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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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시스템에 [샤브리나 페테르니]가 등록되었습니다.」 

 “악! 미친 새끼, 지금 나한테 침을 뱉-. 꺅!” 

 샤브리나의 머리채를 잡아, 옆에 있는 벽에다 거칠게 던졌다. 

 쾅-! 

 “악! 뭐 하는 거야!” 

 벽에 부딪히며,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난 샤브리나의 다리를 향해 손을 뻗어 영창했다. 

 [구속]

 「호신용 아티팩트로 보호를 받는 대상입니다.

- 플레이어의 ‘마법’ 재능이 낮아 구속을 하려면 200 포인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포인트 부여 – [구속]를 쓰겠습니까?

 (현재 포인트 2220)」

 ( Y / N )

 이런 게 뜰 줄은 몰랐는데.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던 건가. 

 그래. 어차피, 이럴 때 쓰려고 모았던 포인트다. 

 사용!

「남은 포인트는 2020 포인트입니다.」

  

 전에 샤브리나가 내 팔을 구속했을때보다, 더욱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줄이 나와 그녀의 다리를 구속했다.

 “구, [구속]이 되었다고?! 어떻게 이런......!”

 샤브리나는 아티팩트에 보호받고 있는 자신이 어떻게 [구속]을 당한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 듯 입을 벌리고 경악했다. 난 그녀에게 맹렬히 달려들어선, 팔뚝으로 그녀의 가슴팍을 밀어 벽에 바싹 붙였다. 

 “켁! 이 돼지 새끼가! 저리 가지 못해?”

 샤브리나가 팔로 날 밀어내려 했지만, 난 그 양손을 붙잡아 십자가에 매달듯 벌리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뱃살로 밀어붙였다. 

 그녀가 벗어나려 했지만, 내 구속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격투 기술이 차이 날 뿐이지. 힘 자체는 운동 재능 B+와 급격히 늘어난 근육 덕에 내가 더 강했으니까. 

 “으읔! 히...... 힘이 왜 이렇게.......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게!” 

 “뭐 하는 것 같아?” 

 “이딴 짓을 하고서도 무사할 것 같아?”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에 침이 묻을 정도로 격하게 소리쳤다.

 난 그런 샤브리나에게 실실 웃으며 얼굴을 바싹 붙였다. 

 코앞까지 가서 내 숨이 얼굴에 닿을 정도가 되자, 그녀가 흠칫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쓰으읍-.”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덜미에 코가 닿았다. 난 숨을 크게 들이마시어 보았다. 

 뛰고 온 탓일까. 그녀의 기다란 목덜미를 타고 땀 냄새가 올라왔다. 그놈의 페로몬이 뭔지. 

 분명 불쾌한 냄새인데도, 묘하게 아랫도리가 흥분되었다. 

 “흐음~. 할 것 같은 데?” 

 “뭐?” 

 “아주 무사할 것 같다고요. 귀먹었어?” 

 “이 미친 새끼가-. 꺅! 뭐야!” 

 뭐긴, 뭐야. 

 네 냄새를 맡고 커져 버린 내 성기지. 

 커져 버린 성기가 육상복을 입어 드러난 그녀의 복근과 닿았다. 귀두 끝으로 그녀의 탄탄하게 올라온 복근이 느껴졌다. 그러자 그녀가 온몸을 비틀거리며 빠져나가려고 저항을 했다. 

 “저리 안 비켜 이 변태 새끼야!”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나만 더 기분 좋아지니까 가만히 있지?”

 “미친 새끼...... 꺅! 사람 살-. 읍. 으읍.”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 하길래 팔을 잡고 있던 손으로 샤브리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차피 인적이 드문 곳이라 누가 들을 리도 없지만, 내가 듣기 싫어서 막은 거다.

 “험한 일 안보려면 가만히-. 야!”

 퍽-. 퍽-.

 샤브리나가 풀린 손으로 내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역시 육체파 여자답게 한대한대 맞을 때마다 머리에 불똥이 튀었다.

 “야! 때리지 말고! 아, 진짜. 말을!”

 쾅-! 

 “더럽게!”

 쾅-!

 “안. 들어요!””

 쾅-! 콰-! 쾅!

 “흐읍!”

 샤브리나의 얼굴 바로 옆 벽을 있는 힘껏 연달아 후려쳤다. 굉장한 소리와 함께, 반항하던 그녀가 단숨에 굳어버렸다.

 난 그런 그녀의 눈앞에 붉게 달아오른 주먹을 협박하듯 들이대었다.

 “내가 손을 뗄 테니까, 조용히 해. 쥐죽은 듯이 말이야. 알겠어? 아니, 이게 아니지. 좀 시끄러워도 괜찮겠다. 오히려 그게 더 내게 재밌을 거 같아. 그 참에 아주 작살을 내버리면 될 테니.” 

 내가 손을 떼자, 샤브리나가 눈을 질끈 감고는 울상이 되었다. 그리고 몸을 옅게 떨기 시작했다.

 “너...... 너 이렇게 나대-.”

 “-면 괜찮을 거 같냐고? 아주 괜찮을 거 같다니까?”

 “...... 뭐?”

 “학교에서 내가 어떤 이미지인지 몰라? 게다가 징계팀은 내가 너희 패거리한테 상습폭행 당하는 병신으로 알고 있다고. 교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하급마법사라고 병신취급을 하는데. 네가 쪼르르 달려가서 그 병신한테 뭘 당했다고, 누구한테 어떻게 말할 건데?”

 “아니-.”

 쾅-.

 “히익!”

 벽을 치자 입을 열려던 샤브리나가 몸을 움츠렸다.

 “아직 말 안 끝났으니 조용히 듣고 있어. 하급 마법사가 지금 상급을 이수하는 엘리트를 구속하고, 폭행했다고 말하려고? 게다가 호신용 아티팩트도 착용한 상태로? 누가 그런 말을 믿을 거 같아? 오늘만 해도 봐봐. 너도 날 무시하고 있었으니 달리자고 했을 때 덥석 받아들인 거 아냐. 너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누가 믿어줄 것 같아? 게다가 학생들이 다 듣고 있는데도 계속 적의를 드러낸 너와 달리, 난 무척 예의를 차리며 대해준 데다가. 네 체면까지 세워줬는데, 갑자기 돌변해서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침을 뱉었다고? 그걸 누가 믿는데?”

“그...... 그건......”

 쾅-!

 “꺅!”

 “입 열지 말라고 했지!”

 “흑...... 흐윽.”

 샤브리나가 잔뜩 움츠린 채,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강한 척 하던 여자가 날 두려워하며 말이다. 그녀는 저항할 의지를 잃었는지 시선을 내리고 울먹이기까지 시작했다.

 성공했군.

 즐거움에 비릿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가 벽을 연달아 치며 위협한 것은, 인지하지 못한 논리적 허점이 그녀에게 읽힐까 봐, 폭력으로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것이었다.

 난 샤브리나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경비팀이나 교장이 내가 상습 폭행을 당한다고 알고 있어 봤자, 교원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희생양인 입장이기에 만약 신고가 들어간다면 좋은 처우를 받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내가 내뱉은 말처럼 의심을 안 받는다면, 벽을 때리지 않고 그녀를 때렸겠지.

 분명, 그녀가 침착하게 생각을 했다면, 이러한 구멍을 파고들어 날 공격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침을 맞고.

 벽에 붙어 남자에게 힘으로도 지고.

 반항할 때마다 눈앞에서 주먹이 날아들었다.

 지금 여기서 더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압감’. 그것에 짓눌린 바람에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렇겠지. 

 이런 풋내기 같은 여자의 강함 같은 것은 유전적인 우월, 상황적인 우월로 인해 항상 통제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콧대가 커진 것 뿐일 테니까.

 자신이 통제를 잃어버리고 짓눌려버린 적이 없었으니, 이 정도의 위협에서 쉽게 부러져버리는 거다.

 난 샤브리나를 바라보았다.

 소리 없이 흐느끼던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 정도로 마음을 못 잡고 있다면, 조금 더 심하게 해도 빠져나갈 구멍을 줄 경우 신고를 안 할 것 같았다.

 난 샤브리나의 드러난 배를 움켜쥐었다.

 “너.”

 “흐읏-. 어딜 만지는 거야!”

 타티아나보다 살집은 있었지만, 복근이 아주 잘 잡혀있어 탄력 있고 단단했다. 이런 몸을 유지하면서 가슴까지 크다니.

 샤브리나가 내 팔을 붙잡았지만, 무섭기 때문인지 힘을 주어 떼어내려 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제까지 네 태도나 한 짓들을 생각해보면, 그냥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쥐꼬리만큼도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기회를 줄게. 무릎 꿇고 사과해.”

 “......”

 내 말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샤브리나가 입을 오물거리며, 쉽게 승낙을 못 했다.

 “그렇다는 거지? 흐응~.”

 “......? 꺅!”

 난 배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세운 뒤, 그녀의 하복부부터 천천히 쓰다듬으며, 명치까지 올라갔다. 점점 손이 가슴 쪽으로 향해오자 그녀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자, 잠시만!”

 “어서 대답해야 할 텐데? 난 안 말해도 좋아.”

 “알겠어! 할게, 하면 되잖아!”

 “에이.”

 난 아쉽다는 듯. 샤브리나의 육상복 상의 아래로 파고들어 가던 손을 빼냈다.

 그러자 그녀가 잔뜩 긴장해서 부풀린 폐를 가라앉혔다. 

 “자 어서 해봐.”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건데?”

 “일단 무릎을 꿇어. 양손은 바닥에 대고, 시선은 날 올려다본 다음에. 아주 미안함이 절절히 담긴 목소리로 자신의 죄를 고해봐.”

 “...... 알겠어.”

 도발한 것이었는데, 바로 순순히 따를 줄이야.

 샤브리나가 무릎을 꿇고, 눈물 흘리느라 촉촉해진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까지 널 돼지라고 무시하고, 수업 중에-.”

 “아니, 아니.”

 “응?”

 “조교님이니, 존댓말을 해야지? 안 그런가요. 샤브리나 학생?”

 “읏......”

 내 말에 눈을 질끈 감고 아랫입술을 물더니, 이내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아서 조교님을 돼지라고 부르는 무례한 짓을 하였고, 수업 중에 얼굴에 마법을 맞히는 등. 질이 안 좋은 행위로 조교님을 욕보여 죄송했습니다. 얼굴에 침을 뱉은 것도 죄송합니다.”

 짝-. 짝-. 짝-.

 “좋아. 좋아.”

 난 손뼉을 치며 샤브리나의 사과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제 됐어?”

 “흡족해질 만큼 잘했어. 상을 줘야겠는걸?”

 “응? 무슨 상- 흐읍!”

 난 샤브리나의 뒷목을 잡고, 입술로 말을 막았다. 립스틱을 안 바르고, 달리기도 한 뒤라 그런 걸까? 그녀의 입술이 거칠었다. 건조한 데다, 까칠한. 

 하지만, 짜릿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으읍!”

 원래라면 반항을 했겠지만, 이제까지 울고 있는 데다 마음에 굴곡이 많은 날이었기 때문인지. 

 샤브리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쭙-.

 난 샤브리나의 입술을 물고 빤 뒤, 혀로 그녀의 입술을 촉촉하게 적셔주고는 입을 떼었다. 

 손가락을 세운 채 입가를 훔치며 말했다.

 “달달하군.”

 “무...... 무슨 짓이야.”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 

 이제까지와 달리 소녀와 같은 목소리가 샤브리나에게서 흘러나왔다. 난 한쪽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말했다.

 “이러길 바라는 눈빛이었는데? 아니었나? 아아...... 그럼 키스를 원한 게 아니라......”

 “뭐, 뭣? 꺅! 하지 마!”

 내가 샤브리나의 쇄골을 손가락으로 훑자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말아 엎드렸다. 그리고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귀여운 것.

 난 그녀에게 다가가 짧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

 “하여튼, 기대 이상의 사과였어. 용서해줄게. 아주 얼굴도 이쁜 게 기본적인 됨됨이는 되어있네. 아휴, 착해.”

 불꽃같은 태세전환.

 마치, 화전양면전술처럼 화해의 양상을 보인 다음, 도발을 해 그녀의 탓으로 만들기 위한 아름다운 초석이었다.

 안 그래도 오늘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확확 바뀌는 내 태도를 보며, 샤브리나의 머리가 과부하 될 정도로 복잡해지겠지.

 한참, 고장 난 것처럼 가만히 있던 샤브리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독기를 품은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 너. 내가 이걸 말하면, 어떻게-.”

 “-될 거 같냐고? 네가 나랑 키스한 걸로 소문이 학교에 자자하겠지. 학교 모두가 조롱하는 하급 마법사와 입맞춤한 귀족자제의 러브스토리라니. 이거 완전 베스트 셀러잖아? 오. 맙소사. 이건 네가 아니라, 내가 말하며 돌아다녀야겠는걸!”

 “그, 그런.......”

 이 역시 허점이 충분히 있는 말이었지만. 샤브리나는 잔뜩 당황한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우물쭈물 거렸다.

 난 그런 그녀에게 환하게 웃음 지으며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아까 말했듯이. 용서했으니까.”

 “아......”

 그리고 손을 뻗어 샤브리나의 다리에 걸어진 [구속]을 해제해줬다. 그녀의 모아진 다리가 편하게 풀어지며, 바닥에 퍼진 것처럼 앉았다.

 난 멍하니 있는 그녀를 놔두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럼 금방 또 보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01.

결국 이번 겨울 초입부터 감기를 피해가지 못 했네요.

독자분들도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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