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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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불평등한 종속계약

                                                      

 미남.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저 사람을 이 단어 말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흔히들 잘생긴 사람들한테 조각상이 걸어 다닌다고 말하던데, 그 표현으로 저 남자를 모독할 수 없었다. 조각상 따위는 저 남자의 아우라를 표현하지 못할 테니까. 

 멀리서도 느껴지는 피부의 광 탓인지, 윤기 나는 금발을 뒤로 묶어 꽁지머리를 한 탓인지, 아니면 애초에 저 남자에게서 알 수 없는 호르몬이 뿜어져 나와 이 강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온몸에서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쟤가 레온이야.]

 저 사람이?

 레온 교수를 보다 아서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정신이 확 돌아왔다. 불공평하다, 신이여. 불공평해!

 여자애들이 죄다 눈에 하트 하나를 심어놓고 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렇게 냉철해 보였던 마리 조교조차 봄 처녀 느낌을 뿔뿔 풍기고 있지 않은가.

 유달리 여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그를 바라만 봤을 뿐인데도 성적으로 주눅이 드는 기분이다.

 레온이 생긴대로 자신감 넘치게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며 인사했다.

 “아서, 좋은 아침.”

 “어.,어 네. 교수님, 좋은 아침입니다.”

 정신을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사라니. 그 덕에 얼간이 같은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내 인사에 레온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교수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서, 뭐 잘못 먹었어?”

 [친구 사이니까 반말해.]

 “아...... 어, 그냥. 분위기 좀 바꿨지.”

 “뭐 좋아. 면도도 깔끔하게 하니 보기 좋네. 그래도 존댓말은 서운하니 하지 말라고.”

 “알겠어.”

 무릎을 꿇을 뻔 했다. 성격까지 좋아 보이잖아. 환상 속의 동물은 본다 해도 레온만큼 놀랍고 감탄이 나올 거 같지 않았다.

 대화를 끝내고 걸어가던 레온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날 뒤돌아봤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아서, 자네 뭔가 변했군.”

 “머리를 다듬어서 그런가?”

 “아니, 그거 말고.”

 날 한참 빤히 쳐다본다. 

 왜 이렇게 보는 거지?

 레온의 기이한 행동에 주위 학생들은 물론, 마리 조교 마저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쳐다보고 있었다.

 레온은 한참보다 성큼성큼 다가와 내게 바싹 붙었다. 이럴 수가. 냄새 마저 좋다.

 “나와 약속한 건 기억하고 있지?”

 응? 약속? 눈을 돌려 내게 아무것도 언질을 안 한 놈팽이를 바라보았다.

 [그게 뭐지?]

 왜 모르는 건데.

 “다, 당연하지.”

 당황해서가 아니라 좋은 냄새를 의식하다 보니 말을 더듬었다.

 “그래, 꼭. 꼭, 내게 알려줘야 해.”

 그가 내 어깨를 잡고 마주 보며 말했다. 키도 크다. 올려다봐야 하는 거 보니까 180 후반대라도 되는 건가.

 난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러자 교수가 고개를 뒤로 뺀다.

 살았다. 이성애자로 남지 못할뻔했어.

 [약속?]

 아서는 계속 생각에 잠긴 체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말해준 대로라면 영체가 된 이후부터 모든 일이 기억나기 시작했다는데. 그렇다는 건 약속이 정말 뭔지 모르거나, 시치미를 때고 있거나 인 건가? 

 “좋아요. 학생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입니다. 교수님.”

 레온은 강의실 중앙에 있는 무대에 올라가 말했다.

 “오늘은 기본 방어 마법인 [마력방패]의 실전 운용을 해보겠어요. 학교에서 기본이라 말하면서 알려주는 마법들이 사실 가장 중요하고, 많이 사용하게 될 마법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아티팩트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장 먼저 널리 보급된 게 마법방어가 담겨있는 호신용 아티팩트였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마력방패]는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마법 중 하나죠.”

 수업이 시작되었다.

 레온의 설명 이후 마리 조교와 한 학생의 간단한 시범을 끝으로, 학생들은 둘씩 짝지어 실습에 들어갔다.

 두 학생이 공격마법, 방어마법을 번갈아 쓰며 실습한 뒤 마리 조교가 지원자를 모집하여, 무대 위에 올려 대련을 시키고 점수를 주었다.

 난 수업에 손끝 하나 건들 껀덕지가 없어 민망했지만, 그래도 마법 사용하는걸 지켜보는 건 재밌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본 마법이 염력과 비스름한 거라 시시하게 느껴졌는데, 실습을 지켜보니 온갖 빛깔이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와 강의실을 수 놓았다.

 마법은 참 화려했다.

 ‘그래 이게 마법이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학생들이 무척 잘하는데?”

 학생 대다수가 능숙하게 실습을 진행했다. 쉬운 수업이라 그런 건가? 게다가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는 학생들도 드물었다.

 [마력방패 실습 같은 경우, 초급, 중급, 고급, 매 과정마다 6시간씩 들어가 있어. 그놈에 중요도 때문이라던가?]

 “그렇군.”

 교육받는 애들 태도가 불성실하지 않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나도 학교나 군대에서 응급처치니 CPR이니 매년 반복하는 교육을 진지하게 임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레온 교수와 마리 조교도 중급과 고급과정이 열심히 안 해도 딱히 건들지 않고 초급 과정 애들에게 집중했다.

 “그런데 같은 마법이라도 마법을 쓸 때 소리 내 명칭을 외치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지팡이를 휘둘러서 마법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무슨 차이야?”

 만화에서 기술명을 말하며 싸우는 것마냥, 마법명을 소리 내 외치며 쓰는 애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멋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엘레인도 마법 명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구나.

 [영창과 무영창 말하는 거야? 숙련도 차이지. 초급과정을 완전히 이수 할 때 쯤 되면 대부분 무영창으로 마법 사용이 가능해.]

 “차이는 없나 보네?”

 [내가 알기로는? 사실 무영창과 영창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특히, 무영창을 쓰게 되는 계기나 조건 같은 건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지.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무영창 마법을 쓰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그걸 가능하게 하는지 인지를 못 해.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래? 흠...... 나도 쓸 수 있으려나?”

 [그건 확신 못 하겠네. 애초에 마법을 쓸 수나 있나?]

 어, 듣고 보니?

 [한번 여기서 써볼래?]

 “그래도 돼?”

 [지금 보고도 모르겠어? 너한테 신경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 학생들처럼 한번 해보자. 지팡이를 들고 [마력방패]라고 말해봐.]

 “[마력방패].”

 위잉-.

 오 된 건가?

 내가 마법을 영창 하자. 울렁거리는 투명한 막 같은 게 내 주위에 쳐졌다. 

 “이게 마법이 써진 거 맞지? 너무 쉬운데?”

 그러자 아서가 날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런 표정이야.”

 [아니, 이건 뭐...... 마법 모르던 거 맞아? 너 혹시 진짜 용사인 거 아냐?]

 가재미 눈을 뜨고 날 흘겼다. 뭐가 잘 못 되었나?

 “뭐 때문에 그래. 지금 마법 쓴 거 때문에 그래?”

 [아이,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있나. 솔직히 너 무안 줄려고 마법 쓰라고 했던 건데, 그렇게 간단하게 마법을 쓸 줄 몰랐다.]

 “뭐?”

 [진짜 마법명만 외친다고 마법이 써질 줄 알았어? 그렇게 되는 거면, 개나 소나 중급, 고급 다 이수하지.]

 “네가 원래 마법을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쓸 수 있는 게 아냐?”

 [당연하다니! 영창이든 무영창이든 마법은 마력를 부여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쓰고자 하는 마법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를 그려야지만 가능한 거라고! 무엇하나 엇박자를 이루면 마법은 써지지 않아.]

 “호오.”

 그렇구나. 솔직히 나도 이렇게 쉽게 마법이 써지는데, 마법 학교라는 게 필요가 있나 잠시 생각해보았는데, 원래 이런 게 아니구나.

 그렇다면, 이것도 나의 ‘고유능력’ 때문인 건가?

 [이건 끝내주는 거야. 처음 악기를 잡은 어린애가 완벽한 연주를 펼치는 격이라고. 설마, 무영창마저 그냥 하는 거 아냐?]

 아서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본다.

 “탐탁지 않던 거 아니었어?”

 [푸핫. 뭔 소리야. 그냥 놀리고 싶었는데, 맥빠지니 그랬던 거지. 솔직히, 네가 잘났을수록 내가 나쁠 일이 뭐가 있어? 하여튼, 한번 무영창도 해봐.]

 “그건 어떻게 해?”

 [글쎄...... 이게 설명한다고 되는 건 아닌데, 그렇다면 영창을 했던 것처럼, 무영창도 마음속으로 외쳐봐 봐. 솔직히 그렇게 해서 될 것 같지-.]

 ‘[마력방패]’

 원래 있던 막이 사라지며, 새로 생기는 막과 교차했다. 되는구나 이거.

 [않은데...... 으헉.]

 아서가 경악해서 입을 떡 벌려 쳐다봤다.

 “이거 되는데?”

 [말도 안 돼...... 뭐 이딴 게 다 있어.]

 아서가 이를 아득 갈더니, 내게 주먹을 날렸다. 깜짝 놀랐지만, 주먹은 그대로 내 몸을 통과할 뿐이다. 

 “뭐하는 거야.” 

 [억울하다, 억울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쁜지 웃는 얼굴이었다. 아서는 계속 허우적거리며, 내 몸에 주먹을 날렸다. 

 문외한인 내가 생각해도 이건 엄청난 메리트였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특별한 감각을 훈련해야 하는 것 같지만, 난 그럴 필요가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피아노를 잡자마자 모차르트 소나타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꼴이지 않은가.

 마법을 스킬로서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것도 타인과 다르다. 단순히 [게임창]만 뜨는 줄 알았던, 고유능력이 사실 이 세상을 [게임] 그 자체로 만드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아서의 제안이 삼키지 못할 것이 아니다. 충분히 씹어먹을 수 있다.

 그보다 이 영체는 지치지도 않나.

 “정신 사나우니 그만해.”

 [잘 됐어. 쉽게 마법을 익히고 쓸 수 있다는 건, 마법사로서 최고의 장점이라 할 수 있으니. 하핫.]

 “그렇긴 한데, 마법 익히는 게 타인과 다르다면, 교수 생활을 할 수 있으려나?”

 [괜찮아 명예직으로 학교에서 품는 교수도 있으니까. 그건 뭐 차차 생각해보자고. 난 네가 누굴 가르치길 원해서 교수가 되라는 건 아냐. 내가 교수가 되어 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상류층이 되는 것. 그 권력을 한번 맛보고 싶은 거니까.]

 “그러냐......”

 거참 탐욕스러우면서 정직한 욕망이군.

****

 수업은 2시간가량 진행했다. 수업 하나가 끝나고 나면 휴식시간을 가진 뒤, 강의를 수강하는 다음 학생들이 오고 동일한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몇 번의 수업을 탱자탱자 놀며 보냈을 때였다.

 [저거 어쩌지. 널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나도 알아. 죽을 것 같다.”

 몇 번 수강하는 반들이 바뀌다 보니 익숙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도 먼저 인사해주는 애니.

 그리고 내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엘레인.

 미치겠네.

 엘레인는 내 얼굴을 뚫어버릴 기세로 노골적이게 째려보았다. 그러다가도 내가 엘레인을 바라볼 때면 고개를 획 돌려 과장되게 시선을 피했다.

 날 말려 죽이려고 하는 건가. 맘 같아서는 그만 쳐다보라고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마음 한켠 돌을 올린 것마냥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엘레인 말고 꽤나 눈에 짚이는 학생이 있었다.

 “아서, 저기 있는 흰머리...? 상아색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저 여학생은 누구야?”

 엘레인 패거리 반대편에 또 다른 패거리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여학생이 백금발의 머리카락 색으로 유독 도드라졌다. 

 [아, 소피아 공주?]

 “공주?”

 직위를 들었을 뿐인데, 그녀의 머리 뒤에 후광이 보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티리에 왕국의 삼공주지.]

 “코르넬인지 뭐시기의 공주가 아니고?”

 [유학 온 거지. 그리고 코르넬이 아니라 크로넬이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 학교 규모는 아르 대륙에서도 손꼽힐 정도라고.]

 “그렇구만, 그보다 인기가 많네? 공주라 그런 건가?”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도 실력과 성격 덕이지. 애초에 공주간판 덕 볼 만큼 티리에 왕국은 큰 국가가 아니야. 내가 기억하기로는 얼마 가지 못하기도 하고.]

 “얼마 가지 못해?”

 [다른 제국에 흡수당하거든. 뭐, 그거와 별개로 소피아 공주는 우리 제국에서 마법사로 명성 날리며 잘 먹고 잘살지만 말이지.]

 그럼.

 해피 엔딩인건가?

 “꺄악.”

 “야. 교수님. 교수님.”

 왔군.

 이 난리도 몇 번 보니까 금세 익숙해 졌다. 어떻게 매 수업 시작 때마다 학생들이 이렇게 요란을 피울까.

 그런데, 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장면에서 이질적인 게 눈에 확 들어왔다. 아까만 해도 날 매섭게 째려보던 엘레인이 레온 교수가 들어오자마자, 홍조가 만연한 채로 눈에 하트 장전하여 격렬하게 뿅 뿅 거리며 발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자, 내 시선을 인지했는지 엘레인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난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저거 또 저러네.]

 아서가 엘레인을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안다.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아서에게 손가락질당하는 ‘저거’의 눈빛이 느껴졌으니까. 수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만사 그렇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있던가?

****

 “조교님 저랑 아트리샤랑 대련 지원하겠습니다.”

 아는 얼굴이 나왔다. 내 얼굴에 가래침을 뱉고 갔던 빨간 단발머리. 마리 조교가 손에 들고 있는 노트에 뭔가를 적어가며 물었다.

 “네. 이름이?”

 “샤브리나 입니다.”

 이름이 샤브리나 구나. 같이 나온 아트리샤는 어제 내 말꼬리를 끝까지 붙잡던 검은 머리의 여자애였다.

 어제 그렇게 불량한 첫 모습을 봐서 그런가, 그 둘이 자진해서 무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그때, 무대 위로 올라가는 샤브리나가 나를 흘깃 바라보며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비웃는다. 뭐야 저거.

 [아주 인기가 터지네. 터져.]

 “저거 나한테 그런 거 맞지?”

 [당연하지. 네가 서있는 곳 주위에 사람도 없잖아. 이야, 이렇게 인기 터지는거 보니 수업 끝나고 조심해야 할 수도 있겠는데?]

 “어제 줄창 당한건 쟤네가 아니라 난데, 뭔 수업 끝나고 조심이야.”

 이건 뭐 초, 중학교도 아니고. 게다가 난 조교... 아, 생각해보니 어제 참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당했지. 그냥 흘려들을 말은 아닌가?

 아트리샤와 샤브리나의 중간에 선 마리 조교가 외쳤다.

 “시작하겠습니다.”

 마리 조교의 지팡이에 빛나는 나비 하나가 나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 올라갔다. 천장에 닿을 만큼 떠오른 나비는 이내 폭발하듯 터졌다.

펑-.

 휘이이잉-.

 기다렸다는 듯. 아트리샤와 샤브리나의 지팡이에서 흰색 섬광이 뿜어졌다.

 콰쾅-. 쾅.

 섬광이 허공에서 격돌해 폭발했다.

 “뭐야. 열심히 하네.”

 [이제까지 나온 애들 중에 가장 화려하게 노네. [마력화살] 같은 기초마법으로 잘도 저렇게 하는구만.]

 아서가 말한 [마력화살]로 보이는 여러 빛줄기가 서로를 향해 격렬하게 뿜어져 나갔다.

 이제까지 보았던 대련 중에 가장 치열하다. 그 덕에 주위 학생들이 어느 때와 다르게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났다.

 덩달아 나도 재미가 있어지고. [마력화살]이 터지는 반동으로 점점 무대 위가 연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어느새 서서히 무대 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피어났을 때였다.

 [야! 피해!]

 “어?”

 휘이이잉-.

 갑자기 연기를 찢고, 눈앞으로 빛줄기가 쇄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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