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펭귄들의 비참한 최후(5)
*
저 멀리서 도망갔던 아이스 레이븐들이 나타났다.
"어디갔다 이제오냐?"
-사냥하다 왔습니다!
"지랄마 새끼들아!"
난 아이스 레이븐들을 걷어찼다.
분명 농땡이 부리다 온 게 분명했다.
만약 아이스들이 사냥을 열심히 했더라면 경험치가 한번밖에 오를리가 없었다.
-진짭니다! 최선을 다해서 섹스했습니다!
"섹스를 해서 레벨을 올렸다고?!"
-네. 진짭니다. 믿어주십쇼!
"오호..섹스를 해서 레벨을 올린다라 신박해. 좋은 정보를 알아 왔으니 한번 봐주마!"
-감사합니다.
일단 아이스 레이븐들을 물러가게 했다.
지금은 그런 정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암컷 펭귄들을 진정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난 차선책으로 황제 펭귄들에게 찾아갔다.
"이봐. 황제 펭귄들."
-훵훵!
"아씨 번역기."
난 번역기를 돌려 대화를 시도했다.
-왜 우리구역에 침범한거지?
"자궁 배출할 곳이 필요하지 않아?"
-우리도 충분히 자궁기계들이 있어.
"부족할텐데?"
-너가 그걸 어찌 알아?
"다 알고 왔어. 자궁 기계들이 더 필요하잖아."
-거래 조건이 있나?
"원샷당 돌맹이 두개. 대신 플러스 되는 펭귄들이 있어. A급 엉덩이를 가진 펭귄들은 원샷당 돌맹이 네개씩. S급인 사모님 펭귄은 돌맹이 열 개."
-뭐..? 열개? 미쳤어?
"파격적인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고. 콧대높은 왕 부인에 보지라고. 계산기 두드려봐."
-크흠..그 '델리' 말하는거지?
"알고 있군. 탐스럽지 않았나?"
-탐스러웠지. 생각해보니 원샷당 10개 나쁘지 않은 갯수야.
"그렇지? 너희는 힘도 좋으니 돌맹이 옮기는거야 식은죽 먹기일 거 아냐?"
-그렇긴하지만..암컷 몇 년이나 대줄 수 있지?
"우리 펭귄 아가씨 20마리 보유중이야. 생리할 때도 보내줄 수 있어. 우리 펭귄들은 무조건 안싸는 기본이니깐 서비스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말고."
-오..안싸가 가능하다고? 잡종이 태어나도 상관없겠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야. 잡종이 태어나는 것."
-역시 음흉한 인간.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모르겠어.
"그것까지 네 알바가 아니잖아?"
-그렇지. 우린 박기만 하면 될 뿐. 좋은 거래다.
"훌륭한 거래였어."
난 황제 펭귄 우두마리와 악수했다.
우린 모두 흡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계약서는 나무잎으로 대신했다.
*
계약서를 받아가지고 오자마자 암컷 아델리 펭귄 무리에게 향했다.
사실 펭귄들은 내가 사냥해야할 몬스터들이였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그냥 사냥하는 건 의미 없다.
내가 더 성장을 하려면 대검을 드는 게 아닌 머리를 써야하는 것.
결과론적으로 머리를 레벨업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봐. 너희가 앞으로 얻을 돌맹이들."
암컷 펭귄 우두머리인 '델리' 에게 계약서를 건넸다.
그녀는 천천히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원샷당 돌맹이 2개...A급 펭귄..4개..나는 10개? 어떻게 이런 계약을 따낼 수가 있는거지?
"뭐가?"
-난 아니지만 우리 펭귄들은 모두 돌맹이 하나로 원샷을 빼줬어.
"불공정 거래였군. 최저시급이 낮은건가."
-최저섹스비용이 말도 안되게 낮았던 거였어.
"이제라도 제값을 받고 대주니깐 잘된거지."
-당신이 아니였으면 평생 돌맹이 하나만 받고 보지를 벌려줬을거야..
"고맙나?"
-당신은 우리의 은인이야.
펭귄들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동안 어떤 섹스를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자신들의 가치를 후려치며 보지를 벌렸던 건 확실핟다.
'이거면 된거야..'
난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이 몬스터세계에서 레벨업을 위함이 아닌 몬스터들을 도와주기 위해 자지벗고 나섰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세상.. 레벨업만이 위한 세상이 아니야..'
다시 한번 마음속에 되새겼다.
아무리 경쟁세계라지만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몬스터들에게 인권이라 하기 뭐하지만 펭권이란 게 존재한다.
나의 대검이 부끄러워졌다.
베기 위해서만 사용했다니..
"너희들 언제부터 황제 펭귄을 받을거야?"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암컷 펭귄들에게 말했다.
그래야 황제펭귄들도 섹스를 위해 돌맹이를 준비해야 할테니 말이다.
-음..오늘 대줄 수 있는 사람?!
델리가 나서서 암컷 무리들에게 전달했다.
숫자를 파악해야 얼마나 돌맹이를 벌어들일지 계산 할 수 있다.
펭귄들은 짧은 손들을 높이 올렸다.
그래봐야 90도 정도밖에 올라가질 않는다.
"한놈.두놈..세놈..총 10마리?"
-응. 오늘은?
"초과되는 인원들에 한해서는 더 따먹힐 생각은 해야된다?!"
-응. 각오하고 있어. 그리고 원샷보단 투샷정도는 받아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그래. 그런건 알아서들 해."
펭귄들에 의견을 확인하곤 다시 황제펭귄들에게 향했다.
황제펭귄들은 저마다 돌을 구하려고 나간 이들이 많았다.
"다들 어디 갔나봐?"
-응. 돌맹이를 구하러 갔어. 다들 들떴거든.
"좋네. 참. 오늘부터 섹스할 수 있어. 10마리 준비됐는데 할 펭귄 있어?"
-오. 우린 20마리 정도 갈 수 있어.
"역시 황제펭귄들에게 자본력이 좋아?"
-훗. 황제를 뭘로 보고.
황제펭귄은 으쓱거리며 말한다.
역시 자연에선 피지컬이 좋아야 한다.
다른 펭귄보다 월등히 높은 피지컬하는 황제 펭귄.
그들이 아델리 펭귄 암컷들을 소유하다시피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나에게는 암컷 아델리들을 넘긴다해서 손해보는 일이 없는 일이다.
"어쨌든 이따 여섯시까지 와."
-알았어. 드디어 델리 암컷을 따먹을 수 있다니!
황제 펭귀은 한껏 들떴다.
난 뒤로 돌아 미소를 지은 채 돌아왔다.
*
"아이스 레이븐."
-예.
"군락을 지어라."
-군락이요?
"그래. 그 안에 나의 정액들을 결계를 쳐 놓을 거다."
-갑자기요?
"그래. 내 정액을 뿌려놓아 내 영역으로 만들거다."
-설마..?
"맞아. 내 영역에서 섹스하게 되면 경험치가 올라가는 것. 삽시간에 레벨업을 하게 될거야."
-주인님은 천재십니다.
"내 이곳에 제왕이 되게 되면 너희들에게 자유를 약속하지."
-그럼 정액 레이븐이 아니라 각자 '이름'을 갖게 되는 겁니까?
"그럴수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나의 올챙이들아."
아이스 레이븐들은 무릎꿇으며 기뻐했다.
당장 뛰쳐나가 펭귄들이 평안히 섹스할 군락을 지으려 했다.
혹시라도 인력이 부족할까 싶어 아이스 레이븐들을 더 만들어주었다.
타타탁-
"끄응.."
간만에 '쌓여버린 정액'들을 배출해냈다.
노랑색 액체들.
썩어버렸다.
그러자 옐로우 색깔에 레이븐들이 나타났다.
"나의 아이들아!"
-예. 주인님.
"가서 아이스 레이븐들과 함께 군락 짓기를 도와라."
-예. 주인님.
녀석들은 태어나자마자 고분히 말을 들었다.
인력 2명이 보충되었으니 내가 이루고 싶은 바를 이뤘다.
아델리 펭귄을 위한 섹스복지공단을 짓는것.
철저히 '암컷'들의 펭권을 위한 일.
그렇다면 섹스복지공단보단 암컷가정부가 더 어울리는가?
이건 투표를 통해 결정할 문제다.
*
나의 섹스복지공단 암컷가정부가 완공되고 황제펭귄들을 받기 시작했다.
안에서는 꿰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힘껏 힘을 주는 모양이다.
이곳이 만들어지고 한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다.
똥꼬충들이 된 수컷 아델리 펭귄들은 서로의 똥꼬를 탐하다 모두 폐사해버렸다.
죽음에 이유는 에이즈.
조류독감도 아닌 에이즈였다.
자연 앞에서 에이즈는 치명적 병.
펭귄의 몸으로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쯔쭛..미친녀석들...자연을 거스르라다가 저리 화를 당했구나.."
아무리 내가 부추겼다지만 안타까웠다.
저들의 폐사는 이미 예견된 일이였다.
반면 암컷 아델리 펭귄들의 행보는 달랐다.
황제 펭귄의 씨앗을 받아든 펭귄들은 슈퍼 아델리황제 펭귄 새끼들을 만들어냈다.
혼합형 괴물.
피지컬과 함께 추악한 본성이 낳은 괴물들이다.
저들은 어느정도 성장기를 이룩하자 어미를 돌림빵 놓기 시작했다.
군락 안에는 말그대로 섹스가 넘쳐났다.
이걸 토대로 초고속 레벨업을 하게 됐다.
비록 암컷 아델리 펭귄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나의 실험으로 인해 괴물들이 탄생한 건 잘된 일이다.
"이제 떠나야 할 때가 왔어."
난 아이스, 옐로우 레이븐에게 이 군락에 관리를 맡길 생각이다.
섹스가 끊기지 않는 한 경험치들은 계속 오를테니 말이다.
어차피 자연에 생태계에선 살아남는자가 승리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잠시 예측하자면 아델리황제펭귄이 성체가 되면
곧 황제펭귄들을 위협할 거다.
황제펭귄은 피지컬이 좋지만 성격들이 순하다.
결코 아델리황제펭귄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럼 아델리황제펭귄들이 이 지역을 평정할 거다.
자신이 싸놓은 씨앗들에게 정복당하는 마음은 어떤 심정일까?
난 뒷짐을 지고 생각했다.
"모든건 내 알바가 아니지.."
그리고 대검을 챙겨들었다.
검을 쓰지 않아도 이 지역을 평정했다.
"아쉽군..재밌었던 곳을 떠나야 하다니.."
난 황제펭귄의 운명을 모른채 이곳을 떠났다.
물론 아델리 펭귄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인사해봐야 뭐하겠어..
눈물 바다만 될 뿐이지.
저 곳은 정액 바다가 더 어울려.
길을 나서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