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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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건드리는 녀석은

                                                      

난 매일 밤 잠들기 전, 상태 창을 건드리며 기능이 뭐가 있는지 알아봤었다. 시간이 남으면 앞으로 뭘 할지 계획도 짰었다.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상태 창에 있는 항목을 클릭하면 이것저것 설명이 나온다는 거다.

「 [마력] D 랭크 (44%) – 플레이어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마력의 총량입니다. 소진이 될 경우 일정 시간이 흐르면 회복합니다.

- 더 높은 마력을 사용할 때마다 숙련도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승급 조건 - 해당 재능의 숙련도가 100%가 되었을 때 다음 랭크로 승급됩니다.)

100 포인트를 사용하여 3시간 동안 숙련도 2배 부스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8번 중첩가능, 제곱으로 적용)

2배 부스트를 사용하겠습니까? ( 100포인트 사용, 현재 0번 적용)」

( Y / N )

‘마력’ 재능. 한 마디로 게임의 ‘MP통’과 같은 역할이었다. 

중요도를 따지자면, 각 마법의 마력을 담을 수 있는 한계치를 높이는 재능인 ‘마법’ 이 더 중요해 보였지만. 그건 나중에 시간이 없더라도, 포인트만 있으면, 언제든 다음 랭크로 올라가는 5까지 강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력’ 항목은 랭크업을 포인트로 할 수 없었다. 숙련도 부스트가 가능하지만, 시간을 들여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방학이 되어 시간이 많은 지금.

‘마력’을 랭크 업을 위한 노가다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다.

게다가 부스트 누적이 제곱으로 적용된다니, 처음에는 잘못 봤나 싶어 눈을 감았다가 다시 쳐다보았었다.

상태 창을 들여다보며, 시간 나면 이렇게 해야겠다 계획을 짰었는데, 이렇게 빨리 실행 할 수 있을줄이야.

「 용의불길 – 베이직 스킬을 개방하시겠습니까?

- 두 번째 스킬 개방 보너스가 적용합니다. 원래 포인트의 50% 로 개방 가능.

스킬을 개방할 경우 300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현재 포인트 3376)

lv.0 -> lv.1 」

 ( Y / N )

Y를 눌렀다.

「 용의불길 – 베이직 스킬  lv.1 」

 - 용의 형상을 담은 불꽃을 발사합니다.

 - B+랭크 수준까지 마력을 담아 발사 할 수 있습니다. (알림 – 플레이어 [마법] 랭크 D- 입니다.)

」 

 「남은 포인트는 3076 포인트입니다.」

먼저, 난 엘레인이 전에 썻던 [용의불길]을 습득했다.

내가 배우고 있는 [마법 화살]은 E랭크의 마력을 담을 수 있지만, 용의 불길은 B+랭크의 마력까지 담을 수 있었기에 노가다를 더 용이하게 만들어 줄 것이었다.

물론, [마력방패] 같은 기술은 무한히 마력을 부여 넣을 수 있었지만. [마력방패]를 사용한다고 해도 '마력' 숙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아마, 다른 마법에 맞지 않으면 숙련도가 안 올라가 는것 같았다.

난 한번 시범 삼아 벽에 내 ‘마법’ 재능 한계치만큼 마력을 실어 [용의불길]을 영창해 보았다.

화르르륵-.

후우욱.

맹렬히 피어나가던 불꽃이 벽에 닿기도 전에 사그러지며 사라졌다. 역시나 전에 봤던 엘레인의 용의 불꽃보다 크기가 현저히 작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의 그 용이 B+ 마력을 모두 사용한 거려나. 그렇다면,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했으니, 엘레인의 ‘마법’ 재능은 B+ 일 수 있겠다 싶었다.

좋아. 마력을 최대한 부을 마법도 배웠겠다.

이제 부스트를 할 차례다.

「 2배 부스트를 사용 하겠습니까? ( 100포인트 사용, 현재 0번 적용)」

( Y / N )

Y를 연달아 눌렀다.

「 2배 부스트가 적용되었습니다. ( 1번 중첩, 숙련도 2배  적용 중 2:59) 」

「 2배 부스트가 적용되었습니다. ( 2번 중첩, 숙련도 4배  적용 중 2:59) 」

「 2배 부스트가 적용되었습니다. ( 3번 중첩, 숙련도 8배  적용 중 2:59) 」

.

.

.

.

「 2배 부스트가 적용되었습니다. ( 8번 중첩, 숙련도 256 배  적용 중 2:59) 」

숙련도 256 배.

3시간을 한 것만으로 32일간 쉬지 않고 마법만 쓴 효과가 나오는 거다. 

그리고 한 가지 준비할 게 더 있었다. 

재능의 (+) 항목을 뒤지다 보면 나오는 것. 

바로

「마력 회복 5배 부스트를 사용하겠습니까? (300 포인트 사용)」

( Y / N )

이것 이었다.

마력 회복 부스트.

이게 내 노가다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 마력 회복 5배 부스트가 적용되었습니다. ( 적용 중 2:59 ) 」

 「남은 포인트는 1976 포인트입니다.」

빠른 속도로 아까 빠져나갔던 마력이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 느낌이 입꼬리가 길게 귀까지 올라갔다.

이제 다 준비가 다 되었다.

노가다의 시간이다.

****

[오늘 참 바쁘구만.]

“이제 한달 간 계속 이래야지. 그보다. 이건 예상치 못 했는데......?”

난 3시간의 마력 노가다를 마치고, 아서에게 길을 물어 또 한 곳을 들렸다. 바로 체력 단련실이었다. 난 이전에 말했지만, 이 살 그대로 살고 싶은 생각이 쥐뿔만큼도 없었다.

게다가 아서의 운동 재능은 B+. 그걸 알고있는 난 운동 재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랬는데.......

“으아...... 바글바글해!”

체력 단련실 안의 사람들이 아주 가득했다.

여기 마법 학교 아냐? 샌님들 아니었어? 

그런데 뭐란 말인가. 태릉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거칠게 쇠질을 하며, 신음을 내뱉고 있는 이 사람들은. 

[마법은 손이 아니라 다리로 쓰는 거라니까.]

“으.....”

전당에 오른 마법사 중 상당수가 마법을 전혀 쓰지 않는 체육대회인 올림피아드의 챔피언들이라고 했다. 그것을 말해주며, 나온 말이 저 말이다. '마법은 다리로 쓰는것.'

어떤 말인지는 대충 알 것만 같았다. 엘레인과 대련할 당시 거대한 [용의불길]을 마주했을 때, 다리가 풀려버릴 뻔 했으니까.

어떤 위인이 한 말인지, 아주 적절한 조언이었다.

그보다, 다들 아주 격렬하게 운동하는구나.자세도 상관 안 하고, 관절을 튕기며 아주 위험하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겠지. 관절 질환이 생겨도 치유가 쉬우니, 굳이 자세건 뭐건 따지면서 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곳은 하드코어 그 자체. 남자든 여자든 일단 무겁게, 강하게, 많이, 들어 재끼는 게 최고라는 느낌이었다. 

정말 무서운 광경이구먼. 

하긴, 나도 그 치유력에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이긴 했다. 이 정도 몸무게면 걷는 것만으로 무릎에 부담이 와야 하는데,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으니까. 

[어차피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니까, 새벽에 오는 게 어때?] 

“그래야겠다. 지금은 시간도 그렇고, 일단 밥 먹으러 가볼까나. 아, 맞아.” 

잊고 있었던 게 하나 있었다. 난 상태 창을 열어서 다시 항목을 찾아 헤맸다. 

포인트가 생기면 해제하려던 바로 그것. 

「상태이상 - 탄수 중독을 해제하겠습니까? (300 포인트 사용)」

( Y / N )

「 상태이상 - 탄수 중독이 해제되었습니다. 」

 「남은 포인트는 1676 포인트입니다.」

탄수 중독 해제였다.

설탕이 코카인의 중독성의 8배라고 했던가.

물론 과장이야 섞여 있겠지만, 탄수 중독자들에게 당을 절제하는건 크나큰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포인트로 해제함으로서 단숨에 당에 대한 욕구.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배부른데도 계속 먹는 것이 고쳐졌으리라. 

어차피 근육을 기르는 걸 목표로 하기에 탄수화물을 먹어야 하겠지만, 혈당이 폭발하여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할 만큼 먹는 것은 지양하기로 했다. 

물이 차오르는 배에 양동이로 물을 내보내는 게 운동이라면. 물이 들어오는 원인 자체를 고치는 것이 식이다. 

그것 하나만으로 살이 급격하게 빠질 수 있으리라. 

그러고 보니 밥하니까 식당을 아직 한 번도 못 이용한 게 생각났다. 어쩌다 얽히게 된 미친 여자 때문에 시간이 안 난 거다. 

이제까지는 어쩔 수 없이 아서가 방에 쟁여놓은 간식으로 속을 채우며 배를 채웠지만, 시간이 많이 나게 된 지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으므로 식당을 이용해 보고 싶었다. 

그보다 상태 창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수치가 있었다.

“아서, 너 혈관 상태라던가, 콜레스테롤 수치라던가...... 아니 이런 말을 알아들으려나? 하여튼, 몸무게와 비교하면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좋네?” 

[치유 마법 때문인 거 아냐?] 

“아니, 그런건 아닐텐데...... 다른 이유는 없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치유마법]은 아픈곳이 낫는 것을 상상하며 마력을 부여해서 치유를 하는 방법이었으니까. 

가령 감기를 치유할 때는 감기를 낫는다는 심상을. 

두통이 있다면 두통이 낫는다는 심상을 그려내며 치유하는 것이다. 

잠재된 원인을 치유하는 게 아니란 거다. 

그렇기에 심장 마비나 뇌졸중이 왔을 때, [치유마법]으로 치료는 가능하지만. 그 원인 자체를 없애서 예방할 수 없었다.

[묘하게 확신을 하네. 그게 아니라면, 아!]

“생각나는 게 있어?”

[교회. 정기적으로 교회에서 직원들한테 기도해주러 나오거든. 그때마다 몸이 개운해지긴 했어.]

“교회라......”

신성력 인건가.

그러고 보니 몸 일부가 떨어져도 [치유마법]으로 재생하지 못하는데, 교회에서는 기도라는 방식으로 손실된 몸을 재생시킨다고 했다.

[이제 밥 먹으러 갈 거야?]

“그래야지? 아, 그러고 보니 직원 식당도 있던데 거기는 어때?”

[직원 식당. 흠, 시설이야 좋지만, 난 별로 이용하지는 않았어.]

“왜?”

그러고 보니 처음에 이용하라고 알려준 식당도 학생 식당이었지.

[이유야 뭐 뻔하지 않아? 날 싫어하는 교직원들이 많으니까지.]

“뭐, 학생들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인걸. 난 상관 없을 거 같으니 한번 가보자.”

 [말은 그렇게 해도 막상 안 좋은 상황 닥치면, 힘들어 할 거 같은데.]

 “아냐, 정말 아무렇지 않을 거 같아.”

정말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멘탈에 금이 갈 거 같지 않았다. 아침에도 그랬지만, 왜인지 모르게 계속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끌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저건 또 뭐야.” 

교원 식당을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날아다니는 수많은 새들이었다. 

[음식을 옮겨주는 새들이야. 직원 식당은 음식을 떠 가야 하는 학생 식당과 달리, 원형 회전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을 덜어 먹거든.]

위생적으로 불결하지 않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진짜 새가 아니라 종이로 된 새들이었다. 종이 새는 높은 천장을 하늘 삼아 음식 담은 접시를 테이블로 옮겨와 담아주고 갈아주고 심지어 테이블 정리까지 해준다.

감명깊군.

그리고 아서가 직원 식당을 더 불편해할 것 같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교원 식당은 커다란 원형 회전 테이블에서 8~9명씩 둘러앉아 먹고 있다. 저런 원형 테이블은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테이블을 돌리면서 뜨면 되다는 편리함도 있지만, 다른 사람 눈치를 봐야 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부분 아는 사람들끼리 앉는지, 모든 테이블이 시끌시끌 벅적하고 친밀감이 풀풀 넘치는 게 아서에게는 곤욕이었을 거다. 

사교와 정치의 느낌이 풀풀 나는 식당이었으니까. 

모든 교원이 섞어 앉는 게 아니라 직위에 따라 분류가 되어 앉아있었다. 복층 구조로 모두다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층에는, 비올렛 교장과 안톤 교감, 처음 보는 몇 명의 교수가 있었으며. 아래 층이라도. 통유리로 되어있는 창가에 가까운 곳에는 교수들이 앉아있었고, 창가에 멀리 있을수록 조교나 학교 직원들이 앉아있다.

식당 한 쪽에 바도 있었다. 한참 대낮인데도 앉아 한잔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학교에서 술 마셔도 되는 건가?” 

[학생들도 먹는걸. 수업에 지장이갈 정도로만 먹지 않으면 돼.]

역시 열린 교풍의 학교.

난 빠르게 수긍하고, 앉을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정말 어디 가서 앉을지 애매하다......”

눈치가 보인다기보다, 자리가 없어서 그렇다. 그렇게 속 돌아보는데, 6명짜리 작은 테이블에 2명의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이 보였다.

게다가 아는 사람까지 있다!

난 놓칠세라 성큼성큼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마리 조교님.”

내 인사에 마리 조교의 아미가 쿠킹호일마냥 팍 찌그러졌다.

뭐 상관없지. 난 일단 밥을 먹기 위해 자리가 필요했다. 난 마리 조교의 한자리 건너띄워 앉았다.

 드르륵-.

내가 앉자마자. 마리 조교가 말도없이 음식이 조금 남은 접시를 들고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 걸어나갔다.

그렇게 싫나.

난 어이가 없어서 그녀가 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푸핫-.”

 “아이고야.”

 “큭큭.”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서 밥을 먹던 세 남자가 폭소를 터트렸다. 

그 모습을 내 바로 옆에 앉은 포니테일 머리의 구릿빛 피부 여자가 못 마땅한듯 바라봤다.

“웃음이 나와? 나도 일어나고 싶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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