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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막이 고쳐지는 방식은 새살이 돋는 모습과 닮았다.
그러니까 베로니카의 수복 마법은 막을 고치는 마데카솔이다. 피부에 두껍게 발라둬서 또 상처가 터지거나 찢어져도 스스로 낫도록 해둔 것이다.
내가 일을 마친 후에 찢어놓고 돌아가면 알아서 낫도록.
“근데 찢어졌다며?”
“……예.”
앙구스가 허겁지겁 불러온 오그마가 탄식했다. 오감 문자를 공중에 새기며 그가 혀를 내둘렀다. 얼스터의 신인 그지만 일종의 마법사인 모양이다.
“안 돼, 난 못 따라 해. 원리도 단박에 이해하기 어렵고. 이게 정말로 지상의 존재가 쓴 마법인가?”
“저희 마누라가 권능이 그쪽이라……”
“아, 그런 거면 나로서는 글러먹었군. 너는? 넌 오딘의 후계자잖아?”
“공간 마법에 그닥 적성이 없습니다.”
“맞다. 이곳에 올 때도 주먹으로 때려부쉈었지? 고생이 많겠군.”
신에게도 적성 문제는 있다. 창세의 권능이 그 대표적인 상징이다.
오딘은 토르만큼 힘이 세지 않고, 토르는 오딘이 한 것처럼 권능에 필적하는 마법을 다룰 수 없다
30대 운동부족 백수 글쟁이랑 최홍만이 똑같이 팔이 있고 다리가 있다고 힘으로 승부가 될까? 또 최홍만한테 눈과 손이 있다고 모나리자에 버금갈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오그마는 마법을 다루는 신이지만, 베로니카가 미래 기술에 힘입어서 펼친 고위 마법을 따라 할 수는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원리를 안다고 따라 할 수 있으면 나는 지구에 살 무렵부터 다빈치의 재림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앉아있던 앙구스가 물었다.
“왔을 때처럼 부수고 나가면?”
“모를 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지. 공간/차원 구조의 전문가는 우리 중에 없어. 울프헤딘. 나나 사티스가 지상에 있는 네 아내에게 계시를──”
“아뇨!! 잠시만요!!”
개씨발 스테이, 씹놈들아.
‘아내님들한테 남편은 혼자 두면 사고만 친다는 씹창 인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건 곤란하다고.’
그랬다간 ‘심해의 군주’를 족치고 돌아와도 남은 평생을 집에 박혀서 먹고 자고 좆만 놀리는 생체 딜도 남편으로 빼박 전직이다.
지구로 돌아가도 집에서 배달 음식이나 처먹고, 백수처럼 게임이나 탱자탱자 하다가 퇴근한 아내들이랑 섹스하다 잠들지 않을까.
아내가 6명인 외벌이 가정이다. 집에 상주하며 프랑, 발퀴리에랑 집안일을 누가 양보할지 다투는 전업주부 강북호의 미래인 것이다.
‘……뎃? 왜 근사하게 들리는데스?’
나는 채찍으로 자기 등을 때리는 성인처럼 뺨을 때려서 정신을 차렸다.
내가 김치의 민족이라지만 벌써부터 저런 미래 일이나 생각하고 있었다간 급성 김칫국 중독으로 사망할 것이었다.
“오그마 님 말씀을 들어보기론, 공간이나 차원 전문가가 있으면 저희 아내들을 부르지 않고서도 고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마법이 완전히 소멸한 건 아니니, 최소한 네가 돌아간 정도로 차원막이 찢어지지 않도록 코즈믹 에너지…… 마나라고 하지? 그걸 공급할 수 있게 되겠지.”
“옙, 잘 알았습니다.”
휴 시발, 천만다행이네. 내가 가슴을 쓸어내리자 원흉 마크 2, 디어뮈시기 씨가 질문했다.
“솜씨 시험은 만족하실 만큼 하셨습니까?”
“아니 그니까 여러분이 제 솜씨를 시험해 보신 거라니까요? 어떡게 제가 감히 하늘 같은 신님을 상대로 마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 해? 하고 시비 따윌 걸겠습니까?”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자꾸 오해하시면 제가 막 슬퍼요. 싸움에 앞서 피차 권능이나 전법 정도는 공유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전사시면 이해하시죠?”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은 어떠셨습니까?”
“소감이라.”
이건 물어볼 만한 질문이군.
일류 닌자는 주먹만 부딪혀도 상대방의 생각을 안다는데, 우리는 닌자는 아니어도 손에서 서로의 헬창력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마초다.
나는 기절한 할배 신을 주우려다가 말고 그에게 말했다.
“정말 인간 맞으시죠?”
저 골렘-맨도 힘이 만만치 않다는 건 확실했다.
차원막이 로션을 안 바르고 사는 40대 아재의 피부처럼 쫙 갈라져서 내가 미처 힘을 더 줄 틈도 없었지만, 그래도 떡대 값은 할 듯한 인상이다.
“반신입니다. 아버님의 권능으로 태어난.”
디어뮈시기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입을 닫고서 우두커니 섰다.
안드로이드처럼 다소 인공적인 인상이 느껴지는 와꾸도 그렇고, 골렘을 방불케 하는 언동도 그렇고 굉장히 호기심이 드는 대답이었다.
고지식하다기보단 융통성 없는 A.I. 프로그램을 상대하는 듯 하다. 존나 맥도날드 키오스크 같애. 이런 메뉴는 어떠세요?
‘판타지펑크 A.I. 롸벗 쯤 되나?’
충실하게 남의 요구에 응하는 걸 보니, 모르긴 몰라도 미녀가 같이 범죄를 저지르자고 유혹해도 무뚝뚝하게 그러죠 머 하고 사심 없이 따라갈 것 같다. 눈물점이 있는 게 딱 그럴 관상이여.
금방 관심을 끄고 앙구스에게 질문 일발 장전.
“디안 님과 잠시 면담 좀 해도 될까요?”
“때려도 돼. 걔는 어차피 전쟁에는 참전 못 할 약골 치유사거든.”
“저는 살면서 노인공경의 정신을 잊어본 순간이 없습니다.”
“헤니르는 디안보다 연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몇 번 패보긴 한 것 같군요. 근데 죽인 적은 없습니다.”
“헤니르 그 늙은이가 살아 있는 줄은 몰랐네!”
“생각해보니 몇 놈 죽인 것 같긴 하군요. 디안 님한테는 해코지 안 할 겁니다. 디안 님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까분다 싶으면 인상 좀 구겨봐. 얌전해질 거야. 제 성질을 못 참은 사티스한테 하도 맞다 보니까 인상만 써도 반사적으로 처맞은 기억이 되살아날 지경이 됐는가 보더라.”
파블로프 씨. 당신의 뜻이 하늘에 닿았나 봅니다.
개의 턱에 구멍을 뚫은 동물 실험과 신을 패며 훈육한 신체실험. 어떤 게 더 비인륜적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할아버지. 이런 데서 자면 입 돌아가요.”
기절한 디안을 흔들어서 깨웠다. 안 일어나길래 마법으로 찬물을 만들어서 부으려다가, 너무 지독한 처사 같아서 생각을 바꿨다.
“오늘의 포켓몬은 뭘까~ 요~?”
─파직. 내 손에 스파크가 튀었다.
“피 피 피카츄!!”
파즈즈즈즈─!! 전류가 디안의 목을 파고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여든 노인네 같이 생긴 남신은 벌떡 일어났다. 노인네 아직 정정하시네.
내가 보기에 피카츄는 AED 심폐소생의 원리로 회복기를 배워도 된다고 본다.
“뭐, 뭐냐?! 뭐가…… 아.”
당황하다가 나를 본 디안. 나는 그의 눈 앞에다 대고 손가락을 흔들었다.
“디안 님 괜찮아요? 이거 손가락 몇 개?”
“……하나겠지. 그런데 왜 중지를 들지? 평범한 손짓이 아닌 걸 보면 어떤 뜻이 담긴 제스처인 듯 싶은데.”
“역시 똑똑하시네. 의사 중에도 머리 나쁜 사람 많은데. 그쵸?”
빤히 쳐다보면서 묻자 알아서 눈치껏 짜져주는 디안이었다. 암. 지들 잘난 줄만 알고 세상 물정을 모르면 엘리트를 자칭할 자격이 없지.
그런 의미에서 사티스는 디안의 스승이다. 아는 지식은 그보다 못해도 삶의 방식을 가르쳤으니 곧 인생 전부를 가르쳤다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로키를 회복시킨다는 수법을 보여봐라. 그 일 때문에 나를 부른 것 아니냐. 점검해 주겠다.”
짐짓 헛기침을 하고 말하는 디안. 손을 내미는 그에게 갖고 온 논문을 건네주며 나는 설명했다.
“원리는 간단해요. 창세의 권능으로 그녀의 새 육신을 만들 겁니다.”
더 자세한 원리는 생략한다. 나도 아무튼 매우 많은 고찰을 거쳐가며 만든 베로니카의 마법이 그 치료과정을 보조할 거라고만 기억했거든.
의심하면서 원리를 이해할 때까지 살펴볼 만큼 베로니카를 못 믿는 것도 아니고.
“창세의 권능으로? 자네 제정신인가?”
호칭이 자네로 승격했군. 감개무량해.
병신 보는 눈깔은 약간 꼬왔지만, 그럴 만 했다. 아까 말했듯이 신들이라고 해도 적성 문제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니까?
그 오딘도 혼자서는 인류를 만들지 못했다.
그녀 혼자 만든 유사 인류가 발퀴리에니까.
고로 내가 한 말은 이제 막 수채화를 공부하는 학부생이 최후의 만찬 뺨치는 걸작을 그려볼 건데 좀 도와달라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로키는 지금 영혼만 보존한 채로, 크라운 크라운인가 하던 인간의 육신 대신 그녀의 혼에 맞는 신체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미친놈 보듯이 날 보면서 디안이 나불댔다.
“우리 쪽 주신에게 의수를 만들어줬던 시절부터 그게 내 전공이었지. 그리고 그런 내가 더욱 성장한 지금도 태초신에게 맞는 육신을 만들어내려면 10년은 걸려.”
“니미 쓰벌, 뒤지게 오래 걸리네.”
클론은 대충 14일이면 완성돼야 하는 거 아냐? 나우넷은 10분이면 되던데.
“……지금 뭐랬지?”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딱히 무례한 사람한테는 예의를 차리지 않는 성격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종래의 방식으로는 10년 정도 걸리겠지만 저희가 준비한 방법이라면 반나절이면 끝나요.”
“나는 자네보다 생명의 구조에 해박해. 신에게 걸맞는 육체는 인간의 육신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난해하고 고된 일이란 말일세.”
그가 눈을 부라렸다. 날 노려보려고 했다기보단 직업의식의 소명 때문이었다.
“로키의 혼은 많은 상처를 입었어. 치료 자체는 끝났으나, 다시 한 번 잘못된 육신에 정착했다간 다시는 치료할 방법 없이 그 몸에 갇혀 쇠약하며 죽게 될 게야.”
“저희 마누라가 쓴 글은 다 읽어보셨고요?”
“……아직일세. 그러나 문외한에 무지한 그대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주겠네. 이건 미친 짓이야. 자네는 내게 미친 짓을 하자고 부탁하는 거고.”
그 정도인가. 나는 막 엘릭서로 팔도 자라나고 클론도 만드는 세상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하긴, 신과 인간은 존재의 격이 다른데 그럴 만 했다. 지구에서도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간단해 보이는 환경 문제 같은 건 답이 없기도 하니까.
베로니카가 잠도 안 자며 쓴 글을 넘기며 그가 혀를 찼다.
“쯧쯧쯧……. 하나부터 열까지 탁상공론이잖나. 육신을 만드는 데 성공만 하면 혼을 정착시켜도 안전할 거라는 결론만은 동의하겠네만…….”
내츄럴 본 이과인 나는 안다. 전문가의 말에는 아무리 의심이 가더라도 토를 달면 안 된다는걸.
의사가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으면 다른 병원에 가 봐야지, 비문명적이고 반사회적인 안아키스트 루트를 타서는 살릴 목숨도 못 살리니까.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답했다.
“그래. 힘들겠지만 우리 힘내보자, 디안아.”
그치만 베로니카가 하랬는걸?
우리 집 성노예 여신님은 전문가 맞잖아?
“……뭬야?”
“왜? 친하게 지내려고 말 좀 놨는데, 꼽니?”
자상하게 미소짓는 나. 아마도 눈은 웃고 있지 않을 것이다.
“흥.”
디안은 코웃음을 치며 자연스럽게 눈을 돌렸다.
“전혀 꼽지 않다네. 편하게 말하게. 형님이라고 해도 좋으이.”
“디안아, 개쌉소리 말고 대답이나 하렴. 로키는 어따 뒀냐니까? 지금 나 살짝 남의 집 귀한 댕댕이 개장수한테 맡긴 기분인 거 알지?”
“개소리 안 했네. 어디 있는지 알려줄 테니 가 보겠나?”
“너도 나랑 팔씨름 할래? 아니면 같이 갈까?”
“같이 가지. 때마침 나도 용태를 보러 갈까 생각하던 참이었다네.”
이거 웃긴 새끼네. 나는 낄낄대고 있자 바닥이 구름에서 초원으로 바뀌었다. 깨어난 사냥개들과 대화하고 있을 사티스를 돌아보던 내가 질문했다.
“그, 디어, 디어……”
“디어뮈드?”
“맞아. 그 이름 기억하기 어려운 반인반신 씨는 에린의 영웅인가?”
“신대 출신의 반인반신이지. 앙구스 막 오그가 제 놈이 가진 권능과 능력을 다해서 완성한 최고 걸작이기도 하고.”
쓰벌, 진짜 골렘이었어?
돌아보지 않아도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짬밥으로 알아낸 걸까. 디안이 시큰둥 말했다.
“인간인 어미의 모태에서 태어났으니 인간이지. 그렇지 않으면 혼돈의 총아면서 신의 힘을 이을 순 없었겠네만.”
“전쟁을 대비해서 낳은 영웅…… 은 아니겠군. 신대 출신이면 라그나로크 이전 태생인가?”
“그렇다네. 백액신 앙구스 막 오그 놈의 권능, [푸르른 사랑]. 생명의 체내를 조종해 생로병사에 간섭하는 권능일세. 저놈은 인간을 젊게 해주거나 사랑이 이뤄지길 돕는 등의 시시한 일에만 썼지.”
“너보다 더 의신(醫神) 같은 권능인데.”
“허. 세상에 병을 만드는 의사가 어디 있……”
코로 웃던 디안이 입을 꾹 닫았다.
“……그래, 없지는 않았군. 내 아들이 그랬지.”
“그 얘기 길어지냐? 그럼 생략하자.”
“망할 놈.”
초원에는 어떤 신전 같은 게 있었는데, 나는 그 건축물이 창세의 권능으로 만들었다는 걸 오딘의 눈으로 알아차렸다. 일종의 병원일까.
“병원 디자인 센스가 왜 이래? 능묘 같잖아.”
“불평은 오그마에게 말하게. 만든 건 그놈이니. 그리고 병원이 아니라 로키가 안치된 곳일세.”
디안은 오만하게 웃었다. 만약 지상의 던전이나 그런 곳에서 봤으면 일단 줘 패놓고 뭐하는 새끼인지부터 물었을 듯한 미친 외과의 같은 웃음이었다.
“디어뮈드는 최고 걸작이면서 실패작일세. 어찌 그런 모순이 성립하는지 아는가? 놈은 자기 힘을 깨우칠수록 감정을 잃어갔기 때문일세. 설계부터 잘못된 거지.”
“아들이라고 부르시던데, 설계라고 하면 앙구스 님은 안 빡쳐 하시냐?”
“……………….”
빡쳐 하는군. 아내와의 사랑의 결실더러 설계가 어쩌니 실패작이 어쩌니 떠들면 나여도 팔다리를 분질러놓을 것이었다. 나중에 꼰질러야지.
“커흠흠…… 지금 한 말은 비밀로 해 주시게나. 어쨌든 생전의 디어뮈드는 그런 탓에 감정을 잃은 자신이 인간성을 잊게 되는 걸 우려해서 자신에게 인간의 도리를 기아스로 몇 겹이나 걸어뒀지.”
“기아스? ᚷ(Gebō)의 룬 같은 맹세 얘기지?”
어기면 벌을 받는 맹세다. 자기 자신에게 거는 저주라고 보면 대충 맞다.
베로니카나 로키가 나를 설득할 때도 썼었지.
“비슷하다네. ‘어린 여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말 것’이라든가, ‘마음을 나눈 동료를 죽이지 말 것’, 뭐 그런 것들이었지.”
“그거 꼴마초답군. 너무 개괄적이긴 한데.”
“너무나 대략적이었지. 그 탓에 하찮은 정분에 휘말려 죽게 됐지만, 운명의 흥망성쇠는 간단하게 평가할 수 없는 법.”
마법을 부려서 자물쇠를 딴 놈이 흐흐 웃었다.
“실력에 비해서 시시하게 죽었지만, 그 덕분에 저놈이 라그나로크 전에 마그멜에 도달한 것이니 오히려 놈과 놈의 애비에겐 행운이 아니었겠나?”
“그것도 앙구스 님의 역린 같은데. 니가 그렇게 뒷담 깠다고 말해봐도 돼?”
“……아! 로키의 영혼이 저기 있군! 자, 서둘러 가보세!”
디안은 급하게 화제를 돌리며 빤스런을 쳤다.
거의 욕이랑 비아냥이 입에 달라붙은 수준이군. 처맞아도 고쳐지질 않는 꼰대 기질이라. 승리하고 돌아와서도 저러면 늦어도 100년 안에 신들한테 맞아 뒈지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에 들어갔다가, 무심코 이마를 탁 쳤다.
─……어어? 니가 왜 여기 있어?
포스의 영처럼 허여멀건 실루엣.
그야말로 나 유령이오 하는 비쥬얼을 한, 처음 보는 누군가가 침대에 누워서 단상에 제물로 냅둔 유령-포도를 처먹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100% 확실하다. 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로키야, 로키야. 니가 목숨을 걸고 수술한다는 말에 바이콘들은 그렇게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사실 너는 속 편하게 안빈낙도를 누리고 있었구나. 이거 매우 빡치는걸?”
─……혹시 너도 죽었니? 아, 포도 먹을래?
아오, 이 씨부랄 장모장모년 말하는 것 봐.
내가 이러다 속 터져 죽지,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