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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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불평등한 종속계약

                                                      

[-신 좀 차려봐]

 “쿨럭.” 

 [오! 살았네? 좀 괜찮아?] 

 “으. 시발. 여기는 또 뭐야.” 

 좁고 어두운데에 갇혀있다. 피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끈적끈적하고 냄새도 고약했다. 

 [그 전에 엘레인 처음 만났던 실습실 캐비닛 안이야. 네가 기절하자 적당히 치료해서 이곳 안에 넣어놓고 가더라고]

 이런 개 같은 년들. 

 팡-! 

 주먹으로 앞에 보이는 캐비닛을 쳤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내 몸이 쓰러지듯 앞으로 넘어졌다. 

 [난리도 아니군.]

 몸에 채찍질 당한 상처가 아물다 만 채 이곳저곳 남아있었다. 

 그야말로 적당히 치료는 하고 갔는지,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지팡이는 저기 있으니까. 아직 몸이 안 괜찮으면 회복마법을 걸어봐.]

 아서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벗어놓은 옷들이 가지런히 개어져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지팡이와 쪽지 하나가 있었다.

 쪽지를 집어 들어 내용을 보았다가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걸 느꼈다.

〈 괜히 학교에서 말 나오지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몸에 묻은 피는 잘 닦고 나오세요. 

 그리고 제가 한 말들은 꼭 명심하시고요.

 건방진 돼지에게.

 - 주인님이. >

 이런 엿 같은 년이 다 있나. 뭐? 괜히 학교에서 말이 나오지 않게? 지금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그런 소리가 나와? 

 문득, 마지막에 채찍질을 당하기 전, 엘레인이 내가 묶여서 낑낑댈 때 그걸 보며 웃어 재낀 게 떠올랐다. 

 웃어. 웃어? 

 갑자기 머리에 피가 쏠렸다. 손이 퍼렇게 올라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 개 같은 년을 그냥!” 

 진정이 안 된다. 어금니와 주먹에 아무리 힘을 줘도 참지 못할 거 같았다. 

 [뭐하려고? 꿈에 들어가려는 거야?] 

 난 게임 창을 띄워 꿈의 개입 스킬을 썼다. 

「 스킬을 발동합니다. 

 대상자를 선택하십시오. 

- 엘레인 아이네스. (O) 

- 안나 페테르니. (X) 

」 

 있다. 

 이 망할 년은 사람이 곤죽이 되었는데, 잠도 빨리 드는구나. 

 난 엘레인 아이네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전처럼 세상이 반전되었다. 

**** 

 또 그 방이다. 고위 계급 숙소. 

 이게 맞는 건가? 설명에는 상대방의 꿈에 들어간다고 쓰여 있는데, 매번 똑같은 장소로 오니 이상했다.

 이거 혹시 깊게 잠드는 거랑 연관이 있는 걸까? 

 그때와 같이 엘레인이 고급스러운 보라색 잠옷과 안대를 끼고 커다란 침대 위에 혼자 누워있었다. 

 난 침대 위에 있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덮고 있는 이불을 조종해 엘레인을 돌돌 말았다. 

 “흐으음? 응? 어??” 

 「+4」 

 잠에서 깼는지 엘레인이 잠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까 무력하게 바닥에서 버둥거리던 날 비웃었던, 그 목소리로 말이다. 

 떠올리니 명치가 얹힐 거 같았다. 난 내게 익숙한 몽둥이를 만들어서 힘껏 양손으로 잡았다. 

 바로 야구배트 말이다. 

 “뭐, 뭐야!” 

 엘레인이 이불 안에서 아등바등했다. 

 꼼지락 꼼지락거리는 이불과 내 손에 들려져 있는 야구배트가 교차하며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알 수 없는 흥분이 차올랐다. 

 “이거 뭐야 진짜!” 

 뭐긴 뭐야. 정의 구현이다. 시발년아! 

 난 그녀를 향해 있는 힘껏 야구방망이를 내리쳤다. 

 “어어? 악?! 앗! 아! 그만! 아아악!” 

 팡!-퍽! 퍽! 팡팡-! 퍽! 

 「+6」「+6」「+6」「+6」「+6」 

 “뒤져! 뒤지라고!”

 이불 너머 사람의 뼈의 감촉이 손에 악랄하게 남았다. 

 하지만, 자비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처럼 매번 때릴 때마다 더욱더 힘을 실었다. 

 가슴속에 타오르던 분노가 엘레인을 때릴 때마다 연료를 얻은 듯 더욱더 커지는 기분이었다. 

 “아아아악! 그만, 악! 아아아악! 그만하라고!!” 

 손아귀가 얼얼해질 만큼 강하게 때리자 그녀의 비명도 더 거세졌다. 그만하라고?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 넌 어땠지? 

 계속해서 야구배트를 내리쳤다. 엘레인 이불에 있는 먼지 하나까지 다 털어줄 기세로 말이다. 

 때릴 때마다 점수 창이 미칠 듯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관심사는 오로지 이 쌍년. 

이 쌍년에게 고통을 주는 것뿐이었다. 

 “악! 아파! 악!! 누구야! 아아악!” 

 “이 개 같은 년! 좆 같은년어어언!! 으아아아!!” 

 뿌직-. 

 탕-타당. 

 나무 배트가 윗부분이 부러져 저 멀리 날아갔다. 난 부러진 손잡이를 거칠게 엘레인에게 내던졌다. 

 팍! 

 “악!” 

 “하악. 하악.” 

 숨이 찼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쉬었다. 엘레인은 이불 안에서 고통에 신음하기만 했다. 

  “으으윽.... 너.... 너 이 새끼.... 내가 이불에서...... 나오면 가만..... 으읔.”

  “못 나와.”

“으응?” 

“넌 여기서 죽을 거거든.” 

“아...안 돼” 

그녀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가득 찼다. 

난 다시 야구방망이를 만들어 내리쳤다. 

퍽! 퍽! 퍽! 

“살려! 악! 아. 아...” 한참 비명을 지르던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300 (970) 」 

시야가 반전되었다. 

**** 

「 총 습득 포인트는 970 입니다. 

- 모페로스의 계약으로 인해 291 포인트를 공양합니다. 

- 현재 총 포인트 681 (679 + 2)」 

「 도전과제 : <첫 살인> 완료! 

- 다른 사람의 꿈에서 사람을 죽이세요! 

보상 : 500 포인트 

현재 총 포인트 1181 」 

 죽은 건가.

 그보다. 새롭게 뜨는 창이 있었다. 도전과제라니. 덕분에 포인트를 엄청나게 얻어낼 수 있었다. 

 [오오오오! 으아. 이렇게 많은 양의 마력이라니. 끝내줘. 끝내준다고!] 

 공양이 시작되었는지, 아서가 눈이 획까닥 돌아간 채로 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야, 아주 어마무시한 짓을 했네.]

 “그래서 또 한 번 꿈에 들어가야겠어.” 

 몇 번이고 꿈에 들어가 혼내줘서, 반격할 의지 자체를 꺾어버려야겠다 생각했다. 

 난 다시 꿈의 개입 스킬을 시전했다. 

「 스킬을 발동합니다. 

대상자를 선택하십시오. 

(스킬 사용 비용 500포인트) 

(스킬 무료 이용까지 02:46.)

  - 엘레인 아이네스. (X) ( 플레이어의 포인트 레벨이 낮아, 해당 대상에게 스킬을 사용하려면, 총 1000포인트가 필요합니다.)

  - 안나 페테르니. (X) 

」 

 처음 보는 내용이 가득 있었다. 

 무료로 사용 가능한 건 하루에 한 번만이었나. 그보다 포인트 레벨은 뭐지. 그런 게 있었나. 

 게다가 다른 대상에게 사용하는 것도 500 포인트라니. 스킬을 쓸 때 함부로 쓰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엘레인의 이름 위로 아까 내 옷을 벗긴 붉은 생머리의 안나라는 여자애도 추가되어 있었다. 

 이름 옆에 (X)라는 표시를 보아하니, 아직 잠을 안 자고 있어서 못 들어간다는 표시인 것 같았다. 

 엘레인도 내가 꿈에서 나오자마자 O가 X로 바뀌었지 않은가. 

 의외의 상황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까 실컷 때리고 난 탓인지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는 거다.

 [아서, 꿈에 안 들어갈 거면, 이제 옷을 입지?] 

 그 말에 내가 피가 흥건한 채로 팬티 바람인 게 눈에 들어왔다. 

 “이거 찝찝한데 어떡하지?” 

 [기초적인 원소 마법은 배워뒀으니, [물], [바람], 을 이용해서 닦아내면 돼.]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물]을 속으로 속삭이자, 지팡이에서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물이 흘러나왔다. 

 마력을 더 높이면 이런 것도 위력이 높아질까? 

 난 [바람]을 이용해서 몸을 빠르게 말리고, 옷을 입은 뒤 아서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 

이런 시발. 

“꿈에서 내가 나오는데 어쩌라고. 그걸 왜 나한테 따지는 거야.” 

“아이, 재수가 없어서는. 정말 뭐 한 거 아냐?”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끝이 아니었다. 

 아까 꿈에 개입으로 신나게 때려줬던 엘레인이 잠에 깨자마자, 내 방에 돌아와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엘레인이 보인 순간 지팡이를 들려고 했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던 그녀에게 저지당했다. 그때 깨달았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걸. 

 엘레인은 자신의 꿈에 내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며, 액땜을 명목으로 날 또다시 떡갈비 만들 듯 바닥에 찍어 내렸다.

 “하. 어쩌다 이런 것과 얽혀서. 아주 재수가 옴 붙었어.” 

 내가 해야 할 말을 하고선, 바닥에 엎어진 내 얼굴을 발로 한번 지르밟곤 방에서 나갔다. 

 안 그래도 시궁창 같은 방구석이 개판이 되었다. 

 아, 진짜 뭐 이런게......

 난 엘레인이 나가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꿈의 개입 스킬창을 열었다. 포인트를 사용해서라도 엘레인이 잠들자마자 바로 들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잠만, 기다려봐.] 

 “왜 기다리라는 거야?” 

 [꿈에서 또 뭐할 건데? 아까처럼 마냥 때릴 거야? 어떻게 될지 알 잖아?]

 “말했잖아, 몇 번이고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을 만큼 짓밟아 줄 거라고.” 

 [살과 뼈를 취해봤자. 완벽하게 제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지금처럼 엘레인이 찾아와서 널 괴롭히는게 반복될 뿐이라고.]

 “흠......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는 거야?”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난, 이야기를 더 듣기로 했다. 스킬창을 닫고 이불에 걸터앉아 내 몸에 치료마법을 시전했다. 

 [그녀의 심장을 공격해야지.]

 “그게 무슨 소리야.” 

 [약점이야 훤하잖아? 이번에 내가 조금 도움을 줘도 될까?] 

 “어떻게?” 

 [잠만.]

 아서가 내게 다가와 가슴에 손을 대더니, 손을 댄 부위가 초록색으로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앙겔로스의 마력이 느껴집니다. 마력 개입을 수락하겠습니까? 

( Y / N ) 」

 알림 창과 함께, 초록빛깔의 기운이 내 몸 주위를 휘몰아쳤다. 

 [오. 네 고유능력은 대체 얼마나 강력한 거야? 아무리 내가 완벽하지 않다지만, 그래도 앙겔로스인데 계약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니.]

 “이게 뭐야.”

 내 질문에 대답을 안 하고 웃음만 지었다.

 [마력을 받고 나면 내가 알려줄게.]

 미심쩍은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보다 엘레인의 심장을 공격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이 어떤 건인지 궁금했기에 수락했다.

 그러자 내 몸을 감싸던 초록 기운이 강렬한 바람을 만들며, 내 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솔직히 멋졌다. 누가 보면 각성한 줄 알았을 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딱히 아무런 변화도 안 느껴졌다.

 “뭐한 거야 이거.”

 [왜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이야. 날 못 믿는 거야? 난 널 도우러 따라다니는 거라니까.]

 “못 믿는 게 아니라 뭘 한 건가 궁금한 거지.”

 [꿈에 개입을 돕기 위한 앙겔로스의 능력이야. 정확한 능력은 흐흐. 한번 꿈에 들어가 보면 알아.]

 그의 말을 듣고서도 불안한 건 여전했다. 그 이유는 그가 이전처럼 얼같이 같은 웃음이 아니라 음험하고 위험해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아주 큰.]

****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엘레인의 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참으로 팔자 좋은 아가씨였다. 

 남을 그렇게 괴롭히고는 금방 발 뻗고 잠드는 거 보면 천성인 거 같기도 했다. 

 그보다 앙겔로스의 힘이라는 건 대체 뭔지 모르겠다. 

 꿈에 들어오자마자 뭔가 변화가 생길 줄 알았는데 딱히 다른 건 없었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아까와 같은 고위 VIP 숙소에 꽃밭, 그리고 거대한 침대. 

 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엘레인을 쳐다보았다. 저번과 같이 보라색 실크 잠옷을 입고, 레이스 달린 눈가리개를 쓰고 있었다. 

 아서가 대체 뭘 한 거지 생각한 찰나. 

 두근-. 

 어라. 

 이상하다. 

 펑퍼짐한 잠옷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굴곡이 야릇하게 느껴졌다. 

 단지 지켜봤을 뿐인데, 잠옷 아래 살아 숨 쉬는 엘레인의 살결의 감촉이 생생했다. 

 탱글탱글 촉촉한 그녀의 피부가 혓바늘 끝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안대 밑에 드러나 있는 그녀의 분홍빛 입술은 보기만 해도 촉촉하고, 사탕처럼 달달하게 느껴졌다. 

 더 느끼고 싶다. 

 그녀의 살결을 더욱 보고 싶다 생각하자. 

 어느새 엘레인이 잠옷에서 마법 학교 교복을 입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눈가리개도 없어져 그녀의 이목구비가 다 드러났다. 엘레인의 속눈썹이 이렇게 길고 예뻤던가. 

 “크읍.” 

 얼굴에 피가 몰리며 눈이 빠질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마치 욕망이 용암마냥 들끓어 오르며, 치솟아 터질 것 같았다. 

 갑자기 하반신이 뻑적지근했다. 내려다보니 내 성기가 기지개를 피고 있었다. 

 불타는 것 같다. 

 참기 힘들다. 

 아니, 내가 뭘 참는다고 한 거지? 참아야 할 것이 있었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아야 할 게 없었다. 

 만지고 싶다. 

 난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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