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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쉽게 생각하면 이렇다.
까치머리의 오늘 행동이 무척 수상해 보였긴 했지만, 결국 일 벌인 게 아니라. 파비앙 교수의 지시로 연구실에 데려다 놓은거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나니, 맥이 빠졌다.
‘괜히 생각을 깊게 했던 건가?’
침대에 다시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혹시 놓친 게 있지 않나 싶어 아서에게 물어봤다.
“혹시, 마법생물들 도난방지 대책은 따로 없었어?”
[딱히 그런 건 없었는데.]
“하아. 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비싼 그리폰들을 뭐 훔쳐가라는 것처럼, 방치를 해놓는 것인지 모르겠네.”
[확실히 불감증이 심했긴 했지. 그래도 그 사건 이후로 도난 방지를 위해, 우리 이용 절차가 아주 까다로워졌어. 그때 사용인을 쓰는 정책도 생겨서, 내가 나중에 마법동물 관리까지 하게 된거야.]
소 잃고 외양관 고친 격이군. 그냥 소도 아니라 금송아지를 말이야.
난 고개를 돌려 떠 있는 지도창을 바라보았다.
실버 그리폰은 아직도 연구실에 있었다.
한참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이게 뭐하는 건가 싶었다.
어차피 진짜 문제가 터진다고 해도, 실버 그리폰이 어디 갔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냥 일과에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어디 움직일 것 같지 않네. 난 포인트나 수급하러 갈게.”
「 스킬을 발동합니다.
대상자를 선택하십시오.
- 샤브리나 페테르니. (O)
- 엘레인 아이네스. (X)
- 안나 페테르니. (O)
- 애니 앨리슨. (O)
- 알 안그리오테. (O)
- 타티아나 로이. (X)
- 파비앙 보르디. (X)
」
새로운 이름이 많이 생겼다.
창을 띄우고 나서 눈에 먼저 들어온 이름은 파비앙 교수였다.
시스템에 언제 등록됐던 거지?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날 때 악수를 했었지. 그때 까치머리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미처 창이 뜬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보다 엘레인이 자고 있지 않다니. 이 잠꾸럭지가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혹시. 꿈을 의식해서 잠을 못 드는 게 아닐까? 오늘 날 찾아오지 않았기도 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아래 있는 타티아나 역시 잠을 못 자고 있다 보니. 둘이 함께 잠을 못 자는 이유가 나와의 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단순히 자의식 과잉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끔찍한 악몽을 꾸기 싫어, 잠을 못 이루는 걸까? 아니면, 기대감에 잠을 못 이루는 걸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내 생각을 하고 있다면 충분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마음속에서 일단 나의 질량이 커지고 나면, 그녀들을 통제하는데 무게가 실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타티아나는 두 번째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형식적인 거부일뿐. 본 게임에 들어가면, 그녀도 나와의 성관계를 적극적으로 즐겼다.
게다가 엘레인도 어제 마음의 빗장을 조금 열었으니, 오늘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이렇게 날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현실에서 만나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내일 한번 얼굴을 비춰볼까?’
불현듯 든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면, 오늘도 그들의 꿈에 들어가 줘서, 잊지 못하게 해줘야지.
엘레인과 타티아나로 포인트 수급을 하자 생각하고, 다른 이름들을 훑었다.
먼저, 샤브리나 페테르니.
이 여자에게 무력감이라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겠다 결심했다.
강한 수컷에게 짓눌리는 무력감을 며칠간 반복해서 선사해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호랑이처럼 날뛰어도, 내 앞에만 서면 고양이가 될 수 있도록 세뇌하기로 말이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꿈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미 현실에서 강렬한 무력감을 주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내 생각만 하고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렇다면, 오늘은 그녀를 그대로 놔두고, 내일 들어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이 들어 꿈에 안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안나 페테르니.
정말 독특한 여자였다. 말을 섞고 있으면 이상한 여자라 학을 떼고 싶다가도, 강력한 섹스어필에 몇 대 뚜드려 맞으면, 그 이상함 조차 성적인 매력으로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렇기에 한번 꿈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그건 성적인 매력 때문이 아니라, 그런 여자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내게 붙는지 파고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들어가 볼까 싶었지만, 안나와는 앞으로 며칠 동안 얼굴을 마주하게 될 테니. 그때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번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안나를 지나, 다른 이름을 훑는데,
한 이름이 내 눈에 걸렸다.
타티아나의 연인인,
알 안그리오테.
그 이름을 보는데 갑자기 내 입에 비릿한 웃음이 나왔다.
그래, 오늘은 그의 꿈에 들어가는 거다.
생각보다 타티아나가 빠르게 나를 받아들여서 알의 꿈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앞당긴 것도 있지만, 생각하다 보니 그의 마음에 불신의 씨앗을 던지는 게 수확을 앞당기는 일인 것 같아서 결정한 것이었다.
오늘 꿈 이후에는 타티아나가 날 단순히 싫어서 피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꿈을 생각하며 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알의 마음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먼저 만들어 놓는다면, 둘의 사이가 갈라지는게 더욱 빨라지리라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흡족하군.
세 번째 꿈이 포인트 수급에 효율이 없어도, 간혹 이렇게 내 목적을 위해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난 떠 있는 스킬창에 손을 뻗어 그의 이름을 선택했다.
****
<이 아래로는 ntl 이지만, ntr 시점으로 전개되니. 거부감있으신 분께서는 넘기시고 바로 다음편을 봐주세요.>
****
‘타티아나가 이상하다.’
요새 알의 고민이었다. 이틀간 여자친구가 자신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피하고 있었다. 언제나 있었던 권태기와 같은 게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이 잠시 떠날 때도 타티아나는 함께 처음의 마음 그대로를 기억하며 노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 여자였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이유를 말하지도 않고 자신을 피하는 건 처음이었다. 어제 교원식당에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 밖으로 뛰어나간 이후 이상해진 거다.
‘내가 뭐 잘못했나?’
그녀에게서 낯선 느낌이 들었다. 타인한테는 남자마냥 시원스럽고 차갑고 퉁명해도, 자기한테만큼은 여자로서 사랑을 받고 싶어 살살 녹는 애교를 부려왔던 여자친구였다. 매일 온갖 귀여운 척을 해왔던 그녀가 대체 왜 이런단 말인가.
이유를 물어봐도 답을 안 하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설마 교원식당에서 조용히 밥 먹자는 그녀의 말을 안 들어서 감정이 상했던 걸까. 같이 걸으면서도 묘하게 거리를 두고, 스킨쉽을 시도해도 은근슬쩍 빠져나왔다.
오늘 하루 계속 같이 다녔음에도, ‘같이’ 시간을 보낸 것 같지 않았다. 찝찝한 나머지 알은 침대에 누워서도 쉽게 눈이 감기지 않았다.
“하, 알. 별거 아닐 테니 떨쳐버리자. 내일 일도 있잖아? 어서 자자고.”
애써 자신을 위로 하기 위해 어두운 방에서 혼잣말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눈이 사르르 감겨왔다.
......앙-.
‘어?’
불현듯 들려온 정체불명의 소음에 알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여기는 교원 숙소다. 방음 마법이 무척이나 훌륭하게 되어있었다. 그런 곳에서 소음이 들리다니.
“...... 하앙......!”
간드러진 신음이 고막을 울렸다. 알은 생각보다 교성이 가까운 곳에서 들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 누구야!”
알의 심장이 떨어질 뻔 했었다. 이 숙소는 2인용이지만, 같이 방을 쓰던 다른 조교가 일을 그만둔 바람에 혼자 쓰던 중이었다.
혹시 자신의 친구들이 방에 몰래 들어와서 장난을 친 걸까? 그런데, 저 신음은 뭐란 말인가.
‘불이 안 들어와?’
알은 조명을 켜기 위해 마력을 부여했지만, 마법 조명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오금이 지릴 것 같았다.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 거야! 전혀 재밌지 않거든? 나오지 못해?”
“하아앗-. 흣-! 하앙! 앙-.”
알이 소리를 지르자 끊어지는 듯이 들리다 말았다 하던 신음소리가 방을 울릴 기세로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알의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 했다.
‘낯익어?’
신기하게도 방을 울리는 신음소리가 처음 듣던 것 같지 않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왔던 소리다.
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소리의 근원지라고 생각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갑자기 그곳에 스포트라이트가 확 켜지며 신음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그와 함께 알이 자리에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타티아나.
자신의 여자친구가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깔려 간드러진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를 깔아뭉개고 있는 남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아..... 아서?”
타티아나의 몸은 전혀 왜소하지 않았지만, 돼지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그녀의 몸이 부셔질 것처럼 여리여리해 보였다.
저 돼지가 왜 여기 있단 말인가. 넋이나가 말한 이름을 들린것처럼, 돼지가 자신을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이내 허리를 움직여 타티아나 깊숙이 성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성기에 박혀 들어갈 때마다 그녀의 탄력 있는 허벅지가 돼지의 허리를 힘차게 휘감았다.
“흐읏. 흣......! 하앙! 하앙! 아아앙!”
“너 이 새끼! 타티아나에게 떨어지지 못해! 억! 뭐...... 뭐야 이거!”
“푸하하하핫.”
돼지에게 달려들어 타티아나에게 떨어트리려 했지만, 알 수 없는 투명한 벽이 자신의 접근을 막았다. 그 덕에 힘껏 달려가던 알은, 벽에 부딪혀 바닥에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돼지가 폭소를 내지르더니. 자신을 계속 바라본채, 타티아나의 작은 가슴을 물어뜯는 것처럼 세차게 빨아 재꼈다.
“흐아아앗......!”
“흐흐.”
“...... 타티아나?”
돼지에게 가슴을 빨리는 타티아나가 기분 좋은 것처럼,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이불보를 붙잡아 비틀었다.
그 모습에 돼지가 흡족한 듯 꿀꿀대더니, 그녀의 입을 자신의 주둥이로 틀어막고, 미칠 듯이 박아대었다.
퍽-퍽-퍽-.
“이 돼지새끼야 그만하지 못해! 타티아나!”
“흣! 흣! 하아압! 후웁! 웁! 좋아! 하아앙.”
“흐흐흐흐. 나도 좋아 타티아나. 흐흐.”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을 울릴 정도로 크게 났다. 얼마나 세게 박아대는지,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침대가 바닥을 긁으며 옆으로 미끄러졌다.
알은 투명한 막을 마구 손바닥으로 쳐대며 절규했다.
“이....... 이게 무슨......! 타티아나! 정신 차려!”
타티아나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온몸에 땀을 뿜어내는 돼지와 짐승같은 냄새를 풍기며, 열락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돼지의 성기에 박혀댈 때마다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타티아나를 바라보며, 알은 미칠 지경이었다.
“흣! 좋아! 흣! 하앙! 아서! 읏! 좋아!”
“흐흐. 알보다?”
“좋아! 하아앗! 흐응! 더 좋아!”
“타티아나......?”
“하으으읏! 나온다!”
“하하핫.”
몸을 부르르 떤 돼지가 타티아나의 몸에 허리를 빼자 거대한 성기가 드러났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흰색 물줄기가 타티아나의 구릿빛 피부에 쏟아졌다.
정액이 몸에 닿자 타티아나는 간지럽다는 듯 웃으며 일어나서는. 돼지의 성기에 입을 가져다 대곤, 정액이 꿀과 같이 달다는 것처럼, 쩝-쩝- 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빨아먹었다.
“안돼!”
화악-.
“타티아나!”
알이 소리를 내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침대보가 다 젖을 정도였다. 설마, 꿈이었던 걸까?
“...... 하하.”
그러면 그렇지. 돼지랑 타티아나라니. 말도 안 되는 꿈이었다. 그렇게 오늘 불안했던 걸까?
내일 타티아나를 만나면, 불안해서 바보 같은 꿈을 꿨다고 말을 해야겠다.
그와 함께 너의 사소한 변화에도 이렇게 불안해하는 남자라고 말을 하면, 타티아나도 감동해서 자신에게 숨김없이 말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한 말주변 하는데?’
내일 그 말을 들을 타티아나의 반응을 상상하니,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불쾌한 꿈을 꿨지만. 금세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다음 날 타티아나는 항상 만나는 숙소 앞 광장에 나오지 않았다.
뭔 일이 있나 싶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기에 알은 먼저 밥을 먹기 위해 교원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에 타티아나가 먼저 와 있었다.
알은 그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달려갔다.
“타티아나!”
“...... 알.”
알은 순간 멈칫했다.
그건 자신이 불렀을 때, 그녀가 흠칫 놀란 것 때문은 아니었다.
‘알’이라니.
항상 ‘아루’라고 부르던 타티아나가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알’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낯설고 새한 기분이 들어, 그녀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알~.”
그 목소리를 듣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제의 꿈이 떠오르며.
알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01.
댓글 읽다 까치머리 스토커설에 빵 터졌네요.
아름다운 턱살 ㅋㅋ
02.
감기. 넘나 지독한것......
독자분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