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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시작
난 소환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빙의되었다는 게 맞겠다. 눈을 뜨자 다른 사람 몸 안에 들어와 있었으니까.
이 몸의 원 주인은 마법학교 조교로 무능력하기로 꽤나 유명했던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요령은 있었나 보다.
별다른 성과 없이 조교직을 4년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잘리지도 않고 보직 변경해서 교내 경비 및 청소, 마법동물 관리와 같은 명예직으로 학교에 계속 붙어있었으니까.
불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꿀을 빨던 인생이었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이래 봬도 동물들이 엄청 따랐다고.]
이 몸의 주인이었던 ‘유령’이 직접 내게 이야기해줬기 때문이다. 무척 뚱뚱하고 불쾌한 외견의 유령이.
[조교 시절에는 그리폰 우리 뒤쪽 공터에서 자주 땡땡이를 쳤는데, 거기가 눈치 볼 사람 없어서 참 좋았...... 날 왜 그렇게 보는 거야?]
이 유령이랑 이야기했던 걸 말해보면 이렇다.
난 죽었다.
그건 기억난다.
당장 어제만 해도 취업에서 낙방한 뒤 방으로 돌아와 게임을 켜고 밤을 지새웠다. 취준 생활 4년차에 새로 생긴 취미였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잠시 건들었던 게 중독 된 거다.
잘 못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게임을 할 때는 현실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그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엎어졌다. 난 낙심을 극복할 수 없었던 거다. 내 인생의 빛들 날은 영영 올 거 같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을 그만 둘 수 없었다. 결과가 불확실한 나를 키우기보다. 노력하는 족족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게 즐거웠다.
얼마 만에 이런 생활인지 모른다. 무절제. 밤샘. 술과 게임. 마치 군대 가기 전날처럼 방탕하고 나태한 시간들.
마음 한편에 불안이 있었지만, 게임을 하는 순간만큼은 즐거웠다.
한심하게도.
하지만, 얼마 안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난 전혀 몰랐다. 그런 방탕한 생활을 감당할 만큼, 내 몸이 건강하지 않았다는 걸.
취업을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관리했던 게 탈이 되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심각할 정도로 높아진 것이다.
왜 피가 맑지 않고 진득해졌다는 의사의 경고 주의 깊게 듣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난 밤샘 게임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다 혈전이 막혀 죽어 버렸다.
그러니까
아주 꼴사나운 최후였다.
바닥에 엎어져 어머니에게 목청껏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그 대신 얕은 신음이 목에 메인 채로 되새김질 되었을 때 깨달았다.
이게 끝이구나. 내 진짜 삶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없었구나. 이렇게 그냥 끝나는 구나.
이건.
내가 생각했던 마지막과 너무 달랐다.
내 소중했던 사람들한테 못 했던 말을 다하고, 삶에 응어리진 것을 다 풀은 채 죽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삶에 마침표란 이리도 갑작스럽게 찍히는 것일 줄이야.
홀로 남을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다.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왜 노력하지 않고, 증명하지도 못 했을까. 그리고 어차피 이렇게 죽을 거 그렇게 주눅 들며 살았을까.
그 짧은 순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가슴에 턱 막힌 채 켁켁 거리며 고통에 몸부림 칠 때.
내게 다시 기회가 있다면.
정말로 열심히. 그리고 당당히 살리라 맹세했다.
그렇게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듯 일어나 보니 낯선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떴을 당시에는 천국에 온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 더러운 이불. 벽에 피어오른 곰팡이와 거미줄을 보아하니 지옥에 더 가까운 곳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아서 패르시.
갑작스레 내 시야 가득히 뚱뚱하고 불쾌한 그 얼굴을 들이밀어서 얼마나 기겁했는지 모른다.
그가 다짜고짜 말했다.
[환영하네. 이계의 용사여.]
마치 연극배우처럼 과장된 동작을 취하며 말이다.
용사라니. 이 얼마나 민망한 말인가.
그의 얼굴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찍었는데, 깜짝 놀라 아픈 것도 안 느껴졌다.
내 얼굴은 놀라 핏기가 가실 지경인데, 앞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자넨 방금 죽었어. 하지만, 내 덕에 한 번 더 삶을 이어갈 기회를 얻었지.]
“그, 그게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이해 못 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자. 그가 자신의 뚱뚱한 몸을 역동적이게 비틀었다. 알라딘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지니가 떠올랐다. 현실감이라고는 코끝만큼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되지? 다 이해해. 하지만, 질문하기 전에 일단 내 이야기부터 들어줘. 네가 지금 들어가 있는 몸은 27살의 나야. 난 죽기 전에 한 가지 계약을 했어. 그리고 그 계약의 이행을 도와줄 사람을 찾다 너의 영혼을 찾은 거야. 난 네게 많은걸 부탁할건 아냐. 내 대신 계약을 이행해주면서, 따로 내 부탁 세 가지 정도만 이뤄주면 돼. 그러면 그 몸은 완전히 네 소유가 되는 거야.]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혼자 빠르게 해대는 바람에 하나도 이해 못 했다. 어벙한 표정만 짓고 있었는데, 이내 뭔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사람. 허공에 떠 있잖아?
“너...너 뭐야?”
[나? 아 소개가 늦었군. 내 이름은 아서 페르시. 크로넬 제국학교의 조교였으며, 경비원, 청소부, 동물 관리와 같은 일들을...]
“아니, 그런 거 말고...... 지금 날고 있는 거야?”
[아, 이거?]
아서 패르시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내 질문에 기분 좋은 듯 히죽 웃었다. 자랑스러운지 어깨를 으쓱대기 까지 하면서 말이다.
[말했잖아. 네가 지금 들어가 있는 몸이 내 몸이라고, 난 영체야.]
“뭐? 너의 몸이라고?”
그게 무슨.
[그래 내 몸. 아... 일어나봐.]
아서는 거울 옆으로 날아갔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낫지. 이리 와서 거울 좀 봐봐.]
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뒤뚱.
뒤뚱? 뭐지? 몸이 낯설고 둔하다. 뭔가 싶어 몸을 내려다보곤 경악했다.
배가 터질 것 마냥 부풀어 올라 있다. 깜짝 놀라 손으로 만져 대었는데, 심지어 그 손조차 아기 손처럼 퉁퉁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얼마나 뱃살이 튀어 나와 있는지 일어서서 내려다보면 발이 가려질 정도였다.
“으아악! 뭐야 이거!”
[푸히힛. 잠만, 그러면 못 써. 감동이 덜 한하잖아. 거울을 보라고.]
아서가 손을 흔들며 기분 나쁜 코맹맹이 목소리로 재촉했다. 터질 것 마냥 불어 오른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뭔가 재밌는 구경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표정이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니까, 아까 뭐라고 했지? 자신의 몸에 내가 들어왔다고 했나?
설마.
천천히 거울로 다가갔다. 그럴수록 그의 입 꼬리가 점점 더 귀에 붙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거울에 나의 모습이 서서히 비쳐 졌다.
뚱뚱한 아서 페르시의 모습이.
“으아아악!”
[푸하핫! 내가 말했잖아. 내 몸에 네가 들어갔다니까?]
거울에 비쳐진 모습에 소리가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살집 가득한 얼굴이 경악에 찬 표정과 어우러져 더욱 우스꽝스러웠다.
“이...이게 뭐야.”
경악도 잠시. 사뭇 진지해져 얼굴을 굳힌 채 거울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이건 악몽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에이 진짜. 네 몸 주인 바로 옆에 있거든? 어찌되었던 한 번 더 살게 되었는데, 좀 기뻐하라고. 생긴 게 뭐 대수야? 좀 불편할 뿐이지 살아가는데 큰 지장 없었어.]
내 얼굴에 피어나던 혐오감 때문인지, 아서가 박장대소를 멈추고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이게 큰 지장 없을 얼굴인가. 아닌 거 같은데.
[하여튼, 어때? 내 말이 체감돼?]
되었다.
확실히 되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진한 눈썹. 희지만 거친 피부. 이목구비는 살에 파묻혔지만, 눈두덩이가 깊고 콧대가 높다. 자세히 보니 외모는 축 처진 살집 때문에 혐오스러워 보일 뿐. 살이 빠지면 사람 구실은 할 것 같다.
다듬어지지 않은 갈색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자라있고, 턱 전반에 숱이 가득한 수염이 쇄골까지 길게 자라있다. 전반적인 꼬락서니가 무인도에 몇 달간 표류한 나온 사람 같다.
이렇게 다듬지 않아도 되는 건가 해서 옆에 아서를 바라보았는데, 아서의 머리는 깔끔하게 단발로 다듬어져 있고, 수염이 없어 볼 살이 마치 엉덩이처럼 뽀송뽀송했다.
그러니까.
내 몸의 영체가 아닌가?
내가 거울과 아서의 턱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자, 아서가 말했다.
[영체화 되니 수염이나 머리카락 같은 체모는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이 가능하더라고. 이 뚱뚱한 몸은 영원하겠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뱃살을 마구 만져 출렁거렸다.
“내가 살을 빼도?”
[그래도 이 살은 유지될 거라고 하더군.]
그건.
이상하군.
[좋아.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아서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래,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할게. 보다시피 넌 내 몸 안에 들어왔어. 그건 이 세계의 법칙을 벗어난 일이지만. 내 특수한 기질과 규격외의 존재의 힘으로 가능하게 된 거지.]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차근차근 설명해봐.”
[좋아, 내가 지금 몇 살처럼 보여?]
“흠. 27살?”
[그래, 그렇게 보일 거야. 아까 말한 대로 27살의 몸이니까. 근데 사실 내 나이는 54살이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난 54살에 사고로 죽었어. 그런데 죽고 나니, 내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나의 ‘고유능력’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고유능력?”
[아, 너희 세계에는 고유능력이 없었나? 그럼 말이 길어지겠는데.]
볼을 긁적이더니 말을 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신과 같은 상위존재들이 짜놓은 세계의 룰을 벗어난 능력. 그것을 고유 능력이라고 해. 그리고 고유능력을 가진 사람을 ‘고유 능력자’라고 하고. 바로 나 같은 사람말이야.]
아서가 씩 웃으며, 두 엄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하지만, 난 내가 고유 능력자인 줄 몰랐어. 애초에 죽음 뒤에 찾아오는 능력이라니. 이딴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살아가는 내내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았는데 말이야.]
이내 씁쓸한 얼굴로 돌변하더니, 약간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나름 낙천적이게 살아보려 노력도 많이 하고,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달관한 척 살아왔지만. 삶은 너무 우울했어.]
우울했다고 남에게 말을 하는 게 민망한지, 아서가 내 눈치를 보며 코를 긁적였다.
[회귀할 시기를 고르라 한때, 삶을 돌아보았는데. 끔찍하고 상처받았던 처절한 시간들의 연속이더라. 살다가 즐거웠던 적도 분명 있었는데 떠오르지 않더라고. 일은 항상 귀찮았어. 딱히 즐거운 일과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라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갔지. 이 쯤 되니 죽기위해 살지 않았나 싶어가지고 회귀할 수 있다고 할 때 회귀하지 않기로 결정했어. 그런데 다른 선택권을 주더군.]
“그건?”
[내 끔찍한 삶을 대신 살아줄 영혼을 찾아, 내가 바라는 걸 이루게 하고, 계약도 대신 이행해주는 것.]
“그게 뭐야......”
자동전투를 켜놓고 게임 하는 사람이 연상 되었다. 별로 재미없을 거 같은데.
[뭐, 솔직히 그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따라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받아들이기로 했어. 날 인간보다 상위존재인 영체. ‘앙겔로스’로 만들어 주기로 했거든.]
상위존재? 앙겔로스?
[솔깃한 난 죽은 영혼 중에서 능력자를 물색했지, 젊으면서도 능력 있는 사람. 마법도 잘 쓰고 육체도 완벽한 사람! 거기다 삶에 대한 폭발적인 미련!]
응?
“내가?”
[그래, 바로 너였어! 능력이 있다 못해 넘쳐흘러서 용사로 불리던 사내!]
이게 무슨 소리지 오랫동안 동정이었던 사내는 마법사가 되고, 한참 동안 백수였던 사내는 용사가 되는 건가. 그런 사람을 찾는데, 왜 나를 데려온 건가.
아.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생각이.
게임.
내 게임 캐릭터라면, 그가 말한 조건에 부합했다.
한심하지만. 근 1년을 밤새워가며 키운 데다. 재능이 있어 잘하기도 했고, 게임이 가진 직관성에 매료되어 내가 성장한다는 기쁨에 노가다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게임 캐릭터를 나로 착각하고 데려왔다는 건가. 이거 말이 안 되지 않나?
아니, 생각해보면. 눈앞에 유령 날아다니고, 이계인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여기서 더 말이 되고 안되고를 잴 수나 있는 걸까.
[너와 같이 우수한 사람을 불러들인 이유는 다른 게 아냐. 내 인생은 빛들 날 없이 끔찍했기에 이 똥통 같은 인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능력자가 필요했거든.]
“잠만.”
자신의 삶을 똥통 운운하는 것에서 부터 난이도가 느껴졌다. 거기다 이 방. 거미줄도 쳐져 있는데다가 침대보는 누렇고 검은 때들로 더럽다. 이건 이계 타령하기 이전에 빼도 박도 없이 가난에 찌들어 산 흔적인거다.
아서가 말하는 우수함과 난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인데, 그가 바라는 걸 이뤄주기는 커녕. 나 역시 그의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받아 힘겹게 살기만 하는 게 아닐까?
[왜? 뭐 궁금한 거 있어?]
“아니, 그게......”
사실대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으면서도 순순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긁어 부스럼 아닐까?
여기는 이계고, 상대는 유령이다. 괜스레 말했다 무서운 일이 생길까 겁이 났다. 애초에 말한다고 무를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왜 27살이야? 좀 더 어렸을 때로 가는 게 더 좋지 않아?”
말을 돌렸다. 괜찮은 질문이라 생각했는데, 내 말에 아서가 얼굴을 찡그린다.
[어렸을 때는 다시 돌아가 볼 용기도 생기지 않을 만큼 끔찍한 기억들로 점철되어 있었거든. 뭔가 해볼 만한 환경도 아니었고 말이야. 그나마 27살이 내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을 때야. 조교가 된 첫해거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게 있었던 시기였지.]
뭔가 아련하듯 말하던 아서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은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나이로는 왔는데, 정확한 시기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 덕에 조교 생활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었을 때로 왔더라고. 그래서 문제가 몇 가지 있긴 한데...... 뭐 네가 알아서 잘해 주겠지.]
일을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었을 때로 와서. 아서라는 사람으로 일터에 섞여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앞이 깜깜해졌다.
“그래...... 아까 부터 말한 계약이란 거랑. 네가 바라는 것이 뭐야? 내가 뭘 해주면 되는 거지?”
[뭐 별거 없어.]
아서의 가벼운 대답에 정말 별거 아닌 게 아닐까라는 희망이 잠시 생겼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 산산이 부서졌지만 말이다.
[계약은 차차 알게 될 거고, 먼저 내 바램을 세 가지를 말해보면.]
[첫 번째, 백작이 될 것.]
[두 번째, 세 명 이상의 여자와 결혼할 것.]
[세 번째, 전당에 이름을 올릴 것. 그리고 될 수 있으면 크로넬 제국학교의 교수도 되고.]
“아니, 네 개잖아.”
[에이, 쪼잔하기는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마. 하여튼 저것만 하면 그 몸은 네 것이야.]
“별로, 내 것하고 싶지 않은... 아니다.”
[뭐야, 무슨 말을 하려했던 거야?]
가지고 싶지 않다는 말이 입 밖으로 거의 다 튀어나오기 직전에 어떻게든 주워 담았다.
그보다. 조건을 들으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뭔지 모를 것들이지만. 죄다 쉽게 이룰 수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지금이라도 너의 실수로 잘 못된 사람을 데려왔다고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아냐. 어쩌면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결혼이라는 것도 내 생각과 많이 다를 수도 있지 않는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물어보자.
“백작이 되라는 건 뭐야?”
[아, 너희 세계에서는 계급이 없었어?]
“적어도 내가 살고 있을 때는 없었어. 백작이라는 건 귀족이라는 거지?”
[잘 아네. 그래, 난 평민 출신이거든. 마력이 있는 순간 더는 평민 취급을 받지 않지만. 그렇다고 귀족으로 취급받는 것도 아니라...... 어중간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지. 적어도 백작위까지 얻었으면 좋겠어.]
“평민 출신?”
확실히 지금 이 방을 보고 높은 계급은 아니겠구나 싶었다만.
[말 그대로야. 마력이 없는 사람을 평민으로 분류해. 난 평민 중에서 드물게 마력이 발현된 경우이지.]
“마력이라고?”
[너도 알 거 아냐. 마법을 쓰기위한 마력.]
맙소사. 마법이라는 게 있단 말인가? 놀라서 대답 없이 눈만 댕그랗게 뜨고 있으니 아서가 가자미눈을 뜨며 날 바라봤다.
[정말 모른단 말이야?]
의심을 잔뜩 담아 물어왔다.
어쩐다.
대답을 회피하며 아서에게 시선을 피했다. 그때 마침 아기 손 마냥 부풀어진 오른쪽 손등에 있는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문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법에 문외한인 나라도 이건 마법과 관련된 문양으로 보였다.
문신을 만지작거리려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손가락 끝이 문신에 닿자.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홀로그램 같은 창이 하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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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아서 페르시
나이 : 27
직업 : 조교
소속 : 크로넬 제국학교
계급 : -
(습득 포인트 0)
<신체>
키 : 183cm
무게 : 171kg
(+)
<재능>
마력 : D (다음 승급까지 43%)
마법 : D- (+3 재능 강화)
운동 : B+ (+1 재능 강화)
(+)
<스킬>
[ 꿈의 개입 - 레어 스킬 lv.강화불가 ]
( 모페로스의 낙인으로 인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 하는 대신 레어 스킬을 얻습니다. )
- 대상자가 잠을 자고 있을 때, 꿈에 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 대상자의 꿈을 맘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 플레이어가 변신했어도 플레이어가 대상자와 신체접촉을 할 경우, 대상자는 플레이어를 인지합니다.
- 꿈이 깨고 나서 달성한 욕망만큼, 포인트를 얻습니다. (계약에 의해 30%의 포인트를 공양합니다.)
- 꿈에서 대상자나 시전자가 죽으면 스킬이 자동 해제됩니다.
[ 마법 감지 - 유니크 스킬 lv.0 ]
- (포인트를 사용하여 스킬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 포인트 부여 - 유니크 스킬 lv.강화불가 ]
- 특정 스킬에 포인트를 부여해 1회 강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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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마상에나.
눈앞에 뜬것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이 세계에선 이런 게 되나 봐?’ 라고 물으려 아서를 돌아봤는데,
창을 바라보는 아서의 표정도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이게, 이계인의 마법인가!!]
심지어 내가 할 말도 가로채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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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