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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건드리는 녀석은
[좋아! 다 왔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커?”
아서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학교 매점에 도착했다.
매점이라길래 내가 알고 있던 몇 평 안되는 구멍가게 같은 학교 매점을 떠올렸는데, 막상 보니 이건 웬만한 상가 하나 크기의 종합 상점이었다.
게다가 학생은 대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빽빽이 채워져 있는 게 보였다.
끔찍하구먼.
[아서 뭐해? 들어와.]
붐비는곳은 들어가기 싫은데.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내가 상점 안으로 발 디디는 순간. 학생들이 날 피해 도망쳐다녔으니까.
한때는, 이렇게 학생들이 피하는 걸 보고 멘탈이 못 버티지 않을까 걱정을 한 적 있었다.
못 버티긴 개뿔.
쾌적 그 자체다. 난 어느새 애들이 피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
역치가 높아진 걸까. 처음에는 학생들이 도망가는 걸 보고 주눅이 들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오히려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있는 학생을 쫓아내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빠르게 적응되고, 마음가짐이 변했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긴 했다. 이게 정말 내가 맞나? 혹시, 모페로스의 마력을 사용하는게 내게 자신감을 주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반신에서부터 근거 없는 자신감이 흘러 올라오는 기분이다.
[포마드랑 장갑 다 1층에 있네.]
“좋았어. 볼일은 빨리 끝나긴 했네, 그래도 한번 위까지 구경 갔다 와 볼까?”
[상관은 없지. 위로 올라갈수록 비싼 물건들이 있긴 한데, 받은 돈도 있겠다 잘 쓰라고.]
돈이라.
전에 아서에게 물어보니 조교는 3년간 수습자격으로 월 봉급 60실버밖에 안 받는다고 했다.
1골드에 100실버, 1실버에 100쿠퍼이니, 아이네스 가문에서 받은 ‘15골드 50실버’면 어림잡아 약 2년이 조금 넘는 봉급이었다.
내가 빙의하기 전 아서가 모아놓은 2골드가 있었으니. 총 17골드 50실버를 소유하고 있는 거다.
“보기에도 커 보이긴 했다만, 여기 8층까지 있네.”
[크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번 증축했거든.]
난 여유롭게 돌아봤다.
손에 들려 있는 바구니에는 원래 사려던 장갑과 포마드 외에도, 면도칼이나 비누, 면수건이 더 담겨있었다.
맨 위층인 8층으로 올라가자, 아래층과 달리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척 봐도 고급 관으로. 아티팩트와 마법 지팡이 등, 마법 도구들을 모아놓고 있는 곳이었다.
며칠간 별일이 다 있던 탓에 호신용 아티팩트는 하나 구매하고 싶었기에 관심 깊게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갈을 이용하여 이쁘게 만든 아티팩트가 있었다. 난 자갈의 매끈한 겉면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다.
팟-.
「 호신용 아티팩트 - 랭크 D
- C+ 랭크의 마력을 막아줍니다. 」
오. 이런 게 가능했던가.
아이템의 정보가 나오다니.
다른 물건을 잡았을 때 아무것도 안 뜨는걸 생각해 보면 마력이 부여되어야만 정보창이 뜨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마력 조절 장갑은 잡았을 때 정보창이 안 떴었던걸 생각해보면, 그건 마력 부여로 만들어진 게 아닌 건가.
그건 그렇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지금 내가 손을 댄 건 19골드짜리 호신용 아티팩트다.
애초에 구입도 못할 것이었긴 했지만, 성능이 생각보다 저조했다.
팟-.
「 호신용 아티팩트 - 랭크 F
- E+랭크의 마력을 막아줍니다. 」
E+랭크라니. 중급을 이수 못 한 열등생인 초급 마법사 아서조차 마력 랭크가 D가 아니었는가.
가장 저렴한 5골드의 아티팩트는.
이렇게 있으나 마나 한 저질스러운 제품이었다.
쓸만한 아티팩트를 살려면 100골드 이상은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게다가 가격에 비해 폼도 안 났다.
아티팩트는 보석을 이용해 만드는 건 줄 알았는데, 죄다 돌이나. 글자가 양각된 나뭇조각 같은 게 달린 목걸이나 팔찌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난 눈앞에 있는 장갑을 빤히 쳐다 보았다. 아서가 저번에 말한, 지팡이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마법 장갑이었다.
지팡이가 없으면 마법을 쓸 수 없다. 이게 마법사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지팡이를 항상 잡고 다닐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난 그 대신 장갑을 껴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한다면 굳이 아티팩트가 없더라도 마법 장갑과 [마법 감지]라는 유니크 마법. 그리고 [포인트 부여] 스킬이 있는 한, 최고의 호신용 아티팩트 역할을 해줄 것 같았다.
게다가 8골드 99실버.
가장 저렴한 마법 장갑의 가격이었다.
아주 적당했다.
게다가 점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런 마법 지팡이같이 마법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물품들은, 가격에 따라 디자인의 차이만 있지, 성능의 차이는 전혀 없다고 했다.
“저기, 이거 하나 주세요.”
[마법 장갑 사게? 그거, 저번에는 어차피 못 살 거라 말을 안 했는데. 사용하기가 마법 지팡이보다 까다롭...... 아니다, 너랑 상관없겠구나.]
아서가 저번 실습 시간을 떠올렸는지, 말을 하다 말았다. 그 모습에 미소가 나왔다.
사용이 어렵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타인과 마력 운용에 대한 법칙 자체가 다르게 적용되는 나로서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난 마법 장갑도 담아놓고 아래층을 전전했다. 그러던 중. 뭔가가 내 눈에 확 들어왔다.
빗자루.
꽤나 멋들어지는 빗자루였다. 마법사들이 타고 날아다니는 빗자루가 있다면, 이런 빗자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빗자루 아닐까? 난 혹시나 싶어 빗자루를 한번 손에 잡아 들어보았다.
창이 안 뜬다.
아니구나.
빗자루를 자리에 다시 두려다 바닥에 떨어트렸다.
“크흠.”
그러자 살찐 고블린처럼 생긴 상점 직원이 얼굴을 찌푸리며, 헛기침했다. 난 민망해서 머리를 긁적이고는, 고개를 숙여 그에게 사과했다. 아. 이제 보니 고블린 처럼 생긴 게 아니라, 진짜 고블린이었다.
[뭐 한 거야?]
“아서, 혹시 마법사들은 하늘 안 날아?”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늘? 나는 방법이야 많은데...... 아! 푸하핫. 저거 나는 빗자루라고 생각했던거야? 푸히힛.]
있긴 있나 보다.
뭐가 그렇게 웃겼던 건지, 제 혼자 빵 터져서는 허공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렇게 한참 웃더니 눈물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촌스럽게 누가 지팡이를 타. 특히, 너처럼 육중한 애들이 애들은 지팡이를 쓰면. 그 뭐. 그쪽이. 그러니까.]
아서가 내가 잡았던 빗자루를 두 손으로 잡는 시늉을 했다. 그걸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어 타는 척 하더니, 타자마자 [악!] 소리를 지르며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아파 죽겠다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오케이. 알아들었어. 내가 생각해도 별로군.
“최악이네.”
[근데 왜? 날아보고 싶어?]
“다들 날아보고 싶지 않나?”
빗자루를 보니 날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난 별로야. 하늘 위에 떠 있으면 사타구니가 아찔해서 못 참겠더라고.]
“롤러코스터 탈 때 마냥?”
[롤러코스터가 뭔데.]
“아, 실수. 그냥 잊어버려. 하늘 나는 마법 같은 건 없어?”
[비행 마법이 있긴 하지만, 마력소모가 많기에 실제로 마법을 이용해 날아다니는 사람은 없어. 오히려 비행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속도를 낮춰주는 용도로 많이 쓰지.]
“흠...... 그럼 안 되겠네. 요새는 빗자루 대신 뭘 타고 날아?”
[대부분 마차를 타지만, 개인 용도를 물어보는 거라면 마력석이 붙어있는 의자를 타.]
“그게 무슨 소리야?”
엄청 멋없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야말로 마력석이 붙어있는 의자야. 부드럽고 편하다고 빗자루보다 오래 떠 있을 수 있다고.]
잠시 상상해봤다. 병신같다.
내 가슴속을 촉촉이 적시던 낭만과 로망이 급격하게 쩍쩍 말라 비틀어졌다.
“아니. 그거 너무...... 의자 말고 다른 건 없어?”
[별로야? 취향 까다롭네. 다른 거라면 한 가지 있긴 한데. 이걸 지금 말해도 되나? 어차피 가보라고 하려던 곳이긴 하지만......]
“뭐야? 뭔데 그래?”
고민하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던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리폰 같은 건 어때?]
그리폰? 솔깃하다.
가뭄이 난 나의 감수성이 다시금 촉촉이 적셔지는 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골든 그리폰 클럽이라고, 학교에 관련 클럽도 있거든.]
“오. 근데 내가 가도 괜찮은 거야? 학생들을 위한 곳 아닌가?”
[학생 전용 클럽도 있고, 교원들도 참가할 수 있는 클럽도 따로 있고. 하지만, 뭐 교원들의 활동 자체는 저조한 편이야. 하여튼, 시간 날 때 한번 가보자.]
“좋지.”
구경이 다 끝났다 생각이 들어, 아래 내려가 계산을 했다. 돈을 안 가져 왔지만, 학교 직원은 신분을 확인받고 계좌를 남기는 것 만으로 계산이 가능했다.
아서가 은행에서 돈만 지불하면, 자신의 계좌와 연동되어 돈을 지불할수 있는 투명한 마력문양을 새겨준다고 하던데, 나중에 돈이 많아지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
“여기야? 뭐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텅텅 빈방이네.”
[만약에 표적이나 더미 같은 물품이 필요하면, 네가 미리 신청을 해야 해. 그보다, 저기 [룬] 있지? 가서 마력을 주입해봐.]
“잠시만.”
<기본 마법 개인 연습실 023번 방 – 결계 개방 조건을 만족하는지 확인 중입니다.>
[룬]에 손을 대자 옆에 있는 벽에 글씨가 떠올랐다.
<주의.
- 방 안에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있다면, 결계가 개방되지 않습니다.
- 마법에 담긴 마력양이 결계가 흡수 가능한 양을 넘어서면, 벽이 붉은색으로 변합니다.
- 벽이 붉은색으로 변한다면, 마법 사용을 중지해 주시고. 중급 마법 연습용 개인 실습실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결계 개방 조건 만족. 결계를 개방합니다.>
피슉-.
사방에서 벽을 타고 불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아마, 저게 [결계]인것 처럼 보였다.
[좋았어, 난 이만 지루할 거 같으니 들어가 쉬고 있을게.]
“알겠어.”
그렇게 말한 아서가 내 문양으로 흡수되어 들어갔다.
여기는 개인 마법 연습실.
마법 연습을 하기 위해 찾은 곳이다.
난 구입한 짐을 바리바리 싸 들어 숙소에 옮긴 후 마법 연습을 할 만한 곳을 찾았다. 괜히 방안에서 오래 있어 봤자 늘어지게 쉴 것만 같아서 바로 움직였다.
처음에 떠올린 장소는 엘레인을 처음 만난 자율 실습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실습실이라도 폭발 마법이나, 학교 규정에 알맞지 않은 마법을 일정 마력 이상 쓸 경우 제재를 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찾은 곳이 이곳 개인 마법 연습실이다.
이곳에서는 결계가 한 번에 흡수 할 수 있는 마력 내에서 마법만 쓴다면, 아무 마법이나 자유롭게 사용 가능했다.
물론, 만약 이 공간에서 대련이라도 한다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방에서 상주 가능 인원이 한 명이었다.
그래서 밖에서 누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문에 마력으로 만들어진듯한 붉은색 빗장이 걸렸다.
결계 앞에 가서 손을 대어보았다.
내 손에는 아까 구입한 마법 장갑이 끼어있었다.
팟-.
「[마력 결계] C랭크
- 결계가 버틸 수 있는 마력 랭크는 C 입니다.
- 결계의 마력 랭크 C+이상의 마력이 담긴 공격 마법이 결계에 닿을 경우, 벽이 붉은 색으로 변합니다. 」
C랭크 까지구나. 내가 예상한 수준이었다.
적절했다 생각한 난 상태 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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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아서 페르시
나이 : 27
직업 : 조교
소속 : 크로넬 제국학교
계급 : -
(습득 포인트 3376)
<신체>
키 : 183cm
무게 : 169kg
(+)
<재능>
마력 : D (다음 승급까지 44%)
마법 : D- (+3 재능 강화)
운동 : B+ (+1 재능 강화)
(+)
<스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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