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929화 (927/1,009)

***

《이건 또 심각하네요.》

─흠칫! 내 말에 몸을 떠는 공방장.

하지만 가엾지는 않았다. 불쌍하다기보단 우리 집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해대는 새끼한테 쌍욕을 퍼부었더니 놀라갖고 날 돌아보느라 오줌보를 내 쪽으로 싸갈긴 듯한 좆같음이 느껴질 뿐.

나는 조립 단계의 골렘의 팔을 집어들었다.

《골렘은 소모품입니다. 수요도 많으므로 저희 듀나미스 공방 혼자서는 공급에 차질이 생깁니다. 따라서 여러분들께도 원자재를 공급하고, 협력을 부탁드린 건데──》

─푹!

내가 골렘 암의 팔꿈치 반대편 오금을 찌르자, 팔뚝은 뽑혀 떨어졌다.

취약해지기 쉬운 만큼 최고로 공을 들여야 하는 관절부가 이런 퀄리티라.

지랄 났네. 파워레인저 장난감도 이렇게 처참한 내구도는 아닐 거다.

《이래서는 곤란하죠. 저희랑 장난치십니까?》

내가 질문하자 공방장은 식은땀만 흘렸다.

시간은 늦은 밤. 이때까지 듀나미스 공방의 아래도급 업체 몇 곳을 돌아본 나였지만, 이 공방만큼 상품 수준을 처참하게 망쳐놓은 곳은 처음이었다.

식은땀을 흘려대는 공방장. 나는 눈을 반개했다.

‘이 장사는 국민 정서가 얽힌 국책사업이다.’

흑마법사 대마왕 에퀴녹스를 퇴치한 영웅이 흑마법사를 말살할 방법으로써 전해준 기술이다. 물론 전해줬다기엔 돈을 받고 파는 거긴 한데, 지금은 잠깐 넘어가고.

사업가들이 소비자 알기를 개돼지로 안다지만, 벌써 수작질을 부린다고?

‘우리가 업계의 생태계 교란종이래도 기술력을 빼돌리거나 이미지에 먹칠을 하려 들기엔 좀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은데.’

병신들의 머릿속은 감히 상식으로 재단할 수가 없다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살짝 도가 지나치다.

이 국책사업에 초를 치다 실패하면? 시민들이 ‘저 새끼 흑마법-빨갱이다!!’ 하고 사생부에 적는 날엔 그날부로 공방에 셔터 내려야 한다.

짱돌과 계란이 날아오는 불매운동 블랙리스트.

이런 실력 하나만 믿고 사는 영새 공방의 공방장에겐 데스노트에 ‘NTR물로 딸치다가 테크노 브레이크로 복상사’ 라고 적히는 것만큼의 타격이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변명도 하지 않는 그의 사죄에 나는 팔짱을 낄 수밖에 없었다.

이 씹새가 양심이 모친과 함께 출타하여 조실부모한 인생을 보내오느라 후천적 싸이코패스가 된 게 아니라면.

그리고 공방장을 연기하는 오스카 상 후보감의 배우가 아니라면, 저 사죄는 진심으로 보였다. 거 말뿐인 사과라면 누구라고 못하겠냐만은.

─나의 그대여. 이 공방의 품질 하락은 원자재 차원의 문제니라.

내가 고장 낸 골렘의 팔을 살핀 베로니카의 심념이었다.

─원자재 문제라고? 재료는 우리가 공급하는데?

─모든 재료를 다 공급하느냐?

─……설계도랑 사용할 재료 정도는 정해둬도, 일부나마 공방에서 알아서 보충해야 하는 재료가 아예 없진 않지.

당연한 것 아닌가. 프렌차이즈의 기본은 획일화니까.

그렇지만 이 세상은 교통이 수간충에게 좆 박힌 암탉처럼 뒈짖해버린 이세계. 게다가 여긴 한층 더 운송 길드가 힘을 못 쓰는 사막이다.

사막의 기후, 토지적 문제는 생각보다는 심각한 게 아니다.

‘문제는 늘 몬스터랑 도적이지.’

어둠의 유희도 아니고 천년 퍼즐도 없으면서 좆대로 부활하는 언데드부터 온갖 몬스터가 한둘이 아닌 마당에, 미스릴 같은 탐나는 물건을 옮기면 그걸 노릴 도적도 나온다.

그래서 보급 소요를 줄이고자 일부 품목은 자체 공급에 맡겼다.

특히 연금술 길드 등에서 구매 가능한 품목들은 말이다.

‘……알 만 하군.’

나는 팔짱을 풀고 말했다.

《현지의 보급에서 소요가 생겼습니까?》

오늘 처음 만나본 공방장은 대답을 아꼈다.

하지만 부정하지 못하는 건 베로니카의 예상이 정답이라는 걸 의미한다. 톡톡, 나는 사탕을 하나 꺼내서 입에 던져넣었다.

사찰 중이니 무례한 짓이지만, 오늘이 좀 당이 땡기는 하루였거든.

《어떤 이유로 말을 아끼시는지는 모르겠는데, 귀하의 사정을 모른들 저희 일이 바뀌진 않아요. 고의로 사업에 초를 치는 종자들에겐 값을 치르게 할 겁니다.》

《……고, 고의는 아닐 겁니다!》

아니 씨발아 말을 하라니까.

나는 골렘 파편을 작업 테이블에 튕겼다.

《묵비권이 귀하를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3분만 더 기다리죠.》

《……알겠습니다.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공방장은 입을 열었다.

***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랬다.

《연금술 길드 지부장이 귀하의 존부인이신데, 부인께서 염가에 도매하던 골렘 관절부의 재료가 최근 얻기 힘들어졌다. 납기를 맞추려고 재구매를 기다리지 않고 강행한 게 골렘의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개운한 표정 짓지 마십쇼. 싸잡아서 고발하고 싶어지니까.》

씹새야 뒤질래? 결국 느그들 부부가 가라쳤다는 거잖아.

자고로 한국에서 빵 좋아하는 사람이면 알지만, 가족경영이란 게 돈 뽑아먹기 얼마나 좋던가. 이 세상에 담합이 아무리 많아도 그중 으뜸가는 담합은 역시 내부거래지.

《범죄행각 수준만 아니라면 중간에서 얼마나 떼먹었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아, 당연히 나중에 고발은 할 거다. 시발 존나게 귀찮지만 이 씨팔년놈들도 엿 좀 먹어야지. 근데 일단 공급은 받고 나서.

감사원으로 변장한 나는 장탄식을 내쉬었다.

《이 동네에서만 문제가 생길 리는 없죠. 운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군요.》

연금술 길드의 다른 지부가 결탁해서 이 양반들 부부를 조지려 들었다? 상기한 데스노트-NTR딸 가설에 의하면 가망 낮은 추리다.

혹시 진짜여도 증거를 말소할 방법은 더 편한 게 있을 것이니까.

‘사막에서 운송하는 중에 습격했군.’

행상인들이 피를 봤거나 ‘어 왔냐? 가져가’ 같은 뒷거래가 있었겠지.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문제가 된 적 없는 남의 길드에 골렘을 호위로 붙여줬을 리 있겠냐. 연금술 길드의 하청 행상인들을 노렸다면 원자재 공급에서 차질을 낳기는 충분하지.

《……우선 귀사에서 제작한 골렘 중 기준치를 채운 개체만 남기고, 나머지는 분해해서 문서화해 주십쇼. 저희가 보낸 골렘들이 회수할 겁니다.》

《예, 예!》

《장기적으로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들과 정기 호위 계약을 타결할 건지도 숙고해 보시고, 알리씨크 지점에 타진해 보십시오.》

지금까지는 문제가 안 됐으니 냅뒀지만, 문제가 생겼으니까 돈 받고 호위 서비스를 파는 수밖에. 연금술 길드 지부장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대며 내 통장에 돈을 꽂아주지 않을까.

정비 소요? 느그 남편이 전문가니 알아서 하렴.

‘그 호위마저 뚫리면?’

그건 그것대로 답이 나온다.

흑마법사 토벌에 쓰이는 고기동(高機動) 골렘도 해치운다? 그럼 빼박 흑마법사 떼다. 파라오한테 군대 보내줘요 힝잉 하면 해결되든가 하겠지.

우리는 그렇게 개인 컴퓨터 수리점처럼 바가지, 시세 차익 등을 염치없이 저지르는 공방장 씹년과 작별하고 나왔다.

아스트레완 연맹에서 나온 양반들이 조만간 군납비리 저지른 행보관을 본 연대장처럼 대가리를 깨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열일하렴.

“후…….”

나는 그렇게 한숨을 쉬며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외쳤다.

“이 씨이이빨!!!! 애미 터진 빼먹충 새끼들!!!!!!!”

크롸롸롸롸─!!!

내가 거대원숭이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끼에엥 끼에엑대자 사탕을 낼름대던 반은거인 창세신 양반께서는 기겁하며 놀랐다.

“쟤, 쟤 왜 저래? 이 동네 사탕에 뭐 이상한 거라도 들어있나?”

“요즘 좀 얌전했습니다만, 저희 주인님은 원래 저런 분이옵니다.”

“히이. 인간 무서워……. 광기의 권화야…….”

베로니카의 해설에 로키가 와 리을리? 거리든지 말든지, 나는 길길이 날뛰었다.

“부랄 축 늘어진 씨부랄년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키타이 외노자를 괴롭혀?!!!! 우리 공방 피노키오의 연골을 빨아먹다니, 니미 수간 부산물 개새끼들!!!!!!”

─붕붕붕붕쯔쯔쯔쯧!!

분노에 눈이 먼 나는 끼에엑거리며 허공에 펀치 연발을 날려댔다. 권압에 공기가 찢어지며 소닉붐 같은 파공성을 일으켜댔다.

“베로니카야. 저거 어떻게 말리니? 냅뒀다가는 이 동네 유리창 다 깨질라.”

“조용히 시키겠사옵니다.”

베로니카는 미쳐 날뛰는 나를 뒤에서 안았다.

─말캉. 마초의 등짝에 닿는 보드라운 젖 한 쌍.

“뎃.”

나는 진정제를 투약받은 것처럼 멈췄다. 네페르티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뿔 엄마, 노르드 다루는 게 능숙해. 연륜 차이.”

“여, 연륜이라고 하지 말거라. 싫은 표현이군.”

“빅찌찌 원터치로 멈추는 가짜 광기 쉑.”

지방방송 꺼라. 팔짱을 끼는 척 베로니카가 날 못 놓게 붙잡고 입을 열었다.

“아빠가 댕댕이고 엄마가 개박힘이라면 놈들은 늑대인간이나 다름없지.”

그리고 트롤 킹 호르샤가 보여줬듯이 몬스터와 교수는 개와 늑대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근친종.

몬스터에게 죽음을. 교수에게 죽음을.

“당장 찾아내서 족쳐놓자. 1시간이면 충분해.”

사막에 숨었다고? 내가 각 잡고 찾으면 못 찾을 것 같음?

초인 1명이 몸을 축내가며 해결하는 건 문제의 해결이 안 되는 위선적인 사고방식이다. 굳이 내 삶을 내던져서 악즉참을 실행하라는 개논리에는 중지로 회답할 것이다.

‘근데 빼먹충 새끼들은 나한테 피해를 줬잖아?’

심지어 그냥 빼먹충도 아니다. 배달원의 오토바이를 털어간 진성 진상 놈들일지도 걸지도 모른다.

부모 등골을 빨아먹는 패륜아 새끼들이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가 세상을 하직하자 똑같이 야들야들하고 후루룩 빨아먹기 좋은 골렘 연골을 노린 게 분명하지 않은가.

로키는 젤리 같은 사탕을 우물댔다.

“그게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되는 건 알지?”

“알 게 뭐람. 이 동네하곤 하청 계약 끊을 건데.”

저런 새끼는 이세계 장사치의 평균이지만, 달리 말하면 평균 근사치 새끼들이랑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더 인성 빻은 착취 수단을 쓸 때도 아니고.

시민들 등쳐먹다 삐끗해서 인생 조진 혐성놈들 미래에는 관심 없다.

“나의 그대여. 그대가 원한다면 가긴 하겠다만, 우선 귀가하자꾸나.”

내게 손을 잡혀서 찌찌 진정제를 과다투여 중인 베로니카가 말했다.

“다른 아내들이랑 같이 가는 게 나을 성 싶다.”

“엥? 그냥 칼 좀 쓰는 동네 양아치들 상대로 뭘 풀 파티로 가냐.”

좀도둑 늑대인간 새끼들도 여신이 서식지에 4명이나 강림하면 오줌을 지리다 못해 피똥을 쌀 게 분명하다. 천벌에도 정도가 있지.

“잔말 말고. 응?”

하지만 베로니카가 얼굴을 비비며 말하자 얼마 없던 궁금증이나 거부감은 싹 가셨다. 그래. 우리 시종님이 집에 가자는데 가야지.

“그래, 가자. 여기 동물들한테 일감만 던져두고.”

나는 파티랑 같이 사막의 거칠고 하드보일드한 동물들에게 뇌물을 돌렸다.

“찌익!! 찌찌 쮸쮸 쫘찌!! (우오오오!! 이 맛있는 먹이는 대체 뭐냐고!!)”

“아아, 그건 「과일」이라는 것이다.”

너희 모래밭 생물들은 맛보기 힘든 것이지.

동물들은 과즙 넘치는 과일을 맛보고 내 정보통 역할을 앞다둬 자처해줬다.

“역시 드루이드의 권능은 참 편리하다니까.”

“그거 내 권능이거든?”

만언신 씨의 군소리를 끝으로 귀가하려던 찰나. 내 귀가 거리에서 이상한 대화 소리를 붙잡았다.

《아낙수나문? 그게 누구인데?》

《모르냐? 아비주-소하그에 머무는 젊은 귀족 마담이랜다.》

일용직인 듯한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콩 쪼가리를 안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머리가 사막의 태양광 앞에 훌러덩 벗겨져 버린 듯한 헤이아치 컷 청년이 말했다.

《그 마담이 뭐 어쨌길래 소문까지 돈대냐?》

《아니 글쎄, 어린 아들이 있는 귀족 나리께서 재혼 상대를 찾는다는 거 아니겠냐. 팔자가 피고 싶은 모질이들이 인생역전을 꿈꾸는가보더라.》

《끌끌. 병신들. 애 딸린 유부녀라도 귀족인데, 망상도 유분수지.》

나랑 네페르티티는 눈이 맞았다.

네페르티티는 드물게도 눈을 깜빡거렸다. 딱히 의심하지도 않았지만, 역시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3초쯤 고민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재밌는 이야기구려. 내게도 들려주겠소?》

─드르륵. 의자를 당기고 착석. 일용직들은 나름 간이 큰지 눈만 찌푸렸다.

《이보셔, 아저씨. 뭐 하는 양반이길래 술자리에 끼고 지랄이야?》

《이런 양반이지.》

나는 은화를 꺼내서 올려두고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제일 좋은 맥주 3잔 갖다주시게!》

《네!》

술잔이 올라오자 일용직 브라더즈는 바로 빵끗 웃었다.

《이 형님이 뭘 아시네. 안주 더 시켜도 되지?》

《좋지. 식사는 했나?》

《이 집 따메이야랑 케밥이 그렇게 맛있더라.》

《주문하시게. 난 벌써 먹었으니 됐고.》

구라다. 집에 가서 아내님들이랑 먹을 생각이라 땀내나는 노가다 행님들이랑 채워넣을 건 맥주로 충분할 뿐이다. 나는 술잔을 들이키고 말했다.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던데.》

《마담 아낙수나문 얘기야? 크크. 관심 있냐?》

《그럼. 아들이 있다면애부터 공략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나. 그래, 아들 이름은 뭐라고 하는가?》

일부러 병신 같은 말투랑 저렴한 대갈통을 어필한 보람이 있었는지, 그들은 별종을 보는 얼굴로 낄낄대다가 맥주를 원샷하고서 말했다.

《이모텝이라더라. 웃기는 이름이지?》

《……음. 신박한 이름이긴 하군.》

나는 맥주를 들이키고 일어섰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람, 씨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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