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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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처음 보는 고풍스러운 건물들 앞.

 잘 정돈된 잔디밭 옆에 타원형 육상 트랙이 있었고, 그곳에 샤브리나가 혼자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저번처럼 배를 훤히 드러낸 육상선수복장을 하고 있었다.

 땀범벅이 된 채 마치 사슴처럼 날렵하게 달렸다. 그 덕에 발을 디딜 때마다 튀어나오는 허벅지 근육이 윤기를 띠어 섹시해보였다.

 난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듬어진 나무들, 잘 길러진 꽃들, 비싸 보이는 대리석 조각, 꽤 정성스럽게 지은 유럽식 저택까지.

 확실히 학교가 아니었다. 

 ‘혹시, 여기가 페테르니 가문의 저택 인걸까?’

 난 샤브리나가 달리고 있는 트랙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트랙을 돌던 그녀가 날 발견하고는 서서히 달리기를 멈췄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아주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트랙 옆에 있는 돗자리로 걸어가 수건을 집었다.

 헉-. 헉-.

 샤브리나가 땀을 닦으며 숨을 가다듬고는 날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묘해졌다. 난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 뭐야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잖아?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자신이 무리해서 헛것을 보고 있다 생각했던 걸까. 내가 입을 열자 그녀의 얼굴이 급격하게 구겨졌다.

 “글쎄, 그게 중요하나? 왔다는 게 중요하지.”

 내 말에 샤브리나는 뭔가 생각난 게 있는지 어금니를 꽉 물었다.

 “너..... 안나 주변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지?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야. 학교에서 만나는 것도 문제가 되는데 여기까지 직접 찾아왔다고?”

 역시, 내 생각대로 페테르니 가문 소유의 땅이 맞는 것 같았다. 친척이라고 하더니 같이 사는 건가.

 “안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내가 실실 웃으며 응수하자, 샤브리나가 팔짱을 끼고는 물어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은 사실 널 보러 온 거야.”

 “네가 날?”

 의외의 말에 샤브리나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말했잖아, 난 너도 마음에 든다고.”

 “아, 미친.”

 “그러지 말라고 네가 지금 거부하면, 난 바로 안나를 만나러 갈 거니까.”

 “너 진짜 이렇게 나올 거야?!”

 샤브리나가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를 질렀다. 격렬한 운동직후라 그런 걸까? 어느 때보다 거칠어 보였다.

 “아니면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말을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가 어디인지 다시 상기해봐. 그 주둥이에서 내가 안나 대신 사귀는 게 방법이라고 말한다면-.”

 “나와 싸워서 이긴다면, 안나와 헤어질게.”

 “아주 죽여-. 응......? 뭐? 정말이야?”

 한참 협박하던 그녀가 내 말에 굳더니. 믿을 수 없는 제안을 받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왜 네가 원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면, 나랑 싸우는 게 무섭나?”

 “...... 푸핫. 푸하하핫. 아아...... 이거, 진짜 중증이네. 그래 좋아. 해 보자고.”

 “대신 네가 지면-.”

 “내가 뭐든지 해주지.”

 “호오. 저번에 나한테 한번 지고서도 기고만장하네?”

 “하-. 역겨운 새끼. 치사하게 마법을 써놓고 잘도 이겼다 졌다 말을 하네.” 

 샤브리나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네가 착용하고 있는 그 장갑. 마법장갑이지? 네가 내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거 당연히 눈치채고 있었어. 오늘은 그런 요행 따위 기댈 수 없을 테니 각오하라고. 아주 죽사발을 만들어주겠어.”

 “호오, 내가 마법을 안 쓰면 너한테 진다 이거야? 뭐, 알겠어. 좋아. 어디서 대련을 할까?”

 “입만 살아가지고는. 따라와. 내 전용 대련장이 있으니까.”

 난 샤브리나 뒤를 따라갔다. 그러며 그녀의 뒷모습을 봤는데, 무척 육감적이었다. 저번에는 로브를 입어서 몰랐는데, 그녀의 등허리에 근육이 아주 잘 잡혀있었다.

 그리고 얇은 반바지로 윤곽이 드러난 도톰한 둔부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탄력 있게 떨렸다.

 그녀의 뒷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제 곧 저 몸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건가. 하반신이 짜릿해질 정도로 기대가 되었다.

 대련장에 도착하자 샤브리나가 자신의 지팡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뭐해? 너도 어서 그 로브랑. 지팡이, 장갑 다 벗도록 해. 이번에는 사기 치려 시도도 하지 마.”

 “사기라니~. 졌다고 그러기는. 뭐, 알겠어. 벗어주면 되지?”

 난 로브를 벗고, 장갑과 지팡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상의도 벗어 재꼈다. 그러자 출렁거리는 살이 밖으로 드러났다.

 아직 살이 많았지만, 이전과는 느낌이 아주 달랐다. 흰 살이 늘어져 순두부처럼 연약해 보였던 상체가 급격하게 늘어난 근육량 덕분에 상체가 야성적인 인상을 뿜어냈다.

 “뭐.....? 왜 벗는 거야?”

 “움직이기 편하라고. 너도 헐벗고 있는데, 난 그러지 말란 법 없지.”

 “헐벗기는 말하는 뽄새하고는. 그리고 그렇게 역겨운 몸을 왜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 난 건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은 내 몸을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저번에 봤던 몸과 많이 달라져서 놀란 기색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놀랄 일은 이제부터인데, 벌써부터 이러다니. 난 그녀를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대련 무대는 내가 알고 있는 복싱 무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어디 한번 시작해볼까?”

 “기세등등한데? 흥. 몇 대 맞고서 울지나 않았으면 좋겠네.”

 “시작이나 하지?”

 “아, 그래? 그럼 소원대로. 시작하겠어-!”

 그 말과 함께 샤브리나의 신형이 나에게 쏘아져 왔다.

 퍽-!

 “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내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충격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멈추지 않고 연달아 어퍼컷을 날려 내 턱을 강타했다.

 뽀각!

 “어어억!”

  강렬한 소리를 내며 얼굴이 위로 젖혀졌다.

 샤브리나는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내 명치를 가격하고 갈비뼈를 때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련실이 떠나갈 것 같은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물론, 이것은 다 연기였다.

 그녀가 때릴 때마다 반동으로 몸이 젖혀질 뿐,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설정을 했으니까.

 퍽-! 퍽-! 퍽!

 “으어어어억!”

 “푸하핫. 분수도 모르기는.”

 그런지도 모르고 샤브리나는 무자비하게 폭행을 시작했다. 이제야 울분을 풀 수 있다는 듯. 

 샤브리나가 정강이를 때려 내 무릎을 굽히게 하고, 머리털을 쥐어 잡아 얼굴에 주먹을 연달아 가격했다.

 퍽-! 퍽-! 퍽-!

 “뒤져! 뒤지라고! 으으으!!”

 샤브리나는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계속 가격했다. 얼굴이 콩콩 울려왔다. 아프지 않은 타격은 의외로 느낌이 좋았다.

 그보다 이 아가씨. 내가 약했으면 이렇게 곤죽으로 만들려 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나도 봐줄 필요가 없지. 오늘 꿈에서 하려고 했던 행동의 강도를 더욱 올려야겠다 결심했다.

 한참 내 얼굴을 때리던 샤브리나가 숨이 찬지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주먹의 강도도 많이 약해졌다.

 샤브리나는 마지막 한 방을 날리려는지 팔을 뒤로 당겼다. 곧바로 오른발을 빼고, 허리를 돌려 체중을 실어 얼굴을 강하게 가격했다.

 퍽-!

 쿵-.

 난 KO 당한 것 마냥 무대에 대자로 뻗었다. 숨이 턱까지 오른 샤브리나는 자신의 무릎을 잡고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날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하하. 이제. 헉-. 좀 알겠어? 헉-. 넌 내게 안 돼. 하하핫.”

 내가 저항도 못 하고 뻗은 게 기분 좋은지 지친 기색이 만연한데도 웃어대며 날 조롱했다.

 그런 샤브리나를 보고 있으니 뭐라고 해야 하나. 어린애들 재롱을 보는 것처럼 귀엽고 측은지심이 들었다. 내 가 단 한 순간도 아프지 않았다고는 상상도 못 하겠지.

 슬슬 일어나 볼까 생각하는 그때.

 퉤!

 익숙한 게 얼굴로 떨어졌다. 촉촉한 그것이.

 “푸하핫. 건방진 새끼. 네가 나한테 뭐? 마음에 든다고? 아주 머리에 구멍 뚫린 소리만 하고 있네. 너, 여기서 내가 그만두는 걸 다행으로 여겨. 다시는 건방지게 기어 올르-. 어?”

 난 샤브리나의 말을 듣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웬만해선 재롱부리는것을 다 봐주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침을 뱉다니. 이렇게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것도 아주 재주다 재주.

 “뭐...... 뭐야? 일어났다고?”

 내가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샤브리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염력했다. 

 난 그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샤브리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다 이내 다시 달려들었다.

 “이야야얏!”

 퍽-!

 온몸에 힘을 다해 내지른 주먹이 내 얼굴에 닿았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고개가 젖혀지지도, 비명도 없었다. 아무런 미동 없이 그녀의 주먹이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

 “...... 어?”

 샤브리나가 멍청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난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내 비웃음에 그녀가 어금니를 다시 꽉 물더니. 다시 내 몸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익! 죽어! 죽으라고!”

 퍽! 퍽! 퍽!

 “흐흐흐.”

 샤브리나는 유효타가 나지 않은 공격으로 힘만 빼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게 보이는데도 주먹과 발을 멈추지 않았다. 난 그런 그녀를 보며 계속 걸어가기만 할 뿐이다.

 “무..... 무슨.”

 아무리 때려도 내가 아파하는 기색이 없자 샤브리나의 얼굴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이제 더욱 압박해볼까?’

 난 내 몸의 크기를 서서히 키웠다.

 흔히들 압박감을 느끼거나, 공포에 질렸을 때, 상대방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그렇게 샤브리나를 착각시키기 위해 덩치를 키웠다. 

 내 덩치가 커졌어도, 샤브리나는 내게 압도되었다고 생각하지, 진짜 크기가 커졌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게 통했는지 샤브리나는 식은땀까지 흘리며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너...... 대체 뭐야! 왜 멀쩡한 거냐고! 으으....... 오지 마! 멈추지 못해?”

 “흐흐흐.”

 “웃지 마!”

 어느새 샤브리나가 코너에 몰렸다. 뒤에 도망갈 곳 없는 걸 깨달은 그녀가 달려들어 내 급소를 찼다.

 빡!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내 성기가 위아래로 떨렸다. 샤브리나가 그 소리를 듣고 통했다 생각했는지 웃으며 소리쳤다.

 “하하! 이건 못 참겠-....... 어?”

 샤브리나가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굳었다. 그녀에게 맞은 성기가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발기된 성기는 남사스러울 정도로 텐트를 심하게 쳤다. 난 그것을 당당하게 앞으로 내밀며 그녀에게 걸어갔다.

 발기된 성기와 어느새 2미터가까이 커진 내가 함께 다가가니, 그녀가 느낄 압박감이 엄청날 것이었다.

 “오, 오지 마! 오지 마라니까! 야!”

 샤브리나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어렸다. 그녀는 황급히 무대 밖으로 도망가려 했다. 난 줄을 넘어가려는 그녀의 바지를 잡고, 무대의 가운데로 내던졌다.

 “꺅!”

 휘익- 쿵!

 샤브리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난 그녀의 양팔을 붙잡고 몸 위에 올라타 깔아뭉갰다.

 “으읍-! 숨! 숨을 못! 야! 못 쉬겠다고!”

 “이제 항복하는 게 어때?”

 “개소리 하지 마! 이 더러운 새끼야!”

 “아~. 그래?”

 난 능글맞게 웃으며, 샤브리나의 드러난 배에 성기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몸을 뒤척이는 척 복근에 비벼대었다.

 탄탄한 그녀의 배에다 성기를 비비자 묘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꺅! 이 변태 새끼가 뭐 하는 거야! 야 잠만! 알았어! 항복할게! 그러면 되는 거 아냐!”

 샤브리나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말이 나오자 난 음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난 그녀의 구속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샤브리나가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배를 양손으로 가렸다. 혹시, 배 쪽이 민감한 건가.

 “이 변태 새끼......”

 “흐흐. 이제 약속 들어줘야지.”

 “......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

 “바로 이거.”

 라고 말을 하며 엎어져 있는 샤브리나의 눈앞에 물건 하나를 던졌다.

 개목걸이.

 칠흑같이 검은 가죽 개목걸이를.

============================ 작품 후기 ============================

세번째 펫 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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