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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는 등에 닿는 딱딱한 바닥의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윽?! 뭐, 뭐야?!”
─벌떡! 당황해서 일어났지만 그녀 주변에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은 없었다.
그 대신이라기엔 모자라지만 꿈속에서 몇 번쯤 봤던 영화관이 다나를 반겨주었다. 엉거주춤하게 일어났다가 힘을 뺀 다나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 이 미친년, 또 기절했네.”
그녀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보인 얼굴은 홍당무 같았다.
‘아니, 그치만 나더러 어쩌라고. 그 나쁜 새끼가 가차없이 몸도 머리도 조져놓는데. 배운 섹스라곤 병신같이 헤윽후엑 거리다가 뻗는 게 전부였다고.’
자기합리화로 수치심을 외면한 다나는 뽀송뽀송한 고간을 만져보고 일어났다.
조금 기다려 봤지만 노르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여기는 내 꿈속이겠네. 자고 있는 동안엔 내 몸을 맘대로 쓰라고 말해뒀었고, 당연한가.’
그녀는 프레이야의 신좌의 새로운 주인.
그렇기에 구신의 마나는 다나도 가지고 있었다. 성행위도 마쳤기에 셰이드의 주술이 발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부터 혼자 올 생각이기도 했고.
‘……팜므파탈이나 다름없던 원래 주인이 보면 남자 앞에서 자위하다가 기절한 년이 자기 신좌의 새 주인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품긴 하겠지만.’
품어봤자 어쩌겠는가? 다나는 입술을 우물댔다.
‘그게 어쨌다고. 내가 몸도 마음도 잡혀사는 데 뭐 보태 준 거라도 있나?’
정 꼬우면 발퀴리에 말고도 섹스 잘 하는 법도 남겨주던가 했어야지.
다나는 일부러라도 노르드의 꿈에서 본 영화를 하나 골라서 극장으로 달려갔다.
부끄러움도 있었고, 기절해버린 현실의 자신이 지금 얼마나 꼴사나운 정액받이가 돼 있을지 상상하기 싫은 것도 있었다.
─덜컹!
의자를 당겨서 착석하고, 화려한 연출이 가미된 영화를 몇 편 준비했다.
극단원들은 현실의 합을 맞춰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연극의 기틀을 다져놓는 사이에 다나는 새 연극에 추가할 볼거리를 분석해 가야 했다.
이른 아침이었던 것도 있으니 대충 3시간 정도 시간이 있다.
‘빨리빨리 넘기면서 연출 부분만 몇 개 보고 나가면…… 잠깐, 3시간?’
영화의 도입부를 보던 다나의 얼굴이 급속도로 새파래졌다.
‘……3시간이나 노르한테 내 몸을 맡겨놨다고?’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물론 그녀의 남편도 그 정도의 배려는 할 줄 아는 남자다. 적당한 시기에 깨워줄 거라는 믿음 정도는 있었다.
오히려 믿지 못하는 대상은 그녀 자신이다.
‘노르한테 3시간 내내 박히면 내가 걸어다닐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쾌감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머리를 조져놨다지만 강제 자위 한 번으로 기절해버린 그녀다. 3시간을 물고 빨리면 저 방을 나설 무렵엔 사족보행생물로 퇴화할 게 틀림없다.
물론 노르드도 그 정도는 당연히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한 뒤에 그녀로부터 ‘마음대로 해도 된다’ 라고 확언을 받았잖은가.
오히려 다나가 잠든 동안 기어다니지도 못하게 조져도 된다는 허가로 들었을 가능성도 다대했다. 아니, 일부러라도 그렇게 해석할지도 몰랐다.
‘크, 큰일났다! 졸려서 생각이 얕았어! 일단 한 번 일어나야……!’
다나는 서둘러서 깨어나려고 했지만, 몇 번이나 해 봤던 주술의 해제법이 통하지 않았다. 한순간 온몸에서 핏기가 가셨지만 가만 생각해보자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기절해서 못 일어나는 거지, 이거?”
현실의 몸이 혼절했는데 정신만 멀쩡하다고 뇌가 깨어날 리 만무했다.
‘병신아, 큰일이 아니긴! 더럽게 큰 일 맞네!’
망했다. 답이 없다. ‘얼스터 인은 대낮부터 남편 자지에 흠씬 얻어맞고 네 발 암컷 동물로 변하는 문화가 있는가 보군요?’ 같은 소리를 듣게 생겼다.
‘혀, 현실의 나는 지금 어떻게 돼 있지?’
다나가 영화가 시작됐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그녀의 주머니에서 진동벨이 울렸다. 당황하며 꺼내보자 핸드폰이었다.
“또, 또 뭔데?!”
사용법은 저번에 배워서 알았다. 전원을 켜보자 살색 영상이 몰아쳤다.
─호아아…♡ 후엑. 우으으으윽♡
벽에 밀착당해서 팔까지 붙잡힌 채로 남자에게 덮쳐지는 여자의 영상이었다.
대충 들어도 머리가 나빠 보이는 신음을 흘리며 헤프게 웃는 여자였다. 아직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다나는 멍해졌다. 가슴 밑의 점이 있는 빈약한 몸뚱아리였다.
“……아, 아니지? 설마, 그런 거 아니지?”
카메라의 앵글이 돌아가며 얼굴이 보였다.
매일 아침 세면할 때마다 거울에 비쳐지던 뚱한 낯짝의 망할 년은 아주 푼수떼기처럼 눈이 풀려선 음란하게 흐익거리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을 지으며 현실의 다나는 잠든 채 절정했다.
─으오오옥♡ 후아아아아아악♡
…꿀꺽.
영화관의 넓은 스크린이 영상미 넘치는 장면을 과시했지만, 다나의 두 눈은 그보다 훨씬 쬐끄만 핸드폰 액정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다나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잠든 이후에 떠올린 생각들도, 거의 다 노르드에게 전해졌다는 걸.
퓨우웃─♡!! 퓻퓨─♡!!
벽의 색이 바뀔 정도로 애액을 쏟아대는 멍청한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다나에게 거기까지 눈치챌 여력은 없었다.
노상방뇨라도 하듯이 절정한 보라색 개털머리의 색녀는 남자의 성욕을 받아들이라고 만든 인형인 것처럼 팔다리를 늘어트리곤 기절한 얼굴에서 흰 정액을 뚝뚝 떨어트렸다.
수영장에 담근 것처럼 허벅지는 애액 투성이가 된지 오래였다.
퓨우웃─♡ 현실의 그녀가 또 절정했다. 다나는 누가 보면 심각한 질환으로 오해할 만큼 퇴폐적인 미모의 얼굴에 피가 쏠렸다.
“이, 이 망할 조루년아!! 방금 가버린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가고 지랄인데!!”
욕해봤자 그녀 자신이다. 가버릴 줄이나 알았지, 참을 줄이라곤 모르는 멍청이.
현실과 감각이 연결된 것처럼 몸이 달아올랐다. 침대에서 떨어지면 추락하는 꿈을 꾸는데, 현실의 몸이 저렇게 절정해대는 와중에 꿈속의 그녀라고 멀쩡하겠는가.
“이익…!!”
다나는 반항하듯 욱씬거리는 아랫배를 붙잡았다.
─움찔♡!
그러자 현실의 몸이 짧게 떨며 다시 절정했다. 화면 속 저능아 색정광의 치태에 호응하는 것처럼 다나의 자궁에 쾌감이 찔러들어왔다.
“─욱♡”
바르르르……♡!!!
현실과 꿈속의 다나는 서로 연결된 것처럼 같은 모습으로 절정했다.
퓨우우우…♡
배를 붙잡고 수그리고 앉아서는, 손도 발도 못 쓰고 가버린다.
의자의 시트가 젖어들었다. 허리를 수그리고서 아랫배를 붙잡은 다나는 힘껏 다리를 조여봤지만 쾌감은 가실 줄을 몰랐다.
“하아, 하아♡! 흐으으, 하으…♡”
절정의 여운에 떨던 다나가 힘겹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후에에엑♡ 아우으으? 헤? 휴우욱♡
쪼륵, 쪼르르르…♡
화면 속의 다나는 조금의 인내심도 없이 절정을 반복해댔다.
“이, 이 병신 같은 빡대가리년 진짜아아……!!”
화면 속의 허접 보지를 욕하려는 순간, 다시금 자궁에 익숙한 이물감.
“……아.”
─푹♡! 푸슛!
굳어버린 상체를 걷어차서 펴려는 듯한 쾌감이 허리를 두들겼다.
“오으으으으으으윽…♡!!”
부들부들부들…!
등받이에 등을 눌렀다. 손잡이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허벅지가 망치에 맞은 오징어처럼 쫙 펴지며 발끝이 배꼽보다 높은 곳까지 빳빳하게 올라갔다.
“흐으, 흐으, 흐으…♡!”
망할 년. 병신년. 조루라는 말로도 모자란 허접 주제에 자지에만 미쳐서는.
다나는 흐윽흐윽 숨을 몰아쉬며 바지 속에 넣은 손을 꺼냈다. 흠뻑 젖어 있다.
연출 공부고 뭐고 가능할 리가 없었다.
이래서는 자신의 치태를 보면서 뇌를 절제당한 듯한 저능아가 자지에 박히면서 조수를 뿜기만을 기다리는 무간지옥이었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나마 참으려고 들 수 있는 그녀의 정신은 이 꿈속 감옥에 제 발로 갇히고 만 상태였으니까.
“씨발, 씨발, 씨발…♡”
하다 못해 기절해서 편해지기를. 다나는 자신을 몰아붙이려는 것처럼 흥건해진 손가락으로 뻐끔거리는 보지를 일사불란하게 쑤셨다.
‘기절만 하면, 계속 가버려서 기절하면 적어도 그동안은 편해질 거야…♡!’
기절해서 깨어난 꿈속에서 다시 기절할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절해, 기절해라…♡! 빨리, 빨리잇…♡!”
─쮸왑쮸왑♡ 푹푹푹푹♡
퓨샤사사사사샥─♡!!
“응오으으윽…♡♡”
한쪽 다리를 끌어안고 벌어진 보지를 쉴새없이 몰아세우던 다나가 간신히 숨을 고를 수 있었던 건, 노르드가 섹스를 멈춘 1시간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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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펼쳐진 연극의 퀄리티는 장안의 화제로서 회자되며 놀라운 반향을 낳았다.
관객들이 얼스터의 신화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연출력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의 것만 같다고 전해지며, 축제 내내 일주일 가량 밤낮으로 2회씩 공연해 달라는 요청마저 받아냈다.
훗날 전해지는 연극의 이름은, [에린의 휘광].
안타깝게도 연극의 주역을 맡은 배우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얼스터 신화체계의 주신이란 남신의 모습은 브리타니아의 어떤 백작을 몹시도 닮았었다고 전해진다.
〈네!! 지금 얼스터 신화의 동화를 구매하시면, 노르드 울프헤딘 백작님의 서명이 무료랍니다!!〉
〈광명신 오의, ‘더 카타스트로피 랜스’라고 써 주세요!!〉
〈꺄아아!! 백작님!! 저는 ‘감당할 수 있겠나? 이 빛……’이라고 써 주세요!!〉
〈하, 하하……. 물론입니다. 신분 차이 같은 건 신경 쓰지 마시고요.〉
혹자는 이 연극이 발족한 계기가 당시에 있었던 기다란 사인 행렬과 마찬가지로, 같은 축제 중에 판매된 책을 홍보하기 위한 선전물에 불과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단지 그럼에도 5년 후에도 회자되기를, 이때가 아니었다면 얼스터 역사학이 주류 학문으로 올라서는 건 결코 불가능했으리라는 게 식자들의 총평이었다.
같은 시기 판매되던 만언신 신화에는 끝내 이길 수 없었지만, 그 동화책이 얼스터 인들의 인식을 개선시킬 기초를 다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째서 나는 기분 좋은 데이트 날에 팬 싸인회 따위를 열게 돼 버린 것이지.”
“멱을 따버리기 전에 얌전하게 홍보나 계속해, 미스터 도청남.”
그러나 그 연극을 만든 장본인이 꿈속에서 흠뻑 젖은 하반신을 훤히 드러내며 연출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훗날의 역사에는 전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