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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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 있는 공작 가문 아이네스의 세 번째 꽃 엘레인은, 아직 꽃봉오리가 피기도 전인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미색으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크로넬 제국뿐만 아니라 아르 대륙의 유수한 왕가와 귀족들이 그녀의 꽃봉오리가 피기만을 기다려왔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엘레인의 꽃봉오리는 한 번도 탐해진 적이 없었다. 애인과 성교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이 세계의 관념상, 그것은 무척 기이한 일이었다.

 이 흐드러지게 아름답게 핀 꽃이 남자의 손길에 타지 않았던 것은, 남자를 싫어했기에 그런 건 아녔다. 그녀 역시 연애를 즐기지 않는 건 아니었으니까. 엘레인도 자신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남자를 유혹하고, 구애받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만큼은 완강히 거부했다. 성욕이 없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 숙부와의 있었던 '불쾌한 일'이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타인이 몸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빗장을 걸어두었던 거다.

 그렇기에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진귀한 보석인, 이 여자의 몸을 달아오르게 한 남자는 이제까지 없었던 거다.

 이제까지는.

 “흣. 하아앗. 이 돼지가. 하앙. 말을. 안......! 아앗!”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단지, 발이 만져지고 핥아지고 있을 뿐인데, 이렇게 쾌감이 몰아치다니. 그 덕에 이제까지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았던 꽃봉오리가 열망으로 가득차있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머리가 녹아버릴 것 같은 쾌락이 발끝에서 타고 올라왔다. 엘레인은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도 성욕이 없었던 건 아니기에 자신의 손으로 해소한 적이 많았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건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사귀어왔던 남자들은 레온교수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미남으로 유명했었다. 개중에는 얄팍한 수작을 부리며, 자신의 가슴을 만져본 사람도 있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런 기분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남자가 저 돼지라니. 자신의 발을 연실 핥아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혐오스러운 늘어진 살들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역겹게 출렁거렸다. 

 그리고 옷까지 다 벗고 있는 주제에 온몸에 땀을 육수처럼 쏟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땀을 흘릴만한 일이 뭐가 있는가. 한 것이라고는 내 발을 만지고 핥은 것밖에 없지 않은가? 정말 혐오스러운 작자다.

 그런데.

 그런데......

 “하아앗. 으읏. 그..... 그만.”

 ‘난 왜 신음을 멈출 수 없는 걸까.’

 이것은 유희일 뿐이었다. 그것도 악의에서 시작한. 이상하게 술을 먹고 취했음에도 흐릿했던 기억 속에 기분 좋은 마사지가 남아있었다. 

 그 사실에 술에서 깨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건, 판단이 흐려 졋을 때 남자가 자신의 몸을 만졌다는 사실 때문에 분개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남자가 손을 대었다는 것이 싫다기보다, 기분 좋았기 때문에 놀란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렇기에 이런 비참한 꼴로 그의 마음을 짓밟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악의는 퇴색되고 그가 주는 쾌락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흣......!”

 이런 남자에게 신음을 내뱉다니, 자존감이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더욱 자신을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끄웁. 끅. 흐읍. 앙......! 읍.”

 “흐흐흐. 좋아. 좋다고!”

 바로 자신이 보고 있는 환상. 

 이 돼지가 자신에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꿨던 꿈에서 나눴던 그와의 처절했던 정사가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저렇게 추잡한 돼지에 깔려 신음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에 엘레인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는 자신의 다리나 핥고 있는 저열한 인간이었다. 능력이 탐나긴 하지만, 외견은 무척이나 꼴불견이었고, 지위와 품위도 보잘것 없었다. 

 ‘내가 왜 저런 꿈을......’

 오늘 낯만 해도 엘레인은 돼지한테, 자신에게 뭔 짓을 했다고 호언장담하며 강간범으로 몰아갔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꿈이었다고 인정하는 중이었다.

 어떤 문헌을 뒤져봐도, 그리고 전당에 오른 두 언니의 도움을 받아 꿈에 관련된 흑마법서를 뒤져 보았지만, 자신이 겪었던 게 꿈이 아니라는걸 비호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더욱 열심히 알아볼수록 답은 한 가지만 가리켰다. 우연히 꾼 꿈이라는 것.

 하지만, 이 돼지에게 성욕을 느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될까 봐, 아직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퍽-. 퍽-.

“앙. 앙......! 하아앙.”

 또 다른 자신의 길쭉한 다리가 돼지의 어깨에 올라 가져있는 게 보였다. 활자처럼 꺽인 등의 곡선이 새삼 음란하게 느껴졌다. 내 몸이 저랬었나? 거울로 봤을때와는 다른 묘한 낯설음이 느껴졌다.

 ‘왜 웃고 있는 거야.’

 또 다른 자신은 입가의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돼지를 받아들였다.

 땀에 젖은 돼지에게 파묻히듯 깔려 커다란 성기에 박히고 있는데도, 그것이 기쁜 것 마냥 웃어대며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다.

 ‘내가 저렇게 즐거워하며 했던가?’

 끊임없이 저항하지 않았나?

 아니, 저렇게 좋아했는데 상대가 돼지여서 분노했던 건가?

 엘레인이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발을 핥고 있는 돼지가 입을 열었다.

 “춥- 보이는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기분 좋게 될 테니까요.”

 기분 좋게 된다고? 지금보다 더?

 “시..... 싫어.”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마음속에서 기대감이 피어오르는걸 막을 수 없었다.

*

 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엘레인의 하는 생각이야 뻔할 뻔 자였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표정과 내 애무를 받아들이는 행동의 변화에서 티가 팍팍 났으니까. 

 옆에 있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엘레인과 나를 바라봤다. 거기에 있는 엘레인은 요염하게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나의 성기를 한껏 받아들였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몸을 흔들기까지 했다. 교태는 한껏 더 부리고 몸의 작은 움직임에 색기가 엿보였다.

 그때 꿈에서 엘레인은 마지막의 절정이 달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저항했었다. 하지만, 내가 다른 태도를 취하게 만들어 분위기를 조금 바꾼것이었다.

 “츕- 흐흐.”

 그것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꼴이라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저항을 했다 해도, 결국에는 나의 성기를 받아들이며 절정에 다다랐는데 다가. 그녀의 방어기제가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꿈이라도 강간당했다는 걸 인정 안 하게 만들어 긴가민가할 수도 있다지만. 웃긴 건 웃긴 거다.

 엘레인은 이제 내 혀 놀림을 받아들이며, 활자처럼 쇼파에 엎어진 채 고개를 젖혀 또 다른 우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얼핏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갈망이 느껴졌다.

 그래.

 그렇다면.

 다음 장을 진행해볼까.

*

퍽-.퍽-.퍽-.

 “하앗! 앙!”

 ‘내가 저렇게 크게 신음을 내지르다니.’

 “앙! 하아앙!”

 ‘이 돼지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뭔지 몰라서 다행이지.’

 저것은 오로지 자신의 망상일 뿐이다. 이 사실이 엘레인을 평정을 지키게 하는 유일한 생각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마법이지? 지팡이도, 장갑도 안 꼈으니 환술을 쓴 건 아냐. 그렇다고 마력이 내게 들어온 건 아닌데.’

 처음에는 발을 만졌을 때 너무 과도한 쾌감에. 이 돼지가 자신한테 마력을 부여해 최음을 거는 저속한 짓을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봐도 자신의 몸에 부여된 마법을 감지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런 감각을 조정하는 부여마법 따위, 마력이 있는 타 마법사를 상대 할 때 쓰는게 아니라, 마력 따위 없는 저급한 평민에게나 통하는 것이었었다.

 아무리 자신이 두 언니보다, 실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해도, 이 학교 학생 중에서는 뛰어난 편에 속했다. 그런 얕은수에 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자신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대체, 이 기분은 뭐냔 말이다.’

 엘레인도 자신의 다리가 민감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간지러움을 잘 타고 기분이 좋다 이 정도지 이렇게 저항 못할 정도의 쾌감이 몰려들 정도는 아니었던 거다.

 지금도 미칠 지경인데, 여기서 더 기분 좋게 된다고?

 ‘대체 어떻게 더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거지?’

 “앙! 앙! 하아앙-. 흐아아아아앗!”

 “으으으아아.”

 갑자기 다른 엘레인이 이 방을 떠나갈 만큼 신음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다른 돼지도 기이한 소리를 내더니 자신의 거대한 성기를 뽑아내어 다른 엘레인의 몸에 정액을 쏟아내었다. 

 ‘저런...... 저속한.’

 하지만, 자기 생각과는 달리. 흰 정액을 받아들이는 다른 엘레인의 몸은 기쁜 것마냥 몸을 떨었다. 정액이 몸에 닿을 때마다 “꺄르르” 거리며 웃어대기까지 했다. 

 원래 그때 꿈이 저랬던가? 자신이 저렇게 저급한 여자였던가. 엘레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누워 웃고 있는 여자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 무슨! 내가 무슨 생각을. 아냐, 이건 그냥 잠시 스쳐 가는 헛생각일 뿐이야. 그런 거라고. 어?’

 “헛!”

 그때였다.

 갑자기 다른 엘레인이 자신을 바라본 것이다. 착각이 아니었다. 눈이 마주쳤으니까. 마치, 내가 보인다는 것처럼 확신하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다급하게 돼지한테 물어봤다.

 “흣. 너, 혹시 뭐 또. 아앙! 야! 내가 말하고 있잖. 으읏. 그만. 두라고! 하아앙.”

 이 돼지한테 이게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걸려 시도하면 자신의 발을 휘감는 혀의 움직임이 더욱 집요해지는 기분이었다. 

 “츕- 흐흐.”

 그만하라고 다른 발로 돼지를 힘껏 내려쳤지만, 돼지는 맞을 때마다 오히려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보이는 건가?’

 아닐꺼야. 우연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

 심장이 멎을뻔했다. 바라보고 있던 또 다른 엘레인이 웃음 지었기 때문이다. 대체 뭐란 말인가. 엘레인은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침대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신경이 곤두서는 게 느껴졌다.

 “뭐.... 뭐야. 흣! 돼지! 그만! 앙.”

 엘레인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서서히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던 거다. 

 백옥의 피부를 뽐내는 기다란 나신의 몸에는 진득한 흰색의 정액이 묻어있었지만, 그런 사실 따위 여념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돼지의 땀에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여체는 조명을 받아 더욱더 색기를 띄웠다.

 ‘그냥 단순히 보이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짙은 눈썹의 곧고 뾰족한 턱선, 그리고 비취색 눈망을까지. 자신이 맞았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엘레인은 이 기이한 현상에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 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냐! 하앙. 아무것도. 아냐. 흣.”

 ‘얄미운 자식.’

 돼지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자신이 네놈 정액을 묻히고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까 다른걸 물어볼 때는 들을 생각도 안 하려 하더니, 이렇게 자신이 곤란할 것 같은 질문은 귀신같이 알아채서 얄밉게 물어왔다.

 어느새 또 다른 자신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엘레인은 고개가 젖혀져 올려다보는 탓에 자신의 몸이 얼마나 곧게 뻗어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몸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그마한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어리숙하고 귀여운 것을 바라보는듯한 여문 미소를 짓더니.

 코앞까지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

 찰랑거리는 머리결이 자신의 뺨에 와서 닿았다. 닿은 거다.

 그 순간 엘레인은 숨을 삼켰다.

 이럴 리 없다.

 환상 아니었는가. 그랬을 텐데. 환상일 뿐이었는데, 뺨에 닿는 이 머리카락은 뭐란 말인가.

 아무리 봐도 자신의 얼굴이었다. 자신의 체취였다. 얼굴까지 묻은 정액에 돼지의 냄새도 섞여 있었지만, 이상하게 불쾌하다기보다 달달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얼굴 방향과 거꾸로 있는 또 다른 엘레인의 눈을 계속 바라보았다. 호기심 어리게 내려다보던 비취색 눈동자가 휘어졌다고 생각하는 그때.

 “흡!”

 자신이 입을 맞추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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