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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치지지지직…!!
때는 늦은 새벽. 아침 해가 뜨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심야에 나는 토르의 신좌를 건드리고 있었다.
풍요신의 장갑을 낀 손으로 금고의 잠금을 푸는 것처럼 슬쩍슬쩍 좌로 우로 틀어대는 나.
이 장갑, 벼와 쌀을 분리하는 마법이 지나치게 강력하게 부여된 성물과 내 마법 솜씨로 신좌에서 묠니르만을 분리하는 중이었다.
‘용접이라도 하는 기분이군.’
정작 하고 있는 건 정반대였지만, 스파크가 막 튀기며 어두운 방을 밝게 밝히니 유독 그랬다.
혹시나 화재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실험실까지 왔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다. 내 방에서 했다면 100% 뭘 태워 먹든가 했을 만큼 불똥이 거칠게 튀었으니까.
쭈욱─!
신좌에서 우뚝 솟은 손잡이를 엑스칼리버 뽑듯 잡아당겼다.
파지지직─ 꽈릉!!
내가 잡아뽑자 망치는 낙뢰처럼 벼락을 뿜었다. 번개가 팔을 감싸면서 건틀렛 모양으로 응축됐다. 이 건틀렛에도 무슨 이름이 있댔는데.
뭐더라, 야른그레이프르? 게르마니아식 이름은 복잡해서 외우기 힘들다. 묠니르랑 궁니르처럼 성 빼고 똑같이 붙여주면 좀 좋아?
“흐음.”
내가 간섭하자 건틀렛과 묠니르는 해리 포터의 이마 흉터 같은 번개 모양의 뇌정으로 압축됐다. 손에 쥐어보자 피부에 흡수되려는 기색이 있다.
‘이건 프랑 주면 되겠고.’
내가 쓸 만한 무기는 아니다. 있으면 쓰겠다만 브류나크보다 뛰어나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내 능력에 최적화된 무기를 두고 다른 직업 에픽템을 들어봤자 딜이랑 유틸만 낮아지는 법 아니던가?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여서였을까. 묠니르를 내려놓은 나는 작업대에 놓인 벼락의 광채를 새삼스레 바라보게 되었다.
“……신좌라.”
내가 토르의 신좌를 받는다니.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동족혐오까지는 아니지만, 거부감이 좀 드네.’
다나, 라리루라, 프랑도 그랬지만, 정작 남들은 적성이 있다고 하는데 신좌에 어울리는 당사자는 ‘내가?’ 싶은 마음이 앞서는 모양이다.
‘당장 나부터가 그렇고.’
서로 닮은꼴이라서 더 그런 건가. 머리로는 뭐 납득이 가는데, 팍 하고 꽂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신좌를 계승한다는 건 다 그런 걸지도 모르지.
내가 신좌를 손에 쥐어도 열쇠로 바뀌진 않았다.
‘아니, 어쩌면 열쇠로 변하는 구조 자체가 아닌 걸지도 몰라.’
그게 사실이면 토르는 생전에 후계자를 내정해 뒀다는 소리다.
“……흐으으음. 인터레스팅.”
나는 토르의 신좌를 내면세계에 수납하고 턱을 괬다. 분명 다나가 꾸며둔 책방에 신화와 전승이 몇 줄 남아있을 것이었다.
아니면 아스가르드의 역사에 빠삭할 바이콘들을 찾아가 보는 것도 방법인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자 누가 실험실의 육중한 문을 노크했다.
“노르드, 있어?”
네페르티티의 목소리였다.
“있습니다. 나갈게요.”
문을 열자 잠옷 바람의 네페르티티였다. 참고로 여기서 나르메르-나일 식의 잠옷이라는 건 세미 누드에 가까운 망사 가운이라는 뜻이다.
새삼 멋진 나라야. 저택이 너무 커갖고 집에서 편하게 입고 있다기보단 노출증 환자처럼 보이는 게 살짝 옥에 티기는 한데, 나야 꼴리니까 좋지.
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안 그래도 가려고 했는데, 먼저 오셨네요.”
네페르티티에게는 케케묵은 원한을 청산한, 감성적이 되기 쉬운 날이잖은가.
이런 날에 곁을 지켜주지도 않는다면 부부가 다 무슨 소용인가.
정작 가족회의 때의 분위기가 영 메롱해서 잠깐 소강 상태를 두기는 했지만 말이다.
밤이 늦어버린 점만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시구드르와의 싸움 자체가 밤에 벌어진 일인걸.
“편히 주무실 수 있게 곁에 있어 드릴게요.”
내가 뺨을 매만져주며 말하자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속삭였다.
“신좌를 실험 중인 것 같아서…… 셰이드, 필요 없어?”
“음. 필요하겠죠?”
사실 굳이 필요하지는 않다. 근데 말만 저렇지 거의 밤일 권유나 다름없는 제안이잖나. 눈치없이 전 괜찮슴다 헤헿~ 하고 사양하는 것도 바보 같다.
‘전혀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고.’
브류나크와 궁니르를 대동해서 삼자대면을 해야 하잖은가.
하루에 몰아서 하기에는 피곤하긴 하지만, 겸사겸사 해치워도 나쁠 것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난 실험실을 잠그고 네페르티티를 방으로 데려갔다.
“……향이랑 촛불 켤게.”
─주섬주섬. 방에 들어온 네페르티티는 아로마 같은 향과 촛불을 켰다.
허리를 숙인 망사 복장에 속옷이 말려들어가서 쥬지에 피가 고였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서비스 데이였지, 내가 꼴린다고 덮쳐도 되는 날이 아니었다.
의무방어전이라기엔 내 의욕도 충만하니, 공성전 쯤 되겠다.
나는 준비를 마치고 일어난 그녀를 안았다.
“응……”
혀를 섞으며 키스해주고, 몸의 곳곳을 정중하게 핥았다. 트리플 펠라도 받아본 입장에서 말하건대 이성이 몸을 핥아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지 않을까.
“후으……”
적어도 네페르티티는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애달픈 것처럼 신음을 흘리는 그녀의 몸을 서정적으로 간지럽혔다. 달뜬 숨을 뱉은 네페르티티가 그 도톰한 허벅지를 비볐다.
“……으. 오늘따라 노르드, 이상해.”
“이상해요?”
“……말로 잘 말하기 힘들어.”
네페르티티가 발가락을 오므렸다가 폈다.
“뱃속이 간질간질하고 허리가 뜨거워. 나, 이런 느낌은 처음…….”
“초조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즐겨요.”
주요 성감대를 피해서 옆구리나 겨드랑이, 어깨 등에만 손을 문질렀다.
성적 흥분을 즉각 해소하는 섹스만 경험해 봤던 네페르티티는 성욕이 몸을 맴도는 것처럼 상체를 이리저리 꼬다가 살짝씩 허벅지를 비볐다.
망사 옷이 음란하게 얽히며 그녀의 피부를 감싸 안았다. 그물망 사이로 살짝 융기하는 하얀 피부. 예쁜 색의 유두가 망사의 틈새에서 뽈록 솟았다.
“흐으읏…♡”
네페르티티가 애액 범벅인 고간을 남몰래 살살 비볐다. 이제 막 자위를 배운 소녀 같은 몸짓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활짝 열었다.
“섹스하는 중에 자위하기 있어요?”
“그치만, 노르드가 계속 괴롭히기만 하니까…….”
“마사지라고 생각해요. 오늘 많이 피곤했죠?”
네페르티티의 허벅지 안쪽을 지압하듯 문지르며 살살 비볐다. 보지 주변의 민감한 허벅다리 안은 평범한 일상에서 남이 만질 일 없는 부위였다.
“히으…♡”
애달픈 것처럼 네페르티티가 가랑이를 움찔댔다.
보지는 이미 발정해서 한껏 달아올랐는데 내가 전혀 만져주지를 않으니 저렇게 될 수밖에.
섹스라고 하면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범해지는 것만 아는 네페르티티에겐 참기 힘든 인고의 시간일 것이다. 나는 그녀의 팬티를 벗겼다.
〔후아♡〕
실컷 기대하는 네페르티티의 속마음이 전해졌다.
그녀의 소음순과 클리토리스를 닿을락 말락하게 문질렀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닿았다가 떨어지는 손가락에 네페르티티의 몸이 움찔거렸다.
〔흐으읏…♡ 거기 좋아…♡ 안쪽까지 더 세게 푹푹 찔리고 싶어…♡〕
여실하게 발정나버린 머리는 안달복달하며 어서 다음 과정을 재촉했다. 나는 슬그머니 웃고 손을 뒤로 뺐다.
〔가, 가지 마아…♡ 멈춰버리면 싫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네페르티티가 물러나려는 내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내 손을 그대로 자기 보지에 밀착했다.
─푸욱. 굵은 손가락이 뻑뻑한 보지에 박혔다.
“헤웁…♡”
안달난 보지는 그것만으로도 환희했다. 남편의 손가락으로 자위하듯 네페르티티는 내 손을 잡고 몸 안을 쑤셨다. 발정한 하반신이 목마른 것처럼 꿈틀거렸다.
─쮸부붑. 나는 질벽을 능숙하게 애무했다.
〔읏…♡ 기다렸던 만큼 엄청난 게 와버려…♡〕
땀이 흐르는 무표정한 얼굴이 흠칫거리며 떤다. 머릿속의 발정난 암컷 같은 생각을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쿨한 얼굴이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냉정 침착해 보이는 건 윗입 뿐이었다.
─퓨슈슛! 퓨슛!
무표정한 얼굴에 홍조를 띄워가며 네페르티티는 꼴사나울 정도로 강렬하게 절정했다. 돌처럼 굳은 몸에서 발가락만 굉장한 쾌감에 견디듯 꼬물대며 쥐락펴락 떨어댔다.
벌벌벌벌…♡
네페르티티는 침착한 얼굴로 경련하면서 조수를 뿜어대는 자신의 보지를 남일 보듯이 관찰했다.
〔후으, 흐…♡ 흐으, 흐, 흐으…♡ 흐으으…♡〕
그렇게 보였지만 머릿속은 썰물이 빠지듯 쾌감에 잠식돼서 절정하기도 벅차 보였다.
평상시에 저렇게 쿨한 태도를 견지하는 그녀가 머릿속에서는 무슨 사차원 같은 생각을 하고 다니는지 궁금해지는 반응이었다.
“휴으, 흐으으…♡”
“조금 쉴래요?”
“후으, 흐…… 싫어.”
뻐끔 열린 보지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피하면서도 네페르티티는 벌린 다리를 닫지 않았다.
자세를 바꾸고 올라탔다. 무관심한 척하던 눈이 삽입 직전에만 힐끔거렸다.
“힘 빼세요.”
망사를 걸친 가슴을 보며 삽입했다. 보기 좋게 옆으로 흔들리는 가슴은 탄력과 부드러움을 굳이 만지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게 도왔다.
모양 좋게 솟은 가슴을 만지고 싶은 충동은 꽤 컸지만, 나는 내 욕심보다는 네페르티티의 기분을 우선했다.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멈칫한 그녀도 내 몸에 손을 감았다.
“노르드랑 하는 섹스는, 읏…♡ 행복해. 어려운 생각이 다 잊혀져서, 세상에 노르드랑 나만 있는 것처럼 머릿속이 붕 떠…♡”
─쯉♡ 입술을 포개며 네페르티티는 엉망이 된 발음으로 말했다.
내가 그녀의 혀를 탐하다가 눈웃음을 짓자 네페르티티는 홀린 것처럼 눈이 풀렸다. 나처럼 섹시한 꼴마초에게 매료되는 건 죄가 아니긴 하지.
“섹스할 때만요?”
“……으응, 평소에도. 같이 있으면 매일 가슴이 채워져.”
“그런 것 치고는 조금 전엔 꽤나 안달나셨던데.”
“……노르드가 섹스를 너무 잘 하는 게 나빠.”
그녀는 토라진 것처럼 눈을 반개했다. 나는 능글맞게 웃었다.
“이제 제 자지 없이는 못 살겠죠?”
“………………. 살 수…… 있어. 응.”
그런 것 치고는 많이 망설였는데. 내가 자지를 뿌리 끝까지 삼킨 둔부를 쓰다듬자 네페르티티는 말하기 부끄럽다는 것처럼 귓가에 속삭였다.
“……자지는 없어도 괜찮지만, 노르드가 없으면 외로워서 금방 죽어버릴 거야.”
“토끼처럼?”
“응. 나, 암컷 토끼.”
귀엽고 발정나면 몹쓸 꼴이 된다는 점에서는 꽤 비슷한가. 나는 힘을 주면 부숴질 듯한 옆구리를 만졌다. 말랑말랑한 살과 근육이 기분 좋게 잡혔다.
“자지는 없어도 되고요?”
“……있으면 더 좋아.”
“그럼 지금이 가장 완벽하네요?”
“……으응. 별로 그렇지도 않아.”
그렇지 않다고?
내가 눈을 깜빡여대자, 네페르티티는 저는 아무 것도 몰라요~ 하는 식으로 침대에 누워서는 베개 하나를 집어서 끌어안았다.
“……토끼는 잡아먹히고 싶어서 왔는데, 늑대는 계속 귀여워만 해.”
─쏙, 그녀의 눈만 베개에서 빠져나왔다. 투명한 눈동자가 나를 힐끔댔다.
“나, 그래서 지금 엄청 슬퍼.”
“……흐흐. 잡아먹힌 뒤에 볼록해진 늑대 배를 가르고 빠져나오려고요?”
“괜찮아. 배가 볼록해지는 건 암컷의 역할.”
“이거 아무래도 제가 잡아먹히는 쪽 같은데.”
이상한 곳에서 수줍음이 많은 토끼를 억눌렀다. 강압적인 태도였지만 네페르티티는 가슴이 울린 듯 먹이를 앞둔 토끼처럼 급격하게 얌전해졌다.
“엎드려요. 박기 쉽게.”
“………………♡”
그녀는 자리를 뽑지도 않고 네발로 기었다. 그 허리는 어느샌가 내게 따먹히는 데 능숙해진 듯이 깊이 가라앉고 박기 좋은 위치로 보지가 올라왔다.
개처럼 그녀의 등에 올라탄 나는 침대에 유두를 파묻은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장난을 치듯이 울어댔다.
“멍멍, 아르르르. 크흐흐.”
“……토끼는 어떻게 울어?”
“이렇게요.”
…쯔붑!
네페르티티의 입에 손을 넣고 혀를 갖고 놀며, 나는 귀두로 위로 말려 올라간 자궁을 쳐올렸다.
“프후엑♡”
“꼴리네요. 앞으로는 그렇게만 우세요.”
남자를 발기시키는 한심한 신음을 들으며, 우리 두 사람은 날이 밝도록 한 침대에서 뒹굴었다.
***
그렇게 아침이 지나, 깜빡 잠든 나는 꿈속에서 일어났다.
【흐음. 요 망할 망치 도둑놈. 남의 물건만 쏘옥 약탈해놓곤 여자랑 뒹구느라 밤을 새고 앉았어?】
그리고 사람처럼 사지를 갖추고, 마초를 방불케 하는 호탕한 자세로 앉아있는 금빛 번개와 만났다.
【가산점을 주마. 자고로 사내라면 그래야지.】
번갯불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씨익 웃었다.
【근데 생각한 거랑 좀 다르게 생겼구만. 이거 너무 샌님인데?】
자기소개도 아직인데, 뉘신지 바로 알겠네.
대체 어떤 뇌신인가 몰라, 이 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