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제42화 성교회장과 성도부 선거
"애널아. 어디가는 길이야?"
바살살이 내 뒤를 쫓아오며 말했다.
"어어..잠깐 다른반 친구한테 볼일이 있어서."
나는 빠른걸음으로 바살살과 멀어지려했다.
"볼일? 어떤?"
그러나, 바살살은 계속 쫓아왔다.
"어..음..단소를 빌릴까 해서?"
난 적당한 핑계거리를 대었다.
"왜 그걸로 후장자위라도 할 셈이야?"
여전히 바살살은 내 뒤를 쫓았다.
"그럴리가. 어..조 루가 그걸로 자위하고 싶대!"
"조 루는 그런말한 적이 없는데? 아침까지만 해도 자위기구를 새로 샀다며 자랑했었거든."
"그..그래? 아! 지 루가 그랬다!"
"지 루가 맞어? 지 루도 조 루랑 같이 자위기구를 샀다고 했는데?"
"아! 그렇구나. 근데 내가 어딜가든 너한테 보고해야되는건 아니자나. 엄연한 개인인권침해라고! 반장이라고 마음대로 사생활의 관여해도 되는거냐고!"
나는 거짓말한 게 들통이나자 괜히 목소리를 높였다.
"사생활? 그치. 그러면 안되지. 혹시 김 토토한테 박히러 가는건 아닐테고."
바살살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당연히 말이 안돼지. 그게 아니라면 김 토토에게 무슨 정보라도 들으러 가는건가?"
"뭐? 너 오늘따라 이상한 소리만 한다?"
바살살이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했다. 바로 멈춰섰다.
"애널아. 오늘 토토에게 가면 토토가 이런말을 할거야. 월요일은 '정말로를 찍어!', 그리고 화요일은 '김 일산을 찍어'라고 말이야. 김 토토는 아마 김 일산과 정 말로 투톱을 내세워 이 판을 장악하려 할 거거든."
"뭐? 대..대체 무슨 소리하는 건지를 모르겠는데??"
"아~ 그래? 아무튼 화요일까지 김 토토 말대로 된다면 날 찾아와. 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정보를 줄게. 너도 큰 돈을 벌고싶어서 시작한 일 아니야? 푼돈이 아니라 큰 돈을 벌 수 있는 정보니깐 잘 생각해봐"
"큰돈이야 벌고싶지만, 난 진짜로 모르는 일이야."
"그럼그럼. 그냥 참고만 하라고. 사람은 말이야. 줄을 설때 잘 서야한다고. 너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토토가 하는 말대로 다 되는 게 이상하지 않아? 고작 '학생'일 뿐인데 말야."
"난 할말 없어."
더 이상 얘기를 이어갔다가는 꼬리가 잡힐 것 같았다.
"나도 할말없어. 가봐도 돼."
바살살은 이 말을 하고선 쿨하게 뒤돌아서 갔다.
나는 후다닥 바살살에게서 도망쳤다. 바살살은 어디까지 알고 있기에 저런 소리를 하는 걸까 의문투성이였다.
곧 김 토토의 반에 도착했다.
"어 애널아. 여기까지 왠일이야."
김 토토가 말했다.
"궁금한 게 있어서."
내가 말했다.
"뭐?"
토토는 무엇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음주 계획말이야. 누구한테 배팅해야돼?"
"다음주? 급하긴 했나보다. 다음주 월요일에 알려주려고 했는데."
"내가 좀 모든지 급해.하하.."
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음..다음주 계획이라. 월요일까지는 정 말로를 찍어. 이번에는 투표수 300이상으로, 화요일은 그때가서 알려줄게."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어야해?"
토토가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하하..아냐아냐.기호 2번 정 말로,득표수 300이상! 기억하고 있을게. 고맙다! 김 토토. 너때문에 흙수저 탈출할 수 있겠어!"
김 토토에게 짧은 인사를 마치고 반으로 돌아갔다.
'이대로라면 바살살이 말한 것과 거의 일치하자나. 아니야아니야.. 아직 화요일꺼는 맞추지 못했자나. 만약에 화요일도 맞춘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난 서둘러 반으로 돌아갔다. 반에 도착하자마자, 좌지에게 말했다.
"좌지야. 김 토토가 월요일에는 정 말로를 찍으래. 그리고 투표수는 300이상."
난 최대한 조용하게 말했다.
"오..벌써? 좋았어. 이번에는 얼마를 배팅해야 하나~!"
좌지는 벌써부터 들떴다.
"근데 좌지야."
나는 바살살과 있었던 사실을 말해야할까 고민됐었다.
"응?"
좌지가 말했다.
"바살살이 수상해. 아까는 말이야..!"
내가 좌지에게 사실대로 말하려는 찰나였다.
"애널아. 선생님 오셨어."
사롱이가 말했다. 때마침 선생님이 오셔서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뭣하러. 어차피 수익만 얻으면 됐지.'
나는 아직 말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더는 바살살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
선거 5일차
주말내내 김 토토와 오 바살살에 대한 생각때문에 맘편히 쉬지 못했다. 여전히 교문앞에는 바살살이 피켓을 들고 선거공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 토토를 하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했다. 바살살과 비니 그 외 여러 후보들을 제외하고는 선거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지금까지 김 일산과 정 말로는 어떠한 선거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피켓도 든 적이 없다.
김 일산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충분한 선거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학생이다. 그런데 왜 선거활동을 하지 않는걸까? 득표차가' 정 말로'에게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오늘은 월요일. 투표날로부터 이틀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다. 총공세를 펼쳐도 모자랄 판인데 너무 느긋하다. 마치 이미 성교회장이 된 것처럼 말이다.
정 말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1등 후보로 자리매김했다치더라도, 까딱하면 김 일산에게 역전당할 수 있는 득표차다. 지금의 득표수는 사촌형 정 액제때문에 반짝 상승한 투표수일 뿐이다.
투표 당일이 되었을 때에도, 득표수가 유지될거라고는 장담 할 수 없다. 치열한 싸움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아무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둘은 김 토토와 연관성이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다하더라도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다. 바살살이 내게 무엇을 제안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단지 수익만 얻으면 그 뿐. 내 전략은 바살살과 김토토 사이에서 최대의 이익을 내는 것이다.
예정대로 '정 말로', '300이상 투표수'를 합쳐 크로스배팅을 했다. 배당은 2.4 배팅금액은 1억으로 높였다. 이번에 적중한다면 수익금은 4억 5천 정도가 된다.
학교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모두들 월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투표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 말로'에 순위는 1등으로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러나, 크로스배팅에서는 많은 의견이 갈렸다. 금요일에 '정 말로'는 299의 투표수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300이상은 힘들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야. 300이상은 선 넘었지? 금요일날도 못 넘었잖아."
"무슨소리? 단 1표 차이였는데? 이번에는 분명히 넘을 수 있을거야."
"그럼 300명 이상으로 배팅해보던가? 너 후회한다."
"300명 넘으면 어떡할건데?"
300명 이상과 이하로 많은 의견들이 갈리면서, 아직 배팅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 점심시간의 무슨 소문이 돌지 몰라 조심스러워 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것 또한 김 토토의 계획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의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을 터. 또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기면서 아이들은 고민하고 있다.
아쉽게 1표차이로 적중하지 못했던 순간들은,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고민들을 할동안 배당은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는 이미 두 개를 크로스배팅해도 배당이 1.6밖에 나오지 않았다. 2.3배에서 1.6배로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아이들이 두러워했던 소문은 돌지 않았다. 좀 더 확고한 믿음으로 배팅하려 했을 뿐인데, 이미 배당은 내려가버렸다.
아이들은 누군가 설계해놓은 선택지를 따라갔다. 당연히 아이들에겐 선택권이 있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라는 것에 취해 짜놓여진 선택지를 따라간다.
자! 너는 어떤 선택을 할거지?
선택을 했다면, 불안함을 견디고 기다려야한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포함된다. 이 판을 설계한 김 토토. 새로운 판을 짜려는 오 바살살. 짜여진 판에서 한바탕 놀려는 나.
이대로라면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는 오 바살살에 승리로 끝날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점심시간이 되자, 수상한 아저씨들이 학교로 들이닥쳤다.
"저기 학생. 여기가 성교회장선거로 토토를 운영한다는 삽입중 맞나요? 저도 배팅에 참여하고 싶은데."
급식실로 가려는데, 한 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네?"
난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우리 사촌아이가 그러던데 삽입중에서 열리는 토토사이트가 있다고 말이에요. 나도 왕년에 토토로 이름날렸던 사람인데 참여해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 와중에 다른 아저씨들도 내게 다가와 물었다.
"혹시 종이토토는 발권안하나 학생?"
"여기 교무실이 어디야? 이런걸 운영했었으면 지역사회에다가 공지해야할 게 아닌가!"
"어휴유. 여기 교장도 참 갑갑하구만. 지역사회를 위해서 학생뿐만아니라 시민들도 참가하게 해줬어야지."
"우리 당장 교장실로 찾아갑시다!"
"그래요! 당장가요. 4천만 토토인들을 무시하는겁니다 이건!"
지역동네주민들은 아우성을 치며 교장실로 향했다. 그걸 지켜보던 삽입중 학생들은 모두 벙쪘다.
원인에 발단은 그저 한 삽입중학생이 가족모임에서 토토애기를 꺼내면서부터 시작됐다.
토토충으로 유명했던 고모부가 이 소식을 듣고는 토토모임에 삽입중학교 애기를 퍼트렸던 것이다.
주말동안 토토모임을 통해 입소문의 입소문을 타서, 학교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