만이 참 행복해 보이는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씨발…… 씨발!!”

마틸다는 자존심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억지를 쓰며 도망치지는 않았다.

─스샤샥!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바로 손장난부터 들어가는 졸렬함을 보여주는 마틸다. 프랑은 즉시 눈치채고 손을 뻗으려 했지만, 내가 테이블 밑에서 제지했다.

왜 그러냐는 프랑의 눈초리는 내 눈을 본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앗…… 앗!”

대신, 때늦은 깨달음과 함께 그 얼굴에는 빨간 홍조와 부끄러움만이 남았다.

이제야 간신히 눈치챘던 것이다.

그녀의 남편이 얼마나 사기 도박에서 치트키를 둘둘 두른 남자인지.

‘흐흐. 진짜 귀엽다니까.’

키스다 뭐다 하는 얘기에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 간단한 사실도 까먹었겠는가.

자기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릴 정도라니. 프랑도 내심 엄청 부끄러울 것이다.

“뭐해! 빨리 카드 안 집어가고!”

쫄리는 연기를 하며 밑장빼기로 채운 패를 힐끔거리는 마틸다.

맞다. 나는 그녀가 저렇게 밑장을 빼주길 바랐다.

‘그야, 저쪽이 먼저 개수작을 부려 줘야 우리도 수작질을 할 거 아냐.’

키이이잉─!

오딘의 눈이 천리안과 투시안을 발동했다.

내 눈에 모든 카드의 정체가 훤히 드러났다.

마틸다가 들고 있는 패도, 내가 집어갈 테이블 위의 카드도 말이다.

마나 없이 발동하는 권능이다. 발각당해? 누가 눈치채? 키아라도 판을 나갔는데.

“어디 보자…… 이건가?”

나는 잘 모르겠다는 척을 하며 카드를 집었다.

그날, 연령 30대의 마틸타 백작 영애는 막대한 자산을 도박장에 꼴아박았다.

악바리를 쓰면서 불러온 호위병들과 사이 좋게 내 손에 꿀밤을 맞고 감옥에 갇히고 말았지만, 뭐 내 잘못은 아닐 것이었다.

축제가 끝난 후엔 그녀의 아빠가 이 건에 엮인 조사로 탈세가 걸리고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신 가문 탈세금, 내 주머니로 들어왔다.

“로키님. 오늘도 정의로운 타짜가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

로키 교에 제대로 십일조로 헌금할게. 크헤헤헤.

***

“그래서, 여러분은 왜 여기 계십니까?”

마틸다가 푸줏간에 끌려가는 소처럼 끌려가고, 우리는 근사한 카페에 착석했다.

마침 출출한 차였다. 관광하면서 먹을 걸 먹고 다닐 생각이니까 간단한 디저트만 시켰다. 여기는 음식 하나만큼은 브리타니아보다 낫단 말이지.

키아라는 셀레나가 시중에 돌리기 시작한 초코 케이크를 우걱대며 말했다.

“아시잖습니까? 메이링 황녀님은 원래 야인으로 보낸 인생이 더 기십니다.”

“그야 알긴 압니다.”

카페에서 파는 선물 과자를 보며 유이링 얘기로 화기애애해진 그녀들을 보면서 대답했다. 유명한 모험가 길드 연합의 대빵께서는 미소지었다.

“황실에 돌아간 뒤로는 이렇게 저자를 여행하는 것도 어려워질지 모르죠. 그 전에 조금 숨을 돌려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콜…… 경의 제안입니까?”

“예. 아, 미행이긴 한데 들킬 염려는 없습니다.”

“어련히 잘 하셨으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그냥 어깨를 으쓱했다. 유이메이링 자매가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으니 나쁜 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키, 키아라? 선물 사 왔어요!”

“아, 벌써요? 천천히 하시지.”

그리고 빳빳하게 굳어버린 메이링 황녀를 보고 있자니 깨닫는 것도 있다.

이 축제는 생환한 병사들과 그 연인들을 위해서 치른다는 컨셉도 있다.

커플 축제에 데이트하러 나온 건 우리만이 아니어서, 카페도 복작복작하단 말씀.

나는 키아라가 짐을 들어주자 웃음이 멈추지를 않는 황녀님을 보며 납득했다.

‘음…… 나이 차이는 내가 논할 부분이 아니지.’

베로니카가 울지도 모르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응? 함께 다니실 생각은 없나요?”

이 할배 눈치 드럽게 없네. 나는 프랑을 껴안고 말했다.

“당연하죠. 오늘은 저희 둘만의 하루입니다.”

“아하. 방해해선 안 되겠군요. 그럼 이만.”

이해하는 키아라와 눈치 좋게 고마워 하는 메이링이 손을 흔들었다.

“가,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즐거운 데이트 되시길 바랍…… 감사?”

잘 됐으면 좋겠군. 우리는 손을 잡고 카페에서 나왔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에헤헤. 가고 싶은 곳은 많아! 부족한 건 시간 뿐이구!”

기분이 상할 뻔한 사건도 살면서 1번 쯤은 겪어봐도 괜찮은 인생의 경험으로 마무리되고, 깍지를 낀 손을 당기며 프랑은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픽 웃으며 대답했다.

“시간도 많아. 올해의 비조페스트도, 내년의 이 〈은애절〉도, 같이 놀러 오자.”

“……응! 그러자!”

우리는 커플들의 애정행각 속을 누비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도록 즐겼다.

내 평상복을 사 주겠다며 빵빵해진 지갑─feat.마틸다 님─을 흔드는 프랑.

음유시인이 초상화를 팔고 있길래 살짝 반지를 빼고 그림을 그려받았다가, 알아보는 인파가 생겨 도망치기도 했다. 프랑은 자기가 조금 유명해졌단 사실에 놀란 모양이었다.

그러다 더럽게 구려보이는 먹을거리에 호기심을 드러낸 프랑이 울면서 삼키려다가 쓰러지고, 그런 그녀를 업고 분수 근처로 가서 한동안 꽁냥거렸다.

“으윽…… 맛은 있었는데, 냄새가 지독해애…….”

“코도 좋으면서 무리하니까 그렇지.”

우리가 아직 가 보지 못한 대륙에서 왔다는 꽤 비싼 두리안 같은 열매였다.

시간은 꽤나 흘렀다. 회중시계를 꺼내보자 몇십 분 있으면 시음회가 있다.

“앗…… 그때 같이 샀던 시계다.”

“응? 흐흐흐, 그렇지. 용케 아직도 안 고장나고 굴러간다니까.”

골골대던 프랑이 시계를 알아보고 헤벌쭉 웃고 말았다. 나는 그녀를 무릎에 얹혀두고 배를 쓰다듬어줬다. 적당히 쉬다가 시음회에 가면 되겠지.

“……으.”

“많이 힘들어?”

내가 배를 쓰다듬자 프랑이 짧게 신음했다. 좀 걱정되서 묻자 프랑이 흠칫했다.

“아, 아냐! 쫌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는 했는데, 하나두 문제 없어!”

그럼 왜 움찔거렸대? 나는 걱정을 완전히 접지 못하고 그녀를 쓰다듬었다.

그때였다.

〔……큰일났다. 노르한테 계속 만져졌더니 아랫배가 쪼금 큥큥거려.〕

“뭐?”

귓속을 푹 파고드는 프랑의 목소리에 눈을 끔뻑이는 나. 눈을 감고 꾸물거리던 프랑은 눈을 뜨곤 내 허벅지에 누운 채로 물었다.

“뭐, 뭐가? 왜?”

“어…… 아니, 아무 것도 아냐.”

환청인가? 뭔가 들박 마려운 멘트가 들렸는데.

혹시 갬블하면서 마신 술 때문에 취했나? 나는 귀를 비벼대며 인상을 썼다.

〔흐유…… 깜짝 놀랐다. 노르가 만져줘서 기분 좋아졌다는 걸 들키면 부끄럽구.〕

다시금 환청.

확실하다. 절대 착각이 아니다. 나는 나를 몰래 살피는 프랑을 눈치 못 챈 척 했다.

〔후으으. 데이트 엄청 즐거웠어……. 그렇지만 노르는 날 생각해서 산뜻하게 끝내줄 것 같은데. 역시 취하면 그냥 침대에 눕혀주고 끝이려나.〕

그러자 프랑도 한숨을 내쉬고 꼼지락댔다.

골몰하는 생각이 나한테 들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말이다.

〔……시음회에서 안 취하게 조심해야지. 깜빡 잠들면 노르랑 야한 짓 하기 힘들지 몰라. 그치만 시음회가 많이 늦어져도 안 덮쳐줄 거고……〕

“……………….”

〔차라리 빨리 취한 척 해서 노르가 일찍 델꾸 가도록 하는 것두…… 아니, 그치만 연기인 걸 안 들킬 자신이 없는걸.〕

100% 틀림없다. 나는 직감했다.

‘이거…… 프랑의 속마음 같은데.’

프랑의 마음 속 생각이 왜 들리는 것이지?

그런 의문을 떠올릴 필요가 없던 건, 어젯밤의 일이 바로 떠올라서였다.

‘……로키!’

그녀석이 준 만언신의 권능인가!

사티스가 신도들에게 흑마법사를 구분하는 힘을 준 것처럼, 신이 내려준 가호!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가호 아닌가, 이거?

‘잠깐. 발동 중이라면 분석 가능할 거야.’

천리안 ON.

나는 자신을 3인칭 시점에서 관찰했다. 오딘의 눈이 권능을 분석했다. 그렇게 복잡한 구조는 아니었기에 3분이면 충분했다.

‘마음을 터놓은 이성의…… 음란한 생각을 읽는 가호인가?’

흑심이나 악의처럼 포괄적인 대상이 아니다.

ONLY 성욕. 그것도 실제로 물어보면 대답해줄 정도로 마음을 터놓은 친근한 이성에게만 효과를 발휘하는 간소한 능력이었다.

‘이건…… 이건……!’

─부르르! 나는 몸을 떨며 전율했다.

‘이 씨발, 존나 개쩌는 독심술이잖아?’

조금 더 프랑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본 나는 더 확실한 분석을 마쳤다.

‘실제로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만 오는 것 같네.’

말(言)이란 무엇인가? 마음을 전하는 행위다.

그러니까 로키의 가호는 ‘전해졌으면 하는 속마음이 닿도록 돕는’ 가호인 것이다.

‘오직 섹스에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오히려 좋지.’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까지 까발려지면 싫을 수도 있으니까.

은근히 생각이 깊은 장모장모 할망구다운 배려 아닌가!

섹스할 때밖에 쓸 데가 없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독심술 같은 거 다른 데 써서 뭐해?

이것만 있다면 실제로 우리 아내님들이 어떠한 플레이를 원하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 아닌가!

〔그나저나 역시 노르는 인기가 많네……. 나도 언제까지 복에 겨워 있을 게 아니라, 좀 더 많이 좋아한다고, 사랑해줘서 고맙다구 말하는 게……〕

내 허벅지에 얼굴을 비비적대던 프랑의 생각은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갔다.

〔베로니카가 했다는 무녀 플레이…… 플레이는 아닌가? 아무튼 나도 해 보고 싶다……. 그치만 먼저 말을 꺼냈다가 노르가 질색하면 큰일인걸.〕

“……크흠.”

〔……아까 그 사람, 노예로 만들어주니 어쩌니 했었지. 노르도 별로 노예 시절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구, 내가 노예 복장을 하고 밤에 찾아가면 혹시…… 엑?〕

그때, 혼자 오늘밤 일을 생각하던 프랑이 놀란 듯 머리를 들어서 날 쳐다봤다.

─발기잇!

그럴 수밖에. 허벅다리에 있는 쥬지드라가 힘껏 기상하며 프랑의 뺨을 밀어냈거든.

눈을 감고 귀엽게 꼬물거리는 이 귀여운 아내가 저런 꼴릿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런 상황에 발기하지 않기엔 내 정력이 지나치게 강했다.

“……시음회, 갈까?”

“아, 응!”

하지만 나는 심호흡과 신체조율로 쥬지에 쏠린 피를 억지로 가라앉혔다.

지금 프랑의 생각을 종합해 보면, 내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조만간 프랑이 스스로 노예 플레이를 준비해서 내 손에 목줄을 쥐어주러 온다는 얘기가 아닌가!

‘로키가 이런 가호를 내려줬다는 얘기는 나중에 밝힌다고 치고……

존버다. 지금은 존버만이 답이다.

‘자발적 노예 복종 플레이의 때는…… 온다!’

나는 희망에 가득찬 걸음걸이로 프랑과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흐뉴아아……”

말할 것도 없이, 프랑은 각국에서 내노라 하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진미들 앞에 K.O패를 당했다. 시연된 술들 맛이 굉장히 좋아서 나도 취기를 느낄 정도였으니 당연했다.

시음회 후에 평가를 매길 때까지는 품위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 프랑 치고는 노력한 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에헤…♡ 노르 등 넓어…♡”

“그래, 고마워.”

흐물거리며 술병을 안고 잠든 프랑을 안고, 난 축제 첫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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