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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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의 시작

                                                      

 “.....님?”

 아득한 저편에서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렸다. 눈을 뜨려 하니 눈꺼풀이 붙어가지곤 경련하듯 떨리기만 했다. 뭔가 끈적한 게 있다. 손으로 훔쳐내고 눈을 가늘게 떠보았다.

 “조교님?”

 “끄응-.”

 “어! 조교님? 정신이 드세요?”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아직 눈앞이 빙빙 돌았다. 바싹 마른 입안을 혀로 훔쳐 침을 한번 삼켰더니 단내가 가득하다. 옆을 바라보니 애니가 있다.

 “어떻게 된 거야?”

 “끙. 잠시 정신을 잃으셨어요.”

 [이야, 위험했어. 어찌나 폭주했는지 네 머리가 수박마냥 깨졌거든. 엘레인이 방앗간 처녀마냥 널 정성껏 빻아주더라. 엘레인 패거리가 죽지 않도록 가볍게 마법 걸어주고 갔는데. 애니가 완벽하게 치료해줬어.]

 아서가 허공에 앉아 티를 마시는 마임을 하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바닥을 보는데. 얼굴이 핏기가 가셨다. 피범벅이다. 사방에 피가 그로테스크하게 퍼져있었다.

 맙소사.

 현기증이 났다.

 “아... 그렇게 오래 잃으신건 아니에요.”

 그렇군. 

 무릎 꿇고 앉아있는 애니를 쳐다봤다. 치료 마법 덕인지 옷이 살짝 헤진 것 외엔 상처 하나 없었다. 헝겊은 왜 들고 있는 거지.

 “그건, 피 닦으려고?”

 “예? 아, 이거요? 예.... 뭐, 그런 거죠.”

 애니가 내 말에 당황하더니 이내 손에 든 천으로 바닥을 훔쳤다. 딱히 당황할 질문은 아니었는데.

 [그러려던 게 아니라 네 얼굴에 묻은 침 닦으려던 거야. 아까 여자애들이 너 쓰러지니까 얼굴에 침을 뱉고 갔거든. 아, 계속 깐죽대던 빨간 머리 단발에 기억나지? 걔는 특별히 주먹만 한 가래침 뱉고 갔다. 기억해둬.]

 정말이냐......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침 냄새가 나는 거 같긴 하다.

 “개 같은 년들!”

 “헉.”

 “헛, 아니. 그게 아니고.”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애니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방금은 실수였어.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보다 고마워.”

 “뭘요.”

 아까 내 말에 얼굴이 굳어있던 애니의 얼굴이 얼떨떨하게나마 풀렸다.

 바닥을 훔친다고 얼버무린 건, 날 신경 써 준건가?

 “바닥은 내가 정리할게, 그보다 애니. 이런 일이 자주 있었어?”

 “예? 아뇨. 엘레인과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거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건 다행이네.”

 애니가 곤란한 듯 주뼛주뼛 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 조교님. 오늘 있었던 일은 징계팀에 말하지 않아 주시겠어요?”

 “응?”

 “그게..... 어차피 이런 일이 또 있을 거 같지 않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되면 오늘 일이 허사가 되는데. 난 곤란한 표정으로 아서를 바라봤다.

 [괜찮아, 그런다고 해. 어차피 네가 징계팀에 말해도 엘레인 쪽으로 이야기하나 안 들어갈 거니까. 너만 가산받는 것에서 끝날 거야. 오히려 그쪽이 이런 사정 더 잘 아니까.]

 “알겠어.”

 “네...... 조교님. 오늘 나서주셔서 고마웠어요.”

****

 힘들었다. 단지 학교를 구경하러 돌아다녔을 뿐인데 그런 일에 휘말리다니.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자연스럽게 걱정되었다. 

 방에 돌아온 난. 더러운 침대에 누워 빛을 발하고 있는 마력 등을 올려다보았다. 

 이 세계는 전기 대신 마력이 대체했다. 마력은 전기처럼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고 그들만의 특권이었다. 그렇기에 이 세계의 특권계층의 선민의식은 내 상상을 불허할정도로 높겠지.

 방으로 돌아올 때 아서가 해준 이야기대로라면, 인문이니 뭐니 하여 평민에 대한 의식이 많이 변화했다고 하던데. 애초에 유전적인 천성으로 계층이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리는 마당에 그게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학생 시절 아서는 ‘이제 귀족들의 의식이 많이 변해 계층 간의 격차가 사라진 게 아닐까?’라는 착각을 했었다. 그건 마법 학교를 입학했을 때 같은 평민 출신들보다 귀족들이 자신을 오히려 잘 대해줬던 탓이었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누누이 들어왔던, 오만하고 남을 무시하며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귀족 같은 건 옛날이야기로 치부 시 했다. 단순히 평민들의 도시 괴담으로 생각했다. 

 조교가 되어 엘레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전에도 나쁜 귀족을 만나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엘레인만큼 최악인 귀족은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괴담, 그 자체.

귀족들한테는 평판이 좋지만, 자신보다 낮은 자를 대할 때는 가차 없고 저질스럽다. 

그런 그녀와 부딪치며 자신이 보지 못했던 귀족 사회의 면면에 대해 점점 알게 되었고, 콩깍지가 벗겨졌다고 했다. 

 난 첫날부터 그런 여자랑 얽힌 거다. 안 그래도 어려울 인생살이를 더욱더 격렬한 여정으로 만들다니. 

 아, 생각할수록 머리 아프다. 머리를 침대에 푹 파묻었다. 

 아, 잠만. 

 잠들기 전에 먼저 할 게 하나 있었다.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있다. 

 책상 위에 ‘지팡이’가 있었다. 침대에서 뒹굴어서 책상 쪽으로 움직였다.

 [마법을 써보려고?] 

 아까 전부터, 마법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난 지팡이를 잡으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쓸 수 있-.”

 휘잉 -.

 내 말을 끊고 기이한 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손에 있는 문양에서 강렬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어? 이런, 오늘부터였나? 난 내일부터인 줄 알고 차차 설명해 주려 했는데.]

 아서가 곤란하다는 듯 코를 긁었다.

 뭐가 오늘부터라는 건지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려 했을 때였다.

 팟-

 「모페로스의 부름을 받습니다.」

 눈앞에 창이 하나 떴다.

 이건 또 뭐야.

 「계약을 이행하기 전에 앞서 튜토리얼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20초 이내에 꿈의 개입 스킬을 사용하여 타인의 꿈에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 튜토리얼 퀘스트 : 꿈의 개입 1. 시작!

 꿈의 개입 스킬로 타인의 꿈에 들어가 보자.

 시간 제한 00:20초

 <주의> 제한 시간이 지날 경우 스킬을 사용할 때까지 맹렬한 고통을 느낍니다.

 보상 : 300 포인트 」

 이게 무슨......?

 당황해서 아서를 바라보았다.

 [어? 이런 게 있었나?]

 “너도 몰라?”

 [어..... 타인의 꿈에 들어가 가지고 마력을 모아주는 게 계약 내용이었긴 한데, 이런 건 없었을 텐데?]

 “계약 내용이 그런 거였어?”

 00:13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난 허겁지겁 손에 있는 문양을 클릭했다.

 게임 창이 떴다.

 재빠르게 스킬란을 훑는다.

「 꿈의 개입 - 유니크 스킬 (모페로스의 낙인이 찍혀있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 하는 대신, 특이 능력을 얻습니다.)」

 이걸 쓰라고? 어떻게?

「 스킬을 발동합니다. 

 대상자를 선택하십시오.

 - 엘레인 아이네스. (O)

 」

 이렇게 군. 스킬을 사용하겠다 생각을 하면 되는 거였다. 스킬 시전 창에는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엘레인? 왜?

 00:02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창에 떠있는 엘레인을 선택했다.

 그러자 세상이 반전했다.

****

 난 꽃을 별로 안 좋아했다. 관리도 어렵고 쉽게 죽을뿐더러 이쁘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거기다 굳이, 꽃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에 널려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집을 돌아가게 되면 가장 먼저 꽃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소가 바뀌어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꽃이었다. 어두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각양각색의 꽃들. 수많은 꽃들을 주구 난방으로 막 배치한 게 한 게 아니라, 엔티크한 가구. 고풍스러운 그림. 은은하게 켜진 조명과 어우러져 공간들을 아름답게 만들도록 꾸며놨다. 마치, 이 방 자체가 하나의 미술작품인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꽃에 관심 없던 나라도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 정도다. 정말 꿈에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환상적인 광경이다. 

 여러 꽃이 있는데도 각자의 향기가 매캐하게 얽히지 않고 은은하고 산뜻하게 났다. 이런 향이면 몇 번이고 맡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아서의 방에 나던 곰팡이의 퀴퀴함 냄새 대신, 끝을 모를 상쾌함이 코를 통해 폐부를 가득 채우니 쾌감마저 느껴졌다.

 난 한참 꽃을 보다 시선을 돌려 방을 둘러보았다. 침대 위에 있는 수면 등에 비쳐 누워있는 엘레인이 보였다.

 보라색 실크 잠옷 입고 레이스가 달린 눈가리개를 쓴 채 푹 자고 있었다. 얼굴을 보자 또 다시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망할 년. 사람을 그렇게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패놓고 잘만 자고 있구나.

 엘레인은 고급스러운 침대 위에 누워있었는데, 침대는 어찌나 큰지. 아서 다섯 명이 팔 벌려 누워도 여유롭게 잘 것 같아 보였다.

 그보다 여기. 단순히 꿈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침대 옆 옷걸이에 걸려 있는 학교 로브와 벽에 그려진 코르넬 제국학교의 마크를 보니 실제 있는 방에 내가 들어온 것 같았다.

 설마 여기 학교에 있는 고위 귀족 숙소인건가? 허, 내 숙소는 대체......

「 튜토리얼 퀘스트 : 꿈의 개입 1. 완료!

 보상으로 300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튜토리얼 퀘스트 : 꿈의 개입 2. 시작!

 대상자의 꿈 내에서 포인트를 100 이상 얻어내세요 (0/100)

<주의> 포인트를 최소 80이상 얻지 못 할 경우 영혼이 소멸합니다.

 보상 : 500 포인트 」

 연달아 창이 두 개나 떴다. 

 포인트를 얻으라고? 또 못하면 영혼이 소멸해? 알쏭달쏭하면서도 살벌한 말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했다. 

 그러고 보니 스킬 설명에 시전자가 달성된 욕망만큼 포인트를 얻는다고 했었지.

 너무 막연한 말이라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끌려오듯 엘레인의 꿈으로 들어왔지만 여기서 뭘 하라는 걸까.

 욕망과 관련된 행동을 하라고? 아까 이 소녀에게 된통 당한 것마냥 쥐어 패라 는건가?

 “으음-.”

 뒤척인 소리에 흠칫 놀랐다. 

 깨어났나 싶었지만, 다행히 잠자리에 들어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망할. 잠에서 깨면 또 곤죽이 되도록 바닥과 키스 해야 하는 거 아냐?

 난 스킬창을 열어 설명을 다시 보았다.

 설명에 따르면 남의 꿈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게 가능한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데로 바뀌나?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감고 내 몸이 엘레인으로 변하는 상상을 한 뒤 다시 눈을 떴다. 

 “맙소사.”

 변했다. 거울을 보니 엘레인으로 변한 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띠링 -.

 「+1」 

 순간, 숫자가 허공에 생겨나더니, 하늘로 올라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이게 포인트 득점인가?

 그렇게 창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꺄악!”

 갑작스러운 비명에 몸이 움찔 뛰어올랐다. 뒤돌아보았다가 누가 심장을 붙잡은 것마냥 깜짝 놀랐다. 어느새 일어난 엘레인이 날 쳐다보고 있는 거다.

 좆 됐다.

 “너, 너. 뭐야?!”

 엘레인은 나 때문에 많이 놀랐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내 얼굴도 그녀와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 얼굴의 핏기가 확 싹 가시는 느낌이다.

 “어떻게 그 모습...... 아니, 그보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안나? 샤브리나? 아무도 없어?”

 엘레인은 내가 자신의 모습으로 변한 것보다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것에 더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사람을 소리쳐 부르며,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방향을 보니 침대 옆 탁자에 올려져있는 지팡이를 잡으려 하는 것 같다.

 “아무도 없냐고!”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그렇게 고민하며 바라만 보고 있자, 그녀가 내 눈치를 보며 더욱더 대담하게 지팡이 쪽으로 움직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잠시만!”

 내가 소리 지르자 그녀가 멈칫했다. 입이 바싹 마른다. 실패하면 아까처럼 된통 당할지도 몰랐다.

 “난 너야.”

 “뭐??”

 일단 지르고 봤다. 엘레인이 무척 얼빠진 표정으로 되물었다.

 “여긴 너의 꿈속이야. 난 너라고.”

 좀 무리수 같았지만, 통한건가?

 어두운 조명 때문에 그녀의 표정이 안 보였다. 엘레인은 내 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입이 바싹 마른다. 뻑뻑한 입술을 혀로 달싹이고는 계속 말을 이으려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하는 걸 잘들-. 잠깐!”

 시발.

 아직 본론은 꺼내지도 못했는데, 멈춰 서서 내 얼굴만 바라보던 엘레인이 갑자기 지팡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도 지팡이를 향해 뛰었다.

 재빨리 움직여 탁자 위 지팡이를 잡으려 했지만, 한발 먼저 도착한 엘레인이 지팡이를 먼저 잡고는 나한테 휘둘렀다.

 순간, 내 머리를 뒤에서 붙잡아 당기는 힘이 느껴지는 탓에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하아아악!”

 쾅-!

 머리에 강력한 충격이 쇄도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 고통이다.

 “끄아아악!-”

 엘레인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뭔가를 더 하는지 머리가 바닥에 짓이겨질 기세로 눌러져 졌다. 거센 통증이 느껴졌다. 강력한 압력에 눈알이 빠질 것 같다.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일어나려 했지만, 바닥에서 엎어진 채로 손발만 버둥버둥 거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샤브리나? 안나? 안 나? 아무도 없는 거야?” 

 소리를 질러도 응답이 없자 그녀의 동공에 파문이 인다. 초조한 듯 엘레인는 아랫입술을 깨물어 보았지만 기다렸던 대답은 역시 들리지 않았다. 

 이내 분노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이밀었다.

 “[구속]”

 지팡이에서 빛이 뿜어져 내 몸에 부딪혔다. 그러자 두 손이 등 뒤로 저절로 움직여져선, 흰색 빛을 발하는 줄에 구속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어. 넌 누구지? 어떻게 내 모습으로 변한 거야? 그리고 샤브리나하고 안나에게 무슨 짓을 했어?”

 “잠깐, 이건 꿈이라고 난 너라니-.”

 부웅-!

 갑자기 시야가 바닥에서 멀어졌다.

 “아, 안돼.”

 휘익- 

 쾅-!

 “큽! 쿨럭.”

 “그건 무슨 마법이야.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고!”

 “잠깐-!”

 질문을 했으면 적어도 대답을 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웅-. 쿵-!

 “크헉.”

 “정체가 뭐야!”

 또다시 정신을 잃을 것 같다. 그만 멈춰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바람이 무색하게 엘레인은 지팡이를 다시 휘둘렀고 짓누르던 힘이 머리를 터트릴 기세로 강렬해졌다.

 “잠깐! 아파. 아프다고!”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잠시만, 이것 좀 어떻게 해봐. 다 말할 테니까.”

 “개수작 말고 어떻게 들어왔냐고!”

 이대로 가다간 머리가 감자 샐러드마냥 으깨질 거 같다. 꿈에서 깨겠지. 그러면 퀘스트 실패랑 이어진다. 그건 안된다.

 영혼 소멸이니 뭐니 살벌한 경고를 봤었으니까.

 “그만! 죽을 거 같다고!”

 “아예 그냥 죽지 그래?”

 이 개 같은 년이.

 누구는 원해서 여기 있는 줄 알아? 화가 났다. 그녀의 말이 내 가슴속에 불을 지폈는지, 분노가 폭발할 거 같았다.

 가슴속이 뜨겁게 일 끓었다. 저 내려다보는 얼굴을 당장에라도 내던져 싶다. 바닥을 설설 기게 만들어버리리라 

 “아프다고 이 썅년아!”

 “꺄악-!” 

 쿵-!

「+4 (5)」

 어? 

 갑자기 엘레인의 비명이 들렸다. 동시에 얼굴을 짓누르는 힘이 사라졌다. 구속마저 풀려 팔도 자유로워졌다.

 무슨 일인가 엘레인을 쳐다보니, 마치 누가 몸을 민 것처럼 지팡이를 떨어트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다.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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