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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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다르게 생각하면, 보석 세공이 있으므로 대량으로 구할 수 있는 자제를 그레스덴 가문에서 구한 것이 기본 규격이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난 손에 든 돌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한번 해볼까.’

 「포인트 부여 – ‘[인챈트] - 마력 회복’를 사용하기 위해. [인챈트]할 대상을 선택해 주십시오.」

 인챈트 마법을 돌을 향해 영창 하자, 새로운 창이 떴다.

 「포인트 부여 – ‘[인챈트] - 마력 회복’을 사용하겠습니까?

- 해당 물체에 부여 가능한 최대 포인트는 300포인트 입니다.

- 몇 포인트를 사용할 것인지 설정해 주세요.

 (현재 포인트 5015)」

 ‘300.’

「남은 포인트는 4715 포인트입니다.」

 그와 함께 아까보다 더 요란하게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법문양이 불처럼 타오르며, 돌 표면이 영롱하게 보랏빛을 띄웠다.

 팟-.

 「마력회복용 아티팩트 - 랭크 B 가 인챈트 되었습니다.」

「마력회복용 아티팩트 - 랭크 B

(마력 회복을 30% 향상시킵니다.)

- 랭크 B 이상은 보석에만 가능한 등급입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 마력 회복을 20% 향상 시킵니다.」

 B 랭크가 나왔다.

 하지만, 페널티라니.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지만, 그래도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부스트를 쓰면, 마력 회복을 100% 향상하는 아티팩트가 만들어진 거니까.

 “또?”

 카립이 “이럴 수도 있나.” 하며 다시 책상으로 다가왔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 복잡함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돋보기를 들이대고서는 깜짝 놀라며 입을 떡 벌렸다.

 “마..... 맙소사. B랭크 아티팩트라고?”

 그렇게 말하고는 믿기 힘들겠다는 듯이 눈을 다시 비비고, 돋보기를 바라보았다.

 “돌에 어떻게 B랭크 인챈트가 새겨질 수 있는 거지? 이럴 수가 있던 건가? 아서 조교 대체 무엇을 한 것입니까?”

 경악에 찬 그에게 

 난 이빨을 다 드러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건 가격이 어떻게 될까요.”

 “아니 이건 가격이 중요 한 게 아니에요! 말도 안 돼! 돌에 B랭크 아티팩트가 인챈트되다니. 제가 그레스덴 가문에서 20년 넘도록 근속했지만, 이런 건 처음 봤단 말입니다.”

 “저기 가격이-.”

 “흠. 아, 하하하. 내가 오늘 술을 좀 많이 먹었나. 꿈을 이상한 걸 꾸네. 찰싹-! 아야! 진짜 아픈데. 아서 조교 여기 진짜 있어요?”

 찰싹-. 찰싹-. 

 그러더니 나의 뺨을 카립이 손바닥으로 야무딱지게 때려왔다.

「시스템에 [카립 페퍼]가 등록되었습니다.」

 “아휴, 이거 찰진 것 좀 봐. 진짜가 맞나보네.”

 “...... 저기. 그만하시고, 제 질문에 답해주시죠.”

 “아...... 저기? 손 좀. 아서조교님? 아아. 손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아야야! 잘못! 아아! 항복!”

 뺨을 계속 때리는 카립의 손목을 붙잡고, 정신 차리도록 힘을 꽉 주자. 그가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제 정신 좀 듭니까?”

 내가 잡은 손을 던지자. 카립이 팔을 부여잡고 연실 문질러 대었다.

 “쓰읍-. 끙. 알겠어요. 이게 얼마냐고요?”

 카립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격하게 긁으며, 술을 한입 들이켰다. 턱에 흐르는 술을 닦아내며 B랭크 아티팩트를 침착하게 들여다 보았다.

 “그래도 역시 보석에 담아진 B 랭크의 성능은 못 내는 것 같군요. 성능을 보자면...... 그래, C 랭크보다 좋고, B랭크 보다 낮은 정도랄까요. 이야. 물건이네. 시중가에는 300정도로도 나올 수 있겠는데요?”

 “300골드나? 그럼 얼마에 팔 수 있죠?”

 “한 70골드? 모르겠네요. 이런걸 팔아본 적 없어서. 그보다 이런 건 팔면 큰일 나요.”

 “왜요?”

 “그레스덴에서도 못 만드는 거잖아요. 이렇게 도드라지면, 블랙리스트 올라가기 십상입니다.”

 그렇단 말인가.

 일리가 있네.

 “그럼 C 랭크는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죠?”

 “C랭크요? 그건 50골드 이상? 근데 그건 또 왜 물어보는 거예요. 마치 자기가 또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처럼. 아, 기묘한 사람이네. 이거.”

 “돌 좀 다시 가져와 보세요.”

 “...... 또 하시게요?”

 “네.”

 순간, 카립의 표정이 

 ‘이게 사람 새끼인가’ 라고 말해오는 것 같았다.

 난 멍하니 있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가 정신을 차리고는 돌을 가지고 와 내 손에 얹어놓았다.

 좋다.

 이제 이게 사업처럼 된다면, 내가 그의 윗사람이 되는 거니 이렇게 하나하나 무의식적으로 관계를 성립해가는 게 맞겠지.

 「마력회복용 아티팩트 - 랭크 C 가 인챈트 되었습니다.」

「마력회복용 아티팩트 - 랭크 C

- 마력 회복을 15% 향상시킵니다.」

「남은 포인트는 4565 포인트입니다.」

 “이럴 수가...... 이게 대체......”

 돋보기로 아티팩트를 확인하는 그가 경악을 넘어 새하얗게 질릴 정도 였다.

 “50골드. 그렇게 말했죠?”

 “아니, 어떻게 이걸 만든 겁니까. 제가 한창때도 년에 세, 네 개가 고작이었는데. 그것도 컨디션 좋을 때 말입니다. 아서조교. 정말 하급 마법사가 맞는 거요?”

 “글쎄요. 그보다 언제쯤 돈을 받을 수가 있죠?”

 “아...... 돈은 한..... 한주 뒤? 그쯤? 저도 확신은 못 하겠네요. 아마 그 정도 걸릴 거 같아요.”

 난 C급 아티팩트만 남기고, 아까 만들어놓은 D급 체력회복과, B급 마력 회복 아티팩트를 챙겨 로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문을 열며 카립에게 말했다.

 “만약 돈을 받으면 전서구로 제게 연락 주세요.”

 “하하. 그럽죠. 그럽죠.”

 훈훈한 분위기로 밖을 나가려 도는데, 뭔가 발이 안 떨어졌다.

 왜지.

 난 뒤돌아서 카립을 바라보았다.

 탐욕스럽게 생긴 데다가 말 뽐새가 저급하지만, 오늘 짧은 만남 동안 내게 잘 대해 해줬다.

 자신이 지칠 것을 알면서도 인챈트 시범까지 보여준 사람이었다.

 강사직에도 있겠다. 그가 받은 아티팩트을 가지고 어딜 튄다던가 그러리라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간에 사람 때문에 생겼던 일들 때문일까.

 긴장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거대한 돈이 오가며, 가문에 적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할 수도 있을 일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인 거다.

 그렇다면 친밀함만으로 해결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지.

 그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꼭 짚어줘야겠다 싶었다.

 더불어 협박도.

 난 열었던 문을 다시 닫고, 뒤돌아 방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오잉? 아서 조교? 또 무슨 일 있어요?”

 난 말없이 그에게 코앞까지 다가갔다. 나보다 키가 살짝 작은 카립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한 웃음을 흘리며 날 바라보았다.

 난 표정을 지우고 그에게 낮게 말했다.

 “절 처음 봤을 때 뭐라 말했죠?”

 “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가 상체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하급 마법사라고 말씀하셨죠. 오늘 보니 어떻습니까? 그렇게 보였습니까?”

 “그게 갑자기 무슨...... 아서조교. 아까 그 말이 기분 나빴던 거에요? 그런 게 아니라-.”

 “카립씨.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저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예......?”

 “당신이 30년가량 해왔던 마법을 단숨에 놀랄 만큼 성취를 보이는 사람이. 왜 하급마법사인 척하고 다니며, 무시를 당하고 다니는지.”

 “그게 무슨......?”

 “좋은 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라는 것,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겠죠?”

 “아아......”

 내 말의 억양과 표현을 들으며, 생각나는 게 있는지 입을 다물고 후덕한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B급 인챈트를 단번에 하는 마법사.

 게다가 마력 피로조차 없었다.

 비록 오늘 처음 인챈트를 했던 게 아닐지라도 뛰어난 마법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그런 마법사가 27살이 될 때까지 하급 마법사인 척을 하는 데다, 자기 입으로 좋은 일을 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가 듣더라도 싸한 느낌이 들리라.

 난 그를 보며 이빨이 보이도록 웃어주었다.

 “강사님 말처럼, 역시 평민 출신이다 보니 이해하는 게 빠르시네요.”

 “잠시, 아서조-.”

 “아직, 말 안 끝났어요. 카립 페퍼씨. 큰 건 안 바랍니다. 삼 분의 일을 가져가는 것도. 또 거기에 욕심 더 부리셔서 몇 푼 더 챙기신다 해도 눈 감아 드릴 겁니다. 하지만.”

 단숨에 미소를 지우고, 그의 가슴에 손가락으로 찍으며 살벌하게 협박했다.

 “단 두 가지. 총대를 멘다고 약속했던 것과 보석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는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예...... 예! 그러겠습니다.”

 어느새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그가 오금마저 떨고 있는 것을 보고 난 그의 어깨를 손으로 탁 쳤다.

 “흐힛!”

 그러자 그가 놀라 흠칫거렸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토닥거려줬다.

 “좋아요. 좋아. 절대 누구한테도 제가 아티팩트 만든다는 거 말하지 마세요. 어차피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제 귀에는 들릴 테니까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난 다시 문으로 걸어가다. 잠시 멈춰, 로브 주머니에 있던 D급 체력 회복 아티팩트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아, 이것도 받으세요.”

 “저...... 이건?”

 “오늘 받은 강의비로 치세요. 그걸로 술값이라도 보태시면 되겠네요.”

 “예?”

 난 대답 없이 멍한 표정으로 되묻는 카립을 놔두고 밖으로 나갔다.

****

 [조금 심했던 거 아냐?]

 “글쎄...... 그랬을지도? 잘 모르겠어. 잘한 것 같으면서도 요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과도하게 긴장하는 바람에 심하게 한 건 맞은 것 같아.”

 [흠. 하긴, 그럴 일들이 있었으니.]

 “뭐, 심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해. 사실 그가 아티팩트를 들고 도망가는 건 문제가 안 돼. 그냥 포인트를 버렸다 생각하며 넘길 수 있는 일이야. 하지만, 일이 잘못되어서 내가 노출되는 건 큰 문제야. 금액이 커진 만큼. 그가 총대를 매는 게 중요하기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어.”

 [뭐,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보다 나도 그레스덴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악명 높지.]

 악명이라.

 그게 아니더라도 그레스덴 뿐만 아니라, 어떤 가문에게도 찍히면 안 되었다. 사업을 건드리는 것. 그것은 가문의 철없는 꼬맹이들을 쥐어 흔드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들의 역린인 만큼, 일이 불길처럼 커질 게 뻔했다.

 나중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고대종의 마력이 있더라도 단체를 적으로 만들면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했으니까.

 그렇기에 최대한 내가 가려지길 원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3분의 1이 아니라 2분에 1을 주더라도 내가 손해 보는 게 아니리라.

 아티팩트를 아무리 쉽게 만들어도 단숨에 물량을 많이 푸는게 아니라, 들키지 않을 정도로 소량만 풀기로 결심했다.

 그보다 단번에 50골드라.

 갑자기 역치가 확 높아지며 돈이 우스울 지경이다.

 얼마 전에 아이네스 가문에서 15골드 50실버를 받고 큰돈이라고 아서가 놀랐는데. 단숨에 그 돈이 우스워질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생겼다.

 60실버 월급을 받으며, 3년 뒤에 5골드 받을 걸 기대하고 있었던 입장이었던 게 바보 같게 느껴질 정도로.

 나중에 돈이 모이고 나면, 나를 보호할 사람을 모아 그레스덴에 대항하는 기업을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생산력이든, 제품의 품질이든. 경쟁에서 절대 질 것 같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들의 혈통마법까지 흡수해버린다면......

 ‘이 고유능력은 정말......’

 엘레인이 귀족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던가?

 내 고유능력이 혈통마법의 진명만 알아낼 수 있다고 착각했음에도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흔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반 모두를 뒤 삼킬 수 있는 능력이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니 기분 좋은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난 그것을 붙잡을 것마냥 주먹을 꽉 쥐었다.

 “아서 조교?”

 그렇게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갑자기 뒤에서 어떤 남자가 날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경비팀을 뜻하는 칼 모양의 브로치가 먼저 보였다. 아, 아는 사람이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엘레인과의 사건 때, 신세를 졌던 경비팀 팀장이었다

 “경비팀장님 아니신가요? 여긴 어떤 일이시죠?”

 “긴가민가 했는데, 맞았군요. 아니, 그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이 이렇게...... 허허. 보기 좋은데요?”

 “하하.”

 그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살이 빠진 나를 보며 긴가민가 했었나 보다. 여전히 뚱뚱하지만, 그 며칠간 이렇게 변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그보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 안 그래도 찾고 있었습니다.”

 “저를요?”

 “네, 골든 그리폰 클럽 우리 때문에요.”

 아, 일이 이렇게 되나.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01.

말하는님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넣어주신 익명의 독자분들한테도 감사 드립니다.

02. 

업적은 나중에 언급이 또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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