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척척석사 노루-941화 (940/1,009)

***

쿠웅─! 나우넷의 거체가 옆으로 쓰러졌다.

뱀 같던 육신은 내 심폐정지술이 작렬한 위치를 중심으로 꽃처럼 찢어졌다. 바람은 나의 통제대로 전신을 헤집었기에 급소가 없어도 소멸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르륵.

내가 갈긴 바람의 여파일까. 마치 풍화되는 돌 무더기를 수백 배로 빨리감기한 것처럼 무너지는 나우넷. 나는 내게 깨달음을 준 스승에게 묵념했다.

《기다려! 사라지지 마라! 너에게 물어봐야 할 게 남았단 말이다!》

클론들을 장사 지내준 만디사가 안색을 바꾸며 달려들었다. 그런 그녀를 네페르티티가 붙잡았다.

《이거 놔!》

《닿으면 기억을 잃어. 그렇게 말한 건 당신.》

《나는 괜찮다! 아니, 기억쯤 없어져도 돼!》

살짝 인상을 쓰는 네페르티티와 난동을 부리는 만디사. 나는 죽어가는 나우넷을 가만히 바라보다 등 뒤로 손짓을 했다.

《상관없어요. 와도 됩니다.》

《분석, 다 했어?》

《네. 조각난 덕분에 구조가 보기 쉬워졌네요.》

해체된 기계가 오히려 용도를 알기 쉽잖은가.

권능을 분석하기 쉬워졌기에 나는 만디사에게도 접근 허가를 냈다.

《이제 기억을 뺏길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게 사실인가? 고맙다.》

《아니 근데 잠깐, 뭐 하시게요?》

감사 인사를 하고 나우넷에게 다가가는 그녀를 잠시 만류했다. 말 좀 하고 가라 시발. 왜 이 나라 여자들은 다 독종이거나 사회성이 바닥을 기냐고.

만디사는 순간 눈썹을 모았다가 표정을 풀었다.

《……그래, 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겠지. 말 몇 마디 하고 가는 시간도 아까워 할 만큼 염치가 없지는 않다. 뭐가 듣고 싶지?》

《뭐긴요. 시체에는 왜 달려듭니까?》

《말했잖나. 나우넷은 야트라우 강의 화신이며 기억을 관조하는 신적 존재다. 이 진흙을 헤엄친 이는 잊어버린 기억, 영혼에 새기지 못한 과거를 되살릴 수 있어.》

《잊었던 기억이요?》

그게 만디사가 나우넷을 쫓는 이유였나?

모험가 일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역시 목적이 있긴 했었는가 보다. 이제 와서라도 말해줬으니 딱히 악감정이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 사람의 기억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쭉 영혼의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고 하지만, 그런데도 절대 기억해내지 못하는 과거는 분명 존재한다.》

《기억상실 같은 걸 말씀하십니까?》

《그건 일부에 불과해. 예컨대 너는 네가 잠을 잘 때, 침대맡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아나? 싸우다 기절한 동안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죠, 그야.》

뇌가 잠들어 있으니 기억이고 뭐고 남겠냐고.

혹시 아내님들이 매일 밤 나도 눈치채지 못하게 수면 강간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도, 잠에서 깬 적 없는 나는 모를 수밖에 없다.

아니 뭐, 날 안 깨우고 덮칠 정도의 은신능력을 가졌을 리가 없긴 한데.

그게 되면 우리 아내님들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암살자 집단이게.

《나는 나우넷에게 물어봐야 할 게 있다. 직접 보고 나니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포기했지만, 의지를 잃고 육신과 힘만 남았다면 별 문제는 아니다.》

만디사는 아직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나우넷의 진흙을 퍼올렸다.

《강물은 흐르는 기억이다. 내 영혼조차 기억 못 하는 육신의 기억을 엿볼 수 있어. 설명이 더 필요한가? 아니라면 다녀오게 해 줬으면 좋겠군.》

《아뇨, 됐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았으니.》

셰이드의 꿈에서도 내가 모르는 기억은 되살릴 수 없긴 하다.

그런 면에서는 나우넷의 권능이 더 뛰어나기는 한… 모양…?

‘시발, 잠깐만?’

─콰광!! 내 엘리트한 대갈통 속에 번개가 쳤다. 나는 그 아이디어를 말로 체화하기도 전에 황급히 베로니카에게 외쳤다.

“베로니카! 이 진흙 장기 보관 가능해?!”

“어? 어어? 기, 기다려 보거라. 지금 우리 신께 물어보겠느니라.”

느그 신은 나잖아. 남편과 남편 쥬지를 신처럼 섬기는 육변기 무녀야.

“음, 으으으음……!”

뿔과 눈을 빛내며 권능을 펼친 베로니카가 눈을 반개했다.

“가능하겠구나. 하지만 오래는 못 한다. 해 봤자 몇 달 정도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점차 열화하고 소멸할 듯 보이는군.”

“완벽해! 그 정도면 됐어! 당장 보관처리 좀 해 줘!”

“잠시만요, 선배! 설마 선배도 보고 오시게요?!”

감이 좋은 후배는 싫어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야 해. 이건 진짜 전혀 예상 못 한 절호의 기회란 말이야.”

오딘의 눈은 위기는 알려줘도 기회는 알려주지 않는다.

존나 나우넷을 잡으러 오길 잘 했다는 생각과, 내가 씹새끼여서 그냥 무시하고 가 버렸으면 어쩔 뻔했냐는 안도감으로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회라니? 알아듣게 설명해라, 남편놈아.”

“알겠어? 잘 들어.”

내가 간단하게 설명을 마치자 아내님들은 별 수 없다는 듯 침묵했다.

“……제기랄. 알았어. 네페르티티? 저 화상 얼굴 폭력녀한테 진짜 안전한 거 맞냐고 물어봐. 아니, 그냥 나도 같이 갈게.”

《……만디사. 안전해? 같이 볼 수는 없어?》

《모른다. 안전한 건 확실하지만 믿지 않겠다고 말한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어차피 나도 네 남편이 기억을 뺏길 일 없다고 말한 걸 증거없이 믿고 있으니.》

만디사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이빙했다.

풍덩─!

커다란 진흙 덩어리기는 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안이 훨씬 넓은지 만디사는 가라앉기라도 한 것처럼 사라졌다. 나는 다나에게 말했다.

“같이 가는 건 상관없는데, 어차피 기억 속이니 위험하진 않을 거야.”

“……흐음. 다나, 갔다 오게 허락해 주자꾸나.”

의외로 베로니카한테서 허가가 나왔다. 나는 꽤 놀란 눈으로 바라봤는데, 그러자 베로니카는 세상 친절하게 웃으며 자기 목을 가리켰다.

“뎃.”

나는 그 수신호에 뒤늦게 내가 목에 차고 있는 쵸커를 떠올렸다.

“딱 30분이다. 그보다 늦으면 거기서 건져내든, 찾아가든 할 테니 안심하고 다녀와도 좋다. 나는 지옥 끝까지라도 찾아갈 그대만의 무녀이니.”

“어떤 무녀가 신을 멱살 잡아서 끌고 와? 너는 좀 더 신앙심을 가져야 해. 못난 필멸자 같으니.”

“네가 할 말이니? 뭐야? 내 권능으로 입 밖으로 뱉는 말이 전부 성희롱으로 바뀌도록 저주를 걸어줬으면 함을 암시?”

태초신 할매는 아가리나 해.

“아무튼 다녀올게! 30분이지? 존나 넉넉하네!”

나는 대충 진흙 더미를 밟아보고 다이빙했다.

풍덩─!

나우넷의 안은 마치 파란 물살 같았다. 내가 두 눈을 반개하며 앞으로 나아가자 풍경은 삽시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바깥이 달라졌군. 나가면 되나?’

돌아오는 방법이야 오딘의 눈으로 분석하면 될 일.

나는 물을 강하게 디뎠다. 체중에 비해 강력한 힘과 마나의 작용이 수상비… 아니, 블루 워크를 펼치며 내 몸을 물살 밖으로 발사했다.

“이얏호우-! 마-리오!”

띠요옹─! 3연속 공중제비를 돌며 착지.

물기를 닦으며 주변을 보자, 부산 앞바다였다.

“부산? 내가 부산에 가 본 적이…… 아.”

한 번 있다. 전역하고 군 동기에게 그 유명하기 짝이 없는 부산 풀코스를 받아보러 갔었지. 존나 국밥이랑 맛집 투어에 가깝기는 했다만.

사람들은 존나 수상한 판타지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셰이드의 꿈 덕분에 익숙한 모습이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찾아야 하는 건 뻔하다.

“마! 니 오데로 갔나?”

저기군. 찾던 사람을 발견한 나는 발레리나처럼 회전하며 전봇대에 착지했다. 현대를 배경으로 이 신체능력을 펼치니까 S급 헌터가 된 기분이에용.

─오로로로로로롱!!

내가 발견한 검은 머리 짐승은 근처 벽을 짚고 헛구역질을 하는 중이었다.

술에 꼴아 있어도 변함없이 잘생긴 절세의 미남!

난가? 나다!

“스애끼, 잘 생겼군.”

노르드 울프헤딘이 되기 전── 아니, 노르드가 되기도 전의 강북호였다.

머리카락 길이가 대한민국 병장 평균을 좀 넘는 길이다. 전역한 직후겠지.

─야, 너 그냥 우리 집에 와서 자지 그러냐?

─아 지랄 노. 술 꼴아서 찾아뵈면 너희 부모님들한테 죄송함. 선량한 시민인 강북호는 죄책감에 밤잠도 설칠 것이야.

─병신이 말하는 걸 보면 인사불성은 아니네. 너 모텔은 기억 남?

─택시 잡으면 되지 씨발. 간다.

동기 놈에게 뻐큐를 날린 병장 만기전역 강 씨. 절세의 미남이며 인품과 매력까지 갖춘 꼴마초는 절도 있는 개나리 스텝으로 모텔로 귀가했다.

나는 떠오르기 시작하는 태양을 보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저 태양이 마지막으로 보는 거라니 싫군.”

시기는 전역하고 몇 주쯤 뒤.

이 날이 내가 지구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었다. 아무튼 진짜 ‘태양’은 근 4년 정도 못 봤다. 저기 세계수의 차원에 떠오르는 태양은 나한테 있어선 짭이라고.

어차피 저걸 내 눈으로 다시 볼 수 있을 가망은 거의 없기도 하고.

“쯧.”

평범한 인간을 그만둔 내가 새삼 떠올리기에는 좀 구태의연한 상념이다.

나는 혀를 한 번 차서 붓싼의 인도를 주파하는 개나리 스텝 취객을 쫓았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간단하다.

‘이세계로…… 세계수의 차원 중 하나인 【중간 가지】로 향한 방법.’

나는 그걸 알아내고 싶어서 나우넷의 힘을 빌린 것이었다.

‘우발적인 사고라고 오딘과 사티스는 말했지.’

가끔 두 세계를 오가는 생물들이 있었다던가.

그래서 지구와 【중간 가지】는 서로 닮은 곳이 더 늘어났다고 말이다.

“하지만 정확한 방법은 몰라.”

나는 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이세계에 있었다. 심신 모두 멀쩡하게 이동했다는 건 어떤 통로나, 구멍 같은 걸 통해서 왔으리라고 추측된다.

“그 방법을 확인하고, 일시정지해서 이 눈으로 관찰하면.”

차원 이동 연구에 폭발적인 가속력이 붙는다.

“집에 편지 한 통 정도는 보낼 수 있겠지.”

부모님한테 불꽃 효자 노릇을 하는 것도 4년이 지났다. 군대를 포함하면 거의 6년 내내 효도라고 할 만한 걸 못한 연옥 마초 강북호 아닌가.

살아있다는 편지 정도는 보내드리고 싶고, 나랑 같은 목적을 가지고 차원 연구를 하던 아셰라드한테도 분석결과를 보내주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과거의 자신을 관찰했다.

“……데뎃?”

그런데 저 병신이 비틀대다가 도저히 못 걷겠단 것처럼 난간에 기대서 쉬는 게 아닌가? 하긴, 저 시절이면 군인의 퓨어한 오장육부가 알코올 맛에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일 것이다.

‘좀 기다려야 하나? 30분밖에 허락 못 받았는데.’

유부남의 비애를 생각하며 조바심을 내는 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7대 1로 자박꼼 시키고 오는 거였는데.’

우리 아내님들은 내 목숨이 걸린 일만 아니라면 보지 스쿼트, 교배 프레스, 들박 리프트 풀 세트로 3대 500쯤 쳐주면 남편한테 절대복종하니 말이다.

그렇게 초조해하던 탓이었을까.

나는 그 직후 벌어진 일에 순간 반응이 늦었다.

기우뚱….

─뎃?

난간에서 좀 쉬다가 일어난 병신이, 갑자기 훅 일어나며 생긴 혈압 차이를 못 견딘 것처럼 난간 뒤로 몸이 넘어가는 게 아닌가!

─뎃데로게~!!

“어? 이 씹, 야!! 이 씹참피 색갸!!”

풍덩─!!

기어이 강븅신 새끼는 부산 앞바다에 해수욕을 즐기러 떠나버렸다.

“아오, 저 병신 진짜!”

냉큼 전봇대에서 점프하면서도 나는 내심 적지 않게 당혹했다.

‘내가 바다에 빠졌다고? 기억에 없는데?’

설마 나도 기억상실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고 ‘부검의님 이 시체 웃는데요?’ 엔딩일 리도 없고.

‘하지만 이세계에 막 떨어졌을 때, 몸이 젖었던 느낌도 없었어.’

1초를 10초처럼 쪼개서 사용하는 초월자의 뇌. 그 엘리트 대갈통이 샬롯 홈스 못지 않은 추리를 펼치고 가능성을 쳐내가며 정답을 간파했다.

‘……니애미 미친, 설마?’

꼬르르르르─!

거품을 내며 바다에 잠수하자, 힘없이 가라앉는 병신이 보였다.

아니, 달랐다. 가라앉는 게 아니었다. 내 육신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끌려가는 것처럼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어둡다.’

아무리 밤이래도 전봇대도 많고, 배도 몇 척쯤 라이트를 켜고 돌아다니는데 수심에 비해 너무나 어두컴컴했다. 나는 오딘의 눈을 발동했다.

삐에에에에엑─!!!!

하얀 까마귀가 어둠을 걷고 나아간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내 몸은 젖지 않았다. 마치 귀중한 걸 감싸려는 것처럼 어떤 유형의 에너지에 감싸인 채였다. 그 힘에 이끌려서 바다에 떨어지고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미약한 힘이 몇백, 몇천 km 밖에서 작용하고 있어서 미약하게 느껴진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그게 이 ‘검은 손길’을 뻗은 년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이라는 것도!

“……씨부랄?”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몸에 딱 맞는 듯 아늑한 느낌에 쿨쿨 자던 병신의 주변에 ‘검은 손길’조차 원하지 않았던 공간의 왜곡이 발생했다.

마치 최대한 조심하는 손길에도 비눗방울이 펑 터져버리고 마는 것처럼.

──────!

소리조차 되지 못하는 초음파 같은 울음소리.

검은 손길은 술에 꼴은 병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움직였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공간이 단절되고 내 육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한순간에 벌어진 우발적인 자연현상을 나의 눈은 빠짐없이 관찰했다.

라리루라의 권능, 【보천의 편자】처럼 차원을 다루는 기술을 자주 봤기에 이해는 빨랐다. 이제 적당한 기자재와 시간만 있다면 지구로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그저 과거의 내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볼 뿐.

내가 있던 자리에 남은 건 싹둑 잘려나가고 만 검은 손길들이 전부다.

과거의 내게 촉수 일부를 감았던 탓에 차원막의 파괴와 재생에 휘말려서 소멸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소멸한 촉수들은 내게 흡수되었겠지.

내가 가진 어둠과 음의 마나의 적성은 높다.

흡수되고, 내 일부가 돼서── 이 눈을 개화할 때의 양분이 된 것이다.

나를 꾀어내고 유혹하던 손길의 주인이 그렇게 되길 바랐기 때문에.

──────…….

길고 구슬픈 심념이 바다에 울려퍼졌다. 바다를 헤엄치던 모든 생물들은 공포에 떨며 도망치거나, 두려움에 생존본능조차 포기한 것처럼 죽어나가며 뒤집혔다.

그것은 고래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통곡하는 여인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 울음소리는 어느 순간 뚝 그쳤고.

【──지ᚾᛟ금, 거기ᚦᛖ 있:ᛃᛟᚢ구나?】

사랑하는 남자의 무사한 소식을 들은 연인처럼, 환희하는 웃음이 들렸다.

─번뜩.

심해의 어딘가에서 형광색의 안구가 떠올랐다.

그 안구는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수년 이후의 미래가── 시간을 넘어 나우넷을 쓰러트리고 이 과거를 보러 온, 미래의 ‘노르드 폰 울프헤딘’이 보이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거대한 안구와 눈을 마주친 나는 눈을 반개했다.

【뭘 꼬라봐, 스토커 년아.】

대머리 문어 대가리는 암컷이어도 사양이다.

휙 당긴 팔에 힘을 줬다. 내 손에 내 일부이자 분신인 브류나크가 피어났다.

【씹년이 어딜 만져!】

─촤아악!!!!!

거센 폭풍을 감긴 브류나크를 휘두르자, 심해는 반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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